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진, 곽상원, 천전, 차신우, 하명설, 소우진. 동혁 앞으로 다가온 일행은 바로 어제 특별히 선우설리에게 에메랄드정원에 오도록 초대된 여섯 명이었다. “너희 여섯 명이 어떻게 이렇게 함께 있지?” 동혁은 소우진의 질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흥미롭다는 듯 되물었다. ‘이 두 무리의 사람들은 원래 서로 모르는 사이잖아.’ 동혁이 말을 꺼내자 육해진 등 여섯 사람 모두 오만한 표정을 드러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외부인사들은 명문가 최원우 도련님이나 인기 여배우 왕조희, 심지어 3대 가문까지 모두 2000억을 들여 자리를 샀지.” 육해진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여기 우리 여섯 명만은 H시 군부에서 먼저 초청해서 왔어.” “모두 이 전신의 지시로 말이야.” “전신부에서 각지에서 인재를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바로 우리 여섯 명이 H시에서 대표적으로 우수한 인재라서 이 전신의 눈에 든거지.” “오늘이야 말로 우리가 행운을 만나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수 있는 성공의 시작이라고.” “우수한 인재는 자연히 우수한 인재를 알아보고 서로 함께 모이는 법. 넌 잘 이해가 안 되지?” 다른 사람들이 연이어 말했다. 그들은 취임식에 초대된 것에 대해 지금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자신들이 전신의 눈에 들어 한걸음에 더 성공을 향해 나아간 줄 알았다. 동혁은 이 흥분한 육해진 등 여섯 명을 보며 웃었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군.’ “아, 그래, 이동혁. 괜히 말 돌리지 말고 너 같은 쓸모없는 놈은 이곳에 절대 초대를 받을 수 없는데?” 소우진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그러니 어떻게 된 건지 솔직히 말해봐?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하지도 말고!” “너 같은 쓸모없는 놈이 우리 같은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할 자격이나 있어? 네 놈을 여기서 반드시 쫓아내 주마.” 나머지 다섯 명도 함께 동혁을 추궁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왔는데?” 동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이 아무것도 모르는 여섯
천우민의 말은 동혁에 대한 원망과 독기로 가득했다. 그의 말을 들은 3대 가문의 사람들 중, 뒷골이 오싹하고 온몸에 한기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천우민이 이동혁에게 다리가 밟혀 못쓰게 돼 폐인이 된 후로.’ ‘이제 아무것도 안 보이는 모양이야.’ ‘지금 그를 저렇게 지탱하게 하는 건 오로지 복수뿐.’ ‘저 이동혁에게 미친 듯이 복수하는 것뿐이야.’ 동혁도 천우민의 현재 상태를 알아차렸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천우민, 난 너처럼 사이코패스는 아니야.”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너를 계속 이렇게 살게 하는 거야. 그리고 네가 방금 한 말을 영원히 실현될 수 없게 하는 거지.” ‘한 사람을 계속 살게 하지만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영원히 살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잔인한 형벌이지.’ “꿈 깨라!” 천우민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는 지금 동혁에게 달려들어 살점이라도 이빨로 물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위의 몇 명의 가족들이 서둘러 천우민을 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우민은 분노로 계속 발버둥 쳤다. 모두 천우민이 동혁에 대한 복수만을 위해 살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본 천정윤은 안타까워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H시 군부의 책임자에게 알리고 이 쓸모없는 놈을 당장 내쫓아.” “천정윤, 누가 감히 당신에게 B시 최씨 가문의 사람을 내쫓을 권한을 줬습니까?” 바로 그때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은 최원우가 다가왔다. “원우 도련님!”천정윤은 깜짝 놀라며 의아해 물었다. “죄송합니만 도련님. 어떻게 이동혁이 B씨 최씨 가문의 사람이란 말입니까?”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의아해하며 동혁을 보았다. ‘이 바보 놈이, 또 무슨 재주로 B시 최씨 가문과 관계를 맺은 거지?’ “오늘 이동혁은 B시 최씨 가문의 하인 자격으로 여기 들어왔으니까요.” 최원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인이요?” 모두가 이번에는 동혁을 경멸하듯 쳐다보았다. “어떻게 에메랄드정원에
