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왕용비가 아무리 발을 구르며, 외쳐도 상황은 되돌릴 수 없었다. 30명의 전역한 군인이 170명의 무술학교 학생들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치 사냥한 지 오래된 굶주린 늑대 떼가 양 떼 속으로 뛰어들어 간 것 같았다. 전역한 군인들이 백야특수부대에 있을 때 배운 것이 이 늑대전술이다. 젊은 혈기에만 의지해 용감하게 싸우는 무술학교 학생들은 흉포하고 굶주린 늑대들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왕용비는 자신이 믿고 있던 무술학교 학생들이 하나둘씩 땅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았다. 그의 안색은 이미 당혹함으로 어두워졌고, 금방이라도 식은땀이 흘러 떨어질 것 같았다. 풀썩! 마지막까지 버티며 서 있었던 십여 명의 무술학교 학생들이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30대 200의 비율로 인원수에서 차이가 컸던 이 싸움은 단 1분 40초 만에 완전히 끝났다. 홀에는 쓰러져 누운 무술학교 학생들로 가득했다. “보고합니다. 회장님, 저희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30명의 전역한 군인들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고, 숨도 거칠게 쉬지 않았다. “훌륭해! 너희 모두 입사 시험 통과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 왕용비를 바라보았다. “교장님, 어때요? 내가 당신을 빌려 위엄을 세울 실력이 있지 않나요?” “백항서, 너 이 자식, 우쭐대지 마!” 왕용비는 지금 당황하기 짝이 없지만, 여전히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렸다. “나는 우리 학생들을 데리고 정상적으로 구직하러 온 거야. 그런데 네 그룹의 경호원이 학생들을 때렸어. 지금 내가 경찰에 신고만 하면, 네 놈들은 바로 극악무도한 세력이 되는 거야!” “지금 억지 부리는 겁니까?” 동혁은 경멸하듯이 왕용비를 바라보며,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동혁, 지금 뭐 하려고? 날 치려고?”동혁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본 왕용비는 눈초리가 매섭게 바뀌며, 주먹을 들어 동혁을 향해 세차게 뻗었다. 무술학교를 설립한 만큼, 왕용비의 실력은 역시 상당했다. 모래주머니만 한
“어, 저게 뭐야?” “사람, 사람이 버려진 거야!” 많은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 속에서 그 형체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수소야가 있는 무대에 세게 부딪히며 쓰러졌다. 무대 전체가 진동했다. 수소야는 깜짝 놀라 직원 몇 명과 함께 멀리 떨어졌다. “왕용비 교장?” 그들은 쓰러진 사람을 자세히 보고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왕용비 교장이다. 왜 저렇게 비참한 꼴이 되었지? 학생들은 자기들 교장이 저렇게 될 때까지 뭐 한 거야?” 무대 아래에서 깜짝 놀라 소리쳤다. 모두가 빌딩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왕용비가 어떻게 이 모양으로 변했는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였다. 경호 제복을 입은 전역한 군인들이 하나둘씩 항난그룹 입구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한 사람당 두 명의 무술학교 학생을 양손에 들고, 쓰레기봉투를 던지듯 밖으로 내던졌다. 이 모습은 무려 1분여 동안이나 이어졌다. 모두가 멍하니 지켜보는 동안, 왕용비가 데려온 무술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교장처럼 항난그룹 밖으로 내던져졌다. 200명의 무술학교 학생들이 항난그룹 입구에 어지럽게 널려졌다. 무대 아래는 지금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사장님, 계속 진행해요.] 동혁의 전화에 놀라 정신이 든 수소야는 이전에는 없었던 안정감을 느꼈다. 심호흡을 한 후, 그녀는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방금 잠시 해프닝이 좀 있었습니다. 이제 정식으로 광도그룹이 항난그룹의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보다 더 강력한 선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대 위에 무릎을 꿇은 채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왕용비를 바라보며, 무대 아래의 초대된 기자들은 모두 몰래 감탄을 내뱉었다. ‘항난그룹의 재건은 이미 막을 수 없어.’ ‘3대 가문조차도 막지 못했어.’ 소란을 피우기 위해 3대 가문은 왕용비를 보내 무술학교 학생들과 함께 개명식을 깨뜨리려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굴욕적인 방법으로 혼쭐이 났다. 소란을 피우기는커녕 오히려
