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을만하니 맞은 거지, 뭐가 또 필요한가요? 그날 금곡 별장 C동 9호에서도 나에게 맞았잖아요?” 동혁은 그저 태연하게 말했다. “아아, 내가 네 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지 못해 한스러울 뿐이야!” 나홍연은 동혁의 말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천진도 화를 내며 말했다. “이동혁, 네 놈이 아직도 감히 건방을 떨다니, 여전히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인 줄 착각하나 봐? 그날 우리는 금곡 별장 C동에서 나와서, 3대 가문으로 곧장 갔었어. 3대 가문의 가주도 직접 그러더군. 네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이것이 바로 그들 모자가 감히 동혁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이유였다. 짝! 동혁은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천진의 얼굴에 뺨을 바로 후려갈겼다. “내 아내가 방금 말했을 텐데요? 다시는 나를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부르지 말라고요. 당신들은 사람의 말도 알아듣지 못합니까?” “아들! 소야에게 경호원들을 불러오라고 해! 이동혁, 네 놈은 죽었어. 항난그룹의 경호원들은 모두 특전사 출신으로, 용비무술학교의 그 학생들도 꼼짝 못 했어. 내가 오늘 반드시 네 놈을 때려서 반 불구로 만들어 죽여주마!” 나홍연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천진에게 빨리 수소야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전화할 필요 없어요. 이미 여기 왔으니까.” 동혁은 그들 뒤에서 수소야가 다가오는 것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회장님, 무슨 일이세요?” 수소야가 다가와서 물었다. “회장님? 회장님 성함은 백항서이시잖아요.” 나홍연과 천진은 모두 당황하여 멍해졌다. 수소야는 망설이며,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동혁이 백항서라는 사실을, 천진 모자에게도 알린 적이 없었다.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백항서이고, 소야 씨에게 사장을 맡긴 것도 나예요. 그런데 당신들이 지금 경호원을 불러서 나를 때려죽이겠다고요? 정말 너무 웃기는군요.” “소야야, 저 놈이 말하는 것이 모두 사실이야?” 나홍연이 얼른 물었다.수소야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난감해하는 얼굴이 모든 사실
세방그룹은 원래 S시에 있었다. 현재는 세화에게 인수되어, 사무실을 임대한 다음 각종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사무실 임대는 그리 큰 일도 아닌데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지?’ 동혁은 한번 직접 가보려고 했다. 그는 밖으로 나가면서 선우설리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내셔널센터. H시에 새로 지은 사무실 빌딩인데 아직 입주한 회사는 없었다. 세화는 회사 임원들과 회의를 한 후, 지하 주차장을 포함한 이 사무실 건물 전체를 임대해 세방그룹의 사무공간으로 사용할 준비를 했다. 이틀 동안 세방그룹은 내셔널센터의 임대를 담당하는 부동산 회사와 기본적인 의논을 마쳤다. 1년 임대료는 40억 원이고, 이미 4억 원의 계약금을 냈다. 오늘 오전에 세화 대신 세방그룹의 다른 직원이 계약서에 서명하러 왔는데, 세화는 천미를 따라 항난그룹 개명식에 참석하느라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계약에 별 문제가 없어야 정상이다. 뜻밖에도 세화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비서인 서인영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와 일이 잘못됐음을 알렸다. 세화가 내셔널센터에 도착했을 때 서인영은 이미 계약하러 온 직원 몇 명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요?” 세화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직접적으로 물었다. “진 회장님, 부동산 회사에서 저희가 계약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회장님께서 직접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직접 서명을 진행하겠다고 해서요. 제가 이미 회장님으로부터 세방그룹을 대표할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했지만, 저들이 계속 고집을 부리네요.” 서인영이 약간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그녀는 세화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세화가 진성그룹의 사장에서 이제 세방그룹의 회장으로 변신함에 따라 세화의 카리스마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전에는 아무 느낌이 없었지만, 지금은 세화 앞에 서면 자기도 모르게 압박을 받았다. 세화는 서인영의 말을 듣고 다른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내가
