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안에서 진루안과 서경아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 마음을 터놓는 말이어서 두 사람의 감정을 빠르게 고조시켰고, 서경아에게는 꿀처럼 달콤했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다른 한쪽에서, 연수아는 가슴이 찢어지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만 같아서, 눈물을 참으며 병원을 뛰쳐나갔다.연수아가 뛰쳐나온 뒤, 바로 멀리 자신의 큰오빠 연정을 보았다. 연정은 군복을 벗고 아주 간단한 검은색 운동복 차림이었다. 갑자기 연수아는 마음속의 서러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연정의 앞으로 달려가서, 자신의 큰오빠를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연정은 한숨을 쉬며 연수아의 등을 두드렸다. 그가 오빠로서 어찌 연수아의 마음을 모를 수 있겠는가? 그녀가 진루안을 좋아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이른바 시간이 지나면 정이 생긴다는 말처럼, 그들이 백 군신 쪽에 비교적 오래 있었기 때문에, 이 사형과 사매가 다른 느낌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감정이 생긴 쪽은 자신의 여동생이지, 진루안이 아니었다.진루안의 성격은 절대 마음 내키는 대로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러나 만약 사랑한다면, 절대 그 여자를 포기하지 않고 평생 그녀를 사랑할 것이다.‘탓하려면 나를 탓할 수밖에 없어. 나 때문에 진루안은 연수아를 줄곧 거부하게 되었고, 특히 감정면에서는 더욱 그러했어.’‘결국 진루안은 내 교관이야. 그가 나를 여러 해 동안 가르쳤기 때문에, 내가 진루안을 스승이라고 불러도 문제가 없어.’‘또한 이런 복잡한 관계로 인해서, 진루안은 절대 연수아에 대해 분수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거야.’“바보 동생아, 세상에 좋은 남자가 한 명만 있는 게 아니야. 너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될 거야. 울지 마, 네가 울면 오빠가 가슴이 아파.” 연정은 전형적인 군인의 성격이기 때문에, 여자를 위로할 줄 몰랐다.연정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연수아는 더 비참하게 울면서 연정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만약 다른 사람이 감히 여동생의 감정을 이렇게 거절했다면, 그는 일찌감치
왕교문과 양서빈, 그리고 장강평이 먼저 들어갔고, 그 다음에 마영삼과 진도구, 마지막이 서호천과 고진양이었다.서경아는 숙부도 온 것을 보고, 마침내 개운한 미소를 지으면서 서호천을 향해 말했다.“숙부님, 감사합니다.”“한 집안 식구인데 편하게 말하거라.”서호천은 고개를 저은 뒤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진루안은 왼팔이 부러진 것 외에 다른 부상은 없었다.그리고 진루안은 왼쪽 팔이 골절되었지만, 짧은 시간에 회복할 수 있다. 결국 그는 고대무술 수련자로서 부러진 팔을 복구할 수 있는 자신의 공법을 가지고 있다.만약 애초에 차에서 뛰어내렸을 때 서경아가 없었다면, 진루안의 실력으로 전혀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진루안은 서경아를 보호해야 했기 때문에 다친 것이다.“여러분이 저를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쳤네요.”진루안은 일어서서 방안의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얼굴에는 감사의 웃음이 가득했다.장강평이 만면에 비위를 맞추는 웃음을 지으면서 먼저 진루안을 향해 말했다.“진루안 도련님, 과한 말씀입니다. 우리가 당연히 와야지요.”그는 자신의 아들 장치양과 진루안 사이의 갈등 때문에 줄곧 불안했다. 특히 진루안은 그의 연회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더욱 마음이 불안했다.지금 진루안에게 일이 생겼는데, 그가 어떻게 이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진루안은 장강평을 보고, 그가 자신을 만나러 온 이유가 바로 장치양을 위한 것임을 알았다.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보러 온 것이 전혀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필경 경주 장씨 가문의 가주여서, 그가 직접 온 것은 이미 많은 문제를 설명하였다.그래서 진루안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치양의 일은 사실 이미 완전히 끝났다.앞서 양사림과 전해강이 자신을 방문해서 이미 이 일을 철저히 틀어막았고, 진루안이 계속 추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장 가주님, 도련님에게 명령한 일은 이제 끝내겠습니다.”“장
