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갑자기 나타나 개명식을 하는 현장으로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올 때였다. 무대 상공에는 여러 대의 드론이 띄엄띄엄 날며 여러 각도에서 현장을 녹화하고 있었다. 녹화된 장면들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에메랄드정원으로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었다. 3대 가문 가주들은 고급스러운 홍차를 마시며 벽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 생방송을 보았다. “조 회장,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인원을 투입해 항난그룹에서 소란을 피우게 했는데, 만약 그 백항서의 전화 한 통으로 군대나 경찰이 온다면, 괜히 우리가 자발적으로 그에게 약점을 잡히는 게 되지 않을까?” 개명식 현장에 나타난 무리를 본 허윤재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오늘 항난그룹에 사람을 보내 소란을 피운 것은 모두 조구영이 혼자 꾸민 일이었고, 다른 두 가주는 단지 그 일을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몇 백 명을 보내서 소란을 피운다면 분명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보통 상대는 이런 큰 규모의 싸움을 보면 놀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백항서였다. 백항서는 군부에 연줄이 두터웠다. ‘이전에 H시 군부 병참부의 황현동은 우리 3대 가문도 모두 아첨을 해야 했던 인물이었어.’ ‘하지만 백항서의 미움을 산 후 바로 해고되었지.’ ‘듣자니 국외 전쟁터로 보냈다고 하던데, 이번 생에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험하다고 했어.’ ‘괜히 백항서가 전화 한 통으로 군대라도 부르면 큰일인데!’ ‘총이 있는 전투 부대에 비하면 우리가 보낸 사람은 바로 집에서 키우는 개나 닭보다 못해.’ ‘그러다 정말 백항서에게 약점이라도 잡히면 어쩌지?’ 천정윤도 허윤재와 같은 걱정을 했고, 조구영을 쳐다보았다. “허 회장, 천 회장 걱정 마라고. 내가 오늘 배치한 이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깨끗하고 합법적이라, 그 누구도 약점을 찾을 수 없으니까!”조구영은 웃으며 말했다. “백항서가 쓸데없이 군대를 불러도 어쩔 수 없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국가안
“항난그룹의 수소야 사장입니다. 왕 교장님이 용비무술학교 학생들과 함께 항난그룹을 성원하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환영합니다.” 수소야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오, 당신이 백항남의 아내 수소야였군? 역시 H시에서 유명한 미인이야!” 왕용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수소야의 아름다운 몸매를 잠시 살폈다. 지금 그는 수소야를 당장이라도 침대에 눕히지 못해 한스러웠다. 왕용비는 유명한 색마이다. 예전에 한 무술학교 여학생을 임신시켜 H시에서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왕용비의 배경이 든든했고, 인맥도 넓어서 그 일을 잘 무마했다. 그래서 용비무술학교의 설립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소야는 일찍부터 남자들의 이런 추잡한 눈빛에 익숙해져 있어서, 안색이 평소와 같이 차분했다. “그럼 내가 용건을 말하지.” 왕용비는 단도직입적으로 뒤에 있는 거의 200명에 달하는 무술학교 학생들을 가리켰다. “백항남은 일찍이 내게 무술학교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고, 오늘 내가 내 학생들과 함께 항난그룹에게 그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러 왔어.” “듣자 하니 항난그룹이 경호부를 재편성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어제도 모든 경호부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마침내 학생들은 수년간 무술을 연마했고, 하나같이 싸움은 잘하니까. 항난그룹의 안전을 지키라고 하면, 그러면 누가 감히 항난그룹을 괴롭히겠어?” 수소야는 동혁이 그룹의 모든 경호원을 해고해 경호부를 보안부로 개편한다는 어제의 소식이 이렇게 빨리 퍼질 줄은 몰랐다. 오늘 바로 그 기회를 이용하여 왕용비가 찾아왔다. “왕 교장님, 백항남 회장님이 언제 그런 약속을 했길래, 제가 그 사실을 아직까지 모를 수 있죠?” 수소야는 약속은커녕, 항남이 왕용비를 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왕용비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않으려고 이 말은 하지 않았다. “흥, 수 사장은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건가?” 왕용비의 말투가 좋지는 않았지
