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을 보자 종민우와 당지수 두 사람은 둘 다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구 정호준은 결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최고 강자인 조원태를 제치고 결국 벨라루스를 장악했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정 형!”정호준이 손에 들고 있던 활을 내려놓자 종민우는 바로 다가가 직접 따뜻한 차를 한 잔 따라 주었다. “형이 이번에 나선 건 섬나라 양궁 대가와 겨루려고 한 거라고 들었는데 방금 모습을 보니 그 섬나라 양궁 대가도 형 발 밑에 짓밟혔겠는데요?”“제가 보기에 형은 이미 대구 전체에서 무적인 거 같아요!”정호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타산지석이야. 섬나라 사람들의 저력은 비록 우리 대하보다는 못하지만 섬나라 살인술은 천년 동안의 발전을 거쳐 이미 절정에 이르렀어.”“나와 겨루는 양궁 고수는 섬나라 대가급 인물이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해.”“소문으로는 섬나라에 검도 성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언제 한 번 겨룰 수 있을지 모르겠네!”정호준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아침 일찍 무슨 일로 왔어?”“형, 어젯밤에 벨라루스에서 손가락 하나가 잘렸어요!”“복수해 주세요!”종민우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대구에서 여러 해 동안 활보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밟았는지 모른다. 이번에 처음으로 머리가 짓밟힌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훈을 받지 못하고 하현을 밟아 죽이려고 했다. “종 도령, 너랑 나 두 사람은 의형제라는 것 때문에 네가 나한테 신세를 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당시 나 정호준이 고생하고 있을 때 네가 나를 도와줬기 때문에 내가 길거리에 나앉지 않았어.”“너 정말 그 당시 은혜 베풀어 준 일로 나를 잡아 먹고 끝없이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너를 위해서 백 번 넘게 손을 썼어. 많은 경우는 내가 손을 댈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어. 예를 들어 서로 질투해서 다투는 그런 일들 말이야!”“이런 일들을 많
종민우는 심호흡을 하고 재빨리 자신의 감정을 추스린 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 이렇게 된 거예요.”그는 재빨리 어젯밤 일을 말한 후에야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형, 제가 쓸모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놈이 확실히 능력이 좀 있었어요!”“형 부하들 중 최고 경호원 대진이 거의 그 사람한테 불구가 될 뻔했어요!”“그리고 결국에 그 사람이 대진을 시켜서 내 손가락을 자르게 했어요!”“형, 상대방은 형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았어요. 저를 위해 반드시 공의를 세워주세요!”“상대방은 정체가 뭐야?”정호준은 옆에서 똑같이 낙담한 얼굴을 하고 있던 방승훈을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 “우리 벨라루스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그럼 비장의 카드가 좀 있어야 하지 않겠어?”방승훈은 눈에 경련을 일으키며 말했다. “정 도련님, 제가 어젯밤에 이미 다 조사를 해 봤는데요. 상대방은 아무런 연고도 없었어요. 그냥 몸놀림이 좋은 경비원일 뿐이에요.”“어젯밤 대진 형님도 약간의 피해를 입었어요. 일이 커지면 수습하기 어려워질 거 같아서 형제들에게 전부 손대지 말라고 했어요!”“게다가 왕 아가씨가 있어서 형제들은 화기를 쓰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 놈에게 날뛸 기회를 준 거예요!”정호준은 담담하게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차를 한 잔 들고 마시며 말했다. “이런 작은 일에 내가 나서야 되겠어? 대진이한테 화기를 들고 가서 그를 죽이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야?”경비원 하나인데 솜씨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봐야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요즘은 가문, 출신, 권력, 힘, 재산이야말로 전부다. 이런 작은 경비원은 솜씨가 아무리 좋고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800가지나 된다.지금 작은 경비원 하나 때문에 정호준을 동원시키려는 것인가?무슨 웃기는 소리인가?종민우는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도 모르게 당지수와 눈을 마주쳤다. 만약 정호준이 나서지 않는다면 그들은 다시 이 장소를 되찾을 수 없을
