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시, 블루베이 호텔, 최고급 귀빈실.“어때요, 사형, 괜찮죠?”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진루안은 주빈 자리에 앉은 상건을 보며 말했다.이상건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네, 대충대충인 호텔이야.” “둘째 사형은 식견이 넓으니 당연히 우리 이 작은 곳의 호텔을 마음에 들지 않을 거예요.”진루안도 바로 씩 웃었고 이상건의 까다로움에 대해 다소 불만스러워했다.서경아는 오히려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둘째 사형께서 원하시는 것은 호텔의 호사스러운 정도가 아닐 거예요. 저는 둘째 사형이 원하는 것은 단지 따뜻한 식사일 뿐이라고 생각해요.”“그래요, 역시 제수씨가 날 알아주는군요.” 서경아의 말을 들은 이상건은 금세 동감하는 듯 고개를 저으며 감개무량해했다.진루안은 이상건이 이렇게 썰렁하게 허세를 부리는 이상건을 상대해 주지 않고, 고개를 들어 책상 앞에 서 있는 양서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서빈아, 너희 호텔의 대표 요리를 모두 내놓아 봐, 우리 둘째 사형은 돈이 있으니 완전히 지불할 수 있어!”“무슨 소리야?” 이상건은 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화를 내며 일어나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네 녀석이 밥을 사는 게 아니야? 나보고 밥을 사라고?”“내가 이미 너에게 람보르기니 황소 4대를 보냈고, 동강시의 4S점에 가면 차를 탈 수 있는데, 너는 아직도 나보고 한턱 내라고 하는 거야? 도대체 네가 주최자야, 아니면 나야?”진루안은 이상건의 인색한 쩨쩨한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둘째 사형은 재산도 많으니까 밥 한 끼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요?”“네가 다시 이러면 나는 갈 거야!” 이상건은 안색이 많이 일그러져서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그는 선의로 진루안을 도와주러 이곳에 왔는데, 지금 진루안은 뜻밖에도 그에게 돈을 지불하게 하려고 했다. 이것은 정말 불가능하다.그가 아무리 세계적인 부자라도 이렇게 낭비하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진루안은 둘째 사형을
‘이것은 이 패거리가 고의로 이렇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겨냥한 상대가 바로 진루안이야.’‘동강시가 비록 경제 발전이 좋다고 해도 결국 지방에 있는 한 시에 불과한데, 신비한 전주가 이곳에 와서 파괴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진루안을 향한 거야.’이것이 바로 이상건이 추측하게 된 근거이자 이상건이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이다.“의외가 아니라면 손씨 가문일 거예요.”진루안은 자신의 마음속의 생각을 말했다. 이상건에게는 더욱 숨길 것이 없었다.그 말을 듣고 이상건의 안색이 좀 무거워졌는데, 그는 결코 손씨 가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아마도 용국 조정의 크고 작은 세력들은 모두 손씨 가문을 다소 두려워할 것이다. 특히 손씨 가문의 가주 손하림은 용국 정사당의 재상 중 한 명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그러나 이상건 자신이 원래 세계적 범위의 대부호에 재벌인 데다가, 그도 백무소의 제자로 또 강호의 항렬도 아주 높은 보스다.마지막으로 이상건의 배후에는 이씨 가문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점이다.이씨 가문은 전대 왕조때부터 존재해온 대가문으로, 용국이 건립된 지 이렇게 여러 해가 되었지만 시종 우뚝 솟아 있었다. 비록 조정과 관련되지는 않지만, 강호에서는 명성이 자자했다.때문에 이상건은 정말 손씨 가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누구든 곧 알게 될 거야.”이상건은 농담처럼 웃으며, 책상 위에 놓인 자신의 암호화된 핸드폰을 쳐다보았다.진루안은 이상건이 테이블 위에 놓아둔 핸드폰을 보자, 바로 자신의 이 둘째 사형이 일찍부터 동강시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자신과 서경아에게 물었던 이유는 단지 그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지 알고 싶어서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렇다면 상건 사형이 손을 댄 이상 나도 할 말이 없어. 조용히 기다리기만 하면 돼.’“왔어!”테이블 위에 있는 휴대폰에 빛이 나타나자, 갑자기 이상건의 눈빛이 굳어지면서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말해!”짧게 한 한마디에, 이상건의 패기가 모두 배어 있었다.
