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씨 가문 사람들은 세화가 혜성그룹에 없다는 동혁의 말을 죽어도 믿을 수 없었다. ‘이동혁, 이 개X식이 우리를 속여 일부러 세화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게 틀림없어.’ “아, 그래서 세화가 여기 혜성그룹에 있는 줄 안 겁니까?” 동혁은 그제야 이해한 듯 말했다. “그 차는 내가 몰고 여기 왔어요.” “넌 할 일없이 왜 여자 차를 운전해?” “마세라티 기블리는 무슨 여자들만 운전할 수 있다고 누가 규정이라도 했나요?” “그럼 혜성그룹에서 너 혼자 뭐 하러 왔어?” “내 아내가 여기 회장인데 제가 일없을 때 여기 좀 와서 좀 돌아다니면 안 됩니까?” “진 회장님이 오늘 혜성그룹에 안 계신 건 사실입니다. 저희는 여기 이 선생님을 모시고 그룹을 둘러보던 중이었습니다.” 이때 사장인 왕배강이 걸어 나왔다. 그는 공손히 동혁에게 물었다. “이 선생님, 또 다른 사업부서를 살펴보시겠습니까?” “아뇨, 전 회사 경영에 대해 잘 모릅니다. 전 그냥 조금 둘러보러 온 거뿐이에요.”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시켜 제 차를 가져오라고 해주세요. 전 이만 집에 돌아가겠습니다.” 잠시 후. 그 문제의 마세라티 기블리가 다른 사람에 의해 운전되어 도착했다. 동혁은 문을 열고 차에 올라 그대로 훌쩍 떠났다. “이동혁, 저 짐승 같은 놈. 저놈이 우리를 속였어. 그것도 아주 굴욕적으로.” “내 저놈을 죽이지 못하는 게 그저 한스러울 뿐이야.” 지금 이 순간. 진씨 가문 사람들은 미치도록 화가 나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려 한 시간 동안 해천빌딩에 입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구경당했어.’ ‘그런데 그렇게 무릎을 꿇은 것이 모두 허사였다니.’ ‘만나야 할 세화 본인은 이 혜성그룹에 있지도 않고.’ ‘이동혁, 그 개X식이 세화의 차를 몰고 와서 아내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를 둘러보러 왔다니.’‘그리고는 우리 모두를 농락했어.’‘그래서 우리 스스로 무덤까지 팠고.’진씨 가문 사람들은 의기소침해져 고택
“헉!”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진한영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우리 진씨 가문은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진씨 가문은 빌린 적이 없지만, 3대 가문이 빌린 적이 있고, 왕조희도 빌린 적이 있습니다.” 천대호가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N도 군부 심 총지휘관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3대 가문과 왕조희, 그리고 다른 명문가들이 대동사채에서 모두 2조를 빌려갔습니다.” “이후 그 돈은 모두 이 전신에 의해 뇌물 공여 명목으로 몰수, H시 재정에 반환돼서 지원 자금으로 사용되었고 진씨 가문도 그중 4000억을 신청했지요.” “진 회장님,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진한영은 드디어 상황이 이해가 갔다. ‘천대호가 왜 우리 진씨 가문이 대동사채에 4000억을 빚졌다고 말했는지 이제 알겠군.’ “천 사장님, 그럼 왕조희와 3대 가문, 이 전신을 찾아야 할 일 아닌가요? 이 일이 우리 진씨 가문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진한영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화가 났다. ‘이건 분명 대동사채가 농간을 부리는 거야.’ “3대 가문은 무너졌고, 왕조희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이 전신은...” 천대호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로서는 감히 건드릴 엄두가 안 나서요.” “그러니까 당신들은 감히 이 전신을 어찌하지 못하니 우리 진씨 가문을 찾아왔다 이겁니까?” 진한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들은 우리 진씨 가문이 만만하다고 생각합니까?” “맞아요.” 천대호가 바로 인정할 줄은 몰랐다.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격노했다. “진 회장님, 진씨 가문에 3일의 시간을 드리테니 4000억을 마련하세요. 이자는 필요 없습니다. 모두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진씨 가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저희도 이해합니다.” 천대호는 빙그레 웃으며 계속 말했다. “제가 쓸데없이 말이 길었군요. 지금까지 아무도 감히 대동사채에 진 빚을 발뺌한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놈들은 모두 죽었기 때문이지요.”
