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신당류 도관을 잠시 쳐다본 후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 이곳은 자신이 조만간 때려 부술 것이다. 그날이 오늘이 아닐 뿐이다. 설유아를 따라 용문 무도관에 들어서니 고풍스러운 이남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용문 대구 지회는 용문에 있는 지회들 중 병력이 강한 편에 속한다. 황금알을 낳는 닭인 대성그룹을 제외하고 용문 대구 지회는 대구에 거의 100개나 되는 무도관을 열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제1 무도관이다. 이 무도관들은 평소 용문 대구 지회의 자제들이 무도를 연마하는데 사용하는 것 말고도 일반 학생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었다. 각 방면의 부잣집 도련님들과 명망 있는 귀부인들은 모두 이 무도관에 와서 이름을 걸어 놓느라한 달에 수십 만원을 간판을 거는데 쓰곤 했다.인근에 있는 섬나라도관, 중국 태권도장 등등을 포함해 이런 것들은 그런 목적을 위해 존재했다. 그래서 용문 대구 지회는 십만 제자라고 불렸는데 그 중 70%는 이름을 걸러 온 것이다. 나머지 삼만 제자들은 용문 대구 지회의 진정한 핵심 제자로 용문 대구 지회의 각종 크고 작은 일에 참여할 수 있었다. 설유아가 하현을 무도관에 데리고 왔을 때 관내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전부 무도복으로 갈아입고 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하현과 설유아의 모습을 보고 순간 종민우와 당지수 등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때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밝게 웃고 있었다. “하 도련님, 좋은 아침입니다!”“어제 일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사과 드립니다!””“사과의 뜻으로 오늘 점심은 저희가 한턱 낼 테니 사양하지 마세요!”“참, 다이아몬드는 저희가 찾았습니다. 제가 차에 두고 내렸었네요. 죄송합니다!”“하 도련님은 대인이셔서 마음이 넓으시니 저희에게 사죄할 기회를 주세요!”“앞으로는 모두가 좋은 친구들이 될 테니 어려움과 행복을 함께 나눠야죠!”종민우와 사람들은 더없이 열정적이었다. 심지어 굽실거리기까지 했다
이 사람을 보았을 때 설유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왕화천 휘하의 제1전장의 동생, 성진호! 이 성진호는 실력이 일품일 뿐 아니라 듣기로 용문의 한 원로에게 능력을 전수를 받았다고 한다. 용문 대구 지회의 젊은 세대 중에서 진주희 휘하의 첫 번째 사람이라고 한다! 배경과 실력으로 볼 때 그는 대구 상류층의 핫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듣기로 그는 특별히 무도관에서 겨루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종민우와 성진호는 계속 마찰이 있어왔고 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다. “성진호, 네가 뭔데 우리를 건드려?”종민우는 괴상한 미소를 지었다. “어? 도발하는 거야?”항상 정호준의 체면을 빌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종민우가 오늘은 너무 강한 모습을 보이자 성진호의 표정이 순간 장난기 있게 변했다. 그는 종민우와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마침내 설유아에게로 시선이 떨어졌고 눈앞이 밝아지며 말했다. “재미있네. 보아하니 오늘은 여자를 선물하러 왔나 보구나!”“내가 데리고 놀게 이 여자는 남겨 둬. 그럼 내가 오늘은 너를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말이 끝나자 그는 설유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유아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종민우는 음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진호, 네가 뭔데? 어르신은 이제 큰 형님이 있어. 우리 큰 형님은……”종민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옆에서 보고 있던 하현의 모습이 번뜩이더니 군중 속으로 달려들어 성진호의 얼굴을 비할 데 없이 세게 내리쳤다. “퍽______”성진호는 미처 피하지 못했고 순간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생겼다. 몸은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풉’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심하게 뿜어댔다. 하현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종 도령, 걱정 마. 내가 오늘 반드시 이 자리를 되찾아 줄게!”종민우와 그의 동료들은 전부 멍해졌다. 하현의 동작이 너무 빨라 그들은 반응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이때 성진호는 얼굴을 가린
