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봉교는 괴로운 나머지 표정에 분노와 살기도 띠고 있었다.‘백무소는 3대 가문의 원수를 멸망시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신생아 3명을 죽였을까? 설마 이 세 신생아가 신이 되는 비밀과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백무소의 의아함을 눈치챈 듯 진봉교가 웃으며 말했다.“세 신생아가 순조롭게 자랐다면, 각자 가문의 증표를 이어받아서 가주가 될 수 있었을 거야.”“그리고 증표가 신이 되는 핵심이야.”“역대 가주들은 증표의 비밀을 발견할 수 없었지만, 신생아는 반드시 발견했을 거야. 이것은 그들이 태어난 특수성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지.”“그래서 다른 두 가족의 신생아가 죽었다는 건 신이 되는 비밀이 인간 세상에 재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해.”“인간이 재현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아마도 원수의 목적일 거야.”이렇게 말한 진봉교의 표정이 약간 복잡했다. 이것도 3대 가문의 일치된 추측일 뿐이다.도대체 왜 멸망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일하게 아는 것은 멸망에 반드시 신이 되는 비밀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원수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 것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였다.심지어 원수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두 막연했고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씨 가문은 원수가 서쪽에서 왔다고 말했지만, 진봉교는 전혀 믿지 않았다. 서쪽에는 수백 년 전에 황폐한 사막만 있을 뿐 문명조차 없었다.비록 서방이 이 300년 동안 빠르게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발전한 것은 과학기술의 길이지 고대무술과 함께 발전한 것이 아니다. 만약 서방에서 동방의 고대무술계 가문을 전멸시켰다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좀 가소로운 얘기다.강씨 가문에서는 원수가 극히 은밀한 세력에서 왔으며, 이 세력의 존재 목적이 바로 고대무술계의 발전을 억제해서 장래성이 없게 만들고, 자신들의 존재를 위협할 수 없게 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런 설법은 진봉교도 그다지 믿지 않았다.‘그런 세력이 있었다면 천 년 전 선조들은 발견하지 못했을까? 그들이 성장해서 후대
“진계는 지금 진루안의 손에 있어. 그건 진씨 가문 가주로서의 증표야.”“하척과 강묘는 어디에 있을까, 그럼 하씨 가문과 강씨 가문에 가서 물어봐야겠네.”“하지만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이야. 만약 이 3대 보물이 정말 그렇게 대단하다면 3대 가문이 어떻게 멸망할 수 있겠어?” 진봉교도 이에 대해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고대무술계에서 3대 보물의 대단함을 널리 알리는 얘기에 대해서 크게 공감하지 않았다.반면 진봉교는 이 세 보물이 단지 평범한 가주의 증표일 가능성이 높으며, 유일한 존재 의의는 단지 다음 가주를 선발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건 모두 의미가 없어. 나는 단지 진루안의 체내의 저주와 혈독을 진씨 가문에서는 어떻게 처리할 작정인지 알고 싶어.”백무소는 눈살을 찌푸린 채 더 이상 3대 가문을 언급하지 않았다. 3대 가문은 필경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이곳에 온 목적은 당연히 진루안의 일 때문이다.백무소의 물음에 진봉교의 표정이 갑자기 괴롭게 변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만약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오늘까지 기다릴 수 있겠어? 너에게 들킨 거야?”진봉교는 마음속으로 괴로웠다. 할아버지인 자신은 거의 언제나 진루안의 체내의 저주와 혈액내의 독소를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자신은 무능했다. 자신이 무능했을 뿐만 아니라 진씨 가문 전체와 하씨 가문, 강씨 가문도 마찬가지였다.세 명의 신생아 중에서 진루안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진루안을 3대 가문의 눈에 가장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모든 좋은 것을 진루안에게 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그러나 유독 이 일에서는 그들도 아무런 해결방법이 없었다. 계속 이렇게 지나간다면, 30살 전에 진루안이 죽을 수도 있다.진루안이 죽으면, 그 당시 함께 태어난 세 명의 신생아는 정말 한 명도 남지 않게 되고 원수의 목적도 달성된다.백무소의 안색은 아주 침울했다. 자신이 이 말을 묻기 전에 이미 전조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진씨 가문에 방법이 있
