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할아버지, 말씀하세요.” 세화는 진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아직도 마치 사막에서 우물을 만난 것 같은 감동에 빠져서 별생각 없이 말했다. 진한영이 탄식하 듯 말했다. “세화야, 네가 가장 어려울 때 우리 진씨 가문이 네게 손을 내밀었어. 우리가 가족이기 때문에, 모두 몸에는 진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그렇지?”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니 좋습니다.” 세화는 매우 뿌듯했다. 그녀는 이전 방씨 가문에서의 일을 겪은 후 진한영 등이 마침내 가족과 혈육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과거를 반성하고, 우리 가족에 대한 태도만 바꾸면 원이 없지.’ ‘그럼 나도 진씨 가문 사람들을 용서하겠어.’ ‘결국 우리는 한 가족이니까.’ 진한영은 세화가 말하는 것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지금 세화 네가 세방그룹을 거느리고 자립하는 것은 우리 가족들에게도 유감일 뿐 아니라 외부 사람들에게도 웃음거리가 되고 있어.” “그래서, 이 할아버지는 네가 세방그룹을 진성그룹에 합병시켰으면 해.”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열망 가득한 뜨거운 눈빛으로 세화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세화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두 그룹의 합병 시, 지분이나 인사구조 변경 등이 좀 번거로운 일이긴 해요. 그러니 이 얘긴 나중에 다시 하시죠.” 세방그룹이 진성그룹에 합병하는 것이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어쨌든 모두 내 사람이니까.’ ‘진씨 가문 가족들은 그저 회사를 소유한 것으로 만족하게 하고, 결국 구체적인 업무 운영은 내가 통제해야 해.’ 그녀는 진씨 가문 사람들의 능력을 믿지 않았다.거기다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 두 그룹의 합병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세화의 말은 진씨 가문 사람들의 귀에는 핑계로 들렸다. “그게 뭐가 번거로워서? 세화, 넌 우리가 싫어서 괜히 그러는 거 아니야? 아님 우리 기분이 상하면 진성그룹 빌딩을 못쓰게 할까 봐
세화는 양 주먹을 꽉 쥐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고, 울음소리도 내지 않았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가 실망해 정말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고, 계속 저주했다. 세화는 절대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었다. 바로 그때, 블루스카이그룹 회장인 안풍천이 갑자기 진씨 가문 고택으로 들어왔다. “진 회장님, 저희 블루스카이그룹이 이미 내셔널센터의 관리 위탁을 받았습니다. 바로 내셔널센터를 세방그룹에 임대하고 싶은데, 저희와 계약을 체결해 주시지요.” 방금 전까지 세화에 대한 빈정거림으로 가득했던 진씨 가문 고택은 금세 쥐 죽은 듯 조용하게 변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당연히 진성그룹의 이전 투자자인 안풍천을 알고 있었다. ‘지금 자발적으로 계약서를 들고 세화를 찾아온 거야?’ ‘세화가 그 정도로 대단해?’ 세화 본인도 믿을 수 없었다. “안 회장님, 농담 아니시죠? 내셔널센터는 분명히 천성부동산에서 담당하고 있었고, 범대경은 모든 부동산에 연락해 저에게 사무실을 임대하지 못하도록 봉쇄령까지 내렸어요.” 세화의 물음에 안풍천이 웃으며 대답했다. “범대경은 회장님의 비서인 서인영 양을 억지로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이미 경찰서에 붙잡혔습니다. 내셔널센터도 분명 저희 블루스카이그룹에 위탁되었고요.” 세화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이 변했다. ‘천성부동산에서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 사이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세화는 서둘러 서인영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했다. [진 회장님, 이 선생님께서 다행히 제때에 도착해 저를 구해주셨어요, 또 경찰에 신고해서 범대경 등 그 개X식들을 잡았고요. 이 선생님 아니었으면 저는 벌써 수치스러워 자살했을 거예요. 흑흑...] 서인영은 통화를 하며, 억울하게 울기 시작했다. 세화는 서인영이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세화는 안풍천한테서 계약서를 받아 자세히 살폈다. 임대료를 보고 세화의 안색이 다시 변했다. “