“진창하라는 불구자가 운이 좋군.” 이심은 화가 나 이를 갈며 한편으로 증오심을 느꼈다. ‘내 아들의 다리는 이동혁에 의해 맞아 부러졌는데.’ ‘우리 이씨 가문이 겨우 부탁하여 모신 정형외과 최고 의사인 하 선생이 뜻밖에도 그 이동혁의 장인 다리를 치료하러 가시다니.’ “즉시 H시에 있는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연락하여 하 선생님을 이리로 모셔와.” 이심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 집사가 즉시 나가서 지시했다. 곧 집사가 돌아왔다. “회장님, 저희 사람들이 하 선생님과 접촉했지만 그분께서 이리로 오는 것을 거절하시며 천기 도련님의 다리를 치료하지 않겠다고 하셨답니다.” “뭐?” 이심은 진노했다. 그러면서 의아해했다. “혹시 이동혁, 그 잡종이 기회를 틈타 이씨 가문에 대한 나쁜 말들을 해서 정의감 넘치는 그 늙은이를 화나게 했단 말인가?” 이씨 가문이 진씨 가문을 상대로 벌인 다양한 일들. H시에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조금만 알아보더라도 바로 여러 가지 시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심은 화를 누르며 하원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께서 부디 저희 N도 이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좀 도와주시지요. 하 선생님께서 제 아들의 다리를 치료해주시기만 하면 N도 이씨 가문은 선생님께서 주관하시는 과학 연구 프로젝트에 많은 돈을 기부할 의사가 있습니다.” 이심은 하원종 같은 국가에서 알아주는 최고 의사는 사적인 이익을 제공해 매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어려워.’ ‘그렇다면 방식을 바꿔야지.’ ‘어쨌든 자금이 지원되면 어떻게 쓸지는 하 선생이 알아서 결정하니까.’ “아닙니다. 저도 N도 이씨 가문은 부유하니 인색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씨 가문의 돈을 가져다가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까 두렵습니다. 게다가 제 과학 연구 프로젝트에도 자금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하원종은 알려진 성품 그대로였다. 성품이 강직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이 순간 바로 직접적으로 이
“자네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한가?” 하원종이 물었다. “아닙니다. 요즘은 발병이 없어 정상적으로 잘 걷습니다.” 찰칵! 이원용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걸을 수 있다면 왜 H시로 직접 와서 나를 찾지 않는 거지?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데?” 하원종은 자꾸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담배 냄새에 불쾌함을 느꼈다. “저희 아버지는 집안에만 계시고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을 극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H시에 오게 하는 것이 너무 번거롭습니다. 그러니 역시 하 선생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것이 더 빠르지요.” 이원용은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래층에 이미 하 선생님을 위한 차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난 안 가겠네.” 하원종은 안경을 고쳐 썼다. “난 내일 G시에 수술이 하나 있어서 오늘 저녁에 서둘러 그곳으로 가야 해.” 하원종은 이원용이 어느 가문의 자제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늘 거만하고 격식만을 따지지.’ 하필 하원종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얼마나 중요한 수술이길래요? 굳이 선생님이 꼭 하셔야겠습니까? 다른 사람이 대신해도 되지 않습니까?” 이원용은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역시 N도 이씨 가문 사람들과 같은 부류이다. 하원종은 얼굴에 노기를 띠며 조용하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자네 아버지의 병세도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군. 그럼 굳이 내가 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지.” “하 선생님께서는 정말 안 가시겠다는 겁니까?” 이원용은 위협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안 간다고 했잖나. 난 안 가네.” 하원종은 목소리를 높였다. “나가주게. 난 지금 환자를 위해 검사를 해야 하니.” “선생님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군요.” 이원용은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 “들어와. 여기 하 선생님을 모셔.” 말을 마치자 이원용이 R시에서 데려온 부하 고수 몇 명이 걸어 들어왔다. 하원종은 이원용이 이렇게 억지를 부리며 세게 나올 줄은 몰랐고, 화가 나서
