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송소빈 씨를 회장 비서로 임명하고, 범연희가 맡았던 인사부 부장을 겸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동혁의 말이 떨어지자 회의실의 사람들 사이에서 적잖은 파문이 일었다. 송소빈도 항난그룹의 오랜 직원이지만, 이전에는 인사부의 과장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뜻밖에도 회장 비서가 되었다. 그룹 내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송소빈이 단숨에 동혁의 최측근 직원이 되었으니 가히 고속승진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그녀는 젊은 나이에 인사부 부장으로 승진까지 했지만, 그건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다. 회장 비서는 이미 그룹의 고위층 임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부장을 겸하는 것은 놀라울 것도 없었다. 동혁은 강한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의롭고 용감하게 행동한 송소빈의 행동을 높이 샀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젊기 때문에, 아직 경험과 훈련이 필요했다. 갑자기 그녀를 그룹 부사장으로 앉히는 것은 오히려 그룹 내 분란을 조성할 수 있었다. 가만히 자리에 있던 임원들은 송소빈에게 부러움과 질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도 감히 동혁의 임명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다. 다 범연희 등의 덕분이다. 동혁이 처음으로 그룹 임원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20명의 임원을 단숨에 해고했다. 회장의 말 한마디에 힘이 생겼고, 회장의 결정권에 아무도 토를 달수 없었을 정도로 권위가 세워졌다. 송소빈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고, 길에서 금덩이를 줍는 것과 같은 좋은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뜻밖에도 하늘이 돌보는 행운아가 되었다. ‘방금 전까지, 난 사람들 앞에서 범연희에게 조롱을 받으며 인사부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나와 범연희의 운명이 바뀌었어.’ ‘이 모든 것이 회장님 덕분이야!’ “감사합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송소빈은 감격에 겨워 동혁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제 그녀는 해고되어 병든 어머니를 치료할 돈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전에 동혁은 고동성에게 백야특수부대를 전역한 특전사들을 불러 9호 단독주택을 안전하게 지키라고 했다. 사실 고동성에게 그 후보자가 굉장히 많았었다. 하지만 단독주택을 지키는 일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 없어서 4명만 보냈다. 지금 동혁의 지시를 들은 고동성은 오히려 기뻐했다. 전역한 다른 선임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남그룹처럼 큰 기업에, 회장님이 전신이야.’ ‘대우 면에서 당연히 우리 병사들을 푸대접하지 않을 테니,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고동성은 부하 병사들을 형제처럼 대했다. 동혁이 형제들에게 갈 곳을 잘 마련해 주어서, 고동성은 감사하기 그지없었다. [네, 교관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고동성은 기쁘게 승낙했다. “이미 해결됐어요.” 동혁은 수소야에게 휴대폰을 흔들었다. 동혁이 전화 한 통으로 백야특수부대에서 제대한 특전사들을 불러 모으는 것을 보고, 수소야는 동혁이 보여준 인맥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동혁을 뒤덮은 의문 가득한 후광이 신원이 드러나면서 어두워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럼 전 개명식을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수소야는 동혁에게 고개를 숙여 가볍게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떠났다. 아래층 그룹 앞 광장에는 내일 개명식을 위한 단장이 한창이었다. “3대 가문, 내일 너희가 어떤 수작을 부릴지 한번 두고 보자고!” 동혁은 회장실 유리벽 앞에 서서 차분히 밖의 상황을 보았다. 곧 다음날이 되었다. 광도그룹이 정식으로 항난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는 날이다.이는 최근 며칠 동안 H시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항난그룹은 한때 눈부신 영광을 누리던 기업이었다. 백항남 회장이 그룹을 세우고 성공한 후 금의환향하여, 항난그룹을 데리고 H시로 돌아와 고향의 발전에 기여했다. 그 기세가 대단해 당시 비교대상이 없었다. 