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경호원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조국현이 장비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 되었다는 거야.” “백항서가 가지고 있는 군부의 배경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거 같아.” “그러게 H시 군부의 직속 장비 연구소인데 제 집처럼 쉽게 드나들다니!” 3대 가문의 가주들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의 놀라움이 커질수록 후회도 더 깊어졌다. ‘백항서가 군부에 대단한 배경이 있을 거라는 건 일찍이 우리 모두 예상했던 일이었어.’ ‘그렇다면 H시물류그룹이 기기를 망가뜨리게 시도하도록 놔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 나호연이 잡힌 이상 우리 3대 가문의 H시 물류업은 반드시 대대적인 개편을 피할 수 없겠군.’ ‘막대한 손실뿐만 아니라 더불어 H시에 대한 우리의 장악력도 심각하게 약화될 거야.’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 조구영이 말했다. 나머지 두 사람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항서가 항난그룹을 재건한 것은 바로 우리 3대 가문을 노린 거야.’ ‘이틀 전 백항서는 노무식에게 조씨 가문에 에메랄드정원을 비워 백항남의 의관총으로 쓸 거라고 전했지.’ ‘거기에 우리 3대 가문 사람 전원이 상복을 입고 참석해야 한다고도 했어.’ ‘우리 3대 가문과 백항서는 처음부터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사이야.’ “그리고 경호원이 말하길 백항서가 진씨 가문의 그 쓸모없는 사위라고 하던데 진짜일까?” 허윤재가 갑자기 물었다. 지금까지 3대 가문 가주 중 동혁을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바로 허윤재였다. ‘내 아들 명신이 식물인간이 된 것은 바로 세화 때문이야.’ ‘이동혁이 정말 백항서라면.’ ‘그럼 명신이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건 이동혁 그놈이 틀림없어.’ ‘어쩐지 군사훈련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심쩍긴 했어.’ 조구영은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 사실이건 거짓이건 무슨 상관이야? 이제 진씨 가문의 그 바보 같은 사위를 우리도 더 이상 예전처럼 그냥 무시할 수는 없어.” “내일이 백항남의 기일이야. 백항서가 그 쓸모없는 이동
‘취임식을 내일 한다고?’ ‘에메랄드정원에서?’ 조구영만 놀란 게 아니다. 함께 있던 천정윤과 허윤재도 놀랐다. 그들은 방금까지 심석훈의 취임식이 백항남의 기일보다 이틀 늦는 것에 대해 불평했었다. 결국 심석훈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이것이 바로 기회라는 거구나.’ ‘좋았어!’ ‘기회가 온 거야!’ 지금 이 순간 3대 가문의 가주들은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장 중위님, 심 총지휘관님께 전해주십시오.” 조구영은 기쁨에 넘쳐 말했다. “저희 조씨 가문에서 내일의 취임식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심 총지휘관께서 에메랄드 정원이 마치 집처럼 편하게 느끼시도록 하겠습니다.” ‘백항서, 그 애송이 놈이 우리 조씨 가문 사람들을 쫓고 에메랄드정원을 백항남의 의관총으로 삼겠다는 헛소리를 했었지?’ ‘그런데 심 총지휘관께서 취임식을 이 에메랄드정원에서 하신다고 했어.’ ‘그럼 백항서 그놈도 이제 별 수 없게 되는 거지.’ “조 회장님 말씀조심하셔야 합니다. 내일은 심 총지휘관만 편하게 모시면 안 되거든요.” “내일의 주인공은 심 총지휘관가 아니라 이 전신이시니까요.” “심 총지휘관은 이 전신이 훈련시킨 병사 출신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취임식에 참석해 달라고 심 총지휘관께서 부탁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 전신께서도 에메랄드정원에 오실 예정입니다.” “조 회장님, 이건 회장님의 조씨 가문에게 큰 영예가 될 겁니다.” 이 말을 듣은 조구영은 더욱 미칠 듯이 기뻤다. ‘우리 조씨 가문은 이 에메랄드정원에서 백 년 동안 몇 대를 거치며 살아왔어.’ ‘하지만 어떤 군부의 장군도 이곳을 왕래한 적이 없었지.’ ‘그런데 이제 장군뿐만 아니라 전신께서 오신다니.’ ‘이건 우리 조씨 가문의 더없는 영광이야!’ 천정윤과 허윤재도 흥분해서 몸이 달아올랐다. ‘어떻게 이 전신께서 오신다는 데 소홀히 할 수 있겠어?’ 천정윤이 즉시 말했다. “조씨 가문뿐만
