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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7화

강서준은 고개를 푹 숙여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어요. 진작에 말하려고 했는데 처리할 일들이 많아서 지금까지 미루게 되었어요.”

윤정아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그래도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생각보다 슬프지 않고 오히려 개운했다.

“서준 씨. 자책하지 마세요.”

윤정아는 미소를 지었지만 계속 눈물을 흘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강서준을 위로했다.

자책하지 말고 미안해하지 말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윤정아가 그렇게 생각하니 강서준도 안심이 되었다.

“이 용원은 받을게요.”

이것을 받지 않으면 강서준이 죄책감이 계속 남아 있을것을 알고 있다.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에게 어쩌면 심병이 될 수 있다.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갈게요.”

윤정아는 용원을 챙기고 떠났다.

강서준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한참이나 멍을 때렸다.

휴!

한참 뒤에야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다음엔 서청희를 만났다.

역시 그 카페에서 말이다.

다만 방만 바꿨을 뿐이다.

곧 서청의가 도착할 시간이다.

그녀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빨간 웨이브 머리를 찰랑거리며 나타났다.

도시 여자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중후함과 성숙함이 물씬 풍겼다.

“서준 씨. 오랜만이에요.”

서청희는 자리에 앉으며 먼저 인사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장난소리를 했다.

“여기서 만나자니 무슨 일이 있어요? 설마 청첩장을 주는 건 아니죠?”

서청의는 여전히 활발하고 생각이 트였다.

강서준이 피식 웃었다.

“그동안 내 옆에 있으면서 밥 사달라고 노래 불렀잖아요. 마침 오늘 시간이 생겨서 만나자고 한 거예요. 잠시 커피 마시다가 점심 시간이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오늘은 내가 다 살 테니까.”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서청희가 웃으면서 말했다.

“서준 씨를 도운 건 저도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아니더라도 전 그일을 했을 거라고요.”

강서준은 물병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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