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페라리 488!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이, 이 쓸모없는 인간이 슈퍼카를 살 수 있다고요? 세상에 그런 기적도 있어요?” “에이, 사람을 잘못 봤겠죠!” 룸 안 사람들에게서 연신 놀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동혁에게 쏠렸고, 그 안에서 놀라움, 난감함, 질투가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의심했다. 그들은 동혁이라는 쓸모없는 인간이 오늘 밤 생일파티에 페라리 488을 몰고 왔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지금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직접 먹칠을 당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범연희는 난감해하며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는데, 당황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잠시 후, 그녀는 태연한 척 말했다. “페라리 488이 뭐 어때서? 차 값이 고작 10억 원 정도 아니야? 긁히면 긁히는 거지. 원래 공장으로 운송해서 전체 차에 다시 도색을 해도 몇 천만 원이면 돼! 그 돈은 나도 낼 수 있어!” 이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범연희의 말투를 듣고, 자존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했다. 노래방 직원은 난처해하며, 양쪽에서 화를 낼까 봐 걱정했고,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동혁은 범연희만큼 까칠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노래방 직원을 난처하게 하기 싫어서, 직접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내 건넸다. 열쇠에 있는 눈에 띄는 페라리 엠블럼이 사람들의 두 눈에 확 들어왔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동혁을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차 키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동혁과 노래방 직원이 짜고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이상 사람들을 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럼 제 차 좀 대신 빼주세요. 고마워요.” “제가 감사합니다.” 노래방 직원은 고맙다는 듯이 열쇠를 가지고 서둘러 이 긴장 가득한 문제의 장소를 떠났다. 그가 차를 옮기고 열쇠를 동혁에게 가져다 줄 때까지, 오션스타룸 안은 어색한 침묵만이 계속 흘렀다. 사람들은 방금 자신들이 동혁을 조롱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모두 창피하
룸 안. 송소빈을 제외한 모두가 동혁을 빈정거리며 조롱했다. 심지어 오늘 밤 동혁이 생일파티에 페라리 488을 몰고 온 것조차 일부러 허세를 부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이미 동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자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어쨌든 그들은 사실이 어떠하든 아무 상관없었다. 그저 동혁을 심하게 조롱하고 동혁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야 자신들의 어색함을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룸 안 사람들의 신랄한 빈정거림에도 동혁은 그저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오히려 입가에 미소까지 지었다. 동혁의 눈에, 룸 안에 사람들은 모두 속 좁고 어리석은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혁에 자신들이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단지 동혁을 많은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아도 반격의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존심은 없고 참을성만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 ‘정말 완벽한 바보 병신!’ “자, 여러분, 오늘 저녁 모임의 이유를 잊지 않으셨죠? 바로 우리 범 부장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겁니다. 특별히 범 부장님을 위해 케이크를 주문했어요. 그럼 먼저 케이크를 컷팅을 하죠!” 이때 한 임원이 소리로 신호를 보냈다. 곧 다른 사람이 카트를 끌고 왔다. 카트에 케이크 탑이 놓여 있고, 촛불이 켜져 있었다. 범연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소원을 빌고 촛불을 불었다. 동혁은 이 사람들의 즐거움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늘 이곳 모임에 온 목적도 이미 달성했다. 