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 고통이 극에 달한 천우민은 처량하기 짝이 없는 비명을 질렀다. 잠시 후에도 천우민은 거의 기절할 정도로 아픔을 느꼈다. “이 부러진 이 두 다리는 조국현을 대신해서 갚는 것뿐이야. 내 형제 항남의 원수에 대해서는 내일 다시 생각해 보자고.” 동혁은 말을 마치고 이미 겁에 질려있는 경호원 몇 명을 힐끗 쳐다보았다. “3대 가문에게 데려가고 그들에게 내가 준 시간이 이제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해.” 경호원 몇 명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천우민을 데리고 떠났다. 조동래도 와서 경례를 하고 허자인과 장윤정을 데리고 나갔다. 카페 안은 순식간에 텅 비었고 동혁과 조국현 두 사람만 남게 됐다. 조국현이 동혁을 향해 몸을 돌리며 진심을 담아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백 회장님께서 마침내 억울함을 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정말로 3대 가문을 벌하고 돌아가신 백 회장님을 위해 정의를 다시 되찾으실 거야.’ ‘거기다 감사하게도 그 천박한 년놈을 혼내주시기까지 해 주셨어.’ 수소야는 돌아와서 조국현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천우민이 두 다리가 불구가 되어 벌을 받았다는 사실에 그녀는 이미 충분히 만족했다. 그전에는 이런 일을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내일 양부모님을 모시고 에메랄드정원에 가서 3대 가문이 항남의 관을 나르고 상복을 입고 애도하는 모습을 지켜보세요.” 그러자 동혁이 말했다. 관과 상복 등의 항남의 기일에 사용할 물건들이 많았다. 동혁은 이미 노무식에게 물건들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내일 항남의 기일은 H시 역사상 가장 성대한 규모의 경조사로 치러질 거야.’ “알겠어요.” 수소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혁에 대해 그녀는 이미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동혁은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고 항난그룹을 나서기 전 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취임식을 앞당겨 내일로 바꿔야겠어.” “장소
“또한 경호원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조국현이 장비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 되었다는 거야.” “백항서가 가지고 있는 군부의 배경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거 같아.” “그러게 H시 군부의 직속 장비 연구소인데 제 집처럼 쉽게 드나들다니!” 3대 가문의 가주들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의 놀라움이 커질수록 후회도 더 깊어졌다. ‘백항서가 군부에 대단한 배경이 있을 거라는 건 일찍이 우리 모두 예상했던 일이었어.’ ‘그렇다면 H시물류그룹이 기기를 망가뜨리게 시도하도록 놔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 나호연이 잡힌 이상 우리 3대 가문의 H시 물류업은 반드시 대대적인 개편을 피할 수 없겠군.’ ‘막대한 손실뿐만 아니라 더불어 H시에 대한 우리의 장악력도 심각하게 약화될 거야.’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 조구영이 말했다. 나머지 두 사람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항서가 항난그룹을 재건한 것은 바로 우리 3대 가문을 노린 거야.’ ‘이틀 전 백항서는 노무식에게 조씨 가문에 에메랄드정원을 비워 백항남의 의관총으로 쓸 거라고 전했지.’ ‘거기에 우리 3대 가문 사람 전원이 상복을 입고 참석해야 한다고도 했어.’ ‘우리 3대 가문과 백항서는 처음부터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사이야.’ “그리고 경호원이 말하길 백항서가 진씨 가문의 그 쓸모없는 사위라고 하던데 진짜일까?” 허윤재가 갑자기 물었다. 지금까지 3대 가문 가주 중 동혁을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바로 허윤재였다. ‘내 아들 명신이 식물인간이 된 것은 바로 세화 때문이야.’ ‘이동혁이 정말 백항서라면.’ ‘그럼 명신이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건 이동혁 그놈이 틀림없어.’ ‘어쩐지 군사훈련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심쩍긴 했어.’ 조구영은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 사실이건 거짓이건 무슨 상관이야? 이제 진씨 가문의 그 바보 같은 사위를 우리도 더 이상 예전처럼 그냥 무시할 수는 없어.” “내일이 백항남의 기일이야. 백항서가 그 쓸모없는 이동
