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분 후, 병실 밖에서 하이힐이 소리가 들렸고 검은 양복을 입은 여자가 다소 오만한 기세로 사람들을 깔보며 걸어왔다.그녀는 예쁘게 생겼지만 섬나라 특유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섬나라 대사관 대표, 이시카와 유키코였다. 이때 그녀는 차가운 기색이었다. 싸늘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에드워드 병원 같은 작은 곳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시카와 유키코는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이시카와 유키코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용천웅은 웃으며 말했다. “이시카와 대표님.”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도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이시카와 언니, 오셨어요?”이시카와 유키코는 어지러운 상황은 무시하고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수미야, 은미야, 우리 섬나라 귀인을 습격한 범인이 잡혔다고 나한테 전화한 거야?”이은미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시카와 언니, 이 놈이 바로 그 놈이에요. 미야 자매들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방 도련님에게 미움을 샀어요. 천웅 형님이 그를 잡았어요!”“걱정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귀국에 넘겨 드릴 테니까요!”용천웅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은미 이 놈은 정말 바보였다. 말을 할 때 뇌를 거치지 않았다. 함부로 말했다가는, 그것도 섬나라 사람 앞에서 함부로 말했다가는 방현진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 방현진은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용천웅은 지금 어쩔 수 없이 한 마디를 덧붙이며 말했다. “하현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혐의를 받고 있어요. 제가 그를 데리고 가서 확실히 조사한 뒤 각 방면에서 공의롭게 처리하겠습니다.”“이시카와 대표님께서 여기에 오시는 건 좀 그렇잖아요!”말을 하면서 용천웅은 이은미를 힐끗 쳐다보았고, 속으로는 약간 성난 기색이었다. 이은미 이 놈은 일을 할 때 머리를 쓰지 않는다. 강철대가 출동한 상황에서 섬나라 사람들이
하현은 흥미로운 얼굴로 이 섬나라 여인을 한 번 쳐다보고는 섬나라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뭘 얻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이시카와 유키코는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는 하현을 잡아 먹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를 우리 섬나라 고수에게 양보하기만 하면 돼.”“우리 섬나라는 너에게 더 이상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을게!”“심지어 방 도련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너를 놔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어. 어때?”이 말이 나오자 진주희와 사람들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섬나라 사람들의 야망이 이렇게 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용문 대구 지회를 차지하려고 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대구의 길바닥의 모든 힘을 장악하고 대하의 동남쪽 문을 활짝 열려고 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섬나라 사람들은 도둑놈 심보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용천웅도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비록 방현진과 같은 스타일이긴 했지만 병부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어떤 일들에는 아주 민감했다. 이때 이시카와 유키코의 요구를 듣자마자 그는 순간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용천웅은 당연히 하현이 지회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보기에 이것은 용가가 하현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었다.지금 은혜를 받은 하현이 살기 위해 이 신분을 내 놓을 것인가?그는 아주 흥미로웠다. 이시카와 유키코의 요청에 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은 놀리는 얼굴에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시카와 유키코가 이렇게 한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도 마음까지 말살시키려고 한 것이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이 정말로 지회장 자리를 넘겨주겠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면 그는 죽을 것이다!그가 지회장 신분으로 버티고 있는 동안은 방현진도 그를 손 봐줄 수는 있어도 꼭 죽이리라는 법은 없었다!하지만 지회장이라는 신분이 없어지면 방현진이 하현을 짓밟아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보다 간단할 것이다. 그러자 모두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
섬나라 천황 자리!?이 말을 듣고 장내는 혼란스러워졌다. 섬나라는 군주제 국가이다. 섬나라 천황은 섬나라의 정신적인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이기도 했다. 하현은 뜻밖에도 이시카와 유키코에게 섬나라 천황 자리와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이건 놀리는 정도가 아니라 섬나라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었다. “개자식!”이은미가 제일 먼저 폭발했다!그녀는 하현을 정면으로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씨, 너 섬나라 천황의 신분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 네가 감히 섬나라 천황을 모욕하다니!?”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이은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섬나라 천황 신분이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대하인이야!”