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흥미로운 얼굴로 이 섬나라 여인을 한 번 쳐다보고는 섬나라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뭘 얻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이시카와 유키코는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는 하현을 잡아 먹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를 우리 섬나라 고수에게 양보하기만 하면 돼.”“우리 섬나라는 너에게 더 이상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을게!”“심지어 방 도련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너를 놔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어. 어때?”이 말이 나오자 진주희와 사람들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섬나라 사람들의 야망이 이렇게 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용문 대구 지회를 차지하려고 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대구의 길바닥의 모든 힘을 장악하고 대하의 동남쪽 문을 활짝 열려고 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섬나라 사람들은 도둑놈 심보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용천웅도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비록 방현진과 같은 스타일이긴 했지만 병부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어떤 일들에는 아주 민감했다. 이때 이시카와 유키코의 요구를 듣자마자 그는 순간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용천웅은 당연히 하현이 지회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보기에 이것은 용가가 하현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었다.지금 은혜를 받은 하현이 살기 위해 이 신분을 내 놓을 것인가?그는 아주 흥미로웠다. 이시카와 유키코의 요청에 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은 놀리는 얼굴에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시카와 유키코가 이렇게 한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도 마음까지 말살시키려고 한 것이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이 정말로 지회장 자리를 넘겨주겠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면 그는 죽을 것이다!그가 지회장 신분으로 버티고 있는 동안은 방현진도 그를 손 봐줄 수는 있어도 꼭 죽이리라는 법은 없었다!하지만 지회장이라는 신분이 없어지면 방현진이 하현을 짓밟아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보다 간단할 것이다. 그러자 모두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
섬나라 천황 자리!?이 말을 듣고 장내는 혼란스러워졌다. 섬나라는 군주제 국가이다. 섬나라 천황은 섬나라의 정신적인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이기도 했다. 하현은 뜻밖에도 이시카와 유키코에게 섬나라 천황 자리와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이건 놀리는 정도가 아니라 섬나라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었다. “개자식!”이은미가 제일 먼저 폭발했다!그녀는 하현을 정면으로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씨, 너 섬나라 천황의 신분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 네가 감히 섬나라 천황을 모욕하다니!?”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이은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섬나라 천황 신분이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대하인이야!”“내가 보기에 지금 내 자리랑 섬나라 천황 자리를 바꾸면 내가 손해야!”“왜 섬나라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너만 무슨 쓸데없는 소리가 그렇게 많아?”“설마 너 네 어르신에게 기대서 섬나라 영주권을 얻은 거야? 아니면 정신적으로 섬나라 사람이 된 거야?”“너, 너네 집 어르신을 화나게 할까 무섭지 않아!?”“이씨 집안은 원래 10대 최고 가문 중에서 최하위권인데, 지금 또 너 같이 조상을 잊어버린 놈이 있으니 곧 10대 가문에서 떨어질 거 같네……”“너! 개자식!”이은미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현에게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현, 너 농담하는 거야?”이시카와 유키코는 비교적 침착했다. 비록 그녀의 우뚝 솟은 가슴은 끊임없이 들썩였지만 이때도 하현을 응시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도대체 네 처지를 알고 있는 거야?”“만약 네가 우리 섬나라의 새로운 귀족이 되고 싶다면 허락해줄 수 있어!”“하지만 기껏해야 예비 남작일 뿐이야.”“하지만 다른걸 생각한다면 너는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거야!”“그리고 네가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지 모르는 거야?”“게다가 넌 방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렸
