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주아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다시 한번 말할게!”“나는 죽어도 너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퍽!”이번엔 정용이 끝내 참지 못하고 발로 걷어 찼다. 곧이어 왕주아의 몸이 날아갔고 침대에 부딪혔다. ‘악’하는 소리와 함께 왕주아는 피를 한 모금 내뿜으며 침대 시트를 붉게 물들였다. 피 꽃이 활짝 피자 처참하기 그지없어 졌다. “너!”왕주아는 완강하게 고개를 들고 정용을 주시했다. 그녀는 정용의 눈동자가 몹시 뜨겁다는 것을 알아챘다. 마치 그는 여자를 때리는 것을 매우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눈빛에 왕주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정용이 변태라는 소문이 떠올랐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여자를 학살하는 것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의 손에 죽은 여성은 세 자릿수에 가까웠다! “왕주아, 네 스스로 벗어.”정용은 심호흡을 하고 휴지를 꺼내 자신의 손가락을 닦으며 물 밀 듯 밀려오는 욕구를 억제하고 있었다. “네가 계속 반항을 하면 나는 정말 참지 못하고 너를 발로 걷어차 죽일 거야!”정용은 희대의 명기를 감상하듯 애석해하는 기색이었다.“퍽!”바로 그때 입구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고 곧 두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은 날아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난 후 더없이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용, 네가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다니, 내가 너희 대구 정가를 없애버리겠어!”그녀는 귀엽게 몸을 떨었다. 그녀는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왕가 홀로 들어갔다. 하현이 들어오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수십 명의 사람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자신도 모르게 하현에게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하현은 매섭게 등장했다고 할 만했다. 하지만 정용 곁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그를 주시했다. 어떤 사람은 시큰둥했고, 어떤 사람은 냉소적이었고, 어떤 사람은 비웃었다.
대여섯 명의 양복을 입은 사나이들은 흉악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손도 대지 못하고 하현에게 차여 날아갔다. 당할 자가 없다! 이것이 진정한 무적의 모습이다. “하씨 이 개자식, 죽여 버리겠어!”방승훈은 이 장면을 보고 허리춤에서 짧은 화기를 꺼내 하현이 있는 방향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왕주아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현, 조심해!”“펑!”하현은 이 홀 매니저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가 발로 걷어차자 상대방은 순간 날아갔고 짧은 화기는 옆에 양복을 입고 있던 사나이들에게 일격을 가했고, 순간 두 사람이 땅바닥을 뒹굴었다. “이게 대구 정가의 수법이야?”“어쩐지 대구 정가가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에 꼴찌라더니.”하현은 무덤덤한 기색이었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오히려 얼굴을 찰싹 때렸다. “네가 대구 여섯 세자 중 여섯 번째 정 세자라는 사실로는 나를 놀라게 할 수 없어.”정용과 유지애 등 사람들의 안색은 순간 더없이 험상궂게 변했다. 정용은 자신이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라는 것을 가장 자랑스러워했다. 이것은 그가 대구 상류권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현에게 이렇게 얼굴을 맞자 그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는 하현을 꽉 쥐어 죽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죽어버리겠어!”곧 화가 난 정용은 일어나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발을 걷어차려고 했다. 그가 발을 걷어차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정용 곁으로 다가왔다. 정용은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막 자세를 바꾸려는 순간 하현은 왼손을 뻗어 정용의 목을 조르더니 홀의 로마 기둥을 향해 격렬하게 그의 머리를 눌렀다. 고수인 정용도 온 힘을 다해 몸부림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하현은 로마 기둥에 그의 머리를 박아버렸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머리가 깨지더니 피가 흘렀다. “개자식!”유지애는 잘생긴 얼굴이 한기로 가득 차는 모습을 보며
“하현, 세자를 풀어줘. 오늘 일은 아직 돌이킬 여지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을까 무섭다!”유지애는 얼굴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지금 짧은 화기를 꺼내 하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퍽______”하현은 손등으로 정용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정용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수십 자루의 화기가 그를 향했지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 손에 있는 화기가 빠른지 아니면 내 손이 더 빠른지 시험해 보고 싶어?”말이 떨어지자 마자 하현은 천천히 힘을 주었고 정용의 창백한 얼굴은 순간 피가 쏠려 붉게 부어올랐고 눈동자는 더욱 붉어져 터질 듯했다.유지애와 사람들은 두피가 저려왔다. 하현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었지만 정용에게 영향을 미칠까 두려웠다. 