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이 사령관 자리에 앉은 후, 한옥재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진루안의 왼편에 앉았다.모두가 앉자 분위기는 즉시 무겁게 변했다.매일 그들은 여기에 앉아서 시사와 국경 문제를 토론한다.변방군은 매일 생사의 갈림길 위에서 경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칫하면 귀중한 생명을 바칠 수 있지만, 모든 전사는 후회가 없다.진루안은 모든 강인한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이 전우들 중에서 가장 어린 사람은 하도헌으로 25,6 세가 되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아마도 한옥재일 것이다. 10여 년 전의 대학생에서 지금은 40 세의 투박한 사나이로 변했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평균 나이는 30 대인데, 대부분 아내와 자식이 없이 독신이다. “말해봐, 가장 가까운 국경 상황은 어때?” “나는 너희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금 상황을 알지 못해. 지금 단지 언론 매체에서 선별적으로 일부만 보도했을 뿐이야.” 진루안은 한옥재와 하도헌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보스, 최근 한동안 맞은편에서 소란을 피우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먼저 미사일을 배치했고, 지금은 변방군과 탱크를 증파했습니다. 송강 쪽도 방어 공사를 시작했습니다.”“심지어 우리가 가장 불만스러운 것은, 상대편이 우리 통제구역에 차근차근 진입해서 위협과 도발을 꾀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요 며칠 우리 병사들이 이미 그들을 엄격하게 반격했지만, 이것은 단지 적의 공격을 늦추는 것에 불과합니다.”“상부에서는 더 이상의 명령이 없으니, 우리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한옥재는 여기서 발생한 일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냉정하게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사실 정세는 아주 미묘했고, 심지어 그가 말한 것보다 더 무서웠다.‘자칫하면 부주의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그러나 상대방이 감히 도발한다면 반드시 단호하게 반격해야 해. 설사 결국에는 갈등과 더 큰 분쟁을 야기하더라도 조금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해.’‘이것이 바로 변방군 그들의 생각이자 우리나라의 마지노선이
눈살을 찌푸린 한옥재는 큰 소리로 꾸짖으려고 하다가, 진루안의 미소를 보고는 바로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 ‘보스가 여기에 있는데, 내가 손을 댈 필요는 없어.’두 사람이 눈빛이 불을 뿜으면서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듯한 분위기가 되자, 진루안은 미소를 지으면서 놀리듯이 말했다. “너희 둘이 나와 한 판 붙는 게 어때?” 진루안의 이 말을 하자, 두 저승사자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보스와 붙으라는 거야?’ 그들에게는 이런 담력이 없다. 보스의 순수한 격투 기술은 전 세계에서도 적수가 몇 명 없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보스와 싸운다는 것은 순전히 학대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루안의 코드명이 신을 죽인다는 의미의 ‘살신’이겠는가?“저, 저는 싸우지 않겠습니다.” 현태상은 얼굴을 붉혔다. 비록 체면은 구겼지만, 그래도 목숨은 중요하다.“저는 이길 수 없습니다.” 백동정은 오히려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펑!’그러나 두 사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극히 어두운 표정의 진루안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면서 맹호처럼 일어났다. 진루안은 매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쏘아보았다.“너희들은 잘 알고 있으면서, 감히 회의실에서 문제를 일으켜!” “여기가 어딘지 알아? 응?” “내가 정말 너무 오래 떠나 있었던 모양이구나. 너희들을 이렇게 건방지게 만들었어.”“현태상, 내가 지금 너에게 팔 굽혀 펴기 300개 실시의 벌을 내리겠어, 불복하겠어?”진루안의 눈이 불을 뿜으면서 현태상을 노려보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바로 물었다.보스가 열 받은 것을 본 현태상은 목이 갑갑해지면서 고개를 숙였다.“저는…….”“응?” 진루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위협적인 눈빛으로 현태상을 응시했다.이를 본 현태상은 재빨리 대답했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백동정, 너는 팔 굽혀 펴기 100개를 한다.” 진루안은 또 백동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백동정은 자신이 왜 백 개밖에 하지 않는지 의아했지만, 그래도 바로 명
