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산.독보운이 금은보화를 숨겨둔 곳은 가파른 산림이고 평지가 없어서 헬기가 착륙할 수 없었다.헬기가 착륙한 곳은 결국 보물과 상당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게다가 산속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뿌리를 박고 있어 길이 험악했다. 원래 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던 거리를 강서준 일행은 꼬박 8~9시간이 걸려 도착했다.일행이 보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어두워진 뒤였다.독보운은 동굴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이 안에 있어. 지금부터 옮길 거야? 아니면 하룻밤 쉬고 시작할 거야?""한 번에 다 운반할 수 있어?" 강서준이 물었다.독보운은 수행한 백 명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강서준은 생각에 잠겼다.험난한 산길을 따라온 군인들을 쉬지 않고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던 그가 말했다. "내일 떠나자."최동이 즉시 분부했다. "오늘은 여기서 쉰다."군인들은 근처에 배낭을 풀고 하룻밤을 묶기로 했다.강서준은 독보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들어가서 살펴보자.""좋아."독보운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준은 최동을 바라보며 말했다. "최 장군, 여기서 기다려.""예." 최동은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준은 플래시를 켜고 독보운과 함께 동굴로 들어갔다.동굴의 입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사방에 큰 나무가 덮여있었고 안으로 들어가자 4갈래의 길이 있었다.독보운은 강서준을 이끌고 끊임없이 깊숙히 들어갔다. 대략 한 시간 동안 걸은 그들은 지하 깊숙히 도착했다.석벽 앞에 도착했다.독보운이 석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예전에 사람들을 시켜 밀실 하나를 만들었어."그는 벽으로 다가가 밀었다.돌문이 순식간에 열리면서 먼지가 사방으로 흘러내렸다.두 사람은 손으로 입을 막고 안으로 들어갔다.강서준은 플래시를 안쪽에 비추었다.그리 크지 않은 밀실의 바닥에는 많은 나무상자가 놓여있었다. 상자 위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강서준은 다가가서 손에 잡히는 상자를 휙 열었다.안에는 몇 개의 금괴가 있었다.그는 금괴 하나를 집어 들고 천천히
순간 군인 한 명이 산토끼 한 마리를 들고 와서 강서준에게 건네주었다. "용수님, 산토끼에요. 내장은 깨끗이 정리했으니 드세요."강서준은 그것을 받아들고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천만에요."산토끼를 건네준 군인은 곧 자리로 돌아갔다.강서준은 옆자리의 독보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백년 전에 발생했던 일에 대해 알려 줘." 독보운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이미 알려줬어. 후손이긴 하지만 백년 전 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 전부 할아버지가 알려주신 거야.""자세한 거 몰라?""몰라." 독보운이 머리를 흔든다.강서준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두 사람은 다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누구야?"강서준이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질렀다.그 소리로 인해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백 명의 군인들은 동시에 일어나서 주위를 주시했다."저예요."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큰 나무 위에서 한 사람이 뛰어 내려왔다.흰색 운동복을 입은 여자였다"강영?"강서준은 여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어리둥절해졌다.강영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저에요. 서준 오빠."강서준은 그녀를 보더니 물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강영은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가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께서 고지민이 여길 온 걸 알아차리고 혹시나 다른 일이 생길까 봐 절 보내주신 거예요. 그리고 겸사겸사 줄 것도 있고요."그녀는 쇼핑백 하나를 강서준에게 건넸다.강서준이 물었다. "이건 뭐야? 그리고 고지민이 누군데? "강영이 말했다. "고지민은 고 선생의 제자고 실력이 강해요. 고 서생은 천자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고요. 천자가 죽은 지금 고 선생은 고지민을 내세워 의약 그룹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요. 그리고 이 쇼핑백은 할아버지가 직접 필기한 무학 서적이에요.""뭐라고요?"독보운은 순간 눈을 번쩍 뜨며 강서준이 들고 있는 쇼핑백을 바라보았다."어서 열어봐."강서준은 독보운을 한번 바라보았다.그는 이 책들에 흥미가 없었다.그는 오히려
