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모두가 묻고 싶은 말을 주건국이 묻자 이소연과 주시현은 하현을 주시했다. 후지와라 미우 등 인터넷 스타들도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변승욱 조차도 조금 복잡한 기색으로 하현에게서 무슨 단서를 찾으려고 애를 썼다. 하현은 웃으며 자리에 기대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임 선생님이 저에게 이 별장을 줄 때 저는 정말 관심이 없었어요.”“근데 제가 막 대구에 와서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 지 몰라 어쩔 수 없이 받은 거예요.”“명의 이전이 아직 다 마쳐진 건 아니에요.”하현의 이 가벼운 말을 듣고 모두들 피를 토할 뻔했다. 전에는 다들 하현이 뻐기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하현이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의 말투로 볼 때 그는 아직 이 1호 별장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 심지어 입주 하자마자 사람들을 시켜 리모델링을 시킨 것이다. 이것은 하현이 식견이 넓다는 것을 말해줄 뿐만 아니라 돈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다른 사람 같았으면 이렇게 별장을 함부로 꾸밀 수 없었을 것이다. 리모델링을 하다가 망치거나 돈이 많이 들까 두려워하지 않았겠는가?하현은 돈 몇 푼 드는 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이런 점이 납득이 되자 다들 더욱 피를 토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현, 미안해. 내가 오해했어.”주건국은 한숨을 내쉬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아저씨야 말로 최고로 잘난 체 하는 사람인 거 같네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저를 위해서 그러셨다는 거 알아요.”“그러니 아저씨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확실하게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주건국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야. 내가 네 아줌마처럼 색안경을 끼고 너를 너무 낮게 봤어.”“아저씨, 그만 하세요. 자, 자, 제가 별장 구경 시켜드릴 게요. 안에는 골동품들이 많이 있어요. 듣기로 다
주씨네 11호 별장으로 돌아왔다. 다들 여전히 어색해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주건국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하현에게 2층의 귀빈 객실을 마련해주었다. 슬기와 사람들의 객실도 2층에 마련해 주어 존중의 뜻을 표했다. 변승욱도 자연스레 머물게 되었다. 몇몇 인터넷 스타들 중 오로지 후지와라만 머물 것을 요청했고 다른 사람들은 방이 없어 아쉬움을 안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방을 배정하고 난 후 하현도 방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오늘 하루 종일 바빠서 정말 피곤했다. 그가 막 누웠을 때 진주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회장님, 왕 부회장이 오늘 회장님께 전화를 드렸나요?”“연회에서 만났을 때 그가 회장님과 얘기 했었죠?”전화 맞은 편에서 진주희의 깍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가 전에 다음주에 연회가 있다고 내가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소식을 전했었어.”“그 동안은 내부 분쟁 때문에 용문 대구 지회 내부에 분열이 조금 있었다고 했잖아.”“지금은 통합이 됐으니 당연히 용문 관련 기업, 가족 등 모두 초청해서 한번 모여야지.”“이렇게 하면 사람들의 사기를 북돋아 줄 뿐 아니라 용문 대구 지회의 인맥을 다시 모을 수 있어.”“가장 중요한 건 나보고 용문을 위해 정식적으로 나서달라는 거야.”여기까지 말하고 하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역시 늙은 여우라고 불릴 만 해. 나보다 세상 물정에 더 훤해.”이렇게 말했지만 하현은 오히려 거절했다. 그가 대구에 와서는 조용히 행동해야 했다. 이렇게 지나친 일들은 그에게 적합하지 않다. 진주희는 공손하게 말했다. “지회장님, 이 모임의 목적을 아시면서 왜 거절을 하시는 건가요?”“다들 지회장님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데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가든 안가든 무슨 차이가 있어? 어쨌든 지금 용문 대구 지회는 이미 통합이 됐잖아. 네가 나를 대표하면 그만이야.”진주희는 말했다. “지회장님, 지금 얼마나 많
공적인 얘기를 다 마친 후 하현은 또 지시를 내렸다. 더 많은 인력을 보내 별장의 공사 진행속도를 높이도록 했다. 어쨌든 이것은 작은 규모의 리모델링에 불과했으니 며칠 안에 해결할 수 있었다. 너무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진주희는 방탄유리와 보안문까지 잘 준비해서 매번 사람들에게 문과 창문을 열어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하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 별장은 자신이 들어온 이 후로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았다. 며칠 만에 몇 차례나 사람들이 죽어나갔는지 모르겠다. 단단한 자재를 주문하지 않고는 인테리어를 할 수가 없었다. 매번 다시 보수하는 일은 정말 번거로운 일이다. 게다가 섬나라 신당류가 자신에게 소위 암살 명령을 내렸으니 앞으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은 없을 것이다. 이 생각에 하현은 밤을 틈타 대구에 있는 신당류 도관을 찾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싸워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충동을 억눌렀다.일들을 처리하고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그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누우려고 할 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현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슬기 일거라고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향긋한 그림자가 바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하현은 돌아서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방에 나타난 사람은 슬기가 아니라 목욕을 반쯤 마친 후지와라 미우였다. 이 가짜 외국 여자는 자신의 섹시한 몸을 타올로 감싸고 머리카락에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두 손과 옥처럼 반짝이는 긴 다리를 드러내 참지 못하고 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이때 그녀는 괴상야릇하게 유혹을 했다. 하현은 정신을 차리고 차갑게 말했다. “후지와라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하 도련님, 죄송해요. 욕실에 뜨거운 물이 안 나와서 아직 다 씻지 못했어요!”“제가 좀 써도 괜찮겠죠?”말을 마치고 그녀는 하
