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들유들한 남자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이 남자는 방금 하현에게 달려들려고 했었다.건장한 외국인 경호원들이 하현의 한 방에 맥없이 넘어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러나 그때 하현은 이 남자가 자신에게 도발하려는 것을 눈치채고 먼저 손을 쓴 것이었다.기름기가 번들번들한 남자는 표정이 한껏 굳어지더니 손을 흔들며 외쳤다.“이 사람이!”넘어져 있던 외국인 경호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가지고 있던 전기봉을 꺼내어 이 남자를 구해내려고 하현에게 달려들었다.“쫙쫙쫙쫙!”손바닥이 뺨에 맞는 찰진 소리가 들려왔고 하현에게 돌진했던 사람들은 모두 다시 튕겨져 나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특히 기름기가 번들번들한 남자는 처절하기 짝이 없이 비명을 질렀고 얼굴이 바닥에 떨어지며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여기저기 아우성치는 비명 소리에도 하현은 차갑고 담담한 표정으로 화소붕을 바라볼 뿐이었다.“화소붕, 당신 경호원들 실력이 이래서야 되겠어?”“당신 여기 도성에서 큰 사업을 하고 있으니 좀 더 잘하는 사람으로 몇 명 더 부르는 게 어때?”하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외국인 경호원을 제압한 것을 보고 곽영호를 비롯한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히려 화소붕은 시큰둥한 얼굴로 하현을 힐끔 쳐다볼 뿐 얼굴빛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그는 와인잔을 들어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젊은이가 솜씨가 꽤 괜찮군. 그렇지만 솜씨가 좀 좋다고 해서 그렇게 날뛰는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딘지 잘 알 거 아니야, 응?”그는 아랫사람을 바라보듯 눈을 내리깔고 평온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주먹 좀 쓰고 발재간 빠른 걸로 경호원 몇 명 쓰러뜨렸다고 당신이 뭐 아주 대단한 것처럼 느껴져?”“유치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군!”“지금 당신이 한 행동이 우리 도성의 법을 위반한 줄은 알기나 해?”“당신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때렸어. 그러면 감옥에 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
방재인의 얼굴이 일그러진 순간 홀의 문이 다시 열렸고 수십 명의 건장한 외국인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왔다.그리고 사람들 앞에 검은 가죽옷을 입은 금발 여자가 서 있었다.매끄럽게 뻗은 몸매에 아름다운 얼굴을 한 여자는 아주 이국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은 매서운 칼바람 같은 눈빛으로 하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외국인 경호원들의 눈동자도 모두 하현과 방재인에게 쏠려 있었다.그들은 언제라도 덮칠 기세였다.방재인은 잠시 안색을 가다듬은 후 마침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화소붕, 당신은 체면도 체통도 없어요?”“어떻게 우리 직원을 저렇게 많이 납치할 수가 있어요?”“어쨌든 당신은 화 씨 집안사람이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야비한 방식을 쓰는 거예요?!”“납치?”화소붕이 웃었다.“방재인, 방 사장. 내가 방금 당신한테 영상 보여줬잖아. 보시다시피 아직 아무 짓도 안 했어. 아무 근거도 없이 남을 헐뜯어선 안 되지!”“나 화소붕은 도성 화 씨 가문 셋째 아들이야. 항상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하고 있지. 모든 일은 합법적인 방법으로만 이루어져.”“내 명의로 된 사업장에 매일 수없이 많은 돈이 들어오는데 나 같은 인물이 사람을 납치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어디 한번 경찰서에 신고해 보시지. 누가 당신 말을 믿을까?”방재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다.“화소붕,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저 사람들 풀어줘요!”“어디 보자. 대충 30분 전쯤이겠군. 당신들이 여기 왔을 때였으니까...”화소붕은 말을 하면서 동시에 시가에 불을 붙이고 구름 연기를 내뿜었다.“당신 직원들이 겁도 없이 내 창고로 달려와 당신들 물건들이 내 창고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어.”“그런데 내 경호원들한테 바로 발각되어서 끌려오게 될 줄은 몰랐겠지.”“그래서 말이야, 방재인. 우린 지금 정당방위를 한 거라구.”“도성의 법규대로라면 지금 바로 철장을 바다에 던져버려도 우린 아무 잘못 없는 거야. 누구도
