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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왜 한숨을 쉬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영은 별다른 말 없이 강서준을 데리고 밀실로 내려갔다.

강서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무현은 생각보다 의리 있고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요."

강영은 강서준이 복수라도 할까봐 두려운지 한마디 보탰다.

"흥."

강서준은 콧방귀를 뀌었다.

강무현은 숱한 귀찮은 일들을 만들었기에 기회가 된다면 꼭 손 봐줄 작정이었다.

두 사람은 금방 밀실로 돌아왔다. 상자와 밀실은 얌전히 제자리에 있었고 상자는 피로 흠뻑 적혀 있었다. 하지만 화월산거도는 흔적 없이 깨끗했다.

강서준을 휠체어에 내려놓은 강영은 상자와 화월산거도를 주었다.

강서준이 말했다.

"나한테로 갖고 와봐."

강영이 다가갔다.

강서준은 화월산거도를 자세히 바라봤다. 확실히 예전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쓰러지기 전에 분명히 무언가를 봤었다.

강서준은 화월산거도를 들고 눈을 감아 조금 전의 장면을 떠올렸다.

달이 지고 꽃이 시들며 커다란 태양이 나타났고 그림 속의 숲에는 글자가 나타났었다. 강서준은 이 글자를 전부 받아 적었고 미처 뜻을 생각할 새 없이 쓰러져 버렸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강서준이 눈을 뜨며 혼잣말을 했다.

"오빠, 뭐라고요?"

강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무언가를 알아냈어요?"

"아니."

강서준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어쩌면 진짜 화월산거도의 비밀을 풀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월산거도는 4대고족부터 시작해서 역사 속 유일한 9단 고수인 난서왕까시 관련되고 있으니, 그 비밀도 알리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래서 강서준은 강영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 피인가?"

강서준은 자신이 많은 피를 흘렸음을 자각했다.

피가 흘러나왔으면 그림에 물들어야 정상이지만 화월산거도는 아주 깨끗했다.

강서준은 그림 위로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그 순간 화월산거도는 빠르게 피를 흡수하며 또다시 달이 지고 태양이 떴다. 다행히 피가 모자란 지 꽃과 그림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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