“진 회장님,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 계약서는 저희 두 회사의 법무팀이 함께 작성한 겁니다. 전혀 문제없어요. 근데 지금 와서 서명하지 않겠다고 하다니, 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게 하고, 전 뭐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나요?” 범대경의 말투는 약간 좋지 않았다. 그의 오만불손한 얼굴은 한 회사의 사장 같지 않고, 오히려 암흑가의 깡패 같았다. 툭! 세화는 계약서를 책상 위에 던지더니 차갑게 말했다. “내가 범 사장님의 시간을 낭비하게 한 것이 아니라, 범 사장님의 일처리가 잘못된 겁니다. 분명히 이미 약속했던 40억 원의 계약서가 어떻게 400억 원의 계약서가 된 거죠?” 400억 원! 임대료가 단숨에 10배나 올랐다. H시의 시장 가격으로 보면, 그 가격에 400억 원을 더 주면, 내셔널센터 빌딩 전체의 소유권을 살 수 있었다. 세화의 뒤에 있던 서인영 등은 모두 놀랐다. 서인영은 얼른 앞으로 나와 계약서를 직접 살펴보았고, 계약서에 적힌 400억 원의 금액을 확인했다. “범 사장님, 갑자기 이렇게 변덕을 부리다니, 좀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요?” 서인영은 화가 나서 계약서를 탁자 위에 내던졌는데, 너무 분해 울음이 나오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아까 그녀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그냥 서명했을 것이다. 그리고서 서인영이 죽더라도 회사에 가져온 손실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얕은 수작이 사람들 앞에서 들통났지만, 범대경은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뒤로 의자에 기대어 구두 밑창을 세화에게 향하고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진 회장님, 말을 함부로 하시면 안 되죠. 회장님이 한번 아무 데나 가서 물어보세요. 저 범대경은 여태껏 사람을 속이는 일 없이 양심껏 살았습니다.” “요즘 내셔널센터를 임대하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제가 다 거절했어요.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저는 오로지 진 회장님에게만 임대해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앞으로 매일 여기서 일하시게 되면, 저도 회장님
‘어떻게 저럴 수가?’ ‘저건 너무 한 거 아니야? 세화는 범대경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직접 회사 직인이 찍힌 송금 명세서를 찢어버릴 줄은 몰랐다. “범 사장님, 송금 명세서를 찢어버렸다고 해서 증거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세화는 너무 화가 나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고, 이를 악물었다. 찰칵! 범대경은 지포라이터를 꺼내 송금 명세서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진 회장님, 진정하세요. 전 한눈에 이 송금 명세서에 찍힌 직인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그런 겁니다. 아무래도 누군가 우리 회사의 직원을 사칭하여 계약금 4억 원을 사기 친 것 같은데요?” “회장님이 원하는 그 4억 원은 그 사람을 찾아서 받으세요. 저희 회사와 아무 상관없으니까요.” 범대경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송금 명세서도 잿더미로 변했다. ‘그러니까 범대경, 이 사람은, 계약금 4억 원도 돌려줄 생각이 없다는 거군!’ 범대경의 뜻은 분명했다. 세화가 굴욕을 참고 그 높은 가격의 계약을 체결하거나, 아니면 계약금 역시도 포기하는 것이다. “범대경 씨, 한번 두고 보죠. 소송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세화는 한마디 던지고 그대로 돌아서서 나갔다. 서인영 등도 화가 나서 그 자리를 떠났다. “소송하려면 하라지, 어차피 사무실 임대가 급한 건 내가 아니니까.” 범대경은 득의양양하게 휘파람을 불며,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뒤에 있는 부하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각 부동산 회사에 전해. H시에서 누가 감히 사무실 빌딩을 진세화에게 임대해 주면, 바로 나 범대경에게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흥, 진세화, 그 여자가 감히 내게 경고를 한다고?’ ‘아직 나 범대경의 실력을 본 적이 없으니 그런 거겠지?’ ‘그럼 진세화, 네가 직접 다시 와서, 비굴하게 내게 부탁하도록 만들어 주지!’ ... “인영 씨, 전에 우리가 봤었던 그 몇 곳의 사무실 빌딩을 임대하는 부동산 회사에 연락해서 그들과 계약해야겠어요. 일단 급한 데로 먼저 임대해서