고진양은 진루안이 승낙하는 것을 듣고 바로 한숨을 돌렸다. 또한 그의 목적이 달성되었기에 매우 만족스러웠다.“누가 또 제게 할 이야기가 있습니까?” 진루안은 방안에 가득 찬 사람들을 빙그레 바라보았다. 문 입구에는 또 동강시 위생대신 위일천과 치안대신 황홍비가 서 있었다.“도련님, 양원 그룹에 출자하는 계약은요?” 양서빈이 나섰다. 요 며칠 진루안이 경주에 갔기 때문에, 그 일은 차일피일 미뤄졌다.만약 더 끌면 무슨 의외의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는 지금 어쩔 수 없이 주동적으로 물어보아야 했다.진루안은 양원 그룹이 매우 조급해하고 양씨 가문도 매우 조급해하는 것을 알았기에 그를 향해 물었다.“양 공자, 계약서를 가져왔나요?”“계약서는 여기 있습니다!”양서빈은 이 말을 듣고 바로 기뻐하면서, 얼른 그의 가방에서 두 건의 계약서를 꺼냈다. 사전에 이미 인쇄한 것으로, 이전에 진루안과 합의한 내용은 모두 그 안에 있었다.진루안이 손을 뻗어 손가락을 짚자, 양서빈은 얼른 건네주었다.계약서를 받은 후 진루안은 잠시 뒤적여 보았지만, 아무런 허점도 찾지 못했다. 그는 양서빈에게서 펜을 받고 ‘슥슥’ 이름을 서명했다.서경아는 호기심이 많아서 한번 보고 싶었지만, 진루안이 한걸음 앞당겨 계약을 체결하고 양서빈에게 돌려주었다.양서빈의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끌다가 마침내 이 일을 해결하자, 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진루안의 자금이 들어오면, 양원 그룹도 진일보 발전할 거야.’진루안은 6천억 원을 출자해서 양원 그룹의 주식 10%를 구매했고, 이 주식들은 또 서경아의 이름으로 구매하였다.방금 진루안이 서명한 이름이 바로 서경아이기 때문에, 그는 서둘러 계약서를 덮고서 서경아에게 보여주지 않았다.그는 서경아가 자신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까 봐, 잠시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다.온 방안의 사람들도 모두 충격을 받았다. 누구도 진루안이 이렇게 돈이 많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마음대로 6천억을 출자해서 양
진루안은, 두 사람이 이 납치 사건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 것은, 진루안이 두 사람에게 압력을 가해서 그들이 서경아에 대해서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 태도를 표명한 것일 뿐이다.진정으로 의지해야 할 것은 역시 임페리얼의 정보 시스템이다.이번에는 진루안이 주동적으로 전화를 걸기 전에, 주한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진루안은 서경아를 힐끗 본 후에 전화를 받았다.주한영은 이전과 똑같이, 어떤 쓸데없는 말도 없이 바로 주제로 직행해서, 이번 납치 사건을 언급했다.“궐주, 한준서의 주소는 정확히 파악됐습니다. 그는 M국의 밀주에 있습니다.”주한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진루안의 귀에 전해지면서, 진루안을 특별히 만족시켰다.과연 임페리얼의 정보시스템은 절대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임페리얼의 비장의 시스템 부문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알았어.” 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한영에게 물었다. “왜 1소대가 실수를 했지?”진루안은 이미 사전에 1소대에게 서경아를 보호하게 했고, 또 암암리에 보호하였는데 무엇때문에 이렇게 큰 실수가 나타났을까? 1소대에 대한 그의 이해로는, 이런 저급한 실수가 있을 수 없었다. 상대방이 대머리 사나이일 뿐이라는 것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이는 진루안을 매우 불만스럽게 했다. 서경아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임페리얼의 비장의 분대였기 때문이다. 1소대에 뜻밖에도 허점이 생겼는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진루안의 말투는 매우 냉담했고, 또 분노도 많아졌다.“궐주께 죄송하지만, 당신의 약혼녀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게 한 것이지, 결코 1소대의 문제가 아닙니다!”주한영의 태도는 여전히 냉담하고, 말투도 마찬가지이며, 사실을 말했다.갑자기 진루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1소대를 계속 비난할 면목이 없었다. 그러나 매우 기쁘고 위안이 되었다. 1소대에 문제가 생기지만 않는다면 된다.“또 일이 있습니까? 궐주?”주한영은 한