이때 소식을 들은 사종국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그는 손에 화기를 들고 재빨리 왕주아를 보호했다. “화기 다 내려놔.”하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내가 너희 세자를 실수로 목 졸라 죽여서 다같이 망하게 될까 두렵네.”하현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살의는 대단했다. 유지애와 사람들은 화기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 더 큰 손해를 입게 될까 무서워 함부로 돌진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당황해 하던 정용은 반응을 하며 괴상한 미소를 드러내 보이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하현이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인마, 너 용기가 대단하다. 자기 여자를 팔아먹을 뿐 아니라 감히 내 얼굴을 때리고 대구 정가를 모욕하다니, 너 이러고도 아직 안 죽은 거야?”정용은 하현을 쳐다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능력이 있다면 나를 죽여 봐. 그렇지 않으면 오늘 내가 네 가족 전부 다 죽여 버릴 거야.”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냉담한 기색으로 정용의 왼손을 움켜잡고 손에 힘껏 힘을 쥐었다. ‘털컥’하는 소리와 함께 정용의 왼손이 골절되었다. 심한 통증이 전해지자 정용은 기절할 뻔했
“퍽!”하현은 또 정용에게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너 쓸데없는 소리를 게속하면 어떻게 되는 지 볼래?”“네가 쓸데없는 소리하면 나는 네 주인의 뺨을 때릴 거야.”“네 쓸데없는 소리가 대단한지, 아니면 내 손바닥이 대단한지 한번 보자!”유지애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하현을 씹어 삼키고 싶었지만 지금은 정말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눈앞의 이 놈이 분명 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만약 그를 풀어 놓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주아야, 너희들 먼저 가.”“별장에 가서 기다려.”하현은 주아와 사종국을 한 번 쳐다보았다. 왕주아는 떨리는 기색으로 조용하게 말했다. “안돼. 하현, 내가 가면 너는 어떡해?”하현은 웃었다. “걱정 마. 나는 아무일 없을 거야.”“그리고 네가 여기 남아 있으면 내가 손발을 쓸 수가 없어. 정말 갈 수가 없어.”왕주아는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하현은 사종국에게 눈짓을 했다. 사종국은 이때 왕주아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다. 순간 십여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이 길을 막았다. 왕주아를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퍽!”“주아를 보내.”“들었지?”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정용의 뺨을 한대 또 때렸다. 정용은 험상궂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명령을 내렸다. “그들의 길을 비켜줘.”하현의 강세에 정용은 겁을 먹은 것이 분명했다. 유지애는 이를 악물로 천천히 뒤로 물러섰고, 뒤로 물러서는 순간 그녀는 재빠르게 눈짓을 했다. “퍽!”사종국이 왕주아를 감싸고 천천히 떠나려는 순간, 두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퍽______”하현은 정용의 머리를 잡고 로마 기둥에 세게 부딪혔는데 이번에는 힘이 세서 정용의 머리를 박살낼 뻔했다. 양복차림의 사나이들은 갑자기 멈춰 섰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은 감히 도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현은 이번
“같이 안고 죽자고?”하현은 손을 뻗어 정용의 얼굴을 툭툭 치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 정 세자의 눈에 네 자신은 도자기고 나 같은 사람은 질항아리지?”“도자기가 질항아리를 안고 같이 죽겠다고?”“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정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정말 나를 화나게 했어. 너는 후회할 기회조차 없을 거야.” 멀지 않은 곳에서 방승훈이 일어서며 호통을 쳤다. “하현, 어떤 사람들은 네가 미움을 살 수 없어!”“너 세자를 종민우 같은 사람하고 비교하지 마!”“세자를 해쳤으니 네 목숨으로도 변상할 수 없어!”“퍽______”하현은 또 뺨을 때렸다. 이번에는 충분한 힘을 써서 정용의 이빨을 모두 부러뜨렸다. “봐봐. 봐봐. 네 부하가 말을 안 듣네?”“내가 진작에 말했지. 너희들이 쓸데없는 소리를 반 마디라도 하면 내가 네 뺨을 때리겠다고! 아직 다섯 대 남았어!”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다섯 대를 맞자 정용은 이를 거의 다 토해냈다. 이 장면은 유지애와 방승훈 등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아직 위협할 말이 많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정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자, 이렇게 하니까 세상이 조용해졌네?”하현은 멍들고 퉁퉁 부어 오른 정용의 얼굴을 들어올리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너희 부하들의 잡음이 없어졌으니 우리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겠다.”정용은 피를 한 모금 내뿜었다. 안색이 변하더니 잠시 후 다시 정상으로 회복됐다.“하현, 너와 나 사이에 어떤 갈등과 충돌이 있든 간에 한가지 인정할 게 있어. 너는 솜씨도 좋고 배짱도 크다는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면서 내가 상대하기 어렵다고 느낀 건 네가 처음이야.” “너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거야.”“이게 다 내가 부주의한 탓이지만 네가 강력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어.”
