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신당류 도관을 잠시 쳐다본 후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 이곳은 자신이 조만간 때려 부술 것이다. 그날이 오늘이 아닐 뿐이다. 설유아를 따라 용문 무도관에 들어서니 고풍스러운 이남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용문 대구 지회는 용문에 있는 지회들 중 병력이 강한 편에 속한다. 황금알을 낳는 닭인 대성그룹을 제외하고 용문 대구 지회는 대구에 거의 100개나 되는 무도관을 열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제1 무도관이다. 이 무도관들은 평소 용문 대구 지회의 자제들이 무도를 연마하는데 사용하는 것 말고도 일반 학생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었다. 각 방면의 부잣집 도련님들과 명망 있는 귀부인들은 모두 이 무도관에 와서 이름을 걸어 놓느라한 달에 수십 만원을 간판을 거는데 쓰곤 했다.인근에 있는 섬나라도관, 중국 태권도장 등등을 포함해 이런 것들은 그런 목적을 위해 존재했다. 그래서 용문 대구 지회는 십만 제자라고 불렸는데 그 중 70%는 이름을 걸러 온 것이다. 나머지 삼만 제자들은 용문 대구 지회의 진정한 핵심 제자로 용문 대구 지회의 각종 크고 작은 일에 참여할 수 있었다. 설유아가 하현을 무도관에 데리고 왔을 때 관내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전부 무도복으로 갈아입고 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하현과 설유아의 모습을 보고 순간 종민우와 당지수 등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때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밝게 웃고 있었다. “하 도련님, 좋은 아침입니다!”“어제 일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사과 드립니다!””“사과의 뜻으로 오늘 점심은 저희가 한턱 낼 테니 사양하지 마세요!”“참, 다이아몬드는 저희가 찾았습니다. 제가 차에 두고 내렸었네요. 죄송합니다!”“하 도련님은 대인이셔서 마음이 넓으시니 저희에게 사죄할 기회를 주세요!”“앞으로는 모두가 좋은 친구들이 될 테니 어려움과 행복을 함께 나눠야죠!”종민우와 사람들은 더없이 열정적이었다. 심지어 굽실거리기까지 했다
이 사람을 보았을 때 설유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왕화천 휘하의 제1전장의 동생, 성진호! 이 성진호는 실력이 일품일 뿐 아니라 듣기로 용문의 한 원로에게 능력을 전수를 받았다고 한다. 용문 대구 지회의 젊은 세대 중에서 진주희 휘하의 첫 번째 사람이라고 한다! 배경과 실력으로 볼 때 그는 대구 상류층의 핫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듣기로 그는 특별히 무도관에서 겨루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종민우와 성진호는 계속 마찰이 있어왔고 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다. “성진호, 네가 뭔데 우리를 건드려?”종민우는 괴상한 미소를 지었다. “어? 도발하는 거야?”항상 정호준의 체면을 빌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종민우가 오늘은 너무 강한 모습을 보이자 성진호의 표정이 순간 장난기 있게 변했다. 그는 종민우와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마침내 설유아에게로 시선이 떨어졌고 눈앞이 밝아지며 말했다. “재미있네. 보아하니 오늘은 여자를 선물하러 왔나 보구나!”“내가 데리고 놀게 이 여자는 남겨 둬. 그럼 내가 오늘은 너를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말이 끝나자 그는 설유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유아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종민우는 음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진호, 네가 뭔데? 어르신은 이제 큰 형님이 있어. 우리 큰 형님은……”종민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옆에서 보고 있던 하현의 모습이 번뜩이더니 군중 속으로 달려들어 성진호의 얼굴을 비할 데 없이 세게 내리쳤다. “퍽______”성진호는 미처 피하지 못했고 순간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생겼다. 몸은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풉’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심하게 뿜어댔다. 하현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종 도령, 걱정 마. 내가 오늘 반드시 이 자리를 되찾아 줄게!”종민우와 그의 동료들은 전부 멍해졌다. 하현의 동작이 너무 빨라 그들은 반응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이때 성진호는 얼굴을 가린