전직 시장이었고, 지금은 도지사로 승진한 부용성은 백항남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개명식에 앞서 선우설리가 초대할 손님 명단을 작성했다. 9시 반이 되자 그 손님들이 속속 도착했다. “소윤석과 오종천?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직접 오다니!” “그리고 대신투자개발의 류진광 사장, 천공그룹 H시 담당의 원소강 사장!” “오광그룹, R시 원경그룹 사장...” “항난그룹 인맥이 이렇게 넓을 줄은 몰랐는데?” 놀란 기자들은 플래시를 미친 듯이 깜박거리며 카메라를 멈추지 않았다. 카메라 빛으로 초대된 거물들의 얼굴이 온통 새하얗게 비쳤다. 그룹 빌딩의 꼭대기 층, 회장실. 수소야는 이 전례 없이 성대한 광경을 보고 감격하여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회장님, 정말 개명식에 직접 나서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회장님 때문에 온 거잖아요? 왜 이런 좋은 기회를 사용해 H시의 모든 사람들에게 회장님이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쓸모없는 인간, 능력 없는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나요?” 수소야는 선우설리가 직접 전화를 걸어 항난그룹으로 불렀다. 동혁이 백항서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 많았다. ‘최근 H시를 들썩거리던 건축자재협회를 2조 원에 인수한 성세그룹 회장도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동혁 씨야.’ ‘H시의 모든 사람들이 경멸하고 비웃는 동혁 씨가 사실 H시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니.’ ‘H시의 갑부 황지강조차도 동혁 씨 앞에서 머리를 숙이며 지시를 따를 정도야.’ 그런 동혁이 사람들의 비난을 견디고 계속 몸을 낮추고 있다는 사실을 수소야는 정말 믿기 어려웠다. “소야 씨, 항난그룹은 항남과 당신이 함께 힘들게 세운 거예요. 오늘은 소야 씨와 항남이 주인공입니다. 그러니 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습니다.”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내가 나타나면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내게 향할 것이 분명해.’ ‘그리고 지금은 내 모습을 드러낼 때가 아니야.’ “현재 항난그룹 주변에서 3대 가문의 첩자들이 몇 명이나 제 정체를 알아낼 기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갑자기 나타나 개명식을 하는 현장으로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올 때였다. 무대 상공에는 여러 대의 드론이 띄엄띄엄 날며 여러 각도에서 현장을 녹화하고 있었다. 녹화된 장면들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에메랄드정원으로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었다. 3대 가문 가주들은 고급스러운 홍차를 마시며 벽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 생방송을 보았다. “조 회장,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인원을 투입해 항난그룹에서 소란을 피우게 했는데, 만약 그 백항서의 전화 한 통으로 군대나 경찰이 온다면, 괜히 우리가 자발적으로 그에게 약점을 잡히는 게 되지 않을까?” 개명식 현장에 나타난 무리를 본 허윤재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오늘 항난그룹에 사람을 보내 소란을 피운 것은 모두 조구영이 혼자 꾸민 일이었고, 다른 두 가주는 단지 그 일을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몇 백 명을 보내서 소란을 피운다면 분명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보통 상대는 이런 큰 규모의 싸움을 보면 놀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백항서였다. 백항서는 군부에 연줄이 두터웠다. ‘이전에 H시 군부 병참부의 황현동은 우리 3대 가문도 모두 아첨을 해야 했던 인물이었어.’ ‘하지만 백항서의 미움을 산 후 바로 해고되었지.’ ‘듣자니 국외 전쟁터로 보냈다고 하던데, 이번 생에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험하다고 했어.’ ‘괜히 백항서가 전화 한 통으로 군대라도 부르면 큰일인데!’ ‘총이 있는 전투 부대에 비하면 우리가 보낸 사람은 바로 집에서 키우는 개나 닭보다 못해.’ ‘그러다 정말 백항서에게 약점이라도 잡히면 어쩌지?’ 천정윤도 허윤재와 같은 걱정을 했고, 조구영을 쳐다보았다. “허 회장, 천 회장 걱정 마라고. 내가 오늘 배치한 이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깨끗하고 합법적이라, 그 누구도 약점을 찾을 수 없으니까!”조구영은 웃으며 말했다. “백항서가 쓸데없이 군대를 불러도 어쩔 수 없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국가안
