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었을 뿐이었지만 사방에는 수십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이 나타났다. 이 사람들은 왕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재빠르게 홀의 출입구를 장악했다. 왕주아의 안색이 살짝 변했을 때 다른 왕가 사람들은 이 장면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했다. 순식간에 이 홀은 매우 험악한 곳이 되었고 누구든 들어가고 나가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왕주아는 갑자기 안색이 변했고 세차게 몸을 돌렸다. 이때 나사 양복을 입고 있던 정용이 뒷짐을 지고 천천히 홀 안으로 들어왔다. 다만 잘 생기고 훤칠한 정용의 웃는 얼굴에는 여전히 말 하기 어려운 냉담함이 있었다. 그는 마치 독사와 같아서 언제든지 사람을 물 것 같았다. 그리고 정용 뒤에는 두 사람이 따르고 있었다. 하나는 벨라루스의 홀 매니저 방승훈이었다. 그는 정용의 부하 우두머리가 죽은 후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서 신분이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유지애였다. 그녀는 정용의 밀착 비서일 뿐 아니라 뛰어난 경호원이기도 했다. 정용을 본 순간 왕주아는 얼굴에는 한기가 돌았다. “네가 어떻게 왔어? 누가 너보고 오라고 했어?”“내가 오라고 했어.”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왕화천이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내가 정 세자를 초청했으니 오늘 일의 증인이 되는 셈이야.”왕주아는 예감이 좋지 않았다. 이때 차갑게 말했다. “필요 없어요. 내 일에는 정용이 관여할 필요가 없어요!”이번에는 왕화천을 입을 열기도 전에 정용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주아야, 소란 피우지 마.”“오늘은 내 장모님의 묵은 억울함을 풀어내는 좋은 날이야.”“내가 사위로서 당연히 증인이 돼야지.”“걱정 마. 이 일에 있어서 누구든 내 장모님을 해치면 내가 반드시 너를 대신해서 해명을 받아낼 거야!”말을 마친 후 정용이 손뼉을 치자 곧 어떤 사람이 태사 의자를 옮겨와 왕주아 곁에 두었다. 정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앉더니 두 다리를 꼬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장인 어
“내가 오늘 여기에 나타난 목적은 두 가지야.”“첫째, 너를 위해 내가 증인이 돼서 우리 장모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둘째, 너와 결혼 하려고. 너희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이모, 너희 왕씨 집안의 위아래 모든 사람들이 동의했어. 너는 오늘 나랑 결혼해야 돼!”“너랑 결혼을 하라고!?”왕주아는 격노하며 웃었다. “정용, 너 내 말 못 들었어?”“나는 땅에 머리를 박고 죽는다고 해도 너랑은 결혼 안 해!”정용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땅에 머리를 박고 죽는다고 해도 너는 나랑 결혼 해야 해!”“살아도 너는 정가 사람이고.”“죽어도 너는 정가 귀신이야.”“부모님의 명령이야!”“중매인의 말씀이야!”“네가 시집을 가도 가야하고!”“네가 시집을 가지 않아도 가야 해!”왕주아는 차갑게 말했다. “그럼 한번 해봐. 내가 장담하건대 나는 시체도 네 손에 떨어지게 하지 않을 거야!”정용은 화를 내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나랑 결혼하지 않겠다는 거야?”“너 이렇게 내가 마음에 안 들어?”“응!”왕주아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네 마음속에 나는 그 외지인 하현 보다 못한 거 같네?”“맞아!”“좋아!”정용은 손뼉을 쳤다. “성격이 시원시원하네. 나는 정말 네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정용의 얼굴은 변태적으로 일그러진 미소로 가득 찼다. “너는 남자가 얻지 못할수록 더 많이 얻고 싶어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네.”“네가 나를 싫어할수록 나는 너를 더 가지고 싶어.”“하지만 나 정용이 온갖 잘못과 실수를 했다고 해도 한가지 확실한 장점이 있어. 내가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낸다는 거야.” “우리 혼사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먼저 장모님 일부터 얘기하자!”“그게 좋겠죠? 장인어른!?”정용의 시선은 윗자리에 떨어졌다. 왕화천은 일어나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좋은 사위는 역시 성품이 좋군.” “네가 이렇게
