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안. 송소빈을 제외한 모두가 동혁을 빈정거리며 조롱했다. 심지어 오늘 밤 동혁이 생일파티에 페라리 488을 몰고 온 것조차 일부러 허세를 부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이미 동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자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어쨌든 그들은 사실이 어떠하든 아무 상관없었다. 그저 동혁을 심하게 조롱하고 동혁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야 자신들의 어색함을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룸 안 사람들의 신랄한 빈정거림에도 동혁은 그저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오히려 입가에 미소까지 지었다. 동혁의 눈에, 룸 안에 사람들은 모두 속 좁고 어리석은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혁에 자신들이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단지 동혁을 많은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아도 반격의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존심은 없고 참을성만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 ‘정말 완벽한 바보 병신!’ “자, 여러분, 오늘 저녁 모임의 이유를 잊지 않으셨죠? 바로 우리 범 부장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겁니다. 특별히 범 부장님을 위해 케이크를 주문했어요. 그럼 먼저 케이크를 컷팅을 하죠!” 이때 한 임원이 소리로 신호를 보냈다. 곧 다른 사람이 카트를 끌고 왔다. 카트에 케이크 탑이 놓여 있고, 촛불이 켜져 있었다. 범연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소원을 빌고 촛불을 불었다. 동혁은 이 사람들의 즐거움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늘 이곳 모임에 온 목적도 이미 달성했다. 그는 송수빈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고 일어났다. 이때 범연희는 이미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동혁이 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말했다. “동혁 씨, 잠깐만요! 내가 자른 이 첫 번째 케이크는 동혁 씨를 위한 거예요!” 범연희는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 종이 접시에 담아 건넸다.동혁은 그녀를 힐끗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케이크는 괜찮아요. 전 그냥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동혁 씨, 왜 그래요? 이건 범 부장님의 생일잔치인데
동혁은 말없이 얼굴의 크림과 몸에 묻은 케이크 찌꺼기를 닦아냈다. 평소 동혁의 성격이라면 이렇게 남에게 이렇게 모욕을 당하고, 당연히 화를 참지 못했을 것이다. 동혁은 잠시나마 범연희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나머지 임원들까지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룸 안에는 거의 20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동혁이 빰을 때릴 때 저항할 수 있는 사람 하나 도 없었다. 하지만 범연희의 말에 동혁은 조용히 들어 올린 손을 다시 내렸다. 알고 보니 범연희 이 사람들은 동혁이 항난그룹에 끼친 피해에 대해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2년 동안 쌓인 억울함과 분노를 풀려고 한 거였어?’ ‘단지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그럼 다음이 있을 이 사람들의 처벌은 조금 더 가벼워도 되겠어.’ ‘그렇다 해도 범연희 등은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당하겠지만.’ “복수를 마쳤다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동혁은 고개를 돌려 밖으로 걸어갔다. “거기 서! 누가 너에게 가도 된다고 허락했어?” 하강원은 또 다른 남성 임원과 함께 몸으로 앞을 막고 동혁을 째려보았다. 범연희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러면 다 끝인 줄 알아? 너무 순진하고 유치한 거 아니야?” “그럼 당신들은 뭘 어쩌자는 거죠?” 동혁은 아예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물었다. 범연희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서 다시 동혁을 노려보았다. “백 회장님과 형제 관계였던 신분을 믿고, 항난그룹에 취직하려 한다면서? 그런 일이 있었어?” 송소빈을 포함한 모두가 동혁을 주시했다. “맞습니다.” 동혁은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형제인 항남이 아니었다면 동혁이 스스로 회장을 맡아 항난그룹을 재건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흥, 이 쓸모없는 놈이 아주 뻔뻔스럽네. 지금 무슨 낯짝으로 항난그룹에 출근하겠다는 거야!” “항난그룹이 네 놈이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곳인 줄 알아? 정신병원에서 방금 나온 바보인 네게 그런 자격이 있어!” “하찮은 데릴사위에다 어디 소개하기도