“항난그룹의 수소야 사장입니다. 왕 교장님이 용비무술학교 학생들과 함께 항난그룹을 성원하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환영합니다.” 수소야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오, 당신이 백항남의 아내 수소야였군? 역시 H시에서 유명한 미인이야!” 왕용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수소야의 아름다운 몸매를 잠시 살폈다. 지금 그는 수소야를 당장이라도 침대에 눕히지 못해 한스러웠다. 왕용비는 유명한 색마이다. 예전에 한 무술학교 여학생을 임신시켜 H시에서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왕용비의 배경이 든든했고, 인맥도 넓어서 그 일을 잘 무마했다. 그래서 용비무술학교의 설립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소야는 일찍부터 남자들의 이런 추잡한 눈빛에 익숙해져 있어서, 안색이 평소와 같이 차분했다. “그럼 내가 용건을 말하지.” 왕용비는 단도직입적으로 뒤에 있는 거의 200명에 달하는 무술학교 학생들을 가리켰다. “백항남은 일찍이 내게 무술학교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고, 오늘 내가 내 학생들과 함께 항난그룹에게 그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러 왔어.” “듣자 하니 항난그룹이 경호부를 재편성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어제도 모든 경호부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마침내 학생들은 수년간 무술을 연마했고, 하나같이 싸움은 잘하니까. 항난그룹의 안전을 지키라고 하면, 그러면 누가 감히 항난그룹을 괴롭히겠어?” 수소야는 동혁이 그룹의 모든 경호원을 해고해 경호부를 보안부로 개편한다는 어제의 소식이 이렇게 빨리 퍼질 줄은 몰랐다. 오늘 바로 그 기회를 이용하여 왕용비가 찾아왔다. “왕 교장님, 백항남 회장님이 언제 그런 약속을 했길래, 제가 그 사실을 아직까지 모를 수 있죠?” 수소야는 약속은커녕, 항남이 왕용비를 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왕용비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않으려고 이 말은 하지 않았다. “흥, 수 사장은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건가?” 왕용비의 말투가 좋지는 않았지
200명의 무술학교 학생들이 모두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천지를 흔들고, 그 소리가 그룹 빌딩을 진동시켰다. 학생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격앙되었고 눈빛은 험악하게 변했다. 왕용비의 명령이 떨어지면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당장이라도 그룹 건물로 뛰어들어 항난그룹 전체를 위에서 아래로 산산조각 낼 기세이다. 이 미성년자 무술학교 학생들은 암흑가 깡패들보다 더 무섭다. 암흑가 깡패들도 법을 어기면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약자는 괴롭히지만, 강자는 두려워하고, 배경이 있는 사람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무술학교 학생들은 한번 피가 끓어오르면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무기를 들고 수련하고 무술을 익히기 때문에, 말 한마디라도 맞지 않으면 크게 싸우는 것이 다반사였다. “수 사장, 처음에 항난그룹이 H시로 돌아오면서, H시의 건설과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자부하지 않았나? 이를 위해 시청으로부터 많은 우대 지원 혜택도 받았잖아.” “그러니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바로 당신들이 할 일이 아니겠어? 공연히 백항남이 죽었다고, 모른 척 잡아떼지 마! 잘못해서 여기 학생들이 소란이라도 피우면, 그땐 나도 정말 막을 수가 없다고!” 왕용비는 측은한 어조로 위협했다. ‘이래서 왕용비가 감히 대놓고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소란을 피운 거야.’ ‘어차피 항남이 죽은 지 2년이 지났으니, 증거도 없고.’ ‘이 무술학교 학생들은 정말 일을 크게 벌여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으니까.’ ‘깡패들이 난동을 부리면, 우리 항난그룹이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게 할 수 있어.’ ‘그런데 지금 소란을 피우는 건 무술학교 학생인데, 뭘로 저들을 제지하지?’ 수소야는 바로 이 점을 깨닫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앞의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기업의 상술이라면, 그녀의 능력으로는 당연히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필이면 이런 편법을 동원해 농간을 부리자, 수소야는 아무런 대처를 할 수