왕가 사람들이 떠나자 정용은 오른손을 내밀어 가볍게 흔들었고, 곧 그의 부하들은 나무로 만든 전통 침대를 구석에서 꺼내왔다. 그리고 난 후 누군가가 등불을 켜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만에 홀은 기쁨으로 가득 찬 분위기가 되었다. 왕주아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이 장면을 지켜보았고, 곧이어 자기도 모르게 발길을 돌려 떠나고 싶어졌다. “퍽______”옆에 있던 유지애가 손을 뻗어 왕주아의 가는 길을 막은 후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 오늘은 못 가실 거 같습니다.”“못 가?”왕주아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용을 응시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정용, 너 도대체 뭐 하려고 그래?”“뭐 하려고?”정용은 웃었다. “나는 원래 왕가가 너에게 무슨 해명을 하는지 보고 싶었어.”“근데 할아버지가 너에게 해명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나에게 임무를 내리시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너도 알겠지만 나는 항상 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들을 사랑해……”“그래서 나는 지금 할아버지의 임무를 완수하려고 하는 거야.”“지분 문제는 급하지 않으니 먼저 신혼 방에 초 먼저 밝히자……”말이 끝나자 마자 정용은 손을 내밀어 왕주아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퍽______”왕주아는 손등으로 정용의 뺨을 시원하고 우렁차게 때렸다.“천한 놈!”“파렴치해!”“비겁한 소인배!”유지애와 방승훈이 화가 나 막 손을 대려 하자 정용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몇 번 문지른 다음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어떻게 세상에는 권하는 술은 먹지 않고 벌주를 먹으려고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거야?”“왕주아. 나는 네가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어.”“근데 너 왜 이렇게 멍청해?”“퍽!”말을 마치고 정용은 손등으로 왕주아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는 힘이 매우 세서 왕주아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 서게 되었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폐물!”“개자식!”왕주아
왕주아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다시 한번 말할게!”“나는 죽어도 너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퍽!”이번엔 정용이 끝내 참지 못하고 발로 걷어 찼다. 곧이어 왕주아의 몸이 날아갔고 침대에 부딪혔다. ‘악’하는 소리와 함께 왕주아는 피를 한 모금 내뿜으며 침대 시트를 붉게 물들였다. 피 꽃이 활짝 피자 처참하기 그지없어 졌다. “너!”왕주아는 완강하게 고개를 들고 정용을 주시했다. 그녀는 정용의 눈동자가 몹시 뜨겁다는 것을 알아챘다. 마치 그는 여자를 때리는 것을 매우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눈빛에 왕주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정용이 변태라는 소문이 떠올랐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여자를 학살하는 것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의 손에 죽은 여성은 세 자릿수에 가까웠다! “왕주아, 네 스스로 벗어.”정용은 심호흡을 하고 휴지를 꺼내 자신의 손가락을 닦으며 물 밀 듯 밀려오는 욕구를 억제하고 있었다. “네가 계속 반항을 하면 나는 정말 참지 못하고 너를 발로 걷어차 죽일 거야!”정용은 희대의 명기를 감상하듯 애석해하는 기색이었다.“퍽!”바로 그때 입구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고 곧 두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은 날아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난 후 더없이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용, 네가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다니, 내가 너희 대구 정가를 없애버리겠어!”그녀는 귀엽게 몸을 떨었다. 그녀는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왕가 홀로 들어갔다. 하현이 들어오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수십 명의 사람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자신도 모르게 하현에게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하현은 매섭게 등장했다고 할 만했다. 하지만 정용 곁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그를 주시했다. 어떤 사람은 시큰둥했고, 어떤 사람은 냉소적이었고, 어떤 사람은 비웃었다.
