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도와달라고 했습니까?”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세화가 자신을 데리고 최원우를 찾아온 것이 상대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말을 들은 최원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세화의 안색도 약간 변했다. 동혁이 또 최원우에게 실수를 할까 봐 책상 밑에서 그의 발을 밟았다. “조용히 좀 해. 그냥 가만히 좀 있어.” 다행히 최원우는 다시 따지지 않았고 동혁은 체면이 좀 깎였다. “선생님, 주문하시겠습니까?” 그때 디저트카페 직원이 다가왔다. “녹차 부탁합니다.” 최원우가 웃으며 말했다. 곧 직원이 녹차를 들고 왔다. 세 개의 잔을 세 사람 앞에 놓고 녹차를 따랐다. “아, 잠깐만요.” 최원우는 손을 들어 직원을 제지한 후 동혁을 바라보았다. “동혁 씨, 남에게 부탁하려면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나요? 차 한 잔도 먼저 따라주지 않는 것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안 듭니까?” “당신에게는 그런 대우를 해줄 자격이 없으니까요.” 동혁은 최원우를 힐끗 보고 말하기도 귀찮다는 태도를 보였다. “내게 자격이 없다고요? 지금 당신이 내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서 내가 자격이 없어요?” 최원우의 눈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는 일어나 세화를 바라보았다. “진 회장님, 두 분이 이렇게 저를 대하시니, 오늘 저와의 만남은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원우 도련님, 잠깐만요!”세화는 동혁을 노려보고 얼른 일어나 최원우를 만류했다. 지금 그녀는 정말 동혁에게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최원우의 면전에서 그에게 화를 내기도 어려웠다. 세화가 하는 수 없이 말했다. “도련님, 제가 대신 차를 따라 드려도 될까요?” 최원우는 두 눈으로 세화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화장을 하지 않은 수수한 얼굴이 청순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최원우에게 차가운 선우설리와는 다른 매력이다. “모두들 미인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하죠. 미인이 따라 주는 차라. 진 회장님
‘자존심도 모두 버린 진 회장이 사과까지 하며 내게 도움을 구하려고 하다니.’ 최원우는 마음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동시에 동혁을 더욱 경멸했다. ‘이동혁은 능력도 없고 성격까지 나쁜 놈이야.’ ‘그런 놈은 기본적으로 이런 진 회장과 같은 좋은 여자와 어울리지가 않아.’ “뭘요, 아닙니다. 차는 됐고, 용건부터 말씀하세요.” 최원우는 손사래를 쳤다. “예. 알겠습니다.” 세화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원우 도련님께서 내일 심 총지휘관 취임식 자리를 사셨다고 들었는데, 괜찮다면 저희도 자리를 살 수 있는 통로를 도련님께서 알려주셨으면 해요.” “이제 통로 따위는 없으니 생각하실 것도 없어요.” 최원우는 바로 손을 흔들었다. “예? 왜요?” 세화는 의아해하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군부 행사라 이번에는 외부인사 참석인원이 아주 적게 제한됐어요.” “며칠 전 왕조희라는 스타가 자리를 산 뒤로는 구매 통로가 아예 닫혔습니다.” “2000억짜리 자리이니 아마 심 총지휘관도 너무 심하게 자리를 많이 만들지는 못하겠지요.” ‘왕조희가 그 자리를 샀다고?’ 세화는 더 당황스러웠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왕조희는 동혁 씨를 이 전신으로 사칭했다고 모함했었는데.’ ‘내일 그녀가 이 전신을 만난다면?’ ‘분명히 동혁 씨를 욕하며 죽음으로 내몰 거야.’ “그럼 이제 어떡하죠? 만약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면 동혁 씨는 완전 끝장이에요. 3대 가문과 왕조희가 동혁 씨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세화는 입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진 회장님, 죄송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이런 큰 화를 일으킨 건 이동혁 본인입니다. 그러니 그가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이 맞아요.” “부부는 원래 같은 숲에 있는 새라고 할 수 있어요. 큰 재난이 닥치면 각자 날아서 피해야 하죠. 하물며 회장님은 이미 이동혁을 위해 충분히 할 만큼 하셨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면 그건 모두 이동혁, 스스로가 부족한 탓이지요.”최원우가 위로하며 말했다.
