“으아아, 분하다.” 여흥수는 바닥에 누워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방금 전의 흉포함과 오만함은 어딜 간 듯 보이지 않았고 사고를 당한 일반인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흥수야!” 여흥일의 눈이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들 형제는 J시 암흑가를 주름잡았다. 사람을 죽이고 가문을 무너뜨려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실력이 대단했다. 그런데 지금 여흥수는 석훈을 단 한 번 건드리지도 못하고 무참히 참패했다. 더욱이 폐인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었다. 여흥일은 자신의 동생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서 고통을 느꼈다. 동시에 처음으로 석훈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놈.’ “야, 다음은 네 차례야.” 석훈이 여흥일을 가리켰다. 정세가 반전되어 지금 석훈은 사냥꾼이 되었고 여흥일은 사냥감이 되었다. 여흥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형님, 저희 형제가 잘못했습니다. 조용히 동생을 데리고 돌아가게 해 주시면 오늘 일은 잊겠습니다. 앞으로 절대 복수도 하지 않을 겁니다.” 여흥일에게 이전의 광기와 흉악함은 사라졌고 마치 정상인과 다를 바 없이 침착하게 말을 했다. “너희 형제가 밖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미친놈들은 아닌 것 같네. 보아하니 그간 변태 짐승으로 보이려고 연기한 건가?” 석훈은 여흥일에게 다가가며 냉랭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넌 내게 조건 따위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어. 봐주기엔 이미 늦었다고.” 석훈은 여흥일의 의도를 파악했고 속지 않았다. “그렇다면 같이 죽는 수밖에.”여흥일의 눈이 다시 광기로 번뜩였다 그가 움직였다. 하지만 상대는 석훈이 아니라 뒤에 있는 수소야 모녀였다. 여흥일이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흐흐, 네가 나를 놓아주지 않겠다면 이 두 여자는 나와 함께 죽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등뒤를 맞았다. “윽!” 여흥일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너...” 그는 너무 놀라 고개를 돌려 석훈을 바라보았다. ‘이놈은 귀신이야?
“하하, 진세화는 자기 남편이 회장님 손에 넘어갔다는 걸 알고 회장님께 선처를 부탁하려고 하는 게 틀림없어요.” “그년이 저희 아린의 얼굴을 망쳤어요. 이따 그년이 오면 반드시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싹싹 빌라고 하죠.” 안우평 등 몇 명은 크게 웃으며 통쾌해했다. “마침 세화가 보고 싶었는데 잘됐군. 세화에게 바로 청운각으로 오라고 해.” 제원화가 현병운에게 손짓을 했다. 그의 냉엄한 눈빛이 욕망으로 번쩍였다. 제원화의 진짜 목표는 동혁이 아니라 세화가 소유한 두 회사의 지분이다. 그것이야말로 그에게 확실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수소야가 이미 제 손에 있는 이상 항난그룹을 손에 넣는 건 시간문제예요. 거기에 세방그룹과 혜성그룹까지 더하면 아주 괜찮은 수확이군요.” 제원화는 평소 속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지금은 아주 의기양양했다. “외종할아버지, 그간 안녕하셨어요.” 잠시 후 세화가 도착했고 그녀의 곁에는 안색이 굳은 천미가 따라왔다. 천미는 원래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J시 쌍살에게 패배한 일로 큰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화가 모든 것을 걸고 동혁을 혼자 구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천미는 절친이 너무나 마음에 걸려 할 수없이 자발적으로 세화를 따라왔다. “그래, 세화야,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면서?” 제원화는 담담하게 웃으며 차분하게 물었다. 이미 주도권은 제원화에게 넘어가 있었다. “제원화, 당신 모르는 척하지 마. 우리가 동혁이와 수 사장 모녀 때문에 여기 온 거 다 알잖아. 암흑가의 내 가족들을 건드리더니 이제는 쌍살에게 무고한 모녀에게까지 손을 대게 해?” 천미는 겉으로 보기에 화가 난 것처럼 보였지만 눈빛은 유달리 냉정했다. 제원화는 천미를 흘끗 보고는 한눈에 그녀가 자신을 떠보려 한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래서 한발 물러서서 말했다. “내게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내가 쌍살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게 아니니까.” “이런, 늙은 여우.” 천미는 제원화가 너