“무술학교 학생들이 전역한 군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려고 해서, 당연히 거절했고, 학생인 걸 봐서 적당히 혼을 내준 거라 합니다.” 조씨 가문의 집사가 경찰서의 회신을 보고하자, 조구영은 화가 나 찻주전자를 내던져 산산조각 냈다. ‘군부와 관련된 일은 보통 매우 민감하니, 지방에서도 분명 관여하고 싶지 않은 거야.’ 무술학교 학생들이 얻어맞은 게 모두 헛수고가 되었다. 3대 가문의 가주들도 이번일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백항서가 무슨 점쟁이라도 되나? 어떻게 우리가 무술학교 학생들을 보낼 것을 알아서 미리 계획을 세워놓고, 사사건건 우리를 저지하는 거야!” 세 가주는 매우 의아해했다. “차라리 드론을 날려 백항서의 모습을 몰래 촬영해 어떤 인물인지 확인이라도 하자고.” 조구영은 이를 갈며 항난그룹 현장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어서 세 가주는 모두 스크린을 응시했다. 그런데, 드론이 항난그룹 빌딩으로 날아들려고 할 때, 갑자기 스크린이 캄캄해졌다. ‘왜 갑자기 화면이 어두워졌지?’ ‘설마 백항서에게 들켜서 우리 쪽 사람들이 또 당했단 말인가?’ “회장님, 항난그룹 구역이 드론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되었고, 그래서 저희 드론 장비와 사람들이 모두 구금됐다고 합니다!” 집사가 울상을 지으며 보고했다. “뭐라?” 세 가주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지며, 표정들이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오늘 우리가 날을 잘못 잡은 건가? 왜 모든 일이 다 이렇게 안 풀리는 거지?’...“흥, 그 늙은 개 세 마리가 내가 드론을 이용한 방법을 흉내 내다니, 날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어.” 항난그룹에서 동혁은 200만 원에 달하는 드론을 손에 잡히는 대로 형편없이 부수며 넝마처럼 만들어 버렸다. 동혁은 3대 가문이 드론을 사용해 정찰하는 것이, 그가 지난번에 드론으로 수선화를 잡은 것을 흉내 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3대 가문이 보낸 사람들은 바보같이 드론을 가지고 겨우 날릴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서 동혁은
개명식은 성황리에 끝났다. 항난그룹이 3대 가문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는 소식도 동시에 전해졌다. 게다가 성세그룹, 시청, 강오그룹으로 구성된 성시강연맹도 3대 가문에 맞서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은 놀랍게도 지금의 3대 가문과 뜻밖에도 모두가 싸우자고 덤비는 것을 발견했다. H시의 지배세력이 변할 수 도 있었다. 이런 소식들을 접한 3대 가문은 보기 드물게 침묵을 지켰다. 3대 가문의 가주에게 이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당연히 압박감을 느꼈지만, N도 군부 총지휘관인 심석훈의 임관식에 희망을 거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항난그룹 입구. 200명의 무술학교 학생, 그리고 왕용비는 사태를 수습하러 온 경찰들에게 끌려갔다. 왕용비 등을 체포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곳에 계속 누워있으면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조치한 것이다. “세화야, 우리도 가자. 아쉽게도 그 백항서 회장을 만나지 못했네. 정말 이 사람은 비밀이 가득해,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정체를 모르겠어!” 천미는 기지개를 켜고 일어섰고, 하얗고 날씬한 아랫배가 노출되자, 옆에 있는 남자가 힐끗 보고 눈빛이 뜨거워졌다. 천미는 강오그룹 대표로 개명식에 참석했다. 심심할까 봐 단짝 친구인 세화를 데려왔다. 세화는 원래 세방그룹의 일로 바빴는데, 천미가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함께 오겠다고 승낙한 것이다. 둘은 무리 속에서 개명식의 전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모두 헛걸음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언니, 방금 그 백항서 회장이 왕용비를 던졌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내 눈엔 어째서 그 회장의 모습이 그렇게 익숙한지, 마치 동혁 씨 같았어.” 세화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천미는 어리둥절해서 세화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길고 둥근 손바닥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에 툭 대었다.“열은 안나는 데 얘가 왜 헛소리를 해? 네가 계속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고 했더니, 방금까지 이동혁이 백항서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 거였어?”천미가 웃으며 말했다.