“종 도령, 뒤에서 누군가 기습 공격을 하려고 해. 조심해!”“왕 도령, 앉아. 개가 오줌을 싸!”“당지수, 뛰어 올라서 왼쪽 뺨을 때려! 그리고 머리로 들이 받아. 완벽하게 끝내!”양측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몇 사람을 걷어차고 설유아를 끌어내고는 입구에 서서 극을 지켜보았다. 종민우와 사람들은 비록 부잣집 자제들이긴 했지만 약간의 재주가 있었고 이렇게 싸워도 아주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따금씩 몇 마디 조언을 해줬을 뿐이었는데 종민우는 성진호와 싸울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종민우와 사람들은 비록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했다. 게다가 하현이 몇 번의 주의를 준 후 그들은 이득을 보게 되었고, 지금은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조금 의존하게 되었다. “형부, 우리가 이렇게 연극을 보는 건 좋지 않지 않아요?”“아니면 우리가 가서 도와줄까요?”설유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바보 같기는!”하현은 설유아의 이마를 튕겼다. “이 사람들이 개 머리들을 쳐낸다고 해도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너 설마 이 사람들이 큰 형님이라고 몇 마디 불렀다고 정말 나를 식구처럼 대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설유아는 혀를 내둘렀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종민우와 사람들은 원래 좋은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는데 하현이 어떻게 사람들을 도우러 갈 수 있겠는가?두 사람은 입구에 서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무슨 변고가 생겨도 빠져나가는 것은 몇 분이면 충분했다. “너희들______”종민우는 사람들과 싸우다가 죽을 지경이었는데 하현과 설유아는 여유롭게 극을 지켜보았다. 그는 이 놈이 이렇게 뻔뻔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종민우의 표정을 보지 못한 듯 다시 한 번 조언을 했고 순간 그의 조언과 함께 종민우 쪽과 성진호 쪽 모두 격렬하게 싸웠다. 원래 이 싸움은 기껏해야 3분에서 5분이면 종민우와 사람들이
“죽어라!”여태껏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성진호는 순간 눈이 충혈된 채로 앞쪽으로 굽히며 나오더니 동시에 오른쪽 주먹을 날렸다. 무시무시한 살기에 종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피하려고 했지만 하현이 담담하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왼쪽으로 반 발자국 옆으로 이동한 다음 오른쪽 주먹을 정면으로 날려!”간단한 말이 지금 겁에 질린 종민우의 귀에 떨어졌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금 몸이 본능적으로 하현의 지휘에 따라 반응했다. “퍽______”종민우는 옆으로 움직이며 때마침 성진호의 필살기를 피했고 때마침 한방을 날리며 성진호의 가슴을 강타했다. “풉!”성진호는 피를 내뿜으며 비틀거리더니 뒤로 물러섰고 얼굴에는 경악하는 빛이 역력했다. 왕동석과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쳐다보았다. 종민우가 이런 재주를 가지고 성진호와 같은 고수를 한 주먹에 피를 토하게 할 줄이야? 다른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멍하니 서서 하나같이 손 동작을 멈추고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왜냐하면 이 장면은 사람들을 너무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왕동석과 사람들은 여전히 할말을 잃은 느낌이었다. 원래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오늘 하현이 현장에서 성진호와 난투극을 벌일 것으로 예상을 했었다. 가장 좋은 것은 죽기 살기로 얻어터져 죽는 것이었다. 오늘 어떻게 갑자기 종민우가 성진호와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거지?이건 옳지 않다!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화살이 당겨져 있기에 쏘지 않을 수가 없었다!사람을 바꾸고 싶다고? 하현은 고사하고 이미 눈이 시뻘개진 성진호가 절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종민우, 너 죽었어!”피를 내뿜어 대는 성진호의 안색은 흉악하기 그지 없었다. 양쪽은 서로 수십 번을 싸웠다. 언제 그가 종민우를 쓰러뜨리지 않은 적이 있겠는가?그는 여태껏 져본 적이 없었다. 오늘 피를 토할 정도로 맞아서 그의 눈동자는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이때 성진호는 심호흡을 하더니 순간 포탄처럼 앞으로 돌진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종민우 이 폐물에게 여러 차례 얹어 맞고 날아갔다. 성진호의 체면이 어찌 서겠는가?그는 용문 대구 지회 진주희 휘하의 첫 번째 사람으로 불리는 사람이다!그의 사부는 용문 대구 지회 원로회의 원로였다. 그는 권세가 높고 심지어 용문의 지회장을 능가했다! 그가 만약 오늘 이렇게 부잣집 도련님한테 맞고 쓰러진다면 그는 차라리 땅에 머리를 박고 죽는 것이 더 깔끔할 것이다! 그는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개자식! 죽어!”다음 순간 성진호는 장식용 섬나라 장도 한 자루를 칼집에서 빼내더니 종민우가 있는 곳을 향해 휘둘렀다. 종민우는 이제 자신감이 넘쳐 하현의 조언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성진호의 실력은 이미 최고치의 10%도 되지 않았다. 성진호가 비틀거리는 것을 보자마자 그는 성진호 앞으로 달려 들었고 빈손으로 섬나라 장검을 직접 낚아챘다. 