“진 회장, 우리 제 회장님은 약속을 지키는 분이에요. 단지 J시 쌍살 손에 들어가면 누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뿐.” “김대이와 박용구 아시죠? 우리도 두 사람이 쌍살에 의해 그렇게 온몸의 뼈가 다 부러질 줄은 몰랐다니까요. 하하하.” 일부러 자극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던 세화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며 마음속에서 더욱 동혁을 걱정했다. ‘동혁 씨, 제발 무사해야 해.’ 그녀는 마음속으로 무사하길 기도했지만 동혁의 손발이 부러지고 심지어 어쩌면 김대이나 박용구처럼 폐인이 돼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세화는 이제 동혁이 살아 있기만을 바랬다. 드디어 사람들이 5층에 도착했다. 방 밖에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며 엎드려 쓰러져 있는 천진을 발견했다. “어, 저놈이 다쳤는데요? 보아하니 이동혁, 그놈이 여기까지 와서 쌍살과 싸웠나 봐요.” 안우평 등이 놀라더니 냉소했다. ‘감히 쌍살과 싸움을 하려 하다니. 이동혁, 그놈 배짱 한번 두둑하네. 그래봤자 쌍살에게 더 호되게 당할 텐데.’ “바닥이 움푹 들어간 두 곳에 각각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하하하, 틀림없이 이동혁과 그놈과 함께 온 그 운전사일 거예요.” 유진세가 방 앞에 이르자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방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 피범벅이 된 두 사람이 엎드린 채 아직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허, 쌍살이 아주 심하게 손을 썼나 본데요? 이동혁과 그 운전기사가 쓰러지면서 바닥이 부서질 정도라니. 저러면 온몸에 성한 뼈가 하나도 없겠어요. 그 최고 정형외과 의사인 하 선생이라도 치료할 수 없겠는데요.” “그러게요. 완전 폐인이 되었겠어요.” “그 수 사장 모녀는 안 보이는데, 하하, 설마 쌍살이 데리고 어디론가 갔나 본데요?” 안우평 등은 세화가 놀라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고소해하며 기뻐했다. “그나마 죽지 않았으니 재수가 좋네.” 제원화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세화야, 이제 지분 양도서를 넘겨라. 그리고 네 남편 데려가.” “동혁 씨!” 세화는 눈물을
“심천미, 네년이 죽고 싶은가 보구나. 네 양아버지인 장해조도 감히 나한테 너처럼 무례하게 굴지 못해.” 제원화는 뺨을 가리고 대노했다. 쫙! 천미는 제원화의 손에서 지분 양도서를 빼앗아 갈기갈기 찢고서 냉소했다. “J시 쌍살이 모두 폐인이 된 마당에 감히 어디서 건방지게. 다른 사람들이나 당신을 무서워하지 나는 전혀 무섭지 않거든. 바로 사람을 불러 네놈을 죽여주마.” 천미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안우평 등은 천미가 정말로 부하들을 불러 자신들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제 회장님, 어서 J시로 돌아가시죠. 더 이상 H시에 있으면 안 됩니다.” “네년은 내가 나중에 꼭 혼내 주마.” 제원화도 속으로 많이 놀랐지만 내색하지는 않았고 싫은 데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듯 몇 사람의 손에 의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곧 아래층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차 몇 대가 도망치듯 H시를 떠났다. “저 늙은 개X식, 역시 도망가는 것도 빠르네.” 천미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방금 그녀는 단지 부하들을 부르는 시늉만 했을 뿐이었다. 제원화는 어쨌든 명문가의 주요 인물이었고, 만일 천미가 정말 그를 여기서 죽이게 되면 명문가와 전쟁을 벌여야 했다. “근데 이상하네. 쌍살이 도대체 누구에 의해 이렇게 폐인이 됐지? 동혁이가 그랬을 리는 없고. 그 녀석이 싸움을 잘하기는 해도 쌍살의 상대는 절대 아니니까.” 천미와 세화가 함께 청운각을 나왔다. 세화는 누가 쌍살을 폐인으로 만들었든 관심이 없었고 동혁의 행방이 제일 중요해 서둘러 동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인근 병원. 마리는 동혁의 큰 손을 잡고 큰 눈을 껌벅거리며 흰 가운을 입은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 선생님, 약을 발라도 우리 엄마 얼굴이 계속 아플까요?” “응, 우리 꼬마친구. 약을 두 번 더 바르면 그땐 아프지 않을 거야.” 수소야에게 약을 바르는 의사가 말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동혁을 째려보았다. “남편이 자기 아