“괜히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이렇게 자리라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죠. 이 전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조씨 가문은 이곳 주인이지만 여기까지 쫓겨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잖아요.” 사람들은 이곳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다들 만족해했다. 군대 내부에서 거행하는 의식은 규정상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게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햇빛을 가릴 천장도 없었고. 앉은자리도 작은 의자에 불과했다. 과일과 간식 같은 서비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늘 특별 대우를 받았고 출입 시에는 전용차량이 드나들며 마중을 나갔었는데 이렇게 초라한 대우는 지금까지 처음이었다. 왕조희 같은 스타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녀는 이미 햇볕에 타서 온몸에 땀이 나고 피부가 빨갛게 변했다. 하지만 초등학생처럼 조용히 작은 의자에 앉아서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총을 든 경호원들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우 도련님, 그 하인이라는 사람은 함께 오지 않으셨나요?” 최원우가 혼자 걸어오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물었다. “도독부 사람들에게 끌려갔어요.” 최원우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세화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세화의 주식을 받기로 한 이상 약속한 대로 최대한 동혁이 이 전신을 만나게 해서 인정과 의리를 다하려고 했다. 단지 이 전신이 용서할지 말지는 그가 도울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방금 동혁을 데리고 이곳으로 들어오려던 때였다. 갑자기 도독부의 경호원이 와서 동혁을 데려갔다. “하하하, 틀림없이 그 바보가 이 전신을 사칭한 일 때문일 겁니다. 도독부가 그놈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 거예요.” “어쩌면 이 전신께서 직접 고치주실지도 모르지요.” “그 쓸모없는 놈이 매번 죽다 살아났는데, 이번에는 정말 죽게 생겼네요.” 몇몇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관람석이 있는 구역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몇
“저분이 바로 이 전신? 얼굴은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좀 평범한 느낌인데요?” “죽고 싶어?” 3대 가문의 사람 중 하나가 방금 한 마디 중얼거리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호통을 쳤다. “그저 평범한 아저씨처럼 보이는 재벌들이 얼마나 많은데? 외모가 그래도 무수한 거물들이 앞다투어 연을 맺고 줄을 데려고 난리잖아?” “맞아요, 겉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행동이죠.” “바로 이 전신이라고. 어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분에 대해 논할 수 있겠어?” 많은 사람들이 한바탕 한 마디씩 하더니 연이어 일어나 단상을 향했다. 비록 이 전신의 생김새가 잘 보이지 않는 거리였지만 그들은 이 전신에게 가장 숭고한 모습으로 경의를 표했다. “경례!” 단상의 설전룡은 장내를 가득 메우는 소리와 함께 팔을 들어 올렸다. 단상의 위아래. 모든 병사들이 거수경례를 했고 눈빛에는 감격과 존경이 가득했다. 동혁은 가볍게 답례한 뒤 말했다. “시작해.” 아주 가벼운 목소리, 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소리는 온 장내에 퍼졌다. “전신님의 목소리가 어찌 그리 귀에 익은 거지? 음색이 꼭 진씨 가문의 그 쓸모없는 사위 놈과 매우 비슷한데?” 관람석 구역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 의아해했다. “지금 장난해? 그 쓸모없는 놈은 이 전신의 옷조차 들 수 없다고.” “또 죽고 싶어서 헛소리야? 이 전신을 그 쓸모없는 놈과 비교하는 건 전신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야.”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호통을 쳤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같은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믿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저 당당한 이 전신이 고작 이류 가문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라고?’ ‘지금 무슨 미친 농담을 하는 거야?’ “그 바보가 어디서 전신에 대한 말을 듣고서 이 전신을 사칭하며 저렇게 흉내를 낼 수도 있잖아요.” 누군가가 설명했다. ‘하긴 그럴 수도 있어.’ ‘어쨌든 그 바보는 이 전신을 사칭해 온 상습범이니까.’ 여러 사람