진한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모두 뻔뻔스럽게 다가와서 세화의 비위를 맞추려 했다. “그만!” 세화는 사람들을 멈추고 손에 든 계약서를 흔들었다. “저는 내셔널센터를 임대했어요. 여러분들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제 남편은 다르네요. 여러분들이 무시하던 동혁 씨가 사무실을 임대하도록 도와줬어요!” 세화는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훑어보며,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진한강 등 사람들은 그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서 있었다. “왜 또 그 바보 놈이! 매번 우리 일을 망치는 거지?” “난 그 개X식을 죽이고 싶을 뿐이야!” “모두 태휘 탓이야, 애초에 그놈을 정신병원에서 왜 데리고 나왔어?” 그들은 모든 분노와 원망을 모두 동혁에게 발산했다. 한동안 진씨 가문의 고택은 동혁을 향한 욕설로 가득했다. 세화는 상관하지 않고, 먼저 서인영을 찾아갔다. 서인영의 심리 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큰 문제는 없었다. 세화는 안심하고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4억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장님, 제가 이번에 회사에 4억 원의 손실을 입혔는데, 어떻게 보너스를 받을 수 있겠어요? 게다가 이 선생님께서 저를 구해주셨는데요...” 서인영은 동혁이 한 일에 대해 설명했다. 주로 동혁이 범대경을 혼내줄 때의 패기와 매섭고 냉철하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하지만 동혁이 전화 한 통으로 위탁 회사였던 천성부동산을 교체했고, 안풍천이 동혁의 은혜에 감사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서인영은 세화가 이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받어요. 이건 회사에서 주는 보상이니까요. 이번에 인영 씨가 아니었으면 내셔널센터를 무료로 임대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세화는 말을 마치고 떠났고, 홀로 남겨진 서인영은 여전히 의아해했다. ‘진 회장님, 설마 내셔널센터가 이 선생님의 자산이라는 것을 모르시는 건가?’ 세화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특별히 동혁을 류혜진 앞으로 끌고 와 그를 한차례 크게 칭
“면접이라니요? 저는 입사원서를 아예 안 넣었는데요?” 동혁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제가 잘못 걸었나요? 근데 분명히 이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성함이 이동혁 아닌가요?] 맞은편에서 여자가 물었다. 동혁의 대답을 듣고 상대방도 의아해했다. “이렇게 하시죠. 주소와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제가 가보겠습니다.” 어차피 할 일이 없는 동혁은 한번 직접 가볼 생각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호의적이지?’ ‘아니면 무슨 음모가 있는 건가?’ 상대방이 주소를 보내자 동혁은 바로 출발했다. 세이프보안 회사 빌딩 옆에 강오빌딩도 보였다. 바로 강오그룹 본사였다. 지난번에 동혁은 천미를 차로 데려다줄 때 한 번 이곳에 왔었다. “당신이 이동혁 씨인가요? 제가 바로 전화드린 오선영입니다. 제가 보니 지원하신 쪽이 경비원이네요?” 세이프보안 회사에서 동혁은 방금 통화한 여자를 만났다. ‘경비원?’ 동혁은 직업을 차별하지는 않았지만, 경비원으로 일하는 건 원치 않았다. “제가 낸 이력서를 좀 볼 수 있을까요?” ‘누군가 이력서를 나 대신 작성해 주었으니, 다시 보면 뭔가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오선영은 이력서를 꺼냈다. 동혁은 이력서를 보고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서류상의 글씨는 딱 봐도 세화가 쓴 것이다. 그리고 동혁을 터무니없이 과장하여 칭찬했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인내심이 강해 고생을 잘 견디고, 스트레스에도 강한 편입니다.” “정의감이 풍부해서, 항상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행동합니다.” “어려서부터 무예를 연마했고, 명가의 스승을 두었고, 힘도 세고, 순발력도 있습니다...” ‘이게 다 뭐야?’ ‘그나마 앞의 글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지.’ ‘근데 뒤에 것은 완전 지어낸 거잖아.’ 동혁이 싸움을 잘했기 때문에, 세화는 동혁을 어릴 때부터 무예를 익히고, 명가의 스승을 둔 경력으로 포장했다. 세화는 동혁의 취직을 돕기 위해 약간의 거짓말을 했다. 동혁은 지금 웃기기도 했고, 한편으로 감동적이기도 하다.