동혁의 지시를 받은 석훈은 빠르게 병원을 떠나 직접 부하들을 데리고 제원화 일행을 쫓아갔다. 한편. 제원화 일행은 이미 HJ고속도로를 타고 J시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번에 H시에서 큰 실패를 했어요. 이렇게 무기력하게 H시를 탈출해야 한다는 게 너무 달갑지가 않군요.” 안우평 등 몇 사람이 모두 분한 표정을 지었다. ‘제 회장을 따라 함께 H시로 진출하기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H시의 기존세력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었어.’ ‘우리가 H시에 나타나기만 하면 모두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따를 것이라 여겼는데.’ ‘얘들이 먼저 당하고 이어서 우리까지 다른 사람에 의해 낭패를 겪을 줄 알았냐고?’ ‘우리가 이렇게 똥줄이 타는 개처럼 H시에서 줄행랑이나 쳐야 하는 신세가 되다니.’ “참, 의외예요. H시에 J시 쌍살을 모두 폐인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실력자가 있다니. 대체 그 개X식이 누구인지 정말 알고 싶네요.” 처음에 그들은 그 인물이 동혁이 아닐까 추측했다. 하지만 바로 부정했다. ‘이동혁의 싸움 실력이 좋아도 결코 쌍살의 상대는 되지 못해.’ 다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도 쌍살을 쓰러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도무지 추측할 수 없었다. 지금 가장 답답한 것은 제원화였다. 쌍살은 그에게 있어서 마지막 승부수였다. 큰 어르신인 추지연이 이미 그에게 모든 가문의 사업에 간섭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제원화는 설사 그렇다 해도 H시의 항난그룹 등 5개 그룹을 차지한다면 다시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그 마지막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 ‘쌍살을 쓰러뜨린 놈이 대체 누구지? 갈기갈기 찢어 죽일 놈.’ 제원화는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태연함을 유지했다. ‘이럴 때일수록 안 회장 등 앞에서 약해 보이면 안 돼. 어떻게든 저들을 내편으로 계속 붙들어 놓을 필요가 있어.’ ‘그래야 가문에 돌아가도 여전히 내게 발언권이라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제원화는 생각대로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몰라
잠시 후. 제원화, 안우평 등의 사람들이 머리를 밟힌 채 강제로 바닥에 엎드렸다. 이제야 그들은 자신들을 쫓아온 젊은이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 ‘천준호, 죽은 대동사채 천대호의 아들!’ 천준호는 반쯤 웅크리고 앉아서 단도의 끝을 제원화의 눈과 코 앞에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천 사장, 전 아버지와 오랜 친구사이예요.” 제원화는 발에 머리를 짓밟히는 굴욕을 참으며 애써 해명했다. “닥쳐!” 천준호가 냉랭하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죽기 전에 큰아버지께 복수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어.” “천 사장, 전 억울합니다.” 제원화는 크게 놀라며 힘껏 소리쳤다. “분명히 이건 누군가가 우리를 이간질하려고 그런 거예요. 내가 천 사장 아버지를 위해 꾀를 내서 진세화 가족을 찾아가 돈을 받아내라고 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모두 천 사장 아버지가 돈을 벌게 도와주려고 그런 겁니다. 그래, 제가 아니에요. 잔인하게 천 사장 아버지를 살해하고 대동사채를 문 닫게 한 건 강오그룹이라고요.” 퍽! 단도가 제원화의 입을 세게 때려서 순간 그의 앞니 두 개가 부러졌다. “아버지를 이용해 놓고 지금 억울하다는 거야?” 천준호는 눈에서 살기가 피어오르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당신 말도 일리가 있어. 어떤 사람이 나를 바보로 알고 이간질을 시키는 것일 수도 있겠어. 그렇다면 그놈들이 원하는 대로 강오그룹부터 먼저 부숴버리고 그 심천미, 아, 그리고 진세화였나? 그 두 여자는 모두 내 전리물로 잡아와야겠어.” 제원화는 미칠 듯이 기뻤다. “천 사장의 생각이 맞아요. 그리고 이동혁이라는 놈도 있어요. 그놈이 진세화의 남편이자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킨 장본인이에요. 반드시 그놈은 그냥 두면 안 됩니다. 그놈들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으니 제가 사장님과 함께 H시로 가겠습니다.” 제원화는 천준호가 자신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거액의 배상금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예감했다. ‘그래도 이동혁과 세화가 망할 것에 비하면 내가 치를 대