하현은 뒷짐을 지고 담담하게 말했다. “살길은 항상 스스로 찾는 거지.”“다른 사람이 주는 게 무슨 살길 이겠어?”“용기가 대단하네……”용천웅은 손을 뻗어 하현의 오른쪽 뺨을 두드렸다. “아쉽지만 아무리 용기가 대단해도 내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기왕 네가 이시카와 유키코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다고 하니, 그럼 나랑 같이 가자.”“우리는 앞으로 할 말이 많을 거야!”말을 하면서 용천웅은 섬뜩한 눈빛을 보냈고, 입에서는 뜨거운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일단 하현이 그와 함께 가면 사느니 차리리 죽는 게 더 나을 것이 분명했다. 줄곧 뒤에 있던 왕화천은 이때 끝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용 지휘관님, 이렇게 하는 건 아무래도 좋지 않을 거 같은데……”“쾅______”용천웅이 손가락을 튕기자 순간 누군가가 왕화천의 발에 총을 쏘았고 이 용문 대구 지회의 부회장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너 나를 가르치려는 거야?”“용가에서 키우는 개 한 마리 주제에,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하현은 안색이 점점 더 심각해졌다. 용천웅은 끊임없이 그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었다. “왜? 하 도령, 아직 굴복하지 않은 거야?”용천웅이 다시 한 번 손짓을 하자 순간 두 사람은 왕주아의 머리에 화기를 들이대며 안전장치를 풀었다. “하 도령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다니. 먼저 무릎을 꿇고 방 아가씨와 이 아가씨에게 사과를 하는 게 어때?”“칼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아. 화기가 발사되고, 홍안지기가 죽으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방수미와 이은미는 놀리는 얼굴로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오늘 밤 웨스틴 호텔에 있을 때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득의양양했다. 그들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이놈이 언제까지 강하게 나오는지 보려고 했다.노 전신을 대표하는 용천웅 앞에서 모든 것은 찌꺼기이고 다 산산조각 날 것이다. 하현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차갑
우리 형님 앞에서 뻐기다니!?그가 방금 한 말은 그가 들어왔을 때의 거만한 태도나 용천웅에게 손을 댔을 때의 오만함 보다 더 놀라왔다. 특히 용천웅, 방수미, 이은미의 귀에 그의 말은 번개처럼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이 분은 대구 병부에서 가장 다루기 어렵고 실력도 뛰어난 전신이었기 때문이다! 대구 병부 전신의 수장, 천도 전신, 당천도! 전설에 따르면 그는 당도대 출신으로 유라시아 전쟁에서 뛰어난 공을 세웠고, 후에 대장에 의해 대구 병부로 발령을 받았다고 한다.비록 지금 대구 병부에서는 부총지휘관에 불과하지만 천도 전신의 직함이나 부총지휘관의 신분으로 용천웅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용천웅 뒤에는 용가가 있고 당천도 뒤에도 전설적인 가문이 있었다. 연경 당문! 용가와 막상막하의 연경 당문. 게다가 당천도와 당인준 형제 뒤에 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전설의 대하 대장이었다. 다만 당천도는 항상 외부 일에 참견하는 것을 싫어했는데 오늘 뜻밖에도 팀을 이끌고 나와 말끝마다 하현을 그의 형님이라고 불렀다. 지금 이 순간, 용천웅의 얼굴빛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대구 병부 총지휘관은 용천웅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하지만 이 대구 병부의 제1전신은 그의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당천도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멋들어진 용천웅이 어떻게 겁을 먹을 수 있겠는가?그가 체면을 차리지 않겠는가?이때 용천웅은 일어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천도, 너 이 자식을 위해 나랑 방 도련님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도 괜찮은 거야? 확실해?”“그럴 가치가 있어?”지금 용천웅은 하현과 당천도가 어떻게 만났는지 짐작할 수는 없었고, 소위 당천도 형님이 진짜 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당천도에게 이 일의 배후는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켜줘야 했다! 데릴사위 한 사람을 위해서 두 명의 상류층 거물들에게 미움을