진루안은 각별하게 마음을 쏟았다고 할 수 있다. 백동정과 현태상의 다툼은 성격의 불화에 국한되어 있지만, 작은 일은 큰 일의 조짐이다. 생사의 위기에서는 이런 성격의 불화 때문에 바로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그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썼다. 그들로 하여금, 서로의 마음속에서 쌍방의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두 사람 모두 솔직한 성격이라서, 일단 오해하게 되면 갈수록 커지게 될 거야.’바깥에 있는 백동정과 현태상은 군용점퍼를 벗고 얇은 면셔츠만 입고 있었다. 팔 굽혀 펴기를 할수록 점점 더워져서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두 사람은 팔 굽혀 펴기를 하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이건 내 일이야, 너는 정말 쓸데없는 일에 참견을 했어.” 현태상이 코먹은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좀 따뜻한 말투였다.백동정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현태상을 힐끗 보더니 뻣뻣한 말투로 말했다. “너를 위한 게 아니야. 나는 단지 그 편애 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컷, 너는 뻣뻣하게 말하지만, 그래도 고맙네.” 현태상은 또 빠르게 열 개의 팔 굽혀 펴기를 하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백동정은 잠시 멈추고 그리고는 현태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태까지 현태상에게서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마 보스도 듣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내게 고맙다는 말을 했어.’ 그의 마음은 좀 복잡해지면서 개운해졌다. “내가 감사해야지. 내가 너보다 나이도 어린데 항상 나를 받아 주잖아.” 백동정은 작은 소리로 한마디 한 후 계속 몸을 숙였다.“별 거 아니야, 난 북관성 출신이라서 말과 속마음이 달라. 나도 예전에도 속이지 못했어. 네가 서먹서먹하게 대하지 않으면 돼.” 백동정의 말을 들은 현태상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다음에 내가 술을 살게.” 백동정이 이를 악물고 힘겹게 몸을 들어 올렸다.고원지대에서 500개의 팔 굽혀 펴기는 정말 작은 숫자가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아주 좋아, 이건 정말 좋은 소식이야.” 12명의 장군들은 지금 이 순간 대단히 흥분하며 고조되었다.이전의 321부대는 변방군의 가장 강력한 군대였지만 목에는 밧줄이 걸려 있었다. 이 밧줄은 바로 용국의 군부와 고평성의 군부 및 남패왕이다.그래서 어떤 때는 일을 하면서도 자제가 필요했는데, 자제할 필요가 없는 변경 방어의 병사들은 이 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맞은편에서 도발을 해도 이를 악물고 증오할 뿐, 섣불리 손을 댈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설사 손을 쓰더라도 보고를 해야 했다.그러나 보고서는 종종 기각되었고, 그들이 자제하도록 했다.늘 이런 식이었다. 물론 진루안이 321부대에 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가 그들이 가장 편안했던 몇 년이었고, 맞은편의 Y 국이 가장 조용했던 몇 년이었다. 진루안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는 정말 모든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포를 들고 상대방의 통제구역으로 모질게 쳐들어갔다.예전에 진루안이 있을 때, 맞은편의 장군들은 적지 않게 얻어맞았다.진루안이 1 년 전에 이곳을 떠난 것이 아니라, Y 국의 절대적인 고위층이 바로 국왕 조의에게 이 일을 말했고, 조의가 진루안을 전출한 것이다.지금 진루안이 돌아왔고 또 이렇게 큰 좋은 소식을 가져왔는데, 어떻게 그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너희들의 편제는 변하지 않고, 대우와 지위도 변하지 않아. 즉 군부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거야. 지금부터는 내가 답하기만 하면, 너희들은 싸울 권리가 있어.” 진루안은 그들이 이렇게 된 것을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미소 지으면서 그들에게 승낙했다.그 말을 들은 장군들은 더욱 흥분해서, 주먹을 움켜쥐고 환호했다.변방군의 혈기가 가장 강하다. 마찬가지로 그들도 초조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맞은편을 한 대 때리고 싶었다.진루안의 이 소식은 이런 생각을 더 가능하게 만들었다.하지만 정말 일이 생겨서 용국의 군부에서 통제할 수 없다면, 진루안이 국왕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
