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현은 편지 한 통만 남기고 사라졌다.편지에서는 강서준과 세상을 떠돌아다니겠다고 했다.실은 아직 강중을 떠나지 않았다.다만 SA 가문이 아니라 제왕궐에서 지내고 있다.강서준은 은퇴하고 그냥 이렇게 김초현과 세계 여행을 다니며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강서준에게 아직 걱정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그의 주변 사람들을 정리하지 않고 떠나면 안 된다고 했다.예를 들면 서청희, 강영, 윤정아 그리고 송나나까지, 김초현은 다 지켜보고 있었다.“며칠을 줄 테니까 다 정리하고 와요.”김초현은 복잡한 관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강서준은 난감했다.그냥 이대로 떠나버리려고 했는데 말이다.“초현, 이럴 필요 없잖아요.”“왜 필요 없어요?”김초현이 정색했다.“그 여자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난 알아요. 당신이 이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평생 희망을 갖고 기다리게 만들 거예요?”“알았어요. 만날게요.”강서준은 어쩔 수 없었다.전에는 계속 피하기만 하고 직면하지 않았다.그런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정리해야 했다.어쩌면 김초현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걱정을 내려놓을 수 없으니까.“그래야죠.”김초현이 해맑게 웃었다.강서준은 먼저 윤정아에게 연락했다.이 여자들 중에서 가장 미안한 사람은 윤정아다. 이상하게 관계를 맺은 탓에 얼떨결에 약속을 해버렸기 때문이다.하지만 약속은 이제 지킬 수 없게 되었다.윤정아는 강서준의 전화를 받고 매우 흥분했다.약속 장소를 정하고 특별히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했다.자신을 예쁘게 꾸미고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강중의 어느 카페.흰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늘어트린 윤정아는 부잣집 귀한 딸 같았다.오관이 정교하고 하얀 피부에 홍조가 살짝 띄었다.그녀는 긴장한 탓에 애먼 옷만 만지작거렸다.도저히 고개를 들고 강서준을 쳐다보지 못했다.“정아 씨.”강서준이 먼저 침묵을 깼다.“네.”윤정아가 고개를 들고 강서준을 바라봤다
강서준은 고개를 푹 숙여 사과했다.“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어요. 진작에 말하려고 했는데 처리할 일들이 많아서 지금까지 미루게 되었어요.”윤정아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그래도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생각보다 슬프지 않고 오히려 개운했다.“서준 씨. 자책하지 마세요.”윤정아는 미소를 지었지만 계속 눈물을 흘렀다.그래도 최선을 다해 강서준을 위로했다.자책하지 말고 미안해하지 말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윤정아가 그렇게 생각하니 강서준도 안심이 되었다.“이 용원은 받을게요.”이것을 받지 않으면 강서준이 죄책감이 계속 남아 있을것을 알고 있다.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에게 어쩌면 심병이 될 수 있다.“볼일이 있어서 이만 갈게요.”윤정아는 용원을 챙기고 떠났다.강서준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한참이나 멍을 때렸다.휴!한참 뒤에야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다음엔 서청희를 만났다.역시 그 카페에서 말이다.다만 방만 바꿨을 뿐이다.곧 서청의가 도착할 시간이다.그녀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빨간 웨이브 머리를 찰랑거리며 나타났다.도시 여자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중후함과 성숙함이 물씬 풍겼다.“서준 씨. 오랜만이에요.”서청희는 자리에 앉으며 먼저 인사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장난소리를 했다.“여기서 만나자니 무슨 일이 있어요? 설마 청첩장을 주는 건 아니죠?”서청의는 여전히 활발하고 생각이 트였다.강서준이 피식 웃었다.“그동안 내 옆에 있으면서 밥 사달라고 노래 불렀잖아요. 마침 오늘 시간이 생겨서 만나자고 한 거예요. 잠시 커피 마시다가 점심 시간이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오늘은 내가 다 살 테니까.”“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서청희가 웃으면서 말했다.“서준 씨를 도운 건 저도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아니더라도 전 그일을 했을 거라고요.”강서준은 물병만큼