‘취임식을 내일 한다고?’ ‘에메랄드정원에서?’ 조구영만 놀란 게 아니다. 함께 있던 천정윤과 허윤재도 놀랐다. 그들은 방금까지 심석훈의 취임식이 백항남의 기일보다 이틀 늦는 것에 대해 불평했었다. 결국 심석훈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이것이 바로 기회라는 거구나.’ ‘좋았어!’ ‘기회가 온 거야!’ 지금 이 순간 3대 가문의 가주들은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장 중위님, 심 총지휘관님께 전해주십시오.” 조구영은 기쁨에 넘쳐 말했다. “저희 조씨 가문에서 내일의 취임식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심 총지휘관께서 에메랄드 정원이 마치 집처럼 편하게 느끼시도록 하겠습니다.” ‘백항서, 그 애송이 놈이 우리 조씨 가문 사람들을 쫓고 에메랄드정원을 백항남의 의관총으로 삼겠다는 헛소리를 했었지?’ ‘그런데 심 총지휘관께서 취임식을 이 에메랄드정원에서 하신다고 했어.’ ‘그럼 백항서 그놈도 이제 별 수 없게 되는 거지.’ “조 회장님 말씀조심하셔야 합니다. 내일은 심 총지휘관만 편하게 모시면 안 되거든요.” “내일의 주인공은 심 총지휘관가 아니라 이 전신이시니까요.” “심 총지휘관은 이 전신이 훈련시킨 병사 출신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취임식에 참석해 달라고 심 총지휘관께서 부탁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 전신께서도 에메랄드정원에 오실 예정입니다.” “조 회장님, 이건 회장님의 조씨 가문에게 큰 영예가 될 겁니다.” 이 말을 듣은 조구영은 더욱 미칠 듯이 기뻤다. ‘우리 조씨 가문은 이 에메랄드정원에서 백 년 동안 몇 대를 거치며 살아왔어.’ ‘하지만 어떤 군부의 장군도 이곳을 왕래한 적이 없었지.’ ‘그런데 이제 장군뿐만 아니라 전신께서 오신다니.’ ‘이건 우리 조씨 가문의 더없는 영광이야!’ 천정윤과 허윤재도 흥분해서 몸이 달아올랐다. ‘어떻게 이 전신께서 오신다는 데 소홀히 할 수 있겠어?’ 천정윤이 즉시 말했다. “조씨 가문뿐만
‘이동혁의 그 재수 없는 말 때문에.’ ‘내가 어제 기밀 수칙을 200번이나 베꼈어.’ ‘아직도 이 손이 뻐근해. 근데 내가 왜 그놈을 도와?’ 장영도는 3대 가문에게 동혁이 보복을 당하길 바라며 도와주지 않으려고 했다. “맞아요, 네, 그래요, 우리가 3대 가문과 화해할 무슨 자격이 있겠어요. 그냥 용서라도 구하고 싶을 뿐이에요.” 류혜진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3대 가문은 우리 가족만 초대한 건데, 이런 고급스러운 식사 자리에 제가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요.” 장영도가 정색을 했다. 류혜연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류혜진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여보, 우리 언니 체면을 봐서라도 좀 도와줘요. 일단 먼저 전화로 물어보는 게 어때요? 혹시 알아요? 하락할 수 도 있잖아요.” “맞아요, 아빠. 형부 좀 도와줘요.” 현소도 다가와 장영도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다. “알았어. 내가 전화해 물어볼게.” 장영도는 류혜진과 현소가 부탁하자 고집을 부를 수없어 조구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친척들 몇 명을 더 데리고 식사에 참석해도 되는지 물었다. [장 중위님 친척이신데, 별말씀을요. 당연히 환영합니다. 앞으로 자주 볼 사이 아닙니까?] 조구영도 별생각 없이 큰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장영도는 체면이 섰고 개운한 기분으로 전화를 끊었다. “조 회장님이 승낙했으니, 처형 가족들도 저희와 함께 식사하러 가시죠.” “제부,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류혜진은 고마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때마침 세화가 회사에서 돌아왔고 말을 듣고는 장영도에게 역시 감사를 표했다. 동혁은 항난그룹에서 돌아온 후 줄곧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류혜진이 와서 몸을 흔들었다. “어머니, 무슨 일이에요?” 동혁은 졸린 눈으로 물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자고 있어? 잠못자서 죽은 귀신이라도 들렸어?” 류혜진은 늘 동혁에게 불만이었다. “됐고 일어나. 에메랄드정원에 가서 조 회장님 댁하고