노호진은 체격이 크고 건장하다. 힘줄이 튀어나온 온몸의 근육이 경비복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흉악한 얼굴에 사나운 기색이 역력하여 보기만 해도 건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딱 강오그룹의 보안을 책임지이기에 적합했다. “노호진 부장님, 제 이름은 이동혁입니다.” 노호진이 자신에게 적대감을 기지고 있음을 느꼈지만, 동혁은 여전히 비굴하지도 그렇다고 거만하게 굴지도 않았다. 동혁은 일부러 상대방에게 대들지 않았다. ‘어쨌든 이제 여기 출근해야 하니 괜히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지.’ ‘그리고 노호진이 내가 연줄로 들어왔다고 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니까.’ 동혁은 영문도 모른 채 면접을 보러 불려 왔다. 결국 심사도 없이 강호그룹의 경비원으로 들어왔고, 400만 원의 높은 월급을 받게 되었다. ‘이게 연줄의 힘이 아니면 뭐겠어.’ ‘틀림없이 세화가 천미 씨에게 도움을 청해서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걸 거야.’ 세화의 정성을 동혁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슨 미친 짓을 하라고 해도, 내가 네놈을 어떻게 불러도 잘 따라야 할 거야. 내가 네 상사인 만큼, 네가 월급을 받느냐 아니냐도 다 나한테 달려있으니 잘해!” 노호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따라와.” 사무실을 나서자 그는 동혁을 데리고 훈련실이라고 쓰여있는 명판 옆 문 앞으로 왔다. 그 문을 열자, 숨 막히는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넓은 훈련실에는 각종 헬스 기구가 놓여 있었다. ‘여기는 완전히 헬스클럽이잖아!’ 수십 명의 상의를 벌거벗은 사내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몸을 단련하고 있었다. “저쪽으로 가서 서.” 노호진은 훈련실 중앙의 작은 빈 공간을 가리켰다. 동혁은 걸어가서 그곳에 섰다. 노호진은 정색을 하고 큰소리로 말했다. “한 달 동안, 네 일은 훈련실에서 인간 샌드백이 되는 거야. 다른 형제들과 함께 훈련하고, 부르면 바로 튀어와야 해! 무단결근은 금지! 지각이나 조퇴도 금지! 이 사항들을 위반하면 스스로 그냥 꺼져! 임금도 없어!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봐!” 노호진은 동혁을 흉악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동혁은 노호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 보안부 부장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노호진의 살찐 얼굴이 금방 찌그러졌다. 다른 수십 명의 경비원들은 모두 어이없다는 듯 동혁을 바라보았다. ‘저놈이 약을 잘못 먹은 거 아니야?’ ‘아니면 감히 이렇게 겁 없이 까불지 못할 텐데!’ 그들 중에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승복하지 못하고, 노호진의 지위에 도전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은 모두 노호진에게 호되게 얻어맞고 고분고분하게 바뀌었다. ‘”근육 하나 보이지 않는 녀석이 감히 노 부장님에게 도전하다니, 역시 무식한 놈들이 겁도 없어.” “설마 연줄로 우리 보안부 부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노 부장님, 연줄로 들어온 저 놈의 따귀를 갈겨서 호되게 망신을 주시죠. 앞으로 우리 강오그룹을 만나도 피해 다니게요!” 보안부 경비들은 동혁에게 빈정거렸다. 노호진은 겉옷을 벗었고,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조끼만을 입고 있었다. 그는 양 주먹을 서로 부딪혀 팍팍 소리를 내고, 사납게 웃으며 다가왔다. “네 녀석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 네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서서 순순히 모두의 샌드백이 된다면, 용서해 주지!” “잘못은 무슨, 여기는 강자가 최고 아닌가요? 그럼 보안부 부장은 제가 해야 해요.”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에 다른 경비원들은 모두 웃었다. 노호진은 이제 인내심을 완전히 잃었다. 벼락같이 동혁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들어 때리려 했다. “이 자식, 내가 강자가 뭔지 지금 보여 주마...” ‘이 세상 물정 모르는 녀석, 아주 바닥에서 똥을 싸며 기게 해 주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혁이 먼저 노호진의 뺨을 때렸다.노호진은 그것을 팔로 막았다. 놀라운 동체시력이다. 하지만 동혁의 손바닥에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힘이 감돌고 있었다. 마치 단단한