“범 부장님, 백 회장님이 항난그룹과 함께 H시로 돌아왔을 때, 부장님은 막 졸업하고도 여기저기서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요? 하지만 회장님은 부장님이 업무 경험이 없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비서팀에 채용했어요. 회장님이 베풀었던 그 은혜를 잊은 건가요?” “그리고 수 사장님이 임신했을 때, 부장님이 백 회장님께 접근했다 거절당한 일도 있었지요? 백 회장님은 부장님이 아직 젊고 기회가 많다는 것을 보고서, 수 사장님이 모르게 다른 지사로 전근시켰어요. 그때도 백 회장님은 부장님의 미래를 지켜줬는데 그 은혜도 잊었군요!” 범연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작은 입으로 쉬지 않고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는 송소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체면을 구기는 비밀스러운 일들이 사정없이 폭로되자, 범연희는 한동안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송소빈은 또 하강원을 상대로 계속 말했다. “하 부장님, 부장님은 백 회장님이 창업하실 때 함께한 동료 아니었나요? 그룹의 성장에 비해 부장님의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도 못했고, 따로 뒷돈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백 회장님은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부장님을 쫓아내지 않고, 비교적 큰 능력이 필요 없는 지사로 옮겨 주었어요. 그런데도 부장님은 백 회장님을 뒤에서 욕했고, 백 회장님은 이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룹이 파산하기 전에 부장님이 그룹을 배신하지 않은 것은 근본적으로 부장님의 능력이 부족해 배신할 자격조차 없었기 때문이에요!” 하강원은 송소빈의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게 되었다. 송소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다른 임원들을 향해 폭로를 이어갔다. 사실 항난그룹이 파산하기 전에 송소빈도 회장실의 비서였다. 그래서 범연희 등의 과거의 일을 훤히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범연희가 사사건건 그녀를 괴롭히는 이유이다. 룸 전체가 송소빈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당신들은 백 회장님이 항난그룹을 파산시킨 나쁜 일만 기억하고, 그분이 한 수많은 좋은 일들
송소빈은 보잘것없는 일개 직원에 불과하다. 범연희 등은 그녀에게 한차례 욕을 한 후, 그녀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 그리고 또다시 동혁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쓸모없는 놈 잘 들어! 앞으로 감히 우리 그룹에 발을 들여놓으면 경호원들에게 네 놈을 밖으로 내던져 버리라고 할 거야!” “물론, 그 과정에서 네가 부주의해 다리가 부러져도, 내 탓을 할 수 없어...” 모든 사람들이 동혁을 욕하는 것을 보자, 항난그룹 내에서 별 지위가 없는 경호부 천지훈 부장조차 달려들어 동혁을 위협했다. 동혁에게 모욕을 주고, 항난그룹에 출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 바로 범연희 등의 목적이었다. 임원직은 인원에 제한이 있다. 동혁이 항난그룹의 부회장이 된다면, 그만큼 자리가 줄어 한 사람 이상의 승진이 막힐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위협에 동혁이 강한 저항의 말을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자신들의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알아듣게 말을 했는데, 그래도 쓸모없는 네 놈이 뭐가 뭔지도 모르고 계속 날뛴다면, 그땐 그룹 내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 같은 엘리트들이 어떻게 너를 혼내줄지 기대하라고!” 범연희는 날카로운 턱을 치켜들고 거만하게 동혁의 곁을 지나 오션스타룸을 떠났다. “하하, 오늘 밤 정말 즐거웠어요. 명절보다 더 재미있던데요. ” “저 바보는 감히 항난그룹에 나오지 못할 거야!” “참, 제가 저 바보 놈의 동영상도 녹화했는데, 나중에 다시 한번 같이 보시죠.” 다른 사람들도 웃으며 떠났다. 오션스타룸에는 동혁과 해고당한 후 수입이 없어져 엄마를 치료하지 못할까 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송소비만 남았다. “울 거 없어요. 범연희는 당신을 해고할 수 없을 테니, 내일 계속 회사에 출근하세요.” 동혁은 송소빈에게 휴지를 건넸다. 그는 정의감이 충만한 송소빈이 매우 맘에 들었다. 송소빈은 동혁의 말을 듣더니 휴지를 받아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동혁의 몸에 잔뜩 묻은 케이크 찌꺼기와 리본들을 보고 말했다. “