“심 총지휘관님. 제발 살려주세요.” 천준호는 정수리에서 차가운 감각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것은 방아쇠를 당기려는 석훈의 결심을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 잠시 후 H시 대동사채에서의 일로 복수를 위해 달려온 천준호 일당이 전멸했다. 이 처참한 광경을 보며 제원화 일행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오싹해졌다. 얼마나 많은 고수가 있든 간에 군대 앞에서는 모두 새끼 병아리일 뿐이다. 제원화 일행의 기쁨이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 그들은 원래 석훈이 지나던 길에 자신들을 보고 도우려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석훈이 자신과 천미의 관계를 설명하자 그들은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 총지휘관도 우릴 찾아온 거였어.’ ‘겨우 늑대굴에서 빠져나왔는데 이번에는 호랑이이라니.’ 제원화 일행은 절망했다. 풀썩! 제원화는 제일 먼저 석훈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심 총지휘관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쌍살에게 심 사장을 치도록 지시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심 사장이 총지휘관님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감히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총지휘관님 제발 저를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제원화는 정말 두려웠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가 석훈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정도는 아니었다. 그도 어쨌든 명문가의 사람이기 때문에 나름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을 시켜 천미를 공격하게 한 사실로 석훈이 그대로 자신을 죽일까 봐 정말 무서웠다. 일단 죽이고 제원화가 대동사채의 범죄자와 결탁한 일로 명분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교관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을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다며 너희들에게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시겠다고 했다.” 석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원화 일행은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교관이라는 분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정말 좋은 분이야.’제원화 일행은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면식도 없는 석훈의 교관에게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갑자기 석훈이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여러분은
‘심 총지휘관이 저렇게 단호하게 나오는 걸 보니 돈을 주지 않으면 우릴 절대 놓아주지 않겠어.’ 제원화는 완전히 절망했다. 허락을 받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가문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그는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 결국 제씨 가문은 3000억 상당의 보석에 원화투자회사를 합쳐 돈을 지불하고 제원화를 데려갔다. 안우평과 유진세 등도 돈을 마련했다. 제씨 가문도 겨우겨우 돈을 모아서 지불한 터라 자신들은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저당 잡히고 각각 2000억씩 대출을 받아서 자신들의 몸값을 냈다. 명문가 제씨 가문은 처음에 당당하게 H시로 진출했다. 그러나 결국 얼마못가서 무기력하게 J시로 다시 돌아갔다. N도에 명성이 자자한 명문가 제씨 가문의 제원화은 H시에 와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4000억을 써서 겨우 목숨을 구했다. 이러한 소식들이 전해지다 H시와 N도가 시끄러워졌다.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허, 이런 일도 다 있네요. 제원화가 H시의 회사들을 먹으려고 왔다가 오히려 자기 것을 토하고 갔어요.” “역시 H시는 만만한 곳이 아니에요. 그 명문가 제씨 가문도 아무것도 못하고 쫓겨났으니 다른 가문은 아예 엄두도 못 내겠네요.” 제원화가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면서 H시의 저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이 절대적으로 숨기고 있어서 당연히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H시에 야인이 있어서 J시의 쌍살마저 폐인으로 만들고 제원화의 몸값을 받고 풀어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한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야인은 정자세로 동혁 앞에 서 있었다. “교관님, J시 사람들이 낸 몇 천억의 배상금이 원화투자회사의 계좌로 들어왔습니다. 회사를 형수님의 명의로 옮길까요?” 석훈이 특별히 동혁에게 보고하러 왔다. 그러자 동혁이 바로 거절했다. “아니, 네 형수는 이미 두 그룹을 관리하느라 충분히 바빠.” ‘세화는 원래 사업에 대한 책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