“종 도령, 뒤에서 누군가 기습 공격을 하려고 해. 조심해!”“왕 도령, 앉아. 개가 오줌을 싸!”“당지수, 뛰어 올라서 왼쪽 뺨을 때려! 그리고 머리로 들이 받아. 완벽하게 끝내!”양측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몇 사람을 걷어차고 설유아를 끌어내고는 입구에 서서 극을 지켜보았다. 종민우와 사람들은 비록 부잣집 자제들이긴 했지만 약간의 재주가 있었고 이렇게 싸워도 아주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따금씩 몇 마디 조언을 해줬을 뿐이었는데 종민우는 성진호와 싸울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종민우와 사람들은 비록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했다. 게다가 하현이 몇 번의 주의를 준 후 그들은 이득을 보게 되었고, 지금은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조금 의존하게 되었다. “형부, 우리가 이렇게 연극을 보는 건 좋지 않지 않아요?”“아니면 우리가 가서 도와줄까요?”설유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바보 같기는!”하현은 설유아의 이마를 튕겼다. “이 사람들이 개 머리들을 쳐낸다고 해도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너 설마 이 사람들이 큰 형님이라고 몇 마디 불렀다고 정말 나를 식구처럼 대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설유아는 혀를 내둘렀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종민우와 사람들은 원래 좋은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는데 하현이 어떻게 사람들을 도우러 갈 수 있겠는가?두 사람은 입구에 서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무슨 변고가 생겨도 빠져나가는 것은 몇 분이면 충분했다. “너희들______”종민우는 사람들과 싸우다가 죽을 지경이었는데 하현과 설유아는 여유롭게 극을 지켜보았다. 그는 이 놈이 이렇게 뻔뻔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종민우의 표정을 보지 못한 듯 다시 한 번 조언을 했고 순간 그의 조언과 함께 종민우 쪽과 성진호 쪽 모두 격렬하게 싸웠다. 원래 이 싸움은 기껏해야 3분에서 5분이면 종민우와 사람들이
“죽어라!”여태껏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성진호는 순간 눈이 충혈된 채로 앞쪽으로 굽히며 나오더니 동시에 오른쪽 주먹을 날렸다. 무시무시한 살기에 종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피하려고 했지만 하현이 담담하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왼쪽으로 반 발자국 옆으로 이동한 다음 오른쪽 주먹을 정면으로 날려!”간단한 말이 지금 겁에 질린 종민우의 귀에 떨어졌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금 몸이 본능적으로 하현의 지휘에 따라 반응했다. “퍽______”종민우는 옆으로 움직이며 때마침 성진호의 필살기를 피했고 때마침 한방을 날리며 성진호의 가슴을 강타했다. “풉!”성진호는 피를 내뿜으며 비틀거리더니 뒤로 물러섰고 얼굴에는 경악하는 빛이 역력했다. 왕동석과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쳐다보았다. 종민우가 이런 재주를 가지고 성진호와 같은 고수를 한 주먹에 피를 토하게 할 줄이야? 다른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멍하니 서서 하나같이 손 동작을 멈추고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왜냐하면 이 장면은 사람들을 너무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왕동석과 사람들은 여전히 할말을 잃은 느낌이었다. 원래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오늘 하현이 현장에서 성진호와 난투극을 벌일 것으로 예상을 했었다. 가장 좋은 것은 죽기 살기로 얻어터져 죽는 것이었다. 오늘 어떻게 갑자기 종민우가 성진호와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거지?이건 옳지 않다!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화살이 당겨져 있기에 쏘지 않을 수가 없었다!사람을 바꾸고 싶다고? 하현은 고사하고 이미 눈이 시뻘개진 성진호가 절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종민우, 너 죽었어!”피를 내뿜어 대는 성진호의 안색은 흉악하기 그지 없었다. 양쪽은 서로 수십 번을 싸웠다. 언제 그가 종민우를 쓰러뜨리지 않은 적이 있겠는가?그는 여태껏 져본 적이 없었다. 