“엄마 그만해요!” 류혜진의 욕설이 점점 심해지자 세화는 끝내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말을 끊었다. “이 계집애가, 엄마가 이 놈을 욕하는 게 다 너를 위해서인데, 넌 지금 나한테 소리치는 거야? 동영상 속에 저 놈의 바보 같은 모습 좀 봐라. 남자 놈이 혈기는 하나도 없고!” 류혜진은 씩씩거리며 눈을 부릅떴다. 세화가 말했다. “동혁 씨가 나 때문에 사람을 때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잖아. 정말 그러다 또 지난번 노광훈처럼 사람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만약 그랬어봐 엄마는 또 동혁 씨가 우리 집에 화를 입힌다고 욕할 거잖아. 동혁 씨가 뭘 어떻게 하든, 엄마는 이유를 찾아서 욕할 거야!” 세화는 알고 있었다. ‘이번에 동혁 씨가 당해도 대응하지 않은 것은 그 사람들이 동혁 씨를 괴롭혔기 때문이야.’ ‘만약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나였다면 동혁 씨는 진작에 손을 썼겠지.’ ‘동혁 씨는 자신은 당해도 상관없지만, 자신 때문에 가족들에게까지 화를 끼치고 싶지 않았을 거야.’ 동혁이 이렇게 화를 참는 것이 오히려 세화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세화, 너, 내가 지금 억지를 부린다고 뭐라고 하는 거야?” 류혜진은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어머니, 세화는 어머니를 원망한 게 아니에요. 그리고 어머니께서 제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제 생각해서 그러시는 거 잘 알아요.” 두 모녀가 싸우려 하자 동혁은 서둘러 류혜진을 달래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누가 네 생각을 해? 괜히 혼자 네가 좋아서 그러는 줄 착각하지 마!” 류혜진은 동혁의 손을 탁 치며 퉁명스럽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 위층으로 걸어갔다. “동혁이 너도 혼자 착한 척하지 마! 매번 내가 너를 욕할 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세화가 너를 도와주기를 기다리잖아. 그러면 너는 잘못 없는데, 뭐라 하는 나만 나쁜 사람이나 되고!”동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세화에게 다가갔다. “여보도 더 화내지 마! 내가 말했잖아, 오늘 밤 나에게 케이크를 던
“결혼도 안 했는데 남자랑 노는 게 어때서? 회사가 그런 것까지 관여하면 안 되잖아!” “하지만 그 남자가 정신병이 있는 바보래. 정신병원에 몇 년 동안 갇혀 있다가 풀려나서, 데릴사위가 되었다고 하던데?” “에이 설마, 송 과장이 눈이 얼마나 높은데, 그런 바보를 상대한다고?” “송 과장 왔다.” 송소빈이 인사부에 들어서자 동료들이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동료들은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입을 다물더니, 계속 이상한 눈초리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무관심과 경멸의 눈빛을 보냈고, 많은 사람들이 송소빈을 비웃었다. 그런 시선에 둘러싸인 송소빈은 마음에 불안함을 느꼈고,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범 부장이 이렇게 잔인할 줄은 몰랐는데? 뜻밖에도 나와 동혁 씨의 스캔들을 미리 꾸며서 동료들 사이에 퍼뜨리다니.’ 이것은 송소빈이 해고된 후에도,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오명이 계속 따라다닐 수 있는 문제였다. 송소빈은 화가 나서 직접 해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다 참았다. ‘내가 해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나만 더 초라해지고 모욕감만 커질 거야!’ 해고된 평범한 동료와 그룹 임원으로서 잘 나가는 직속상관을 비교하면, 바보라도 어느 편에 설지 잘 알 수 있다. “송소빈, 퇴직 수속하러 오라고 했더니, 왜 오후에나 나온 거야?” 바로 그때, 범연희가 거들먹거리며 사무실로 걸어왔다. “곧 새로운 사람이 올 거예요! 누구 두 명이 가서, 저 자리에 널려진 것들을 빨리 싹 다 치워버려요!” 퍽! 탁탁! 송소빈의 자리에 있던 개인 소지품들이 몇몇 동료들에 의해 마구 치워져 외부 복도에 가차 없이 버려졌다. 그녀가 가장 아끼는 곰돌이 푸 물컵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이게 바로 네가 어젯밤 그 쓸모없는 인간을 편들다 맞이한 결과야!” “같은 항난그룹 선임 직원인데, 지금 임원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난 앞으로 계속 승진하고 월급도 올라 황금빛 인생을 살겠지? 근데 넌 직장을 잃었으니, 네가 이제 뭘로 네 그 병든 어머니를