‘이동혁의 그 재수 없는 말 때문에.’ ‘내가 어제 기밀 수칙을 200번이나 베꼈어.’ ‘아직도 이 손이 뻐근해. 근데 내가 왜 그놈을 도와?’ 장영도는 3대 가문에게 동혁이 보복을 당하길 바라며 도와주지 않으려고 했다. “맞아요, 네, 그래요, 우리가 3대 가문과 화해할 무슨 자격이 있겠어요. 그냥 용서라도 구하고 싶을 뿐이에요.” 류혜진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3대 가문은 우리 가족만 초대한 건데, 이런 고급스러운 식사 자리에 제가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요.” 장영도가 정색을 했다. 류혜연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류혜진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여보, 우리 언니 체면을 봐서라도 좀 도와줘요. 일단 먼저 전화로 물어보는 게 어때요? 혹시 알아요? 하락할 수 도 있잖아요.” “맞아요, 아빠. 형부 좀 도와줘요.” 현소도 다가와 장영도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다. “알았어. 내가 전화해 물어볼게.” 장영도는 류혜진과 현소가 부탁하자 고집을 부를 수없어 조구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친척들 몇 명을 더 데리고 식사에 참석해도 되는지 물었다. [장 중위님 친척이신데, 별말씀을요. 당연히 환영합니다. 앞으로 자주 볼 사이 아닙니까?] 조구영도 별생각 없이 큰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장영도는 체면이 섰고 개운한 기분으로 전화를 끊었다. “조 회장님이 승낙했으니, 처형 가족들도 저희와 함께 식사하러 가시죠.” “제부,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류혜진은 고마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때마침 세화가 회사에서 돌아왔고 말을 듣고는 장영도에게 역시 감사를 표했다. 동혁은 항난그룹에서 돌아온 후 줄곧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류혜진이 와서 몸을 흔들었다. “어머니, 무슨 일이에요?” 동혁은 졸린 눈으로 물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자고 있어? 잠못자서 죽은 귀신이라도 들렸어?” 류혜진은 늘 동혁에게 불만이었다. “됐고 일어나. 에메랄드정원에 가서 조 회장님 댁하고
“장 중위님, 환영합니다.” 장영도 가족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3대 가문의 가주들이 가족들과 함께 직접 문으로 마중 나왔다. 그들은 최대한 극진한 예우를 베풀었다. 장영도는 당연히 이런 대우를 받아 놀라며 재빨리 말했다. “세 분 회장님, 여기는 모두 저희 가족들입니다. 제가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함께 온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했다. 3대 가문의 가주들은 모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장영도는 내키지 않았지만 동혁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여기는 이동혁, 제 조카사위...” “이동혁?’ 장영도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3대 가문의 가주들의 얼굴표정은 이미 발끈하며 화가 가득해졌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조구영은 이를 갈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는 동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는 듯이 매서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나머지 두 가주의 반응 역시 조구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장영도 가족과 세화 가족은 모두 안색이 급변했다. 3대 가문이 동혁을 이렇게까지 증오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동혁을 매섭게 쏘아보는 장영도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처형이 부탁하더라도 이 바보를 데려와서 이렇게 분위기를 난감하게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모두의 시선이 장영도를 향하자 류혜연이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 장영도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 “세 회장님, 전 이동혁이 3대 가문의 미움을 사고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부탁으로 저도 어쩔 수 없이 동혁이를 데리고 와서 이렇게 세분의 회장님께 사과드리고 용서를 빌려고 합니다.” “용서를 빈다고요?” 3대 가문의 가주들은 뜻밖이라고 생각하며 서로 눈을 맞추었다.그들은 서로의 눈에서 기쁨을 보았다. ‘이동혁이 항남의 기일 전날인 오늘 특별히 에메랄드정원에 찾아왔길래 우리에게 한방 먹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 우리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러 왔다니.’ “심 총지휘