오늘 피를 토할 정도로 맞아서 그의 눈동자는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이때 성진호는 심호흡을 하더니 순간 포탄처럼 앞으로 돌진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종민우 이 폐물에게 여러 차례 얹어 맞고 날아갔다. 성진호의 체면이 어찌 서겠는가?그는 용문 대구 지회 진주희 휘하의 첫 번째 사람으로 불리는 사람이다!그의 사부는 용문 대구 지회 원로회의 원로였다. 그는 권세가 높고 심지어 용문의 지회장을 능가했다! 그가 만약 오늘 이렇게 부잣집 도련님한테 맞고 쓰러진다면 그는 차라리 땅에 머리를 박고 죽는 것이 더 깔끔할 것이다! 그는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개자식! 죽어!”다음 순간 성진호는 장식용 섬나라 장도 한 자루를 칼집에서 빼내더니 종민우가 있는 곳을 향해 휘둘렀다. 종민우는 이제 자신감이 넘쳐 하현의 조언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성진호의 실력은 이미 최고치의 10%도 되지 않았다. 성진호가 비틀거리는 것을 보자마자 그는 성진호 앞으로 달려 들었고 빈손으로 섬나라 장검을 직접 낚아챘다. 그리고 난 후 그는 내친김에 칼을 휘둘렀다. “풉______”장검은 번뜩이더니 성진호의 목을 베었다. 검붉은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성진호는 그대로 땅에 주저 앉았다. “아______”당지수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현은 진작에 설유아의 눈을 가리고는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종민우의 얼굴엔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졌고 눈앞의 광경을 보며 잠시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완전히 망했다! 원래 그의 계획대로라면 이 일을 하는 사람은 하현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종민우에게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하현은 설유아를 끌어당겨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퍽______”“너 머리에 바람 들었어!?”“퍽______”“너 설마 전설의 바보야!?”“퍽______”“너 설마 성진호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퍽______”“성진호의 큰 형이 왕화천 휘하의 제1전장이라는 건 둘째치고, 그의 스승은 용문 원로회의 원로야!”
“벌써 용문 대구 지회 사람들이 이 공개 살인범을 내 놓으라고 관청에 항의했어!”“용문의 체면과 관계된 일이라 진주희는 이 일에 대해서는 왕화천과 손을 잡기로 했어. 간단히 말해서 만약 내가 너를 넘겨주지 않으면 우리 벨라루스는 상상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해!”“그들이 나한테까지 복수할 거야!”“내가 너한테 몇 번이나 말했어? 성진호 같은 사람과는 싸우는 건 괜찮아도 죽여서는 안 된다고!”“사람이 죽지 않았다면 문제가 커졌어도 해결할 수는 있어! 사람이 죽으면 골치 아파진다고! 알겠어?”“가장 중요한 건, 이 일은 우리가 하현을 죽이려고 한 건데 결국은 네가 직접 나섰잖아. 너 바보야?”“너 머리는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이때 정호준은 종민우를 때려 죽이고 싶었다. 그는 대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왔는데 어찌 용문 대구 지회를 무서워하겠는가?보잘것없는 왕화천은 말할 것도 없고 조중천이 살아있었다고 해도 무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용문 원로회의 원로는 중시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원로회의 원로들은 모두 실력이 강한 늙은이들이라 정용이 맞선다고 해도 더없이 신중해야 한다. 정호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정용보다 대단하겠는가?지금 이 순간 정호준은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래 속임수를 쓰려고 했던 계획이 결국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정호준은 심지어 성진호의 죽음으로 용문 대구 지회가 혼란스러워졌던 것들을 최대한 빨리 수습해 새로운 회장을 뽑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벨라루스와 정용은 이득을 얻을 수 없었다. “정 형, 이 모든 건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멍청하면서 자존심만 세서 그래요!”“하지만 지금은 이미 일이 이렇게 됐고 성진호는 정말 죽었으니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잖아요. 한번만 살려주세요!”“살려 주세요!”종민우는 땅에 무릎을 꿇고 끊임없이 절을 했
