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가 그룹 내 권력을 장악한 요 며칠 동안, 진씨 가문 사람들은 매우 괴로워했다. 그래서 줄곧 세화가 이번에 감옥에서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사실 세화가 돌아오든 말든 상관없어. 어쨌든 세화는 이미 사장에서 해임되었고, 세화의 비위를 맞추던 임원들도 모두 해고 됐잖아. 세화는 그저 아무것도 못하고 완전히 당한 거야. 이제 진성그룹은 다시 큰형 가족이 권력을 잡았으니,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다시 돌아왔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진한강 부자는 모두 무능한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진한강 부자는 진성그룹 내에서 다시 권력을 잡고, 친척들이 진한영 앞에서 자신들에 대해 나쁜 말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친척들에게 모두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다. “사실 세화가 사건을 뒤집으면 더 좋지. 내일이면 향방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올 텐데, 이때 진성그룹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있으면 우리 매물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지금 세화도 쫓겨났고, 매물도 잘 팔리면 더 좋은 거 아니야?” 진씨 가문의 한 사람이 한 말이 곧 많은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었다. 진한영도 그 말을 듣고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지금의 진씨 가문의 일들이 모두 좋은 방향으로 잘 풀리고 있어!’ 진한영의 반응을 눈여겨본 방세한이 큰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저희 그룹 판매팀이 향방주택과 관련된 시장평가를 했어요!” “오 그래, 평가 결과는 어땠어?” 지금 진한영은 내일 오후 분양 판매에 신경을 계속 쓰고 있어서, 방세한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물었다. “상황이 좋아서 H시 부동산 시장의 판매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큽니다!” 방세한의 말에 진씨 가문 사람들은 한바탕 환호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방한그룹이 높은 연봉으로 다른 도시에서 전문 판매팀을 스카우트했는데, 전에 퇴사한 그 우세희의 팀보다 더 대단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방한그룹 판매팀의 평가 보고서가 분명 우세희가 만든 것보다 더
진한영은 방세한이 직접 인정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진한영의 안색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 세화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모함을 한 사실에는 관심 없다. 진한영은 방씨 가문이 그렇게 한 것이, 진성그룹에 대해 숨기고 있는 야망이 있기 때문일까 봐 걱정했다. 화란은 약혼자인 방세한이 혹시라도 욕을 먹을까 봐 재빨리 말했다. “할아버지, 원망하시려면 저희 탓을 하세요. 세화가 권력을 잡게 하고 싶지 않아서, 저희가 방씨 가문을 찾아가서 세화를 물러나게 시킬 방법을 찾았어요!” “맞아요. 아버지도 보셨겠지만, 세화가 사장이 되더니 가문의 어른들도 안중에 없어서, 저희가 이런 식으로 세화를 상대할 수밖에 없었어요.” 진한강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섰다. 진한강은 진한영이 화가 나서, 그룹의 경영권을 준 것을 번복할까 봐 무서웠다. 방세한도 상황을 지켜보더니, 서둘러 세화의 일은 자신이 장인인 진한강을 도와 그룹의 권력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세화의 말처럼 진성그룹에 대해 무슨 야망이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 진한영은 불만스럽게 콧방귀를 뀌었다. 세화에 대한 계획을 자신은 완전히 몰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이 놓였다. ‘방씨 가문에서 감추고 있는 꿍꿍이만 없으면 상관없어.’ ‘우리 가문과 방씨 가문이 곧 사돈이 될 텐데, 이런 때 괜히 지난 일을 들춰서 체면을 구기면 진씨 가문에 안 좋으면 안 좋았지 좋은 것은 하나도 없어.’ 그래서 진한영은 크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럼, 진성그룹 계좌에 있는 4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향방주택 계좌로 이체하고, 방한그룹의 판매팀이 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 진한강 가족들은 매우 기뻐했다. 즉시 전화를 걸어 그룹의 자금 이체를 지시했다. 곧 진성그룹의 계좌에 있던 4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향방주택의 특별 자금 계좌로 이체되었다. “세한아, 이제 나머지는 너희 가문에게 맡기마.