“내가 보기에 지금 내 자리랑 섬나라 천황 자리를 바꾸면 내가 손해야!”“왜 섬나라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너만 무슨 쓸데없는 소리가 그렇게 많아?”“설마 너 네 어르신에게 기대서 섬나라 영주권을 얻은 거야? 아니면 정신적으로 섬나라 사람이 된 거야?”“너, 너네 집 어르신을 화나게 할까 무섭지 않아!?”“이씨 집안은 원래 10대 최고 가문 중에서 최하위권인데, 지금 또 너 같이 조상을 잊어버린 놈이 있으니 곧 10대 가문에서 떨어질 거 같네……”“너! 개자식!”이은미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현에게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현, 너 농담하는 거야?”이시카와 유키코는 비교적 침착했다. 비록 그녀의 우뚝 솟은 가슴은 끊임없이 들썩였지만 이때도 하현을 응시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도대체 네 처지를 알고 있는 거야?”“만약 네가 우리 섬나라의 새로운 귀족이 되고 싶다면 허락해줄 수 있어!”“하지만 기껏해야 예비 남작일 뿐이야.”“하지만 다른걸 생각한다면 너는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거야!”“그리고 네가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지 모르는 거야?”“게다가 넌 방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렸
하현은 뒷짐을 지고 담담하게 말했다. “살길은 항상 스스로 찾는 거지.”“다른 사람이 주는 게 무슨 살길 이겠어?”“용기가 대단하네……”용천웅은 손을 뻗어 하현의 오른쪽 뺨을 두드렸다. “아쉽지만 아무리 용기가 대단해도 내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기왕 네가 이시카와 유키코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다고 하니, 그럼 나랑 같이 가자.”“우리는 앞으로 할 말이 많을 거야!”말을 하면서 용천웅은 섬뜩한 눈빛을 보냈고, 입에서는 뜨거운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일단 하현이 그와 함께 가면 사느니 차리리 죽는 게 더 나을 것이 분명했다. 줄곧 뒤에 있던 왕화천은 이때 끝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용 지휘관님, 이렇게 하는 건 아무래도 좋지 않을 거 같은데……”“쾅______”용천웅이 손가락을 튕기자 순간 누군가가 왕화천의 발에 총을 쏘았고 이 용문 대구 지회의 부회장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너 나를 가르치려는 거야?”“용가에서 키우는 개 한 마리 주제에,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하현은 안색이 점점 더 심각해졌다. 용천웅은 끊임없이 그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었다. “왜? 하 도령, 아직 굴복하지 않은 거야?”용천웅이 다시 한 번 손짓을 하자 순간 두 사람은 왕주아의 머리에 화기를 들이대며 안전장치를 풀었다. “하 도령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다니. 먼저 무릎을 꿇고 방 아가씨와 이 아가씨에게 사과를 하는 게 어때?”“칼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아. 화기가 발사되고, 홍안지기가 죽으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방수미와 이은미는 놀리는 얼굴로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오늘 밤 웨스틴 호텔에 있을 때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득의양양했다. 그들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이놈이 언제까지 강하게 나오는지 보려고 했다.노 전신을 대표하는 용천웅 앞에서 모든 것은 찌꺼기이고 다 산산조각 날 것이다. 하현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차갑
우리 형님 앞에서 뻐기다니!?그가 방금 한 말은 그가 들어왔을 때의 거만한 태도나 용천웅에게 손을 댔을 때의 오만함 보다 더 놀라왔다. 특히 용천웅, 방수미, 이은미의 귀에 그의 말은 번개처럼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이 분은 대구 병부에서 가장 다루기 어렵고 실력도 뛰어난 전신이었기 때문이다! 대구 병부 전신의 수장, 천도 전신, 당천도! 전설에 따르면 그는 당도대 출신으로 유라시아 전쟁에서 뛰어난 공을 세웠고, 후에 대장에 의해 대구 병부로 발령을 받았다고 한다.비록 지금 대구 병부에서는 부총지휘관에 불과하지만 천도 전신의 직함이나 부총지휘관의 신분으로 용천웅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용천웅 뒤에는 용가가 있고 당천도 뒤에도 전설적인 가문이 있었다. 연경 당문! 용가와 막상막하의 연경 당문. 게다가 당천도와 당인준 형제 뒤에 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전설의 대하 대장이었다. 다만 당천도는 항상 외부 일에 참견하는 것을 싫어했는데 오늘 뜻밖에도 팀을 이끌고 나와 말끝마다 하현을 그의 형님이라고 불렀다. 지금 이 순간, 용천웅의 얼굴빛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대구 병부 총지휘관은 용천웅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하지만 이 대구 병부의 제1전신은 그의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당천도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멋들어진 용천웅이 어떻게 겁을 먹을 수 있겠는가?그가 체면을 차리지 않겠는가?이때 용천웅은 일어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천도, 너 이 자식을 위해 나랑 방 도련님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도 괜찮은 거야? 확실해?”“그럴 가치가 있어?”지금 용천웅은 하현과 당천도가 어떻게 만났는지 짐작할 수는 없었고, 소위 당천도 형님이 진짜 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당천도에게 이 일의 배후는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켜줘야 했다! 데릴사위 한 사람을 위해서 두 명의 상류층 거물들에게 미움을