수소야는 버버리 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지난 주부의 옷차림을 했을 때와는 풍기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네, 회장님이 곧 도착하실 겁니다.” “와!” 참석한 임원들이 순간 환호성을 냈다. 그들은 항난그룹을 재건하고, 자신들을 다시 그룹으로 돌아오도록 모은 회장에 대해 감사와 존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범연희도 깜짝 놀라며 정신을 단단히 차렸다. 그녀는 인사부 부장보다는 회장의 눈에 직접 들어 비서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것이 고위층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 앞에 있는 백 명이 넘는 임원들을 보며, 그중 자신이 가장 어리고 아름다우니, 기회가 주어질 확률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백 쌍이 넘는 눈이 수소야의 등뒤 문을 뜨겁게 주시하고 있었다. 회장실은 매우 큰 독립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회장실과 대회의실은 연결되는 독립된 통로가 있었다. ‘백 회장님은 틀림없이 저리로 들어오실 거야!’ 쫙! 많은 사람들이 기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그 문이 갑자기 열렸다. 범연희 등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회장님이 도착하셨어!’ 그러나 다음 순간 그들의 눈빛이 모두 굳어졌고, 이어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이 뜻밖에도 물품 박스를 멍하니 안고 있는 송소빈이었기 때문이다. 쾅! 범연희는 흥분하여 즉시 책상을 내려치며 일어났다. “송소빈 씨, 아주 겁을 상실했군요. 해고도 당했는데 감히 대회의실에 함부로 침입하다니요? 수 사장님을 찾아와 사정이라도 해서, 해고 결정을 취소하게 하려고 그러는 건가요? 회사 규정이 뭔지 아예 몰라요?” 송소빈은 이 고함 소리에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송소빈은 동혁이 자신과 농담을 하고 있는 줄로 여기며, 29층으로 올라왔다.‘임원회의가 열리는 동안, 밖에는 경호원이 지키고 있으니 우리들을 바로 막을 거야.’하지만 생각지도 않게, 동혁은 송소빈을 모르는 곳으로 데려갔다.그 둘은
콰쾅! 수소야의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회의실에 모든 임원은 심장이 터져나갈 듯이 매우 놀랐다. “이, 이게 말이 돼, 저 바보가 회장일 리가 없어!” “회장님은 백항서라고 하지 않았어?” 범연희, 하강원 등 어젯밤 생일 파티에 참석한 10여 명의 임원을 포함한 모두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어젯밤에 동혁을 끝도 없이 모욕했었다. 만약 동혁이 정말로 백항서라면, 그들 모두 같은 운명공동체로 이제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백항서라는 이름은 회장님이 쓰시는 가명으로, 이전에 백항남 회장님과 항난그룹을 위협했던 사람들에게 그룹의 재건을 알리기 위해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수소야가 낮은 음조로 말했다. 이 말로 범연희 등이 가지고 있던 희망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안돼!” 놀란 범연희는 머릿속에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짙은 화장을 한 곱고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종이처럼 하얗게 변했다. 당황한 하강원은 몸 전체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붉게 변했다. 크고 네모난 얼굴이 붉게 충혈되어 마치 붉은 피부로 유명한 관우를 연상하게 했다. 그는 충격으로 극도의 압박을 느꼈고, 갑자기 체내의 기혈이 솟구치더니 목이 빨갛게 달아올다. “푸우!” 약간의 피를 뿜었다. 어젯밤 생일파티에 참석한 다른 임원 10여 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중에는 놀라서 주저앉는 사람도 있었다. 바지에 오줌을 지린 사람들도 많았다.어떤 사람들은 충격으로 책상 가장자리를 붙잡고, 마치 북이 울리는 것처럼 크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해안가로 밀려온 물고기처럼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다른 임원들은 그들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동혁에게 밑 보인 적이 없었다. 그저 동혁이 자신들의 회장인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동혁은 H시에서 정말 유명했다.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라면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누구나 무시하던 그 바보에 쓸모없는 인간이 뜻밖에도 3대 가문의 손
“그래요, 그럼 지금 갈게요.”세화는 하던 업무를 내려놓고 촬영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사해상공회의소에서 준비한 촬영 장소는 H시 교외의 한 옛성터였다.이곳은 원래 H시에서 촬영 세트장으로 계획했던 곳이다. 계획이 절반쯤 진행되다가 뒤죽박죽이 되면서 결국 관광지로 개발되었다.촬영장은 작은 연못가에 준비되어 있었다. 일부 직원들은 대단한 열의를 품고 바삐 움직였다.“진 회장님, 오셨군요. 자, 소개하지요. 이번 촬영을 진행하실 우지강 감독님이십니다.”하태정은 세화를 수염이 덥수룩한 배불뚝이 남자 앞으로 데리고 갔다.“우 감독님 안녕하세요.”세화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힘이 과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이 우지강 감독은 적지 않은 영화를 감독했고 최근 상영된 영화들의 흥행이 아주 좋았다. 