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매, 내가 왔어!”“나 루안이야.”진루안은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링거를 꽂지 않은 연수아의 손을 잡았다. 손은마치 피가 흐르지 않는 것처럼 차가웠다.“사매, 나는 사매가 7년 동안 나를 좋아했고, 사매의 나에 대한 감정도 알고 있어.”“나는...” 진루안은 망설이다가 연수아가 이렇게 된 것을 보고 계속 말했다.“내가 약속할게, 네가 깨어나기만 하면 우리는 함께 있을 거야!”“사매, 나는 단지 깨어나기를 바랄 뿐이야. 너는 이제 겨우 20대야. 꽃다운 시기가 막 시작되었는데, 이렇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수는 없어.”“우리는 파도치는 작은 섬에 갈 수 있어. 수아는 외국에 나가 즐기고 싶어하지 않았어? 우리는 Y국에 가서 축구 경기를 보고, AU국에 가서 골프를 치고, M국에 가서 M식축구 경기를 볼 수 있어.”“나한테 보트를 타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지. 우리는 보트도 타러 갈 수 있어.”“사매, 깨어나. 제발.”진루안은 침대 시트에 머리를 묻은 채 두 손으로 연수아의 오른손을 꼭 쥐었다. 그녀의 오른손은 차가웠지만 다행히 화상을 입지는 않았다. 화상을 입은 곳은 다리와 등쪽이다.진루안이 이런 말들을 계속 말했지만, 연수아는 아무런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반 시간이 지난 뒤, 마삼조가 다가와서 진루안에게 나갈 것을 권했다.진루안은 자신의 심신이 지쳤음을 느꼈다. 전투에서도 이렇게 피곤을 느낀 적은 없었지만, 연수아가 이렇게 된 것을 보자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침대 옆에 서서 연수아를 보고 있던 마삼조는 순간 연수아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눈을 비비면서,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연수아의 작은 손이 마치 억눌려서 힘을 분출하지 못하는 것처럼 떨리는 것을 보자, 흥분한 마삼조가 소리쳤다.“궐주님, 움직였어요, 연수아 아가씨가 움직였습니다!”막 문 앞으로 걸어가던 진루안은 마삼조의 고함소리를 듣고 재빨리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연수아의 손이 확실히 다시 움직이는 것을 보자 마음속의 무거
서경아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남편을 넘겨줄 정도로 위대하지 않았다. 또한 연수아가 정말 한평생 식물인간이 되게 할 수도 없었다.그러나 자신이 어떻게 결정하든 모두 옳지 않은 선택인 것 같았다. 그녀 자신과 진루안에게 모두 불공평한 선택인 것이다.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서경아는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서경아가 시종 말을 하지 않자, 진루안은 지금 서경아의 마음이 당연히 극히 괴롭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정말 자신이 연수아와 함께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좋아하지 않는데, 또 왜 함께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자신은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만나는 여자들마다 사랑에 빠지고 또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런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니다. 앨리스조차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진루안의 머리를 터질 것처럼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지금 만약 연수아에게 사랑한다고 약속한다면, 자신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서경아가 정말 대단해서 자신을 연수아와 공유하지 않는 한, 이는 불가능한 것이 분명하다. 진심으로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한,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와 나누기를 원하는 여자는 없다.둘 다 핸드폰을 쥔 채 서로 말없이 마주보고만 있었다.“진 선생님, 마음의 부담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 제 여동생은 선생을 귀찮게 하지 않을 겁니다!”바로 이때 뒤에서 연정이 아주 무겁고 진지한 말투로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루안은 몸을 돌리자 연정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이미 자신과 서경아 사이의 대화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연정은 진루안의 표정을 보고 계속 말했다.“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그리고 이렇게 말한 이유도 수아를 깨우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그걸 정말로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경아 씨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지요.”연정은 도리를