그리고 난 후 그는 내친김에 칼을 휘둘렀다. “풉______”장검은 번뜩이더니 성진호의 목을 베었다. 검붉은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성진호는 그대로 땅에 주저 앉았다. “아______”당지수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현은 진작에 설유아의 눈을 가리고는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종민우의 얼굴엔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졌고 눈앞의 광경을 보며 잠시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완전히 망했다! 원래 그의 계획대로라면 이 일을 하는 사람은 하현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종민우에게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하현은 설유아를 끌어당겨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퍽______”“너 머리에 바람 들었어!?”“퍽______”“너 설마 전설의 바보야!?”“퍽______”“너 설마 성진호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퍽______”“성진호의 큰 형이 왕화천 휘하의 제1전장이라는 건 둘째치고, 그의 스승은 용문 원로회의 원로야!”
“벌써 용문 대구 지회 사람들이 이 공개 살인범을 내 놓으라고 관청에 항의했어!”“용문의 체면과 관계된 일이라 진주희는 이 일에 대해서는 왕화천과 손을 잡기로 했어. 간단히 말해서 만약 내가 너를 넘겨주지 않으면 우리 벨라루스는 상상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해!”“그들이 나한테까지 복수할 거야!”“내가 너한테 몇 번이나 말했어? 성진호 같은 사람과는 싸우는 건 괜찮아도 죽여서는 안 된다고!”“사람이 죽지 않았다면 문제가 커졌어도 해결할 수는 있어! 사람이 죽으면 골치 아파진다고! 알겠어?”“가장 중요한 건, 이 일은 우리가 하현을 죽이려고 한 건데 결국은 네가 직접 나섰잖아. 너 바보야?”“너 머리는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이때 정호준은 종민우를 때려 죽이고 싶었다. 그는 대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왔는데 어찌 용문 대구 지회를 무서워하겠는가?보잘것없는 왕화천은 말할 것도 없고 조중천이 살아있었다고 해도 무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용문 원로회의 원로는 중시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원로회의 원로들은 모두 실력이 강한 늙은이들이라 정용이 맞선다고 해도 더없이 신중해야 한다. 정호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정용보다 대단하겠는가?지금 이 순간 정호준은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래 속임수를 쓰려고 했던 계획이 결국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정호준은 심지어 성진호의 죽음으로 용문 대구 지회가 혼란스러워졌던 것들을 최대한 빨리 수습해 새로운 회장을 뽑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벨라루스와 정용은 이득을 얻을 수 없었다. “정 형, 이 모든 건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멍청하면서 자존심만 세서 그래요!”“하지만 지금은 이미 일이 이렇게 됐고 성진호는 정말 죽었으니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잖아요. 한번만 살려주세요!”“살려 주세요!”종민우는 땅에 무릎을 꿇고 끊임없이 절을 했
정호준은 차갑게 말했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그러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네가 말을 해봐.”종민우는 절을 하며 말했다. “정 형, 제발, 제발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 저를 구해주시기만 하면 제가 저의 종씨 집안의 모든 자산을 드릴게요!”“많지는 않지만 몇 백억은 있어요. 제 목숨만 살려 주신다면요!”“정 형, 우리는 의형제잖아요. 제가 죽는 것만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당지수는 지금도 계속 절을 했다. 그녀도 현장에 있었기에 비록 성난 용문 제자들이 그녀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최후는 아마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호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왕동석도 너희들과 같이 갔던 거 같은데?”“그는 왕화천의 조카 아니야? 왜 그는 나서서 사정하지 않는 거야?”종민우는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그가 사실대로 불었는데요. 그는 왕씨 집안의 먼 친척일 뿐이래요. 그래서 그도 지금 왕씨 집 대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어요.”“왕씨 성을 가지고 있는 걸로 봐서 그를 건드리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우리를 돕기 바라는 건 절대 불가능해요!”정호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말에 따르면 너는 성진호를 절대 이길 수 없었어. 근데 하씨가 너한테 몇 마디 조언을 하고 난 후 네가 그렇게 강해졌다는 거야?”“성진호를 몇 번 다치게 한 게 아니라 결국 그가 지시하는 대로 성진호를 죽였다는 거야?”종민우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얼굴에 미친 듯이 기쁜 기색을 띠며 말했다. “맞아요. 정 형. 나는 사람을 죽일 마음이 없었어요. 다 하씨가 시킨 일이에요. 나는 그의 말대로 했을 뿐이에요!”“그 사람이야 말로 범인이에요!”정호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 그 사람이야 말로 범인이네.”“너는 네 주제를 알지? 평소대로면 성진호의 한 주먹만으로도 너를 개처럼 만들 수 있었을 거야.”“그런데 이번에 하현 그