강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대답했다.“네, 할아버지가 주선한 거예요.”“남궁 가문에 대해 나도 들은 게 있어. 예전에 한 문파였지만 세력이 쇠퇴해지면서 가문으로 전락하고 그것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100년 전에 다시 일어섰지. 그동안 조용히 지냈지만 실력은 4대 고족과 겨룰 정도였으니 할아버지께서 대회를 대비해 후원자를 찾은 거겠지.”“맞아요.”강영이 고개를 끄덕였다.“3대 고족 모순이 모두 강씨 가문을 향해서 지금 사방이 온통 적이에요. 그러니 강력한 동맹 관계를 가져야 해요. 남궁 가문과 동맹을 맺으려면 혼인이 가장 좋은 수단이죠.”강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조선 시대냐?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가족의 권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도 되는 거야?”“제가 원한 일이에요.”강영이 미소를 지었다.“이 얘긴 그만하고 고지민에 대해 말해 봐요.”강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나도 들은 거야. 사람들 데리고 장백산에 왔다고 하는데 그게 무도대종사인지 일반인인지 아직 몰라.”강서준은 두통이 밀려왔다. 백 명의 전사가 걱정스러웠다. 의경 하권을 찾을 때 수십 명을 희생시켰으니 이번에야말로 절대 사상자를 내면 안 되었다.“그런데…”강영이 말끝을 흐렸다.“할아버지 말씀대로라면 고지민은 오빠를 죽이지 않을 거고 그럴 수도 없다고 하셨어요. 여기에 사람을 데리고 온 것도 자금을 가져가는 걸 막으려는 짓이라고요.”“하하하.”강서준, 강영, 독보운, 최동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주변을 살펴봤다.간드러지는 웃음소리가 숲 속에서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강서준은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지만 사방에서 소리가 들려 구체적인 위치를 분별하기 어려웠다.“왔으면 면상이라도 보이시지.”강서준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더니 한 곳을 응시했다.대략 100미터 떨어진 높은 나무 위에 젊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타이트한 가죽 옷과 신발을 신었다. 늘
독보운이 강영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눈빛엔 온통 동경과 감탄으로 가득찼다.“이, 이게 무도대종사의 실력이야? 기운이 남다르네.”강영을 힐끗 쳐다보던 고지민이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담담하게 웃었다.“듣자니 강영 씨는 지혜가 남달라서 현세 제갈량이라고 하던데요. 내가 장백산에 온 걸 알면서도 겁도 없이 오다니 어떤 일이 발생할 지 두렵지 않아요? 아, 맞다. 알면서 온 거 맞죠? 그렇다면 긴 말이 필요 없겠군요.”고지민이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그러자 사방에서 남성 네 명이 나무위에서 뛰어내렸다.“4대 금강”강영의 얼굴빛이 변했다.“죽여.”고지민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강서준과 강영만 제외하고 다 죽여버려.”“누가 감히?”강서준이 고지민과 4대 금강을 보며 강영의 앞을 막아섰다. 검정색 옷을 입은 네 사내는 평범하게 생겼지만 마치 4대 사신처럼 강한 기운을 뿜어냈다.강영이 작게 말했다.“서준 오빠, 고 선생이 키운 4대 금강이에요. 적어도 3단에 이르렀으니 실력이 엄청 강해요. 고지민이 4대 금강까지 데리고 올 줄은 몰랐네요.”강서준도 가슴이 철렁했다.고지민을 노려보며 말했다.“나를 막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관련 없는 사람은 보내줘.”이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전사들은 순식간에 당한다. 혼자 힘으로 100 명의 소요군을 보호하기엔 너무 벅찼다.“당신이 저 사람들을 보호할 능력이 있어요? 이렇게 하죠. 4대 금강의 장파를 한 번씩 막아내면 저 사람들 살려주죠.”고지민이 피식 웃었다. 마치 마녀가 웃는 것처럼 차가운 태도로 말이다.강서준이 돌아서서 독보운, 최동 그리고 100 명의 소요군을 바라봤다.그들도 강서준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알았어.”강서준이 다시 돌아서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준 오빠, 뭐하는 짓이에요?”강영이 다급하게 말렸다.“저 사람들 적어도 3단이라고요. 오빠는 이제 겨우 1단에 올랐는데 네 번은 무리예요. 죽지는 않더라도 중상을 입을 게 뻔한데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게 될 거예