당천도는 거침없이 비꼬는 표정을 지으며,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용천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용천웅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는 대장의 정체를 알 자격이 없다. 대구 병부 사람들이 몇 사람이 왔든 무릎을 꿇어야 했다. 용천웅의 큰 빽 노심태가 왔다고 하더라도 대장을 만났으면 먼저 무릎을 꿇어야 한다. 용천웅은 필사적으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감히 번호를 누르지 못했다. 그는 당천도가 대구 병부 제1전신이라고 불리는 이상 노심태가 절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 병부에는 규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총지휘관에게 미움을 사느니 당천도에게는 미움을 사지말자는 것이었다. 그는 당도대에서 나온 전신이고 그 전설의 부대는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전화조차 못 걸겠어?”당천도는 담배를 피우며 건들건들하게 입을 열었다. 용천웅은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당천도, 너 너무 깔보지 마. 너……”“퍽______”당천도는 앞으로 나서더니 용천웅을 다시 발로 걷어차 땅에 쓰러뜨린 후 차갑게 말했다. “깔봐? 내가 오늘 너를 어떻게 깔봤는데?”“잘 들어. 우리 형님께 미움을 산 건 나에게 미움을 산 거고, 당도대 전체에게 미움을 산 거야!”“너를 깔보면 어떻게 되는데?”“너를 밟으면 어떻게 되냐고?”“네 얼굴을 때리면 또 어떻고?”“너 같은 건달은 고사하고 방현진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너희 용가 도련님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난 그대로 밟을 수 있어.”“전화해서 물어 봐. 내가 그들의 얼굴을 때린다고 그들이 나를 반격할 수 있는지?”용천웅은 얼굴이 새 파랗게 질렸고 감히 대답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방현진이 감히 반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천도 전신의 신분이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아무리 최고의 가문이라도 함부로 전신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이 놈의 배후에는 전신들과 병왕의 무리
지금 용천웅은 비록 얼굴은 부어 있었지만 여전히 자리를 되찾고 싶어했다. 그는 용가와 방가의 이름에 기대어 당천도를 제압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또한 이미 퇴역한 지 3년이 된 대장이 당천도를 대신해 데릴사위를 감쌀 수 없다고 믿었다. “너 머리가 아픈 거야?”당천도는 비웃었다. “너 병부 사람으로서 병부 대장로님이 우리 대장님을 몇 번이나 9대 병부 대장으로 초청을 했던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야?”“우리 대장님이 고개만 끄덕이면 앞으로 그는 병부 대장로님이 되실 거야!”“게다가 너는 말할 것도 없고 너희들 용가와 방가네 집 주인이 여기에 서 있었다고 해도 나는 그들에게 한 마디 했을 거야!”“하현에게 미움을 산 건 나 당천도에게 미움을 산 거고 당도대 전체에게 미움을 산 거라고!”“못 믿겠으면 네 큰 형님에게 한 번 보라고 해!”“너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게!”“병부 사람으로서 부하들을 데리고 위세를 떨치면서 총이나 만들고 섬나라 사람들과 눈짓을 하다니!”“이것들은 다 중죄야. 너를 병부 법정에 세울 수도 있어!”“만약 네 할아버지와 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이 직접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이때 당천도의 얼굴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하현의 정체는 말하지 않았다. 단순히 용천도가 자제들과 군사들을 거느리고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병부 사람들의 존재 의미는 나라를 지키는 것이지 권세자들의 싸움꾼이나 빽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이것마저 모른다면 용천도는 꺼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현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너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고, 당도대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라니……”용천도는 이를 갈았다. “미안하지만 이 데릴사위가 아직도 군에서 복무하고, 너희 당도대 부하로 지내고 있는 거야!?”“너희 당도대는 항상 자신만만해 하지 않았어? 진영에 있는 취사병 조차도 병왕이라며?”“언제 데릴사위도 당신네 당도대에 들어가게 된 거야?”