정호준과 종민우 등 사람들이 하현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 연구하고 있을 때. 향산 별장 밖에서는 오피스 룩 차림의 한 여자가 밖을 나서려는 하현을 가로 막으며 공손하게 말했다. “하 도련님, 왕 회장님이 만나보고 싶어 하십니다!”이 사람은 30대 후반의 여자로 세련되게 화장을 했고 날씬했지만 약간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왕 회장님께서 어제 일에 대해 도련님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시간을 좀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어제 일?”하현은 웃었다. “용문 무도관에서의 일 말하는 거지?”“근데 나는 연극만 봤지 손도 안 댔어. 그니까 이 일은 나랑 상관없지?”여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 도련님, 가시지요. 왕 회장님의 뜻입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저에게 해명을 하셔봐야 소용이 없습니다.”하현은 잠시 생각한 뒤 결국 거절하지 않고 그 여자를 따라 도요타 엘파에 올라탔다. 업무용 차는 거리를 질주했고 곧 용문 무도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자가 하현을 데리고 정문으로 가지 않고 옆 문을 통해 무도관 뒤뜰로 향했다. 뒷마당 건물은 보수를 했지만 고전의 미와 현대의 미가 어우러져 독특한 멋을 더했다. 넓은 사무실에 들어서니 해남 목재를 정교하게 다듬은 가구들이 곳곳에 있었다. 이 가구들은 거의 20억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사무실 가장 깊은 자리에 선풍도골의 한 노인이 책상다리를 하고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낡은 무도복을 입고 있었고 생기가 있어 보였다. 우아함은 물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강인함을 지니고 있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용문 대구 지회에 겨우 하나 남은 인물인 부회장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은 다소 매력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는 조중천보다 훨씬 겸손해 보였다. 하지만 하현도 이 분이 용문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그는 전에 조중천이 자신에 의해 불구가 되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럴 때 하현이 자신을 위해 나섰으니 그녀는 분명 그와 함께 할 것이다.그 후에 무슨 큰 문제가 생기면 그녀와 하현이 함께 감당하면 된다!“또각또각!”바로 그때 입구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요염하게 화장을 한 여자가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가득 이끌고 들어왔다.이 여자의 몸에는 여우 같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사람이 들어오기도 전에 룸 안에는 이미 향수 냄새가 먼저 몰려왔다.“어머, 고성양 아니야?”“왜 그래?”“어느 개자식이 감히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야?”이 여자는 소항 회관 책임자, 이 사장이었다.그녀는 금정 억양으로 한껏 교태를 부린 뒤 시선을 돌려 칼을 씹어 먹은 표정으로 룸 안을 훑어보았다.“어느 개자식이 감히 우리 고성양을 이렇게 만들었어? 왜? 겁이 나서 못 나서겠어? 어서 나오지 못해!”말을 하면서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현에게로 옮겨졌다.알면서 일부러 호통을 친 것이다.그녀는 하현이 잘못을 인정하길 기다리는 눈치였다.하현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사장이라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기세가 대단한 걸 보니 아마도 당신은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인가 보지?”“정확히는 아니지만 뭐 비슷해.”“내가 여기 책임자야. 모두가 날 이 사장이라고 불러.”“이 바닥 사람들은 웬만해선 내가 신사 상인 연합회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걸 알아!”“일반 사람이건 어둠의 사람들이건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가 있는 이곳에선 싸움을 해서는 안 돼!”“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지금 내 구역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운 건 큰 사고를 친 거나 마찬가지지!”“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사고!”