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천도는 거침없이 비꼬는 표정을 지으며,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용천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용천웅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는 대장의 정체를 알 자격이 없다. 대구 병부 사람들이 몇 사람이 왔든 무릎을 꿇어야 했다. 용천웅의 큰 빽 노심태가 왔다고 하더라도 대장을 만났으면 먼저 무릎을 꿇어야 한다. 용천웅은 필사적으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감히 번호를 누르지 못했다. 그는 당천도가 대구 병부 제1전신이라고 불리는 이상 노심태가 절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 병부에는 규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총지휘관에게 미움을 사느니 당천도에게는 미움을 사지말자는 것이었다. 그는 당도대에서 나온 전신이고 그 전설의 부대는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전화조차 못 걸겠어?”당천도는 담배를 피우며 건들건들하게 입을 열었다. 용천웅은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당천도, 너 너무 깔보지 마. 너……”“퍽______”당천도는 앞으로 나서더니 용천웅을 다시 발로 걷어차 땅에 쓰러뜨린 후 차갑게 말했다. “깔봐? 내가 오늘 너를 어떻게 깔봤는데?”“잘 들어. 우리 형님께 미움을 산 건 나에게 미움을 산 거고, 당도대 전체에게 미움을 산 거야!”“너를 깔보면 어떻게 되는데?”“너를 밟으면 어떻게 되냐고?”“네 얼굴을 때리면 또 어떻고?”“너 같은 건달은 고사하고 방현진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너희 용가 도련님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난 그대로 밟을 수 있어.”“전화해서 물어 봐. 내가 그들의 얼굴을 때린다고 그들이 나를 반격할 수 있는지?”용천웅은 얼굴이 새 파랗게 질렸고 감히 대답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방현진이 감히 반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천도 전신의 신분이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아무리 최고의 가문이라도 함부로 전신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이 놈의 배후에는 전신들과 병왕의 무리
지금 용천웅은 비록 얼굴은 부어 있었지만 여전히 자리를 되찾고 싶어했다. 그는 용가와 방가의 이름에 기대어 당천도를 제압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또한 이미 퇴역한 지 3년이 된 대장이 당천도를 대신해 데릴사위를 감쌀 수 없다고 믿었다. “너 머리가 아픈 거야?”당천도는 비웃었다. “너 병부 사람으로서 병부 대장로님이 우리 대장님을 몇 번이나 9대 병부 대장으로 초청을 했던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야?”“우리 대장님이 고개만 끄덕이면 앞으로 그는 병부 대장로님이 되실 거야!”“게다가 너는 말할 것도 없고 너희들 용가와 방가네 집 주인이 여기에 서 있었다고 해도 나는 그들에게 한 마디 했을 거야!”“하현에게 미움을 산 건 나 당천도에게 미움을 산 거고 당도대 전체에게 미움을 산 거라고!”“못 믿겠으면 네 큰 형님에게 한 번 보라고 해!”“너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게!”“병부 사람으로서 부하들을 데리고 위세를 떨치면서 총이나 만들고 섬나라 사람들과 눈짓을 하다니!”“이것들은 다 중죄야. 너를 병부 법정에 세울 수도 있어!”“만약 네 할아버지와 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이 직접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이때 당천도의 얼굴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하현의 정체는 말하지 않았다. 단순히 용천도가 자제들과 군사들을 거느리고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병부 사람들의 존재 의미는 나라를 지키는 것이지 권세자들의 싸움꾼이나 빽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이것마저 모른다면 용천도는 꺼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현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너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고, 당도대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라니……”용천도는 이를 갈았다. “미안하지만 이 데릴사위가 아직도 군에서 복무하고, 너희 당도대 부하로 지내고 있는 거야!?”“너희 당도대는 항상 자신만만해 하지 않았어? 진영에 있는 취사병 조차도 병왕이라며?”“언제 데릴사위도 당신네 당도대에 들어가게 된 거야?”