당천도의 말을 듣고 있던 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해 하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당천도는 당시 당도대에 있을 때 그가 제일 첫 번째로 훈련시킨 전신이긴 하지만 줄곧 머리는 없었다. 그는 오늘 소식을 들으러 병원에 도착한지 불과 10여분 만에 모든 일을 정확하게 조사했다. 이것은 사실 당천도가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섬나라를 무시하는 것은 당도대의 전통이었다. 어쨌든 유라시아 전장에서는 5대 강국이 모두 패했었다. 당도대의 눈에 5대 강대국 중 하나인 섬나라는 별 것 아니었다! 이시카와 유키코의 얼굴은 예측할 수 없이 계속해서 변했지만 그녀는 곧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당천도, 나는 어찌됐든 섬나라 대사관 대사야!”“내가 여기에 있는 건 섬나라, 바로 우리 천황을 대표해서 있는 거야!”“네가 날 때렸다가 외교 분쟁이 될까 정말 무섭지 않아!?”당천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요즘 왜 이렇게 자기 멋대로인 사람들이 많지? 너 이해를 못한 거야? 그럼 내가 다시 한번 때려 줄게!”“네가 외교 분쟁을 어떻게 벌이는 지 한 번 보자!”당천도는 말을 마치고 앞으로 나서서 손바닥과 손등으로 또 뺨 두 대를 때렸다. “퍽퍽______”이시카와 유키코의 얼굴에 도장이 몇 개 더 생겼고 지금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얼굴에는 원망의 빛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지금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섬나라 대사관 대표라는 신분으로 대구에서는 어딜 가든 영향력을 크게 끼쳤고, 많은 사람들은 그녀에게 어느 정도의 경의를 표했다. 심지어 그녀는 섬나라 대그룹의 주문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상류층 인사들은 주문을 따내기 위해 그녀에게 아부를 떨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소위 그녀의 품격, 체면이라는 것은 당천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천도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죽이고 싶으면 죽일 수 있었다! 지금 이시카와 유키코는 입을 꾹 다물고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당 부지
“하나같이 용가 방계 아니면 방가 방계거나 이가 방계……”“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은 10대 최고 가문들 중에서도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잖아.”“잔심부름을 하다 보니 자기가 정말 최고 가문의 직계인 줄 아는 거야?”“내 앞에서 떠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당천도는 냉랭한 기색으로 비꼬는 말투였다. “너희 같은 사람들은 믿거나 말거나 내가 전화 한 통만 하면 지금 너희들 지위를 다 잃게 만들 수 있어!”당천도의 말을 듣고 용천웅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물론 당천도는 그렇게 큰 위엄과 능력은 없었지만 당천도 뒤에는 대장이 있었다. 만약 그가 원하기만 하면 전화 한 통으로 10대 최고 가문의 몇몇 방계를 없애버리는 것쯤은 몇 분이면 되는 일이었다. 그들 최고 가문의 방계들은 평소에는 제멋대로 날뛰었지만 대장 같은 거물을 만났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천도가 전화를 걸어 대장님의 뜻이라고 한 마디만 하면 모든 것은 완전히 끝장이었다. “가자!”이때 용천도는 계속했다가는 손해만 보고 모욕만 당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도 오늘 자기가 하현을 건드리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씨, 오늘 너 운이 좋구나. 내가 인정할게!”“근데 푸른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맑은 물은 계속 흐르는 법이야. 대구의 산은 변하지 않고 물은 항상 흐를 거야.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날들이 있을 거야!”원망스러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본 후 용천웅은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 당천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너희들보고 가도 된다고 했어?”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하현이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순간,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퍼지더니 장내를 뒤덮었다. 하현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상황에서 하현이 뭘 하려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용천웅도 곤란한 기색으로 돌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도 조 행장의 표정을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상황이 곤란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미안해.”“미안하다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조롱하고 모욕했으며 내 아내를 불러서 내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했지.”“지금 와서 마지못해 사과하면 모든 것이 다 없던 일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정말로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것 같냐고?”