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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사과는 해도 무릎 꿇는 건 안 된다

“못 할 거 같은데!”

지금 온몸에 살기를 두르고 있는 천일은 보통 사람에게는 약간의 자비를 보일지 모르겠지만, 동혁에게는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내게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이, 이런 태도를 보인다고? 그런데도 내가 너를 때리지 못할 거 같아?”

천일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천일은 자신에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동혁을 혼내주려고 했다.

“누가 도와달라고 했습니까?”

동혁은 천일을 태연하게 흘끗 쳐다보았다.

모든 것은 천미가 잘난 척하며, 기어코 동혁에게 사과를 하도록 강요해서 벌어진 일이다.

천미가 세화와 아주 가까운 사이여서, 동혁은 차마 천미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천일과 같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동혁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보기에 번쩍 든 천일의 손이 허공에 뻣뻣하게 멈춘 것 같았다.

동혁이 가볍게 보내는 눈빛이 천일에게는 오히려 온몸에 한기가 도는 느낌을 준다.

천일이 올린 손은 마치 신비한 힘에 갇힌 듯 무거워져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천일은 머리가 쭈뼛거리고, 몸의 솜털이 모두 곤두서 있었다.

천일은 이대로 손을 휘둘러 뺨을 후려갈기면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천일아, 멈춰, 정말 이 놈의 빰을 때려죽일 작정이야?”

바로 그때 옆에 있던 천미가 차갑게 소리쳤다.

비록 천미도 동혁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당연히 천미는 세화를 봐서라도 천일이 동혁을 때려죽이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천일은 고수였고, 천일이 때리는 뺨의 힘은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천일이 손을 내려놓은 것을 보고, 천미는 바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천일이의 말이 맞아. 천일이는 어쨌든 우리를 도와주러 온 거야. 그러니 아무에게나 시비 좀 걸지 마. 능력도 없으면서, 성질은 있어가지고!”

동혁은 그저 태연하게 웃으며 아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잘난 체하는 이 여자와 말을 해봤자 나만 손해야.’

‘그냥 직접 내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천일은 그제야 자신의 심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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