“이동혁, 네놈은 우리 조씨 가문에서 평생 하인으로 일해도 이 죄를 속죄할 수 없어.” 조명희가 가사도우미가 된 일로 조씨 가문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허윤재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내 아들 허명신, 허씨 가문의 외아들을 네놈이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으니 그것도 내게 용서를 구해야 할 거야.” “그리고 내 아들 천우민은 어떻고? 네게 다리를 밟혀서 지금 병상에 누워 다리 절단을 기다리고 있어. 진통 주사를 계속 맞아야 고통이 완화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내 너를 능지처참이라도 해야 지금 내 마음속의 분노가 가라앉을까 말 까야!” 천정윤 역시도 분노로 가득해 소리치며 치며 발을 굴렀다. ‘이렇게 큰 잘못을 하고서.’ ‘이동혁, 네놈이 무릎을 꿇는 것으로 우리 용서를 구하려 한다고?’ ‘꿈 깨라!’ ‘네놈을 백 번, 천 번 죽인다고 해도 우리 아들딸이 겪은 고통에 비할 수 없을 테니.’ 세화 가족과 장영도의 가족은 가만히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이미 너무 놀라 완전히 몸이 굳어 벼렸다. 머릿속은 이미 텅 비어 아무런 생각도 전혀 할 수 없었다. ‘동혁이 에메랄드정원을 의관총으로 바꾸려고 한 것도 모두 상식을 벗어난 일인데.’ ‘뜻밖에도 방금 세 회장이 언급한 이 사건들은.’ ‘더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동혁 씨가 다 벌였다고?’ 세화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동혁을 보는 눈빛은 마치 이제 곧 죽을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일을 저질렀으니.’ ‘이동혁은 이제 그냥 살 수 없을 거야.’ ‘네 탓이야. 모두 네가 벌인일이니 죽어도 남 원망 마라.’ “이동혁, 네놈이 지금 우리에게 용서를 빌어도 이미 늦었어. 네놈이 우리 3대 가문에 얼마나 많은 일을 저질렀는지는 너도 스스로 잘 알고 있잖아.” “우선 지금부터 에메랄드정원에서 하루 종일 무릎을 꿇고 있어, 그 후에 너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지.”조구영의 말에 다른 두 가주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동혁에 대한 증오
세화와 장영도, 두 가족은 에메랄드정원에서 쫓겨나는 낭패를 겪었다. “이 바보 같은 놈. 너 진짜 미쳤어? 이 미친놈!” “너 때문에 나까지 3대 가문의 미움을 샀잖아. 정말 네놈을 이 자리에서 죽이고 싶구나.” 장영도는 분노하여 펄쩍 뛰며 달려들어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짝! 숨을 돌린 류혜진이 동혁의 뺨을 때렸다. “넌 꼭 우리 가족이 너와 함께 죽는 꼴을 봐야 좋겠어?” 하지만 뜻밖에도 류혜진은 이 한마디만을 하고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여느 때 같으면 그녀는 동혁에게 끊임없이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이미 욕 할 필요를 못 느꼈다. ‘동혁이, 이놈이 이미 이 지경까지 미쳤으니.’ ‘내가 지금 아무리 욕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 “동혁 씨, 난 허명신이 나에게 나쁜 짓을 꾸며 식물인간이 된 것 외에 당신이 내게 이렇게 많은 것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어.” 세화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미안해. 조명희와 천우민의 일은 모두 항남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래서 내가 당신한테까지 말하지 않은 거뿐이야.” 세화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동혁은 재빨리 사과했다. “나랑 상관없다고?” 세화는 화를 내며 말했다. “난 법이 인정한 당신 아내인데? 한솥밥을 먹고 자는 사이인데, 나랑 상관없다고?” “당신이 사고를 치면 남들이 당신에게만 보복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도 보복할 텐데? 그래도 나랑 상관없다고?” “이혼을 해도 재산은 반반씩 나눠 가지는데? 지금 나랑 상관없다고 말한 거야?” 동혁은 세화가 이렇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연이어 다져 묻자 동혁은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그는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래 맞아, 그냥 이혼해 버려.” 류혜진, 류혜연, 장영도, 세 사람이 입을 모아 말했다.천화와 현소는 놀라서 뭐라 하려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모두 동혁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랐다. 그 두 사람조차 이번에는
[그게...] 석훈은 식은땀을 흘리며 천미의 말을 들었다. 다행히 그는 천미와 세화가 절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교관인 동혁이 천미의 말을 들어도 별로 따지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천미가 방금 한 무례한 말만으로 그는 어쩔 수 없이 천미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왜, 뭐 문제라도 있어?” 천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석훈이 말했다. [전신께서 무엇을 어떻게 하실지 내가 결정할 수도 없고 감히 참견할 수도 없어.] 잠시 후 세화는 천미의 전화를 받고 석훈의 말을 전달받았다. 세화는 마음속으로 약간의 절망을 느꼈다. 천미는 마음을 놓지 못하며 말했다. [지금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자구책은 동혁이를 내일 취임식에 참석시키는 거야.] [가능한 한 전신을 직접 뵙고 사죄드리게 하는 거지.] [많은 사람들 앞이니 전신 같은 큰 인물이라면 분명히 사소한 일을 추궁하지 않을 거야.]