‘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고?’ 세화는 휴대폰을 든 채 약간 놀란 듯 입을 벌렸다. 그녀는 할아버지인 진한영이 자신을 생각할 때가 있다는 것이 잠시 믿기지 않았다. ‘할아버지, 진성그룹 빌딩을 저보고 쓰라고 하면, 진성그룹은요?” 세화는 약간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다. [진성그룹은 곧 껍데기만 남게 될 텐데, 그렇게 큰 빌딩이 있으면 뭐 해? 차라리 네 사업을 도와주는 게 낫지.] [어쨌든 지금 집에 한번 들러. 네 큰아버지한테 너하고 상의하라고 하마.] 휴대폰을 들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세화는 진씨 가문의 고택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세화는 진한영의 말에서 진심을 느꼈다. “잠시 할아버지 집에 다녀와야겠어요. 여러분들은 먼저 회사로 돌아가세요. 임대 문제는 제가 돌아오면 다시 이야기하죠.” 세화는 직원들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는 차를 몰고 진씨 가문 고택으로 갔다. 직원들은 풀이 죽어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인영 씨, 가시죠. 자책할 거 없어요. 범대경, 그놈이 고의로 일을 꾸민 거니까요. 인영 씨랑은 상관없어요.” 서인영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보고 한 직원이 말했다. “먼저 가세요, 일이 좀 있어서요.”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서인영은 휴대폰을 꺼내 녹음 기능을 켰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천성부동산의 간판을 바라보았다. “진 회장님이 저렇게 열심히 일하시고, 내게도 잘해주시는데. 난 우리 회장님이 범대경 같은 놈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볼 수 없어! 적어도 그 4억 원은 내가 되찾을 거야!” 서인영은 심호흡을 하고 휴대폰을 잘 챙겨 다시 들어갔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붉은색의 페라리 488 한 대가 도착했다. 동혁은 차에서 내려 천성부동산의 간판을 올려다보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 계집이, 감히 내 앞에서 수작을 부리려 해? 난 이미 네가 다시 찾아온 걸보고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사무실에서 범대경은 서인영의 뺨을 후려갈겼다. “아!” 서인영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 덩치 큰 남자가 뒤에 서서 서인영
“닥쳐!” 범대경은 다시 벨트를 매면서 고개를 돌려 소리를 질렀고, 놀란 서인영은 벌벌 떨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그제야 동혁이 혼자 왔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범대경에게는 몇 명의 부하들이 있었는데, 모두 체격이 건장한 사람들이었다. 서인영은 동혁이 자신을 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동혁도 자신과 같이 위험에 처해질까 봐 걱정됐다. “동혁 씨, 그냥 빨리 도망가요. 가서 경찰에 신고하고, 회장님 사람들을 찾아요!” 그녀는 동혁이 얼마 전 정신병원에서 나왔다는 것을 기억했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모를 것 같아, 재빨리 동혁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이 계집애가 귀먹었어? 내가 닥치라고 했잖아!” 범대경은 험상궂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손을 들어 서인영의 뺨을 때리려 했다. 동혁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발을 뻗어 의자 하나를 세웠다. 그리고 다시 발끝으로 의자를 범대경 쪽으로 찼다. 의자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가 범대경의 어깨를 강타했다. 퍼벅! “푸!” 의자는 부서져 흩어졌고 범대경의 어깨에서 피를 뿜어졌다. 범대경의 육중한 몸이 오른쪽으로 쓰러져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것 같고, 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서인영의 얼굴에는 선혈이 낭자했는데, 범대경의 어깨의 피가 그녀의 얼굴에 튄 것이다. 서인영은 이 모든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동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처음 보는 동혁의 모습을 신기하게 여겼다. 범대경의 몇몇 부하들도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두려움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으아!” 그때, 온몸에 고통을 느끼는 범대경이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그는 책상을 잡고 몸을 돌려 동혁을 노려보았다. “누구야? 네 놈의 정체가 뭐냐고?” “나? 진세화의 남편! 네가 내 아내를 괴롭혔다면서?” 동혁이 천천히 걸어왔다. “진세화의 남편이라고? 그럼 네 놈이 진씨 가문의 그 바보 사위?” 범대경은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지우며 노기등등하게 말했다. “그래,