최원우의 눈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우리 B시 최씨 가문의 희망은 심석훈과 관계를 맺고 군부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거야.’ ‘하지만 오늘 이 전신의 눈에 들어 그분과 관계를 맺는다면?’ ‘우리 가문에게 그건 정말 예상치 못한 큰 희소식이 될 거야.’ 왕조희는 얼른 티슈로 얼굴에 묻은 땀을 닦고 화장을 고쳤다. 오늘 이 전신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향후 그녀가 스타로서 계속 살 수 있을지 아니면 완전히 끝날 것인지가 결정 난다. 심지어 그녀는 지금 약간의 기대까지 품고 있었다. ‘이 전신이 나이가 젊고 혈기가 왕성하니 만약 나를 좋아하게 된다면?’ ‘첩이든 내연녀이든 상관없어.’ ‘설사 전신과 단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되더라도.’ ‘그렇게만 된다면 내 몸값은 폭등할 거고 연예계에서 난 스타로 남는 거야.’ 하명설, 소우진. 육해진, 곽상원, 천전, 차신우. 이 여섯 사람도 머리를 높이 쳐들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들 여섯이 전신을 접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H시 군부에서 직접 초대해서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들의 생각처럼 일이 벌어졌다. “하명설, 소우진, 육해진, 곽상원, 천전, 차신우, 이 여섯 명은 어디 있지?” 단상에서 전신인 동혁의 목소리가 다시 장내에 울려 퍼졌다. 하명설 등 여섯 사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금덩이처럼 행운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잠시 멍해졌던 그들은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 우리야? 정말 전신께서 우리를 처음으로 접견하시겠다고?” 그들은 흥분해서 일어섰다. 3대 가문, 최원우, 왕조희 등 모두 자발적으로 그들에게 길을 열며 양보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에는 부러움과 질투의 빛이 역력했다. 하명설 등 여섯 사람은 거들먹거리며 앞으로 나갔다. 그들은 관람석을 벗어나 병사들이 도열하고 있는 곳을 지나 단상 아래에 도착했다. “이 전신께 인사드립니다.”하명설 등 여섯 명은 일제히 소리치며 고개를
“B시 최씨 가문, 최원우는 어디에 있지?” 단상 위에서 전신인 동혁이 다시 소리쳤다. 최원우는 이러저러한 세상 경험을 한 터라 그래도 비교적 침착하게 행동했다. 멀리 떨어져 고개를 들고 이 전신이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단상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 역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명문가 도련님도 별 수 없군. 겉으로는 강한 척 태연하게 굴더니 속은 그저 부잣집 아이나 다름없어!” 3대 가문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비웃었다. “조씨, 허씨, 천씨, 3대 가문도 나와!” 3대 가문의 삼사백명의 사람들이 가주들을 앞세우고 당당하게 단상으로 향했다. 단상 앞에 이르기 전. 3대 가문의 사람들은 한 무리가 되어 땅에 무릎을 꿇었다. 사람들이 많아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조구영, 허윤재, 천정윤 세 사람은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것도 신경 쓸 수 없었다. 그들이 아직 흥분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단상 아래에 도착한 그들은 고개를 들고 이 전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즉시 세 사람의 안색이 변했다. “이동혁? 왜 네가?” 3대 가문의 세 가주들은 귀신을 본 것처럼 놀라며 소리쳤다. “헉!” “이럴 수가!” “컥!” 세 사람은 너무 놀라 동시에 사래에 걸리며 무릎을 꿇었다. 흥분으로 얼굴에 홍조를 가득 띠고 있던 그들의 숨결이 점점 시들해졌다. 세 사람은 충격을 받아 눈 깜짝할 사이에 열 살이나 늙어버린 것 같았다. 이 세 가주가 잠시 아무 말도 못 하자 동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제일 먼저 온 하명설 등 여섯 사람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제 시간이 꽤 지나서 너희 여섯 명도 마음을 가라앉혔을 테고 말은 할 수 있겠지?” “전신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어요.”하명설 등 여섯 명이 엎드려 미친 듯이 후회하며 소리쳤다. 그들은 무서워 감히 고개를 들어 동혁을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무엇을 잘못했다는 거지?” 동혁이 담담하게 물었다. “백 회장님을 배신하고