진루안은 동강시의 블루베이 호텔에서 손대평을 두 번째로 만났다.지금의 손대평의 표정은 음울함이 극에 달했고, 그 두 눈빛에는 더욱 흉악함이 배어 있었다.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더욱 그를 죽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진루안의 표정은 시종 아무런 변화도 없이, 여전히 이렇게 담담하고 태연자약했다. 손대평을 지금 만났지만, 그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간주했다.이런 무시는 손대평으로 하여금 더욱 체면을 구겼다고 느끼게 했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의 분노가 더욱 커져서, 문 입구에 서서 진루안을 바라보며 깊은 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진루안, 우리 또 만났군요!”“당신은 누구입니까?” 진루안은 의아하고 망연자실한 척하면서, 의심스럽게 손대평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손대평은 핏덩어리가 자신의 목구멍에 막혔다는 느낌이 들면서, 극히 괴로웠지만 하필이면 또 발산할 수도 없었다. 특히 이런 답답함은 더욱 강렬했다.이로 인해서 손대평은 어쩔 수 없이 숨을 크게 내쉬었고, 가능한 한 정상적인 심리 상태로 조절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진루안에게 화를 낼 수도 있었다.“진 선생님은 정말 건망증이 심하시군요. 저는 손대평이라고 합니다. 손씨 가문의 장남이자 장손이지요!”손대평은 지금 미소를 띤 채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담담하게 자신을 소개한 후 계속 미소가 가득한 채 진루안을 쳐다보았다. 그는 진루안이 또 무슨 말을 할지 보고 싶었다.그러나 곧 그는 실망했다. 왜냐하면 진루안의 표정은 아주 평범하고 태연자약했기 때문이다. 그의 소개에도 전혀 놀란 표정이 없었다. 심지어 눈꺼풀도 들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원래 손씨 가문 사람이었군요. 알았어요!”손대평은 다시 자신이 진루안에게 격노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진루안의 이런 말투는 진루안을 폭행하고 싶은 분노를 더욱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진루안 앞에서 손대평 그는, 진루안을 직접 상대할 수 있는 뱃심과 자신감이 결코 많지 않았다. 현재의 진루안은 이
재계에서의 이상건의 영향력과 호소력은 용국 정사당의 그 재상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두 두말하지 않고 말한 대로 한다.“원래 당신이 이상건 씨군요!”손대평은 극히 복잡한 눈빛으로 이상건을 바라보았다. 말투는 아주 격동되었고 심지어 은근한 불안감도 있었다.이상건은 지금 진루안과 표정이 많이 다르지 않아서, 손대평을 거의 상대하지 않으면서 손대평을 특히 난처하게 만들었다.임페리얼왕에 재계의 최고 거물까지.이 두 큰 인물이 지금 뜻밖에도 모두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는 손대평을 좀 당황하게 했고, 마음속으로 좀 불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저, 저는…….” 손대평은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이 잃어버린 카리스마를 되찾아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진루안이든 이상건이든 그들은 모두 일찌감치 이름을 날린 큰 인물들이다. 그가 어떻게 기세에서 두 사람과 충돌할 수 있겠는가?‘그렇다면 아예 충돌하지 않겠어. 게다가 기세를 빼앗을 필요도 없어. 나는 손씨 가문의 장남이자 장손이이야. 이 신분은 바로 내 자신감이야. 내가 왜 진루안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어? 또 왜 이상건을 걱정할 필요가 있겠어?’‘진루안이 설령 임페리얼왕이라 해도 어쩔 거야? 이상건이 재계의 큰손이라고 해도 어쩔 거야? 그들이 그래도 손씨 가문에 영향을 주거나 위협이 될 수 있어?’이렇게 생각한 손대평의 표정은 금방 정상으로 회복되었고, 아무런 긴장감도 없었다.진루안은 이 손대평의 심적 자질이 뜻밖에도 이렇게 좋은 것을 보고,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와 둘째 사형이 그를 위해 준비한 기세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오히려 괜찮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권문세가의 3대 인물로, 용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대부분 관장하는 도련님다워.’“진 선생님, 무슨 일이 있으면 솔직히 말씀하세요, 이렇게 나를 난처하게 할 필요 없어요.”“나는 비록 신분과 지위가 당신보다 못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손씨 집안의 장손입니다. 당신이 손씨 가문에 대한 존중을 유지하기를 바랍니