하현은 어처구니 없어하며 어두운 미소를 지었다. 누가 부잣집 오빠도 받지 못한 대접을 받고 싶다고 했나? 하현의 어색함을 느낀 듯 후지와라 미우는 여전히 유혹하며 연신 웃음을 날렸다. “하 도련님, 이런 일들은 여자들은 항상 당하고 남자들은 어떻게든 다 누리잖아요.” “겁먹은 거예요? 아니면……”“당신은 안돼요!”이 말을 할 때 그녀는 약간 도발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후지와라는 남자들은 어떨 땐 이런 유혹보다 도발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어떤 남자들은 이런 도발하는 말을 들으면 참지 못하고 여자에게 교훈을 주면서 그녀에게 자신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알게 해주었다! 하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다른 뜻은 없어요. 근데 당신 잊은 거예요? 나는 슬기의 경호원이에요.”“나는 여기서 경호원 역할을 하기 위해 있는 거지 다른 일을 하러 온 게 아니에요.” 후지와라 미우는 말했다. “경호원? 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내가 방금 샤워하기 전에 변승욱이 슬기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봤거든요.”“야밤에 마른 장작에 거센 불이 붙듯 외로운 남녀가 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훼방을 놓을 생각은 아니죠?”이 말을 듣고 하현은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그는 슬기가 변승욱을 너무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 변승욱이 슬기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으니 만에 하나라도 일이 생기면……그러자 하현의 안색이 변했다. 방에 있던 후지와라 미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방문을 열고 슬기의 방으로 돌진했다. 이때 슬기의 방에서 마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현은 많은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방문을 발로 걷어찼다. 하현은 곧장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슬기가 잠옷을 입고 찻상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희고 투명한 발가락을 감싸고는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현은 재빨리 뛰어들어가 주위를 둘러본 후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후지와라 미우가 변
하현은 자신이 슬기가 걱정 돼서 들어왔다고 설명하기가 어려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일 없으면 먼저 갈게.”슬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회장님, 원래 내일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기왕 오셨으니 오신 김에 말씀 드릴게요.” “응?”하현은 슬기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때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슬기는 핸드백에서 서류를 꺼내 하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대구 개펄의 상업용 지대로 전에 항성 대가문의 손에 있었어요.” “30년 동안 개발이 되지 않은 관계로 이 땅은 또 관청의 손으로 돌아왔어요.”“그리고 대구 관청 쪽에서는 지금 이 땅을 경매에 내놓기로 했어요.” “내일 보타 경매장에서 경매가 열리는 데 이 땅을 판대요.”“이 땅은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만약 이 땅을 가져와 상업 센터를 새로 지을 수 있다면 우리 천일그룹이 대구에서 이남까지 확장하는 데 좋을 거예요.” “그래서 회장님께서 이 땅을 가져와 주십사 말씀 드려요.” 하현은 자료를 받고 몇 번 살펴보고는 조금 흥미가 더 생겼다.알다시피 현재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은 나가주이고, 이 공터는 나가주의 가장 중심부에 있었다. 게다가 이 땅은 경매 시작 가격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만약 싼값에 시작할 수 있다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천일그룹이 계속해서 국내에서 확장하려고 한다면 대구 국제 대도시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내일 준비해봐. 땅 가지러 가자.” “자금은 문제 없어. 남원에 가서 자급을 조달하지 않더라도 대구에 있는 내 자산만으로도 2조원정도는 현금으로 낼 수 있어.”슬기는 살짝 고개를 숙인 후 갑자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 땅의 가치 외에도 배후에 또 다른 일이 있어요.” “방현진이 이전에 대구에 온 이유도 바로 이 땅 때문이었어요.”하현은 단지 흥미롭게 여기고 있었을 뿐이
일 얘기를 마친 후 다시 애매모호한 분위기가 되었다. 둘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슬기는 눈을 깜빡 거리더니 갑자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회장님, 갑자기 제 방문을 발로 차시고는 오늘밤 어떻게 잘 쉬라는 거예요?”하현은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이렇게 하자. 네가 내 방에 가서 자. 난 여기서 잘게.”“이렇게 하면 안전할 뿐 아니라 가짜를 실제처럼, 실제를 가짜처럼 보이게 할 수 있어. 오늘 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너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어.” 말을 마치고 하현은 슬기를 도와 정리를 하고 두 사람은 바로 옆 하현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막 하현의 방에 들어가자 슬기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졌다. 