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 앞으로 우리 진씨 가문이 다른 도시에도 진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박학명이다. 박학명은 진한영이 낚시를 할 때 알게 된 낚시 친구로, 제3자 공증 기관의 회장이었다. 이 말을 들은 진한영은 놀라서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박 회장, 무슨 말이야? 우리 향방주택 매물은 아직 팔지 않았어!” [진 회장, 우리 사이에 이러면 곤란해! 뭐 이런 일로 사람까지 속이려 하나?] 박학명이 말했다. [방금 진성그룹 산하 부동산 회사의 모든 자산을 다른 도시의 회사에 양도했고, 우리가 공증을 했다고.] 갑자기 흥분한 진한영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한영은 황급히 침실을 나와 진한강을 불렀다. “한강아, 당장 가서 우리 진성그룹의 부동산 회사 자산이 양도되었는지 확인해!”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놀라 연이어 와서 무슨 상황인지 물었다. 곧 당황한 표정으로 진한강이 돌아왔고, 휴대폰을 든 손을 떨며 말했다. “아버지, 확인했는데, 저희 부동산 회사 명의의 모든 자산이 향방주택 매물을 포함하여 S시의 세방그룹에 패키지로 매각되었답니다. 판매 가격은 200억 원입니다!” 헉! 현장에 있던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이 충격적인 소식에 잠이 다 사라져 버렸다. 향방주택 프로젝트 초기에 이미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는데, 뜻밖에도 200억 원에 팔렸다. 이것은 최저 판매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진한영도 충격으로 온몸에 피가 솟구치면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진한영은 늙어빠진 두 손을 내밀어 진한강을 붙잡고 초조하게 물었다. “방금 송금한 4000억 원은? 아직 있지?” “그것도 없어요. 아버지, 이제 우리 부동산 회사는 빈 껍데기예요!” 진한강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져 초초하게 진한영을 보고 있었는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방씨 가문이야. 방씨 가문의 짓이 틀림없어!” 진한영이 갑자기 발을 동동 구르더니, 화가 나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방씨 가문일 리가 없어요. 세한이와 저는 내일 약혼식을 한다고요!” 화란은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
진한영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향방주택을 방씨 가문에 맡겨 판매를 하도록 부추겼어.’ ‘4000억 원의 자금을 모두 부동산 회사의 계좌로 이체하라고도 했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첫째 놈 가족이 날 꼬드겼어.’ 진한영은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무서운 눈초리로 이 진한강을 노려보며, 진한강을 죽이지 못해 한스러워했다. 진한강도 지금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진한강은 일어나 다시 무릎을 꿇고 벌벌 떨며 말했다. “아버지, 방씨 가문이 화란과의 약혼식을 위해 다이너스티호텔을 빌렸고, 각 가문들에게 청첩장까지 보냈어요. 절대 모른 척할 리가 없습니다.” “내일 우리는 다이너스티호텔에 가서 향방주택 매물과 투자금을 다시 모두 내놓으라고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놈들의 행위를 폭로해서 앞으로 H시에 발붙일 수도 없게 해 주겠어!”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좋아요! 내일 모두 다 같이 다이너스티호텔에 가서, 방씨 가문에서 가져간 자금과 이자를 모두 토해내게 하자고요!” 이날,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괴로워하며 밤을 보냈다. 다음날이 되었다. 오늘의 다이너스티호텔은 온통 붉은색으로 장식이 되었고, 매우 시끌벅적했다. 최상층 연회장에는 H시의 각계 유명 인사들이 모두 화려한 복장을 하고 참석했고, 3대 가문까지도 모두 사람을 보냈다. 방씨 가문이 오늘의 주인공으로 명망 있는 내빈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진한영이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단체로 몰려와 방씨 가문의 잘못을 물으려 했다. 연회장 안이 H시의 명망 있는 거물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다소 망설였다. 연회가 예정대로 거행되었고, 거물급 인사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설마 우리 진씨 가문에 일어난 일을 방씨 가문이 정말 몰랐단 말인가?’ “할아버지 보시라고요. 우리가 방씨 가문을 오해한 거예요. 도둑이 제 발 저린다면 감히 방씨 가문이 저와 세한을 위해 이 약혼식을 준비할 수 있