“그 사람들이 막 날뛰며 공공연히 사람을 납치한 건 물론이고, 막아선 병원 경호원들도 상대에게 맞아서 다쳤어.” “거기다 우리 엄마와 아빠까지도 맞았어.” 눈시울을 붉히며 세화가 말했다. “진찰? 그럼 하 선생님은 당분간 위험하지는 않겠어.” 동혁은 한숨을 돌렸다. 그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누가 내 코앞에서 하 선생님을 납치해 가다니.’ “누군지는 알아?” ‘지금 무엇보다 하 선생님의 행방을 찾아서 모셔오는 것이 급선무야.’ 동혁은 하원종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납치되면 어떤 말을 해도 치료해 주려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다 만일 그 놈들이 거칠게 굴면 위험할 수 도 있어.’ ‘백주 대낮에 병원에서 하 선생님을 데려간 놈들이니 그런 일쯤은 아무 거리낌 없을 거야.’ “이원용이라는 사람이야. 하 선생님을 데려가 진찰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 아버지고.” 하고 류혜진이 말했다. “이원용이라고요? 네, 알겠어요. 제가 사람을 시켜 연락해 순순히 하 선생님을 모셔오고 직접 집으로 와서 부모님께 사과드리라고 할게요.” 류혜진의 얼굴 위 붉은 손바닥 자국을 본 동혁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동혁아, 넌 그렇게 허풍 좀 떨지 마!” 이때 천미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동혁을 노려보았다. “넌 이원룡이 누군지나 알고 허풍을 떠는 거야?” “천미 언니, 상대가 누군지 알아냈어?” 세화가 얼른 물었다. 동혁은 천미와 따지며 싸우지 않고 그녀가 어떻게 말하는지 들었다.. “그 이원용은 R시의 은둔 고수 이정산의 아들이야.” 천미는 표정이 심각해지며 계속 말했다. “이정산은 암흑가에서 우리 아버지보다 더 연륜이 있지.” R시는 산이 많았고 도 외곽에 있는 위험지대에 있었다.예로부터 성품이 사납고 용맹해 N도 전역에서 유명했다. 이정산은 젊었을 때, 단도 두 자루만을 들고 R시 암흑가 전체를 장악했다. 지금의 이정산은 오랫동안 더 이상 바깥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업상의 일은 모두 외
류혜진은 동혁이 R시에 따라가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동혁이 또 병이 도져 말을 잘못하기라도 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됐다. “언니만 가도 돼. 언니 아버지가 장 회장이시니 상대방이 언니의 체면을 세워줄 거야.” 세화도 동혁이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동혁은 집에서 천미의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R강은 R시 내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를 가로질러 지나갔다. R강 주변 숲 속에는 숨겨진 옛 스타일의 한 정원이 있었다. 그 속에 오래되어 보이는 기와지붕의 목조 건물이 어렴풋이 보였다. 정원으로 가는 숲길은 강을 따라 조성된 관광도로와 자연스럽게 만난다. R시에 여행을 온 외지 관광객들. 그들은 이곳을 지나가다가 숲 속 건물을 관광지로 착각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하려고 했다. 그러면 숲에서 갑자기 나온 헤드셋을 착용한 정장차림의 남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 남자들은 휴대폰의 사진들을 한번 확인하고 예의 바르게 돌아갈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밖에 있는 “개인 저택,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시를 가리키며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뜻을 내비치었다. 그때마다 관광객들은 매우 놀랐다. ‘어떤 대단한 인물이 이런 곳에 아주 넓은 부지의 개인 정원을 가지고 있는 거지?’ 어떤 사람은 궁금증에 현지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아, 그 정원말인가요? 그곳은 저희 R시의 거물 이무적의 개인 정원이에요.” “이 전신과 이름이 같다고요? 이름이 같으며 어때서요. R시에서는 이 이무적이 이 전신보다 말에 더 힘이 있어요.” “그거 아시나요? R시가 혼란스러운지 아닌지 다 이무적의 말 한마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R시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도 모두 이무적에게 고개를 숙이니까요.” “암흑가 정보상인 백효성이 그보다 더 유명하지 않냐고요? 한마니만 더 말할게요. 명절이 되면 백효성이 직접 이무적 앞에 차 가져다 드립니다.”암흑가 은둔 고수 이정산. R시 사람 누구에게나 다 잘 알려져 있었다