김나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차갑게 내뱉었다.“하현! 설령 이 돈이 당신 계좌에 있다고 해도 결국 빌린 돈일 뿐이잖아!”“돈을 빌린 것뿐이야! 결국 갚아야 되는 돈이라고! 알기나 해!”“자기가 정말로 뭐 거물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적당히 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뛰는 꼴이라니!”설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됐어. 이건 오해였어.”“나나는 김 씨 가문 사람이니까 화해한 걸로 치고 좋게 생각해.”“김 씨 가문 사람?”하현은 헛웃음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든, 간 씨 가문이든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자격은 없어!”그는 말을 하면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조 행장님. 제가 기회를 드렸는데도 당신들은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군요.”“그렇다면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드리죠.”“지금 이 자리 당신이 꺼지든지, 아니면 저 여자가 꺼지든지.”“결정하시죠!”김나나는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 뭐 잘못 먹었어?”“정말 당신이 뭐 대단한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아?”“내가 꺼지든지, 아니면 행장님이 꺼지든지 하라고?!”“허! 드라마는 아주 많이 본 모양이지! 어디서 갑질 회장님 흉내를 내려고 해?!”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천일그룹을 이용해 이들을 밀어붙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조 행장은 천일그룹을 경외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운 대상은 아니었다.어쨌든 천일그
”뭐라구요?”김나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행장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우리가 알고 있는 그 천일그룹이 하현한테 이천억을 보냈다구요?”“그럴 리가요?”“말도 안 돼요!”조 행장은 싸늘해진 얼굴빛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 사람은 당당한 풍채에 실력까지 갖춘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천일그룹 회장님도 믿고 돈을 보낸 거겠죠!”“하 세자가 하현에게 이천억을 빌려준 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말도 안 돼요!”김나나가 버럭 화를 냈다.“데릴사위이자 여자한테 빌붙어 벌어먹는 놈이 어떻게 천일그룹 하 세자와 인연이 있겠어요?”“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김나나는 하현이 블랙골드 카드의 소유자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조 행장님, 다시 한번 전화해서 분명하게 물어보세요.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신분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여전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하현이 이천억을 준비했다니!설은아는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김나나, 하현과 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어.”“게다가 하 세자를 도와주었으니 그가 이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됐어! 설은아, 이 쓰레기 같은 남자 두둔하려고 애쓰지 마. 하현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김나나는 아예 믿으려 하지 않았다.“하 세자가 누구야? 강남에서 손꼽히는 거물인데 그가 못할 일이 뭐 있겠어?”“하현같이 쓸데없는 인물이 하 세자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말을 마치자마자 김나나는 진지하고 엄정한 얼굴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행장님, 다시 한번만 더 확인해 보세요.”“정말 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천억을 받은 게 맞다면 우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게요!”
김나나는 하현이 가지고 있던 블랙골드 카드의 발행연도가 몇 년 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데릴사위가 신분을 숨긴 거물인 건가?그러자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다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대단한 거물이 뭐 하러 남의 집 데릴사위를 해?말도 안 되지!김나나는 실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알겠어. 분명 몇 년 전에 어디서 돈을 훔친 거야. 틀림없어!”“사건이 탄로 날까 봐 몇 년 동안 쓰지도 못하고 감춰둔 거고.”“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움직일 준비를 한 거지!”“정말 음흉하고 간교한 놈이야!”김나나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까?”“블랙골드 카드에서 돈을 출금하게 되면 은행은 그 돈의 출처를 조회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지?”“당신이 그 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아주 끝장나는 거야!”“이 정도면 감옥에 처넣기 충분해!”설은아는 무심결에 하현에게 시선을 휙 돌렸다.