손대평이 유난히 시원시원하게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약간의 질질 끄는 모습도, 조금의 망설이는 표현도 없었다.그들 손씨 가문은 이번에 바로 동강시에 와서 사업을 하고 투자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겨냥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똑똑히 말할 필요 없이 마음속으로 똑똑히 알면 충분하다. 현재의 손씨 가문과 진루안 사이에는 비록 이전에는 아무런 체면 문제도 없었지만, 쌍방의 모순은 일찍이 끊임없이 심화되면서 가중되었다.현재 손대평의 입장과 태도도, 손씨 가문의 진루안에 대한 반격과 압박에 지나지 않으며, 더우기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다.“손씨 가문이 놀고 싶은 이상, 내가 당신들과 함께 놀아주지요.”“단지 이후에 손씨 가문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진루안은 불타는 눈빛으로 손대평을 주시하다가 방문 밖을 가리키며 계속 말했다.“당신은 가도 됩니다!”손대평은 원래 초청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떠나는 것이 합리적이고 당연하다.“당신들의 행운을 빕니다!”손대평은 얼굴에 냉소가 가득한 채 말하고서 나갔다. 진루안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와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도 진루안과 이야기를 나눌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결말인데 끼어들 필요가 있겠어?’그리고 진루안과 손씨 가문 전체의 증오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일들에 모두 쌍방이 원수를 맺은 그림자와 흔적이 있다. 확실한 사정은 바로 여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손씨 가문은 너와 싸우고 싶다는 결심을 굳힌 것 같네!”손대평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던 이상건은, 농담처럼 웃으면서 진루안을 바라보고 말했다.그는 진루안이 질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손대평의 손에 지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야.’‘만약 진루안이 이 정도의 능력이라면, 그도 궐주라고 불릴 수 없고,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 될 수도 없고, 또 임페리얼왕으로 임명될 수도 없어.’그러므로 진루안에게 있어서, 그를 불러온 것은 단지 보좌 역할을 할 뿐이
‘오직 이런 성격만이 큰일을 잘 할 수 있어. 담력과 박력만 있으면 무모한 사람이고, 세심하고 신중할 뿐 박력이 없으면 조만간 모든 기회를 상실하게 돼.’‘큰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사소한 일에 구애받지 않아.’‘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이상건 그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진루안이 한 것처럼 그런 우수함이 없을 뿐이다.그는 어린 후배가 미래에는 현재의 진루안을 훨씬 뛰어넘는 더 크고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그는 앞으로 언젠가 용국에서 전 세계의 구도를 바꿀 큰 인물이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먼저 드세요, 나는 화장실에 좀 갈게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던 서경아는, 지금 사형제 두 사람이 술을 음미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자,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는 웃으면서 방을 나갔다.진루안은 시종 서경아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줄곧 바라보았다.진루안의 이런 행동을 본 이상건이 참지 못하고 놀리듯이 농담을 했다.“언제부터 우리 어린 후배가 사랑꾼이 되었지.”“경아는 내가 평생 저버리지 않을 여자예요. 이건 사랑꾼이 아니라 우정이예요!”진루안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면서, 이상건의 놀림을 반박하고 명확한 답안을 주었다.이상건은 이런 감정을 잘 모른다. 그는 어차피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도 없었고, 또 그가 이런 정도까지 이룬 뒤에는 애정도 필요하지 않았다.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매년 비주얼이 좋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예쁜 여자들로 바꿀 수 있다.그는 돈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이상건이 보기에는 마음의 교류, 이른바 감정과 사랑은 모두 허위적이고 진실하지 못한 것이다.진루안은 당연히 이상건의 생각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필경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다르기에, 당연히 얻은 결과와 답안도 같지 않았다.시간이 천천히 지나갔고, 두 사람은 밤 9시부터 밤 12시까지 마셨다.결국 진루안의 승리로 끝났고, 이상건의 경호원들은 그들의 보스를 부축해서 맨 윗