서청희의 눈가에 스친 슬픔을 강서준은 놓치지 않고 보았다.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가 일어서며 말했다.“뭐 드시고 싶어요?”서청희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시간이 없어요. 전 이미 QS상회에서 퇴사해서 지금 송유리 씨가 상회를 관할하고 있어요. 지금 강중에서 출근하는데 서준 씨 전화를 받고 잠시 나온 거예요. 돌아가야 해요.”그녀는 용의 피를 흔들며 말했다.“용의 피 고마워요. 또 봐요.”서청희가 돌아서서 가더니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그리고 강서준에게 웃으면서 말했다.“기억해요. 밥 한 끼 빚졌어요. 기회가 되면…”결국 말끝을 흐리고 울먹였다.멋지게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내고 싶었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다.서청희가 눈물을 흘리자 강서준은 몸을 돌렸다.이런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기회가 되면 다시 밥 사요.”그래도 말을 마치고 강서준에게 다가가 뒤에서 껴안았다.“하,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돼요?”그녀가 작게 말했다.강서준은 안아주고 싶었지만 참았다.확실하게 정리하려면 미련을 남겨서는 안 된다.강서준이 움직이지 않자 서청희는 대답을 알고 바로 돌아섰다.그녀가 떠난 뒤, 강서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원래 만나고 싶지 않았다. 고통도 긴 것보다 짧은 것이 낫다고 만나기로 했다.단번에 끝내면 서로한테 좋으니까.그 뒤로 JN 가문으로 향했다.마침 송나나가 혼자 집에 있었다.그동안 집에 있으면서 무술을 연마하거나 화월산거도에 숨은 무학을 연구했다.그녀는 순수한 음의 체질이라 체내에서 한기가 끝없이 생겨났다.그 덕분에 짧은 시간내에 전신의 경맥을 뚫어 5단에 이르렀다.띵동!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송나나는 잠옷만 입고 문을 열어줬다.강서준을 보고 반가운 나머지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서준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송나나에게는 여유롭게 대했다. 그녀와 아무런 감정이 없기 때문에 그냥 작별 인사만 하러 온 것이다.“나나 씨.”강서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왜요, 전
할아버지는 강서준이 강중에서 며칠만 더 기다리면 아버지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아버지를 만나면 어머니에 대해 묻고 김초현과 떠날 계획이다.“아, 알았어요. 그럼 배웅하지 않을게요.”…강서준은 송나나와 작별 인사를 한 뒤에 강영에게 연락했다.강영은 교토에 돌아가지 않고 강중에 있었다.그녀는 머리가 비상하다.김초현의 기억이 돌아온 사실을 알았다면 곧 강서준과 결혼한다는 것을 추측했을 것이다.하지만 김초현은 줄곧 은거하고 싶어했다.지금 대하가 평화를 되찾았으니 강서준은 김초현과 결혼하고 은거할 것이다.그래서 강서준이 작별하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서준의 전화를 받고 태연하게 대답했다.“알았어요. 바로 나갈게요.”강영은 전화를 끊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이번은 시 중심에 있는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강서준은 광장의 벤츠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또각! 또각!그때 하이힐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그가 고개를 돌려 보자 강영이 오고 있었다.그녀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브라운 머리를 길게 드리웠다.생각보다 여유로웠다.“서준 오빠.”그녀가 다가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강영,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이번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강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녀는 강서준을 보며 물었다.“초현 씨와 같이 떠날 거예요?”“그래.”강서준이 이어서 말했다.“이제 대하도 태평하고 고대 무술계에서도 당분간 별일이 없을 거 같아. 난 초현과 은거하면서 한가한 날을 보내고 싶어.”“축하해요.”강영이 환하게 웃었다.“강영, 그동안 도와줘서 고마웠어. 만약 네가 없었다면 대하는 이렇게 빨리 평화를 찾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새 왕도 순조롭게 즉위할 수 없었어.”강영이 손을 흔들며 강서준의 말을 잘랐다.“다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에요.”“에휴.”강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강영의 속셈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그녀가 중간에서 방해했지만 그는 무시해버렸다.“다시 만날 날이 오겠죠.