“어?”종민우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정호준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호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왕 아가씨는 정 세자가 좋아하는 여자야. 그럼 우리는 그녀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댈 때 방법을 강구해야 해.”“그 놈은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너희들을 괴롭히는데 너희들은 강에 물고기 밥 던져줄 생각만 하다니. 방식이 너무 구리잖아!”“만에 하나라도 왕 아가씨가 알게 되면 정 세자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질 거야.”“왕주아는 용문 대구 지회 출신이야. 용문은 이남 지역 관청의 얼굴이야. 공의와 의리를 가장 중요시 해!”“왕주아가 세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세자의 행동이 너무 음험하고 악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노예 같은 인품이라서.”“그래서 이번 일을 처리하려면 반드시 멋지게 처리를 해야 해. 음험한 수단을 써도 안돼. 가장 좋은 건 그를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불구로 만드는 거야……” 잠시 생각을 하더니 정호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 놈이 싸움을 잘한다고 했지?”“최근에 조남헌과 진주희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왕 부회장을 친다고 했잖아.”“너희들은 기회를 찾아서 하현을 부추겨 왕 부회장의 경호원이 되게 만들어!”“가장 좋은 건 그들이 결전을 벌이는 링 위에서 하현이 진주희에게 맞아 죽게 하는 거야.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지 않겠어?”“네. 네. 알겠습니다!”종민우와 당지수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호준은 역시 정호준이다. 사람을 죽일 때 칼을 쓸 필요가 없었다. 한 마디로 하현을 죽일 수 있었다. 종민우는 걱정하며 말했다. “형, 이 방법이 좋긴 한데 만에 하나라도 그 놈의 실력이 좋아서 진주희를 이기면 어쩌죠?”정호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진주희는 용문 대구 지회의 제일가는 사람이야. 그녀의 솜씨는 나 조차도 두려운데 어떻게 경비원이 이길 수 있겠어?”“백 번 양보해서 그가 정말 진주희를 쓰러뜨린다고 해도 외부인이 용문 대구 지회 내부 분쟁에 개
향산 1호 별장.설유아는 핫팬츠를 입고 거실 바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별장에서 상대의 죄를 물었다. 표적이 명확했다. 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을 붙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유아야, 내가 국수 끓여 줄까?”“안 먹어요!”설유아는 콧방귀를 꼈다. “나한테 아직 확실하게 해명하지 않았잖아요. 왕주아랑 도대체 무슨 사이에요? 여자친구로 삼았잖아요. 내가 우리 언니한테 알릴까 봐 무섭지 않아요?”하현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른들 일이니 어린애는 상관하지 마.”“그리고 너 계속 바에 앉아 있으면 내가 네 엉덩이를 때릴 수도 있어.”“아직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잖아요!”“형부, 왕주아랑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면 너 믿을 거야?”“믿을 거예요!”설유아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난 알 수가 없잖아요!”“말 해주지 않으면 엄마 아빠한테 말할 거예요. 언니한테도 말할 거고요!”“그럼 식구들이 곧 대구로 올 거예요. 식구들이 형부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대구라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설유아가 이렇게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은 골치가 아파졌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좋아. 내가 대략적으로 말해줄 수는 있지만 절대 발설해서는 안돼!”“맹세해요!”설유아는 흥분한 얼굴이었다. 하마터면 자신의 혀를 깨물뻔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이번에 대구에 온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용문 대구 지회를 통합하는 거야.”“용문 대구 지회? 왕주아네 집안이 그 무슨 용문이잖아요? 그녀의 아버지가 부회장이지 않아요?”“맞아. 바로 그거야.”하현은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이 일을 이미 반 정도는 해결했어. 하지만 왕주아네 아버지는 고집불통이라 말을 안 들어. 그래서 내가 그녀한테 손을 대서 용문 대구 지회가 어