강서준은 알고 있다. 고지민은 소요군을 이용해 자신을 협박하는 것이지 죽이려는 의도는 아니라 생각했다.“그럼요.”고지민이 웃으면서 4대 금강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살살해. 죽이지 말고.”네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한 사내가 나오면서 한 손을 들었다. 손에서 강한 기운이 생기더니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과 먼지를 말아 올렸다. 나뭇잎과 먼지가 한 곳에서 소용돌이를 치더니 어느 순간 둥그런 공이 되었다.그 사내가 노려보며 말했다.“강서준, 준비됐어?”강서준은 대답대신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의경 하권에 기록된 금강신공을 떠올렸다.한 번이라도 막을 실력은 아니지만 소요군을 위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진기를 가동하여 전신 경맥에 흐르게 했더니 순식간에 팔다리로 전송됐다.그러자 강서준의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피부가 약간 구릿빛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응?”고지민이 흠칫 놀랐다.강영도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저건 무슨 무공이지?”한동안 지내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무공을 연마하는 건 보지 못했다.강서준이 손을 들면서 말했다.“시작해.”그러자 4대 금강의 한 사내가 손을 움직이며 나뭇잎과 먼지로 뭉친 공을 강서준에게 날려 보냈다.촤아악!어마어마한 힘이 휘몰아치며 강풍처럼 날아왔다. 강서준은 두 손을 모아 폭풍처럼 날아오는 공을 막았다.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몸이 뒤로 밀렸다. 결국 강력한 힘에 견디지 못하고 공이 흩어지더니 무수한 나뭇잎이 강서준의 몸을 강타했다.쿵!강서준은 바닥에 쓰러지고 주변에 먼지가 뽀얗게 일렀다.최동과 소요군은 입을 떡 벌이고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다.강영이 신속하게 달려가 물었다.“괜찮아요?”강서준이 부축하려는 손을 밀어내며 바닥에서 겨우 일어섰다.그러더니 고지민의 앞에 다가가 평온하게 말했다.“한 번은 막았어.”고지민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사내에게 물었다.“몇 할 힘을 썼어?”사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5할이요. 저 정도 실력이면 막을 수 없을 텐데. 막는다고
”푸웁!”강서준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몇 십 미터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서준 오빠!”강영이 다시 달려갔다.강서준은 바닥에 닿는 순간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진기로 폭동하는 혈기를 억눌렀다. 강영은 그제야 안심했다.“그만 해요. 겨우 7할 힘인데, 10할 힘이라면 절대 막을 수 없어요!”강서준이 손을 흔들었다.“그래도 막아야 돼. 내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야. 무조건 안전하게 돌려보내야 돼.”이렇게 말하면서 멀리 서 있는 고지민을 바라봤다.“치료해도 돼?”“그렇게 하세요.”고지민은 궁금했다. 어떻게 3단인 4대 금강의 일격을 막을 수 있는지 말이다.강서준이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의경 상권에 기재된 심법을 떠올렸다.의경엔 역천 81침 외에도 총 9단계인 ‘천강기공’ 심법이 있었다. 이제 겨우 입문 단계에 도달했지만 천강기공으로 폭동하던 혈기를 가라앉혔더니 창백하던 얼굴에 붉은 빛이 감돌았다. 천강기공은 금강신통을 수련하는 관건이기도 하다. 기공 경지가 강할수록 금강신통의 방어력이 강해진다. 강서준은 다시 일어서 고지민 일행의 앞으로 다가갔다.“두 번 남았군.”고지민의 장난스러운 웃음기가 사라졌다. 강서준이 폭동하는 혈기를 한 순간에 가라앉히자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강서준 씨, 당신은 강씨 가문의 내가심법을 수련한 게 아니죠? 대체 뭘 배운 거예요?”“다음 순서로 누가 나오지?”고지민은 자신의 질문을 무시한 강서준에게 잔뜩 화가 났다.“10할 힘을 전부 써, 저 자식을 한 방에 끝내!”“네!”4대 금강에서 실력이 2번째로 가는 사내가 나섰다.“애송이, 각오해.”말이 끝나자마자 전신의 힘을 다해 손을 힘껏 내밀었다.그러자 강력한 힘이 손바닥에서 생기면서 바로 강서준을 공격했다.수십 미터 넘게 날아간 강서준은 커다란 나무에 부딪치고 거꾸로 쓰러졌다.충격에 큰 나무도 천천히 꺾였다.강서준이 한참을 지나고 일어서지 않자 강영이 날카롭게 고지민을 쏘아봤다.“서준 오빠가 죽는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스승도 무사