”당신...”방재인은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대학 시절 학교에서 풍채가 좋고 점잖았던 곽영호가 어쩌다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 그녀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숨을 깊이 들이쉬고 나서야 방재인은 비로소 곽영호의 뺨을 한 대 갈기고 싶은 충동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화소붕을 쳐다보며 말했다.“화소붕, 내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다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그들이 당신 창고에 몰래 들어갔다고 해도 그건 단지 물건 상태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을 뿐 다른 생각은 전혀 없었을 거예요!”“당신이 그들을 도둑으로 생각했다고 해도 당신이 직접 그들을 처벌할 권리는 없어요!”“그건 경찰에 맡길 일이라구요!”“그리고 화소붕, 잘 들어요. 여기가 도성이어서 당신들이 무법천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온 나라 안의 주민은 모두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구요. 모든 법은 모든 주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거구요.”“직원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요.”방재인은 정말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직원들은 모두 그녀의 지시를 받고 일을 했을 뿐이다.만약 그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난다면 어떻게 그 희생을 감내해야 할지 그녀로서는 눈앞이 캄캄했다.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 주위를 살피다가 마침내 그 금발 여인에게 시선이 갔다.그의 실력으로 눈앞에 있는 수십 명 정도 해결하는 것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그의 곁에는 방재인이 있었다.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그녀가 다칠 수도 있는 것이다.“나한테 지금 감히 법을 운운하는 거야?”“도성의 법에 대해 당신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화소붕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성 이곳은 내가 법이야.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난 당연히 지금이라도 당신들 직원 모두를 바다에 처박을 수 있어. 자자, 이리 와서 차나 마셔!”“차 한 잔 마시면 당신 직원들 풀어 줄게!”곽영호는 그 말
”정말 재미있군! 방재인, 정말 다시 봤어!”“여자도 남자한테 뒤지지 않는다 어쩐다 하는 말, 나 원래 안 믿었거든!”“방재인, 당신을 보니 이제 믿을 수 있을 것 같아!”화소붕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그의 눈빛은 마치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을 눈앞에 둔 사자같이 음흉한 기운이 가득했다.순간 화소붕이 손짓을 하자 커다란 화면에 나타난 거대한 철장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뚫린 바닥으로 보이는 검푸른 바다가 당장이라도 사람들을 집어삼킬 듯 넘실대고 있었다.철장 속에 갇힌 직원들은 하나같이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방재인은 그 광경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화소붕, 이건 약속과 다르잖아요!”“이 나쁜 놈!”화소붕은 따라 놓은 술을 마시며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방재인, 음식은 함부로 먹어도 되지만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지.”“사람을 풀어주겠다고 했잖아. 내가 실언을 한 거야?”“그래서 지금 당신 직원들 풀어주려고 하잖아.”“그렇지만 그들을 그냥 풀어주겠다고는 약속하지 않았잖아, 안 그래?”“사실 양심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 봐. 이 사람들이 내 창고에 함부로 들어와서 자기들 멋대로 하려고 했는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풀어줄 수 있겠어?”“이제 좀 정신이 들어?”방재인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 나쁜 놈! 화소붕, 이 버러지 같은 놈!”화소붕은 유유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철부지 아가씨, 계속해 봐. 당신이 계속 큰소리로 욕을 하면 할수록 난 더 흥분할 거야!”“참, 한 가지만 더 말해 둘게.”“지금이 딱 밀물 때야. 시간상으로 따지면 한두 시간이면 물이 가득 밀려와서 그 철장을 완전히 집어삼킬 거야.”“저 사람들 죽지나 않으려나 모르겠어, 응?”“아이구, 난 저 사람들 죽이고 싶지 않아. 