세화처럼 연예계 뉴스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였다.“야, 앞서 진 회장님이 미인이시라는 말을 들었어도, 제가 믿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만나고 보니 정말 미인이시라는 걸 비로소 알겠습니다!”우지강은 세화를 빤히 쳐다보면서 과장된 말투로 말했다.그러나 사정우가 이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심한 행동은 하지 못했다.세화는 이 우지강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하기도 어려웠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인사치레를 했을 뿐이다.“진 회장님, 먼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함께 저쪽에서 화장을 하시지요.”하태정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불러서 세화를 데리고 메이크업을 하러 가도록 했다. 그리고 우지강과 함께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세화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기도 해서 세화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번에는 사극 촬영인가요?”분장사로부터 한복으로 갈아입으라는 요구를 받자 세화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다른 사람만 입은 걸 보기만 했을 뿐, 자신은 처음 입어보는 것이다.“사복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개화기의 부인 스타일
세화의 말을 들은 강경영의 얼굴에서 노기가 사라졌다.“그래요, 진 회장님이 이렇게 흔쾌히 말씀하시니 그럼 약속을 정하도록 하지요. 아마 오늘 촬영을 진행할 겁니다.”“먼저 돌아가서 쉬세요, 나중에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강경영이 웃으면서 세화에게 말했지만, 동혁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네.”웃으면서 승낙한 세화가 동혁을 끌어당기면서 가자고 손짓했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동혁은, 강경영의 뚱뚱한 얼굴을 힐끗 보고 일어나서 세화와 함께 나갔다.두 사람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걸 보고 있던 강경영이 앞서 동혁을 욕했던 여자에게 담담하게 말했다.“태정아, 촬영장을 준비하라고 제작진에게 알려줘.”“맞다. 나중에 진세화에게 통지할 때 남편은 따라오지 못하게 해. 촬영할 때 너도 사람들을 좀 데리고 가서 지켜보고...”강경영은 비록 동혁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지만, 동혁이 과거처럼 소란을 피우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여러 경로를 통해서 동혁을 조사해 보니, 이 녀석이 아주 싸움을 잘 하는 것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안심하세요, 강 대표님. 그 여자 남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만이지요. 만약 감히 와서 소란을 피운다면, 제가 그놈의 세 번째 다리를 부러뜨릴게요!”“뻔한 평범한 얼굴인 주제에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하태정이 독살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동혁은 왜인지는 몰라도 하태정에게 큰 미움을 받아야만 했다.... 명성호텔을 떠난 동혁은 일찍부터 허기진 상태였던 세화를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밥을 먹을 때 동혁이 말했다.“여보, 좀 있다가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홍보영상을 찍자고 하면 나를 불러. 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좋은 의도가 아닌 것 같아.”“그럴 정도는 아닐 거야. 내가 보기에 그 강 대표는 악의를 품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세화가 말했다.동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내는 너무 선량해서 항상 사람을 좋게 생각하지. 천부적인 재능은 모두 사업 방면에만 있어.’이때 동혁이 설전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형님, 사해
