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쾅! 수소야의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회의실에 모든 임원은 심장이 터져나갈 듯이 매우 놀랐다. “이, 이게 말이 돼, 저 바보가 회장일 리가 없어!” “회장님은 백항서라고 하지 않았어?” 범연희, 하강원 등 어젯밤 생일 파티에 참석한 10여 명의 임원을 포함한 모두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어젯밤에 동혁을 끝도 없이 모욕했었다. 만약 동혁이 정말로 백항서라면, 그들 모두 같은 운명공동체로 이제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백항서라는 이름은 회장님이 쓰시는 가명으로, 이전에 백항남 회장님과 항난그룹을 위협했던 사람들에게 그룹의 재건을 알리기 위해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수소야가 낮은 음조로 말했다. 이 말로 범연희 등이 가지고 있던 희망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안돼!” 놀란 범연희는 머릿속에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짙은 화장을 한 곱고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종이처럼 하얗게 변했다. 당황한 하강원은 몸 전체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붉게 변했다. 크고 네모난 얼굴이 붉게 충혈되어 마치 붉은 피부로 유명한 관우를 연상하게 했다. 그는 충격으로 극도의 압박을 느꼈고, 갑자기 체내의 기혈이 솟구치더니 목이 빨갛게 달아올다. “푸우!” 약간의 피를 뿜었다. 어젯밤 생일파티에 참석한 다른 임원 10여 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중에는 놀라서 주저앉는 사람도 있었다. 바지에 오줌을 지린 사람들도 많았다.어떤 사람들은 충격으로 책상 가장자리를 붙잡고, 마치 북이 울리는 것처럼 크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해안가로 밀려온 물고기처럼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다른 임원들은 그들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동혁에게 밑 보인 적이 없었다. 그저 동혁이 자신들의 회장인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동혁은 H시에서 정말 유명했다.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라면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누구나 무시하던 그 바보에 쓸모없는 인간이 뜻밖에도 3대 가문의 손
동혁이 냉정하게 선언했다. 범연희 등은 지금 벼락을 맞은 듯 얼굴이 검게 변하여 사색이 되었다. “아아, 카이엔까지 새 차로 뽑았는데, 이번에 실직하면 어떻게 대출금을 갚아!” 곧 회의실 곳곳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이 사람들을 모두 쫓아버리세요!” 동혁은 가차 없이 손을 흔들어 범연희 등을 회의실에서 끌어내게 했다. 몇 분 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모든 직원 앞에서 20명의 임원들이 그룹 건물에서 끌려 나와 내일 개명식을 준비하기 위해 무대를 만들고 있는 문 앞 광장에 던져졌다. 이번에는 그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창피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어!” 범연희는 자신의 처지를 달가워하지 않으며, 비명을 질렀다. 다른 임원들은 모두 그녀를 바보처럼 쳐다보았다. 그들 역시 이 상황이 달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이 달갑지 않게 여겨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동혁은 항난그룹의 회장이었고, 말 한마디가 곧 그룹의 결정이었다. 동혁이 그들을 해고한다 하면, 그들은 저항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범연희가 갑자기 악에 받쳐 말했다. “내 말 좀 들어보세요. 이동혁이 백항서로 개명했는데 3대 가문에게 복수하려고 그렇게 했다기보다, 내가 보기에 단지 죽은 사람의 이름을 빌려,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3대 가문에 겁을 주려는 의도 같아요” 이 말을 듣고 모두들 일제히 잠시 침묵했다. ‘일리 있는 얘기야!’ ‘H시에서 3대 가문은 최고의 위세를 가지고 있잖아.’ ‘이동혁이 그 3대 가문에게 복수하겠다고 큰소리쳤는데, 그가 그럴만한 실력이 있을까?’ ‘정말 실력이 있었으면 진작에 복수했을 거야.’ ‘굳이 백항서라는 가명도 쓸 필요도 없어.’ ‘그래, 가명을 쓰는 것은 3대 가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허세를 부려 겁만 주려는 게 틀림없어!’ “하지만 네 말이 맞더라도,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경호부 천지훈 부장은 이미 의기소침해졌다. “왜 소용없어? 우리가 이걸로 이동혁을 협