200명의 무술학교 학생들이 모두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천지를 흔들고, 그 소리가 그룹 빌딩을 진동시켰다. 학생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격앙되었고 눈빛은 험악하게 변했다. 왕용비의 명령이 떨어지면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당장이라도 그룹 건물로 뛰어들어 항난그룹 전체를 위에서 아래로 산산조각 낼 기세이다. 이 미성년자 무술학교 학생들은 암흑가 깡패들보다 더 무섭다. 암흑가 깡패들도 법을 어기면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약자는 괴롭히지만, 강자는 두려워하고, 배경이 있는 사람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무술학교 학생들은 한번 피가 끓어오르면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무기를 들고 수련하고 무술을 익히기 때문에, 말 한마디라도 맞지 않으면 크게 싸우는 것이 다반사였다. “수 사장, 처음에 항난그룹이 H시로 돌아오면서, H시의 건설과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자부하지 않았나? 이를 위해 시청으로부터 많은 우대 지원 혜택도 받았잖아.” “그러니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바로 당신들이 할 일이 아니겠어? 공연히 백항남이 죽었다고, 모른 척 잡아떼지 마! 잘못해서 여기 학생들이 소란이라도 피우면, 그땐 나도 정말 막을 수가 없다고!” 왕용비는 측은한 어조로 위협했다. ‘이래서 왕용비가 감히 대놓고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소란을 피운 거야.’ ‘어차피 항남이 죽은 지 2년이 지났으니, 증거도 없고.’ ‘이 무술학교 학생들은 정말 일을 크게 벌여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으니까.’ ‘깡패들이 난동을 부리면, 우리 항난그룹이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게 할 수 있어.’ ‘그런데 지금 소란을 피우는 건 무술학교 학생인데, 뭘로 저들을 제지하지?’ 수소야는 바로 이 점을 깨닫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앞의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기업의 상술이라면, 그녀의 능력으로는 당연히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필이면 이런 편법을 동원해 농간을 부리자, 수소야는 아무런 대처를 할 수
동혁이 평범하고 특이한 점이 없는 것을 본 왕용비는 동혁을 무시하며, 뜻밖에도 그 자리에서 요구할 급여 금액을 올렸다. 동혁은 담담히 말했다. “항난그룹은 전문 보안 부서를 만들려고 합니다. 용비무술학교 학생들의 종합적인 자질만 충분하다면 1조 원도 줄 수 있어요.” “그런데 이 학생들은...” 동혁은 제대로 서 있지도 않은, 그저 껄렁껄렁한 무술학교 학생들을 힐끗 쳐다보며 가볍게 웃었다. “여기 있는 학생들을 보니, 많아야 한 달에 10만 원을 줄 수 있겠는데요?” 동혁의 말은 왕용비 등에게 매우 모욕적이었다. “저 개X식이 죽고 싶나? 이리 와 아주 내가 죽여줄게!” 200명의 무술학교 학생들이 즉시 발끈하여 모두 리펑을 향해 험악하게 소리쳤다. “백항서, 그럼 학생들에게 네 놈의 항난그룹을 한 번 손보라고 해줄까? 그래서 직접 1조 원의 가치를 증명해 주마!” 왕용비는 화가 난 얼굴로 이를 갈며 소리쳤다. 말을 마치고, 그는 무술학교 학생들에게 항난그룹을 부숴버리라고 명령할 작정이었다. 바로 그때! “왕용비, 지금 감히 항난그룹에 손만대 봐, 그러면 용비무술학교를 H시에서 아주 사라지게 해 주겠어!” 담담하고 중후한 목소리가 갑자기 왕용비의 뒤에서 들려왔다. 왕용비의 온몸이 움찔하더니, 얼굴빛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왕용비는 너무 놀라 뻣뻣해진 고개를 돌려 홀 입구에 나타난 중년 남자를 보았고, 눈꺼풀이 심하게 흔들렸다. “장해조? 큰형님이 어떻게 여기에?” 왕용비는 마치 쥐가 고양이를 만난 듯 이전의 오만함은 사라지고 목소리마저 힘없게 변했다. H시에서는 장해조가 큰형님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암흑가를 주름잡았고, 직접 강오맹을 만들더니, 그 후 강오그룹의 암흑가 은둔고수로 변모한, 장해조! “심천미의 그 양아버지?” 동혁이 눈썹을 찡그렸다. 암흑가 은둔 고수로 불리는 장해조의 신분은 동혁에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동혁은 단지 상대방이 천미의 양아버지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천미가