”아니…”강영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제지해.”고지민이 지시를 내리자 4대 금강이 바로 손을 썼다.강영이 반응하기 전에 점혈로 진기를 봉인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고지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강영 씨, 고 선생은 방해하는 자를 싫어해요. 강씨 가문에서 후원자를 찾으려나 본데, 고 선생이 그걸 가만두고 볼 수 없잖아요.”꼼짝도 못하게 된 강영은 그저 노려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스승을 어떻게 고 선생이라고 부르지?”“하하하.”고지민은 설명대신 간드러지게 웃으면서 4대 금강에게 손짓을 했다.그러자 네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신속하게 사라졌다. 그때 고지민이 천천히 다가왔다. 강영은 진기로 봉인을 해체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지민이 갑자기 강영의 턱을 잡으며 피식 웃었다.“참 고운 얼굴이네요. 내가 남자라면 이 얼굴에 반했겠죠. 하하하.”이번엔 강서준에게 다가갔다.강서준은 그것도 모르고 치료 중이다.이번엔 심하게 다쳐 짧은 시간 내에 치료할 수 없었다. 강서준이 반응하기 전에 고지민이 빠르게 점혈 몇 군데를 찍었다.“뭐하는 짓이야?”강서준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뭐하는 짓이라니?”고지민이 활짝 웃더니 미친듯이 강서준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너…”강서준의 낯 색이 가라앉았다.하지만 고지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강서준의 바지까지 찢어버렸다. “쯧쯧, 몸은 건장한데 내가 너무 어려서. 아니면…”고지민은 대놓고 강서준의 몸매를 감상하면서 낄낄 웃었다.그러더니 강영의 팔을 잡고 강서준을 향해 던졌다.강영은 꼼짝달싹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그렇게 강서준과 부딪치면서 바닥에 뒹굴었다. 아니, 강영이 강서준의 몸 위에 엎드린 꼴이 되어버렸다.“고지민! 뭐하는 짓이야?”강영이 소리를 질렀다.“아무것도 안 했는데.”고지민이 키득거리며 다가가더니 이번엔 강영의 옷을 찢어버렸다.그리고 홀딱 벗은 두 사람의 자세를 바꿔 놓았다.강서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강영은 수치스러워 두 눈을
낭떠러지 아래 불더미가 타오르고 그 옆에 두 사람이 있다. 남자는 아래에 여자는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애매한 자세로 누워있는다.강영은 강서준이 볼에 뽀뽀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강서준도 어쩔 수 없이 안은 자세로 있어야만 했다. 강영의 따뜻한 체온이 피부로 느껴졌다.두 사람 모두 어색해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꼭 껴안은 자세로 어느덧 3시간이 흘렀다.그제야 움직이게 된 강영이 번쩍 일어나더니 바닥에 널브러진 옷으로 몸을 가렸다.입을 수 없을 정도로 찢어졌지만 잠시라도 몸을 가려야 했다.강서준의 옷도 입을 수 없을 정도로 찢어져 있었다. 게다가 중상을 입고 치료를 3시간이나 미룬 탓에 체내의 상처를 건드려 피를 토해냈다.강영이 두 눈을 찔끔 감고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그때 이상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깜짝 놀랐다.강영은 찢어진 옷으로 몸을 가리고 강서준에게 다가가 다급하게 물었다.“서준 오빠, 왜 그래요? 괜찮아요?”상처가 심각해 더 이상 지체하면 생명이 위험했다. 강서준은 벌거벗은 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차분하게 앉아 심법과 진기를 이용해 치료를 시작했다.그때 강영이 강서준의 팔에 감긴 침을 보고 말했다.“역천 81침으로 치료해 줄까요?”“그래.”강서준은 거절하지 않았다. 팔을 움직이자 역천 81침이 스르르 팔을 타고 손바닥으로 내려왔다. 한쪽 끝을 들고 살짝 힘을 주었더니 순식간에 바늘로 변해버렸다.강영은 강씨 가문에서 자랐으니 당연히 의술도 알았다.하지만 강서준의 상처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함부로 치료할 수 없었다. “어디에 찔러요?”“가슴.”“알았어요.”강영은 분부대로 78개 침을 놓았다.그랬더니 강서준의 상처가 잠시 억제되었다.침을 정리하던 강영이 무릎을 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미안해. 내 잘못이야.”강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오빠랑 상관없어요. 다 고지민 탓이에요. 혼인을 파괴하려고 그런 거잖아요. 엉엉, 이제 어떡해요. 어떡하면 좋아요. 내가 강중에 돌아가면 할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