냉소하는 방세한을 보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르신이 오셨습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이 방세한의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몰라 서로 얼굴을 마주 볼 때였다. 연회장에서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방씨 가문의 가주 방준석이,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 사이로 얼굴에 홍조를 띠고 들어왔다. “여러분, 나이 70세가 되어서, 늙은 제가 염치없이 이 다이너스티호텔을 빌려 생일잔치를 열었습니다. 이렇게 각계각층의 여러분들께서 오셔서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방씨 가문의 가주 방준석의 생일잔치?’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멍해졌다. 태휘는 방세한의 멱살을 잡고 으르렁거렸다. “방세한 너 이 자식, 오늘은 분명히 너와 내 여동생의 약혼식인데, 언제 생일잔치로 바꾼 거야?” 태휘와 방세한의 모습이 금세 방준석의 주의를 끌었다. 방준석은 무슨 상황인지 알게 된 후, 불쾌한 듯 말했다. “우리 가문 손자가 어떻게 너희 진씨 가문 딸과 약혼을 해? 무슨 약혼식이라고? 전혀 터무니없는 소리군! 세한아, 우리가 보낸 초대장을 저들에게 보여줘라.” 진씨 가문 사람들은 곧 손님들의 초대장을 보았다. 역시 생일잔치라고 적혀있었다.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화가 나서 거의 피를 토할 정도였다. ‘우리가 어떻게 지금까지 이 사실을 몰랐지?’ ‘우리가 방씨 가문에게 속은 거야!’ 진씨 가문 사람들이 욕망에 눈이 먼 탓이기도 했다. 방세한이 화란과 약혼한다고 하자,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저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그래서 초대장이 무슨 내용인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방준석, 이 늙은 놈이!” 진한영은 갑자기 화를 내며, 씩씩거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원래 네 놈 가문은 진작에 우리 진씨 가문의 사업을 빼앗을 계획이었던 거야! 향방주택 대형프로젝트, 그리고 4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네 놈들 손으로 그렇게 쉽게 모두 네 놈들 것으로 바꾸어 버리다니!” 와! 연회장 안이 온통 시끌벅적했다
진한영이 화가 나서 길거리에서 혼수상태에 빠졌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얼른 인공호흡을 하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데려갔다. 오랫동안 실랑이를 한 끝에 진한영은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겉보기에 마치 얼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진한영은 병상에 누워 천장을 빤히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히 벌건 대낮인데도 병실을 지키고 있는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암울함을 느꼈다. 진한영이 쓰러지니, 모두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우리 진씨 가문은 이제 정말 끝이야!’ 지금 가장 낙담한 것은 바로 진한강 가족이다. 평소에 기세 좋게 떠들던 화란이 가만히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마치 넋을 잃은 것과 같았다. 세화 가족이 병실에 도착했을 때, 본 것은 진씨 가문 사람들의 산송장 같은 모습이었다. “아버님은 심각하세요?” 진창하를 밀고 들어온 류혜진은 병상 앞으로 다가와 진한영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전도 장치에 진한영의 생명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류혜진 등은 모두 진한영이 이미 편히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진한영의 눈이 움직이더니 마침내 생기를 되찾았다. 진한영은 눈을 돌려 세화 가족을 힐끗 쳐다보면서 애써 소리쳤다. “너희 가족은 여기 왜 왔어? 내 우스운 꼴을 보려고 온 거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진한영은 후회가 되었다. 진한영은 진한강 가족의 이간질을 믿고 세화를 진성그룹에서 쫓아낸 것을 후회했다. 또한 방씨 가문을 경솔하게 믿고 그들에게 향방주택 프로젝트를 인수하게 한 것과 하루아침에 진성그룹의 자금을 날려버린 것을 후회했다. 진한영은 누구보다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세화 가족을 보자마자, 진한영은 창피하여 땅속으로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세화 가족들이 하는 말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가 모두 진한영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내 안목이 한물갔다고 비웃고, 내가 고집만 세다고 비웃겠지!’ 류혜진은 재빨리 위로하며 말했다. “아버