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오늘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옳고 그름을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는 거야?”“누가 먼저 때렸는지 물어보지도 않냐고?!”이 사장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약간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말했다.“어이, 젊은이. 내가 발로 생각해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 오싹함이 룸 안을 가득 메운 가운데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고성양만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야! 너 도대체 어느 길바닥에서 굴러먹다 온 놈이야?!”“이렇게 날뛰다니! 뒷감당할 수 있겠어?”“어디서 손을 함부로 놀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신사 상인 연합회에서도 널 죽이려 들 거야!”“신사 상인 연합회?”하현은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재미있군.”“딱 봐도 외지인 놈이구만!”“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행패를 부려?”“이곳의 사장인 이 사장은 신사 상인 연합회 엄 회장과 각별한 사이라고!”“여기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건 이 사장 얼굴을 짓밟는 짓이야!”“이 사장 체면을 건드렸다는 건 바로 엄 회장 체면을 건드렸다는 얘기야!”“당신들 모두 이제 끝났어! 아마 죽어도 편히 묻힐 땅 한 평이 없을 거야!”고성양은 이를 갈며 하현과 설은아 일행을 노려보았다.그의 입에서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말이 나오자 주위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장청 캐피털이 큰소리 떵떵 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자산, 즉 돈 때문이었다.하지만 신사 상인 연합회는 달랐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차원이 다른 건달 조직이었다.다만 많이 순화되었을 뿐이다.장청 캐피털한테만 미움을 샀다면 그래도 살아날 길은 있다.하지만 신사 상인 연합회의 미움을 샀다면 그건 말하자면 더 이상 살 길이 없다는 얘기였다.순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하현의 얼굴을 사정없이 갈기고 싶었다.개자식!여기가 신사 상인 연합회의 영향력이 상당한 곳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라?“하현, 당신 너무 막무가내군!”“사소한 일 가지고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거야?”진서기가 참다못해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마치 공정과 정의를 위해 나선 사도 같았다.“똑똑
”퍽!”순식간에 하현은 손바닥을 들어 고성양의 얼굴을 때렸다.얼마나 빠르고 갑작스러웠던지 고성양은 고통에 몸서리치던 비명을 뚝 멈추었다.고성양이 몇 미터나 나뒹굴다가 그의 부하 몇 명과 부딪혔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들로 고성양의 오른손은 꽈배기처럼 돌아가 소리도 지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그를 삼켰다.결국 그의 입가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하현의 동작은 너무 빠르고 거침이 없었다.반응하려야 할 수도 없는 속도였다.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는 수십 개의 눈이 하현을 보고 있었지만 도대체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입을 가린 채 공포에 질린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그녀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하현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으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고성양 앞으로 걸어갔다.하현은 오른발을 들어 고성양의 종아리를 지그시 밟으며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어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 그렇지 않으면 이 다리마저 부러뜨릴 거야!”“아!”“이 개자식!”“감히 날 건드려?!”“내가 누군지 알아?”“난 장청 캐피털의 고성양이야!”“날 건드리면 넌 죽어서도 묻힐 곳 하나 없는 신세가 될 거야!”고성양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상대를 향해 사나운 발톱을 드러내며 위협했다.역시 얼굴도 본 적 없는 낯선 이에게 쉽게 패배를 인정할 고성양이 아니었다.“그래?”“아이고 무서워라!”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사방에서 놀란 눈으로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성양의 종아리를 단번에 부러뜨렸다.“차칵!”“앗!”고성양은 눈알에서 피가 튀어나올 정도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하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양의 다른 한쪽 다리를 마저 밟았다.“아! 어떻게...”진서기와 임민아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이런 일이 일