당천도의 말을 듣고 있던 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해 하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당천도는 당시 당도대에 있을 때 그가 제일 첫 번째로 훈련시킨 전신이긴 하지만 줄곧 머리는 없었다. 그는 오늘 소식을 들으러 병원에 도착한지 불과 10여분 만에 모든 일을 정확하게 조사했다. 이것은 사실 당천도가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섬나라를 무시하는 것은 당도대의 전통이었다. 어쨌든 유라시아 전장에서는 5대 강국이 모두 패했었다. 당도대의 눈에 5대 강대국 중 하나인 섬나라는 별 것 아니었다! 이시카와 유키코의 얼굴은 예측할 수 없이 계속해서 변했지만 그녀는 곧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당천도, 나는 어찌됐든 섬나라 대사관 대사야!”“내가 여기에 있는 건 섬나라, 바로 우리 천황을 대표해서 있는 거야!”“네가 날 때렸다가 외교 분쟁이 될까 정말 무섭지 않아!?”당천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요즘 왜 이렇게 자기 멋대로인 사람들이 많지? 너 이해를 못한 거야? 그럼 내가 다시 한번 때려 줄게!”“네가 외교 분쟁을 어떻게 벌이는 지 한 번 보자!”당천도는 말을 마치고 앞으로 나서서 손바닥과 손등으로 또 뺨 두 대를 때렸다. “퍽퍽______”이시카와 유키코의 얼굴에 도장이 몇 개 더 생겼고 지금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얼굴에는 원망의 빛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지금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섬나라 대사관 대표라는 신분으로 대구에서는 어딜 가든 영향력을 크게 끼쳤고, 많은 사람들은 그녀에게 어느 정도의 경의를 표했다. 심지어 그녀는 섬나라 대그룹의 주문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상류층 인사들은 주문을 따내기 위해 그녀에게 아부를 떨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소위 그녀의 품격, 체면이라는 것은 당천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천도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죽이고 싶으면 죽일 수 있었다! 지금 이시카와 유키코는 입을 꾹 다물고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당 부지
“하나같이 용가 방계 아니면 방가 방계거나 이가 방계……”“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은 10대 최고 가문들 중에서도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잖아.”“잔심부름을 하다 보니 자기가 정말 최고 가문의 직계인 줄 아는 거야?”“내 앞에서 떠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당천도는 냉랭한 기색으로 비꼬는 말투였다. “너희 같은 사람들은 믿거나 말거나 내가 전화 한 통만 하면 지금 너희들 지위를 다 잃게 만들 수 있어!”당천도의 말을 듣고 용천웅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물론 당천도는 그렇게 큰 위엄과 능력은 없었지만 당천도 뒤에는 대장이 있었다. 만약 그가 원하기만 하면 전화 한 통으로 10대 최고 가문의 몇몇 방계를 없애버리는 것쯤은 몇 분이면 되는 일이었다. 그들 최고 가문의 방계들은 평소에는 제멋대로 날뛰었지만 대장 같은 거물을 만났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천도가 전화를 걸어 대장님의 뜻이라고 한 마디만 하면 모든 것은 완전히 끝장이었다. “가자!”이때 용천도는 계속했다가는 손해만 보고 모욕만 당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도 오늘 자기가 하현을 건드리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씨, 오늘 너 운이 좋구나. 내가 인정할게!”“근데 푸른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맑은 물은 계속 흐르는 법이야. 대구의 산은 변하지 않고 물은 항상 흐를 거야.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날들이 있을 거야!”원망스러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본 후 용천웅은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 당천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너희들보고 가도 된다고 했어?”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하현이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순간,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퍼지더니 장내를 뒤덮었다. 하현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상황에서 하현이 뭘 하려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용천웅도 곤란한 기색으로 돌
“하현, 너 은혜를 모르는 구나!”“우리는 천도 전신과 대장의 체면을 봐서 너와 이런 것들을 따지지 않은 거야!”“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포기하는 거야!” “정말 누구도 끝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넌 누가 먼저 죽을 거 같아?”방수미는 지금 극도로 안 좋은 기색으로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오늘 원래 하현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결국 당천도의 등장으로 하현은 일말의 위기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용천웅을 땅에 짓밟아 버렸다. 10대 최고 가문 출신이 연경 방가의 방수미로 말할 것 같으면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현 이 데릴사위가 다른 사람들의 권세를 등에 없고 계속 위세를 떨치고 거드름을 피울 수 있는 것인가!그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이때 하현이 이해를 못해 이성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용천웅과 방수미를 도발하다니, 방수미는 그의 얼굴을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쨌든 방수미의 생각으로 하현 같은 풀 뿌리는 그들과 같은 거물들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 “너 나를 가르치려고?”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이 방수미가 정말 이 지경까지 됐는데도 자신을 가르치려고 하다니?방수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게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전에는 장 어르신과 임 선생님을 믿고 거들먹거리더니, 지금은 또 당 전신을 믿고 우리 앞에서 뻐기고 있네!”“근데 네가 무슨 실력이 있는지, 무슨 힘이 있는지 네 스스로 조금도 생각을 못 해봤어?”“너 같은 풀뿌리는……”“닥쳐!”하현은 방수미가 다시 무슨 말을 하려는 데 듣기가 귀찮은 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방수미는 마치 누군가에게 목이 졸린 오리처럼 목소리가 뚝 끊겼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더 없이 안 좋은 기색으로 말문이 막혀 죽을 뻔했다. 하현은 그녀를 외면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용천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두 손, 두 발이면 이번 일은