동혁이 이 말을 하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자아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류혜진 부부조차 믿지 않았다. 방씨 가문이 오랫동안 계획한 약탈 행위에 대해 진씨 가문 전체는 어떻게 손쓸 방법이 전혀 없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동혁을 쓸모없는 인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동혁의 말을 더욱 믿을 수 없었다. “쓸모없는 네 놈이 향방주택 매물을 되찾는다면 내가 옥상으로 올라가 뛰어내리겠어!” “내가 보기에 네 놈은 우리 진씨 가문이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보고 일부러 우리를 놀리러 온 것 같아! 우리 진씨 가문이 아무리 못났어도, 너 같은 바보의 무례함은 용납할 수 없어!” “이 쓸모없는 놈에게 본래 착한 마음이란 없어. 분명 방세한, 그 짐승 같은 놈의 수법을 따라 해 진씨 가문에 남은 마지막 200억 원을 속여 뺏으려는 거야!” 진씨 가문 사람들은 냉소를 금치 못했다. ‘이 바보가 방세한을 흉내 내서 우리에게 돈을 사기 치려 하다니, 정말 꿈도 야무지네.’ ‘방세한이 진씨 가문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기를 쳤어도, 배후에는 어쨌든 방씨 가문의 지지가 있지만, 이동혁 이 쓸모없는 놈은 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거지?’ “너희에게 돈을 사기 친다고? 너희들은 내가 그 정도로 신경을 쓰게 할 정도도 안돼!” 진씨 가문 사람들의 냉소와 빈정거림에 대해 동혁은 똑같이 냉소했다. “내가 방씨 가문에게 부동산 회사를 돌려달라고 하려는 건 내 아내를 위해서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너희들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도 않을 거야!” 이 진씨 가문의 추악한 몰골을 동혁은 철저히 꿰뚫어 보았다. ‘방씨 가문에게 재산을 빼앗기고도, 방씨 가문에게 따질 엄두도 못 내는 주제들이.’ ‘오히려 진씨 가문을 걱정하는 세화를 괴롭힐 때는 어떤 악랄한 방법도 다 쓰다니.’ ‘정말 어리석고 못된 것들.’ “아아, 저 쓸모없는 놈이 정말 미쳤구나! 저 놈은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죽든 살든 상관 안 한다는 거야? 제 앞가림도 못하는 병신 주제에 뭐가 잘나
“이놈아, 넌 조용히 입이나 닫고 있어!” 천화는 말을 채 다하기도 전에 류혜진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고 돌아갔다. “동혁아, 내가 경고하는데, 어쨌든 너는 함부로 소란을 피워서 우리 집에 화를 초래해서는 안돼!” 류혜진이 무섭게 노려보자 동혁은 반박하기 어려워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머니, 알겠어요.” 류혜진은 콧방귀를 뀌며 차에 올랐다. 하지만 세화는 그렇게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동혁 씨, 엄마 말 들어, 괜히 방씨 가문에 가지 마. 내가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게, 변호사와 상의해서, 그들의 법률상의 허점을 발견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만약 사업을 정말 되찾지 못하면, 다시 다른 계획을 세울 거야.” 세화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방씨 가문은 일류 가문이고, 베테랑 변호사도 있으니, 틀림없이 각종 법률문제를 다 생각해 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소송도 오래 걸렸다. 걸핏하면 1년 반이 넘게 걸렸고, 그 시간이 지나면 이미 때가 너무 늦었다. “여보, 정말 나보고 그냥 내버려 두라고? 오후에 향방주택 분양이 문을 열 텐데, 그들을 막아야 하지 않겠어?” 세화는 손목시계를 보았는데, 이전에 자신들이 오늘 오후에 분양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었다. 지금은 점심시간, 이미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 방씨 가문을 어떻게 막을 작정인데?” 세화는 문득 전에 게스트하우스에서 한표국이 한 말이 생각났다. “설마 한 팀장에게 방씨 가문 사람을 잡으라고 할 작정이야? 하지만 방연문은 방씨 가문의 핵심 구성원이 아니어서 어떠한 계획도 바꿀 수 없어.” 한표국은 여전히 방연문과 연결된 방씨 가문의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현재 약간의 진전은 있었지만 동혁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그래서 동혁도 당분간은 이 방법으로 방시 가문을 제재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동혁에게는 다른 방법이 많았다. 동혁이 차갑게 말했다. “물론 아니야. 내게 다른 방법이 있어. 방씨 가문은 지체 없이 분양을 시작하고 싶어 할 거야
