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강원의 말에는 동혁에게 특별히 친절을 베푼다는 느낌이 담겨 있었다. 그는 동혁이 정말로 연줄로 부회장이 되더라도 다른 선임들과 관계를 잘 맺어야 회사 내 생활이 원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동혁 같은 이런 쓸모없는 놈은 인간관계를 확장할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어!’ “좋아요, 그럼 참석하겠습니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하강원이 선의로 이렇게 친절하게 나에게 인맥을 맺어주겠다고? 다른 속셈이 있겠지?’ 동혁은 오늘 밤 항난그룹의 예전 임원들이 많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강원의 제안을 승낙했다. 항난그룹이 재건되었고, 예전의 임직원들이 많이 돌아왔다. 대부분은 원래 항난그룹에 충성했거나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지만, 선우설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동혁은 마침 이 기회에 이 사람들의 본색을 좀 살펴보려 했다. 곧 하강원이 모임 주소를 보냈다. 골드마이크라는 대형 노래방인데 항난그룹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고, 약속 시간은 오후 9시이다. 동혁은 지금 출발해서 천천히 갈 계획이다. ‘어차피 집에 있으면 장모님의 빈정거림을 계속 들어야겠지?’ ‘세화가 돌아올 때까지 아마 멈추지 않으실 거야.’ “취직도 못 하고, 지금 네가 밖에 나갈 체면이나 있어? 또 어딜 가서 빈둥거리고 있으려고!” 과연 동혁이 코트를 입자마자 류혜진이 눈을 치켜뜨고 쫓아 나왔다. “어머니, 제가 항남그룹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오늘 임원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가는 거예요.” 동혁은 담담하게 말하며 굳은 표정의 류혜진을 남겨둔 채 나갔다. “저 녀석이 정말 취직했어? 근데 출근 첫날부터 임원 모임에 참석한다고? 정말일까?” 류혜진은 동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밤 9시.골드마이크 노래방은 H시에서 최고급은 아니지만 중 상급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있다. 인테리어도 결코 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 산뜻했다 요즘 젊은 층이 선호하고, 기업과 기관의 경영을 맡고 있는
범연희는 송소빈을 보자마자 상사 티를 내며 불만스럽게 한마디 했다. 송소빈도 항난그룹의 오랜 직원으로 이번에 인사부로 돌아와 팀장이 되었고, 범연희가 바로 그녀의 직속 상사였다. “죄송해요. 저희 엄마가 갑자기 병이 나셔서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오느라 좀 늦었어요.” 송소빈은 범연희가 성격이 까칠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서, 감히 그녀의 생일파티에 빠질 수 없었다. 집에 가서 옷 갈아입을 틈도 없이 달려왔는데도 혼이 났다. 범연희는 이유가 무엇이든 정색을 하고 몇 마디 잔소리를 한 후에야 송소빈을 놓아주었다. 억울함을 애써 참은 송소빈은 다른 윗사람들인 임원들에게 말을 걸기도 어려웠고, 그래서 한쪽 구석으로 갔는데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혁을 보게 되었다. “어, 부장님. 오늘 택시를 양보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송소빈은 동혁이 회사의 부장 정도 되는 임원인 줄 알았고,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저는 이동혁이라고 합니다. 회사의 부장은 아니니 저를 그냥 이름으로 부르면 돼요.” 동혁은 웃더니 옆에 앉은 송소빈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접도 받지 못하는 사람 둘이 끼리끼리 않아서 서로 친한 척하는 꼴이라니!” 이 장면을 본 범연희는 무시하며 은근히 콧방귀를 뀌었다. “언니, 새 차 샀다면서요? 무슨 차예요?” 그때 범연희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물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자칭 엘리트라고 자부하며, 국내외 정치 및 경제 상황이나 고급 사치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이 질문도 고의로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범연희는 외모가 출중했고, 인사부의 부장으로 모든 임원들 중에서 비교적 직급이 앞쪽에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오늘 밤 생일파티의 주인공이기도 해서, 당연히 모인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밖에 없다. 질문을 듣고 현장에 있던 거의 20명의 사람들이 범연희를 쳐다보았다. 범연희는 팔짱을 끼고 살짝 웃었다. “포르셰 카이엔!” “그거 좋은 차인데? 가격이 한 4억 원 넘지 않아? 언니는 정말 대단하다!”