1분 후. 훈련실에는 동혁외에 서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동혁은 계속 힘을 자제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이곳의 사람들은 그의 전력을 다한 일격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동혁은 가볍게 뺨을 때려 방금 자신을 비하하고 조롱한 더러운 입들에 교훈을 준 셈이었다.“노 부장님, 어떤가요? 지금 내가 보안부 부장의 자격이 있지 않나요?” 노호진은 그저 멍하니 동혁을 보고 있었다. 방금 전에 동혁에게 뺨을 맞고 날아갔어도, 그는 여전히 승복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동혁이 자신의 뺨을 때려준 것이 매우 관대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뿐이다.‘방금 전의 실력이라면, 나를 죽이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울 거야.’ 노호진은 땀을 닦을 틈도 없이, 병아리가 먹이를 쪼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자격이 있습니다. 이 보안부 부장은, 제가 동혁 씨께 양보하겠습니다.” “뭐라고요?” 동혁의 차가운 시선을 보고, 노호진은 재차 놀라서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 “아니, 잘못말했습니다. 양보하는 게 아니라, 보안부 부장은 동혁 씨가 해야 해요. 원래 동혁 씨 자리였어요!” 동혁은 다시 다른 경비원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저희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저희 기술은 비교가 안돼요. 형님이 부장이 되겠다고 하시면 저희는 모두 승복하겠습니다!” “맞습니다, 부장은 확실히 형님이 하셔야죠!” 다른 경비원들도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동혁이 그들보다 조금 더 강했다면, 그들도 이렇게 승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혁이 보여준 실력은 그들을 완전히 상회한 것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조금의 불만도 갖지 않게 되었다. 자기 급여보다 몇 십만 원 많이 받는 동료는 시기해도, 자산이 몇 천억의 부자는 이미 딴 세상에 살고 있다고 여겨 시기조차 하지 않는 것과 같다.노호진은 능글맞게 다가왔다. “동혁 형님, 방금 오셨는데, 바로 보안부 부장으로 승진했다고 하면, 위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일단 제가 보안부를 담당하는 그룹 부사장
나천일은 장해조 회장의 양아들로 강오그룹에서도 높은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노호진이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그 이동혁은요? 불러오세요. 일단 제가 먼저 보고 이야기 하죠.” 나천일은 웃으며, 주변 사람에게서 방금 노호진이 제출했다는 그 보고서를 받았다. 곧 동혁이 걸어 나왔다. “형님, 이분이 나천일 부사장님입니다.” 노호진이 동혁에게 소개했다. “나천일?” 동혁은 순간 멍해졌다. “이동혁, 내가 뜻밖에도 네 직속 상사가 될 줄은 몰랐는데?” 나천일은 동혁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노호진의 보고서를 들어 갈기갈기 찢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놀라며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을 때, 나천일이 차갑게 말했다. “정신병이 있는 바보가 버젓이 강오그룹에 입사하다니, 누가 저 사람을 데려온 겁니까?” ‘이 사람 정신병자라고?’ 모두가 놀란 눈으로 동혁을 쳐다봤다. 노호진도 놀라 어안이 벙벙해져서, 입이 딱 벌어지며 말했다. “나, 나 부사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인사부 오선영 씨가 보안부에 데리고 왔습니다.” 세이프보안 회사의 인사부 오선영이 곧 불려 왔다. “당신이 세이프보안 회사 소속인가요? 그럼 지금부터 당신은 해고입니다!” 나천일은 손을 크게 휘두르며 직접 지시를 내렸다. 세이프보안 회사도 강오그룹 산하기 때문에 강오그룹의 부사장으로서 개인을 해고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오선영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화를 당했다. “나 부사장님, 복수하려면 내게 와서 할 것이지, 다른 직원까지 난처하게 할 필요 없잖아요.”동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네가 무슨 자격이 있는데, 나보고 네게 오라는 거야?” “나는 강오그룹 부사장, 넌 갓 입사한 하찮은 경비원, 넌 우리 그룹 아래 계열사 소속이고, 강오그룹에 소속될 자격조차 없는 데? 지금 우리 사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고 하는 소리야?” 나천일은 동혁
“하하하.” 오반석은 아무 거리낌 없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오한민이 이씨 가문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자신의 마음을 내비친 뒤부터 오반석의 마음속에는 이씨 가문에 대한 경외감이 줄어들었다. 그는 한때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었던 동혁을 모욕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하하하.”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배경문은 경멸의 눈초리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발톱 빠진 호랑이 신세라는 거잖아요. 이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신분이 없으니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죠.” “어쩐지 그러니 처갓집에 기대서 사는 데릴사위 신세가 됐지.”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빈정대며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동혁에게 한바탕 모욕을 주고 나니 속이 한결 시원해진 오반석은 그제야 용건이 생각났다. 