여비서가 보고한 소식은 양도형을 혼란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특히 동혁이 정신병이 있다고 비꼬던 사람들은 창피하여 땅 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도 동혁에게 계속 빈정거렸었다. 하지만 갑자기 성신제약에 대한 2000억의 투자 유치가 물거품이 되었다. 이 소식은 동혁을 빈정거리던 사람들에게 마치 얼굴에 따귀 한 대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주었다. 세화 역시 약간 놀란 눈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그녀마저도 지금 들은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 ‘동혁 씨가 출근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잖아? 그냥 이름뿐인 사장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거액의 투자 결정을 지시할 수 있는 거지?’ ‘원화투자회사의 사람들은 모두 투자시장 쪽의 전문가들인데, 동혁 씨의 말을 그대로 듣는다고?’ “비켜.” 양도형은 갑자기 자신의 여비서를 뿌리치며 동혁 앞으로 다가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말해보시죠. 투자 거절은 쓸모없는 데릴사위인 당신과 아무 상관없지요? 모든 건 그냥 우연의 일치일 뿐. 안 그런가요?” 양도형의 마음은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무려 2000억의 투자야.’ ‘그게 이렇게 한 순간 거절이 되다니.’ 양도형은 이번 투자 건을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투자만 받으면 그의 회사는 더 빠르게 고속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희망이 완전히 허사가 되고 말았다. 특히 양도형이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이 모든 것이 그가 여태껏 쓸모없는 인간이라며 우습게 여기던 동혁이 그저 쉽게 전화 한 통으로 벌인 일이라는 것이었다. 무시하던 쓸모없는 데릴사위에게 반대로 진흙탕에 밟히는 기분이 든 양도형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일이 동혁과 무관하다는 것을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혁은 다음 말로 그에게 다시 한번 강한 일격을 가했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군요. 투자
동혁의 말을 듣고 연회장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사람들은 동혁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저 우습게 생각했다. “저게 무슨 헛소리야? 설마 자기가 2000억 투자 건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저 쓸모없는 인간이 원래 정신병원에서 나왔잖아요. 아마 또 정신병이 도진 거겠죠.” “진 회장님, 이럴게 아니라 남편분을 치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늘 이곳에 많은 병원 원장님들이 와 계시니 분명 아는 정신과 전문의사가 있을 거예요.” 모두 비웃으며 경멸의 눈빛으로 동혁과 세화를 바라보았다. 세화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불쾌함을 느꼈다. “동혁 씨, 괜히 헛소리 좀 하지 마.” 세화는 동혁을 잡아당겨서 약간 화가 난 작은 목소리로 훈계했다. “당신 겨우 회사에 이제 첫 출근을 했을 뿐이야. 그런데 누가 당신 지시를 바로 따르겠어?” 세화는 동혁이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금 전 동혁이 전화로 한 말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에 그녀는 절친인 천미에게서 동혁은 그저 명목상 투자회사의 사장이며 실권이 없다고 분명히 들었다. 그래서 2000억의 투자처럼 큰일을 동혁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생각했다. ‘동혁 씨는 왜 갑자기 전화로 투자를 하지 마라고 해서 사람들에게 괜한 모욕을 자초하고 그러지?’ “여보, 나 장난하는 거 아니야. 원화투자회사는 내 지시에 따르게 되어있어.” 동혁은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하지만 세화는 동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고 그저 퉁명스럽게 그를 노려보았다. 세화가 동혁에게 핀잔하는 모습을 보고 계속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던 양도형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 회장님, 당신 남편은 아무 쓸모없는 사람일 뿐 아니라 허세를 부리는 걸 아주 좋아하네요. 어떻게 회장님의 체면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죠?” 세화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고 마음이 좀 불편했다. “세화야, 동혁이를 그냥 돌려보내. 괜히 여기서 더 망신당하지 말고.”