동혁을 자신의 생일 파티에 초대하기로 결정한 후부터, 범연희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밤 이동혁을 어떻게 모욕하고 괴롭혀야 지난 2년 동안의 내 원한을 풀 수 있을까?’ 지금 범연희는 마침내 그 기회를 찾았다. ‘이동혁이 볼품이 없어서 지금껏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아 기회가 없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파다니.’ ‘저렇게 스스로 욕먹길 바라니 또 호되게 혼내줘야 예의가 아니겠어?’ “지금 자리를 봐가며 말해야지. 연희 언니가 초대해 줘서 네 체면을 세워준 건 생각도 안 하고 언니에게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다니. 그런 말 하기 전에, 네가 그런 말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부터 생각해!” “카이엔은 말할 것도 없고, 저 쓸모없는 인간이 차를 살 정도였으면 데릴사위가 되었겠어? 남자가 약간의 기개만 있어도 저 사람처럼 되지는 않았을 거야.” 범연희를 둘러싸고 있던 몇몇 임원들은, 이때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데릴사위?’ 놀란 송소빈은 동혁을 보고 약간 의아해했다. 동혁의 풍채는 송소빈에게 이미 강한 호감을 남겼고, 방금 전에 몇 마디의 대화에서도 동혁은 매우 생각이 깊고, 교양이 없는 남자 같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데릴사위가 된 거지?’ “동혁 씨, 오늘 무슨 차를 운전해서 왔죠? 아, 내가 잘못 물어봤네요. 여기 뭘 타고 온 거죠? 버스 아니면 택시?” 범연희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팔짱을 끼고 동혁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동혁 씨, 절대 범 부장님한테 말대꾸는 하지 마세요. 부장님에게 권한이 있어서, 해고한다고 말하면 그냥 해고예요.” 송소빈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동혁을 달래며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제야 송소빈은 동혁이 그룹의 특정 부서의 일반 직원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늘 여기도 나처럼 상사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온 걸 거야.’ 동혁은 송소빈을 향해 웃음을 짓더니, 범연희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택시를 타고 왔어요.”동혁은 바보가 아니었고
“뭐, 페라리 488!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이, 이 쓸모없는 인간이 슈퍼카를 살 수 있다고요? 세상에 그런 기적도 있어요?” “에이, 사람을 잘못 봤겠죠!” 룸 안 사람들에게서 연신 놀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동혁에게 쏠렸고, 그 안에서 놀라움, 난감함, 질투가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의심했다. 그들은 동혁이라는 쓸모없는 인간이 오늘 밤 생일파티에 페라리 488을 몰고 왔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지금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직접 먹칠을 당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범연희는 난감해하며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는데, 당황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잠시 후, 그녀는 태연한 척 말했다. “페라리 488이 뭐 어때서? 차 값이 고작 10억 원 정도 아니야? 긁히면 긁히는 거지. 원래 공장으로 운송해서 전체 차에 다시 도색을 해도 몇 천만 원이면 돼! 그 돈은 나도 낼 수 있어!” 이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범연희의 말투를 듣고, 자존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했다. 노래방 직원은 난처해하며, 양쪽에서 화를 낼까 봐 걱정했고,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동혁은 범연희만큼 까칠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노래방 직원을 난처하게 하기 싫어서, 직접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내 건넸다. 열쇠에 있는 눈에 띄는 페라리 엠블럼이 사람들의 두 눈에 확 들어왔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동혁을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차 키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동혁과 노래방 직원이 짜고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이상 사람들을 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럼 제 차 좀 대신 빼주세요. 고마워요.” “제가 감사합니다.” 노래방 직원은 고맙다는 듯이 열쇠를 가지고 서둘러 이 긴장 가득한 문제의 장소를 떠났다. 그가 차를 옮기고 열쇠를 동혁에게 가져다 줄 때까지, 오션스타룸 안은 어색한 침묵만이 계속 흘렀다. 사람들은 방금 자신들이 동혁을 조롱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모두 창피하
