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여기에 나타난 목적은 두 가지야.”“첫째, 너를 위해 내가 증인이 돼서 우리 장모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둘째, 너와 결혼 하려고. 너희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이모, 너희 왕씨 집안의 위아래 모든 사람들이 동의했어. 너는 오늘 나랑 결혼해야 돼!”“너랑 결혼을 하라고!?”왕주아는 격노하며 웃었다. “정용, 너 내 말 못 들었어?”“나는 땅에 머리를 박고 죽는다고 해도 너랑은 결혼 안 해!”정용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땅에 머리를 박고 죽는다고 해도 너는 나랑 결혼 해야 해!”“살아도 너는 정가 사람이고.”“죽어도 너는 정가 귀신이야.”“부모님의 명령이야!”“중매인의 말씀이야!”“네가 시집을 가도 가야하고!”“네가 시집을 가지 않아도 가야 해!”왕주아는 차갑게 말했다. “그럼 한번 해봐. 내가 장담하건대 나는 시체도 네 손에 떨어지게 하지 않을 거야!”정용은 화를 내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나랑 결혼하지 않겠다는 거야?”“너 이렇게 내가 마음에 안 들어?”“응!”왕주아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네 마음속에 나는 그 외지인 하현 보다 못한 거 같네?”“맞아!”“좋아!”정용은 손뼉을 쳤다. “성격이 시원시원하네. 나는 정말 네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정용의 얼굴은 변태적으로 일그러진 미소로 가득 찼다. “너는 남자가 얻지 못할수록 더 많이 얻고 싶어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네.”“네가 나를 싫어할수록 나는 너를 더 가지고 싶어.”“하지만 나 정용이 온갖 잘못과 실수를 했다고 해도 한가지 확실한 장점이 있어. 내가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낸다는 거야.” “우리 혼사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먼저 장모님 일부터 얘기하자!”“그게 좋겠죠? 장인어른!?”정용의 시선은 윗자리에 떨어졌다. 왕화천은 일어나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좋은 사위는 역시 성품이 좋군.” “네가 이렇게
왕가 사람들이 떠나자 정용은 오른손을 내밀어 가볍게 흔들었고, 곧 그의 부하들은 나무로 만든 전통 침대를 구석에서 꺼내왔다. 그리고 난 후 누군가가 등불을 켜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만에 홀은 기쁨으로 가득 찬 분위기가 되었다. 왕주아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이 장면을 지켜보았고, 곧이어 자기도 모르게 발길을 돌려 떠나고 싶어졌다. “퍽______”옆에 있던 유지애가 손을 뻗어 왕주아의 가는 길을 막은 후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 오늘은 못 가실 거 같습니다.”“못 가?”왕주아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용을 응시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정용, 너 도대체 뭐 하려고 그래?”“뭐 하려고?”정용은 웃었다. “나는 원래 왕가가 너에게 무슨 해명을 하는지 보고 싶었어.”“근데 할아버지가 너에게 해명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나에게 임무를 내리시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너도 알겠지만 나는 항상 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들을 사랑해……”“그래서 나는 지금 할아버지의 임무를 완수하려고 하는 거야.”“지분 문제는 급하지 않으니 먼저 신혼 방에 초 먼저 밝히자……”말이 끝나자 마자 정용은 손을 내밀어 왕주아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퍽______”왕주아는 손등으로 정용의 뺨을 시원하고 우렁차게 때렸다.“천한 놈!”“파렴치해!”“비겁한 소인배!”유지애와 방승훈이 화가 나 막 손을 대려 하자 정용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몇 번 문지른 다음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어떻게 세상에는 권하는 술은 먹지 않고 벌주를 먹으려고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거야?”“왕주아. 나는 네가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어.”“근데 너 왜 이렇게 멍청해?”“퍽!”말을 마치고 정용은 손등으로 왕주아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는 힘이 매우 세서 왕주아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 서게 되었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폐물!”“개자식!”왕주아
왕주아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다시 한번 말할게!”“나는 죽어도 너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퍽!”이번엔 정용이 끝내 참지 못하고 발로 걷어 찼다. 곧이어 왕주아의 몸이 날아갔고 침대에 부딪혔다. ‘악’하는 소리와 함께 왕주아는 피를 한 모금 내뿜으며 침대 시트를 붉게 물들였다. 피 꽃이 활짝 피자 처참하기 그지없어 졌다. “너!”왕주아는 완강하게 고개를 들고 정용을 주시했다. 그녀는 정용의 눈동자가 몹시 뜨겁다는 것을 알아챘다. 마치 그는 여자를 때리는 것을 매우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눈빛에 왕주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정용이 변태라는 소문이 떠올랐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여자를 학살하는 것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의 손에 죽은 여성은 세 자릿수에 가까웠다! “왕주아, 네 스스로 벗어.”정용은 심호흡을 하고 휴지를 꺼내 자신의 손가락을 닦으며 물 밀 듯 밀려오는 욕구를 억제하고 있었다. “네가 계속 반항을 하면 나는 정말 참지 못하고 너를 발로 걷어차 죽일 거야!”정용은 희대의 명기를 감상하듯 애석해하는 기색이었다.“퍽!”바로 그때 입구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고 곧 두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은 날아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난 후 더없이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용, 네가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다니, 내가 너희 대구 정가를 없애버리겠어!”그녀는 귀엽게 몸을 떨었다. 그녀는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왕가 홀로 들어갔다. 하현이 들어오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수십 명의 사람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자신도 모르게 하현에게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하현은 매섭게 등장했다고 할 만했다. 하지만 정용 곁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그를 주시했다. 어떤 사람은 시큰둥했고, 어떤 사람은 냉소적이었고, 어떤 사람은 비웃었다.