“젊어 보인다고 자랑질 하지 말아!”“네가 실력이 강하다고 내가 너를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진봉교는 호기롭게 눈을 부릅뜬 진봉교는 빠른 걸음으로 이 낡은 단지를 나섰다.‘백무소는 크게 웃으면서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에 조금 전에 나이를 탄식하던 모습이 있겠는가?’실력이 연골9중에 도달하면 수명도 모두 상대적으로 많이 향상된다. 만약 일반인이 80세 정도밖에 살 수 없다면, 연골9중의 강자는 적어도 120세의 수명을 가질 수 있다.단혼의 경지를 돌파할 수 있다면, 적어도 2, 300세의 수명은 될 것이다.전설 속의 응신의 경지에 이른다면, 대충 해도 천 살쯤은 살 것이다.물론 이것들은 모두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필경 고대의 그렇게 많은 패기 넘치던 제왕들도 모두 이 점을 해내지 못했다. 그들은 장생을 추구했지만, 결국은 모두가 자연적으로 사망했다.이것은 장생의 길이 허무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네가 동강시에 온 것은 루안이 때문이지?” 진봉교는 백무소를 바라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한 백무소의 표정도 똑같이 굳어졌다.“스승인 네가 조부인 나보다 더 책임감이 있구나!”진봉교는 탄식하는 표정으로 감탄했다. 백무소를 만난 후에야 비로소 루안이 자신이 죽음을 위장한 후에도 결코 외롭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손자는 이 스승과 함께 한 것이다.그래서 당초에 진루안이 왜 진씨 가문에 대해서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지 진봉교도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원흉은 모두 할아버지인 내가 잘하지 못해서 루안이 원한을 품게 만든 거야.’‘다행히도 이런 일들은 모두 지나갔어. 지금의 루안이는 이미 진씨 가문의 가주로 이런 것들을 꺼리지 않아.’또 자신은 진씨 가문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진루안이 진씨 가문의 가주가 되기만 하고 진씨 가문을 돌보지 않는다고 해도, 이는 진루안의 성격에 따른 것이다. 이 가주가 되겠다고 약속한 이상 진씨 가문의 수천명을 위해 책임을 져야
30분 후에 두 노인은 마영관으로 돌아왔다.두 사람이 돌아오는 것을 본 황지우가 기쁨에 찬 얼굴로 전화를 꺼내 진루안에게 통지했다.이 역시 진루안이 마영관을 떠나면서 부탁했던 일이다.“휴, 이 두 노인네가 정말 돌아오셨어!”전화를 받은 진루안도 완전히 한숨을 돌렸다.두 노인은 절대 위험하지 않지만, 돌아오지 않으면 그래도 걱정이 된다.지금 그들이 돌아왔으니 진루안도 걱정할 필요가 없이, 안심하고 다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휴대전화를 집어넣고 거실의 책상에 눈길을 돌렸다. 거실의 책상에는 아직 열지 않은 편지봉투가 놓여있었다.편지봉투 위에는 아무 글씨도 없고, 단지 갈색 편지 봉투일 뿐이다.진루안은 편지봉투를 들고 봉인을 뜯었다.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는데 편지가 아니었다.쪽지 위에 딱 한 마디, 깔끔한 한 마디가 적혀 있었다.[조심해, 서경아가 위험해!]눈살을 찌푸린 진루안의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도대체 누구야?”진루안은 편지봉투를 자세히 검사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다. 결국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유일하게 낌새를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쪽지 위의 글씨다. 그러나 이 비뚤비뚤한 글자체는 마치 세 살 난 아이의 글씨와 같았다. 누군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고의로 그렇게 쓴 것이다.‘그런데 위에 한 이 말이 사일까?’‘경아가 위험해?’ 진루안은 갑자기 마음이 긴장되었다.그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의 유일한 사랑하는 여자인 서경아다. 일단 서경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진루안에게 있어서 큰 타격이 될 것이다.‘만약 이것이 못된 장난이라면, 이 사람도 필연적으로 자신을 아는 사람이야. 그렇지 않으면, 서경아의 존재를 알 수가 없어.’‘그러나 만약 이것이 못된 장난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서경아가 정말 위험하다면 즉시 사람을 배치해서 서경아가 정말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해.’바깥은 밤이라 어두웠지만 동강시는 낮처럼 밝았다. 저녁 8시가 지나자, 동강시는 이미 유흥