그는 혼자 술을 잔에 따른 후 천천히 말했다. “이동혁, 오늘 내가 널 만나러 온 건, 사실 우리 아버지 대신 경고를 하려는 거야.” “전에 아버지는 이씨 가문을 대신해서 네놈에게 이천성을 N도로 돌려보내고 무릎 꿇고 사죄할 3일의 시간을 주었어.” “내일이 그 마지막 날인데 아직 아무런 조처도 없는 걸 보니 한번 호되게 당하고 싶은 건가?” 여기까지 말한 오반석은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혁을 응시하며 압박했다. “아니면 우리 아버지의 말을 무시한 건가?” 다른 사람들도 오반석이 오늘 밤 동혁을 만나러 온 목적을 알게 되었다. 순식간에 동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동정으로 변했다. ‘명문가 이씨 가문에서 쫓겨난 도련님이 이제는 이씨 가문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요구까지 받다니, 너무 비참하게 만드는 거 아니야?’ 현소도 이제야 이 일을 알게 되었고 그녀조차 동혁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왜 대답이 없지? 뭐라 말 좀 하지 그래?” 동혁이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말없는 것을 보고 오반석은 불만스럽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동혁은 편안한 자세로 바꾸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나 대신 잘 대답
이 말을 들은 오반석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순간 자신이 동혁의 앞에서 겁을 먹었음을 깨닫자 오반석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예전에 태백산장에서 동혁에게 하루에 두 번 맞은 것은 그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고통이었다. 지금 동혁이 그 일을 면전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오반석의 체면이 또다시 구겨졌다. 왕범현은 이런 오반석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아, 반석 도련님이 저 데릴사위 놈에게 한번 당한 적이 있었구먼.’ ‘어쩐지 내가 도련님에게 이동혁과 무슨 원한이 있냐고 물었을 때, 대충 얼버무리며 그냥 이동혁을 혼내주라고 하더라니.’ 웃음은 그저 웃음일 뿐 왕범현은 이때 자신이 누구를 도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동혁이라고 했나? 죽고 싶지 않으면 자리를 보며 까불어야지.” 왕범현은 고개를 들고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석 도련님의 아버지는 리성투자회사의 부사장이야. 네놈처럼 처갓집에 기대서 밥이나 축내는 데릴사위가 모욕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 당장 반석 도련님께 사과해.” “우와.” 왕범현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한바탕 탄성을 질렀다. 모두 오반석의 신분 배경을 듣고 놀란 것이었다 최근 3대 가문이 몰락하면서 리성투자회사가 H시에 진출해 수많은 사업들을 벌였다. 리성투자회사에서 투자한 회사는 많은 H시 사람들에게 화젯거리가 되었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엄청난 자본의 회사인 만큼 H시의 시장 하세량조차도 눈치를 살피며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 때문에 리성투자회사 부사장의 아들이라는 신분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위치였다. “이야, 리성투자회사의 반석 도련님을 다 보네.” “오늘 반석 도련님과 이렇게 만나 술을 마시게 돼 영광이에요.” 그러자 배경문 등이 앞을 다투어 오반석에게 아부했다.여자들은 눈을 모두 초롱초롱하게 뜨고 오반석을 쳐다보았다. 여자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현수린이 애교스럽게 말했다. “도련님, 아마 H시에 오
“범현 오빠가 제때에 손을 써서 이 쓸모없는 인간의 음모대로 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야.” “그래, 모두 범현 형에게 감사해야 해. 오빠가 아니었다면 저 데릴사위가 방금 미친 듯이 저 형님을 도발했으니 오늘 누군가는 반쯤 죽었을 거야.” 모두들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동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깎아내렸다. 심지어 동혁이 아까 판명철 등을 제지해 그들을 구한 것조차도 동혁이 보복을 노리고 판명철을 도발한 것이라며 음모라고까지 했다. “형부, 이 언니오빠들 좀 봐요. 아주 열받아 죽겠어요.” 배경문 등의 뻔뻔스러움에 현소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고, 큰 눈에 눈물이 맺혀 촉촉하게 변했다. 동혁이 현소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현소야,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게 일일이 화낼 필요 없어.” “약자는 보통 남을 깎아내려야 자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니까.” “저런 착각 속 인간들은 현실에서 언제나 패배자로 살 수밖에 없어.” “그저 파리 몇 마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린다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해 버려.” “굳이 말을 섞어서 너까지 저런 인간들 같은 사람으로 전락하지 말고.” 