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해야 하니 3대 가문도 감히 동혁을 어찌하지도 못할 거 아니겠어?] 세화는 이 말을 듣고 다시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내일 취임식에 어떻게 참석하느냐 인데.’ 세화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이번 취임식에는 외부사회인사 참석 정원이 극소수라고 했는데.’ ‘내가 그렇다고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때 천미가 말했다. [내가 알기로 명문가 사람 하나가 자리를 하나 구했다고 했어. 세화, 네가 직접 그 사람을 찾아 물어봐.] “누구?’ 세화가 바로 물었다. [최원우, 그는 B시 최씨 가문 사람이야. 최근에는 H시에 머물고 있지. 내가 그 사람 연락처를 알려줄게.]천미는 최근까지 최원우와 적지 않은 교류가 있었다. 염동철이 H시에서 도망간 후 그의 소유였던 금우자동차센터는 강오그룹이 바로 회수했다. B시 최씨 가문은 주변 여러 도시에서 가장 큰 자동차 중개상이다. 금우자동차센터가 차를 계속 팔기 위해서는 당연히 최씨 가문의 동의와 약간의 이익 분배
“누가 도와달라고 했습니까?”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세화가 자신을 데리고 최원우를 찾아온 것이 상대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말을 들은 최원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세화의 안색도 약간 변했다. 동혁이 또 최원우에게 실수를 할까 봐 책상 밑에서 그의 발을 밟았다. “조용히 좀 해. 그냥 가만히 좀 있어.” 다행히 최원우는 다시 따지지 않았고 동혁은 체면이 좀 깎였다. “선생님, 주문하시겠습니까?” 그때 디저트카페 직원이 다가왔다. “녹차 부탁합니다.” 최원우가 웃으며 말했다. 곧 직원이 녹차를 들고 왔다. 세 개의 잔을 세 사람 앞에 놓고 녹차를 따랐다. “아, 잠깐만요.” 최원우는 손을 들어 직원을 제지한 후 동혁을 바라보았다. “동혁 씨, 남에게 부탁하려면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나요? 차 한 잔도 먼저 따라주지 않는 것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안 듭니까?” “당신에게는 그런 대우를 해줄 자격이 없으니까요.” 동혁은 최원우를 힐끗 보고 말하기도 귀찮다는 태도를 보였다. “내게 자격이 없다고요? 지금 당신이 내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서 내가 자격이 없어요?” 최원우의 눈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는 일어나 세화를 바라보았다. “진 회장님, 두 분이 이렇게 저를 대하시니, 오늘 저와의 만남은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원우 도련님, 잠깐만요!”세화는 동혁을 노려보고 얼른 일어나 최원우를 만류했다. 지금 그녀는 정말 동혁에게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최원우의 면전에서 그에게 화를 내기도 어려웠다. 세화가 하는 수 없이 말했다. “도련님, 제가 대신 차를 따라 드려도 될까요?” 최원우는 두 눈으로 세화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화장을 하지 않은 수수한 얼굴이 청순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최원우에게 차가운 선우설리와는 다른 매력이다. “모두들 미인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하죠. 미인이 따라 주는 차라. 진 회장님
왕범현은 현실이 너무나 괴로웠다. 그는 속에서부터 만 마디의 욕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감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우님, 혹시 내게 또 다른 지시 할 것이 있나요?] 왕용비가 다시 물었다. 그는 능구렁이처럼 호칭을 바꾸어 동혁을 불렀다. “왕 교장선생님께서 말씀을 워낙 잘해주셔서 제가 더 할 말이 없네요.” 동혁은 왕용비의 태도에 만족하며 계속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아드님에게 제대로 한 번 가르침을 주지요.” [아우님, 정말 감사합니다.] 왕용비는 재빨리 감사를 표하고 전화를 듣고 있는 왕범현에게 소리쳤다. [범현이 너 이 자식, 동혁 삼촌이 무슨 말을 하든 잘 들어. 설사 네놈을 때리더라도 꼭 붙어 있으라고. 그게 다 너를 위해서니까.] [감히 쓸데없이 반항이라도 하면 내 당장 휠체어를 타고 가서 네놈을 아주 죽여버릴 거야.] 왕범현에게 단단히 일러둔 후 왕용비는 눈치 있게 전화를 바로 끊었다. 동혁은 왕범현을 바라보며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우리 큰 조카,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큰 조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왕범현은 화가 너무 나 속이 다 뒤집힐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애써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솟을 정도로 참은 채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딱 보니,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인가 보지” 동혁은 일어나 왕범현에게 다가가 손바닥으로 때려 그를 다시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것으로 그는 이미 오늘 밤 여섯 번째 뺨을 맞게 되었다. 