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군, 이런 것도 안 되면 당신의 도량은 여전히 너무 작아.”한옥재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본 사일봉은, 얼굴빛이 좀 굳어지면서 놀리는 듯한 웃음을 금치 못했다.한옥재가 그를 힐끗 보면서 말을 걸지 않았다.한옥재가 말을 건네지 않자 오히려 사일봉 자신이 좀 어색해졌다.이렇게 되자, 그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뒤에 있는 엘리트 병사들에게 눈짓을 했다.바로 이 열 명의 녹색 군복의 병사들이 나와서 일렬로 섰는데, 숙연한 표정에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했다. 한옥재의 얼굴에도 굳은 각오가 드러났다. 이 고평성 군부에서 겨뤄보자고 했지만, 실제로는 도발을 하는 것 같았다.321부대의 존재는 마치 대못처럼 고창성 국경에 매섭게 꽂혀 있어서, 그들로 하여금 아주 불편하게 여기게 만들었다. 하필이면 이 321부대는 말도 듣지 않는 데다가, 명목상의 상하 관계도 321부대에 의해서 무시되었다.이것이 사일봉이 이 병사들을 데리고 온 이유이다. 그들은 바로 321부대를 도발하고, 심지어 좋고 나쁨을 모르는 사람들을 훈계하는 것이다.물론, 겨룰 수는 있지만, 인명을 살상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입이 백 개라도 변명할 수 없고, 주둔하는 변방군의 순찰에는 더더욱 영향을 줄 수 없다. 만약 그들이 겨루다가 큰일을 망친다면, 그들의 총사령관은 말할 것도 없고, 남패왕조차도 압력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이런 이치를 아는 사일봉도 이 일을 크게 할 생각은 없었다. 일정한 범위만 알게 하면 충분하다.“이 10 명은 모두 우리가 정성껏 고른 엘리트 병사들이야. 물론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모두 등장할 수는 없어.”“그래서 추첨 형식으로 그 중 세 명을 선택하겠어.”“마찬가지로 당신들의 321부대에서도 세 명의 엘리트 병사들을 동원해서 서로 겨루는 거야.” 사일봉의 안색이 굳어지면서 한옥재 등을 향해 말했다.이 말을 듣고 강당 주변의 병사들은 모두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등장해서 저 도발자들을 물리치고, 321부대의 이름을 날리지 못
현태상과 백정동 등은 모두 어떤 신병이 있는지 알지 못해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도헌은 잠시 생각하더니 뭔가 떠올렸고, 점차 쓴웃음을 지었다.“왔다!”뒤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고, 바로 정문에서 길을 내주었다.강당 안의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곳은 결국 국경이기 때문에, 병사들이 모두 순찰과 각종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서 구경을 할 수 없었다.그래서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쌍방의 고위 장군과 몇몇 장교들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당 안에는 7,80 명의 사람들이 둘러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강한 호기심을 띤 눈빛으로 이 신병을 주시하였다. 키가 180cm인 한 청년이 야전잠바를 입고 올라왔다.키가 크고 평범한 청년은 어떤 특별한 점도 없고, 몸에서도 강자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사일봉은 크게 실망하고 나서 조롱했다. “한 장군, 사람을 바꾸겠어?”“필요 없어.” 한옥재는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좀 긴장되지만, 진루안의 지시를 어기지 않겠어.’‘진루안이 신병을 쓰라고 했으니 신병을 내보내는 거야.’‘어차피 보스는 늘 그 자신만의 계획과 고려가 있어.’격투관으로 곧장 간 이 청년은, 맞은편의 세 엘리트 병사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고, 밋밋한 말투로 말했다.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이리 와.”“너무 오만한 신병이네!”“그러면 그다지 좋지 않을 걸?”“어? 나는 왜 저 신병을 본 적이 없지?”“그래, 네가 이렇게 말하니 나도 낮설게 느껴져.”321부대 이쪽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 이 신병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심을 품고 있다.모든 전우가 값진 보물이기 때문에, 그들은 신병이 온 날짜도 기억할 것이다.‘하지만 유독 이 신병을 모르고 있으니, 이건 정말 이상해.’“아주 극성맞은 자식이네, 정말 교훈이 부족한 것 같아!” 사일봉은 눈을 가늘게 떴고, 눈에는 한기가 가득한 채 큰 소리로 외쳤다.“박천우를 제외하고 너희 둘이 나가!” 사일봉은 옆에 있던 전갈 이정예와 표범