동혁의 말을 듣고 현소는 마음을 다잡았고, 그녀의 작은 얼굴을 들어 동혁을 우러러보며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장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것은 마치 폭풍이 닥치기 전에 잠잠한 것과 같았다. 배경문 등은 분노하여 폭발했다. “와, 저 아내집에 얹혀 살며 공짜밥이나 얻어먹는 쓸모없는 놈이, 다들 무시하는 개보다 못한 데릴사위 주제에 지금 누굴 가리켜 그딴 헛소리야?” “가소로워서. 데릴사위 놈이 자기가 정말 패배자인지도 모르고, 우리에게 패배자라니.” “가서 거울보고 자기 주제파악이나 해. 우리랑 말도 섞을 수 없는 쓸모없는 인간 주제에 어딜 감히.” “...”처갓집에서 미움받는 데릴사위에게 멸시를 당한 배경문 등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잠시 멍해졌다 정신을 차린 배경문 등은 자신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듣기 싫은 말로 동혁을 욕했다. 현소는 동혁 대신 상
현수는 동혁이 항상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빈정거렸다. 하지만 동혁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방금 전 동혁이 외면하고 방관하면서 다소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덕분에 판명철 일당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판명철 등은 본래 왕범현이 자신들을 발로 차면서 무시하고 모욕하는 것을 그냥 참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암흑가에서 산전수전을 겪었기 때문에 급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비록 왕범현은 실력이 좋긴 하지만 일단 판명철 등이 그를 건드리기로 마음먹는다면 마지막 결말은 서로 몸에 피를 뒤집어쓰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젊고 생기발랄한 왕범현이 그 사실을 알 턱은 없었다. 그가 방금 판명철 등에게 아무런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고 손을 썼기 때문은 그 자신은 무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하, 현수 말이 맞아.” 현수의 말에 배경문 현수린 등도 냉소하며 동혁을 쳐다봤다. “방금 이 데릴사위가 자기가 무슨 두목인 척 저 판명철에게 사과하라고 했다니까.” “어쩐지 아까 겁 없이 나서더라니, 그게 다 범현 형님이 곧 나서실 줄 예상하고 그런 거였고만.” 한 무리의 남녀들이 모두 동혁을 향해 빈정거렸다. 방금 그들은 모두 판명철 등에게 당해 뺨을 맞았지만 동혁과 현소 남매는 지금까지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왕범현의 사람들이 매우 창피함을 느꼈다. 어쨌든 현수는 그들과 같은 편이었고 현소는 왕범현이 좋아하는 여자여서 뭐라 말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동혁에게 모든 화풀이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야 나름 구겨진 자존심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 화가 난 동혁의 눈빛이 다소 냉랭하게 변했다. 하지만 동혁은 그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저런 철부지들을 상대한다고 굳이 내가 나서서 힘 뺄 필요는 없지.’ 그러나 동혁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을수록 왕범현의 제자 무리는 점점 더 흥분해 말했다. 동혁을 비하할 뿐만 아니라, 그 기회를 이용해 왕범현에게 아부했다. 현소는 그들의 말을
박용구와 김대이의 처지는 암흑가 사람들에게 낯선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J시 쌍살과 같은 야인에게 당하고도 목숨을 건졌다면 모두 조상의 은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왕범현처럼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는 젊은 세대는 달랐다. 그에게 김대이는 그저 한 명의 늙은이 일뿐이었다. 그는 애초에 자신이 쌍살의 눈에 들었다면 거꾸로 쌍살을 반죽음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판명철은 왕범현의 말을 듣고 더 이상의 대꾸를 포기했다. ‘끝이야. 김 회장님도 왕범현, 이 자식을 어찌할 수 없을 거야. 골드스타필드가 오늘 이놈에 의해 발칵 뒤집히게 생겼어.’ “경문아, 이리 와봐.” 왕범현은 배경문을 곁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사나운 눈빛으로 판명철과 그 부하들을 훑어보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방금 누가 네게 손을 댔는지 전부 다 가리켜봐. 내가 그놈들을 모두 무릎 꿇려서 너희에게 머리 머리 숙여 사과하게 하고 너희들이 당한 만큼 마음껏 뺨을 때리게 해 줄 테니까.” 이 말을 듣고 현수린 등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 ‘방금 맞아서 너무 분했는데, 이렇게 복수할 수 있게 되다니. 원수 같은 놈들을 때려주면 아주 통쾌할 거야.’ “스승님, 저 깡패 놈들 모두 손을 댔어요.” 배경문은 맞은편 깡패들을 가리키며 신이 나서 말했다. 왕범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판명철의 부하들을 째려보았다. “아직도 멍하니 뭐 하고 있어? 내 말 못 들었어?” 깡패들은 모두 자존심이 생명이라 도저히 바닥에 무릎 꿇어 머리 숙여 사과하고 뺨 맞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 왕범현의 정체를 알고 다소 꺼려하며 감히 어찌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모욕을 당하자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젠장, 모두 덤벼.” 깡패들이 모두 주먹을 쥐고 왕범현에게 돌진했다. 왕범현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가소로운 것들.” 말과 함께 과감하게 맞받아치며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왕범현은 역시 왕용비의 아들다웠다. “퍽퍽” 하는 몇 번의 둔탁한 소리와 몇 번의 비명이 들려