세 여자들이 보기에 이때 하현은 머리에 물이 차서 허황된 망상을 하고, 미치도록 날뛰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사람은 관을 보지 않고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황하에 가지 않으면 죽음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를 죽여야만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풀뿌리 하나가 그들 같이 권력을 가진 귀하신 분들의 자제들을 도발하다니!?당천도가 이렇게 날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뒤에 있는 전신의 신분, 전설의 대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 하현은 뭐에 기댈 건데?대구 정가에 기대려고? 기둥서방 실력으로?진주희조차도 하현의 실력은 믿을 수 있었지만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쾅______”용천웅은 군말 없이 간격을 좁히며 한 발로 걷어 차 맹렬한 기세로 쓸어버리려고 했다. 이것이 전설의 무영다리이다. 속도가 아주 빠르고 맞으면 가슴뼈까지 부러뜨릴 수 있었다. 지금 용천웅은 당천도에게 받은 화를 하현에게로 발산하려고 한 것이 분명했다.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하현을 죽이지 않고 불구로 만드는 것이었다. “죽어라. 이 쓰레기야! 데릴사위!”용천웅은 마음 속으로 비웃으며 살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하현은 상대편의 벼락 같은 일격에도 담담한 기색이었고 조금도 움직일 마음이 없었다.방수미와 사람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고 하현이 아주 놀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하현이 인도의 암살 대사는 제압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강철대 부지휘관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이 쌍방은 결코 같은 급이 아니었다! “퍽______”머지않아 한 발이 곧 날아갔다. 방수미, 이은미 등 사람들은 동시에 연이어 비웃었다. “당 전신, 봤지?”“이것이 바로 네가 감싸고 있는 사람이야!”“이런 사람을 네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어? 너는 네 체면이 구겨지는 게 무섭지도 않아!?”다들 비꼬는 얼굴로 하현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지켜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퍽______”그러나
“하현은 데릴사위 아니야?”“그가 용문 대구 지회장 신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용문은 용가 소속이잖아?”“용가의 하인이 감히 용천웅을 도발하다니?”“게다가 이렇게 많은 병부 사람들 앞에서 화기를 쏘다니……”“이 사람, 죽으려고 작정을 했나?”이시카와 유키코는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이 남자가 앞으로 그녀의 악몽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너무 독하다! 독하기로 소문난 섬나라 사람이라 해도 비슷한 인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실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용천웅 자신 조차도 충격을 받아 실성할 정도였다.그는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은 하현에게 뺨을 맞고 날아갔다고?그리고 하현이란 놈은 당천도의 화기를 가지고 쉽게 자신의 사지를 부러뜨렸다! 그에게 어떻게 이런 배짱이 있을 수가!?지금 용천웅은 마음속에 의혹이 가득 찼고 계속해서 떨렸다. 하현의 담력은 비범했고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이때 하현이 오른손을 움직였다간 정말 자신의 머리가 깨질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이때 화살이 활시위에 놓여져 있어 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용천웅은 안색이 변한 후에야 매섭게 말했다. “하씨, 너 지금 네가 뭘 하려고 하는 지 알아야 돼.”“내 병부 신분이든, 용가 신분이든, 네가 나를 이렇게 대하다간 죽을 거야!”“너 능력이 있으면 오늘 날 죽여봐. 그렇지 않으면……”“펑!”하현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용천웅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전력을 다해 머리를 한쪽으로 돌렸다. 총알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그의 뒤쪽에 있던 벽에 구멍을 하나 남겼다. 하마터면 그는 하현에게 직격탄을 맞을 뻔했다. 용천웅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그는 부르르 떨며 더듬거리며 말도 거의 내뱉지 못했다. “왜? 너 대단하다며?”“죽는 것도 안 무서워한 거 아니야?”“왜 피했어?”하현은 비꼬는
하현은 웃으며 생수 한 병을 꺼내 던져주며 말했다. “천도야, 내 앞에서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 없어.”“넌 지금 대구 병부 부총지휘관이잖아. 나는 일개 평민에 불과해.” “내 앞에서 경례하다가 들키면 네 체면이 구겨져.” 당천도는 진지하게 말했다. “대장님, 농담이시죠? 한번 대장님의 병사는 평생 대장님의 병사입니다.”당천도의 모습을 보고 하현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앉으라고 손짓을 한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제때에 왔네. 원래는 너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방수미가 규정을 어기는 바람에 이렇게 됐네. 나를 탓하지 마.”당천도는 숙연한 얼굴로 말했다. “대장님, 제 부하는 대장님의 부하입니다!”“대장님이 우리를 쓰시려고 하시는 건 저희 병사들에게는 큰 복입니다!”“기회를 마련해서 대구 병부에 오셔서 한 수 가르쳐 주세요!”“그들에게는 불길한 징조가 되겠죠!”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좋아. 일을 마치고 나면 대구 병부에 한번 들를게.”“그리고 노심태에게 전해. 용천웅 같은 사람을 쓸 거면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네!”당천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약간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대장님, 제가 전에 제 큰 형님에게 소식을 받았는데, 대장님께서 대구 쪽에 오셔서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신다고 들었습니다.”“그래서 지금 그 사람들은 대장님의 신분을 모릅니다.”“예를 들어 방현진은 오늘 일로 대장님에게 복수할 기회를 찾을 게 분명합니다.”“반드시 조심하셔야 해요!”“무슨 일이 생기든 전화 한 통화만 주시면 저와 제 부하들 3천 명을 데리고 가겠습니다.”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용천웅이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으면 난 너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을 거야.”“내 말을 명심해. 병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나라를 지키는 것이지 아무 사람의 무기가 되는 게 아니야!”……다음 이틀 동안 대구 전역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하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