대여섯 명의 양복을 입은 사나이들은 흉악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손도 대지 못하고 하현에게 차여 날아갔다. 당할 자가 없다! 이것이 진정한 무적의 모습이다. “하씨 이 개자식, 죽여 버리겠어!”방승훈은 이 장면을 보고 허리춤에서 짧은 화기를 꺼내 하현이 있는 방향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왕주아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현, 조심해!”“펑!”하현은 이 홀 매니저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가 발로 걷어차자 상대방은 순간 날아갔고 짧은 화기는 옆에 양복을 입고 있던 사나이들에게 일격을 가했고, 순간 두 사람이 땅바닥을 뒹굴었다. “이게 대구 정가의 수법이야?”“어쩐지 대구 정가가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에 꼴찌라더니.”하현은 무덤덤한 기색이었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오히려 얼굴을 찰싹 때렸다. “네가 대구 여섯 세자 중 여섯 번째 정 세자라는 사실로는 나를 놀라게 할 수 없어.”정용과 유지애 등 사람들의 안색은 순간 더없이 험상궂게 변했다. 정용은 자신이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라는 것을 가장 자랑스러워했다. 이것은 그가 대구 상류권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현에게 이렇게 얼굴을 맞자 그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는 하현을 꽉 쥐어 죽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죽어버리겠어!”곧 화가 난 정용은 일어나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발을 걷어차려고 했다. 그가 발을 걷어차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정용 곁으로 다가왔다. 정용은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막 자세를 바꾸려는 순간 하현은 왼손을 뻗어 정용의 목을 조르더니 홀의 로마 기둥을 향해 격렬하게 그의 머리를 눌렀다. 고수인 정용도 온 힘을 다해 몸부림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하현은 로마 기둥에 그의 머리를 박아버렸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머리가 깨지더니 피가 흘렀다. “개자식!”유지애는 잘생긴 얼굴이 한기로 가득 차는 모습을 보며
“하현, 세자를 풀어줘. 오늘 일은 아직 돌이킬 여지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을까 무섭다!”유지애는 얼굴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지금 짧은 화기를 꺼내 하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퍽______”하현은 손등으로 정용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정용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수십 자루의 화기가 그를 향했지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 손에 있는 화기가 빠른지 아니면 내 손이 더 빠른지 시험해 보고 싶어?”말이 떨어지자 마자 하현은 천천히 힘을 주었고 정용의 창백한 얼굴은 순간 피가 쏠려 붉게 부어올랐고 눈동자는 더욱 붉어져 터질 듯했다.유지애와 사람들은 두피가 저려왔다. 하현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었지만 정용에게 영향을 미칠까 두려웠다. 이때 소식을 들은 사종국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그는 손에 화기를 들고 재빨리 왕주아를 보호했다. “화기 다 내려놔.”하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내가 너희 세자를 실수로 목 졸라 죽여서 다같이 망하게 될까 두렵네.”하현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살의는 대단했다. 유지애와 사람들은 화기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 더 큰 손해를 입게 될까 무서워 함부로 돌진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당황해 하던 정용은 반응을 하며 괴상한 미소를 드러내 보이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하현이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인마, 너 용기가 대단하다. 자기 여자를 팔아먹을 뿐 아니라 감히 내 얼굴을 때리고 대구 정가를 모욕하다니, 너 이러고도 아직 안 죽은 거야?”정용은 하현을 쳐다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능력이 있다면 나를 죽여 봐. 그렇지 않으면 오늘 내가 네 가족 전부 다 죽여 버릴 거야.”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냉담한 기색으로 정용의 왼손을 움켜잡고 손에 힘껏 힘을 쥐었다. ‘털컥’하는 소리와 함께 정용의 왼손이 골절되었다. 심한 통증이 전해지자 정용은 기절할 뻔했
“퍽!”하현은 또 정용에게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너 쓸데없는 소리를 게속하면 어떻게 되는 지 볼래?”“네가 쓸데없는 소리하면 나는 네 주인의 뺨을 때릴 거야.”“네 쓸데없는 소리가 대단한지, 아니면 내 손바닥이 대단한지 한번 보자!”유지애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하현을 씹어 삼키고 싶었지만 지금은 정말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눈앞의 이 놈이 분명 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만약 그를 풀어 놓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주아야, 너희들 먼저 가.”“별장에 가서 기다려.”하현은 주아와 사종국을 한 번 쳐다보았다. 왕주아는 떨리는 기색으로 조용하게 말했다. “안돼. 하현, 내가 가면 너는 어떡해?”하현은 웃었다. “걱정 마. 나는 아무일 없을 거야.”“그리고 네가 여기 남아 있으면 내가 손발을 쓸 수가 없어. 정말 갈 수가 없어.”왕주아는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하현은 사종국에게 눈짓을 했다. 사종국은 이때 왕주아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다. 순간 십여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이 길을 막았다. 왕주아를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퍽!”“주아를 보내.”“들었지?”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정용의 뺨을 한대 또 때렸다. 정용은 험상궂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명령을 내렸다. “그들의 길을 비켜줘.”하현의 강세에 정용은 겁을 먹은 것이 분명했다. 유지애는 이를 악물로 천천히 뒤로 물러섰고, 뒤로 물러서는 순간 그녀는 재빠르게 눈짓을 했다. “퍽!”사종국이 왕주아를 감싸고 천천히 떠나려는 순간, 두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퍽______”하현은 정용의 머리를 잡고 로마 기둥에 세게 부딪혔는데 이번에는 힘이 세서 정용의 머리를 박살낼 뻔했다. 양복차림의 사나이들은 갑자기 멈춰 섰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은 감히 도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현은 이번