“네가 바로 이정예지?” 신병이 담담하게 웃으며 이정예를 바라보았다.이정예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왠지 모르게 결국 이 신병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디가 이상한지는 알 수 없었다.‘분명히 신병일 뿐인데, 왜 이렇게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거야?’ ‘아마도 이 코드명 전갈인 엘리트 병사이자, 용국의 10 대 엘리트 병사 중 한 명인 내가 저 신병의 눈에는 아주 평범하게 보이는 것 같아.’이런 느낌은 이정예가 받아들이기 힘들었기에, 주먹을 좀 더 꽉 쥐었다.“너는 나를 알고 있어?” 이정예는 득의양양하게 신병을 바라보았다. ‘신병이 내 이름을 물었는데, 틀림없이 내 이름을 들은 적이 있을 거야.’신병이 고개를 저었다. “몰라.”“어!” 득의양양하며 웃던 이정예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고, 뒤이어 점점 더 음산하고 차갑게 변했다.“허허, 내가 너에게 알려줄게.” 이정예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눈에는 이미 많은 노여움을 담고 있었다.‘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이 신병을 가르쳐야 해.’신병의 눈빛은 여전히 침착했고 이정예의 분노를 무시했다.“네가 먼저 쏴, 그렇지 않으면, 너는 반격할 자격조차 없을 거야.” 이정예는 신병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웃었다.그의 말을 들은 신병은 쓸데없는 말없이 한 걸음 내딛더니 바로 이정예에게 달려갔다.이정예는 경멸하며 웃었다. ‘지금 이 신병 이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걸어서 나서는 거야. 이후에는 손으 쓸 기회가 없어.’이정예도 주먹을 꽉 쥐고, 똑같이 걸음을 내디디며 신병을 향해 갔다. 그는 신병이 그를 멸시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그러나 이정예가 앞에 나온 순간, 눈앞이 온통 흐려졌다. 신병의 속도는 두 배가 넘었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이 그의 얼굴에 꽂혔고, 그는 고통을 느끼면서 온몸이 뒤집혀서 격투 무대 아래로 심하게 떨어졌다.‘와우!’갑작스러운 변고에 아무도 반응하지 못한 채,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렸다.‘저…….’‘격투 시작부터 끝까지 3 초
그들의 눈에는 이정예가 처음에 진 것은, 사실은 적을 얕보았기 때문이었다.‘이제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으니, 저 신병은 절대 상대가 아니야.’그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은 얘기가 아직 다 끝나지 않았을 때 일어났다.신병은 이정예의 발이 포탄처럼 묵직한 것을 보았지만, 차갑게 웃으며 왼팔을 바로 내밀면서 이정예의 발로 달려갔다.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은 눈을 부릅뜬 채 신병이 너무 대담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그가 감히 손으로 잡을까?”“그건 죽으려는 짓이야.”“저 신병이 설마 정말 이정예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고평성 군부의 장군들 뒤에서는 엘리트 병사들이 마찬가지로 차갑게 웃으며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처음에 이정예가 확실히 적을 얕잡아 보고 졌지만, 이번에는 절대 불가능했다.‘아마도 이 신병이 그런 배짱은 좀 있을지도 모르지만, 충분하지 않아.’“허허, 저 자식, 폐기될…….” 한 엘리트 병사가 경멸하며 웃었다. 경멸로 가득 찬 눈빛에 말조차 다 마치지 못했지만,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신병은 이정예의 다리를 직접 잡은 뒤, 왼팔의 근육이 튀어나올 정도로 왼팔에 힘을 다해서 이정예를 잡아당겼다.쓰레기봉투를 던지듯이, 신병은 왼팔을 힘껏 휘둘러서 이정예를 바로 집어 던졌다.고요했다, 죽은 듯이 고요했다.신병을 조롱하던 맞은편의 엘리트 병사는, 지금 마치 죽은 파리를 먹은 것처럼 표정이 아주 일그러졌다. 그 폐기된다는 말은 원래 신병을 모욕하는 데 사용한 것이지만, 지금은 믿을 수가 없어서 자신의 얼굴을 심하게 때렸다.무대 아래의 강일한도 눈을 부릅뜬 채 주먹이 들어가도 될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렸다. 그는 그들 군부의 1 위 이정예가 이렇게 일격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 실패는 3 초가 걸렸어.’‘이번에는 처음보다 약간 길어서…… 5 초야!’만약 이정예가 아직도 감히 적을 가볍게 여겼다고 하거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들 자신도 이정예를 업신여길 것이다.‘이