“하현, 이게 도대체...”하현은 설은아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 밥을 먹다가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돈을 좀 준비해 두라고 했어. 오늘 그 돈이 잘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이 안에 이천억이 들어 있으니 당신이 겪고 있는 자금난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이 일을 설은아에게 선뜻 말하기 어려워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게 되었다.“은아의 자금난을 해결해?”“이천억을 단번에 준비했다고?”김나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이천억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어? 지금 드라마 찍는 줄 알아?”“당신 바보야? 아님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야?”이때 조 행장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어제 이천억이 우리 은행에서 발행된 블랙골드 카드에 입금된 건
정상적으로 데릴사위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는가?블랙골드 카드까지?백억이 무슨 장난인가?몇몇 아리따운 여직원들도 하나같이 입꼬리를 치켜들고 경멸의 빛을 쏘아보냈다.남자가 되어서 여자한테 빌붙어 얻어먹고 사는 것도 모자라 여자의 돈을 몰래 빼내서 블랙골드 카드까지 만들다니!이런 남자는 그 자체로 망신이고 도덕적으로도 완전히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는 존재였다.돼지우리에 가둬야 딱 맞을 정도였다.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안에 있는 돈, 내 돈이야.”“뭐? 당신 돈이라고?”김나나는 냉소를 흘렸다.“밥벌이도 못해서 은아한테 빌붙어 사는 주제에 어떻게 이 많은 돈이 났다는 거야?”“설 씨 집안의 돈을 훔친 게 틀림없어!”“당신, 이거 불법인 거 알아? 하늘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김나나는 핸드폰을 꺼내 설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분명 이 일을 빌미로 하현을 설은아에게서 떼어 놓으려는 속셈인 것이다.그런 다음 정정당당하게 그녀의 오빠를 설은아에게 소개해서 둘을 연결할 생각이었던 것이다.“당신이 이러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야.”하현은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행장님을 만나야겠어.”“뭐라고? 당신이 만나고 싶다고 하면 행장님이 어서 오세요 하고 만나 준대? 허!”김나나는 혐오와 경멸이 가득 뒤섞인 얼굴로 계속 퍼부었다.“은아가 와서 당신이 설 씨 집안 돈을 훔친 걸 알면 당신은 완전히 끝장이야!”하현과 설은아가 재혼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생각을 떠올리자 그녀의 가슴이 벅차올랐다.“나나, 무슨 일이야?”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에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멈추었고 설은아는 쏜살같이 차에서 내렸다.하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설은아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감돌았다.“하현, 당신 여기서 뭐 해?”이때 2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띵’소리를 내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우아한 분위기의 중년 남자가 몇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걸어왔다.
”당신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설 씨 집안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는데도 그걸로 모자라?”“그래서 이젠 은아의 돈까지 훔쳐 쓰려고 하는 거야?”“그 돈으로 뭘 할 생각이야? 설마 내연녀 명품백이나 사 주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김나나는 싫은 티를 팍팍 내며 하현을 도둑만도 못한 남자 보듯 헐뜯었다.은행 직원들과 고객들도 모두 하나둘씩 고개를 갸웃거리며 데릴사위 주제에 주제를 모른다는 둥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얘기 다 끝났어?”하현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할 말 다 했으면 저리 가. 업무 방해하지 말고!”만약 상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하현은 벌써 뺨을 후려갈겼을 것이다.“경고하는데! 잘 들어!”“3일 주겠어!”“3일 안에 은아 곁에서 사라져!”“재결합이라니! 흥 재결합이라니?!”“꿈도 꾸지 마!”“내 말 똑똑히 들어. 은아는 당신이 그렇게 갖고 놀 여자가 아니야!”김나나는 세상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치켜세웠다.눈을 아래로 한껏 내리깔고 하현을 바라보던 그녀는 매서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무엇보다 우리 오빠가 이제 곧 퇴원해.”“우리 오빠가 보는 앞에서 감히 당신이 은아한테 찝쩍거린다면 우리 오빠한테 혼쭐날 거야! 알아?!”하현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김나나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곧장 VIP 창구로 가서 블랙골드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안에 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해 주세요.”“솩!”하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나나는 얼른 돌진해 그의 카드를 중간에서 가로챘다.“내가 부행장이야. 어디 당신 카드나 좀 보자고!”“뭐? 블랙골드?”고혹적인 빛을 띠는 블랙골드 카드를 보며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신분이 아주 높거나 재산이 많다.금정 같은 곳에서도 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상류층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잠깐만! 블랙골드에 당신 이름이 여기