“범현 형님 오셨군요.” 판명철은 왕범현을 알고 있었는지 인사를 하며 물었다. “여기 몇이 형님 제자예요?” “아주 건방지던데요? 특히 저기 배경문이라고 하는 놈은 다짜고짜 내 뺨을 때려서 제가 가만둘 수가 없었어요.” 배경문은 왕범현이 판명철의 배경 때문에 자신을 다시 한번 때릴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재빨리 다가가 억울해하며 설명했다. “형님, 그게요. 현수가 자기 누나인 현소를 데려왔는데 저 형님이 오자마자 현소에게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서 저희는 현소가 형님이 마음에 들어 할 여자라 막다가 충돌하게...” 왕범현은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현소를 힐끗 보고는 갑자기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10대 때부터 유흥가를 배회했고 지금까지 본 미녀는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유흥가에 있는 여자들은 많이 봐서 싫증이 났다. 하지만 청순하고 귀여운 현소를 보고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왕범현의 시선이 이어서 동혁에게로 향했다. “반석 도련님, 저놈이 바로 도련님이 말한 그놈이죠?” 배경문은 거만하고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왕범현이 동혁을 아는 것을 보고 바로 동혁이라는 사람이 그저 단순한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 저놈이야.” 오반석은 음흉한 눈빛으로 동혁의 몸을 한 바퀴 훑어보더니 약간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급할 거 없어. 먼저 네 일부터 처리하고 다음에 저놈을 혼내주면 돼.” 말을 마치고 오반석은 바로 옆 좌석에 앉아 구경하는 자세를 취했다. “알겠어요.” 왕범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테이블 위의 맥주 한 병을 집어 들어 판명철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퍽!” 예고 없이 들이닥친 습격에 판명철은 전혀 반응할 수 없었다. 술병이 그의 이마에 세게 부딪혀 바로 깨져버렸다. 판명철은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네놈이 형님 대접을 해줬더니, 감히 날 쳐? 죽고 싶나 보구나? ” 얼굴에 온통 뒤덮인 핏물과 술 때문에 판명철이 유난히 흉악해 보였다. 그러나 왕범현은
배경문은 깜짝 놀라 벌벌 떨며 애써 웃음을 짓고 말했다. “형님, 이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데릴사위예요. 형님이 직접 혼내시면 형님 손만 더러워집니다.” “그래서 제가 형님을 위해 대신 이놈 손을 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판명철의 노호 소리에 끊겼다. “이 개X식이, 당장 꺼져!” 판명철은 손바닥으로 배경문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고 그대로 가까이 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이 X같은 놈. 네 가족들도 모두 개지?” 배경문은 머리를 싸안고 누워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너무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방금 저 데릴사위가 형님에게 맞으면 그만인데, 왜 내가 나서서 형님의 비위를 맞추려다 이렇게 맞는 거야?’ 그리고 나머지 현소, 현수 남매나 현수린 등은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깡패 놈은 원래 데릴사위 놈을 혼내주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어떻게 경문이를 때리는 거야?’ 현수린 등 몇 명은 자신도 모르게 동혁을 쳐다보았다. ‘설마 경문이가 현수 매형을 욕해서 저 깡패 놈이 때리는 건 아니겠지?’ ‘정말 그래서 저 깡패 놈이 저러는 거라고?’ ‘현수 매형은 그저 데릴사위일 뿐인데 왜?’ ‘누구나 봐도 눈에 거슬리는 한낱 데릴사위이잖아.’. 판명철은 계속 손을 멈추지 않고 배경문이 피를 토하기 시작할 정도로 때렸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는데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동혁은 이쯤이면 배경문도 정신을 차렸을 거라 생각하고 입을 열어 판명철을 멈췄다. “됐어요. 더 때리면 죽을 거예요.” 말이 끝나자 판명철은 두말없이 손을 뗐고 그 자리에 얌전히 서서 허리를 약간 굽힌 채 동혁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당신이 방금 술 접대를 강요하려 했던 사람은 내 처제예요.” 동혁은 소파에 앉아 옆에 있는 현소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처제에게 사과라도 해야 할거 같은데요.” 동혁은 판명철을 난처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상대방은 현소를 해치지도 않았고 또 김대이의