“너…….” 사일봉은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무대 위의 신병을 바라보았다.그가 사씨 가문 출신이라는 건 아는 사람이 얼마 없다. 설사 한옥재라도 모른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이 신병이 뜻밖에 한 마디로 폭로한 것이다.신병에게 문제가 없다면, 때려 죽여도 믿지 않을 것이다.“허허, 이렇게 나를 노려보지 마, 안 놀면 되잖아.”신병의 입에서 논다는 말이 나왔다. 이번 격투는 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워밍업조차 할 수 없는 겨루기는 당연히 아무 것도 아니다.“너는 도대체 누구야? 321부대에 언제 너 같은 사람이 있었어?” 사일봉은 복잡하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신병을 계속 쳐다보며 물었다.신병은 담담하게 웃으며, 천천히 왼손을 뻗어서 귀밑머리를 찢었다.그 후, 모든 사람들은 이 신병의 귀밑머리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뻬어나지만 강인한 얼굴이 모든 사람 앞에 드러났다. 사일봉은 이 얼굴을 보고, 갑자기 안색이 크게 변해서 세 걸음이나 연달아 물러났다.“궐, 궐주…….”“사…… 사일봉이 궐주를 뵙습니다!” 사일봉 경악하면서 얼른 예를 갖추었다, 감히 한 치의 나태함도 없었지만 마음은 온통 뒤흔들렸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임페리얼의 궐주라고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조정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중 한 명인 것이다“궐주? 정말 궐주인가요?” “하나님 맙소사, 실제로 궐주와 이정예가 대련한 거야?” “이정예는 정말 안 됐어.”고평성 군부의 장군과 사관들은 모두 깜짝 놀라서 이정예를 동정하며 바라보았다. ‘불쌍한 10 대 엘리트 병사 중 한 명이야, 진루안 앞에서는 정말 한 푼의 가치도 없어.’‘용국의 10 대 정병은 말할 필요도 없어, 방금 궐주가 언급한 용국의 10 대 병왕이라도 어떻겠어? 궐주 앞에서는 이길 수더 없어.’‘그렇지 않으면…….’‘글로벌 전신 명단에 있어야만 궐주에 도전할 자격이 있어.’다만 그들도 용국의 궐주와 용국의 새로운 전신, 두 사람 중 도대체 누가 더 대단한지 알고 싶었다.
궐주의 출현은 분위기를 극도로 부각시켰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앞서 고평성 군부에서 사람을 파견해서 321부대를 도발했다면, 지금은 진루안이 여기에 있으니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는 아주 어렵고 심지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진루안이 바로 321부대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고평성 군부가 아무리 큰 담력과 정신이 있어도, 궐주인 진루안에게 도발할 수는 없다.사일봉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겨루자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321부대가 이곳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안보를 위한 것이다. 만약 고평성 군부가 너무 지나치게 나온다면, 진루안을 화나게 할 수밖에 없다.실제로 진루안은 직접 손을 써서 이미 그들에게 지나치게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만약 그들이 깨닫지 못하고 잘못을 고집한다면, 진루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체면도 세워주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창피를 당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다.“궐주님, 언제 이곳에 오셨습니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왜 저희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어쨌든 저희도321부대의 상관입니다. 그렇게 하시는 건 좀 좋아 보이지 않는데요?”사일봉은 안색이 약간 굳어진 채, 진루안을 쳐다보면서 담대하게 직언했다.비록 이렇게 하면 진루안을 화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는 여전히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만약 그들의 동의나 동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321부대에 왔다면, 그것은 도리에 맞지 않고 규칙에도 맞지 않는다.진루안은 불만과 비난이 섞여 있는 사일봉의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사일봉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한옥재가 반박하려고 했는데, 뒤에 있는 현태상이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소리쳤다.“설마 우리 보스가 군사법정에 가야 한다는 거야?”“우리 보스는 가고 싶으면 가는 거야. 너희들이 뭔데 너희들에게 보고해야 하는 거야?” 백정동 얼굴색이 보기 싫은 채 맞은편 고평성 군부의 사람들을 노려보며 조금도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사일봉은 자신의 이 한마디가