왕범현은 이빨 몇 개가 더 빠졌고 피가 섞인 침을 흘리며 기침을 했다. 동혁은 쭈그리고 앉아 그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차가우면서 매섭게 말했다. “네놈 아버지가 말을 잘해 줘서, 네 아버지를 봐서 적당히 혼내는 거야.” “넌 좋은 아버지를 둔 것에 대해 감사하라고, 덕분에 적어도 널 죽일 생각을 접었으니까.” “그게 아니었다면 아까까지 네놈이 내게 한 불경스러운 행동으로 넌 10번 총살을 당해도 싸니까.” 왕범현은 억지로 고개를 들어 목을
휴대폰에서 또렷하게 흘러나오는 왕용비의 목소리를 주변 사람들 모두 들었다. 모두는 놀라서 동혁을 쳐다보며 의아해했다. ‘왕용비라면 H시 무술계의 명사로 H시에서 영향력이 강한 거물인데 어떻게 이동혁 같은 젊은 사람에게 저리 공손한 거지?’ ‘심지어 사장님이라고 부르다니?’ ‘쓸모없는 데릴사위라고 하지 않았어?’ 배경문, 현수린 등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얼굴은 사색이 된 채 손발을 가늘게 떨었다. ‘이번에 아무래도 우리가 사람을 잘못 건드린 거 같은데?’ 그나마 다행인 건 왕용비의 아들인 왕범현이 그들 앞에서 버티고 서 있다는 것이었다. “왕 교장선생님, 아드님이 저에게만 시비를 건 게 아닙니다.” 동혁은 소파에 앉아 무덤덤하게 말했다. “내 바로 코앞에서 나를 핑계로 내 처제를 위협하면서 같이 자야 저를 놓아준다고 협박했어요.” “거절을 해도 계속 처제에게 잘 생각하라고 강요했고요.” “이건 비행을 넘어서 범죄를 저지른 거 아닌가요?” 동혁의 마지막 냉랭한 음성을 듣고 맞은편 왕용비는 놀라 벌벌 떨며 하마터면 휴대폰을 놓칠뻔했다. [이놈 자식, 내가 네놈을 진작에 직접 때려죽여야 하는 건데...] 왕용비는 화가 나서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왕범현이 동혁을 건드린 것을 알고 바로 나선호에게 전화를 걸어, 골드스타필드에 도착하면 손속에 자비를 두지 말고 가차 없이 왕범현을 때리라고 했다. 그렇게 해야만 동혁의 화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왕범현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일을 벌였다는 걸 몰랐다. ‘이 사장님의 코앞에서 감히 사장님의 가족을 건드리다니,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왕용비는 지난번 항난그룹에서 수소야에게 무례하게 굴다가 결국 동혁에 의해 사람들 앞에서 수소야 앞에 오랫동안 무릎을 꿇어 체면을 구긴 일이 다시 생각났다.그 순간 왕용비는 왕범현을 대신해 동혁에게 용서를 구할 생각을 접었다. 왕용비가 즉시 말했다. [이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제가 그 짐승 같은
상황의 반전이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왕범현조차도 너무 갑작스러워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화가 잔뜩 난 채 나선호를 향해 소리쳤다. “선호 형님, 형님 지금 미쳤어?” “저기 이동혁을 때려야지, 왜 날 때려?” 왕범현은 존댓말도 잊고 말했다. 그는 극도의 분노와 함께 심한 굴욕감까지 느꼈다. 왕범현은 동혁을 혼내주려고 전화 한 통으로 나선호를 불렀지만, 나선호에게 뺨을 맞아 바닥에 쓰러진 건 왕범현 자신이 되었다. 그는 뺨을 가리고 바닥에 쓰러져 앉아 있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 왕 사장, 저 사람들 당신이 부른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너를 때리지?” “무슨 연극 같은 거 연습하는 거야?” 그때 동혁이 왕범현의 속을 긁으며 약간의 미소와 함께 궁금한 척 물었다. 방금 전 긴장해서 죽을 뻔했던 현소는 동혁의 농담에 끝내 참지 못하고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바로 놀라서 얼른 입을 다물었는데 창피한 그녀의 예쁜 얼굴의 볼이 순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이동혁, 개X식, 내가 오늘 널 죽이지 않으면 내 성을 갈겠어.” 왕범현은 너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동혁에게 화를 먼저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분노해 땅바닥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며 먼저 나선호에게 소리쳤다. “형님,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고요.” 나선호는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동혁은 아무 말 없이 속으로 왕범현에게 바보 같다며 은근히 욕을 했다. ‘왕용비의 심복인 사람이 나를 그냥 두고 아무런 이유 없이 왕범현, 네놈을 때리겠냐?’ ‘그게 다 왕용비가 지시를 내렸으니까 그런 거지.’나선호는 자신이 여기로 오는 길에 왕용비와 한 통화를 생각하고는 두말없이 다시 손을 들었다. “짝!” 왕범현이 또 한 대 얻어맞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선호는 고개를 돌려 가만히 보고