세화가 이전에 각 회사로부터 받은 4000억 이상의 투자금은 최근에 다방면의 투자로 대부분 사용되었다. 그 때문에 세방그룹의 자금량이 또다시 빠듯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요? 진 회장님의 세방그룹 지분 일부를 대신 양도하는 겁니다.” 최원우가 말했다. 세화는 조금 망설였지만 동혁을 구하기 위해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세방그룹에 보유한 자신의 지분 중 20%를 최원우에게 양도하기로 했다. ‘H시에 머무르는 동안 시간을 내서 회사를 등록했는데.’ ‘거기에 이동혁을 내 하인으로 두게 됐고, 또 세방그룹의 주식까지 취득했네.’ ‘이번에 생각지도 않게 수확이 아주 많아.’ 최원우는 나중에 변호사를 세방그룹으로 보내 주식 양도서에 서명하기로 약속하고 만족스럽게 자리를 떠났다. “여보, 최원우와 무슨 얘기를 한 거야?” 세화가 디저트카페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동혁이 물었다. 그는 방금 세화에게 쫓겨난 후 최원우가 마음에 걸려 계속 창밖에서 안을 들여가 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은 알 수 없었다. “내가 왜 당신에게 일일이 말해야 하는데?” 세화는 화가 아직 모두 가시지 않아 동혁을 차갑게 쏘아보고는 바로 차에 올랐다. 동혁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차를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세화와 세방그룹에 도착하자 동혁은 그녀에게 또다시 쫓겨났다. 동혁은 세화가 아직 자신에게 화가 난 줄만 알았다. 하지만 세화는 동혁에게 지분을 최원우에게 양도한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한 것이다. 세방그룹을 떠난 동혁은 금골 별장 C동으로 갔다. 요 근래 일어난 일들로 백문수와 육수아 부부는 모두 많이 늙었다. 특히 항남이 3대 가문에 의해 당한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동혁은 그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했다. “아버지, 어머니, 내일 수 사장이 모시러 올 거예요. 그때 두 분이 함께 에메랄드정원으로 가시면 돼요.” “제가 내일 항남을 위해 모든 일들을 바로잡도록 이미 준비했어요. 항남을 건
“하명설, 소우진, 육해진, 곽상원 천전, 차신우...” 동혁이 지시했다. “방금 말한 사람들 모두에게 각각 내일 에메랄드정원으로 오도록 알려줘.” 하명설, 소우진, 허자인 세 사람은 천우민과 함께 항남을 압박하여 죽였다. 허자인는 이미 잡혔다. 그러나 다른 두 사람은 아직 자유로웠다. 육해진, 곽상원 등은 동혁, 세화, 항남의 오래전 동창이다. 몇 년 전. 그들은 주태진의 사주를 받았다. 그래서 하지혜, 서경하 등과 함께 항남이 부정행위를 했다며 거짓으로 죄를 뒤집어 씌웠다. 항남은 그 결과로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지난번에 건축자재협회가 무너질 때 그중 몇 사람은 경찰에 연행되었다. 서경하는 주태진과 관계를 맺었고 H시 삼인방의 압박으로 주원그룹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려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리고 나머지 몇 명이 그 후에 다시 풀려났다. 이번 항남 기일을 맞아 동혁은 당연히 그들을 부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선우설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돌아가 명단에 있는 사람들에게 통보하려 했다. 금골 별장 C동을 나설 때였다. 선우설리가 막 차에 오르려고 할 때 코닉세그 한 대가 달려와 멈추었다. 멈춘 차에서 최원우가 내렸다. 그는 금골 별장 C동 대문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바로 여기에서 설리가 이동혁 때문에 나에게 화를 냈었지.’ 최원우는 선우설리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었다. “설리야, 내일 N도 군부 심 총지휘관의 취임식이 에메랄드정원에서 열릴 거야.” “최씨 가문에서 2000억을 주고 참석 자리를 샀는데 내가 그 대표로 참석하게 됐어. 다른 사람도 데리고 갈 수 있는데 네가 내일 나와 같이 가는 게 어때?” ‘아마 내일 설리가 가게 되면 이동혁이 최씨 가문 하인의 신분으로 내 곁을 따라다니는 것을 볼 수 있겠지?’ ‘그렇게 되면 이동혁에 대한 태도도 좀 바뀌지 않겠어?’ “난 안가!” 선우설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했다. 최원우는 거절당하는 것을 못마땅해 여기며 따져 물었다. “안 가겠다