서화그룹 빌딩, 회장 사무실.서경아는 기지개를 켜고 벽시계의 시간이 밤 9시인 것을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부지불식간에 또 하루 종일 일했어.’‘다행히도 이 기간에는 바쁜 일이 많지 않았어. 이어서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루안씨를 동반하고 이 약혼녀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거야.’똑똑!서경아가 막 일어나려고 할 때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를 듣고 생각지도 안 고 대답했다.“들어와!”사무실 방문이 열리면서 환한 얼굴에 굳센 체격의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한 채 손에는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있었다.눈을 들어 바라보던 서경아는,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가, 곧 약간 의아한 표정이었다.“당신은... 채 선배?”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띤 젊은 남자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서, 손에 든 장미꽃 한 다발을 서경아의 손에 건네주었다.서경아는 약간 의심스러운 듯 손에 든 장미꽃을 바라보던 서경아는 준수한 용모의 선배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채 선배, 이 꽃은 받을 수 없어요!”서경아는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장미꽃을 남자의 손에 돌려주었다.채 선배라는 젊은 남자도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순수한 웃음을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경아 후배가 유부녀라는 건 알고 있어. 하하.”“걱정하지 마, 다른 뜻은 없어. 그냥 평범한 장미꽃일 뿐이야.”“물론 네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책상 위에 놔뒀다가 내일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처리하라고 해!”말을 마친 뒤 손에 든 장미꽃 한 다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고개를 들어서 200평방미터 정도의 회장 사무실을 살펴보며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경아 후배가 지금 이렇게 큰 사업에 뛰어들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그 당시 유학이 끝나고, 경아 후배와 만난 적이 없었지. 지금 내가 귀국해서 첫 번째 하는 일이 바로 그 당시 익숙했던 동문들을 만나는 거야!”“서경아 네가 제일 처음 만난 사람이야!”채경전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
“공교롭게도 그 하버그룹이 바로 우리 가문의 기업이야.”“그래서 경아 후배, 우리 이번에 식사를 하면서 일 얘기를 좀 하자. 안 될 게 뭐 있어?”채경전의 얼굴에는 자신감의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서경아는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일단 사업상의 일에 관련되면, 서경아는 전형적인 사업가다.그리고 서화그룹은 최근 줄곧 이 항구그룹과 담판을 벌이고 있지만, 진도가 썩 순조롭지 못했다.서경아도 이에 대해 훤히 알고 있었다.이제 채경전의 말은 채경전이 협력의 돌파구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그런데 시간이...’서경아는 벽시계의 시간을 보니 벌써 9시가 넘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성의 남자와 밥을 먹으러 나간다는 게...’“만약 정말 불편하다면, 회사 사람을 부를 수 있어, 어때?”채경전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채 말하면서 서경아를 바라보았다.채경전의 말을 들은 서경아는 자기도 모르게 눈앞이 환해졌다.‘확실히 회사 사람들을 부르면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소문도 나지 않을 거야.’“잠깐만요!” 서경아는 미안한 표정으로 채경전을 쳐다본 뒤 내부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보안책임자 양호석하고 비서실 이태경을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해!”“좋아요!”서경아는 전화로 회사의 보안책임자 양호석와 비서실의 이태경을 오라고 했다.회사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양호석와 이태경이 동반하면, 서경아도 더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특히 안보책임자 양호석은 진루안과의 관계가 좋았다.만약 어떤 상황이 이상한 점이 있다면, 양호석은 가장 빠른 시간내에 진루안에게 연락할 수 있다.“대표님, 저희를 부르셨습니까?”1분도 지나지 않아서 양호석과 이태경이 사무실에 나타났다.양호석은 일찍이 보안팀장이었는데, 한 번의 우연한 계기로 보안책임자가 되었다.이태경은 바로 서화그룹 비서실의 큰 비밀 무기로 모든 비서의 훈련을 전문적으로 책임진다. 동시에 퇴역한 병왕이기도 하다.양호석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모두 군부에서 물러난 병왕이었다.