진루안은 진도구가 이렇게 자신을 긴장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여전히 약간의 따뜻함을 느꼈다. 어쨌든 그는 할아버지가 보낸 진씨 가문의 사람이니 믿을 만했다.“도구야, 나 좀 도와줘!” 진루안은 진도구를 보고 그에게 분부하였다.“소주님, 얼마든지 분부하세요!” 진도구는 기쁜 표정을 하고서, 얼른 주먹을 감싸며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다.‘소주가 자신을 통해서 일을 처리하기만 하면, 소주가 기본적으로 진씨 가문의 후손인 자신의 신분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가장 좋은 상황으로, 앞으로 진씨 가문에 대한 소주의 견해를 점차 바꾸도록 해야 한다.’“나를 좀 일으켜줘, 다리가 저려!” 진루안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오른손을 들어 진도구에게 표시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 한 주일동안, 진루안은 확실히 서경아가 말한 바와 같이 아무데도 갈 수 없었다.심지어 서경아는 진루안의 일상생활을 돌보기 위해, 요 며칠 동안 회사에도 별로 가지 않았고, 어떤 서류나 일이 있으면 모두 비서에게 맡겨 처리했다.7일의 시간 동안, 진루안은 울고 싶지만 눈물도 흘리지 못했다. 7일간 계란찜을 먹었는데 매일 맛이 달랐다. 어떤 것은 시고, 어떤 것은 짜고, 어떤 것은 달고, 또 떫은 것도 있었다.아무튼 서경아에게 시달린 지 7일 만에, 진루안의 왼팔은 마침내 완전히 좋아졌다.아직 힘을 쓰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틀만 훈련하면 거의 다 나을 것이다.이날, 진루안은 서경아를 거실로 데리고 가서 엄숙하게 말했다.“경아 씨, 내가 전에 당신을 데리고 사부님을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지요.”“이제 때가 되었으니, 내가 당신을 데리고 사부님을 만나러 갈게요.”사실 만약 서경아가 납치된 이 사건이 없었다면, 이미 방촌산에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다 진루안의 팔까지 골절되어서, 도합 8일의 시간이 지체되었을 뿐이다.비록 사부가 자신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고, 자신이 다친 것도 전혀 묻지 않았지만, 진루안은 사부가
“벤틀리는요?” 진루안은 20분 동안 마영삼을 기다리다가, 마영삼이 BMW를 몰고 오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마영삼은 마음속으로 궁시렁댔다.‘아직 당신이 망가뜨린 게 아닌가요. 바로 차 꼭대기를 뚫고 뛰쳐나가서, 벤틀리를 통째로 폐차시키게 만들었잖아요.’그러나 이 말을 그는 감히 하지 못한다.“벤틀리는 너무 흔들려요. BMW가 실용적이에요.” 마영삼은 설명하면서 두 사람을 차에 태웠다.진루안은 웃는 듯 마영삼을 흘끗 보았고, 마영삼은 얼른 멋쩍게 웃었다.‘벤틀리가 나때문에 망가진 것을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그러나 마영삼의 이유가 오히려 엄밀해서 진루안도 매우 만족했기 때문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마영삼에게 보상하면 돼.’진루안과 서경아는 모두 BMW의 뒷줄에 앉았고, 마영삼은 바로 차를 몰고 동강시의 공항으로 향했다.“도련님, 내 부하들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어요. 서 대표님이 납치되었을 때, 정말 상대가 교활해서, 내 부하 셋을 다치게 했습니다.”마영삼은 진루안이 자신에게 불만을 가질까 봐 얼른 해명했다.진루안은 마영삼을 탓하지 않았다. ‘마영삼의 그 양아치 부하들로 누구를 보호할 수 있겠어?’ 단지 서화 그룹과 서경아를 도왔을 뿐이니, 그도 다짜고짜 마영삼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괜찮아요, 상대는 보통 사람이 아니니, 마음에 둘 필요 없어요.” 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면서 마영삼을 안심시키는 말을 했다.이렇게 마영삼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계속 전심전력으로 운전했다. 한 시간 뒤 BMW는 공항 바깥의 유동 주차 구역까지 달렸다.진루안과 서경아는 차에서 내려 마영삼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했고, 공항터미널로 걸어갔다.마영삼은 두 사람이 터미널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계속 바라보다가, 비로소 차를 몰고 떠났다.터미널은 그리 크지 않다. 필경 이곳은 지방의 공항이지만, 마치 그릇을 땅 위에 엎어 놓은 것처럼 아주 정교하게 설계되었다.터미널에 들어서자 진루안은 경도행 항공권