말하는 사이에 용비무술학교 제복을 입은 젊은이들의 무리가 2층에 시끌벅적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커먼 것이 족히 수십, 수백 명은 돼 보였다. 체격이 건장하고 힘이 세 보이는 중년 남자 한 명이 그들 맨 앞에 서 있었다. 험상굳은 얼굴에 차갑고 매서운 눈초리가 누구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바로 용비무술학교 부교장 나선호였다. “형님, 여기에요.” 왕범현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동혁을 쳐다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이동혁, 네놈이 부른 사람은 아직 안 왔나 보네. 모두 우리 아버지 무술학교의 내 형제들인 거 보니. 그거 알아? 저건 10분의 1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거? 모두 한 대씩만 네놈을 때려도 넌 그냥 죽는 거야.” 왕범현이 말하는 사이에 나선호는 학생들과 함께 당당하게 다가왔다. 현소 남매는 너무 놀라서 손발이 차갑게 변하고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반대로 배경문, 현수린 등은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 왕범현은 동혁을 가리켰다. “네놈이 부른 사람은? 괜히 나중에 내가 네놈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핑계 대지 말고 빨리 연락해서 오라고 해. 내가 오늘 밤 모두 네놈과 함께 밟아 죽여줄 테니까.” 무술학교에서 자신을 지원할 사람들이 도착했다고 생각한 왕범현은 자만심이 넘쳐서 아주 오만하기까지 했다. 동혁은 얼굴에 아무런 두려운 기색도 없이 약간의 마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부른 사람은 이미 도착했어. 모두 한 대씩만 때려도 네놈을 죽일 수 있을 정도야.” 동혁의 말을 듣고 모두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하하, 이런 때, 아직도 자존심을 세우는 거야? 그런데 난 왜 한 명도 안 보이지?” “무슨 자기가 삼국지의 제갈공명이야? 없는 걸 있다고 허세를 부리게?”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비웃는 동시에 왕범현은 동혁의 말을 듣고 마지막 인내심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는 나선호를 등지고 동혁을 가리키며 마구 손을 내저었다. “선호 형님, 바로 저놈이 그 개X식이에
동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교장선생님이 지난번에 항난그룹에 와서 소란을 피운 것처럼 그 아들도 저렇게 날뛰네요. 역시 한 가족 아니랄까 봐하는 짓이 똑같아요.” [아이고, 이 사장님, 지난 일은 잊어주시죠.] 깜짝 놀란 왕용비가 재빨리 말했다. [사장님, 걱정 마세요. 이 자식이 감히 사장님 앞에서 시건방을 떨다니, 죽고 싶나 보네요.] [잠시 휴대폰을 그놈에게 건네주시면, 제가 이놈을 따끔하게 혼내서 당장 사장님께 사과하게 하겠습니다.] 왕용비가 왕범현이 소란을 피우는 소리를 들어보니 동혁과 한바탕 날카롭게 부딪힌 거 같았다. ‘이 사장님이 화가 나서 범현이를 때려 아예 몸을 못쓰게 되면 어쩌지?’ ‘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아들인데.’ “사과요? 이 일을 그렇게 쉽게 처리하려고 제가 교장선생님에게 전화를 한 거 같나요?” 동혁은 냉소하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왕용비는 바로 동혁에게 몇 통의 전화를 연속해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동혁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왕범현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소란을 피웠다. “전화 한 통으로 되겠어? 내가 시간을 더 줄 게. 계속 더 많이 전화해 보라고.” “필요 없어.”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화 한 통으로도 너를 밟아 죽이기에 충분하니까.” “개X식, 뚫린 입이라고 허세는.” 왕범현은 너무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만약 그가 자신은 동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면 지금 바로 달려들어 동혁을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형님, 좀 빨리 와요. 저 개X식을 빨리 죽여버리고 싶다고요.” 왕범현은 또다시 나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선호가 전화로 무슨 말을 했는지 전화를 끊은 왕범현이 잠잠해졌다. “술 한 잔 따라봐.” 왕범현은 소파에 다시 앉아 현수린에게 술을 따르라고 시켰고, 그러면서 험상굳은 미소를 지으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동혁, 지금 이 마지막 순간을 즐기라고. 네놈에게 주는 내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 “혼자 덤비지도 못하면 그냥 입 닥치고 있어.