“무슨 일을 벌인 거야?” 이원용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웃기 시작했다. “이 늙은이가 재수가 없죠. 어제는 심 총지휘관에게 납치당하고 오늘은 제가 납치했으니까요.” 짝! 말이 끝나자마자 이원용은 이정산에게 뺨을 맞았다. 새빨간 손바닥 자국이 뺨에 남았다. “아버지, 왜 때려요?” 이원용은 뺨을 가린 채 울분을 터뜨리며 이정산을 째려보았다. “내가 너를 때린 것은 일을 너무 경솔하게 처리했기 때문이야. 그 선생은 어쨌든 국내신문에도 나온 적이 있는 인물이야. 얼마나 많은 명문가들과 친분이 있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넌 직접 사람을 데리고 H시에 가서 다른 사람에게서 납치해 왔어. 다른 사람에게 너 대신 이 일을 맡길 수는 없었어?” “설마 우리 이씨 가문이 R시 밖에서도 왕으로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이정산은 직접적으로 훈계했다. “아니에요. 그 선생이 심 총지휘관에게 납치당하고도 별 소란을 피우지 않은 걸 보면 그저 명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에요. 아마 그는 몸 편히 사는 쪽을 택할 거라고요.” 이원용이 투덜거렸다. 이정산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그래도 이원용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어제 그 선생이 납치당했다는 것도 몰랐으면서 어떻게 그가 H시에 있다는 것은 알았어?” 이정산은 비록 두 개의 단도로 지금의 암흑가 지위를 쟁취했지만. 아무 생각도 없었다면 수십 년 동안 이렇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역시 그는 이번 일의 수상쩍음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N도 이씨 가문 사람들이 알려줬어요. 왜요?” 이원용이 대답했다. 짝! 이정산은 또다시 이원용의 뺨을 세게 때렸다. “멍청한 놈, 넌 이용당한 것도 모른 거야? 이러다 내가 죽으면 네놈은 2년도 안돼 우리 가문의 재산을 모두 탕진당할 거야.” 이정산은 잠깐의 생각 끝에 N도 이씨 가문의 계획을 알아챘다.그 계획에 아들인 이원용이 이용당하고 그걸 이원용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이정산은
하원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말을 듣고 이원용은 화가 나 더욱 펄쩍펄쩍 뛰었다. “이 늙은이가, 뉴스에서 당신을 가리켜 명의의 현신이라고 떠들던데? 내가 당신을 납치했다고 해서 지금 우리 아버지의 치료를 거부하는 거야?” “이런 주제에 명의라니, 흥, 명성이나 쫓는 늙은이라고.” 이정산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을 하며 이원용의 말을 제지할 뜻이 없어 보였다. “도둑도 따라야할 예의가 있어. 하물며 의사인 하 선생은 더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하원종이 말했다. “간악하고 나쁜 인간은 난 치료하지 않아.” “이 늙은이가 죽고 싶어?” 이원용이 분을 터뜨렸다. “지금 내 구역까지 온 마당에 네가 치료하지 않겠다면 그만인 줄 알아?” “당신이 밖으로 나가서 이무적이 누구인지 이 R시에서 어떤 위치인지 들으면 그런 소리가 나올까?” ‘이무적?’ 하원종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 아버지 이름은 고치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화를 불러올 거야.” 순간 이원용의 얼굴에서 살기가 떠올랐다. 이정산조차 표정이 어두워지며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 선생께서 제가 어떤 이름을 쓰든 무슨 상관입니까? 쓸데없는 참견이 너무 지나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정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무적, 이정산이 R시 암흑가에서 수십 년을 활동하며 적을 죽여서 얻은 이름이었다. 하원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쓸데없이 참견하는 게 아닙니다. 전 그저 호의로 조언한 거예요. 그리고 이 선생이 저를 H시로 돌려보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늙은이가, 않으면 뭐?” 이원용은 말을 끝까지 들을 가치도 없다고 여겼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 이씨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원종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H시에 있는 그분의 거친 성정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지.’ “여기 이 선생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납치했으니, 지금쯤 H시에서 이미 큰 소란이 일어났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