“세화야, 생각해 봐라, 동혁이 백항서라면 그저께 밤에 하강원 패거리가 감히 케이크를 얼굴에 던질 수 있었겠어?” 천미는 동혁을 경멸하며 쳐다보았다. 동혁이 백항서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천미는 죽어도 믿지 못했다. ‘백항서는 터프하고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야.’ ‘3대 가문의 회사를 빼앗고, 왕용비를 개명식에서 무릎 꿇게 해, 공개적으로 3대 가문의 체면을 구겼으니까.’ 천미 자신조차도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은근히 감탄했다. ‘그런데 이동혁은?’ ‘하강원 등에게 케이크로 얼굴을 맞고도 감히 반격조차 하지 못했어.’ 당시 그녀는 영상을 보고 화가 나서 세화 대신 심한 욕을 몇 번이나 했었다. ‘백항서와 이동혁 두 사람은 하늘과 땅의 차이야.’ “그저께 일은 하강원 패거리들이 천미 씨처럼 사람을 얕잡아봤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동혁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천미 씨는 알고 있고 있죠? 그날 저녁 생일 파티에 참석한 그 임원들은 모두 쫓겨났고, 그들을 해고하기로 한 결정을 바로 제가 한 겁니다!” 동혁은 천미가 세화 앞에서 자신을 비하하는 것을 그냥 둘 수 없었다. 남편이 가장 친한 친구에게 조차 무시당하면 세화가 슬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세화가 재빨리 물었다. “언니, 동혁 씨 말이 사실이야? 하강원 그 사람들이 정말 해고됐어?” “그래, 해고됐어!” 천미는 동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근데 내가 항난그룹에 아는 임원에게 들으니 그 사람들은 백항서 회장에게 무례하게 행동해서 해고되었데. 백 회장이 임원회의에서 직접 해고시킨 거라 이 놈을 괴롭힌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그래도 괜찮아!” 그날 밤 동혁을 괴롭혔던 사람들이 모두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세화는 기뻤다. 동혁은 어이가 없었다. 천미가 한 말은 바로 어제 임원 회의에서 동혁이 직접 한 말이었다. ‘뜻밖에도 내가 했던 말이 이 여자에게 좋은 반박거리를 준 게 되었네.’ “이동혁, 넌 앞으로 허풍 좀 작작 쳐라. 능력이 없으면 그만이지,
오늘 항난그룹은 3대 가문에게 그 힘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사장 수소야의 남편인 천진은 지금 겁이 없어져 어떤 사람도 무섭지 않았다. 세화는 천진을 쳐다보지도 않고, 독기가 가득한 얼굴로 나홍연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동혁 씨는 제 남편이에요. 당신이 내 남편에게 쓸모없는 놈이라고 다짜고짜 욕을 했으니 맞은 겁니다. 동혁 씨는 남자니 여자를 때리는 게 쉽지 않겠지만, 나는 아내로서 대신 때릴 수 있으니까요!” 말을 마치자 세화는 그대로 몸을 돌려 가버렸다. “여보!” 감동한 동혁은 다가가서 세화의 손을 잡았다. “이거 놔! 그리고 다음부터는 날 속이려 하지 마. 난 지금까지 동혁 씨를 무시한 적이 없어. 그러니 다시는 이런 식으로 내 환심을 사려고 하지 마!” 세화는 약간 화가 난 듯 말했고 눈시울을 붉히며 천미와 함께 떠났다. 동혁이 방금 수소야에게 연락해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고 했다. 원래 세화도 동혁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홍연의 몇 마디 말이 마치 비수처럼 세화의 마음에 꽂였다. ‘이미 재혼한 수소야 사장의 새 시어머니가 동혁 씨에게 이런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데, 어떻게 동혁 씨가 백항서 회장이겠어?’ 세화는 여전히 동혁이 항난그룹에 일자리를 찾으러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동혁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렇게 계속 굽신거리며 부탁하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천미 언니, 나를 봐서라도 동혁 씨에게 일자리 좀 마련해 줄 수 있을까? 대신 내가 부탁했다는 것은 동혁 씨가 모르게 말이야.” 세화가 갑자기 말했다. 천미는 원래 승낙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세화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 ‘세화를 알고 지낸 지 아주 오래되었는데, 세화가 처음으로 나한테 부탁을 다하네!’ “세화야, 왜 고생을 사서 해?” “나도 동혁이가 수완도, 능력도 없다는 게 안타까워. 다 다른 사람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혔기 때문이지. 하지만 동혁이가 그렇게 된 게 네 잘못도 아니잖아.” 천미는 마음이