왕범현이 화를 내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는 깨달았다. ‘저 인간 완전 열받았어!’ 전화를 끊은 왕범현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동혁, 너 딱 기다려. 내가 선호 형님에게 무술학교의 내 형제를 데려오라고 했거든. 네 놈은 내일 뜨는 태양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나 해.” 그가 부른 사람은 나선호, 용비무술학교의 부교장이자 왕용비의 측근이었다. 평소 왕범현이 원할 때마다 그는 반드시 부탁을 들어주었고 왕범현이 웬만한 사고를 쳐도 왕용비에게 알리지 않고 바로 직접 처리주는 경우가 많았다. 왕범현의 위협적인 말에 멍하니 있던 배경문 등은 다시 흥이 났다.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들었지? 범현이 형이 무술학교의 형제들을 모두 불렀어. 모두 범현이 형 아버지의 제자들이지. 너는 이제 끝난 거야.” “지금이라도 저 유리 부스러기 위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게 어때? 그래야 나중에 고생을 덜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때 가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어. 범현이 형을 열받게 한 이상, 넌 죽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배경문 등이 곧 죽을 사람처럼 동혁을 바라보며 냉소를 금치 못했다. 왕범현이 화를 터뜨리며 동혁을 죽이려고 들자 현소는 놀라서 얼른 동혁을 잡아당겼다. “형부, 그냥 빨리 도망가요.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요.” “괜찮아. 저놈이 얼마를 부르던 다 자기 무덤을 파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동혁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했다. 이어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왕범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미소 지었다.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는 거?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동혁은 말하면서 번호 하나를 눌렀다. [누구야?] 잠시 후 반대편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장선생님, 벌써 저를 잊으신 건가요?” [아! 이 사장님이셨군요!] 왕용비는 놀라며 갑자기 말투가 공손하게 변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사장님을 잊겠습니까? 단지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 게 짜증이 나서 저도 모르게 그런 겁니다.] [의사
왕범현은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연마해 왔고 지금껏 상대를 제대로 만난 적이 없었다. 그가 깡패들을 정리하는 건 마치 어른이 아이를 때리는 것과 같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동혁이 때리는 뺨을 피할 수조차 없었다. “비켜!” 왕범현은 팔을 휘둘러 제자들을 밀쳐내고는 다시 몸을 비틀거렸다. 자존심이 강한 그는 급히 무릎을 약간 굽히고 발을 넓게 벌려 똑바로 선 후에야 이를 갈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동혁, 네놈이 지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지 않을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말을 마치고 그는 옆 테이블 위의 맥주 한 병을 덥석 집어 들었다. “퍽!” 그는 맥주병을 바닥에 던져 산산조각을 냈고 깨진 유리가 바닥에 흩어졌다. “여기 술병들을 모두 깨뜨려.” 왕범현이 배경문 등에게 지시했다. 배경문 등은 그의 의도를 알지 못했지만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잠시 후 왕범현의 앞 바닥이 깨진 유리 한 겹으로 뒤덮였다. 왕범현은 동혁을 바라보며 바닥을 가리켰다. “잘 봐둬. 난 네놈을 때려서 여기에 무릎 꿇릴 거니까. 밤새 무릎을 꿇고 있어야 갈 수 있어.” “역시 범현이 형, 좋은 생각이에요.” “그래요. 저 데릴사위 놈을 밤새도록 유리 부스러기 위에서 무릎 꿇려요. 저놈 뼈가 단단한지 유리 부스러기가 단단한지 한번 보자고요.” 배경문 등이 모두 흥분하기 시작했다. 반면 현소의 작은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저 왕범현이라는 사람, 형부에게 뺨을 두 대나 맞았는데도 여전히 멀쩡한 걸 보니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현소는 앞으로 나와 동혁을 잡아당기며 말렸다. “형부, 잠시 물러서요. 제가 아버지한테 전화해 볼게요.” 현소는 왕범현이 경찰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군대에 있는 장영도의 힘으로 그를 제압하려고 했다. 이번에는 현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거 없어. 네 아버지가 H시 군부에서 오시기 전에 왕범현은 이미 내 손에 수십 번 맞아 쓰러질 테니까. 괜히 네 아버지를 부르면