그는 송수빈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고 일어났다. 이때 범연희는 이미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동혁이 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말했다. “동혁 씨, 잠깐만요! 내가 자른 이 첫 번째 케이크는 동혁 씨를 위한 거예요!” 범연희는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 종이 접시에 담아 건넸다.동혁은 그녀를 힐끗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케이크는 괜찮아요. 전 그냥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동혁 씨, 왜 그래요? 이건 범 부장님의 생일잔치인데
동혁은 말없이 얼굴의 크림과 몸에 묻은 케이크 찌꺼기를 닦아냈다. 평소 동혁의 성격이라면 이렇게 남에게 이렇게 모욕을 당하고, 당연히 화를 참지 못했을 것이다. 동혁은 잠시나마 범연희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나머지 임원들까지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룸 안에는 거의 20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동혁이 빰을 때릴 때 저항할 수 있는 사람 하나 도 없었다. 하지만 범연희의 말에 동혁은 조용히 들어 올린 손을 다시 내렸다. 알고 보니 범연희 이 사람들은 동혁이 항난그룹에 끼친 피해에 대해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2년 동안 쌓인 억울함과 분노를 풀려고 한 거였어?’ ‘단지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그럼 다음이 있을 이 사람들의 처벌은 조금 더 가벼워도 되겠어.’ ‘그렇다 해도 범연희 등은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당하겠지만.’ “복수를 마쳤다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동혁은 고개를 돌려 밖으로 걸어갔다. “거기 서! 누가 너에게 가도 된다고 허락했어?” 하강원은 또 다른 남성 임원과 함께 몸으로 앞을 막고 동혁을 째려보았다. 범연희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러면 다 끝인 줄 알아? 너무 순진하고 유치한 거 아니야?” “그럼 당신들은 뭘 어쩌자는 거죠?” 동혁은 아예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물었다. 범연희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서 다시 동혁을 노려보았다. “백 회장님과 형제 관계였던 신분을 믿고, 항난그룹에 취직하려 한다면서? 그런 일이 있었어?” 송소빈을 포함한 모두가 동혁을 주시했다. “맞습니다.” 동혁은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형제인 항남이 아니었다면 동혁이 스스로 회장을 맡아 항난그룹을 재건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흥, 이 쓸모없는 놈이 아주 뻔뻔스럽네. 지금 무슨 낯짝으로 항난그룹에 출근하겠다는 거야!” “항난그룹이 네 놈이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곳인 줄 알아? 정신병원에서 방금 나온 바보인 네게 그런 자격이 있어!” “하찮은 데릴사위에다 어디 소개하기도
“범 부장님, 백 회장님이 항난그룹과 함께 H시로 돌아왔을 때, 부장님은 막 졸업하고도 여기저기서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요? 하지만 회장님은 부장님이 업무 경험이 없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비서팀에 채용했어요. 회장님이 베풀었던 그 은혜를 잊은 건가요?” “그리고 수 사장님이 임신했을 때, 부장님이 백 회장님께 접근했다 거절당한 일도 있었지요? 백 회장님은 부장님이 아직 젊고 기회가 많다는 것을 보고서, 수 사장님이 모르게 다른 지사로 전근시켰어요. 그때도 백 회장님은 부장님의 미래를 지켜줬는데 그 은혜도 잊었군요!” 범연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작은 입으로 쉬지 않고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는 송소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체면을 구기는 비밀스러운 일들이 사정없이 폭로되자, 범연희는 한동안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송소빈은 또 하강원을 상대로 계속 말했다. “하 부장님, 부장님은 백 회장님이 창업하실 때 함께한 동료 아니었나요? 그룹의 성장에 비해 부장님의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도 못했고, 따로 뒷돈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백 회장님은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부장님을 쫓아내지 않고, 비교적 큰 능력이 필요 없는 지사로 옮겨 주었어요. 