“맞을만하니 맞은 거지, 뭐가 또 필요한가요? 그날 금곡 별장 C동 9호에서도 나에게 맞았잖아요?” 동혁은 그저 태연하게 말했다. “아아, 내가 네 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지 못해 한스러울 뿐이야!” 나홍연은 동혁의 말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천진도 화를 내며 말했다. “이동혁, 네 놈이 아직도 감히 건방을 떨다니, 여전히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인 줄 착각하나 봐? 그날 우리는 금곡 별장 C동에서 나와서, 3대 가문으로 곧장 갔었어. 3대 가문의 가주도 직접 그러더군. 네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이것이 바로 그들 모자가 감히 동혁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이유였다. 짝! 동혁은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천진의 얼굴에 뺨을 바로 후려갈겼다. “내 아내가 방금 말했을 텐데요? 다시는 나를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부르지 말라고요. 당신들은 사람의 말도 알아듣지 못합니까?” “아들! 소야에게 경호원들을 불러오라고 해! 이동혁, 네 놈은 죽었어. 항난그룹의 경호원들은 모두 특전사 출신으로, 용비무술학교의 그 학생들도 꼼짝 못 했어. 내가 오늘 반드시 네 놈을 때려서 반 불구로 만들어 죽여주마!” 나홍연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천진에게 빨리 수소야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전화할 필요 없어요. 이미 여기 왔으니까.” 동혁은 그들 뒤에서 수소야가 다가오는 것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회장님, 무슨 일이세요?” 수소야가 다가와서 물었다. “회장님? 회장님 성함은 백항서이시잖아요.” 나홍연과 천진은 모두 당황하여 멍해졌다. 수소야는 망설이며,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동혁이 백항서라는 사실을, 천진 모자에게도 알린 적이 없었다.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백항서이고, 소야 씨에게 사장을 맡긴 것도 나예요. 그런데 당신들이 지금 경호원을 불러서 나를 때려죽이겠다고요? 정말 너무 웃기는군요.” “소야야, 저 놈이 말하는 것이 모두 사실이야?” 나홍연이 얼른 물었다.수소야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난감해하는 얼굴이 모든 사실
세방그룹은 원래 S시에 있었다. 현재는 세화에게 인수되어, 사무실을 임대한 다음 각종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사무실 임대는 그리 큰 일도 아닌데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지?’ 동혁은 한번 직접 가보려고 했다. 그는 밖으로 나가면서 선우설리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내셔널센터. H시에 새로 지은 사무실 빌딩인데 아직 입주한 회사는 없었다. 세화는 회사 임원들과 회의를 한 후, 지하 주차장을 포함한 이 사무실 건물 전체를 임대해 세방그룹의 사무공간으로 사용할 준비를 했다. 이틀 동안 세방그룹은 내셔널센터의 임대를 담당하는 부동산 회사와 기본적인 의논을 마쳤다. 1년 임대료는 40억 원이고, 이미 4억 원의 계약금을 냈다. 오늘 오전에 세화 대신 세방그룹의 다른 직원이 계약서에 서명하러 왔는데, 세화는 천미를 따라 항난그룹 개명식에 참석하느라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계약에 별 문제가 없어야 정상이다. 뜻밖에도 세화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비서인 서인영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와 일이 잘못됐음을 알렸다. 세화가 내셔널센터에 도착했을 때 서인영은 이미 계약하러 온 직원 몇 명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요?” 세화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직접적으로 물었다. “진 회장님, 부동산 회사에서 저희가 계약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회장님께서 직접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직접 서명을 진행하겠다고 해서요. 제가 이미 회장님으로부터 세방그룹을 대표할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했지만, 저들이 계속 고집을 부리네요.” 서인영이 약간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그녀는 세화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세화가 진성그룹의 사장에서 이제 세방그룹의 회장으로 변신함에 따라 세화의 카리스마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전에는 아무 느낌이 없었지만, 지금은 세화 앞에 서면 자기도 모르게 압박을 받았다. 세화는 서인영의 말을 듣고 다른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