대여섯 명의 양복을 입은 사나이들은 흉악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손도 대지 못하고 하현에게 차여 날아갔다. 당할 자가 없다! 이것이 진정한 무적의 모습이다. “하씨 이 개자식, 죽여 버리겠어!”방승훈은 이 장면을 보고 허리춤에서 짧은 화기를 꺼내 하현이 있는 방향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왕주아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현, 조심해!”“펑!”하현은 이 홀 매니저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가 발로 걷어차자 상대방은 순간 날아갔고 짧은 화기는 옆에 양복을 입고 있던 사나이들에게 일격을 가했고, 순간 두 사람이 땅바닥을 뒹굴었다. “이게 대구 정가의 수법이야?”“어쩐지 대구 정가가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에 꼴찌라더니.”하현은 무덤덤한 기색이었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오히려 얼굴을 찰싹 때렸다. “네가 대구 여섯 세자 중 여섯 번째 정 세자라는 사실로는 나를 놀라게 할 수 없어.”정용과 유지애 등 사람들의 안색은 순간 더없이 험상궂게 변했다. 정용은 자신이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라는 것을 가장 자랑스러워했다. 이것은 그가 대구 상류권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현에게 이렇게 얼굴을 맞자 그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는 하현을 꽉 쥐어 죽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죽어버리겠어!”곧 화가 난 정용은 일어나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발을 걷어차려고 했다. 그가 발을 걷어차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정용 곁으로 다가왔다. 정용은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막 자세를 바꾸려는 순간 하현은 왼손을 뻗어 정용의 목을 조르더니 홀의 로마 기둥을 향해 격렬하게 그의 머리를 눌렀다. 고수인 정용도 온 힘을 다해 몸부림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하현은 로마 기둥에 그의 머리를 박아버렸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머리가 깨지더니 피가 흘렀다. “개자식!”유지애는 잘생긴 얼굴이 한기로 가득 차는 모습을 보며
“하현, 세자를 풀어줘. 오늘 일은 아직 돌이킬 여지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을까 무섭다!”유지애는 얼굴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지금 짧은 화기를 꺼내 하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퍽______”하현은 손등으로 정용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정용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수십 자루의 화기가 그를 향했지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 손에 있는 화기가 빠른지 아니면 내 손이 더 빠른지 시험해 보고 싶어?”말이 떨어지자 마자 하현은 천천히 힘을 주었고 정용의 창백한 얼굴은 순간 피가 쏠려 붉게 부어올랐고 눈동자는 더욱 붉어져 터질 듯했다.유지애와 사람들은 두피가 저려왔다. 하현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었지만 정용에게 영향을 미칠까 두려웠다. 이때 소식을 들은 사종국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그는 손에 화기를 들고 재빨리 왕주아를 보호했다. “화기 다 내려놔.”하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내가 너희 세자를 실수로 목 졸라 죽여서 다같이 망하게 될까 두렵네.”하현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살의는 대단했다. 유지애와 사람들은 화기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 더 큰 손해를 입게 될까 무서워 함부로 돌진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당황해 하던 정용은 반응을 하며 괴상한 미소를 드러내 보이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하현이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인마, 너 용기가 대단하다. 자기 여자를 팔아먹을 뿐 아니라 감히 내 얼굴을 때리고 대구 정가를 모욕하다니, 너 이러고도 아직 안 죽은 거야?”정용은 하현을 쳐다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능력이 있다면 나를 죽여 봐. 그렇지 않으면 오늘 내가 네 가족 전부 다 죽여 버릴 거야.”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냉담한 기색으로 정용의 왼손을 움켜잡고 손에 힘껏 힘을 쥐었다. ‘털컥’하는 소리와 함께 정용의 왼손이 골절되었다. 심한 통증이 전해지자 정용은 기절할 뻔했