피식! 시가가 혀를 달구고, 하얀 연기가 입 사이를 뚫고 나왔다. “윽윽!” 범대경은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동혁에게 강제로 입이 막혀 고통스러운 오열 소리만 낼 수 있었다. 너무나 큰 고통에 범대경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는 두려움으로 눈동자가 한없이 작아지더니, 눈이 가득 핏줄로 뒤덮인 채 애원하 듯 동혁을 바라보았다. 동혁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김학수 등 6명과 사무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이 모습을 지켜봤다. 뒷골이 쭈뼛거리고 온몸이 떨렸다. 서인영도 지금 동혁이 보여주는 냉혹함과 잔인함에 놀랐다. 범대경의 입에서 시가 머리의 불이 완전히 꺼지자 동혁은 그를 놓아주었다. 범대경은 즉시 땅에 쓰러져 목을 감싸 쥐고 고통스러운 숨을 몰아쉬었다. 동혁은 그를 상관하지 않고, 진동하는 휴대폰을 꺼내어 살펴보았는데, 선우설리였다. [회장님, 내셔널센터는 황 사장이 투자한 부동산 프로젝트입니다.] [다시 말해, 내셔널센터 전체가 회장님의 자산이고, 그 외에 H시에서 천성부동산이 맡은 모든 대형 프로젝트의 다수가 회장님의 자산입니다.] 동혁은 약간 멍해졌다. ‘이렇게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는데, 범대경이 내 자산을 가지고 거짓으로 위세를 부려 세화를 괴롭힌 거였어?’ [회장님, 그럼 어떻게 할까요? 바로 천성부동산의 구천성 회장에게 바로 회장님께 찾아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혁은 천성부동산의 큰 고객이나 다름없었다. 바로 동혁 명의의 이런 큰 프로젝트들을 위탁받았기 때문에, 천성부동산이 이렇게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동혁은 범대경을 힐끗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범대경은 어렵지 않게 선우설리의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지금 그의 마음속은 당혹감으로 몹시 번잡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가득해 동혁을 쳐다보았다. ‘내셔널센터가 정말 이 놈의 자산이라고?’ ‘이 놈이 대체 누구길래?’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그럴 것 없어. 범대경 같은 인간이 그 밑에
원래 범대경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네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동혁의 담담한 한마디에 범대경은 얼굴빛이 어두워지며 좌절했다. “이렇게 하지. 내가 네게 좋은 곳을 추천해 주겠어, 네가 계속 살 수 있을지 여부는 3대 가문의 손이 닿지 않는 것에 달려 있으니까!” 동혁은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아래층에서 귀를 찌르는 경보음이 울렸다. 동혁은 방금까지 녹화한 영상을 넘겨주었고, 범대경과 그의 부하들의 죄가 명확했기 때문에 바로 연행되었다. “그들을 지켜보세요. 3대 가문이 경찰서 시스템에 손을 대 사람을 죽이려 한다면, 그만큼 죄에 대한 증거가 하나 더 생기는 겁니다.” 동혁은 조용히 조동래에게 당부했다. 조동래는 공손하게 승낙했다. 곧 내셔널센터는 블루스카이부동산 회사에 위탁되었다. 블루스카이부동산은 블루스카이그룹 산하의 사업이었다. 회장 이름은 안풍천, H시에서도 쟁쟁한 인물로 손꼽힌다. 안풍천이 직접 동혁을 만나러 와서 공손히 감사를 표했다. “안 회장님, 원래 낯이 익은 분이셨군요. 사소한 일로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동혁은 손사래를 쳤는데, 알고 보니 안풍천을 동혁도 본 적이 있었다. 이전에 진성그룹에 투자한 20개 이상의 투자자 중 한 명이었다. 동혁은 방금 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선생님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저 안풍천에게는 생명의 은인과도 같습니다!” “천성부동산의 구천성은 3대 가문의 도움을 등에 업고 미친 듯이 저희의 생존을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저희를 선택해 주시지 않았다면, 저희 블루스카이그룹은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안풍천은 동혁의 은혜에 감사하며 말했다. 전에 안풍천이 동혁의 요청을 받고 진성그룹에 투자했던 것도, 좋은 인연을 맺어 언젠가 동혁과 손을 잡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풍천의 그런 투자가 10배, 100배의 수익을 얻었다. “3대 가문은 확실히 H시에 암적인 존재군요.” 동혁은 고개를 저었다. H시의 비즈니스