“개X식, 차에서 내려!” “당장 내려!”하강원 등은 이미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퍼티 가루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 쏜살같이 달려가 탱크 트럭과 세미트레일러를 막고 운전자를 내리라고 소리쳤다. 차에서 두 운전자가 내리자 사람들이 다시 그들을 겹겹이 에워쌌다. “솔직히 말해! 이동혁 그 개X식이 우리에게 복수한다고, 당신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지시했지?” 하강원은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이동혁이 누구죠?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에요.” 운전기사가 생글생글 웃고, 양팔을 벌리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하자, 둘러선 사람들이 더 화가 났다. “좋아, 우리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지금 웃음이 나오지?” “분명 시치미를 떼는 거야. 이동혁 그 개X식이 시키지 않았더라면, 저 사람이 퍼티 가루를 이곳으로 싣고 왔겠냐고!” “다 필요 없어. 이동혁 그 자식이 지시했든 안 했든 간에, 지난 일이든 지금 일이든 다시 싹 다 돌려주면 돼. 일단 지금 당장 이 자식들부터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사과하라고 하자.” 범연희는 분노하여 두 운전기사를 가리켰다. “여기 우리들은 모두 사회엘리트야. 막노동이나 하는 너희들 같은 운전기사들이 감히 우리를 함부로 대하다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우리도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 “무릎을 꿇지 않으면요?” 한 운전자가 냉소했다. 짝! 범연희는 상대의 뺨을 후려갈기며,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무릎을 꿇지 않겠다고? 감히? 내가 너희들을 H시에서 취직도 못하게 해서, 너희 가족들이 모두 당해봐야 정신 차릴래?” 그 기사는 범연희가 때리려고 시늉만 했지 정말 때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 미처 피할 틈이 없었다. 그 운전기사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렸다. “젠장, 이 버릇없는 여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오늘 죽었어!”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형님, 제가 미친 계집애한테 맞았어요, 빨리 사람 좀 데리고 오세요!” “흥, 화물차나 운전하는 악취 나는 운전기사
“우선 송소빈 씨를 회장 비서로 임명하고, 범연희가 맡았던 인사부 부장을 겸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동혁의 말이 떨어지자 회의실의 사람들 사이에서 적잖은 파문이 일었다. 송소빈도 항난그룹의 오랜 직원이지만, 이전에는 인사부의 과장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뜻밖에도 회장 비서가 되었다. 그룹 내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송소빈이 단숨에 동혁의 최측근 직원이 되었으니 가히 고속승진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그녀는 젊은 나이에 인사부 부장으로 승진까지 했지만, 그건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다. 회장 비서는 이미 그룹의 고위층 임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부장을 겸하는 것은 놀라울 것도 없었다. 동혁은 강한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의롭고 용감하게 행동한 송소빈의 행동을 높이 샀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젊기 때문에, 아직 경험과 훈련이 필요했다. 갑자기 그녀를 그룹 부사장으로 앉히는 것은 오히려 그룹 내 분란을 조성할 수 있었다. 가만히 자리에 있던 임원들은 송소빈에게 부러움과 질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도 감히 동혁의 임명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다. 다 범연희 등의 덕분이다. 동혁이 처음으로 그룹 임원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20명의 임원을 단숨에 해고했다. 회장의 말 한마디에 힘이 생겼고, 회장의 결정권에 아무도 토를 달수 없었을 정도로 권위가 세워졌다. 송소빈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고, 길에서 금덩이를 줍는 것과 같은 좋은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뜻밖에도 하늘이 돌보는 행운아가 되었다. ‘방금 전까지, 난 사람들 앞에서 범연희에게 조롱을 받으며 인사부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나와 범연희의 운명이 바뀌었어.’ ‘이 모든 것이 회장님 덕분이야!’ “감사합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송소빈은 감격에 겨워 동혁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제 그녀는 해고되어 병든 어머니를 치료할 돈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전에 동혁은 고동성에게 백야특수부대를 전역한 특전사들을 불러 9호 단독주택을 안전하게 지키라고 했다. 사실 고동성에게 그 후보자가 굉장히 많았었다. 하지만 단독주택을 지키는 일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 없어서 4명만 보냈다. 지금 동혁의 지시를 들은 고동성은 오히려 기뻐했다. 전역한 다른 선임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남그룹처럼 큰 기업에, 회장님이 전신이야.’ ‘대우 면에서 당연히 우리 병사들을 푸대접하지 않을 테니,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고동성은 부하 병사들을 형제처럼 대했다. 동혁이 형제들에게 갈 곳을 잘 마련해 주어서, 고동성은 감사하기 그지없었다. [네, 교관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고동성은 기쁘게 승낙했다. “이미 해결됐어요.” 동혁은 수소야에게 휴대폰을 흔들었다. 동혁이 전화 한 통으로 백야특수부대에서 제대한 특전사들을 불러 모으는 것을 보고, 수소야는 동혁이 보여준 인맥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동혁을 뒤덮은 의문 가득한 후광이 신원이 드러나면서 어두워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럼 전 개명식을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수소야는 동혁에게 고개를 숙여 가볍게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떠났다. 아래층 그룹 앞 광장에는 내일 개명식을 위한 단장이 한창이었다. “3대 가문, 내일 너희가 어떤 수작을 부릴지 한번 두고 보자고!” 동혁은 회장실 유리벽 앞에 서서 차분히 밖의 상황을 보았다. 곧 다음날이 되었다. 광도그룹이 정식으로 항난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는 날이다.이는 최근 며칠 동안 H시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항난그룹은 한때 눈부신 영광을 누리던 기업이었다. 백항남 회장이 그룹을 세우고 성공한 후 금의환향하여, 항난그룹을 데리고 H시로 돌아와 고향의 발전에 기여했다. 그 기세가 대단해 당시 비교대상이 없었다. 전직 시장이었고, 지금은 도지사로 승진한 부용성은 백항남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개명식에 앞서 선우설리가 초대할 손님 명단을 작성했다. 9시 반이 되자 그 손님들이 속속 도착했다. “소윤석과 오종천?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직접 오다니!” “그리고 대신투자개발의 류진광 사장, 천공그룹 H시 담당의 원소강 사장!” “오광그룹, R시 원경그룹 사장...” “항난그룹 인맥이 이렇게 넓을 줄은 몰랐는데?” 놀란 기자들은 플래시를 미친 듯이 깜박거리며 카메라를 멈추지 않았다. 카메라 빛으로 초대된 거물들의 얼굴이 온통 새하얗게 비쳤다. 그룹 빌딩의 꼭대기 층, 회장실. 수소야는 이 전례 없이 성대한 광경을 보고 감격하여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회장님, 정말 개명식에 직접 나서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회장님 때문에 온 거잖아요? 왜 이런 좋은 기회를 사용해 H시의 모든 사람들에게 회장님이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쓸모없는 인간, 능력 없는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나요?” 수소야는 선우설리가 직접 전화를 걸어 항난그룹으로 불렀다. 동혁이 백항서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 많았다. ‘최근 H시를 들썩거리던 건축자재협회를 2조 원에 인수한 성세그룹 회장도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동혁 씨야.’ ‘H시의 모든 사람들이 경멸하고 비웃는 동혁 씨가 사실 H시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니.’ ‘H시의 갑부 황지강조차도 동혁 씨 앞에서 머리를 숙이며 지시를 따를 정도야.’ 그런 동혁이 사람들의 비난을 견디고 계속 몸을 낮추고 있다는 사실을 수소야는 정말 믿기 어려웠다. “소야 씨, 항난그룹은 항남과 당신이 함께 힘들게 세운 거예요. 오늘은 소야 씨와 항남이 주인공입니다. 그러니 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습니다.”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내가 나타나면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내게 향할 것이 분명해.’ ‘그리고 지금은 내 모습을 드러낼 때가 아니야.’ “현재 항난그룹 주변에서 3대 가문의 첩자들이 몇 명이나 제 정체를 알아낼 기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갑자기 나타나 개명식을 하는 현장으로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올 때였다. 무대 상공에는 여러 대의 드론이 띄엄띄엄 날며 여러 각도에서 현장을 녹화하고 있었다. 녹화된 장면들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에메랄드정원으로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었다. 3대 가문 가주들은 고급스러운 홍차를 마시며 벽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 생방송을 보았다. “조 회장,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인원을 투입해 항난그룹에서 소란을 피우게 했는데, 만약 그 백항서의 전화 한 통으로 군대나 경찰이 온다면, 괜히 우리가 자발적으로 그에게 약점을 잡히는 게 되지 않을까?” 개명식 현장에 나타난 무리를 본 허윤재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오늘 항난그룹에 사람을 보내 소란을 피운 것은 모두 조구영이 혼자 꾸민 일이었고, 다른 두 가주는 단지 그 일을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몇 백 명을 보내서 소란을 피운다면 분명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보통 상대는 이런 큰 규모의 싸움을 보면 놀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백항서였다. 백항서는 군부에 연줄이 두터웠다. ‘이전에 H시 군부 병참부의 황현동은 우리 3대 가문도 모두 아첨을 해야 했던 인물이었어.’ ‘하지만 백항서의 미움을 산 후 바로 해고되었지.’ ‘듣자니 국외 전쟁터로 보냈다고 하던데, 이번 생에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험하다고 했어.’ ‘괜히 백항서가 전화 한 통으로 군대라도 부르면 큰일인데!’ ‘총이 있는 전투 부대에 비하면 우리가 보낸 사람은 바로 집에서 키우는 개나 닭보다 못해.’ ‘그러다 정말 백항서에게 약점이라도 잡히면 어쩌지?’ 천정윤도 허윤재와 같은 걱정을 했고, 조구영을 쳐다보았다. “허 회장, 천 회장 걱정 마라고. 내가 오늘 배치한 이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깨끗하고 합법적이라, 그 누구도 약점을 찾을 수 없으니까!”조구영은 웃으며 말했다. “백항서가 쓸데없이 군대를 불러도 어쩔 수 없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국가안
“항난그룹의 수소야 사장입니다. 왕 교장님이 용비무술학교 학생들과 함께 항난그룹을 성원하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환영합니다.” 수소야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오, 당신이 백항남의 아내 수소야였군? 역시 H시에서 유명한 미인이야!” 왕용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수소야의 아름다운 몸매를 잠시 살폈다. 지금 그는 수소야를 당장이라도 침대에 눕히지 못해 한스러웠다. 왕용비는 유명한 색마이다. 예전에 한 무술학교 여학생을 임신시켜 H시에서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왕용비의 배경이 든든했고, 인맥도 넓어서 그 일을 잘 무마했다. 그래서 용비무술학교의 설립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소야는 일찍부터 남자들의 이런 추잡한 눈빛에 익숙해져 있어서, 안색이 평소와 같이 차분했다. “그럼 내가 용건을 말하지.” 왕용비는 단도직입적으로 뒤에 있는 거의 200명에 달하는 무술학교 학생들을 가리켰다. “백항남은 일찍이 내게 무술학교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고, 오늘 내가 내 학생들과 함께 항난그룹에게 그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러 왔어.” “듣자 하니 항난그룹이 경호부를 재편성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어제도 모든 경호부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마침내 학생들은 수년간 무술을 연마했고, 하나같이 싸움은 잘하니까. 항난그룹의 안전을 지키라고 하면, 그러면 누가 감히 항난그룹을 괴롭히겠어?” 수소야는 동혁이 그룹의 모든 경호원을 해고해 경호부를 보안부로 개편한다는 어제의 소식이 이렇게 빨리 퍼질 줄은 몰랐다. 오늘 바로 그 기회를 이용하여 왕용비가 찾아왔다. “왕 교장님, 백항남 회장님이 언제 그런 약속을 했길래, 제가 그 사실을 아직까지 모를 수 있죠?” 수소야는 약속은커녕, 항남이 왕용비를 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왕용비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않으려고 이 말은 하지 않았다. “흥, 수 사장은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건가?” 왕용비의 말투가 좋지는 않았지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