“같이 안고 죽자고?”하현은 손을 뻗어 정용의 얼굴을 툭툭 치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 정 세자의 눈에 네 자신은 도자기고 나 같은 사람은 질항아리지?”“도자기가 질항아리를 안고 같이 죽겠다고?”“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정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정말 나를 화나게 했어. 너는 후회할 기회조차 없을 거야.” 멀지 않은 곳에서 방승훈이 일어서며 호통을 쳤다. “하현, 어떤 사람들은 네가 미움을 살 수 없어!”“너 세자를 종민우 같은 사람하고 비교하지 마!”“세자를 해쳤으니 네 목숨으로도 변상할 수 없어!”“퍽______”하현은 또 뺨을 때렸다. 이번에는 충분한 힘을 써서 정용의 이빨을 모두 부러뜨렸다. “봐봐. 봐봐. 네 부하가 말을 안 듣네?”“내가 진작에 말했지. 너희들이 쓸데없는 소리를 반 마디라도 하면 내가 네 뺨을 때리겠다고! 아직 다섯 대 남았어!”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다섯 대를 맞자 정용은 이를 거의 다 토해냈다. 이 장면은 유지애와 방승훈 등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아직 위협할 말이 많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정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자, 이렇게 하니까 세상이 조용해졌네?”하현은 멍들고 퉁퉁 부어 오른 정용의 얼굴을 들어올리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너희 부하들의 잡음이 없어졌으니 우리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겠다.”정용은 피를 한 모금 내뿜었다. 안색이 변하더니 잠시 후 다시 정상으로 회복됐다.“하현, 너와 나 사이에 어떤 갈등과 충돌이 있든 간에 한가지 인정할 게 있어. 너는 솜씨도 좋고 배짱도 크다는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면서 내가 상대하기 어렵다고 느낀 건 네가 처음이야.” “너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거야.”“이게 다 내가 부주의한 탓이지만 네가 강력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어.”
관공서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문밖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주택건설부 수장 주광록이었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그의 친동생이자 경찰서 수장인 주향무가 함께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함께 모이니 더욱 살벌하고 근엄한 분위기가 풍겼다.“주 부장님...”황택호와 이홍파는 모두 깜짝 놀라 용수철처럼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오늘 무슨 일로 이렇게 두 분이 함께 오셨습니까?”“무슨 일이 있으시면 부하들한테 전화 한 통만 하시면 되는데 뭐 하러 이렇게 직접 오셨어요?!”주광록은 두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곧바로 하현에게 달려가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하 대사님! 이렇게 또 뵙네요!”“덕으로 원한을 대신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이 주광록이 눈이 멀었어요!”“제발 대인배의 도량으로 너그러이 봐주시고 더 이상 그 일은 따지지 말아 주십시오.”“제발 저를 좀 살펴봐 주세요!”주광록은 겁먹은 표정으로 아우디 차량 열쇠를 꺼냈다.혹시라도 하현이 거절할까 봐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주 부장님, 제가 도와드리지 못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닙니다.”“문제는 저의 증명서가 가짜라고, 다 무효라고 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불법 풍수 관상 및 무면허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만약 제가 저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부장님한테 뭐라고 말한다면 저들이 주장하는 죄목의 증거가 눈앞에 존재하는 게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요?”“그러면 원죄에 죄가 더해져서 더 무거운 벌을 받겠죠. 저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개자식!”하현의 말을 듣고 주광록의 눈빛이 차갑게 돌변했다.순간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관청 직원으로서 국민을 위해 힘쓰기는커녕 권력을 믿고 함부로 남을 괴롭히고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다니!이런 무법천지를 봤나!주광록의 얼굴에는 분노로 차올랐다.“오늘 당신들은