현소도 왕범현의 말에서 살벌함을 느끼고 일이 정말 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스러운 듯 동혁을 쳐다본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형부, 제가 경찰에 신고할게요.” “경찰? 그럼 경찰서에서 사람이 오기 전에 네 앞에서 네 형부 팔다리를 부러뜨려야겠네.” 왕범현이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자 현소는 흠칫 놀라며 손을 떨어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괜찮아, 이 형부만 믿으면 다 괜찮을 거야.” 동혁은 현소의 어깨를 두드리고 왕범현에게 몸을 돌려 다가갔다. “하하하,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역시 찌질해. 무릎 꿇으러 오는 거 봐.” “무릎을 꿇을 거면 그 자리에서 잽싸게 꿇고 그 자리에서 형 앞으로 기어와.” 배경문 등이 흥분해서 휘파람을 불며 소리쳤다. 그들은 건방진 데릴사위가 무릎을 꿇으러 다가온다고 생각하고 매우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왕범현, 방금 때려준 그 뺨으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네.” 동혁은 배경문 등을 무시하고 왕범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왕범현은 처음에 동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상대방이 들어 올린 손바닥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네놈이 감히.”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그는 손을 들어 올려 막으려 했다. ‘아까는 네놈 손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런 대응을 못한 거뿐이야.’ 왕범현은 자신의 실력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대비를 하면 네가 아무리 다시 습격하려고 해도 그냥 실패지.’ 그러나 다음 순간 그 왕범현은 슬픈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왕범현이 설령 대비가 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동혁의 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짝!”동혁의 손바닥이 왕범현의 뺨을 때렸고, 왕범현의 몸이 다시 가볍게 날아가 부서진 테이블 더미 사이로 세게 떨어져 내렸다. 정적이 흘렀다. 한순간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란한 소리와 대조되게 2층의 이곳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마치 모든 시간이
“와... 우리 형부 멋있네.” 지금 왕범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뺨을 한 대 더 때리겠다고 소리치는 동혁을 보며 현소의 큰 눈에 하트가 떠올랐다. 동시에 그녀는 강한 안정감을 느꼈다. “저 쓸모없는... 이동혁이? 내가 잘못 봤나?” 바닥에 쓰러져 있던 현수는 자신이 본 모든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힘껏 비볐다. 배경문, 현수린 등도 모두 현수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처음 보는 동혁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전까지 그들의 눈에. 동혁은 허풍과 허세가 심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한없이 찌질한 쓸모없는 데릴사위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들은 현소가 괴롭힘을 당해도 아무런 반응도 못하는 찌질한 인간이라고 동혁을 거리낌 없이 조롱했다. 그러나 동혁은 그들의 조롱을 강한 뺨 한 대로 막아버렸다. 한순간 동혁에 대한 배경문 등의 인식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저렇게 갑자기 범현이 형을 때리다니?’ ‘어떻게 감히?’ ‘범현이 형이 판명철 일당을 거의 반죽게 때리는 걸 봤잖아? 그런데도 감히 나서서 형을 때렸다고? 저런 놈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아니면 이미 미쳐서 자기가 죽을 줄도 모르는 건가?’ 배경문 등은 동혁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둘씩 앞으로 나서 동혁을 꾸짖었다. “범현이 형이 현소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현소에게 영광이야. 그런데 쓸모없는 데릴사위인 네놈이 감히 형을 때려? 정말 죽고 싶나 보구나?” “오빠에게 감히 손을 대다니? 넌 그 결과가 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 “범현이 형이 아버지의 무술학교에서 아무렇게나 수천 명의 무술 수련생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거 알아? 넌 이제 죽은 거야. 오늘 아무도 네놈을 구할 수 없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을 꿇고 형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네 뺨을 후려갈기면 어쩌면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 배경문 등은 미친 듯이 떠들어댔다. 그들의 눈에 동혁은 이미 반쯤 죽을 사람과 같았다. ‘범현이 형을 저리 화나게 했으니 죽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