강서준은 모든 사람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마지막에 모용추를 찾으러 갔다.모용추와 작별 인사를 하고 소요왕을 만나러 가서 함께 술을 마셨다.하루만에 모든 일을 해결한 것이다.지금 발걸음이 가벼웠다.살면서 이렇게 마음이 홀가분한 적이 없었다.사람도 마음도 매우 유쾌했다.제왕궐.“보스.”이혁이 케리어를 들고 위층에서 내려오더니 웃으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서준을 불렀다.“아직도 안 갔어요? 전 소정이랑 신혼 여행 갈 거예요. 참, 어디로 갈 계획이에요? 저와 소정은 꿈의 도시부터 가볼 생각이에요.”강서준은 이혁과 문소정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난 며칠 더 있어야 돼. 먼저 가. 목적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어. 아마 마음이 가는 대로 갈 거 같아.”“그렇군요. 그럼 갈게요.”이혁은 캐리어를 들고 문소정과 함께 떠났다.두 사람이 떠난 뒤에 김초현은 강서준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물었다.“모든 걸 포기하는 것이 아쉽지 않아요?”강서준이 피식 웃었다.“아쉬울 게 뭐가 있어요. 내가 바라던 삶이 이제야 이루어졌는데. 참, 어디로 가고 싶어요?”목적지를 어디로 정할지 정말 생각한 적이 없었다.김초현이 생각하다 대답했다.“지난번에 우리 살았던 작은 마을 기억해요? 거기로 가고 싶어요.”강서준의 무공이 폐기되었을 때 김초현은 마을 전체를 사버리고 한동안 머물렀다.“기억하죠. 거기로 가요.”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이라면 아무 곳에 가도 좋았다.옆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면 어디든 따듯한 집이였기 때문이다.김초현은 매우 기뻐했다.이어서 강서준은 제왕궐에 며칠 지냈다.3일 뒤에 강천이 드디어 나타났다.김초현은 반갑게 강천을 맞이했다.차도 내오고 물도 따라드리자 강천이 손을 내저었다.“초현, 분주하게 돌아다니지 말고 앉아 있어.”강서준이 강천에게 물었다.“할아버지, 저의 아버지는요?”강서준이 손 벽을 탁탁 쳤다.그때 문이 열리면서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흰색 양복을 차려 입고 짧은 머리를 한 것이 매우 정정해 보였다.
김초현은 말없이 강서준의 옆에 앉아 있었다.한참 뒤에 강서준은 강천과 강남을 바라봤다.“할아버지, 아버지. 그일에 대해 전 관심이 없어요. 막지 않을 테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저와 초현은 세계 여행을 다니며 은거하러 가겠어요.”그 말에 강천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서준, 할아버지는 정말 네가 도와주었으면 한다. 네가 지금 9단에 가장 가까운 강자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가문에 적들도 많아. 난서왕, 백효생 그리고 뱀파이어족까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야. 게다가 이번에 용을 도살한 뒤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익을 봤다. 몇 년만 지나면 천하에 수많은 강자들이 나타날 텐데 너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 가문은 이 목표를 이룰 수 없다.”“서준. 아비도 네가 할아버지와 함께 우리 가문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너와 초현의 도움이 있다면 우리 가문이 세상을 통치하는 건 어렵지 않아.”강천은 계속 설득했다.하지만 강서준은 전혀 설득당하지 않았다.그가 강남에게 물었다.“아버지, 전 어머니를 본 적이 없고 집안에서 언급한 적도 없어요. 지금 제 친어머니가 누군지 알고 싶어요.”강서준은 계속 알고 싶었다.그 말에 강남이 침묵하더니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네 어머니의 신분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내가 20살이 되던 해에 대문 입구에서 부상을 입은 여자를 만났다. 난 그 여자를 집으로 들여 보살피면서 사랑이 싹텄다. 그때 관계를 가져서 임신하게 되었지. 네가 태어난 후에 그 여자는 사라졌어. 지금도 생사 여부도 몰라. 그냥 이름이 ‘난심’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강남은 그동안 난심을 찾아다닌 얘기도 했다.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찾지 못했다.“그래요?”강서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혹시 사진 있어요?”강남이 지갑을 꺼내더니 이미 노래진 사진을 꺼내서 강서준에게 건넸다.사진은 오랜 세월을 거쳐 누렇게 변색됐지만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의 오관은 매우 청순하고 예뻤다.“이분이 제 친어머니에요?”강서준은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겼