한바탕 자신의 부하에게 화풀이를 한 황택호의 시선이 이 사건의 장본인인 이홍파에게 떨어졌다.이홍파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지 흐린 낯빛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하현이 데릴사위라고 말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어떻게 데릴사위 주변에 이렇게 대단한 거물들이 몰려들어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고 있는가?이건 정상이 아니다!“두 분, 머리가 좀 어지럽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온몸에선 약간 오한도 느껴지시죠?”이때 하현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고 눈동자에는 냉소가 가득 차 있었다.지금껏 있었던 일은 하현에게 있어 재미난 연극 한 편이나 마찬가지였다.“이제야 두려움을 알았다니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차갑게 비꼬는 하현의 말에 이홍파는 참을 수가 없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그는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하현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개자식! 너 지금 뭐라고 했어?”“부자 몇 명 안다고 지금 유세 떠는 거야?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잘 들어!”“당신은 불법으로 풍수 관상을 봐주다가 이제 우리 손에 넘어왔어. 천왕 노자가 와도 당신을 구해 줄 수 없을 거야!”“내가 말하는 거 똑똑히 기억해!”“지금 당장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없어!”이홍파는 자신의 뒤에 있는 그분이 금정에서는 안 될 것이 없는 무적의 존재라는 것을 확신했다.하현의 주변에 있는 부자들이 얼핏 무서워 보이지만 자신의 뒤에 있는 그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을 몰아붙이는 조직들과 그가 이미 한배를 탔다는 것이다.그래서 이제 와 기세를 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현은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내가 불법으로 풍수 관상을 봤는지, 내 증명서들이 가짜인지 아닌지, 당신들 보고도 전혀 아무 생각이 없는 거야?”이홍파와 황택호는 이 말을 듣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다가 갑자기 불안한 기색이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다.순간 하현의 증명서가 완벽했다는 사실
”개자식! 이게 무슨 태도야?!”“어?!”하현의 모습을 보고 이홍파는 분노가 치밀었다.“내가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홍파가 손을 쓰려고 했을 때 취조실 바깥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빠르게 노크를 했고 곧이어 잔뜩 긴장한 얼굴의 형사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황택호는 침착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이홍파의 행동을 제지하며 옆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자식의 동료들이 입을 열었어?”부하 형사가 빠르게 말했다.“반장님, 이놈의 공범들의 신원을 모두 다 파악했습니다!”“잘 됐군. 요즘 놈들은 관뚜껑을 보기 전까진 정신을 못 차리거든...”황택호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일부로 하현을 힐끔 쳐다보며 보이지 않는 압박을 주었다.그러나 하현은 그의 눈빛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눈동자에는 미동이 없었다.“말해 봐! 그 패거리들이 어떤 신분이야? 하 씨 이놈이 잘 이해하도록 보고해 봐!”“반장님, 그게...”부하 형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사람은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수장이라고 합니다. 수하에 몇십 명의 건달들을 거느리고 있고요...”황택호는 부하의 말을 듣고 희미하게 눈을 흘기며 냉랭하게 말했다.“신사 상인 연합회? 그 사람들이 이런 막노동을 할 줄은 몰랐군. 보아하니 엄도훈도 요즘 할 일이 없는 모양이야...”비록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황택호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신사 상인 연합회가 꽤나 힘이 있는 집단이었지만 그가 관리하고 상대하는 조직이었다.엄도훈같이 똑똑한 사람이 이런 조무래기들 때문에 자신을 귀찮게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자 황택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래, 조사한 걸 계속 말해 봐. 무슨 죄가 있는지, 하현과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그건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쓸모없는 것들!”황택호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다른 놈들의 신분은?”“놈들?”이
하현 일행은 모두 공무 차량에 탑승했다.심지어 핸드폰도 모두 압수되어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었다.“웅! 웅! 웅!”차가 중간쯤 도착했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 위에는 낯선 전화번호가 표시되었다.황택호는 불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맞은편에서 정중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저기 하 대사님 맞으시죠? 저는 일전에...”황택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 대사는 무슨 하 대사! 하현은 무면허로 관상을 보고 불법적으로 영업을 해서 우리한테 잡혔어!”“내가 좋은 마음으로 충고하는데, 앞으로 이 사기꾼 찾지 마!”“곧 감옥에 처박힐 테니까!”상대는 잠시 조용히 듣고 있다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주광록인데, 당신은 누구야?”“내가 누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상대방의 말투에 황택호는 화가 났다.“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니면 당신도 같이 잡아넣을 거야! 알았어?”“알았냐고?!”말을 마친 후 황택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뚝 끊었다....공무 차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정 경찰서 제6지서에 도착했다.취조실 안은 에어컨이 강하게 켜져 있어 방 전체가 싸늘했다.하현 앞에는 싸구려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커피라고 하기엔 너무나 구역질 나는 냄새가 풍겼다.그의 맞은편에는 황택호와 이홍파 두 사람이 다리를 꼰 채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노려보며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름!”“성별!”“직업!”“돈이 어디서 나서 이 풍수관을 산 거야?!”“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속였어?”“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냔 말이야?!”“어서 말해!”두 사람은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칼날 같은 말투로 하현을 몰아붙였다.분명 그들은 심문 경험이 매우 풍부한 것 같았다.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여 하현을 단죄하고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하