정호준은 차갑게 말했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그러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네가 말을 해봐.”종민우는 절을 하며 말했다. “정 형, 제발, 제발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 저를 구해주시기만 하면 제가 저의 종씨 집안의 모든 자산을 드릴게요!”“많지는 않지만 몇 백억은 있어요. 제 목숨만 살려 주신다면요!”“정 형, 우리는 의형제잖아요. 제가 죽는 것만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당지수는 지금도 계속 절을 했다. 그녀도 현장에 있었기에 비록 성난 용문 제자들이 그녀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최후는 아마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호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왕동석도 너희들과 같이 갔던 거 같은데?”“그는 왕화천의 조카 아니야? 왜 그는 나서서 사정하지 않는 거야?”종민우는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그가 사실대로 불었는데요. 그는 왕씨 집안의 먼 친척일 뿐이래요. 그래서 그도 지금 왕씨 집 대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어요.”“왕씨 성을 가지고 있는 걸로 봐서 그를 건드리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우리를 돕기 바라는 건 절대 불가능해요!”정호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말에 따르면 너는 성진호를 절대 이길 수 없었어. 근데 하씨가 너한테 몇 마디 조언을 하고 난 후 네가 그렇게 강해졌다는 거야?”“성진호를 몇 번 다치게 한 게 아니라 결국 그가 지시하는 대로 성진호를 죽였다는 거야?”종민우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얼굴에 미친 듯이 기쁜 기색을 띠며 말했다. “맞아요. 정 형. 나는 사람을 죽일 마음이 없었어요. 다 하씨가 시킨 일이에요. 나는 그의 말대로 했을 뿐이에요!”“그 사람이야 말로 범인이에요!”정호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 그 사람이야 말로 범인이네.”“너는 네 주제를 알지? 평소대로면 성진호의 한 주먹만으로도 너를 개처럼 만들 수 있었을 거야.”“그런데 이번에 하현 그
정호준과 종민우 등 사람들이 하현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 연구하고 있을 때. 향산 별장 밖에서는 오피스 룩 차림의 한 여자가 밖을 나서려는 하현을 가로 막으며 공손하게 말했다. “하 도련님, 왕 회장님이 만나보고 싶어 하십니다!”이 사람은 30대 후반의 여자로 세련되게 화장을 했고 날씬했지만 약간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왕 회장님께서 어제 일에 대해 도련님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시간을 좀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어제 일?”하현은 웃었다. “용문 무도관에서의 일 말하는 거지?”“근데 나는 연극만 봤지 손도 안 댔어. 그니까 이 일은 나랑 상관없지?”여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 도련님, 가시지요. 왕 회장님의 뜻입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저에게 해명을 하셔봐야 소용이 없습니다.”하현은 잠시 생각한 뒤 결국 거절하지 않고 그 여자를 따라 도요타 엘파에 올라탔다. 업무용 차는 거리를 질주했고 곧 용문 무도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자가 하현을 데리고 정문으로 가지 않고 옆 문을 통해 무도관 뒤뜰로 향했다. 뒷마당 건물은 보수를 했지만 고전의 미와 현대의 미가 어우러져 독특한 멋을 더했다. 넓은 사무실에 들어서니 해남 목재를 정교하게 다듬은 가구들이 곳곳에 있었다. 이 가구들은 거의 20억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사무실 가장 깊은 자리에 선풍도골의 한 노인이 책상다리를 하고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낡은 무도복을 입고 있었고 생기가 있어 보였다. 우아함은 물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강인함을 지니고 있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용문 대구 지회에 겨우 하나 남은 인물인 부회장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은 다소 매력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는 조중천보다 훨씬 겸손해 보였다. 하지만 하현도 이 분이 용문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그는 전에 조중천이 자신에 의해 불구가 되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