“그래, 그가 손을 썼으니 확실히 평온하지 않겠지!”양서빈의 감개무량한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뒤에서 이상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깜짝 놀란 양서빈은 얼른 뒤에 있는 이상건을 바라보았다.단지 지금의 이상건이 어떻게 술에 취한 모습이겠는가? 술에 취했던 모습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멀쩡한 모습이었다.이때 양서빈은 즉시 이상건이 틀림없이 취한 척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맑은 정신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상건이 왜 취한 척했는지는 직접 묻지 못했다.양서빈의 눈에 비친 의아함과 호기심을 본 이상건은, 오히려 주동적으로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취한 척하지 않으면, 진루안도 떠나기 쑥스럽지.”양서빈은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원래 이렇게 된 것임을 깨달았다.‘비지니스계의 거물급 인물답게 과연 생각하는 것이 남달라.’“양서빈, 나를 좀 도와줘.” 이상건은 양서빈을 무겁게 쳐다보면서 침울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양서빈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상건 형님, 말씀하세요!”상건의 지위라면 비즈니스계의 후배인 양서빈은 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진루안의 둘째 사형이기에, 양서빈은 상건 형님이라고 말한 것이다.상건은 약간 놀란 듯이 양서빈을 바라보았지만, 자신에 대한 양서빈의 호칭을 바로잡지 않았다. 필경 선생님보다는 형님이라는 호칭이 좀 더 친밀감이 들었다. 20년간 비즈니스 업계에서 지내온 이상건이기에, 형님 호칭이 신선하게 느껴졌다.“난 진루안 저 녀석이 일을 크게 벌릴까 봐 걱정이야. 네가 지금 가서 동강시를 좀 지켜보다가, 일단 안 좋은 상황이 생기면 바로 내게 알려줘.” 이상건은 양서빈을 바라보면서 침착한 어투로 말했다.양서빈은 이 말을 듣자, 눈빛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루안 형님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뜻밖에도 상건 형님조차도 걱정할 정도니, 루안 형님이 일을 지나치게 벌이는 걸까?’ ‘그리고 상건 형님과 같은 인물을 이렇게 걱정하게 할 수 있다는 건, 루안 형
4,50세, 심지어 60여 세의 나이든 이 대신들이, 하나같이 정신을 가다듬고 진루안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자, 진루안의 마음도 다소 미안했다.‘이것은 내 개인적인 원한을 위해 용국의 힘을 동원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 물론 공을 위해서라면 손씨 가문이 동강시의 사업 환경을 파괴해서는 안 돼. 반드시 정상적인 리듬을 회복해야 해.’“진 선생님께 보고드립니다. 동강시 정사당 핵심 부서의 대신 7명과 부대신 7명이 모두 도착했습니다.”위일천은 진루안의 물음에 즉시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은, 그 후 이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신들은 모두 미리 알고 있을 겁니다.”“나도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동강시의 재계를 정상적인 리듬으로 회복시켜야 합니다.”“동강시 전체를 모두 동원하세요. 어떤 대신도 태만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내가 발견하면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정성식품그룹, 춘추건설, 레드썬 에너지, 리치 필름,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발전한 이 회사들은 필연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위 대신님, 당신은 즉시 사람들을 이 회사들에 파견해서 그들의 문제를 조사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엄벌에 처하세요!”“황 대신님, 당신은 이 회사들에 사람을 파견해서 증거를 수집하게 하세요. 반드시 그들이 미리 통지를 받고 파괴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진루안은 위일천과 황홍비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현재 동강시 정사당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두 대신이며, 동강시를 직접 장악할 수 있는 최상위 인물이기도 했다.일을 두 사람에게 인계하면 진루안도 안심할 수 있다. 그들도 진루안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진루안의 분부를 들은 위일천과 황홍비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고, 바로 자신의 수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진루안은 이때 다른 대신들을 계속 바라보았다. ‘몇몇 사람들은 얼굴을 알지 못하지만, 이 사람들은 모두 나를 알고 있으니 이것으로 충분해.’“지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