이 전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인근 하늘은 모두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됐고 무장헬기가 선회하며 순찰하고 있다. 에메랄드 호수와 H시를 흐르는 강이 만나는 곳, 곳곳에 잠수 장비를 착용한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수육공, 모든 곳을 철저히 방비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이 기울여졌다. H시 시청은 상부로부터 계엄령 선포의 지시를 받았다. “지금부터 시 경찰서에서는 모든 경찰력을 동원하세요. 24시간 동안 도시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전신께서 나라에 세우신 공이 많아 그분을 제거하려는 해외 세력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렇게 도시 전체에 계엄령을 내리는 건, 전신의 안전뿐 아니라 H시의 수 백만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세량 시장이 시청 업무회의에서 엄중히 말했다. 그렇게 에메랄드정원은 계엄령하에 있게 되었다. 그러나 허씨 가문과 천씨 가문, 두 가문의 사람들은 지금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3대 가문은 오래전부터 함께 협력해 온 관계였다. 그런데 지금 조씨 가문은 화제의 가문이 되고 있었고, 다른 두 가문은 그 들러리는커녕 내일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조차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두 가문 모두 자리를 샀지만 규정에 따라 2~3명까지만 데리고 갈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조씨 가문은 에메랄드정원의 주인이기 때문에 온 가족이 내일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래서 허씨 가문과 천씨 가문은 직접 사람과 선물을 하늘 거울 저택으로 보내 장영도를 만났다. 그들은 장영도에게 허씨 가문과 천씨 가문의 사람들이 내일 모두 에메랄드정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군부 측에 부탁해 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본래 장영도는 동혁 때문에 자신이 이미 3대 가문에게 미운털이 박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3대 가문이 보낸 사람들이 다시 한번 자기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보고 매우 의기양양해졌다. “좋습니다. 제가 한번 알아보죠.” 장영도는 휴대폰을 꺼내 H시 군부 취임식 총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심석훈이 H시에서 취임식이 있다. 백선풍은 남아서 대신 업무들을 책임을 져야 했기에 자신을 대신해서 누군가는 참석하게 해야 했다. 그래야 적어도 이 전신 앞에 조금의 성의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영도가 백선풍 대신 취임식에 참석하는 말을 듣고 류혜연과 세화 가족은 모두 기뻐했다. 세화가 말했다. “이모부, 내일 이 전신을 만나시면 동혁 씨를 위해 말 좀 잘해 주시면 안 될까요?” “말을 잘해달라고? 그래야지.” 장영도은 득의양양 해하며 이 기회를 잡고 요구했다. “너희 둘이 이혼을 한다고 하면 내가 전신께 이동혁을 위해 잘 말해서 용서를 구할게.” 세화는 순간 할 말을 잊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더니, 기밀 준수를 위해 200번이나 수칙을 베껴 썼는데도 여전히 기억에 없는 모양이네요.”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저 바보가, 지금 누구를 욕해?” 화난 장영도가 눈을 부릅떴다. 그는 즉시 일어나 소매를 걷어 올렸는데 동혁과 한바탕 싸울 기세였다. 현소가 필사적으로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군복을 입은 몇 사람이 갑자기 집으로 들어왔다. “장영도 중위, 저희는 H시 군부 사법부에서 나왔습니다. 공직을 이용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희와 함께 조사를 받으러 가셔야겠습니다.” “누가 뇌물을 받아? 누가 뇌물을 받았다는 거야? 대체 누가 그런 신고를 했지? 이건 나에 대한 모함이야.” 장영도는 당황했다. “그럼 이것들은 뭐죠?” 사법부의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테이블 위에 놓인 크고 작게 포장된 선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장영도는 놀라 바로 눈이 휘둥그레졌다.테이블 위의 선물들은 모두 방금 전에 허씨와 천씨 가문 사람들이 가져온 것이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도 이 선물들을 가지고 가족들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장영도는 당황하고 말문이 막혀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가시죠!” 두 사람이 와서 장