동혁이 왕용비를 보내지 않으려 하자, 장해조는 눈살을 찌푸렸다. 장해조의 뒤에 있던 경호원은 즉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백 회장님, 왕용비는 장 회장님의 얼굴을 봐서 돌아가려고 하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이 정도 호의는 그냥 받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경호원이 보기에 장해조는 이미 왕용비에게 돌아가라고 했다. 왕용비도 장해조의 체면을 세워주며 빨리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이 일은 아주 간단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혁은 오히려 상대에게 남으라고 말했고, 잠자코 있을 뜻이 없었다. ‘이건 오히려 우리 장 회장님의 체면을 무시하는 건데.’ H시에서는 합법적으로 시장이, 불법적으로는 암흑가 두목이 최고 권력이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돈이 많든 적든,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장해조의 체면을 세워주게 정상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남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요? 장 회장님, 회장님 부하들은 이 정도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군요.” 동혁은 그 경호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장해조에게 말했다. “왕용비가 사람들을 데리고 개명식에 와서 소란을 피우고, 내 죽은 형제를 사람들 앞에서 모욕한 일은 단순히 꺼지라는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백항서, 네놈은 예의가 없군!” 경호원은 화가 나서 동혁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장 회장님의 말 한마디에 담긴 힘이 얼마나 큰데! H시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사실을, 네놈이 감히 그런 회장님의 말을 무시하는 거야...” 짝! 순간 뺨을 한 대 맞은 경호원은 자신의 말을 다 할 수 없었다. “꺼져라! 여기는 네가 낄 자리가 아니야!” 장해조는 손을 거두고, 화를 내지 않으면서 스스로 위엄을 세우려 했다. 경호원은 감히 장해조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고, 분노한 상태로 동혁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나갔다. “그럼 당신들 사이의 일에, 저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장해조는 동혁이 방금 한 말에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저 태연하게 한
“백항서, 내게는 200명의 무술을 배운 학생들이 있어. 네가 나를 빌려 위엄을 세우려면 적어도 600명의 군인을 찾았어야 해!” 왕용비는 동혁이 부른 군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군기가 아무리 잘 서있다고 해도 그게 잘 싸운다는 건 아니지.’ ‘그런데 고작 100명 가지고, 나를 빌려 위엄을 세운다고 한 거야? 정말 꿈도 야무지군.’ ‘그럼 혹시 내 말대로 600명의 군인을 데려오는 거 아니야?’ 왕용비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동혁이 직접 군부에서 병력을 이동시킬 수 없는 한 그런 일은 분명히 불가능했다. 동혁은 왕용비의 말을 무시한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여기 무술학교 학생들을 정리하는 데 몇 명이면 되겠나?” “보고합니다! 30명이면 충분합니다!” 그러자 왼쪽에 서있던 50명 중 맨 앞에 있던 전역한 군인이 큰소리로 대답했다. 전역 전 백야특수부대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선문용이었다. 원래 그는 제대 후에도 찾는 곳이 많았고, 재산 2조 원 재벌의 경호원이 되었다. 동혁이 항난그룹에 전문적인 보안 부서를 만들겠다고 하자, 고동성은 즉시 그를 떠올렸다. 전화 한 통에 선문용은 즉시 후한 대우를 받는 경호원을 그만두고 항난그룹으로 왔다. 그는 이 백야특수부대에서 전역한 군인들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좋아, 그럼 30명, 시간은 2분 주면 충분한가?”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이 전역한 군인들의 전투력을 관찰하고 싶었다. “충분합니다!” 선문용도 동혁에게 자신 같이 전역한 군인들의 전투력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따로 사람을 선별할 것도 없이, 돌아서서 바로 아무렇게나 30명을 골랐다. “이상 30명 나와!” 즉시 30명의 전역한 군인들이 무리를 지어 나왔다. 아직 이렇다 할 활약 기회를 얻지 못한 나머지 군인들은 아쉬운 표정이었다. 왕용비는 이 말들을 듣고 화가 나서 펄쩍 뛰었고, 그는 이 전역한 군인들의 실력을 무시했다.그는 바로 고개를 돌려, 무술학교 학생들을 향해 힘껏