하현에게 서류로 얼굴을 두드려 맞은 듯한 이홍파는 얼굴이 화끈거렸다.화를 내고 싶어도 더 이상 핑곗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때 나박하는 이러다 둘 사이에 충돌이라도 일어날까 봐 서둘러 억지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와 화해를 시도했다.“이 팀장님! 오해예요! 오늘 오해하셔서 이렇게 헛걸음을 하셨네요!”“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렇게 만났는데 헛걸음만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제가 점심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오해로 시작되었지만 모두 좋게 끝나야지요!”“오해? 뭐가 오해야? 내가 당신을 오해한 모양이군!”이홍파는 나박하를 발로 걷어차며 악랄하게 입을 열었다.“당신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우리한테 밥을 사네 마네 이런 식으로 뇌물을 주려고 시도한다면 공무집행 방해로 당장 고발할 거야!”“감옥에 당장 처넣을 거라고!”잘못도 없는 사람한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려다 실패로 돌아가자 엄한 사람한테 적반하장격으로 화풀이를 하는 이홍파를 보고 나박하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나박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 때 하현이 급히 손짓을 하며 그를 말렸다.그러고 나서 하현은 웃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자, 두 분. 우리 집복당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아셨죠? 난 자격증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모든 조사가 끝났고 이번에는 당신들이 해명할 차례입니다.”“어서 설명해 보시죠!”이홍파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지만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지금까지 함부로 횡포를 부리던 그의 성정으로 봤을 때 어떻게 평범한 시민한테 고개를 숙이며 순순히 해명을 할 수가 있겠는가?그건 너무나 창피스러운 일이었다!이때 한쪽에 서 있던 황택호가 갑자기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이런 조그만 풍수관이 모든 증명서를 다 갖추고 있다고?”“흥! 난 믿지 않아!”“설마 가짜 증명서를 만든 건 아니겠지?”“어디 한번 보자고!”말을 마치자마자 황택호는 이홍파
”불법적인 일?”주위를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던 손님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형사님, 뭔가 잘못 알고 오신 거 아니에요?”“맞아요. 이곳 집복당은 오랫동안 운영되어 오던 풍수관이에요. 이웃 중 많은 사람들이 이곳 단골이고요!”“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결코 함부로 부당한 요금을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그런데 불법적인 일이라니요? 수상한 일이라니요?”“맞아요. 집복당은 왕조 시대 때부터 있었는데 어떻게 절차상 미비한 점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설마 두 분 머리를 다치신 건 아닙니까? 컨디션이 좀 안 좋으신 건 아닌지요?”이웃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이홍파와 황택호는 이 모습을 보고 흰자위를 가득 드러내며 버럭 했다.“우리는 관청을 대신해서 법을 집행하고 있어요.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겁니까?”“이 집복당은 사이비 집단입니다!”“그걸 왜 모르는 거예요?”이홍파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져서는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어서 물러들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도 다 잡아서 조사할 겁니다!”“잘못이 있든 어떻든, 그것은 당신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풍수관이란 곳은 원래 민간이 하는 작은 소일거리 장사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곳을 믿고 있어요!”“왜냐하면 우린 여기서 많은 일들을 해결했거든요. 우리 딸이 결혼했을 때도 여기서 날을 잡아 결혼했어요. 그래서 지금 아주 화목하게 잘 삽니다!”“특히 하 대사는 우리들의 구세주입니다!”“경찰서와 주택건설부 사람들이 쓸데없이 여기 와서 조사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폐유 처리 업체나 두부 공장 공정이나 조사하세요! 괜히 우리 하 대사 귀찮게 하지 말고요!”“점점 더 많은 손님들과 이웃들이 몰려들었다.합동 단속반이 집복당 간판을 철거하고 집복당을 봉쇄한다고 하니 다들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합동 단속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닥쳐! 모두 닥쳐요!”황택호는 일순 안색이 험상궂게 변했고 손을 세차게 흔들
하현 일행이 집복당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는 이미 십여 대의 관용차가 서 있었다.이 차들은 경찰서 소속인 것도 있었고 주택건설부 소속인 것도 있었고 동사무소 소속인 것도 있었다.말하자면 정부 차원의 합동 집행부가 다 모인 것이다.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집복당을 둘러싸고 저마다 삿대질을 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채굴기를 몰고 와서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대머리 남자였고 한 사람은 키가 좀 크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뚱뚱했다.키가 큰 사람은 주택건설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새겨진 명패에는 이홍파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뚱뚱한 사람은 경찰서의 황택호 형사였다.두 사람은 관청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항상 함께 출동해 각종 불법 건축물과 불법 매장을 소탕했다.오늘 그들의 목표는 바로 집복당이었다.