얼굴에 한 줄기 의혹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에요!”슬기는 약간 의아했다. 그녀는 향기가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를 맡았다. 이 향기는 남자에게서 맡을 수 없는 향기였다. 그리고 이 집은 새집인데 어떻게 이런 향기가 날 수 있지?하현은 슬기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고 실소하며 말했다. “왜? 너 내가 미인이라도 숨겨둔 거 같아?”슬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 회장님, 회장님이 미인을 숨겨놓으셨다고 해도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하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한 마디 묻고 싶었다. 너는 도대체 나랑 관계를 맺고 싶은 거야? 아니면 나랑 관계가 없기를 바라는 거야?하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욕실 문이 갑자기 열렸고 안에서 향긋한 향기를 풍기며 후지와라가 걸어 나왔다. “하 도련님, 타올 좀 하나 갖다 주세요. 제건 이미 젖어서요……” 곧이어 하현과 슬기의 시야에 예쁜 얼굴이 내비쳐졌다. 후지와라 미우는 복숭아처럼 화사한 얼굴에 눈동자에는 애매모호한 빛을 띠었다. 어깨와 길고 가느다란 허벅지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눈처럼 하얀 빛이 하현을 어지럽게 했다. 슬기는 살짝 어리둥
“솔직히 말해서 오늘 특별히 후지와라 미우에게 1호 별장을 보여준 게 이 인터넷 스타를 꼬시려고 그러신 거 아니에요?”“회장님이 특별히 그녀에게 봉쇄한다고 말했는데 그녀가 자발적으로 회장님에게 와서 대본에 대해 얘기하게 하려고 그러신 거 아니에요?”슬기는 좁고 긴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치 무슨 증거라도 찾으려는 듯 방안을 한 바퀴 둘러 보았다. 하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설은아가 와서 자신의 ‘증거’를 조사하러 왔다면 모를까 슬기는 뭔가? 그러자 그는 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슬기, 너 나 알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가짜 외국 놈인 거. 그런데 내가 어떻게 후지와라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겠어?”“걱정하지 마. 나랑 그녀는 완전 결백해.”“괜한 트집 잡지 마!”하현은 슬기가 그와 후지와라가 함께 어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만 슬기는 지금 어린 여학생이 질투하는 듯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 자신도 아마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야 비로소 이 애매한 상황을 더욱 이상하게 만들 수 있었다. 슬기는 코를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회장님, 무슨 트집을 잡는다고 그러세요?”“형수님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형수님께서 회장님이 대구에 오면 아무나 함부로 회장님께 오지않도록 반드시 회장님을 잘 지켜보라고 분부를 내리셨어요.”“제가 형수님께 전화를 걸면 믿으시겠어요?”하현은 머리가 아팠다. “아니. 아니야. 이런 일에 정말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그는 설은아가 자신을 믿을 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 일이 희정에게 알려지면 큰 일이었다. 슬기도 하현이 결백하다고 믿었다. 그녀가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을 후지와라가 했던 일을 떠올리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기회를 틈타 하현을 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어제는 왕주아, 오늘은 후지와라,
다음날 아침, 10시 정각. 보타 경매장. 보타 경매장은 반공식적인 경매 조직으로 대구 관청을 제외한 대구 최정상 가문들이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경매장은 대구의 모든 상류층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경매장에서는 아무도 감히 말썽을 일으키지 못했다. 길바닥 보스라고 해도 이곳에서는 더없이 조용했다. 일이 생겨도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여기서 날뛰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슬기는 아침 일찍 경매장에 도착해 구석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은 이번에 나가주 그 땅을 반드시 얻어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천일그룹이 대구에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외에도 또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이 경매가 방현진과 정면 대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현은 연경 네 도련님 중 하나인 방 도령이 어떤 능력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섬나라 신당류가 기꺼이 그에게 깡패 노릇을 하게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경매는 이미 시작되었다. 오늘 예고된 모든 물건들의 가치는 적지 않았다. 아름다운 얼굴에 정교한 화장을 하고 곱게 차려 입은 여자 경매사가 애교 가득한 표정으로 무대에서 경매를 진행했다. 첫 번째 경매품은 정교하기 그지없는 청화자로 봉황무늬가 조각되어 있어 보기 드문 명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물건의 최저가는 10억밖에 안되었지만 물건을 아는 사람들은 이 물건의 시장가가 최소 35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때 10억으로 싸게 내놓은 것은 오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져온 물건들은 모두 값비싼 것들이어서 오늘 경매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곧 이 청화자는 45억에 낙찰이 되었다. 경매물을 얻은 대가문 도련님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정도의 가격으로 청화자를 얻었으니 이미 큰 행운을 얻은 셈이었다. 이어 진귀한 경매물들이 하나 둘 등장해 경매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갑자기 경매장 문이 ‘퍽’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