룸 안. 송소빈을 제외한 모두가 동혁을 빈정거리며 조롱했다. 심지어 오늘 밤 동혁이 생일파티에 페라리 488을 몰고 온 것조차 일부러 허세를 부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이미 동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자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어쨌든 그들은 사실이 어떠하든 아무 상관없었다. 그저 동혁을 심하게 조롱하고 동혁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야 자신들의 어색함을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룸 안 사람들의 신랄한 빈정거림에도 동혁은 그저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오히려 입가에 미소까지 지었다. 동혁의 눈에, 룸 안에 사람들은 모두 속 좁고 어리석은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혁에 자신들이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단지 동혁을 많은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아도 반격의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존심은 없고 참을성만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 ‘정말 완벽한 바보 병신!’ “자, 여러분, 오늘 저녁 모임의 이유를 잊지 않으셨죠? 바로 우리 범 부장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겁니다. 특별히 범 부장님을 위해 케이크를 주문했어요. 그럼 먼저 케이크를 컷팅을 하죠!” 이때 한 임원이 소리로 신호를 보냈다. 곧 다른 사람이 카트를 끌고 왔다. 카트에 케이크 탑이 놓여 있고, 촛불이 켜져 있었다. 범연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소원을 빌고 촛불을 불었다. 동혁은 이 사람들의 즐거움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늘 이곳 모임에 온 목적도 이미 달성했다. 그는 송수빈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고 일어났다. 이때 범연희는 이미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동혁이 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말했다. “동혁 씨, 잠깐만요! 내가 자른 이 첫 번째 케이크는 동혁 씨를 위한 거예요!” 범연희는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 종이 접시에 담아 건넸다.동혁은 그녀를 힐끗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케이크는 괜찮아요. 전 그냥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동혁 씨, 왜 그래요? 이건 범 부장님의 생일잔치인데
동혁은 말없이 얼굴의 크림과 몸에 묻은 케이크 찌꺼기를 닦아냈다. 평소 동혁의 성격이라면 이렇게 남에게 이렇게 모욕을 당하고, 당연히 화를 참지 못했을 것이다. 동혁은 잠시나마 범연희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나머지 임원들까지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룸 안에는 거의 20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동혁이 빰을 때릴 때 저항할 수 있는 사람 하나 도 없었다. 하지만 범연희의 말에 동혁은 조용히 들어 올린 손을 다시 내렸다. 알고 보니 범연희 이 사람들은 동혁이 항난그룹에 끼친 피해에 대해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2년 동안 쌓인 억울함과 분노를 풀려고 한 거였어?’ ‘단지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그럼 다음이 있을 이 사람들의 처벌은 조금 더 가벼워도 되겠어.’ ‘그렇다 해도 범연희 등은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당하겠지만.’ “복수를 마쳤다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동혁은 고개를 돌려 밖으로 걸어갔다. “거기 서! 누가 너에게 가도 된다고 허락했어?” 하강원은 또 다른 남성 임원과 함께 몸으로 앞을 막고 동혁을 째려보았다. 범연희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러면 다 끝인 줄 알아? 너무 순진하고 유치한 거 아니야?” “그럼 당신들은 뭘 어쩌자는 거죠?” 동혁은 아예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물었다. 범연희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서 다시 동혁을 노려보았다. “백 회장님과 형제 관계였던 신분을 믿고, 항난그룹에 취직하려 한다면서? 그런 일이 있었어?” 송소빈을 포함한 모두가 동혁을 주시했다. “맞습니다.” 동혁은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형제인 항남이 아니었다면 동혁이 스스로 회장을 맡아 항난그룹을 재건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흥, 이 쓸모없는 놈이 아주 뻔뻔스럽네. 지금 무슨 낯짝으로 항난그룹에 출근하겠다는 거야!” “항난그룹이 네 놈이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곳인 줄 알아? 정신병원에서 방금 나온 바보인 네게 그런 자격이 있어!” “하찮은 데릴사위에다 어디 소개하기도