동혁의 말투에는 상대에 대한 무시가 가득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 양 사장을 무시하는 거지?’ 하지만 사람들은 동혁의 말을 조금은 이해했다. ‘하긴 진 회장은 자산 수 천억 규모의 두 그룹을 소유하고 있지.’ ‘그런 진 회장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확실히 별로 없기는 해.’ “하하하, 난 또 무슨 저 쓸모없는 데릴사위가 무슨 특출 난 점이라도 있어서 저리 양 사장님을 무시하나 했더니만, 역시 자기 아내가 대단한 것을 믿고 까부는 거였어.” 한 사람의 말에 연회장에는 다시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동혁은 그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고 양도형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진지하게 물었다. “어디 말해 보시죠. 당신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이 제 아내처럼 훌륭한 여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죠?” 양도형은 동혁의 말투에 담긴 무시에 분노했다. 그는 콧방귀를 뀌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도 진 회장님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해요. 하지만 비교하자면 제 능력도 그리 나쁘지 않아요.” “제가 이번에 왜 H시에 왔는지 아나요? 회사 이름으로 H시에 사업투자를 하기 위함도 있지만 곧 원화투자회사로부터 2000억 규모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에요.” 양도형은 세화를 바라보며 자신감 가득 말했다. “이 투자를 받으면 우리 회사는 더 빠르게 성장할 거고 머지않아 자산 규모가 진 회장님의 두 그룹을 능가할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놀란 연회장의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말? 2000억 투자라고? 이거 완전 빅뉴스 아니야?” “그 정도 큰 규모의 투자라면 웬만한 중소기업도 고성장을 할 텐데, 하물며 성신제약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기업이라면 더 할 거야.” 많은 사람들이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으로 양도형을 쳐다보았다. 그중에는 이미 수년간 사업을 해온 선배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2000억 투자면, 역대 투자 유치 기록에서도 상위권이야.’ “양 사장님
양도형은 류성중이 도와주자 세화와 자신의 사이가 틀어질까 봐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 방금 사과의 말을 하고 이어서 아까 한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세화는 굳은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양 사장님, 아까도 제가 말했었죠. 이건 제 개인적인 일이에요. 그러니 사장님이 상관할 거 없어요.” 양도형은 세화가 여전히 차갑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류 부이사장님 앞이라 다를 줄 알았는데.’ 양도형의 안색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 “세화야, 말이 너무 지나치는구나.” 류성중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도형이의 할아버지는 네 외할아버지와 수십 년 동안 친분이 있는 사이야.” “두 가문이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 도형이가 너를 위해서 한말인데, 그렇게 표정을 구기면 어떻게 해?” 앉아 있던 동혁은 이 말을 듣고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류성중이 양도형의 편을 들며 말하는 것은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세화를 무안하게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동혁은 일어나서 한마디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에서 나오기 전 류혜진의 당부를 떠올린 세화는 재빨리 동혁을 가로막아 제지했다. 세화는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외삼촌, 양 사장님의 호의는 감사히 받을게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제 개인적인 일이에요.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건 원하지 않아요.” 세화가 이렇게 차분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류성중 역시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는 줄곧 세화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양도형을 보고 도와주고 싶었다. 류성중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알겠어. 그래도 도형이를 이해해라.” “도형이는 가문에 기대지 않고 자수성가하여 성신제약을 세웠어. N도 의약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로 그 기세가 대단하지. 그러니 동혁이가 별로 눈에 차지 않았을 거야.” 류성중은 말하면서 동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런 도형이에 비하면 네 남편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나서서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비교적 젊었다. 그들은 분명 세화의 미모와 재력을 탐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마음을 잘 숨기고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세화를 위해 말하는 것처럼 했다. 어느새 그들은 서로 호흡이 잘 맞아 같은 편에 섰다. ‘일단 골키퍼인 이동혁을 공격해 쫓아내고 그다음을 노려야지.’ ‘그때 가서 누가 슛을 성공시켜 진 회장을 차지할지는 각자의 능력에 달려 있는 거니까.’ “진 회장님, 들으셨죠?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 그저 사람들의 속마음을 대신 이야기 했을 뿐이에요.” 