하지만 왕용비가 아무리 발을 구르며, 외쳐도 상황은 되돌릴 수 없었다. 30명의 전역한 군인이 170명의 무술학교 학생들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치 사냥한 지 오래된 굶주린 늑대 떼가 양 떼 속으로 뛰어들어 간 것 같았다. 전역한 군인들이 백야특수부대에 있을 때 배운 것이 이 늑대전술이다. 젊은 혈기에만 의지해 용감하게 싸우는 무술학교 학생들은 흉포하고 굶주린 늑대들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왕용비는 자신이 믿고 있던 무술학교 학생들이 하나둘씩 땅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았다. 그의 안색은 이미 당혹함으로 어두워졌고, 금방이라도 식은땀이 흘러 떨어질 것 같았다. 풀썩! 마지막까지 버티며 서 있었던 십여 명의 무술학교 학생들이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30대 200의 비율로 인원수에서 차이가 컸던 이 싸움은 단 1분 40초 만에 완전히 끝났다. 홀에는 쓰러져 누운 무술학교 학생들로 가득했다. “보고합니다. 회장님, 저희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30명의 전역한 군인들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고, 숨도 거칠게 쉬지 않았다. “훌륭해! 너희 모두 입사 시험 통과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 왕용비를 바라보았다. “교장님, 어때요? 내가 당신을 빌려 위엄을 세울 실력이 있지 않나요?” “백항서, 너 이 자식, 우쭐대지 마!” 왕용비는 지금 당황하기 짝이 없지만, 여전히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렸다. “나는 우리 학생들을 데리고 정상적으로 구직하러 온 거야. 그런데 네 그룹의 경호원이 학생들을 때렸어. 지금 내가 경찰에 신고만 하면, 네 놈들은 바로 극악무도한 세력이 되는 거야!” “지금 억지 부리는 겁니까?” 동혁은 경멸하듯이 왕용비를 바라보며,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동혁, 지금 뭐 하려고? 날 치려고?”동혁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본 왕용비는 눈초리가 매섭게 바뀌며, 주먹을 들어 동혁을 향해 세차게 뻗었다. 무술학교를 설립한 만큼, 왕용비의 실력은 역시 상당했다. 모래주머니만 한
“어, 저게 뭐야?” “사람, 사람이 버려진 거야!” 많은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 속에서 그 형체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수소야가 있는 무대에 세게 부딪히며 쓰러졌다. 무대 전체가 진동했다. 수소야는 깜짝 놀라 직원 몇 명과 함께 멀리 떨어졌다. “왕용비 교장?” 그들은 쓰러진 사람을 자세히 보고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왕용비 교장이다. 왜 저렇게 비참한 꼴이 되었지? 학생들은 자기들 교장이 저렇게 될 때까지 뭐 한 거야?” 무대 아래에서 깜짝 놀라 소리쳤다. 모두가 빌딩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왕용비가 어떻게 이 모양으로 변했는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였다. 경호 제복을 입은 전역한 군인들이 하나둘씩 항난그룹 입구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한 사람당 두 명의 무술학교 학생을 양손에 들고, 쓰레기봉투를 던지듯 밖으로 내던졌다. 이 모습은 무려 1분여 동안이나 이어졌다. 모두가 멍하니 지켜보는 동안, 왕용비가 데려온 무술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교장처럼 항난그룹 밖으로 내던져졌다. 200명의 무술학교 학생들이 항난그룹 입구에 어지럽게 널려졌다. 무대 아래는 지금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사장님, 계속 진행해요.] 동혁의 전화에 놀라 정신이 든 수소야는 이전에는 없었던 안정감을 느꼈다. 심호흡을 한 후, 그녀는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방금 잠시 해프닝이 좀 있었습니다. 이제 정식으로 광도그룹이 항난그룹의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보다 더 강력한 선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대 위에 무릎을 꿇은 채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왕용비를 바라보며, 무대 아래의 초대된 기자들은 모두 몰래 감탄을 내뱉었다. ‘항난그룹의 재건은 이미 막을 수 없어.’ ‘3대 가문조차도 막지 못했어.’ 소란을 피우기 위해 3대 가문은 왕용비를 보내 무술학교 학생들과 함께 개명식을 깨뜨리려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굴욕적인 방법으로 혼쭐이 났다. 소란을 피우기는커녕 오히려