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무슨 충고?”“옛날부터 불로장생하는 것과 풍수는 깊은 연관이 있어.”“당신이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야. 뱀을 동굴에서 나오게 유인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증거가 될 만한 뭔가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은 유명한 풍수지리사가 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그래서 말인데, 풍수관을 차리는 건 어때?”“한편으론 조심스럽게 그들의 동태를 살필 수도 있고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지.”“더욱 중요한 것은 금정이 오래된 고도로서 기괴한 일이 적지 않다는 거야.”“소문난 풍수지리사로 이름을 날리며 금정에 많은 인맥을 쌓는다면 당신한테 나쁠 것도 없잖아?”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리가 있어. 역시 금정 간 씨 가문 아가씨다워!”“풍수지리사라, 흥미로운 직업이지.”“하지만 난 풍수를 전문적으로 보는 풍수지리사가 아니야.”간민효는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당신이 관심만 있다면 내가 나머지는 모두 처리할게!”“가게든, 직원들이든, 자격증이든 모든 것들 다!”“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다른 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게 내가 다 준비할게!”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그렇게 해! 아무 문제없어!”말을 하는 사이 차는 어느덧 금정은행 입구에 도착했다.하현은 전에 이슬기에게 현금 이천억을 마련하라고 한 일이 있어서 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설은아는 돈 쓸 곳이 별로 없다고 했지만 불시의 상황에 미리 대비해 놓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금정은행 로비에 들어서자 하현은 로비 매니저를 향해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VIP실이 어디죠?”어쨌든 이런 고액의 업무는 귀빈실에서 처리해야 한다.“어머? 당신 그 데릴사위 아냐?”바로 그때 주변에 향기로운 꽃향기를 풍기며 높은 하이힐만큼이나 콧대를 치켜세운 아름다운 여자가 하현 앞에 나타났다.하현은 눈앞의 여자를 희미한 눈길로 바라보
형나운은 결국 하현을 주인이라 불렀다.그때 간민효가 하현을 데리러 왔고 형 씨 가문 집사가 공손하게 백억짜리 수표를 건네는 것을 보았다.형 씨 가문은 골동품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홍익이라는 거대한 수장이 없다면 형 씨 가문의 사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진정한 후계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형 씨 가문에게 형홍익의 생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하현이 형홍익을 구한 것은 형 씨 가문 전체를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래서 형 씨 가문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에게 사례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비록 돈을 받을 뜻은 없었지만 그래도 성의를 생각해서 받았다.그러고 나서 간민효의 페라리에 올라타 형 씨 가문을 떠났다.차 안에서 하현은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간민효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민효, 당신은 내가 어르신을 구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액셀을 밟던 간민효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엄도훈의 팔괘경과 삼촌의 구안천주가 같은 곳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당신이 엄도훈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삼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어.”하현은 어안이 벙벙한 채 눈을 크게 치켜떴다.“같은 곳에서?”간민효는 담담하게 어조로 말했다.“같은 조직이라고 해야 하나?”“역사의 그늘 속에서 신비롭게 존재하는 조직.”“이번에 그들이 엄도훈과 삼촌한테 이런 짓을 한 것은 아마 십중팔구 금정의 몇 개 은둔가를 직접 겨냥하고 저지른 게 틀림없어.”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장생전?”하현이 이 세 글자를 꺼내자 간민효는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며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다.차는 굉음을 내며 멈춰 섰고 간민효는 놀란 눈을 한 채 가쁘게 숨을 들이마셨다.“하현, 당신이 어떻게 장생전을 알아?”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남양의 페낭에서 이 조직과 한 번 맞붙어 당한 적이 있어.”“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번에 내가 금정에 온 이유가 아내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