“좋아요, 그럼 한번 두고 보죠. 당신이 감히 내가 술을 마시게 할 수 있는지.”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무시하는 동혁의 말투에 판명철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겁에 질린 채 바닥에서 일어난 배경문 등이 이 모습을 보고 놀라 흠칫했다. “현수야, 제발 네 데릴사위 매형 입 좀 닥치게 하라고.” “형님을 화나게 해서 우리 모두를 죽이려고 그래?” “자기 주제도 모르고 감히 형님에게 대들다니.” “명철 오빠, 저 사람은 저희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현수린 등이 동혁에게 욕설을 퍼붓고 서둘러 관계에 선을 그었다. “감히 마시게 할 수 있는지 본다고? 저 인간은 대체 누구야? 누군데 저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쓸데없는 소리 할거 없어. 그냥 가서 한 대 때려주만 그만이야. 그러고도 감히 계속 시건방을 떨 수 있는지 보자고.” 판명철 뒤에 서있는 깡패들도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껏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상대를 본 적이 없었다. 판명철도 비웃으며 음산한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누구길래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내 오늘 내 형님의 구역에서 언제까지 네놈이 그런 허세를 부리는지 두고 보마.” 배경문 등은 판명철의 화가 가라앉기를 바랐지만 동혁이 한 말로 판명철은 이미 더 화가 나버렸다. 그들은 판명철이 자신들 대신 동혁에게 주의를 기울이자 기뻐하는 동시에 동혁이 미웠다. 동혁이 판명철을 완전히 화나게 하면 동혁과 자신들이 연루되어 다시 상대방의 화를 받을 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평온한 사람은 당사자인 동혁뿐이었다. 동혁은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 그저 웃기만 했다.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좀 가까이 와서 내가 누구인지 봐요.” “하? 그래, 그럼 네놈이 대체 어떤 놈인지 한번 보자.” 판명철은 너무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너무 놀란 현수는 몸을 부르르 떨고 발을 동동 구르며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제발 그만 좀 해. 당신 죽
왕범현은 배경문이 믿고 있는 스승이었다. 지금 왕범현이 위층에 있는 이상 그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하, 감히 골드스타필드에게 내 뺨을 때리는 놈이 있다니?” 선두에 있던 깡패인 판명철이 뺨을 가리고 너무 분노해 웃었다. “야, 알고 있냐. 여기 골드스타필드는 내 형님의 형님이 주인이야. 넌 이제 죽었어.” “네놈 형님의 형님?” 배경문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곧이어 안색이 크게 변했다. 골드스타필드에 놀러 오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암흑가 깡패인 김대이의 사업채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평소에 김대이는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명철이라는 사람, 설마 김대이의 동생의 동생은 아니겠지?’ 현수린을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빛이 순간 안 좋아졌다. 배경문은 갑자기 자신이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도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지금 온몸을 떨며 재빨리 말했다. “그렇군요. 죄송해요, 형님. 전 형님이 김 회장님의 형제분인 줄도 모르고...” “퍽!” 배경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판명철의 손에 든 술병이 이미 그의 이마에 부딪혀 깨졌다. 배경문은 ‘윽’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고 전체에 핏물인지 술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묻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판명철이 배경문을 세게 걷어찼다. “개X식, 내가 오늘 너의 손목을 부러뜨려주마.” 배경문은 놀라서 정신없는 가운데 고통을 참으며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제가 형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를 해주...” H시 암흑가에서 김대이의 영향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배경문은 상대가 김대이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퍽!” 판명철은 또다시 발로 배경문을 걷어찼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사납게 웃으며 방금 자신이 뺨을 맞았을 때 자신을 비웃었던 현수린 등을 가리켰다. “남자든 여자든 다 잡아. 모두 잡아서 무릎을 꿇리고 뺨을 10대씩 후려갈겨.” 판명철의 뒤에 있던 깡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