당천도는 거침없이 비꼬는 표정을 지으며,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용천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용천웅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는 대장의 정체를 알 자격이 없다. 대구 병부 사람들이 몇 사람이 왔든 무릎을 꿇어야 했다. 용천웅의 큰 빽 노심태가 왔다고 하더라도 대장을 만났으면 먼저 무릎을 꿇어야 한다. 용천웅은 필사적으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감히 번호를 누르지 못했다. 그는 당천도가 대구 병부 제1전신이라고 불리는 이상 노심태가 절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 병부에는 규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총지휘관에게 미움을 사느니 당천도에게는 미움을 사지말자는 것이었다. 그는 당도대에서 나온 전신이고 그 전설의 부대는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전화조차 못 걸겠어?”당천도는 담배를 피우며 건들건들하게 입을 열었다. 용천웅은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당천도, 너 너무 깔보지 마. 너……”“퍽______”당천도는 앞으로 나서더니 용천웅을 다시 발로 걷어차 땅에 쓰러뜨린 후 차갑게 말했다. “깔봐? 내가 오늘 너를 어떻게 깔봤는데?”“잘 들어. 우리 형님께 미움을 산 건 나에게 미움을 산 거고, 당도대 전체에게 미움을 산 거야!”“너를 깔보면 어떻게 되는데?”“너를 밟으면 어떻게 되냐고?”“네 얼굴을 때리면 또 어떻고?”“너 같은 건달은 고사하고 방현진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너희 용가 도련님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난 그대로 밟을 수 있어.”“전화해서 물어 봐. 내가 그들의 얼굴을 때린다고 그들이 나를 반격할 수 있는지?”용천웅은 얼굴이 새 파랗게 질렸고 감히 대답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방현진이 감히 반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천도 전신의 신분이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아무리 최고의 가문이라도 함부로 전신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이 놈의 배후에는 전신들과 병왕의 무리
지금 용천웅은 비록 얼굴은 부어 있었지만 여전히 자리를 되찾고 싶어했다. 그는 용가와 방가의 이름에 기대어 당천도를 제압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또한 이미 퇴역한 지 3년이 된 대장이 당천도를 대신해 데릴사위를 감쌀 수 없다고 믿었다. “너 머리가 아픈 거야?”당천도는 비웃었다. “너 병부 사람으로서 병부 대장로님이 우리 대장님을 몇 번이나 9대 병부 대장으로 초청을 했던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야?”“우리 대장님이 고개만 끄덕이면 앞으로 그는 병부 대장로님이 되실 거야!”“게다가 너는 말할 것도 없고 너희들 용가와 방가네 집 주인이 여기에 서 있었다고 해도 나는 그들에게 한 마디 했을 거야!”“하현에게 미움을 산 건 나 당천도에게 미움을 산 거고 당도대 전체에게 미움을 산 거라고!”“못 믿겠으면 네 큰 형님에게 한 번 보라고 해!”“너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게!”“병부 사람으로서 부하들을 데리고 위세를 떨치면서 총이나 만들고 섬나라 사람들과 눈짓을 하다니!”“이것들은 다 중죄야. 너를 병부 법정에 세울 수도 있어!”“만약 네 할아버지와 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이 직접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이때 당천도의 얼굴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하현의 정체는 말하지 않았다. 단순히 용천도가 자제들과 군사들을 거느리고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병부 사람들의 존재 의미는 나라를 지키는 것이지 권세자들의 싸움꾼이나 빽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이것마저 모른다면 용천도는 꺼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현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너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고, 당도대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라니……”용천도는 이를 갈았다. “미안하지만 이 데릴사위가 아직도 군에서 복무하고, 너희 당도대 부하로 지내고 있는 거야!?”“너희 당도대는 항상 자신만만해 하지 않았어? 진영에 있는 취사병 조차도 병왕이라며?”“언제 데릴사위도 당신네 당도대에 들어가게 된 거야?”
당천도의 말을 듣고 있던 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해 하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당천도는 당시 당도대에 있을 때 그가 제일 첫 번째로 훈련시킨 전신이긴 하지만 줄곧 머리는 없었다. 그는 오늘 소식을 들으러 병원에 도착한지 불과 10여분 만에 모든 일을 정확하게 조사했다. 이것은 사실 당천도가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섬나라를 무시하는 것은 당도대의 전통이었다. 어쨌든 유라시아 전장에서는 5대 강국이 모두 패했었다. 당도대의 눈에 5대 강대국 중 하나인 섬나라는 별 것 아니었다! 이시카와 유키코의 얼굴은 예측할 수 없이 계속해서 변했지만 그녀는 곧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당천도, 나는 어찌됐든 섬나라 대사관 대사야!”“내가 여기에 있는 건 섬나라, 바로 우리 천황을 대표해서 있는 거야!”“네가 날 때렸다가 외교 분쟁이 될까 정말 무섭지 않아!?”당천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요즘 왜 이렇게 자기 멋대로인 사람들이 많지? 너 이해를 못한 거야? 그럼 내가 다시 한번 때려 줄게!”“네가 외교 분쟁을 어떻게 벌이는 지 한 번 보자!”당천도는 말을 마치고 앞으로 나서서 손바닥과 손등으로 또 뺨 두 대를 때렸다. “퍽퍽______”이시카와 유키코의 얼굴에 도장이 몇 개 더 생겼고 지금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얼굴에는 원망의 빛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지금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섬나라 대사관 대표라는 신분으로 대구에서는 어딜 가든 영향력을 크게 끼쳤고, 많은 사람들은 그녀에게 어느 정도의 경의를 표했다. 심지어 그녀는 섬나라 대그룹의 주문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상류층 인사들은 주문을 따내기 위해 그녀에게 아부를 떨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소위 그녀의 품격, 체면이라는 것은 당천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천도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죽이고 싶으면 죽일 수 있었다! 지금 이시카와 유키코는 입을 꾹 다물고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당 부지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