[그리고 이씨 가문의 이천성도 이동혁이 자기 입으로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고 했지.][그 이동혁은 완전히 꼴통이야. 그놈은 네가 명문가의 도련님인지 아닌지 가리지 않아...]”오한민의 말투는 더없이 진지했다.진심으로 사정우를 걱정해서 일깨워준 건지, 일부러 열받게 만들려고 한 말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아무튼 이 말은 단번에 사정우의 승부욕을 뼛속까지 자극했다.“이천성 그 기생오라비 같은 병신을 저하고 비교할 수 있나요?”코웃음을 친 사정우가 오싹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이번에는 제가 그 이가 놈에게 진짜 명문가의 도련님이 뭔지 알게 해 줄게요.”“그놈을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더 간단하지요!”사씨 가문이라는 명문 가문을 등에 업고 있기에, 사정우는 이런 배짱을 가지고 있었다.오한민은 계속해서 권유했다.[정우야, 그래도 너무 방심하지 마. 그놈은 H시의 전 시장인 하세량과 한통속이야.][지금 하세량이 물러났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어. H시경찰국 국장인 조동래가 바로 하세량의 심복이지...]“원래 그놈의 뒷배경이 하세량이군요. 알겠어요.”사정우는 입가에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다.리성투자회사 사무실에서도 전화를 끊고 난 오한민의 입가는 냉소가 흘렀다.‘이씨 가문에서는 하세량에게 도지사 곽원산이라는 백이 있는 걸 꺼렸지. 경솔하게 이동혁에게는 손을 대지 못한 채 거듭 내게 이동혁을 손을 손보라고 했어.’‘마침 잘 됐어. 사정우를 앞세워서 이동혁에게 또 어떤 카드가 있는지 시험해 보는 거야.’‘물론 이동혁이 곧바로 사정우의 손에 죽게 된다면,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아직 병원에 누워 있는 아들 오반석을 생각하자 눈빛에서는 뼈에 사무치는 원한이 드러났다. 곧 오한민은 비서를 불러서 지시했다.“이동혁의 동향을 시시각각 주시하도록 해. 일단 그놈이 벗어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면, 우리가 그들의 재산을 뺏을 수단을 쓸 수 있어...”지금 오한민의 욕심은 아주 거대했다.세화가 장악하고 있는 두 그룹과
“정우 도련님, 괜찮으세요?”사정우를 부축하고 그의 상태에 신경을 쓰면서, 강경영은 남경찰서에서 나왔다.“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사정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음흉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남경찰서의 간판을 바라보았다.“여기 있는 놈들의 신상 자료를 바로 찾아서 가져와.”“나 사정우는 아무 놈이나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이번에 내가 H시의 이 촌것들에게 나 사정우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주겠어!”명문 사씨 가문 출신인 사정우는 여태까지 자신이 사람을 짓밟기만 했다.‘거대한 S시에서조차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어.’‘코딱지만 한 H시에 와서 보잘것없는 데릴사위의 손에 의해서 무고한 죄를 뒤집어쓸 줄 누가 알았겠어! 게다가 남경찰서의 놈들에게 한바탕 두드려 맞기도 했어.’‘이 일이 S시에 알려지면, 사씨 가문의 장남인 내가 앞으로 무슨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단 말이야?’“정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도련님의 일이 바로 제 일입니다. 도련님이 말하지 않더라도 제가 그 놈들을 틀어쥐고 도련님에게 해명하게 하겠습니다...”강경영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사정우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방금 말한 놈들은 모두 잔챙이들이야. 하지만 두 년놈은 내가 어떻게든 가만두지 않겠어.”“마침 그 두 사람은 강 대표가 이번에 H시에 온 일과도 관련이 있어.”“아... 저하고 관련이 있다니요?”강경영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사정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바로 당신이 입회를 고찰하기로 한 그 진세화하고 그 여자의 X밥인 데릴사위 남편이야.”“강 대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사정우가 강경영을 힐끗 보자, 강경영은 몸을 움찔하면서 곧바로 태도를 표명했다.“정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그 여자가 도련님에게 미움을 샀다면, 절대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짝!강경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뺨에서 불이 났다.“내가 그 X을 사해상공회의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