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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앉아!”

눈길을 거둔 손하림은 진루안을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책상 맞은편의 자리를 가리켰다.

그의 태도는 아주 친절해서, 마치 진루안과 그가 적수나 원수가 아니라 오히려 막역한 친구를 사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진루안도 얼굴의 한기가 다 사라지고 미소를 드러냈고, 손하림의 이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

“차 마셔, 방금 우려낸 차야.”

손하림은 진루안의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놓인 차를 계속 가리켰다.

진루안이 차를 즐겨 마신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라서, 손하림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늙은 여우가 진루안에게 차를 타 준 것은, 호의만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깊은 뜻이 도대체 무엇인지 진루안도 잠시 알지 못했기에, 손하림에 대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대응했다. 그는 늙은 여우이기에 진루안은 그를 얕보지 않았고, 더더욱 경시하지 않을 것이다.

자비심이 많아 보이는 이 노인을 경시하는 사람은 비참하게 질 것이다.

진루안의 스승인 백무소조차도 손하림의 사람됨이 함부로 빠지지 않고 숨기고서 참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것은 백무소의 눈에 손하림이 모두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하물며 스승의 제자인 진루안이 어떻게 그를 얕볼 수 있겠는가?

“젊은 사람들은 차를 많이 마셔야 해. 차는 머리를 맑게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지. 젊은 사람들은 결국 화가 너무 크니, 차를 많이 마셔도 나쁠 것이 없어.”

손하림은 빙그레 웃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말은 아주 마음대로 한 말처럼 보이지만, 젊고 성미가 팔팔한 진루안은 허파에 바람이 들기 쉬우니, 차를 마시고 조용히 가라앉혀야 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손하림의 이 말을 들은 진루안은 먼저 멍한 표정이었다가 후에 웃음기가 더욱 찬란해졌다.

“손 대신은 복차를 좋아하세요?”

진루안은 마음대로 물으면서 손하림을 바라보았다.

“아주 좋아하지. 복차는 마음을 가라앉게 해줘. 늙으면 당연히 침착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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