양도형은 당연히 자신이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세화는 아까 전 아래층에서부터 이미 화가 잔뜩 났었다. 그런데 지금 동혁이 또다시 많은 사람들의 조롱을 받자 그녀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여러분은 아주 한가하시나 봐요. 남의 사적인 일까지 이렇게 신경 써주시고 말이에요.” 세화는 쌀쌀한 말투로 말했다. “제가 누구와 결혼해서 살든 그건 제 일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요. H시의 자랑이니, 무슨 대외적인 이미지니 하는 말은 할 필요조차 없어요.” “오늘 제가 이 연회에 저희 남편과 함께 온 것은 단지 가문의 어른 한 분을 뵈러 온 것일 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찾아와서 사업에 대해 논의하신다면 기꺼이 환영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일을 언급하실 생각이라면 죄송하지만 대화는 하지 않겠습니다.” 세화는 매우 불쾌한 어투로 말을 했고, 모두 그녀의 말투에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방금 전 나서서 말한 사람들은 난처해져서 괜히 발을 구르며 무안함을 느꼈다. 그들은 동혁이 진씨 가문 안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어서 세화가 그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동혁을 연회에 데리고 온 것도 어쩌면 마치 남자가 여자 파트너를 데려오는 것처럼 그저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한 행동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세화가 이렇게 동혁을 보호할 줄은 몰랐다.그녀가
양도형이 말을 하자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세화는 외모나 몸매 모두 최상이었고 두 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부자였다. 한마디로 재색을 겸비한 완벽한 여자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여자가 이동혁처럼 아무것도 없는 쓸모없는 인간과 살기에 정말 아깝기는 하지.’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생각만 할 뿐 말을 꺼내서 세화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양도형이 사람들과 동혁 앞에서 세화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람들의 재미와 흥미 가득한 눈빛이 일제히 동혁에게 향했다. ‘H시에서 유명한 저 쓸모없는 데릴사위가 어떻게 나올까?’ 그러나 지금 동혁의 얼굴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아주 평온했다. “근데 누구시죠?” 동혁은 양도형을 대충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물었다. 이런 무심한 동혁의 태도를 보고 양도형은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자신의 도발에 동혁의 분노가 폭발해야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동혁이 내 말에 분노해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하는데.’ ‘그래야 내가 한발 더 나가서 이 사람을 완전히 짓밟을 수 있지.’ 양도형은 의아했지만 동혁의 속마음은 지금 보이는 것만큼 평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세화가 주변 사람들에게 몇 마디 인사를 하고 눈살을 찌푸린 채 다가왔다.양도형은 세화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 회장님, 제 이름은 양도형입니다.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데, N도 성신제약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성신제약이라면 N도에서도 아주 유명한 회사잖아? 지난 2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서 그 규모가 작지 않다고 들었어.” “저 양도형 사장이 2년 만에 이런 성과를 내서 자수성가했으니, 아주 대단한 인물은 맞구만. 절대 얕보면 안 되겠는데?” 즉시 몇몇 사람들이 속삭이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모두 성신제약회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현장의 일부 업계 선배들도 양도형을 대단하게 여기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에서 그들의
“결혼을 했으면 이혼하면 되지.” “저 이동혁이라는 사람은 보기에도 그저 아주 평범해. 거기다 데릴사위이니 평소에는 구박이나 받고 살 거야.” “솔직히 골키퍼라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 양도형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결정한 듯 말했다. “그래, 이제부터 저 진 회장은 내 여자야.” 양도형의 넘치는 자신감을 보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은 또 누구지. 누군데 이리 자신만만해?’ 하지만 모두는 양도형이 단지 말뿐이 아니라 동혁과 세화 쪽으로 곧장 걸어가자 흥미로운 눈빛을 번쩍였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겼네.’ 한편,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모두 세화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비록 사람들이 두 배로 늘었지만 세화는 아래층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여유롭게 사람들을 대했다. 동혁은 눈으로 그 모습을 보며 약간 흐뭇해했다.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을 경영하면서 세화가 두 그룹의 회장이 되더니 이제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익숙해졌어.’ ‘이렇게 계속 성장하면 언젠가 우리 H국 재계 전체에서 세화가 한 자리를 차지할 거야.’ 