연정은 마삼조에게 부탁했다. ‘여동생의 피부에 그렇게 많은 화상을 입었으니 아주 세심하게 치료해야 할 거야.’‘어떤 잘못이라도 생기면, 수아의 일생을 망칠 수도 있어.’‘원래 절세미녀였지만 지금 치료를 잘못하면 이후의 인생도 망가지게 돼.’“깼어, 깼어, 깼어...”이때 위성균이 헐레벌떡 달려와서 흥분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연정과 마삼조를 바라보았다.위성균이 깨어났다고 외치는 소리를 들은 두 사람은 모두 대단히 기뻐했다. 특히 연정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먼저 달려갔다.모두 방호복으로 갈아입고 중환자실에 들어가자마자 창백한 안색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연수아를 볼 수 있었다. 두 눈을 뜨고 있었지만 한동안 생각이 또렷하지 않았다.그녀가 모든 생각을 정리한 뒤에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할 수 있었다.순찰을 돌던 그녀는 포탄에서 한 병사를 구하려다 대신 포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이제 깨어난 것이다.그녀는 병상 옆을 바라보았다. 마삼조 교수는 그녀가 알고 있었다. 그는 임페리얼의 8대 주장 중의 한 명이다. 흰 가운을 입은 다른 두 명의 젊은 의사는 그의 동료일 것이다.자신의 큰오빠는 당연히 알아보았고 97여단의 여단장인 위성균도 있었다.그러나 진루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방금 그녀가 꿈을 꾸었을 것이다. 꿈속에서 자신은 진루안과 결혼식을 올렸다. 마침 그녀가 결혼을 원한다는 말을 하려고 할 때 호텔 전체가 칠흑같이 어두워지면서 진루안이 보이지 않았다. 조급해진 그녀는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뛰어나갔다. 그 후 꿈속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깨어난 것이다.원래 자신이 깨어난 후에 진루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진루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진루안이 여기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속의 상실감과 실망, 그리고 아직 석연한 마음까지, 몇 가지 정서가 한데 뒤엉켜 있었다.결국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오빠와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나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연정의 눈빛은 걱정을 품고 있었지만, 마음
고성용이 건 전화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지금 내게 전화를 한 거야?’눈살을 찌푸린 진루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수신 버튼을 눌렀다. 핸드폰을 귓가에 놓고 말을 하지 않자 고성용이 먼저 입을 열었다.[진루안, 사매는 어떻게 됐어?]고성용의 말투는 약간 초조함을 띠고 있었다. 연수아에 대해서는 고성용이 진루안보다 더 신경을 썼다.앞서 연수아가 97여단으로 간 것을 알고 진루안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이번에 소식을 듣자 진루안이 양심이 있으면 반드시 97여단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가장 먼저 진루안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고성용이 아무 이유 없이 전하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염려하던 진루안은, 고성용이 이 일을 묻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돌렸다.“위험한 시기를 벗어났어. 곧 깨어날 테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진루안은 고성용이 연수아를 걱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사실대로 대답했다.고성용은 이 말을 듣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됐어, 사매가 괜찮으면 됐어.][진루안 네게 말하는데, 사매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건 모두 너 때문이야!][내가 너한테 사매가 97여단에 있다고 말했는데 벌써 일주일이 다 지났어. 너는 왜 무관심하게 있다가 사매한테 이런 일이 생기게 만든 거야?][진루안, 네가 꺼리는 게 있어도 사매를 내버려 두면 안 되지? 네가 이렇게 하고 그러고도 남자야?]고성용은 진루안에 대해 아주 큰 원망과 분노를 가지고 있어서, 아주 좋지 않은 말투로 질책했다. 진루안은 묵묵히 고성용이 이렇게 자신을 책망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논쟁의 여지없이 이 일은 확실히 자신의 잘못이다. 앞서 이미 연수아를 97여단에서 인사이동을 시키기로 결정했지만, 시종 국왕 조의에게 입을 열지 않았다가 지금 일이 터진 것이다.[됐어, 나는 너하고 말하지 않겠어. A국의 포탄이 우리 영토에 떨어졌기 때문에, 우리 정사당에서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해야 해.][끊어!] 고성용은 진루안을 나무란 후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는 진루안이 화를 내든 말든