그런데도 부장님은 백 회장님을 뒤에서 욕했고, 백 회장님은 이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룹이 파산하기 전에 부장님이 그룹을 배신하지 않은 것은 근본적으로 부장님의 능력이 부족해 배신할 자격조차 없었기 때문이에요!” 하강원은 송소빈의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게 되었다. 송소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다른 임원들을 향해 폭로를 이어갔다. 사실 항난그룹이 파산하기 전에 송소빈도 회장실의 비서였다. 그래서 범연희 등의 과거의 일을 훤히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범연희가 사사건건 그녀를 괴롭히는 이유이다. 룸 전체가 송소빈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당신들은 백 회장님이 항난그룹을 파산시킨 나쁜 일만 기억하고, 그분이 한 수많은 좋은 일들
송소빈은 보잘것없는 일개 직원에 불과하다. 범연희 등은 그녀에게 한차례 욕을 한 후, 그녀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 그리고 또다시 동혁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쓸모없는 놈 잘 들어! 앞으로 감히 우리 그룹에 발을 들여놓으면 경호원들에게 네 놈을 밖으로 내던져 버리라고 할 거야!” “물론, 그 과정에서 네가 부주의해 다리가 부러져도, 내 탓을 할 수 없어...” 모든 사람들이 동혁을 욕하는 것을 보자, 항난그룹 내에서 별 지위가 없는 경호부 천지훈 부장조차 달려들어 동혁을 위협했다. 동혁에게 모욕을 주고, 항난그룹에 출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 바로 범연희 등의 목적이었다. 임원직은 인원에 제한이 있다. 동혁이 항난그룹의 부회장이 된다면, 그만큼 자리가 줄어 한 사람 이상의 승진이 막힐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위협에 동혁이 강한 저항의 말을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자신들의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알아듣게 말을 했는데, 그래도 쓸모없는 네 놈이 뭐가 뭔지도 모르고 계속 날뛴다면, 그땐 그룹 내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 같은 엘리트들이 어떻게 너를 혼내줄지 기대하라고!” 범연희는 날카로운 턱을 치켜들고 거만하게 동혁의 곁을 지나 오션스타룸을 떠났다. “하하, 오늘 밤 정말 즐거웠어요. 명절보다 더 재미있던데요. ” “저 바보는 감히 항난그룹에 나오지 못할 거야!” “참, 제가 저 바보 놈의 동영상도 녹화했는데, 나중에 다시 한번 같이 보시죠.” 다른 사람들도 웃으며 떠났다. 오션스타룸에는 동혁과 해고당한 후 수입이 없어져 엄마를 치료하지 못할까 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송소비만 남았다. “울 거 없어요. 범연희는 당신을 해고할 수 없을 테니, 내일 계속 회사에 출근하세요.” 동혁은 송소빈에게 휴지를 건넸다. 그는 정의감이 충만한 송소빈이 매우 맘에 들었다. 송소빈은 동혁의 말을 듣더니 휴지를 받아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동혁의 몸에 잔뜩 묻은 케이크 찌꺼기와 리본들을 보고 말했다. “
“엄마 그만해요!” 류혜진의 욕설이 점점 심해지자 세화는 끝내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말을 끊었다. “이 계집애가, 엄마가 이 놈을 욕하는 게 다 너를 위해서인데, 넌 지금 나한테 소리치는 거야? 동영상 속에 저 놈의 바보 같은 모습 좀 봐라. 남자 놈이 혈기는 하나도 없고!” 류혜진은 씩씩거리며 눈을 부릅떴다. 세화가 말했다. “동혁 씨가 나 때문에 사람을 때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잖아. 정말 그러다 또 지난번 노광훈처럼 사람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만약 그랬어봐 엄마는 또 동혁 씨가 우리 집에 화를 입힌다고 욕할 거잖아. 동혁 씨가 뭘 어떻게 하든, 엄마는 이유를 찾아서 욕할 거야!” 세화는 알고 있었다. ‘이번에 동혁 씨가 당해도 대응하지 않은 것은 그 사람들이 동혁 씨를 괴롭혔기 때문이야.’ ‘만약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나였다면 동혁 씨는 진작에 손을 썼겠지.’ ‘동혁 씨는 자신은 당해도 상관없지만, 자신 때문에 가족들에게까지 화를 끼치고 싶지 않았을 거야.’ 동혁이 이렇게 화를 참는 것이 오히려 세화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세화, 너, 내가 지금 억지를 부린다고 뭐라고 하는 거야?” 류혜진은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어머니, 세화는 어머니를 원망한 게 아니에요. 그리고 어머니께서 제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제 생각해서 그러시는 거 잘 알아요.” 두 모녀가 싸우려 하자 동혁은 서둘러 류혜진을 달래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누가 네 생각을 해? 괜히 혼자 네가 좋아서 그러는 줄 착각하지 마!” 류혜진은 동혁의 손을 탁 치며 퉁명스럽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 위층으로 걸어갔다. “동혁이 너도 혼자 착한 척하지 마! 매번 내가 너를 욕할 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세화가 너를 도와주기를 기다리잖아. 그러면 너는 잘못 없는데, 뭐라 하는 나만 나쁜 사람이나 되고!”동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세화에게 다가갔다. “여보도 더 화내지 마! 내가 말했잖아, 오늘 밤 나에게 케이크를 던