동혁은 세화의 뒤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며 사람들의 주의를 빼앗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저 묵묵히 세화를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때 하필 양도형이 다가와서 문제를 일으키려 했다. “이봐요. 친구. 제가 그쪽과 좀 상의할 게 있는데.” 그는 앉아서 동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걸었다. 동혁은 멍해져서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난 남자를 쳐다보았다. 30살 안팎의 나이, 깔끔한 정장차림에 기세도 좋고, 눈썹에 힘이 있으며 온몸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한눈에 봐도 젊고 유능한 의기양양한 젊은 인재였다. “무슨 일이죠?” 동혁은 양도형의 의도를 알지 못해 그저 웃었다. 양도형도 웃더니 천천히 카드 한 장을 꺼내 동혁의 품에 건넸다. “이 카드에는 2억이 들어 있어요. 제가 지금 이걸 드릴 테니, 우리 거래하죠.” 동혁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
동혁은 아무런 상관없었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화를 참는 것처럼 보였다. “하하, 진 회장님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회장님의 데릴사위 남편이 재주가 없는 건사실이잖아요. 그래도 보아하니 적어도 화를 참는 건 우리보다 낫네요.” “그러게요. 우리 같았으면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면 못 참았을 텐데요.” “진 회장님 남편은 독립투사 같은 기개가 있어요. 외세의 굴욕을 견디고 마침내 나라의 독립을 이뤄낸 사람들 말이에요. 욕을 잘 참는 건 아주 꼭 닮았어요. 그래서 대단하게 생각해요.” “하하하.” 한 무리의 사람들 사이가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되었다. 세화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희고 청순한 얼굴에서 분노를 드러냈다. 류성중은 세화의 명성을 빌려 이번 연회에서 자신을 더 빛내려고 했다. ‘이렇게 세화를 계속 화나게 하다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거야.’ “그만하시죠. 어쨌든 동혁이는 제 조카사위예요. 농담들이 너무 지나치세요.” “다들 이러지 말고, 곧 연회가 곧 시작되니 들어들 가시죠.” “세화야, 너도 동혁이를 데리고 들어가자. 이따가 또 큰 어른들이 오실 거야. 너도 인사해 두면 나중에 좋을 거야.” 류성중은 일부러 정색을 하고 동혁을 감싸듯이 말했다. 그러나 동혁을 비꼬던 사람들은 류성중의 말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을 뿐이지, 류성중이 동혁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적어도 세화에게 상황을 벗어날 기회는 주었다. 그녀는 화를 참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로하듯이 동혁의 손을 잡아 쥐었다. “동혁 씨, 방금 전 일은 신경 쓰지 말고 같이 들어가자.” 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세화를 따라 호텔로 들어갔고 뒤에 있는 사람들의 조롱 섞인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말 완벽히 쓸모없는 놈이네.” 류성중도 콧방귀를 뀌며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은 3층의 연회장으로 향했다.그 안에 이미 모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 역시 H시 의료보건시스템의 크고 작
류성중의 설교 같은 말투에 세화는 조금 짜증이 났다. 하지만 이곳에 오기 전 류혜진과 류혜연의 당부로 인해 세화는 류성중의 태도에 대해 어느 정도 각오를 해서 참을 수 있었다. 세화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외삼촌. 제가 외삼촌의 말씀을 잘 명심할게요.” 류성중이 세화를 자신의 아랫사람이라 여겨 대놓고 훈계하는 모습을 보이자 현장의 사람들의 시선에 류성중에 대한 존경이 깊어졌다. 류성중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효과였다. 그는 아직 40대 초반으로 조직 안에서 확실히 젊은 편에 속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특히 의료보건시스템과 병원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경우 겉으로는 류성중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적으로는 다를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 류성중이 세화를 훈계함으로 바로 이런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의 권위를 바로 세우게 됐다. 이때 세화가 고개를 돌려 동혁에게 눈짓을 하자 동혁이 류성중에게 다가갔다. “외삼촌, 안녕하세요.” 류성중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는 동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세화에게 말했다. “왜 동혁이를 여기로 데려온 거야?” 이 말을 듣고 동혁은 몸을 돌려 그대로 돌아가려고 했다. 세화는 동혁의 성격을 알고서 얼른 그를 잡아당겼다. ‘동혁 씨가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외삼촌이 더 화를 낼 거야.’ ‘외삼촌이 화를 내든 말든 상관없지만 나중에 엄마가 알면 큰일이니까, 말려야지.’ 동혁도 세화의 생각과 같아 잠시 참기로 했다. “외삼촌, 저희 어머니께 전화로 동혁 씨를 만나야겠다고 하셨잖아요.” 세화가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류성중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개인적으로 보면 되지. 내가 언제 이곳으로 동혁이를 데리고 오라고 했어? 대체 이놈이 이런 자리에 가당키나 해?”류성중은 말속에서 동혁에 대한 경멸과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동혁의 참석에 불만을 품은 일부 사람들도 류성중의 태도를 보자마자 따라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진 회장님,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