그래서 진루안은 자신이 직접 A국으로 출발해서 이 일을 잘 해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폭탄이 어느 진영의 것이든, 그들의 반군 세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상관이 없다. 감히 포탄을 용국 경내에 떨어뜨리면, 진루안은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설사 임페리얼의 정예팀을 파견해서 이런 오만방자한 반군 세력을 훈계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 일을 철저히 해결해야 해.’‘오늘 수류탄이 날아오면, 내일은 포탄 모레는 미사일이 날아올 거야. 이 국경이 언제 안정될 수 있겠어?’‘설마 일반 국민들의 자제들이 계속해서 오폭을 당하게 둬야 해?’앞서 진루안은 자신이 321부대의 부대장이기 때문에, 97여단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꺼리고 상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이미 사매 연수아에게 부상을 입혔으니 이 일은 상관하지 않을 수가 없어.’‘고성용이 무릇 기개가 있다면, 그 늙은 것들을 따라 부화뇌동하면서 계속 지연시키지 않고, 오늘 그들이 개최하는 정사당의 회의에서 이 일의 해결에 전력을 다할 거야.’그는 고성용의 전화를 기다렸다.고성용이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이 목강성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알 거라고 믿었다.경성, 정사당 사무청사의 재상 회의실.오후 2시, 바로 해빛이 넉넉할 때였다. 비록 이미 영상 몇 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갔지만, 방 안은 여전히 햇빛으로 밝게 빛나면서 회의실 테이블을 금빛으로 빛나게 비추고 있었다. 햇빛 아래에 앉아 있는 재상들은 마치 성인처럼 온몸이 빛나고 있었다.다만 회의실 분위기는 다소 침울해 보였다.선임 재상인 김태상은 지금 자신의 자리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양쪽에는 경력이 아주 오래된 두 재상인 양상연과 구천수가 각각 앉아 있다.여러 재상 중에서 이 세 명의 재상이야말로 진정한 큰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 정사당 권력의 60%를 장악했다고 할 수 있다.성여운이 서열 4위로 40대로 젊은 그가 3위 안에 들지 못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성여운의 능력은 경제를 발전시
태종 국왕의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용국 군부에서 안 노장군의 지위는 아주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안씨 가문은 장군의 가문 중 하나였다.그렇다면 이 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며, 어떤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재상, 당신이 새 재상이니 얘기를 좀 해봐요.” 김태상은 고성용을 바라보았다. 그는 예전에 고성용이 태자의 뒤에서 조종하면서 태자를 바보처럼 여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김태상은 오로지 태자를 떠받들었으니, 당연히 고성용을 보면서 한바탕 괴롭힐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성용이 어찌 김태상의 뜻을 모를 수 있겠는가? 자신의 아버지 연배인 김태상을 보면서도,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다. 모두들 같은 재상일 뿐, 누구도 더 잘나지 않았다.“저는 단지 두 마디만 하겠습니다. 하나는 엄정한 교섭입니다!”“두 번째는 A국의 반군 세력을 호되게 때려서, 결코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겁니다!”고성용의 발언은 짧지만 강건하고 힘이 있어서 사람들의 귓가에 쟁쟁하게 울려 퍼지면서, 이 재상들의 표정을 크게 변하게 만들었다.“안 돼!” 굳어진 표정의 맹사하가 입을 열어 고성용에게 말했다.“이 일은 반드시 장기적으로 의논해야 합니다. 일단 국제적인 갈등을 일으키면...”“갈등은 없고 생기지도 않을 겁니다. 법과 이치 모두 우리 편입니다!”맹사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성용이 바로 말을 끊으면서, 맹사하에게 체면과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맹사하의 얼굴은 금방 시커멓게 어두워졌다. 고성용 같은 새카만 후배가 함부로 끼어드는 것이 아주 불만스러웠지만 고성용도 재상이다. 자신도 고성용의 말을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고성용의 말은 들을수록 충격적이었다.“법은 우리 편입니다. 우리 용국은 강합니다. 우리가 강하기에 바로 법입니다!”“이치도 우리 편입니다. 피해자가 우리니까 당연히 우리에게 이치가 있지요.”“법도 이치도 있는 일인데 무슨 국제 분쟁을 야기한단 말입니까? 국제 분쟁이 어디에 있습니까? 또 뭐가
