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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6화

김초현은 편지 한 통만 남기고 사라졌다.

편지에서는 강서준과 세상을 떠돌아다니겠다고 했다.

실은 아직 강중을 떠나지 않았다.

다만 SA 가문이 아니라 제왕궐에서 지내고 있다.

강서준은 은퇴하고 그냥 이렇게 김초현과 세계 여행을 다니며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강서준에게 아직 걱정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을 정리하지 않고 떠나면 안 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서청희, 강영, 윤정아 그리고 송나나까지, 김초현은 다 지켜보고 있었다.

“며칠을 줄 테니까 다 정리하고 와요.”

김초현은 복잡한 관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강서준은 난감했다.

그냥 이대로 떠나버리려고 했는데 말이다.

“초현, 이럴 필요 없잖아요.”

“왜 필요 없어요?”

김초현이 정색했다.

“그 여자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난 알아요. 당신이 이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평생 희망을 갖고 기다리게 만들 거예요?”

“알았어요. 만날게요.”

강서준은 어쩔 수 없었다.

전에는 계속 피하기만 하고 직면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정리해야 했다.

어쩌면 김초현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걱정을 내려놓을 수 없으니까.

“그래야죠.”

김초현이 해맑게 웃었다.

강서준은 먼저 윤정아에게 연락했다.

이 여자들 중에서 가장 미안한 사람은 윤정아다. 이상하게 관계를 맺은 탓에 얼떨결에 약속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속은 이제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윤정아는 강서준의 전화를 받고 매우 흥분했다.

약속 장소를 정하고 특별히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했다.

자신을 예쁘게 꾸미고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강중의 어느 카페.

흰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늘어트린 윤정아는 부잣집 귀한 딸 같았다.

오관이 정교하고 하얀 피부에 홍조가 살짝 띄었다.

그녀는 긴장한 탓에 애먼 옷만 만지작거렸다.

도저히 고개를 들고 강서준을 쳐다보지 못했다.

“정아 씨.”

강서준이 먼저 침묵을 깼다.

“네.”

윤정아가 고개를 들고 강서준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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