설은아는 최근 금정에서 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로서 자금난에 맞닥뜨려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대구 정 씨 가문이라는 큰 산을 등에 업은 덕분에 상당히 능수능란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접촉하는 사업장마다 모두 온화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지만 사업 얘기를 할 때는 보이지 않은 신경전도 팽팽히 오갔다.예리한 칼날을 상대에게 숨기고 긴장감 위를 줄타기하는 상담을 이어갔지만 다들 겉으로는 굉장히 예의 바르고 깍듯했다.하지만 고성양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밀어붙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지켜야 할 선?”고성양은 별말 없이 다소 방탕한 미소를 보이면서도 눈에는 경멸의 빛을 가득 품었다.“우리 장청 캐피털에게 있어 장사란 나를 따르는 자는 흥할 것이고 나를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거야!”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머금은 고성양은 설은아의 뾰족한 턱을 치켜들기 위해 손을 뻗었다.몇 년 동안 장청 캐피털과 왕 씨 가문을 등에 업은 그는 줄곧 오만방자하게 금정을 휘어잡았다.간 씨 가문이나 김 씨 가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앞에서는 모두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그래서 고성양은 더욱더 함부로 행동하게 된 것이다.그의 눈에는 최고 권문가의 직계 종속이 아니라면 누구도 예외 없이 짓밟을 수 있는 존재였다.최고 10대 가문 방계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자신이 설은아를 차지한 후 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의 자산을 순리적으로 관장할 수 있는 순간을 떠올린 고성양은 설은아와 연을 맺는 것이 아주 괜찮은 사업 아이디어라 생각했다.“감히 내 아내를 건드렸다간 차라리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게 해 줄 거야!”“하느님이 와도 절대 당신을 봐줄 수 없을 거라고! 알아들었어?!”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말이 울려 퍼졌고 이어 누군가가 룸의 문을 발로 뻥 차고 들어왔다.냉엄한 표정의 하현이 단호한 모습으로 얼굴을 드러내었다.방금 밖에서 이슬기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동안에 룸 안에서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이미 바닥에 넘어졌다가 일어선 뒤 나박하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리고 있었다.그녀들은 분명 고성양의 이런 행동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이럴 때 감히 누가 그의 길을 막으면 죽이려고 들 것이다.고성양의 주먹이 세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의 뒤에 양복차림으로 서 있는 십여 명의 남자들만 있으면 아무도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럴 때 뭐라고 입을 뻥긋한다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다.바닥에 주저앉은 나박하를 일으켜 세운 설은아가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고성양, 함부로 사람을 때리면 어떻게 해요?!”“자꾸 이러면 신고할 거예요!”“신고?!”고성양 뒤에 서 있던 우락부락한 남자가 냉소를 흘렸다.“이 일대 경찰들은 모두 우리 도련님의 사람들이야. 당신이 신고해서 경찰들이 들이닥친다면 내가 성을 갈겠어!”“에이, 그런 말 하지 마. 미인을 놀래키면 쓰나!”고성양은 입을 실룩거리더니 빙그레 웃으며 설은아를 바라보았다.“당신이 신분이 꽤 높고 힘이 좀 있다는 건 알지만 잘 들어! 이곳은 금정이야! 당신이 아무리 날고 기었다고 해도 이곳 금정에서는 나한테 바짝 엎드려야 할 거야!”“내가 좀 오만하고 포악하게 굴었다고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돈을 빌려주고 싶다면 절대 막을 수가 없어. 안 빌리고는 안 되지!”“내 눈에 들어온 이상 그 어떤 여자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고성양은 한 걸음 한 걸음 설은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쓰다듬었다.“이곳 금정은 당신들 같은 최고 가문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야! 감히 당신이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개자식!”나박하는 설은아가 모욕당하는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 술병을 쥐어 부숴버리려고 했다.그러나 고성양의 발이 나서기도 전에 험악한 인상을 쓴 그의 부하가 나박하를 걷어차 버렸다.나박하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땅바닥에 쓰러졌고 거침없이 기침을 쏟아내었다.