눈을 마주친 오용범과 제한청 두 재상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했다.그들은 자신들이 손 들 필요 없이 다른 재상들이 승부를 겨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것이 분명했다. 어느새 지금의 용국 정사당 재상들은 다시 한 번 재편됐다.예전의 이 재상들은 모두 50세 이상의 침착한 사람들이었다. 모두 입을 열어도 노련하고 신중하게 말을 했다. 그러나 이 젊은 재상들이 용국 정사당에 들어가면서 이런 구도는 이미 바뀌었다.이 젊은 재상들과 그리고 나이는 많지만 이 젊은 재상들을 따른 다른 두 명의 이천상, 하신문과 유정호 이 세 명의 재상을 보자.부지불식간에 용국 정사당에는 김태상 파벌, 손하림 파벌, 그리고 양상연 파벌 같은 파벌들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고, 보수파와 신진파로 변했다.이치대로라면 제한청과 오용범은 보수파의 일원이어야 한다. 그들의 나이는 상당히 많아서 이미 60세 전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필 그들은 보수적이지 않고 젊은 사고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나이에 따라 따라갈지, 아니면 새로운 생각에 따라 그 젊은 재상들과 함께 설 것인지 선택하기가 어려웠다.이는 그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였다.만약 김태상과 다른 재상들의 표 우세가 아주 크다면, 그들의 이 한 표는 중요하지 않다. 하필 지금의 김태상을 지지하는 재상들이 숫자에서 앞서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 표 뒤졌다.이렇게 되자 이 두 표는 아주 중요하게 되었다. 심지어 고성용이 한 표를 더하면 완전히 승리를 확정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김태상 측이 두 표를 더해도 완전히 이길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김 재상의 의견을 지지하지만 고 재상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이 순간 어렵게 선택을 한 오용범이 자신의 한 표를 김태상에게 던졌다.어쩔 수 없었다. 그의 나이도 그렇고, 게다가 김태상은 결국 선임 재상이라서 미움을 살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일단 김태상에게 미움을 산다면, 이 기반이 없는
그래서 제한청은 망설임 없이 고성용 쪽을 택했다.“저는 고 재상의 엄정하게 처리하자는 말에 찬성합니다.”“포탄에 부상을 당한 사람은 연 노장군의 손녀입니다. 연 노장군께서 우리가 또 겁쟁이가 되었다는 걸 알면 부아통이 터지실 겁니다.”“용국은 지금 이미 선대의 선배분들이 몇 분 없습니다. 연 노장군도 그 중 한 분으로 제 부친뻘 되시는 분입니다. 여러분은 정말 그분의 미움을 사실 겁니까?”“국왕께서 연 노장군을 만나실 때조차도 ‘연 장군님’이라고 부르십니다. 우리는 그분의 미움을 사면 안 됩니다.”제한청은 선택을 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 보수파들에게 견해와 생각을 바꿀 것을 권고했다.비록 그의 이 한 표로 고성용은 7표가 되어 김태상 쪽의 6표를 완전히 누르고 이겼지만, 그의 진정한 목적은 이 고집불통들이 좀 깨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과거가 아니다.지금의 용국은 종합적인 실력이 부단히 증강되었기에, 더는 겁쟁이처럼 지낼 필요가 없게 되였다.애석하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았다. 필경 이 재상들은 모두 겁쟁이처럼 지내는 습관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그 시대에 살아 남았기 때문에 뼛속까지 늘 일종의 열등감과 나약함을 가지고 있었다.‘이런 나약함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재상들에게도 존재해.’‘모두 다 사람이니 다를 것도 없어.’고성용은 이런 것들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제안이 재상들의 지지를 많이 받은 것을 보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김태상에게 미움을 사는 일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가 정말 미움을 사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또 하필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그는 단지 한마음으로 용국을 점점 더 강대하게 하고, 자신처럼 젊은 사람을 재상으로 만들어 준 국왕 조의의 은혜에 보답할 뿐이다. 국왕은 필연적으로 큰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그래서 지금의 그는 국왕의 압력을 줄이고, 진짜 성적으로 국왕에게 보답할 수 있어야 했다.또한 그는 진루안이 반드시 회의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진루안의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