진루안도 사일봉이 뜻밖에도 이렇게 편협한 마음으로 그와 321부대의 관계를 추측할 줄은 몰랐다. ‘다행히 이번에 나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어. 그렇지 않았다면, 고평성 군부와 갈등을 빚었을 거야. 특히 남패왕 조연강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진루안은 갈등도, 번거로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여태까지 잘못을 범할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다.그가 지금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완전히 맞은편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다.“사 장군, 밥은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은 함부로 해서는 안 돼.”“그리고 321부대가 어떤 모습인지,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지, 국왕이 가장 잘 보고 있어. 당신이 여기서 쓸데없이 지껄일 필요는 없어.”“하지만 당신이 321부대를 이렇게 생각하는 걸 보니, 전체 고평성 군부에서 이미 생각을 통일한 것 같구만. 너희들은 모두 321부대를 이렇게 취급하는 거지”“지금은 숨길 거 없어.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해.” 진루안은 차가운 얼굴로 사일봉 등을 쳐다보며 조용히 물었다.‘일이 지금까지 모두에게 마지막 체면을 세워줄 필요는 없어.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이 있는 이상 참을 필요는 없어. 할 말이 있으면 모두 똑똑하게 말해.’진루안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본 사일봉의 마음도 응축되었다. 그는 지금 진루안이 이미 화를 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그들이 만족스러운 대답을 주지 못한다면, 진루안은 용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만약 궐주가 정말 화를 내고 고평성 군부를 겨냥한다면, 남패왕이 직접 나서더라도 반드시 궐주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진루안 궐주가 최근 한동안 많은 정사당의 대신들을 무너뜨렸다는 걸 누가 모르겠어, 지금 만약 군부를 주시하고 있다면, 그들도 한동안 제법 분주하게 움직일 거야.’사일봉은 깊은 숨을 내쉬며 진지한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보며 말했다.“궐주, 우리 고평성 군부는 321부대를 직접 지휘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시종 321부대에 강경하게 개입하지 않았는데, 이미 321부대의 체면을 세워주
곧이어 뒤에 있던 사람이 서류를 그의 손에 건네자, 사일봉은 싸늘한 표정으로 이 서류를 받아서 그 내용을 직접 낭독했다.“용국 321부대 전체 부대원에게 통지한다. 우리 고평성 군부에 321부대의 인원 배치와 조사를 진행하도록 명령하고, 특별히 고평성 군부 부사령관 사일봉 장군이 직접 321부대의 지휘를 맡을 것을 명한다.”“특별히 원 321부대 사령관인 한옥재 3급장군은 고평성 군부 군수처장으로 보직을 변경한다.”“하도헌 4급장군은 고평성 군부 군수처 부처장으로 보직을 변경한다.”사일봉은 이 문건 안의 내용을 모두 낭독한 후, 일그러진 표정의 맞은편 사람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이것은 바로 우리 고평성 군부에서 용국 군부에 요청한 후 하달된 임명 문건입니다.”“이 인사 이동은 현재 유효합니다.”“즉, 나 사일봉은 지금 이미 너희 321부대의 사령관이다. 지금부터 321부대는 모두 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사일봉은 만면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그는 진작 이날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위에서 지금까지 참고 있던 그를 비로소 사령관으로 임명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지금도 그리 늦은 편은 아니야. 적어도 결과는 똑같아.’한옥재는 주먹을 꽉 쥔 채 아주 일그러진 표정이었고, 더더욱 무력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고평성 군부에서 마지막에 정말 감히 이렇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와 하도헌 두 사람 모두 이곳에서 전출되어 고평성 군부의 그들 눈앞에 가면, 아마도 그때가 되면 허공에 붕 뜨게 될 것이다.그리고 군수처장을 맡는 것은 근본적으로 승을 가장한 좌천이다. 군부에서는 일선을 떠나는 것은, 권력의 중심을 떠나는 것과 같다.이것은 한옥재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는 올해 40세 정도에 불과하고, 아직 20년의 황금기가 더 있다. 앞으로 고관에 임명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고평성 군부의 이 수법은 그야말로 그의 미래와 퇴로를 끊은 것이다. 그는 어떻게 달가워하겠는가?‘달갑지 않으면 어쩔 거야? 그들의 보직 이동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