동혁이 평범하고 특이한 점이 없는 것을 본 왕용비는 동혁을 무시하며, 뜻밖에도 그 자리에서 요구할 급여 금액을 올렸다. 동혁은 담담히 말했다. “항난그룹은 전문 보안 부서를 만들려고 합니다. 용비무술학교 학생들의 종합적인 자질만 충분하다면 1조 원도 줄 수 있어요.” “그런데 이 학생들은...” 동혁은 제대로 서 있지도 않은, 그저 껄렁껄렁한 무술학교 학생들을 힐끗 쳐다보며 가볍게 웃었다. “여기 있는 학생들을 보니, 많아야 한 달에 10만 원을 줄 수 있겠는데요?” 동혁의 말은 왕용비 등에게 매우 모욕적이었다. “저 개X식이 죽고 싶나? 이리 와 아주 내가 죽여줄게!” 200명의 무술학교 학생들이 즉시 발끈하여 모두 리펑을 향해 험악하게 소리쳤다. “백항서, 그럼 학생들에게 네 놈의 항난그룹을 한 번 손보라고 해줄까? 그래서 직접 1조 원의 가치를 증명해 주마!” 왕용비는 화가 난 얼굴로 이를 갈며 소리쳤다. 말을 마치고, 그는 무술학교 학생들에게 항난그룹을 부숴버리라고 명령할 작정이었다. 바로 그때! “왕용비, 지금 감히 항난그룹에 손만대 봐, 그러면 용비무술학교를 H시에서 아주 사라지게 해 주겠어!” 담담하고 중후한 목소리가 갑자기 왕용비의 뒤에서 들려왔다. 왕용비의 온몸이 움찔하더니, 얼굴빛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왕용비는 너무 놀라 뻣뻣해진 고개를 돌려 홀 입구에 나타난 중년 남자를 보았고, 눈꺼풀이 심하게 흔들렸다. “장해조? 큰형님이 어떻게 여기에?” 왕용비는 마치 쥐가 고양이를 만난 듯 이전의 오만함은 사라지고 목소리마저 힘없게 변했다. H시에서는 장해조가 큰형님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암흑가를 주름잡았고, 직접 강오맹을 만들더니, 그 후 강오그룹의 암흑가 은둔고수로 변모한, 장해조! “심천미의 그 양아버지?” 동혁이 눈썹을 찡그렸다. 암흑가 은둔 고수로 불리는 장해조의 신분은 동혁에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동혁은 단지 상대방이 천미의 양아버지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천미가
동혁이 왕용비를 보내지 않으려 하자, 장해조는 눈살을 찌푸렸다. 장해조의 뒤에 있던 경호원은 즉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백 회장님, 왕용비는 장 회장님의 얼굴을 봐서 돌아가려고 하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이 정도 호의는 그냥 받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경호원이 보기에 장해조는 이미 왕용비에게 돌아가라고 했다. 왕용비도 장해조의 체면을 세워주며 빨리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이 일은 아주 간단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혁은 오히려 상대에게 남으라고 말했고, 잠자코 있을 뜻이 없었다. ‘이건 오히려 우리 장 회장님의 체면을 무시하는 건데.’ H시에서는 합법적으로 시장이, 불법적으로는 암흑가 두목이 최고 권력이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돈이 많든 적든,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장해조의 체면을 세워주게 정상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남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요? 장 회장님, 회장님 부하들은 이 정도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군요.” 동혁은 그 경호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장해조에게 말했다. “왕용비가 사람들을 데리고 개명식에 와서 소란을 피우고, 내 죽은 형제를 사람들 앞에서 모욕한 일은 단순히 꺼지라는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백항서, 네놈은 예의가 없군!” 경호원은 화가 나서 동혁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장 회장님의 말 한마디에 담긴 힘이 얼마나 큰데! H시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사실을, 네놈이 감히 그런 회장님의 말을 무시하는 거야...” 짝! 순간 뺨을 한 대 맞은 경호원은 자신의 말을 다 할 수 없었다. “꺼져라! 여기는 네가 낄 자리가 아니야!” 장해조는 손을 거두고, 화를 내지 않으면서 스스로 위엄을 세우려 했다. 경호원은 감히 장해조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고, 분노한 상태로 동혁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나갔다. “그럼 당신들 사이의 일에, 저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장해조는 동혁이 방금 한 말에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저 태연하게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