3년 후.대하의 어느 산에서 한 남자가 광주리를 메고 산을 누비고 있다.남자는 소박한 삼베옷 차림에 짚신을 신고 손에 낫을 들었다.등에 멘 광주리에 약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이 약초들은 뿌리까지 뽑은 것이다.“이건 또 무슨 약초지?”갑자기 먼 절벽 위에서 녹색빛이 반짝였다.한 순간이었지만 남자는 녹색빛이 나는 작은 풀을 똑똑히 보았다.시력이 좋아서 백 미터 떨어져 있어도 잘 보였다.한 마디 중얼거리던 남자는 몸을 번쩍 들어 그 절벽으로 날아갔다.그렇게 허공에 서서 작은 풀을 바라봤다.외형은 난초와 비슷했지만 꽃이 피어 있었다.다홍색 꽃이라 매우 아름다웠다.게다가 은은한 향기까지 풍겼다.이 남자는 바로 강서준이다.그는 은거한 지 3년이 되었다.3년 동안 할 일이 없으면 산에 올라 약초를 캤다.마을 주변에도 약초를 가득 심고 의경을 계속 연구했다.의술이 어느 경계까지 도달했는지 모르지만 한 사람이 숨만 붙어 있다면 무조건 살려낼 자신이 있었다.그는 예쁘게 핀 작은 꽃을 주시했다.분명 난초는 아니다.하지만 느낌상, 작은 풀에서 웅장한 생기와 강력한 천지 영기가 깃들어 있었다.3년 전에 해외에서 건곤결을 얻은 후로 은거하면서 계속 수련했다.건곤결의 호흡법으로 매일 아침이면 천지영기를 마셨다.비록 경지가 오르지 않고 여전히 천제 9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말이다.하지만 그 덕분에 체질이 개선되고 강해졌다.게다가 용의 피를 마셔서 신체 구조도 많이 변했다.9단이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부지런하게 수련한 덕분에 천지영기에 점점 예민하게 반응했다.하지만 지금까지 처음으로 약초에서 천지영기를 발견했다.전에 발견한 약초들은 다 평범한 풀이었다.그는 조심스럽게 뿌리까지 뽑아서 광주리에 넣었다.그리고 번쩍 몸을 들어 먼 평지에 착지하더니 흥얼거리면서 하산했다.산기슭 아래에 나무집 한 채가 있고 주변에 가축들도 키웠다.닭장에 닭들이 득실거리고 양어장에 오리들이 둥둥 떠다녔다.그리고 약초밭도 있었다.약초밭에는 수많
”참, 여보.”강서준이 문득 산에서 캔 풀이 생각나서 광주리에서 꺼내 보였다.“이게 무슨 약초인지 보세요.”김초현이 받아 보더니 깜짝 놀랐다.“엄청난 천지영기인데요?”“그렇죠?”강서준이 말했다.“3년 동안 산에 가서 약초를 캤지만 처음으로 이렇게 천지영기가 많은 약초를 발견했어요. 의경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독경에는 있어요?”김초현이 자세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없어요. 나도 무슨 약초인지 몰라요.”“됐어요. 먼저 가서 심어 놓을게요.”“네.”김초현은 작은 풀을 돌려주었다.강서준은 바로 뒷마당에 가서 땅을 파고 조심스럽게 심었다.그리고 물을 떠다 주변에 정성스럽게 부었다.모든 것을 끝내서야 정원으로 돌아왔다.김초현은 마침 그네에 앉아 배를 만지고 있었다.강서준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2개월만 있으면 아이가 태어나는데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어요.”강서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급하지 않아요. 천천히 해요. 아이가 태어나서 아들인지 딸인지 확인한 후에 이름을 지어도 되거든요.”“어떻게 그래요? 먼저 이름을 생각해야요.”김초현은 불만스럽게 말했다.“당신은요. 의경과 무학에만 정신이 팔려서 아이는 관심도 주지 않아요.”“헤헤.”강서준이 배시시 웃었다.“웃기는. 참 암탉이 알을 낳았는지 가서 보세요.”“오, 알았어요.”강서준이 닭장을 향해 다가가더니 이내 큰소리로 외쳤다.“계단 다섯 개 있어요!”“얼른 어장에 가서 물고기 잡아와요. 나 물고기 먹고 싶어요.”“맡겨만 주세요!”강서준은 계란을 들고 집에 들어가고는 양어장으로 향했다.그는 서서 물고기가 있는지 살펴봤다.마침 물 위에 물고기 한 마리가 팔딱거리며 올라왔다.강서준은 갑자기 손을 내젓더니 손바닥에 강한 힘을 모아서 물고기를 힘껏 잡아당겼다.그는 물고기를 잡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김초현에게 다가갔다.“하하, 오늘 먹을 복이 터졌네.”물고기를 잡자마자 웃음소리가 들렸다.그때 한 남자가 다가왔다.30대로 보이는 남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