[그리고 이씨 가문의 이천성도 이동혁이 자기 입으로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고 했지.][그 이동혁은 완전히 꼴통이야. 그놈은 네가 명문가의 도련님인지 아닌지 가리지 않아...]”오한민의 말투는 더없이 진지했다.진심으로 사정우를 걱정해서 일깨워준 건지, 일부러 열받게 만들려고 한 말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아무튼 이 말은 단번에 사정우의 승부욕을 뼛속까지 자극했다.“이천성 그 기생오라비 같은 병신을 저하고 비교할 수 있나요?”코웃음을 친 사정우가 오싹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이번에는 제가 그 이가 놈에게 진짜 명문가의 도련님이 뭔지 알게 해 줄게요.”“그놈을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더 간단하지요!”사씨 가문이라는 명문 가문을 등에 업고 있기에, 사정우는 이런 배짱을 가지고 있었다.오한민은 계속해서 권유했다.[정우야, 그래도 너무 방심하지 마. 그놈은 H시의 전 시장인 하세량과 한통속이야.][지금 하세량이 물러났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어. H시경찰국 국장인 조동래가 바로 하세량의 심복이지...]“원래 그놈의 뒷배경이 하세량이군요. 알겠어요.”사정우는 입가에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다.리성투자회사 사무실에서도 전화를 끊고 난 오한민의 입가는 냉소가 흘렀다.‘이씨 가문에서는 하세량에게 도지사 곽원산이라는 백이 있는 걸 꺼렸지. 경솔하게 이동혁에게는 손을 대지 못한 채 거듭 내게 이동혁을 손을 손보라고 했어.’‘마침 잘 됐어. 사정우를 앞세워서 이동혁에게 또 어떤 카드가 있는지 시험해 보는 거야.’‘물론 이동혁이 곧바로 사정우의 손에 죽게 된다면,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아직 병원에 누워 있는 아들 오반석을 생각하자 눈빛에서는 뼈에 사무치는 원한이 드러났다. 곧 오한민은 비서를 불러서 지시했다.“이동혁의 동향을 시시각각 주시하도록 해. 일단 그놈이 벗어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면, 우리가 그들의 재산을 뺏을 수단을 쓸 수 있어...”지금 오한민의 욕심은 아주 거대했다.세화가 장악하고 있는 두 그룹과
“정우 도련님, 괜찮으세요?”사정우를 부축하고 그의 상태에 신경을 쓰면서, 강경영은 남경찰서에서 나왔다.“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사정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음흉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남경찰서의 간판을 바라보았다.“여기 있는 놈들의 신상 자료를 바로 찾아서 가져와.”“나 사정우는 아무 놈이나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이번에 내가 H시의 이 촌것들에게 나 사정우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주겠어!”명문 사씨 가문 출신인 사정우는 여태까지 자신이 사람을 짓밟기만 했다.‘거대한 S시에서조차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어.’‘코딱지만 한 H시에 와서 보잘것없는 데릴사위의 손에 의해서 무고한 죄를 뒤집어쓸 줄 누가 알았겠어! 게다가 남경찰서의 놈들에게 한바탕 두드려 맞기도 했어.’‘이 일이 S시에 알려지면, 사씨 가문의 장남인 내가 앞으로 무슨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단 말이야?’“정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도련님의 일이 바로 제 일입니다. 도련님이 말하지 않더라도 제가 그 놈들을 틀어쥐고 도련님에게 해명하게 하겠습니다...”강경영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사정우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방금 말한 놈들은 모두 잔챙이들이야. 하지만 두 년놈은 내가 어떻게든 가만두지 않겠어.”“마침 그 두 사람은 강 대표가 이번에 H시에 온 일과도 관련이 있어.”“아... 저하고 관련이 있다니요?”강경영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사정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바로 당신이 입회를 고찰하기로 한 그 진세화하고 그 여자의 X밥인 데릴사위 남편이야.”“강 대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사정우가 강경영을 힐끗 보자, 강경영은 몸을 움찔하면서 곧바로 태도를 표명했다.“정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그 여자가 도련님에게 미움을 샀다면, 절대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짝!강경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뺨에서 불이 났다.“내가 그 X을 사해상공회의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