내가 저 사람들을 저렇게 매달아 놓은 건 그냥 따끔한 가르침을 주고 싶었을 뿐이야.”“하지만 귀염둥이 아가씨한테 저들을 풀어주겠다고 약속을 했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당신 정체를 말해 봐! 당신 뭐야!”“나한테는 무쇠도 깨뜨릴 만큼 강력한 퇴역 군인 50명이 있어. 그중에 한 명은 전쟁의 신과도 같은 존재였어!”“그들은 우리 화 씨 집안에서 거금을 들어 초빙해 온 우리 집안 전직 군사들이야!”“당신 실력도 못지않더군. 인정해.”“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죽도록 싸워 봤자 이 사람들을 이길 순 없어!”“이제 당신한테 두 가지 선택지를 주겠어!”화소붕은 말을 이으며 왼쪽 다리를 탁자 위에 툭 얹었다.“첫째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고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두 손으로 비는 거야. 그러면 방재인의 체면을 봐서 내가 당신에게 살 길을 내어 주겠어!”“둘째 당신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꽃병에 꽂아두고 7박 8일 동안 울부짖도록 내버려 두었다가 바다로 던져 물고기밥이 되게 하는 거야!”“당신이 선택해!”하현이 입을 떼기도 전에 금발의 여자가 입술을 들썩이며 차갑게 말했다.“도련님, 왜 그렇게 번거롭게 하려고 그래요?”“그냥 나한테 맡겨요. 내가 이 사람 살을 가지고 가지런히 회를 떠서 버려 줄 테니까. 우리 도성에서 당신한테 미움을 사면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 톡톡히 보여줄게요.”금발의 여자는 화소붕이 인정하는 능력자이자 그의 가장 측근 부하였다.하현이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을 본 여자는 일찌감치 하현에게 기분이 언짢은 상태였다.게다가 그녀는 자신이 하현을 한 방에 죽일 수 있다고 믿었다.하현은 담담한 시선을 들어 올려 금발의 여자에게 던졌다.여자는 몸매가 유려하고 미모도 굉장했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건 상당한 전투 실력인 것 같았다.방재인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화소붕, 당장 우리 사람들을 풀어주세요!”“귀염둥이 아가씨, 왜 또 내 말을 안 듣는 거야?”“당신 직원들이 빨리 죽길 바라는 모양이군!”화소붕은 빙그레 웃으며 누군가에게 또 손짓을 했다.그러자 큰 화면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철장이 1미터 더 내려갔다
곽영호의 방탕한 웃음 속에 안나의 묵직한 발바닥은 땅을 힘껏 딛으며 포탄처럼 앞으로 튀어나와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하현 오빠, 조심해요!”“펑!”하현은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더니 옆에 있던 술병을 가차 없이 집어던졌다.하현의 움직임을 본 안나는 오른손을 흔들었다.손에는 채찍이 들려 있었고 채찍은 사정없이 휘몰아쳐 술병을 산산조각 내었다.주위에 있던 외국인 경호원들은 무의식중에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쳤다.안나가 폭발하면 그 전력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퍽!”그 순간 하현은 오른발을 들어 안나가 있는 쪽으로 탁자를 걷어찼다.안나가 다시 손쓰는 틈을 타 그는 번개처럼 곧장 화소붕의 뒤로 다가왔고 어느새 화소붕의 목에 칼이 걸려 있었다.화소붕의 얼굴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하현의 몸놀림이 그렇게 빠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손쓸 틈 없이 자신의 목숨이 그의 손끝에 달리게 되었다.하현은 칼끝을 화소붕의 목에 겨눈 채 그대로 앞으로 나서며 경호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누구라도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있으면 이 화소붕의 목숨은 바로 끝장날 테니까 알아서들 해!”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왼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화소붕의 머리에 내리쳤다.술병이 깨지며 요란이 소리를 내었다.“아!”처량한 비명이 터져 나오자 경호원들이 모두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그리고 방재인은 겨우겨우 몸을 이끌고 하현의 곁으로 가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뭐하는 거야! 감히 화소붕의 목에 칼을 대다니. 지금 죽고 싶어서 그래?!”안나는 이 모습을 보고 분노가 극에 달했다.자신의 코앞에서 화소붕이 하현의 손아귀에 잡힐 줄은 몰랐다.그녀로서는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퍽!”하현은 또 술병을 화소붕의 머리에 내리쳤다.결국 화소붕은 정신을 잃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앞에 나서지 마. 내 말 명심해. 안 그러면 바로 칼을 그어버릴 테니까.”“당신들의 도련님 목숨은 비길