“장 중위님, 환영합니다.” 장영도 가족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3대 가문의 가주들이 가족들과 함께 직접 문으로 마중 나왔다. 그들은 최대한 극진한 예우를 베풀었다. 장영도는 당연히 이런 대우를 받아 놀라며 재빨리 말했다. “세 분 회장님, 여기는 모두 저희 가족들입니다. 제가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함께 온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했다. 3대 가문의 가주들은 모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장영도는 내키지 않았지만 동혁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여기는 이동혁, 제 조카사위...” “이동혁?’ 장영도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3대 가문의 가주들의 얼굴표정은 이미 발끈하며 화가 가득해졌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조구영은 이를 갈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는 동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는 듯이 매서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나머지 두 가주의 반응 역시 조구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장영도 가족과 세화 가족은 모두 안색이 급변했다. 3대 가문이 동혁을 이렇게까지 증오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동혁을 매섭게 쏘아보는 장영도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처형이 부탁하더라도 이 바보를 데려와서 이렇게 분위기를 난감하게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모두의 시선이 장영도를 향하자 류혜연이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 장영도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 “세 회장님, 전 이동혁이 3대 가문의 미움을 사고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부탁으로 저도 어쩔 수 없이 동혁이를 데리고 와서 이렇게 세분의 회장님께 사과드리고 용서를 빌려고 합니다.” “용서를 빈다고요?” 3대 가문의 가주들은 뜻밖이라고 생각하며 서로 눈을 맞추었다.그들은 서로의 눈에서 기쁨을 보았다. ‘이동혁이 항남의 기일 전날인 오늘 특별히 에메랄드정원에 찾아왔길래 우리에게 한방 먹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 우리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러 왔다니.’ “심 총지휘
“이동혁, 네놈은 우리 조씨 가문에서 평생 하인으로 일해도 이 죄를 속죄할 수 없어.” 조명희가 가사도우미가 된 일로 조씨 가문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허윤재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내 아들 허명신, 허씨 가문의 외아들을 네놈이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으니 그것도 내게 용서를 구해야 할 거야.” “그리고 내 아들 천우민은 어떻고? 네게 다리를 밟혀서 지금 병상에 누워 다리 절단을 기다리고 있어. 진통 주사를 계속 맞아야 고통이 완화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내 너를 능지처참이라도 해야 지금 내 마음속의 분노가 가라앉을까 말 까야!” 천정윤 역시도 분노로 가득해 소리치며 치며 발을 굴렀다. ‘이렇게 큰 잘못을 하고서.’ ‘이동혁, 네놈이 무릎을 꿇는 것으로 우리 용서를 구하려 한다고?’ ‘꿈 깨라!’ ‘네놈을 백 번, 천 번 죽인다고 해도 우리 아들딸이 겪은 고통에 비할 수 없을 테니.’ 세화 가족과 장영도의 가족은 가만히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이미 너무 놀라 완전히 몸이 굳어 벼렸다. 머릿속은 이미 텅 비어 아무런 생각도 전혀 할 수 없었다. ‘동혁이 에메랄드정원을 의관총으로 바꾸려고 한 것도 모두 상식을 벗어난 일인데.’ ‘뜻밖에도 방금 세 회장이 언급한 이 사건들은.’ ‘더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동혁 씨가 다 벌였다고?’ 세화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동혁을 보는 눈빛은 마치 이제 곧 죽을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일을 저질렀으니.’ ‘이동혁은 이제 그냥 살 수 없을 거야.’ ‘네 탓이야. 모두 네가 벌인일이니 죽어도 남 원망 마라.’ “이동혁, 네놈이 지금 우리에게 용서를 빌어도 이미 늦었어. 네놈이 우리 3대 가문에 얼마나 많은 일을 저질렀는지는 너도 스스로 잘 알고 있잖아.” “우선 지금부터 에메랄드정원에서 하루 종일 무릎을 꿇고 있어, 그 후에 너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지.”조구영의 말에 다른 두 가주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동혁에 대한 증오