“결혼도 안 했는데 남자랑 노는 게 어때서? 회사가 그런 것까지 관여하면 안 되잖아!” “하지만 그 남자가 정신병이 있는 바보래. 정신병원에 몇 년 동안 갇혀 있다가 풀려나서, 데릴사위가 되었다고 하던데?” “에이 설마, 송 과장이 눈이 얼마나 높은데, 그런 바보를 상대한다고?” “송 과장 왔다.” 송소빈이 인사부에 들어서자 동료들이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동료들은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입을 다물더니, 계속 이상한 눈초리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무관심과 경멸의 눈빛을 보냈고, 많은 사람들이 송소빈을 비웃었다. 그런 시선에 둘러싸인 송소빈은 마음에 불안함을 느꼈고,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범 부장이 이렇게 잔인할 줄은 몰랐는데? 뜻밖에도 나와 동혁 씨의 스캔들을 미리 꾸며서 동료들 사이에 퍼뜨리다니.’ 이것은 송소빈이 해고된 후에도,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오명이 계속 따라다닐 수 있는 문제였다. 송소빈은 화가 나서 직접 해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다 참았다. ‘내가 해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나만 더 초라해지고 모욕감만 커질 거야!’ 해고된 평범한 동료와 그룹 임원으로서 잘 나가는 직속상관을 비교하면, 바보라도 어느 편에 설지 잘 알 수 있다. “송소빈, 퇴직 수속하러 오라고 했더니, 왜 오후에나 나온 거야?” 바로 그때, 범연희가 거들먹거리며 사무실로 걸어왔다. “곧 새로운 사람이 올 거예요! 누구 두 명이 가서, 저 자리에 널려진 것들을 빨리 싹 다 치워버려요!” 퍽! 탁탁! 송소빈의 자리에 있던 개인 소지품들이 몇몇 동료들에 의해 마구 치워져 외부 복도에 가차 없이 버려졌다. 그녀가 가장 아끼는 곰돌이 푸 물컵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이게 바로 네가 어젯밤 그 쓸모없는 인간을 편들다 맞이한 결과야!” “같은 항난그룹 선임 직원인데, 지금 임원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난 앞으로 계속 승진하고 월급도 올라 황금빛 인생을 살겠지? 근데 넌 직장을 잃었으니, 네가 이제 뭘로 네 그 병든 어머니를
수소야는 버버리 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지난 주부의 옷차림을 했을 때와는 풍기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네, 회장님이 곧 도착하실 겁니다.” “와!” 참석한 임원들이 순간 환호성을 냈다. 그들은 항난그룹을 재건하고, 자신들을 다시 그룹으로 돌아오도록 모은 회장에 대해 감사와 존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범연희도 깜짝 놀라며 정신을 단단히 차렸다. 그녀는 인사부 부장보다는 회장의 눈에 직접 들어 비서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것이 고위층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 앞에 있는 백 명이 넘는 임원들을 보며, 그중 자신이 가장 어리고 아름다우니, 기회가 주어질 확률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백 쌍이 넘는 눈이 수소야의 등뒤 문을 뜨겁게 주시하고 있었다. 회장실은 매우 큰 독립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회장실과 대회의실은 연결되는 독립된 통로가 있었다. ‘백 회장님은 틀림없이 저리로 들어오실 거야!’ 쫙! 많은 사람들이 기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그 문이 갑자기 열렸다. 범연희 등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회장님이 도착하셨어!’ 그러나 다음 순간 그들의 눈빛이 모두 굳어졌고, 이어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이 뜻밖에도 물품 박스를 멍하니 안고 있는 송소빈이었기 때문이다. 쾅! 범연희는 흥분하여 즉시 책상을 내려치며 일어났다. “송소빈 씨, 아주 겁을 상실했군요. 해고도 당했는데 감히 대회의실에 함부로 침입하다니요? 수 사장님을 찾아와 사정이라도 해서, 해고 결정을 취소하게 하려고 그러는 건가요? 회사 규정이 뭔지 아예 몰라요?” 송소빈은 이 고함 소리에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송소빈은 동혁이 자신과 농담을 하고 있는 줄로 여기며, 29층으로 올라왔다.‘임원회의가 열리는 동안, 밖에는 경호원이 지키고 있으니 우리들을 바로 막을 거야.’하지만 생각지도 않게, 동혁은 송소빈을 모르는 곳으로 데려갔다.그 둘은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