“범 부장님, 백 회장님이 항난그룹과 함께 H시로 돌아왔을 때, 부장님은 막 졸업하고도 여기저기서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요? 하지만 회장님은 부장님이 업무 경험이 없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비서팀에 채용했어요. 회장님이 베풀었던 그 은혜를 잊은 건가요?” “그리고 수 사장님이 임신했을 때, 부장님이 백 회장님께 접근했다 거절당한 일도 있었지요? 백 회장님은 부장님이 아직 젊고 기회가 많다는 것을 보고서, 수 사장님이 모르게 다른 지사로 전근시켰어요. 그때도 백 회장님은 부장님의 미래를 지켜줬는데 그 은혜도 잊었군요!” 범연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작은 입으로 쉬지 않고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는 송소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체면을 구기는 비밀스러운 일들이 사정없이 폭로되자, 범연희는 한동안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송소빈은 또 하강원을 상대로 계속 말했다. “하 부장님, 부장님은 백 회장님이 창업하실 때 함께한 동료 아니었나요? 그룹의 성장에 비해 부장님의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도 못했고, 따로 뒷돈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백 회장님은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부장님을 쫓아내지 않고, 비교적 큰 능력이 필요 없는 지사로 옮겨 주었어요. 그런데도 부장님은 백 회장님을 뒤에서 욕했고, 백 회장님은 이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룹이 파산하기 전에 부장님이 그룹을 배신하지 않은 것은 근본적으로 부장님의 능력이 부족해 배신할 자격조차 없었기 때문이에요!” 하강원은 송소빈의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게 되었다. 송소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다른 임원들을 향해 폭로를 이어갔다. 사실 항난그룹이 파산하기 전에 송소빈도 회장실의 비서였다. 그래서 범연희 등의 과거의 일을 훤히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범연희가 사사건건 그녀를 괴롭히는 이유이다. 룸 전체가 송소빈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당신들은 백 회장님이 항난그룹을 파산시킨 나쁜 일만 기억하고, 그분이 한 수많은 좋은 일들
송소빈은 보잘것없는 일개 직원에 불과하다. 범연희 등은 그녀에게 한차례 욕을 한 후, 그녀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 그리고 또다시 동혁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쓸모없는 놈 잘 들어! 앞으로 감히 우리 그룹에 발을 들여놓으면 경호원들에게 네 놈을 밖으로 내던져 버리라고 할 거야!” “물론, 그 과정에서 네가 부주의해 다리가 부러져도, 내 탓을 할 수 없어...” 모든 사람들이 동혁을 욕하는 것을 보자, 항난그룹 내에서 별 지위가 없는 경호부 천지훈 부장조차 달려들어 동혁을 위협했다. 동혁에게 모욕을 주고, 항난그룹에 출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 바로 범연희 등의 목적이었다. 임원직은 인원에 제한이 있다. 동혁이 항난그룹의 부회장이 된다면, 그만큼 자리가 줄어 한 사람 이상의 승진이 막힐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위협에 동혁이 강한 저항의 말을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자신들의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알아듣게 말을 했는데, 그래도 쓸모없는 네 놈이 뭐가 뭔지도 모르고 계속 날뛴다면, 그땐 그룹 내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 같은 엘리트들이 어떻게 너를 혼내줄지 기대하라고!” 범연희는 날카로운 턱을 치켜들고 거만하게 동혁의 곁을 지나 오션스타룸을 떠났다. “하하, 오늘 밤 정말 즐거웠어요. 명절보다 더 재미있던데요. ” “저 바보는 감히 항난그룹에 나오지 못할 거야!” “참, 제가 저 바보 놈의 동영상도 녹화했는데, 나중에 다시 한번 같이 보시죠.” 다른 사람들도 웃으며 떠났다. 오션스타룸에는 동혁과 해고당한 후 수입이 없어져 엄마를 치료하지 못할까 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송소비만 남았다. “울 거 없어요. 범연희는 당신을 해고할 수 없을 테니, 내일 계속 회사에 출근하세요.” 동혁은 송소빈에게 휴지를 건넸다. 그는 정의감이 충만한 송소빈이 매우 맘에 들었다. 송소빈은 동혁의 말을 듣더니 휴지를 받아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동혁의 몸에 잔뜩 묻은 케이크 찌꺼기와 리본들을 보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