세화와 장영도, 두 가족은 에메랄드정원에서 쫓겨나는 낭패를 겪었다. “이 바보 같은 놈. 너 진짜 미쳤어? 이 미친놈!” “너 때문에 나까지 3대 가문의 미움을 샀잖아. 정말 네놈을 이 자리에서 죽이고 싶구나.” 장영도는 분노하여 펄쩍 뛰며 달려들어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짝! 숨을 돌린 류혜진이 동혁의 뺨을 때렸다. “넌 꼭 우리 가족이 너와 함께 죽는 꼴을 봐야 좋겠어?” 하지만 뜻밖에도 류혜진은 이 한마디만을 하고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여느 때 같으면 그녀는 동혁에게 끊임없이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이미 욕 할 필요를 못 느꼈다. ‘동혁이, 이놈이 이미 이 지경까지 미쳤으니.’ ‘내가 지금 아무리 욕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 “동혁 씨, 난 허명신이 나에게 나쁜 짓을 꾸며 식물인간이 된 것 외에 당신이 내게 이렇게 많은 것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어.” 세화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미안해. 조명희와 천우민의 일은 모두 항남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래서 내가 당신한테까지 말하지 않은 거뿐이야.” 세화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동혁은 재빨리 사과했다. “나랑 상관없다고?” 세화는 화를 내며 말했다. “난 법이 인정한 당신 아내인데? 한솥밥을 먹고 자는 사이인데, 나랑 상관없다고?” “당신이 사고를 치면 남들이 당신에게만 보복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도 보복할 텐데? 그래도 나랑 상관없다고?” “이혼을 해도 재산은 반반씩 나눠 가지는데? 지금 나랑 상관없다고 말한 거야?” 동혁은 세화가 이렇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연이어 다져 묻자 동혁은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그는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래 맞아, 그냥 이혼해 버려.” 류혜진, 류혜연, 장영도, 세 사람이 입을 모아 말했다.천화와 현소는 놀라서 뭐라 하려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모두 동혁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랐다. 그 두 사람조차 이번에는
[그게...] 석훈은 식은땀을 흘리며 천미의 말을 들었다. 다행히 그는 천미와 세화가 절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교관인 동혁이 천미의 말을 들어도 별로 따지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천미가 방금 한 무례한 말만으로 그는 어쩔 수 없이 천미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왜, 뭐 문제라도 있어?” 천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석훈이 말했다. [전신께서 무엇을 어떻게 하실지 내가 결정할 수도 없고 감히 참견할 수도 없어.] 잠시 후 세화는 천미의 전화를 받고 석훈의 말을 전달받았다. 세화는 마음속으로 약간의 절망을 느꼈다. 천미는 마음을 놓지 못하며 말했다. [지금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자구책은 동혁이를 내일 취임식에 참석시키는 거야.] [가능한 한 전신을 직접 뵙고 사죄드리게 하는 거지.] [많은 사람들 앞이니 전신 같은 큰 인물이라면 분명히 사소한 일을 추궁하지 않을 거야.]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해야 하니 3대 가문도 감히 동혁을 어찌하지도 못할 거 아니겠어?] 세화는 이 말을 듣고 다시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내일 취임식에 어떻게 참석하느냐 인데.’ 세화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이번 취임식에는 외부사회인사 참석 정원이 극소수라고 했는데.’ ‘내가 그렇다고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때 천미가 말했다. [내가 알기로 명문가 사람 하나가 자리를 하나 구했다고 했어. 세화, 네가 직접 그 사람을 찾아 물어봐.] “누구?’ 세화가 바로 물었다. [최원우, 그는 B시 최씨 가문 사람이야. 최근에는 H시에 머물고 있지. 내가 그 사람 연락처를 알려줄게.]천미는 최근까지 최원우와 적지 않은 교류가 있었다. 염동철이 H시에서 도망간 후 그의 소유였던 금우자동차센터는 강오그룹이 바로 회수했다. B시 최씨 가문은 주변 여러 도시에서 가장 큰 자동차 중개상이다. 금우자동차센터가 차를 계속 팔기 위해서는 당연히 최씨 가문의 동의와 약간의 이익 분배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