채경전의 웃음은 따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신사적이어서 불편한 점은 조금도 없었다.그러나 이렇게 너무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서경아는 채경전에 대해 약간의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한 남자가 자신의 나쁜 면을 모두 거두어들일 때, 단지 두 가지 목적만이 있다.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을 증명하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너와 같이 자고 싶다는 것이다.서경아는 이에 대해서 훤히 알고 있다.진루안과 채경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진루안은 여태까지 자신의 결점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수시로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서 더욱 진실감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생동적인 남자이지 채경전처럼 자신을 꾸미고 난 뒤의 거짓이 아니다.그러나 서경아가 식사를 하기로 약속한 것은 단지 합작을 위해서일 뿐이다.“대표님, 가셔도 됩니다!”양호석이 앞으로 다가와 서경아를 힐끗 보면서 언질을 주었다.양호석의 이 말 뜻을 알아들은 서경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요, 그럼 가요.”채경전의 안색은 아주 좋지 않았다. 자신은 여태까지 성질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이곳에서는 반드시 신사인 척해야 했다. 그런데 양호석이 여러 차례 자신의 말을 가로채자, 마음속에 이미 화가 난 것이다.그러나 전력을 다해서 화를 억눌러서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서경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경아 후배, F국 요리를 먹는 건 어때?”“아무거나요!” 서경아는 고개를 저으면서 무엇을 먹든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마음에 두는 것은 단지 담판일 뿐이다. 그 외에는 어떤 것이든지 다 상관이 없었다.채경전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약간 암울한 기색을 띠었지만 곧 자연스럽게 회복되었다. 재차 서경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F국 요리를 먹자. 동강시에 F국 요리 전문 음식점이 있는데 아주 괜찮아.”“그럼 가요.” 서경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걸어갔다.양호석과 이태경이 뒤에 바짝 붙어서 채경전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았다. 채경
그러나 이 F국 요리 음식점에서 고급스러움은 모두 서양의 얼굴이고, 원래의 F국 요리의 맛을 의미한다.F국인 일색의 종업원들이 모든 손님을 접대한다.“안녕하세요, 예약이 있으신가요?”서빙 복장을 한 F국 사람 얼굴의 금발에 푸른 눈의 남자가, 웃음기를 띤 채 F국의 말로 예약을 했는지 물었다.서경아와 채경전에게 있어서 F국어는 모두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이 예전에 유학했던 곳이 바로 F국이기 때문이다.채경전도 이때 F국어를 사용하면 순진한 척할 수 없었다. 필경 서경아는 자신의 F어보다 더 실력이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러 F국어를 드러내는 건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는 것이다.“예약은 하지 않았습니다!”바로 그때, 예상치 못하게 양호석이 먼저 미소를 지으면서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서양 남자를 향해 대답해서, 서경아와 채경전을 놀라게 했다.비서실의 고위 간부인 이태경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양호석을 바라보았다. 이태경의 눈에는 이 양호석은 무식쟁이이기 때문이다. 양호석이 비록 보안 책임자라고 해도 결국 좀 듣기에 좋지 않은 표현을 쓰자면, 바로 안전을 책임지는 보안팀의 두목에 불과하다.그러나 이런 보안팀의 두목이 F국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믿기 어려웠다.“F국 말을 어떻게 알아요?” 서경아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양호석을 바라보며 주동적으로 한마디 물었다.F국어를 할 줄 아는 양호석과 F국어를 할 줄 모르는 그는 전혀 가치가 다르다.양호석이 외국의 언어를 알고 있다면, 서화그룹에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양호석이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아질 것이고, 또한 보안팀의 두목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대표님, 저도 공자 앞에서 문자를 썼을 뿐입니다. 다만 예전에 교육을 받을 때 한동안 배운 적이 있습니다!”어수룩하게 머리를 긁적거리던 양호석은 좀 쑥스러워하면서 웃었다.필경 자신은 서 대표가 F국의 수재 유학생이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서경아 앞에서 F국어를 말하는 것은 확실히 공자 앞에서 문자 쓰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