고명원은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부하들을 시켜 집복당 문을 막도록 하여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합동 단속반은 기세가 등등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기만 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전부를 깡그리 부술 태세였다.이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고명원은 연합 단속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오직 하현의 집복당이 잘못되어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게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왕인걸도 와 있었다.그는 집복당에 와서 아첨이라도 좀 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왕인걸과 고명원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얼른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박하가 합동 단속반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이거 이홍파 팀장님과 황택호 형사님 아닙니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두 분이 함께 우리 집복당엘 다 오셨습니까?”“이 누추한 곳에 두 분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영광입니다.”말을 하면서 나박하
”전부?”이 말을 듣고 강우금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꼴에 자기가 재벌 2세인 줄 아나?”“정말 요즘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너무 몰라!”“전부는 고사하고 그의 전 재산을 다 부어도 소남가인 옷 한 벌 못 살 거야. 아니, 양말 한 켤레라도 산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금정의 스타트업 사장이나 재벌 2세들도 소남가인 브랜드의 옷을 함부로 사지 못한다.그런데 한낱 한량에 불가한 하현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런 비싼 옷을 산단 말인가?매장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시선을 집중했다.소남가인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 황보정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곧 황보정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모두 골랐다.수십 개의 옷 가방들이 순식간에 매장에 늘어섰다.이게 다 얼마인가?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삑!”하현은 별일 아닌 듯 단번에 카드를 긁었다.그러자 승인되었다는 소리가 나면서 영수증이 좌르륵 쏟아져 나왔다.“어머?!”순간 소남가인 매장 안팎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은 하현을 쳐다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보정에게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하현이 저 많은 옷을 한 번에 결제하다니!그야말로 거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럴 수 없어! 절대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강우금과 그녀의 매장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그들은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그들은 입만 열면 하현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노점상에나 가서 옷을 사라고 쫓아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의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역시 가장 난처해하는 사람은 강우금이었다.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강우금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옷도 안 사고 민폐만 끼치다니!덜떨어진 저런 사람이 이런 가게를 드나들 수는 없다!정말 재수없어!황보정은 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강우금, 당신 같은 점장이 어디 있어요?”“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우할 거예요?”“우리가 정말로 못 살 거라고 생각해요?”“이런 식으로?”강우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보정,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난 금정 쇼핑몰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고요!”“흥! 그런데 당신은 뭐죠? 하얗게 세탁한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입고 와서 무슨 부자 행세를 하고 그래요?”“그리고 정말로 옷을 사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여긴 당신이 살 수 있는 옷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강우금은 바깥을 가리키며 냉소를 흘렸다.“1킬로미터 정도 나가면 많은 노점상들이 있을 거예요!”“거기 가면 한 벌에 몇 천 원짜리가 널렸을 거라고요!”“그래도 당신이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이 그래도 집복당 아가씨니만큼 이월된 재고 상품들 중 쓸 만한 것을 권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문제는 살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이월 상품이라고 해도 값이란 게 있는 건데 당신이 살 수 있겠어요?”하현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을 뿌리치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그리고 나서 황보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른 데 가서 사자고!”황보정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하현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강우금은 이 광경을 보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다.“그들이 만진 물건들과 지나간 자리 얼른 소독하고 방향제 뿌려!”“저런 싸구려 인간들이 우리 가게를 더렵히게 놔두면 안 되지!”“뭐라고?”“다른 가게에 가서 산다고? 흥! 아무리 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