한옥재가 그에게 물었다.“어떤 사람인데 네가 직접 와서 보고하는 거야?” 일반적으로 누군가가 초소에 오더라도, 보초병은 초소를 떠날 필요 없이 전화만 하면 된다.하지만 지금 보초병이 직접 와서 보고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들의 배경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평성 군부의 사람입니다!” 보초병이 좀 복잡한 표정을 한 채 대답했다.“그들이야?” 한옥재가 미간을 찌푸렸고 표정도 약간 어두워졌다.그는 정말 이 고평성 군부의 장군들이 이렇게 간이 부어서, 감히 진짜 321부대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결국 321부대가 바로 그들의 관할인 고평성의 변경에 있기에, 명목상으로는 여전히 고평성의 군부에서 321부대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321부대는 고평성의 군부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보고를 한다 해도 바로 경도의 군부로 보고했다.그래서 고평성의 군부도 명목상의 상관일 수밖에 없다.상관은 군부에서 하급자의 상급자에 대한 호칭이다.“무슨 일이야?” 진루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옥재를 바라보며 물었다.한옥재도 진루안에게 이 일을 자세하게 말했다, 원래 고평성 군부는321부대의 일관된 태도에 대해서 불만이었다. 그들은 이 기회를 빌어서 321부대를 훈계하려고 했다. 상관의 위엄에 도발할 수 없다는 것을 321부대가 알게 하려는 것이다.그리고 고평성 군부는 남패왕 조연강과의 관계도 좋다. 여기에는 남패왕의 암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결국 남패왕은 고평성의 최고 권력 중추이기 때문에, 당연히 321부대라는 이런 ‘특수한 부대'를 허용할 수 없다.그래서 용국 각지의 군부가 서로 겨룰 때, 고평성의 군부도 321부대와 겨뤄보고 싶다고 직접 찾아온 것이다.이것은 규정대로 하는 것이고, 또한 고평성 군부의 공공연한 모의이기도 하다.상대를 겨냥하고 도발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상대는 막을 수가 없게 된다.진루안은 화를 내지 않았다. 이런 불순한 행위가 사실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변방군은 확실히 외부에 대해서 너무 초연할 수는
강당의 건설은 지극히 정교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고급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은 사치도 만만치 않다는 의미이며, 321부대가 모든 변방군 중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이렇게 되자, 여러 곳에서 불만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특히 당초에 진루안이 강당을 짓는데 돈을 썼을 때, 정사당의 그 인간들은 진루안의 사치스러운 풍조를 탄핵하기 시작했다. 또한 전혀 필요하지 않은 강당이 세워지면 321부대 병사들의 교만한 풍조를 양성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나태해지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탄핵이 나오자, 한동안 용국 정사당의 전체 분위기는 많이 긴장되었다. 이 말이 진루안의 귀에 전해지자, 바로 기세등등하게 경도로 돌아왔다. 그들이 얼마나 무고한지는 상관하지 않은 채, 모든 정사당의 대신들을 무차별적으로 호되게 꾸짖었다. 요컨대 탄핵한 그 대신이 이렇게 말을 했으니, 얼마나 무지하고 어리석은지 짐작할 수 있다.특히 321부대 전사들의 교만하고 사치스러운 기풍과 더 이상 열심히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 말은, 진루안이 한 주먹에 때려 죽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게 만들었다.진루안은 즉시 그들의 얼굴에 삿대질을 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당신들의 목숨은 목숨이고, 변방군 병사들의 목숨은 목숨이 아니란 말입니까? 당신들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자원을 즐기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전문적으로 제공되는 음식을 먹고 여과된 공기로 숨쉬면서, 변방군의 전사들이 힘든 환경에서 생활하고, 매일 생명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당신들은 병사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기회를 빼앗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바로 소위 당신들이 말하는 전사들은 마땅히 목숨을 내던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태만하다는 겁니까?”진루안은 정사당의 고위 대신들을 호되게 욕해서, 그들의 말문이 완전히 막히게 만들었다. 그 뒤로 진루안의 강당을 건설을 계속 저지하는 것은 부담스럽게 되었다.하지만 그때부터 정사당의 일부 고위 대신들은 진루안을 미워하게 되었