하현은 웃었다. “그럼 정 세자는 나를 끌어들일 작정이야?”“그럼 한번 말해 봐……”“어떻게 나를 끌어들이려고?”“나한테 뭘 줄 건데?”정용은 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시원시원하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처럼 시원시원한 사람이야!”“네가 오늘 비록 많은 형제를 때리고 내 체면을 구겼지만!”“그래도 난 여전히 널 좋게 보고 있어!”“네가 지금 무릎 꿇고 굴복하기만 하면 이제부터 너는 내 부하가 될 거야. 이전에 정호준이 내 곁에서 가지고 있었던 지위처럼 너도 내 곁에서 그런 지위를 얻게 될 거야!”“네가 무릎을 꿇기만 하면 너는 정용의 첫 번째 부하가 될 거야.”“벨라루스의 장악권도 너에게 떨어질 거야!”“이런 것을 보고 소위 벼락출세라고 하는 거야!”“이 조건 어때?”하현은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조건이 나쁘지 않네. 심지어 적수를 마주보고 이런 조건을 내놓을 수 있다니 정말 감탄했어.”“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동의할 수 없어.”정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하현은 손을 뻗어 정용의 얼굴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왜냐고?”“나한테 손을 댈 때 설마 당당한 정 세자가 내 진짜 신분을 밝혀내지 못했단 말이야?”“기왕 네가 아직도 내 진짜 신분을 파악하지 못했으니 내가 직접 말해 줄게. 어때?”정용은 안색이 갑자기 변했고 하현을 아래위로 훑어 보더니 한참 후에야 천천히 말했다. “너 도대체 누구야!?”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하현이라고 해. 이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근데 나한테는 몇 가지 신분이 더 있어. 예를 들어 설씨 집안 설은아의 데릴사위라든지……”“예를 들자면 나는 천일그룹의 회장이야.”“또 예를 들면 나는 남원에서 하 세자라고 불려……”“쾅______”이 말이 나오자 홀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했다. 정용의 표정도 갑자기 바뀌어 처음에 경솔하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했던
정용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리고 난 후 평정을 되찾고 말했다. “하 세자, 설마 나를 죽이려고 그러는 거야?”“대답을 하기 전에 내가 몇 가지 얘기를 들려줄게. 정 세자, 관심 있어?”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었다. 정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관심 없다고 하면 말 안 하려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죽게 내버려 둬야지. 말을 듣고 싶은지 아닌지는 네 일이야.”“첫 번째 얘기야.”“내 아내가 대구 정씨 집안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나는 왜 아내의 일가가 성이 설씨가 아니고 정씨인지 알아내려고 했어.”“나중에 정씨 집안 사람 중 누군가 남원에 나타났어. 네가 천일그룹 일에 개입을 한 후 내 아내가 속한 가문이 내가 생각한 것만큼 그렇게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 “나중에 대구 정가가 강남 설씨 집안을 이용하기 시작하고 모든 자원을 융합하고 나서야 대략적으로 빙산의 일각을 볼 수 있었어.” “설씨 집안은 당시 대구에서 쫓겨난 게 아니야. 설씨 집안 사람들이 강남에 흩어져 있는 건 강남의 자원을 노리고 온 것에 불과해.” “후에 내가 남원 심지어 강남까지 철통같이 경영을 하니 너희 대구 정가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설씨 집안 사람들을 한데 모아서 그 해에 흩어져 있던 힘을 되돌리려고 했던 거고.” “그리고 너희들이 직접 뽑은 설씨 가문의 주인인 설씨 어르신은 불행히도 운이 없어서 죽었고……”“너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신속하게 해결하려고 설은아를 일시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은아를 이용해 설씨 집안의 모든 자원을 통합하고 대구로 돌아오게 했잖아.”“대구로 돌아온 이후에 설은아는 더 이상 집안의 주인이 될 수 없지 않겠어?”정용의 눈빛이 살짝 번뜩였다. 그리고 난 후 담담하게 말했다. “강남 설씨 집안 혈통은 우리 혈통에서 나온 가지야. 하 세자가 네 아내를 위해 나선다면 네 체면을 봐서 내가 그녀를 내 혈통의 상석에 앉혀줄게.”“한 사람 아래 만 명 이
“너희들이 뭘 하려고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가지 점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첫째, 너희들은 왕화천을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에 앉혀 용문 대구 길바닥의 힘을 장악하려는 거야.”“둘째, 너희들은 임복원을 죽여 대구 1인자 자리에 앉아 대구 관청의 힘을 노린 거야.”“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너희들의 목적은 이미 다 나온 거야.”“나는 비록 섬나라가 너희들에게 무슨 혜택을 줬는지는 모르겠지만.”“약간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짓까지 하다니, 정 세자, 정말 실망스럽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장내 분위기는 순식간에 극에 달했다. 하현이 말한 이 두 가지 ‘이야기’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정용에게 직접 타격을 가했다. 유지애 등 사람들도 모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원래 하현이 단순히 질투해서 다투려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남원에서 대구에 오기까지 이렇게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유지애와 사람들은 손에 들고 있던 화기의 안전장치를 열고 하현이 있는 곳으로 조준을 했다. 이때 정용이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그들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발포하려고 했다. 정용의 눈빛은 굳어졌고 그는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본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계속해봐.”그는 하현에게 분명 다음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하현은 웃으면서 약간 손을 놓으며 말했다. “내가 대구에 온 목적은 너를 위해 온 게 결코 아니야. 심지어 대구에 오기 전에 나는 정식적으로 정 세자를 알지 못했어.”“근데 대구에 오고 난 후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들이 전부 너 정 세자와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기왕 내 아내가 대구 정가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내가 있는 이 혈통에 문제가 있으니 남편인 내가 먼저 아내를 도와 귀찮은 일을 좀 없애야 하지 않겠어?”정용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