“퍽!”하현은 또 정용에게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너 쓸데없는 소리를 게속하면 어떻게 되는 지 볼래?”“네가 쓸데없는 소리하면 나는 네 주인의 뺨을 때릴 거야.”“네 쓸데없는 소리가 대단한지, 아니면 내 손바닥이 대단한지 한번 보자!”유지애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하현을 씹어 삼키고 싶었지만 지금은 정말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눈앞의 이 놈이 분명 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만약 그를 풀어 놓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주아야, 너희들 먼저 가.”“별장에 가서 기다려.”하현은 주아와 사종국을 한 번 쳐다보았다. 왕주아는 떨리는 기색으로 조용하게 말했다. “안돼. 하현, 내가 가면 너는 어떡해?”하현은 웃었다. “걱정 마. 나는 아무일 없을 거야.”“그리고 네가 여기 남아 있으면 내가 손발을 쓸 수가 없어. 정말 갈 수가 없어.”왕주아는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하현은 사종국에게 눈짓을 했다. 사종국은 이때 왕주아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다. 순간 십여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이 길을 막았다. 왕주아를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퍽!”“주아를 보내.”“들었지?”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정용의 뺨을 한대 또 때렸다. 정용은 험상궂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명령을 내렸다. “그들의 길을 비켜줘.”하현의 강세에 정용은 겁을 먹은 것이 분명했다. 유지애는 이를 악물로 천천히 뒤로 물러섰고, 뒤로 물러서는 순간 그녀는 재빠르게 눈짓을 했다. “퍽!”사종국이 왕주아를 감싸고 천천히 떠나려는 순간, 두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퍽______”하현은 정용의 머리를 잡고 로마 기둥에 세게 부딪혔는데 이번에는 힘이 세서 정용의 머리를 박살낼 뻔했다. 양복차림의 사나이들은 갑자기 멈춰 섰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은 감히 도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현은 이번
“같이 안고 죽자고?”하현은 손을 뻗어 정용의 얼굴을 툭툭 치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 정 세자의 눈에 네 자신은 도자기고 나 같은 사람은 질항아리지?”“도자기가 질항아리를 안고 같이 죽겠다고?”“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정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정말 나를 화나게 했어. 너는 후회할 기회조차 없을 거야.” 멀지 않은 곳에서 방승훈이 일어서며 호통을 쳤다. “하현, 어떤 사람들은 네가 미움을 살 수 없어!”“너 세자를 종민우 같은 사람하고 비교하지 마!”“세자를 해쳤으니 네 목숨으로도 변상할 수 없어!”“퍽______”하현은 또 뺨을 때렸다. 이번에는 충분한 힘을 써서 정용의 이빨을 모두 부러뜨렸다. “봐봐. 봐봐. 네 부하가 말을 안 듣네?”“내가 진작에 말했지. 너희들이 쓸데없는 소리를 반 마디라도 하면 내가 네 뺨을 때리겠다고! 아직 다섯 대 남았어!”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다섯 대를 맞자 정용은 이를 거의 다 토해냈다. 이 장면은 유지애와 방승훈 등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아직 위협할 말이 많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정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자, 이렇게 하니까 세상이 조용해졌네?”하현은 멍들고 퉁퉁 부어 오른 정용의 얼굴을 들어올리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너희 부하들의 잡음이 없어졌으니 우리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겠다.”정용은 피를 한 모금 내뿜었다. 안색이 변하더니 잠시 후 다시 정상으로 회복됐다.“하현, 너와 나 사이에 어떤 갈등과 충돌이 있든 간에 한가지 인정할 게 있어. 너는 솜씨도 좋고 배짱도 크다는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면서 내가 상대하기 어렵다고 느낀 건 네가 처음이야.” “너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거야.”“이게 다 내가 부주의한 탓이지만 네가 강력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어.”
하현은 웃었다. “그럼 정 세자는 나를 끌어들일 작정이야?”“그럼 한번 말해 봐……”“어떻게 나를 끌어들이려고?”“나한테 뭘 줄 건데?”정용은 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시원시원하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처럼 시원시원한 사람이야!”“네가 오늘 비록 많은 형제를 때리고 내 체면을 구겼지만!”“그래도 난 여전히 널 좋게 보고 있어!”“네가 지금 무릎 꿇고 굴복하기만 하면 이제부터 너는 내 부하가 될 거야. 이전에 정호준이 내 곁에서 가지고 있었던 지위처럼 너도 내 곁에서 그런 지위를 얻게 될 거야!”“네가 무릎을 꿇기만 하면 너는 정용의 첫 번째 부하가 될 거야.”“벨라루스의 장악권도 너에게 떨어질 거야!”“이런 것을 보고 소위 벼락출세라고 하는 거야!”“이 조건 어때?”하현은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조건이 나쁘지 않네. 심지어 적수를 마주보고 이런 조건을 내놓을 수 있다니 정말 감탄했어.”“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동의할 수 없어.”정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하현은 손을 뻗어 정용의 얼굴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왜냐고?”“나한테 손을 댈 때 설마 당당한 정 세자가 내 진짜 신분을 밝혀내지 못했단 말이야?”“기왕 네가 아직도 내 진짜 신분을 파악하지 못했으니 내가 직접 말해 줄게. 어때?”정용은 안색이 갑자기 변했고 하현을 아래위로 훑어 보더니 한참 후에야 천천히 말했다. “너 도대체 누구야!?”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하현이라고 해. 이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근데 나한테는 몇 가지 신분이 더 있어. 예를 들어 설씨 집안 설은아의 데릴사위라든지……”“예를 들자면 나는 천일그룹의 회장이야.”“또 예를 들면 나는 남원에서 하 세자라고 불려……”“쾅______”이 말이 나오자 홀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했다. 정용의 표정도 갑자기 바뀌어 처음에 경솔하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