“그리고 원우 도련님에게 좀 공손히 대해. 말투는 듣기 좀 거북하지만 지금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것은 그분뿐이야.” 세화는 진지하게 동혁에게 말했다. “이 전신을 만나도 반드시 예의 있게 행동하고. 그분의 배경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영웅이시니까.” “응, 알았어.” 세화는 노파심을 보이며 동혁이 말도 잘못하고 처신도 잘못할 것을 매우 걱정했다. 그 모습을 본 동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가족 모두 가고 싶어 하지 않으니 나도 별수 없지,’ 오전 9시. 세화는 동혁을 데리고 하늘 거울 저택 정문 앞에서 차를 기다렸다. 잠시 후 벤츠 마이바흐가 한대가 도착했다.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자 최원우가 내렸다. “원우 도련님, 괜한 불편을 끼치게 됐어요.” 세화가 말했다. 최원우는 손을 내저으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차에 타요!” “동혁 씨, 가서 절대 경거망동하면 안 돼.” 세화는 걱정스럽게 당부 한마디를 하고는 직접 차를 몰고 회사로 갔다. “남자가 돼가지고, 아내에게 걱정만 시키다니. 참 대단합니다.” 최원우는 동혁 옆에 앉으며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내게 저런 좋은 아내가 있어서 질투하는 건가요?” 동혁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순간 최원우의 얼굴에 약간의 난색이 떠올랐다. 동혁의 말이 그의 머릿속의 한 생각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어제 돌아간 후 최원우는 디저트카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할수록 세화에 대한 호감이 더욱 커졌다. 명문가 출신인 그는 사람들이 이익을 위해 아무 감정도 없는 정략결혼을 하는 것을 보아왔고 부부간에 서로 속고 속이는 일들에 익숙했다. 그래서 점점 더 세화 같은 여자가 더 귀해 보였다. ‘이런 아내를 얻을 수 만 있다면 뭘 더 바라겠어?’ “이동혁, 주인님에게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 않아?” 최원우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제 네 위치를 정확히 알라고. 네 현재 신분은 나의 하인이야.” “하인?”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육해진, 곽상원, 천전, 차신우, 하명설, 소우진. 동혁 앞으로 다가온 일행은 바로 어제 특별히 선우설리에게 에메랄드정원에 오도록 초대된 여섯 명이었다. “너희 여섯 명이 어떻게 이렇게 함께 있지?” 동혁은 소우진의 질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흥미롭다는 듯 되물었다. ‘이 두 무리의 사람들은 원래 서로 모르는 사이잖아.’ 동혁이 말을 꺼내자 육해진 등 여섯 사람 모두 오만한 표정을 드러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외부인사들은 명문가 최원우 도련님이나 인기 여배우 왕조희, 심지어 3대 가문까지 모두 2000억을 들여 자리를 샀지.” 육해진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여기 우리 여섯 명만은 H시 군부에서 먼저 초청해서 왔어.” “모두 이 전신의 지시로 말이야.” “전신부에서 각지에서 인재를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바로 우리 여섯 명이 H시에서 대표적으로 우수한 인재라서 이 전신의 눈에 든거지.” “오늘이야 말로 우리가 행운을 만나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수 있는 성공의 시작이라고.” “우수한 인재는 자연히 우수한 인재를 알아보고 서로 함께 모이는 법. 넌 잘 이해가 안 되지?” 다른 사람들이 연이어 말했다. 그들은 취임식에 초대된 것에 대해 지금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자신들이 전신의 눈에 들어 한걸음에 더 성공을 향해 나아간 줄 알았다. 동혁은 이 흥분한 육해진 등 여섯 명을 보며 웃었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군.’ “아, 그래, 이동혁. 괜히 말 돌리지 말고 너 같은 쓸모없는 놈은 이곳에 절대 초대를 받을 수 없는데?” 소우진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그러니 어떻게 된 건지 솔직히 말해봐?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하지도 말고!” “너 같은 쓸모없는 놈이 우리 같은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할 자격이나 있어? 네 놈을 여기서 반드시 쫓아내 주마.” 나머지 다섯 명도 함께 동혁을 추궁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왔는데?” 동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이 아무것도 모르는 여섯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