3대 가문의 사람들 모두는 엎드려 감히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내 형제 백항남과 호형호제하고는 암암리에 교통사고를 내 살인을 하려 했고, 왕조희를 성폭행했다는 모함을 씌우고,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게 하고는 뼈를 깔아 아무렇게나 뿌렸다.” “신의를 저버린 것이 첫 번째 죄!” 동혁은 단상 위에서 3대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며 죄상을 낱낱이 밝혔다. “내 형제의 부모와 딸을 모욕하고, 아내인 수소야를 재혼시켜 가족에게 화를 입힌 것이 두 번째 죄!” “음모로 항난그룹을 모함하여 파산시켜 영업기밀을 빼돌리고, 무고한 직원들을 모해하고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해한 것이 세 번째 죄!” “불법적인 암흑가 세력을 길러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H시의 사업 환경을 파괴하고, 탐욕스럽게 약탈한 것이 네 번째 죄!” “중요한 업종을 독점하여 시민을 악랄하게 착취하고 돈을 위해 인의를 저버리는 것이 다섯 번째 죄!” “내게 사람을 죽였다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나를 빌어 가문의 명예를 높이려 여러 번 도발해 감히 나에게 불경 보인 것이 여섯 번째 죄!” 동혁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울려 마치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다. 죄상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3대 가문의 사람들 모두의 몸이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 이미 땅에 완전히 엎드렸다. 동혁의 말은 계속되었다. “마지막으로 내 아내인 세화를 여러 번 모함하고, 회사를 갈취하려고, 헛소문을 퍼뜨리고, 명성을 더럽혔다.” 동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분노하며 소리쳤다. “내 아내를 괴롭힌 것이 일곱 번째 죄다!” “헉!” “흑!” “...” 한순간에 3대 가문의 가주들을 포함해서. 3대 가문의 수많은 사람들은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암울한 분위기가 서서히 고조되었다. 그리고는 짙은 절망이 취임식장을 가득 채웠다. 일곱 번의 잘못. 일곱 가지 대죄. 매 하나하나 증거는 넘쳤다. 하지만. 3대 가문이 장악한 H시에서 그들은 H시 수백만의 시민들 머리 위에 군림하
금세 에메랄드정원 외곽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에메랄드정원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정원으로 통하는 도로에는 심각한 정체까지 생겼다. H시의 교통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시청의 교통관리부는 교통을 원활히 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인력을 긴급하게 파견했다. H시의 시작 이후 지금까지 이런 대규모의 장례식은 없었다.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값비싼 레드 카펫이 수거되었다. 거금을 들여 만든 단상도 철거되었다. 진열되었던 수만 송이의 생화는 옮겨졌다. 3대 가문은 이 전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취임식을 잘 준비했다. 이를 위해 엄청난 거금까지 투입했다. 그러나 지금 동혁의 명령이 떨어진 후,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자비하게 철거되었다. 에메랄드정원의 모든 건물에는 흰색 깃발이 걸렸다. 에메랄드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국화꽃이 놓였다. 침통하게 애도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전 취임식이 거행된 그 광장에서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무려 오육백 명의 거대한 장례 행렬이 에메랄드정원 내부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매 사람은 상복을 입고 있었다. “저기 봐, 맨 앞에 3대 가문의 가주들이야!” “대세 여배우 왕조희도 있는데? 저렇게 상복을 입고 애도를 하고 있으니 평소 TV에 나오는 것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럴 수가 모태현 전 가란은행 사장, 모태국 전 광도그룹 사장, 하지혜 정도교육그룹 CEO... 저들은 모두 재계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사람들이잖아. 근데 모두 백항남 회장을 위해 상복을 입고 애도하는 거야?” “거기에 암흑가의 깡패 노무식도 있어. 저 개X식은 H시의 장례업을 독점해 죽은 사람을 이용해 돈을 벌고 수많은 효자와 효녀들을 궁지에 몰아넣더니 오늘은 스스로 상복을 입고 죽은 사람을 애도하네.”수많은 H시 시민들이 서로 대화하며 흥분하고 있었다.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은 평소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거물들이다. 그런데 지금 상복을 입고 등장해 시민들에게 구경거리가 되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