“정용!”설유아가 말했다.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명인 정용?”하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 듣기로 그 사람이 왕 아가씨를 엄청 열정적으로 쫓아 다니는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왕 아가씨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은 전부 처리해버린대요.”“이것이 왕 아가씨가 오랫동안 싱글로 지낼 수 있었던 이유예요!”“형부, 형부가 왕 아가씨를 건드렸으니 우리 정 세자가 형부에게 무례하게 대할까 무섭지 않아요?”하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이 나한테 무례하게 대하는게 더 좋아. 기회를 봐서 그를 없애 버릴 거야. 그래야 네 언니도 대구에서 일하는데 거리낌이 없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계속 대구 정가가 머리를 누르게 될 거야. 그럼 너무 재미없잖아!”“나는 네 언니가 대구에 와서 잘 성장하기를 바라지 사람들을 압박하기를 바라지 않아.”설유아는 살짝 멍해졌다. 이게 하현의 원래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모든 게 하현이 임의로 계획한 것인지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설유아의 핸드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전화를 받고 난 후 이상한 얼굴로 말했다. “네. 제가 한번 해볼 게요.”전화를 끊은 후 설유아는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형부,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요?”“응?”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당 선배한테 전화가 왔는데 어젯밤 돌아가고 난 후 깊이 반성하고 잘못을 깨달았다고 하네요.”“그래서 그들이 형부를 직접 만나서 사과를 하려고 한대요.”“근데 그들은 분명 거짓으로 그러는 척 하는 걸 거예요. 안심하지 마요!”“형부 가실 거예요?”설유아는 복잡한 얼굴이었다. 하현은 힘없이 말했다. “내가 안 가겠다고 하면 너 동의할 수 있겠어?”“당연히 동의할 수 없죠!”설유아는 발톱을 치켜세웠다. “형부가 방금 말했잖아요. 형부가 왕주아에게 접근한 건 용문 대구 지회 일을 해결하기 위한 거 아니었어요?”“그들이 지금 우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신당류 도관을 잠시 쳐다본 후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 이곳은 자신이 조만간 때려 부술 것이다. 그날이 오늘이 아닐 뿐이다. 설유아를 따라 용문 무도관에 들어서니 고풍스러운 이남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용문 대구 지회는 용문에 있는 지회들 중 병력이 강한 편에 속한다. 황금알을 낳는 닭인 대성그룹을 제외하고 용문 대구 지회는 대구에 거의 100개나 되는 무도관을 열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제1 무도관이다. 이 무도관들은 평소 용문 대구 지회의 자제들이 무도를 연마하는데 사용하는 것 말고도 일반 학생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었다. 각 방면의 부잣집 도련님들과 명망 있는 귀부인들은 모두 이 무도관에 와서 이름을 걸어 놓느라한 달에 수십 만원을 간판을 거는데 쓰곤 했다.인근에 있는 섬나라도관, 중국 태권도장 등등을 포함해 이런 것들은 그런 목적을 위해 존재했다. 그래서 용문 대구 지회는 십만 제자라고 불렸는데 그 중 70%는 이름을 걸러 온 것이다. 나머지 삼만 제자들은 용문 대구 지회의 진정한 핵심 제자로 용문 대구 지회의 각종 크고 작은 일에 참여할 수 있었다. 설유아가 하현을 무도관에 데리고 왔을 때 관내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전부 무도복으로 갈아입고 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하현과 설유아의 모습을 보고 순간 종민우와 당지수 등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때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밝게 웃고 있었다. “하 도련님, 좋은 아침입니다!”“어제 일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사과 드립니다!””“사과의 뜻으로 오늘 점심은 저희가 한턱 낼 테니 사양하지 마세요!”“참, 다이아몬드는 저희가 찾았습니다. 제가 차에 두고 내렸었네요. 죄송합니다!”“하 도련님은 대인이셔서 마음이 넓으시니 저희에게 사죄할 기회를 주세요!”“앞으로는 모두가 좋은 친구들이 될 테니 어려움과 행복을 함께 나눠야죠!”종민우와 사람들은 더없이 열정적이었다. 심지어 굽실거리기까지 했다