“이번에 저희 사해상공회의소에서 진 회장님에게 높은 문턱을 두지 않은 이유는, 진 회장님에게 광고를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진 회장님이 이런 작은 도움도 주시지 않을 리는 없겠지요...”강경영의 말에는 약간의 자극 요법이 섞여 있었고, 마음속으로도 비웃고 있었다.지금 하는 말끝마다 세화를 사해상공회의소의 회원으로 생각하는 듯했다.‘이 여자를 좀 띄워줄 뿐이야.’일단 세화가 강경영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 누드 사진이 온 H시에 다 퍼지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강경영은 정당한 이유를 내세워서 세화의 입회를 거부할 수 있다. 사해상공회의소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이 수법은 정말 독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세화가 기꺼이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거라서, 결국 벙어리가 냉가슴 앓듯이 괴로워도 말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세화는 강경영이 꿍꿍이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강경영의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니, 상대방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사해상공회의소는 재계의 사람에게는 확실히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일단 회원이 되면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는 셈이기 때문이야.’‘사해상공회의소가 보유한 인맥과 자신의 자원도 모두 빌릴 수가 있어.’‘이 역시 사해상공회의소의 진입 문턱이 높은 이유야.’세화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홍보영상 촬영에 관해서도, 세화는 정말로 짧은 영상만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다.‘어차피 사업이 갈수록 커질 것이기에, 앞으로 방송에 출연해서 얼굴을 드러낼 기회도 상당히 많을 거야.’ ‘심지어 인터넷에서도 앞장서서 내 뉴스를 발굴하겠지.’‘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앞으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사는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야 할 거야.’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강 대표님, 제가...”“잠깐만요.”이때 줄곧 한쪽에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동혁이 갑자기 세화의 말을 끊었다.“이 선생님은 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강경영은 눈살을 찌푸리고서 동혁을
사세준의 말을 듣자, 강경영은 자신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다.머리가 어지러워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물며 이동혁은 그저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야.’ ‘이씨 가문에서 버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씨 가문의 사람이야.’‘하지만 사씨 가문과 이씨 가문은 사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상이지.’‘설사 사정우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사씨 가문에서는 그 요구를 받쳐줘야 해.’이 모든 걸 깨닫자 강경영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곧바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주위의 부하들에게 물었다.“진세화와 남편은 아직도 명문 호텔에 있어?”“호텔에 남아 있는 직원의 보고에 따르면, 줄곧 그곳에서 기다렸다고 합니다.”수하가 보고하자 강경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가자, 명성호텔로 돌아가자!”명성호텔.세화와 동혁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바로 그때 강경영이 일행을 데리고 불쑥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세화가 강경영을 맞으면서 말했다.“강 대표님 오셨어요. 일은 다 처리하셨습니까?”세화와 동혁은 강경영이 방금 직접 사정우를 구하러 갔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잘 처리했습니다. 진 회장님을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강경영이 정중하게 예를 갖추었다.그 태도를 본 세화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이번에 강경영의 태도가 이렇게 좋은 걸 보니까, 괴롭힘을 당할 염려는 없겠어.’세화가 강경영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강 대표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안 하셨다면 호텔 2층의 아너 홀에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만...”“식사는 괜찮습니다. 진 회장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강경영이 손짓하며 말했다.“진 회장님, 자 이쪽으로요.”강경영은 세화와 동혁을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데리고 갔다.“진 회장님, 우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죠.”“회장님이 가지고 계신 두 회사의 상황에 대해서 저희 사해상공회의소에서는 이미 세밀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회장님이 사해상공회의소에 가입할 자격은 이미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회의에