경도는 또 수도나 서울 등이라고도 하는데, 사람마다 호칭이 달랐다.“나의 그 병신 같은 큰오빠가, 경도에서 한 현지 세력의 한 도련님에게 미움을 사서, 지금은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 아버지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인데, 어쩔 수 없이 나보고 경도에 가서 방법을 강구해서 그를 빼내라고 했어요.”이 일을 생각하면, 강유연은 씁쓸함과 한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비록 상도 강씨 가문의 어린 아가씨이지만, 경도 안에 재주를 드러내지 않은 숨은 인재들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부자 가문은 아무것도 아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권력자 가문을 만나는 것이다. 그런 권력자 가문과 오래된 강호의 세력은 정말 건드릴 수 없다. 요컨대, 그녀는 아무런 희망도 없이 이번에 경도에 가는 것이다. 그러나, 필경 미래의 강씨 집안의 가주가 될 자신의 큰오빠를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능력은 한계가 있고, 좋은 방법도 없었다. 차라리 카프 그룹의 용국 지부에 있는 지인을 찾았는데, 용국 쪽의 부사장이었다. 그는 그 도련님을 알고 있는데, 그의 체면을 세워 주기를 바랄 뿐이다.강유연은 서경아에게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았다. 서경아는 전혀 그녀를 도와줄 수 없기 때문이다.“나한테도 국수 하나 주세요.” 강유연은 점원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 곧 국수 한 그릇이 그녀 앞에 놓였다.그녀도 강씨 가문의 아가씨의 자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수를 꿀꺽꿀꺽 삼키기 시작했다.서경아는 강유연이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진루안은 그녀를 보지 않고,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녀는 진루안의 뜻을 알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0분 뒤에 세 사람은 국숫집을 떠나 1층으로 돌아갔다.“언니네는 어느 항공편이예요?” 강유연은 웃으며 서경아에게 물었다. 아까의 답답함과 어쩔 수 없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인터내셔날 항공 0078편이야, 너는?” 서경아는 비행기표를 들고 한번 보고, 강유연
원래 진루안은 이전에 불패를 서경아에게 넘겨주고 싶었지만, 진도구가 이는 원수가 진씨 가문을 멸망시킨 뒤에 놓아 둔 물건이라고 말한 후부터, 그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이 단목불패는 틀림없이 다른 점이 있을 거야. 심지어 엄청난 비밀과 배경에 연관되어 있을 거야. 다만 지금은 내가 연구할 수 없고, 할아버지도 연구할 수 없어.’‘그렇지 않았다면, 진씨 가문은 이미 원수가 누구인지 알았을 것이고, 이렇게 수동적이지도 않았을 거야. 부모는 원수를 피해 도망쳤고, 할아버지는 죽음을 가장하여 빠져나갔어.’“경도는 과연 범상치 않군요.”서경아는 공항에서 나와서, 넓은 도로 양쪽의 고층 빌딩을 바라보았다. 공기가 약간 냄새나는 것 외에 깨끗했다.‘여기가 메가시티야, 여기가 바로 용국의 심장이야.’그녀는 경도에 와본 적이 없었다. 비록 그녀는 외국의 많은 곳을 가 보았지만, 유독 경도에는 올 기회가 없었다. 이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곳곳이 궁금했다.진루안도 그녀가 바로 자신을 따라 방촌산에 가게 하지 않았다. 필경 방촌산은 경도의 교외에 있었고, 서경아가 경도를 아주 구경하고 싶어했기에 그녀와 함께 있었다.그러나 진루안이 조금도 몰랐던 것은, 바로 그가 경도에 발을 딛자마자 누군가가 그를 노렸을 뿐만 아니라, 한 명도 아니라는 것이다.경도, 삼리장원 안.“저분 오셨어요?”마당에는 분수대 옆에 앉아 커피를 들고 시식하는 젊은 남자가, 앞에 있는 여자에게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여자는 차분하게 치장했지만 청초해 보였다.“셋째 오빠, 나는 그를 보러 가고 싶어요!”“절대 안 돼, 너는 앞으로 그와 연락하지 마!” 젊은 남자는 원래 좋은 기분이었는데, 자신의 여동생의 말을 듣고 갑자기 벌컥 화를 냈다. 커피잔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고, 유난히 험상궂은 표정이었다.“너 설마 그가 어떻게 나를 모욕했는지 잊었어?”“이렇게 여러 해 동안, 내 마음속에 그에 대한 증오가 하늘을 찌를 듯했어. 정말 그가 무슨 파전신이라고 해서, 나를 모욕할 수 있다고 생각하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