”장청 캐피털은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야. 결코 깨끗한 회사가 아니라구!”“고명원도 사실 깨끗하지 않아!”“그런 더러운 인물과 호형호제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났어?”“지금은 옛날이 아니야!”“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오래가지!”“고명원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살 수 있겠어?”이의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한껏 교만하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시대가 변했어. 더러운 방법으로 얻은 영광은 결코 오래갈 수 없어. 결국 우리처럼 큰 회사가 정도를 걷고 있는 거지!”“맞아. 가문을 빛내려면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해!”이영산은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하현을 마구 헐뜯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이참에 다 같이 퍼부어 하현을 짓밟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정도를 걸어야지! 정정당당하게!”이의진은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당신이 내가 이룬 성과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룬다면 설 씨 집안에서 당신한테 한 번 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이의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룸 바깥 복도를 보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보였다.그들은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 값나가는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이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더욱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들어왔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이의진은 하현을 몰아붙이다 말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문 앞까지 달려왔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왕인걸이었다.왕인걸은 여전히 지방시에서 맞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가 팍팍 풍겼고 이루 말할 데 없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다만 머리와 얼굴에 칭칭 감은 거즈가 그를 약간 바보스럽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이의진이 왕 사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의진의 부모는 하나같이 얼른 일어나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서 맞이했다.“왕 사장님. 여기서
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넋이 빠지는 듯했다.왜?왜 고 사장이 데릴사위인 하현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설마 다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씨 가족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건 말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습니다. 별일 아닌 일입니다. 이대로 없던 일로 하시죠.”“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고명원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하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나중에 여쭤볼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게나 티슈를 꺼내 번호를 적은 뒤 그의 앞에 내놓았다.“고맙습니다.”고명원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이 씨 가족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실례 많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있고 하니 오늘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겠습니다.”몇몇 장청 캐피털 핵심 간부들도 모두 겁에 질려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제 좀 꺼져 주시죠!”하현은 말을 툭 내뱉으며 마치 고명원을 그의 부하처럼 대했다.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설은아는 이를 보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다음에 제가 식사 대접 제대로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치며 고명원은 직원에게 가더니 마오타이 몇 병을 테이블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의 공손한 자세에 장내는 순식간에 충격에 빠졌다.이영산의 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방금 하현에게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퍼부으며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라고 모욕했던 그들이었다.그러나 순식간에 하현이 장청 캐피털 고명원이 떠받드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고명원이 공손히 차를 따르던 모습은 그들에게 직접 얼굴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몰고 왔다.이영산은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그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