이 사람을 보았을 때 설유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왕화천 휘하의 제1전장의 동생, 성진호! 이 성진호는 실력이 일품일 뿐 아니라 듣기로 용문의 한 원로에게 능력을 전수를 받았다고 한다. 용문 대구 지회의 젊은 세대 중에서 진주희 휘하의 첫 번째 사람이라고 한다! 배경과 실력으로 볼 때 그는 대구 상류층의 핫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듣기로 그는 특별히 무도관에서 겨루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종민우와 성진호는 계속 마찰이 있어왔고 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다. “성진호, 네가 뭔데 우리를 건드려?”종민우는 괴상한 미소를 지었다. “어? 도발하는 거야?”항상 정호준의 체면을 빌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종민우가 오늘은 너무 강한 모습을 보이자 성진호의 표정이 순간 장난기 있게 변했다. 그는 종민우와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마침내 설유아에게로 시선이 떨어졌고 눈앞이 밝아지며 말했다. “재미있네. 보아하니 오늘은 여자를 선물하러 왔나 보구나!”“내가 데리고 놀게 이 여자는 남겨 둬. 그럼 내가 오늘은 너를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말이 끝나자 그는 설유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유아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종민우는 음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진호, 네가 뭔데? 어르신은 이제 큰 형님이 있어. 우리 큰 형님은……”종민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옆에서 보고 있던 하현의 모습이 번뜩이더니 군중 속으로 달려들어 성진호의 얼굴을 비할 데 없이 세게 내리쳤다. “퍽______”성진호는 미처 피하지 못했고 순간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생겼다. 몸은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풉’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심하게 뿜어댔다. 하현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종 도령, 걱정 마. 내가 오늘 반드시 이 자리를 되찾아 줄게!”종민우와 그의 동료들은 전부 멍해졌다. 하현의 동작이 너무 빨라 그들은 반응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이때 성진호는 얼굴을 가린
“종 도령, 뒤에서 누군가 기습 공격을 하려고 해. 조심해!”“왕 도령, 앉아. 개가 오줌을 싸!”“당지수, 뛰어 올라서 왼쪽 뺨을 때려! 그리고 머리로 들이 받아. 완벽하게 끝내!”양측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몇 사람을 걷어차고 설유아를 끌어내고는 입구에 서서 극을 지켜보았다. 종민우와 사람들은 비록 부잣집 자제들이긴 했지만 약간의 재주가 있었고 이렇게 싸워도 아주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따금씩 몇 마디 조언을 해줬을 뿐이었는데 종민우는 성진호와 싸울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종민우와 사람들은 비록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했다. 게다가 하현이 몇 번의 주의를 준 후 그들은 이득을 보게 되었고, 지금은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조금 의존하게 되었다. “형부, 우리가 이렇게 연극을 보는 건 좋지 않지 않아요?”“아니면 우리가 가서 도와줄까요?”설유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바보 같기는!”하현은 설유아의 이마를 튕겼다. “이 사람들이 개 머리들을 쳐낸다고 해도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너 설마 이 사람들이 큰 형님이라고 몇 마디 불렀다고 정말 나를 식구처럼 대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설유아는 혀를 내둘렀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종민우와 사람들은 원래 좋은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는데 하현이 어떻게 사람들을 도우러 갈 수 있겠는가?두 사람은 입구에 서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무슨 변고가 생겨도 빠져나가는 것은 몇 분이면 충분했다. “너희들______”종민우는 사람들과 싸우다가 죽을 지경이었는데 하현과 설유아는 여유롭게 극을 지켜보았다. 그는 이 놈이 이렇게 뻔뻔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종민우의 표정을 보지 못한 듯 다시 한 번 조언을 했고 순간 그의 조언과 함께 종민우 쪽과 성진호 쪽 모두 격렬하게 싸웠다. 원래 이 싸움은 기껏해야 3분에서 5분이면 종민우와 사람들이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