[그리고 이씨 가문의 이천성도 이동혁이 자기 입으로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고 했지.][그 이동혁은 완전히 꼴통이야. 그놈은 네가 명문가의 도련님인지 아닌지 가리지 않아...]”오한민의 말투는 더없이 진지했다.진심으로 사정우를 걱정해서 일깨워준 건지, 일부러 열받게 만들려고 한 말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아무튼 이 말은 단번에 사정우의 승부욕을 뼛속까지 자극했다.“이천성 그 기생오라비 같은 병신을 저하고 비교할 수 있나요?”코웃음을 친 사정우가 오싹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이번에는 제가 그 이가 놈에게 진짜 명문가의 도련님이 뭔지 알게 해 줄게요.”“그놈을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더 간단하지요!”사씨 가문이라는 명문 가문을 등에 업고 있기에, 사정우는 이런 배짱을 가지고 있었다.오한민은 계속해서 권유했다.[정우야, 그래도 너무 방심하지 마. 그놈은 H시의 전 시장인 하세량과 한통속이야.][지금 하세량이 물러났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어. H시경찰국 국장인 조동래가 바로 하세량의 심복이지...]“원래 그놈의 뒷배경이 하세량이군요. 알겠어요.”사정우는 입가에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다.리성투자회사 사무실에서도 전화를 끊고 난 오한민의 입가는 냉소가 흘렀다.‘이씨 가문에서는 하세량에게 도지사 곽원산이라는 백이 있는 걸 꺼렸지. 경솔하게 이동혁에게는 손을 대지 못한 채 거듭 내게 이동혁을 손을 손보라고 했어.’‘마침 잘 됐어. 사정우를 앞세워서 이동혁에게 또 어떤 카드가 있는지 시험해 보는 거야.’‘물론 이동혁이 곧바로 사정우의 손에 죽게 된다면,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아직 병원에 누워 있는 아들 오반석을 생각하자 눈빛에서는 뼈에 사무치는 원한이 드러났다. 곧 오한민은 비서를 불러서 지시했다.“이동혁의 동향을 시시각각 주시하도록 해. 일단 그놈이 벗어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면, 우리가 그들의 재산을 뺏을 수단을 쓸 수 있어...”지금 오한민의 욕심은 아주 거대했다.세화가 장악하고 있는 두 그룹과
“정우 도련님, 괜찮으세요?”사정우를 부축하고 그의 상태에 신경을 쓰면서, 강경영은 남경찰서에서 나왔다.“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사정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음흉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남경찰서의 간판을 바라보았다.“여기 있는 놈들의 신상 자료를 바로 찾아서 가져와.”“나 사정우는 아무 놈이나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이번에 내가 H시의 이 촌것들에게 나 사정우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주겠어!”명문 사씨 가문 출신인 사정우는 여태까지 자신이 사람을 짓밟기만 했다.‘거대한 S시에서조차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어.’‘코딱지만 한 H시에 와서 보잘것없는 데릴사위의 손에 의해서 무고한 죄를 뒤집어쓸 줄 누가 알았겠어! 게다가 남경찰서의 놈들에게 한바탕 두드려 맞기도 했어.’‘이 일이 S시에 알려지면, 사씨 가문의 장남인 내가 앞으로 무슨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단 말이야?’“정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도련님의 일이 바로 제 일입니다. 도련님이 말하지 않더라도 제가 그 놈들을 틀어쥐고 도련님에게 해명하게 하겠습니다...”강경영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사정우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방금 말한 놈들은 모두 잔챙이들이야. 하지만 두 년놈은 내가 어떻게든 가만두지 않겠어.”“마침 그 두 사람은 강 대표가 이번에 H시에 온 일과도 관련이 있어.”“아... 저하고 관련이 있다니요?”강경영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사정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바로 당신이 입회를 고찰하기로 한 그 진세화하고 그 여자의 X밥인 데릴사위 남편이야.”“강 대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사정우가 강경영을 힐끗 보자, 강경영은 몸을 움찔하면서 곧바로 태도를 표명했다.“정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그 여자가 도련님에게 미움을 샀다면, 절대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짝!강경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뺨에서 불이 났다.“내가 그 X을 사해상공회의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