진도구의 몸은 기초가 튼튼해서 약을 먹자 아주 빨리 좋아졌지만, 그는 그래도 잠을 자며 회복해야 한다.진루안은 난로 옆에 앉은 진루안은 큰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면서, 유유자적하면서 아주 쾌적한 모습이었다.‘고평성의 군부도 진루안이 321부대의 초소에 나타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겠지.’‘그들이 이번에 파견한 장군과 사관과 병사들은, 지금은 이미 보초병이 강당으로 데리고 갔을 거야.’그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갔지만 여진히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과연 돈으로 쌓은 방어 공사라서 상상하기가 어려웠다.강당의 안쪽은 철제 기둥으로 지지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정교하게 만든 벽화와 서예 작품들이 주변의 벽에 있었고, 바닥은 대리석으로 깔려 있었다. 5천여 명을 완전히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강당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강당의 맞은편에는 많은 훈련 기구와 사격관, 격투관, 크로스컨트리장 등 여러 구역들과 영화관까지 갖추고 있었다.장병들이 한가할 때는 여기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긴장을 풀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진루안은 321부대의 장병들을 염두에 두고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할 수 있다.고평성 군부의 장군들은 이 모든 것을 보고 좋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부끄러웠다. 그들의 고평성에는 이렇게 좋은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남패왕이라는 배후의 지지자가 있더라도, 이렇게 화려한 강당을 바로 건설할 수는 없다.이 강당 안은 말할 것도 없고, 곳곳에 기관이 있다.이번에 고평성 군부에서는 총 30 명에 가까운 인원이 왔다. 그중 10 명은 고평성 군부에서 가장 우수한 엘리트 병사들이다. 사격이든 격투든 모두 아주 우수하다고 할 수 있고, 그들도 이번 방문의 주역이다.나머지 스무 명은 모두 큰 방향을 책임지고 있는 장군들이다.녹색 군복 차림에 185cm나 되는 40대의 중년 남자는, 조각 같은 외모에 눈빛은 아주 날카로웠다. 이마에는 적지 않은 칼자국 흉터가 있어서, 언뜻 보아도 바로 독한 캐릭터였다. 고평성 군부
“너희들 321부대의 장군은 어디에 있어? 이게 너희들이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이야?” 사일봉은 그들이 강당에 와서 한참 동안 보았지만 아직 이곳의 장군을 만나지 못하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불쾌해져서 소리치면서 그들을 인도한 보초병을 바라보았다.보초병은 쓴웃음을 지었다. 말단 병사인 보초병 자신은 사일봉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사일봉의 불만에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아이고, 사 장군, 당신은 지금 갈수록 퇴보하고 있네. 당당한 지방 군부의 부사령관이 내 보초병을 난처하게 하는 거야?”그러나 보초병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당의 문앞에 녹색 군복을 입은 3,4명의 모습이 나타났다. 우두머리인 우람한 남자는 놀리는 듯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웃으면서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왔다.한옥재를 본 사일봉은 두 눈을 찡그렸다.그와 한옥재는 오랜 친구 사이로, 물론 많은 불쾌한 일도 있었다. 예전에 두 사람은 같은 성적으로 사관학교에 입학했고, 사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또 함께 국경을 수비했다.적국과의 마찰을 빚은 한 사건에서 출정 인원 때문에 좀 불쾌할 정도로 시끄러웠다.사일봉은 결국 가문의 힘으로 이 인원에 선발되었고, 결국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워서 바로 4급장군으로 승진했다.그 당시 한옥재는 5급장군에 불과했고, 격차는 점차 벌어졌다.가문의 지지를 받은 사일봉의 진급은 갈수록 안정되었고, 변방에 주둔했던 장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15 년 만에 3급장군으로 진급해서, 고평성 군부의 부사령관 직책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만약 한옥재가 이 경쟁에서 졌다면, 그것은 완전히 틀린 것이다.한옥재는 가문의 지원은 없지만, 그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고집스럽게 거대한 군공을 세워서 바로 2단계를 뛰어 넘어서 3급장군이 되었고, 진루안의 부장 중 한 명이 되었다.나중에 진루안이 321부대를 떠나자, 그는 자연스럽게 이곳의 총책임자가 되었다.“하하, 보아하니 한 장군은 많이 노련해졌네. 예전에 최고 점수를 받았던 넌데, 지금의 선택에 후회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