화소붕의 신분으로는 도성에서 무엇 하나 거칠 것이 없었다.그는 도성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안 될 것이 없는 인물이었다.그런 자신이 하현에게 이렇게 휘둘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이렇게 고개를 숙일 화소붕이 아니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이, 당신 정말 대단하군!”“도성에서 감히 우리 사람들을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날 감히 납치했으니 말이야.”“이렇게 능력이 출중하다니, 당신 이름이나 알고 싶군그래!”하현이 무덤덤하게 말했다.“하현.”“하현?”화소붕의 얼굴에 희미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분명 처음 듣는 이름이다.어디서 이런 인사가 툭 튀어나왔는지 모를 일이었다.하지만 하현, 그 이름 두 글자를 마음에 새기는 데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화소붕은 원망과 독기 가득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내 기억하지!”“당신의 정체가 뭔지 내가 알아내지 못하게 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알아내기만 한다면!”“퍽!”하현은 술병을 하나 집어 들고 다시 화소붕의 머리에 내리쳤다.“날 협박하는 거야?”“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누군가 날 협박하게 놔두는 거. 어디 다시 한번 더 협박해 보시지?”“너, 이…”화소붕은 머리가 깨지고 얼굴이 피범벅이었지만 끝까지 이를 갈며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마. 도대체 누군지 내가 반드시 알아낼 테니까!”“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직접 알려줄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바로 그때 입구 쪽에서 우르르 몰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이어 군중을 뚫고 차가운 목소리가 장내를 울렸다.“난 최 씨 가문의 최문성이에요. 화소붕, 당신이 마음에 잘 새겨 두었으면 좋겠군요.”남자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수십 명이 늠름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기껏해야 스무 살 좀 넘어 보이는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얼굴에는 아직 앳된 기운이 서려 있었다.최문성의 출현에 화소붕은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장내에
안나 일행은 최문성의 등장으로 뒤로 물러섰다.장내 분위기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긴장감만이 팽팽하게 감돌고 있었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하현과 방재인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자, 화소붕.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이제 사람들을 풀어주고 이곳으로 데려와.”“그 사람들 다치게 할 생각은 이제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그들 중 하나라도 다치기라도 한다면 내가 당신 손을 절단 낼 테니까.”하현은 엄중한 목소리로 화소붕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화소붕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당신이 최 씨 집안 귀빈이라니 내가 최문성 체면을 봐서 오늘 밤 당신과 방재인을 괴롭히지 않겠어.”“하지만 나더러 사람을 풀어주라고? 꿈 깨!”“어디 재주가 있으면 날 찔러 죽여 봐!”“내가 눈썹 하나 까딱이라도 한다면 지나가는 개한테 형님, 형님 하겠어!”“하지만 당신 명심해. 내가 죽으면 당신은 절대 살아서 이 도성을 나갈 수 없어!”“우리 도성 화 씨 가문을 뭘로 보고 그러는 거야!”“감히 날 죽이려고 해? 최 씨 가문이 아니라 천왕 태자가 와도 당신을 지켜줄 사람은 없을 거야!”화소붕은 자포자기하는 상태로 치달아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옅은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말하면 당신들 도성 화 씨 집안도 도성에서만 힘깨나 쓰는 집안이잖아. 내가 원한다면 없애버리는 것쯤 어렵지 않아.”하현의 말이 울려 퍼지자 장내는 비웃음으로 가득 찼다.도성에서 이런 허풍을 떨다니 후환이 두렵지도 않은가?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띤 안나는 한껏 비웃으며 말했다.“당장 집어치워! 당신 지금 화소붕을 붙잡았다고 감히 어디서 그따위 입을 놀리는 거야!”“능력이 있으면 화소붕을 풀어주고 나랑 한 판 붙어. 내 한 손이면 당신을 바로 죽일 수 있어!”그녀가 보기에 하현은 실력도 없으면서 허풍만 요란하게 떠는 사람처럼 보였고 언제라도 단숨에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