”맞아, 설은아. 잘 생각해 봐. 금정에서 아무런 깊은 인맥이 없는 네가 그 많은 돈을 빌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야!”“고성양이 지금 요구하는 건 조금 지나친 면이 없진 않지만 누구보다 현실적이라고도 할 수 있어!”임민아도 마뜩잖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눈 한 번 딱 감고 넘어가면 되잖아? 그럼 거액을 융통할 수 있다고!”“가장 중요한 것은 고성양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거야. 너한테는 정말 좋은 일이야!”“앞으로 네가 금정 비즈니스계에서 고성양과 인맥을 맺게 되면 너한테 절대 불리할 게 없어!”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 모두 고성양에게 돈을 빌렸다.그들은 그에게 몸을 맡겼을 뿐만 아니라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었다.그래서 오늘 그녀들은 설은아를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일을 여기서 정리하길 바란 것이다.다행히 고성양이 설은아를 아주 만족스러워했고 설은아와 연결만 잘 시켜준다면 이자 문제는 없던 일로 하겠다는 약속도 받은 터였다.간단히 말해서 오늘 설은아가 그에게 돈을 빌리지 않으면 그녀들은 고성양에게서 빌린 돈과 이자를 갚을 방법이 없었다.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녀들이 이 불구덩이에 얼마나 더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자신들은 설은아한테 자매 같은 친구인데 친구를 위해서 이 정도도 희생해 주지 못한다는 것인가?사람 됨됨이가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진서기, 임민아. 너네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설은아는 그들이 이번 일에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모를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순간 설은아의 얼굴에 단호함이 가득 퍼졌다.“난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습니다.”“고성양, 죄송합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헛걸음한 것 같군요.”“오늘 밥은 제가 사는 걸로 하죠.”나박하는 이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설은아가 다행히 나쁜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빌리지 않겠다고?”고성양의 눈빛이 일순 싸늘해졌다.그는 금테 안경을 살짝 만지작거리다가
이때 임민아는 재빨리 달려와 자신의 가슴을 고성양에게 바짝 붙이며 말했다.“고성양, 이렇게 오느라 수고 많았어.”“이렇게까지 체면을 세워 주니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어!”“됐어! 당신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고성양은 귀찮은 듯 짜증스럽게 말했다.“절세미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왔는데 어디 있는 거야?”“고성양, 바로 여기야!”진서기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설은아를 얼른 끌어당겼다.“은아, 이 분이 바로 고성양이야.”설은아는 이제 고성양의 횡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나박하가 방금 한 말이 거의 사실일 거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하지만 아홉 번째 방주로서 부족한 이천억 원의 자금을 떠올리며 억지로 웃음을 떠올렸다.“고성양, 안녕하세요.”“저, 제가 돈을 좀 융통하고 싶은데요.”“아하! 전설적인 미녀가 여기 계셨군요! 게다가 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라구요. 신분도 있고 지위도 상당한 데다 아주 인물도 빼어나시군요. 딱 내 스타일이에요!”고성양은 분명 설은아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하지만 신비에 휩싸인 왕 씨 가문을 등에 업은 그는 10대 최고 가문에 대해서는 별로 크게 경외심을 갖지 않았다.“설 사장님. 다들 보는 사람들도 많으니 쓸데없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겠어요.”“이천억이 다른 사람들에겐 융통하기 어려운 금액일지 모릅니다.”“하지만 나한테는 큰 문제가 아니죠!”“강호의 법칙에 따라 선이자 10%를 떼고 드립니다. 이자는 30%.”“2000억을 빌리면 우선 선이자를 떼고 1800억을 가져가면 됩니다. 한 달 후에 이자와 원금을 합쳐 2600억을 갚으세요!”“돈이 없으면 안 갚아도 됩니다. 하지만 아홉 번째 방주의 자산은 모두 저당 잡히게 됩니다.”“문제없죠?”설은아는 고성양이 말하는 조건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소문으로만 들리던 그 사악함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한 달에 이자만 800억이었다!내뱉는 말마다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이렇게 하자구.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이천억이 모이지 않을 수 있어!”“하지만 내가 가진 걸 다 내놓으면 아마 이백억은 될 거야!”나박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이백억에 대한 이자는 줄 필요없어. 우선 급한 불부터 꺼!”“나머지 금액은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잠시 어리둥절했던 설은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나박하, 당신 돈은 받을 수 없어!”“당신이 있는 것 없는 것 다 팔아버리면 다시는 재기할 가능성이 없게 돼! 당신한테 그런 짐을 지울 수는 없어!”나박하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말했다.“설은아, 내가 어려울 때 당신이 도와줬던 거 지금 갚는 거야!”“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나한테 돈을 빌려줬는데 내가 어떻게 배은망덕할 수 있겠어? 절대 나한테 짐 지우는 거 아니야!”“아무튼 그렇게 해결하자구!”“그렇게 해!”“날 봐서 그렇게 해줘!”진서기는 결국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 돈으로 당신 묫자리 하나 못 사는데 뭘 얼마나 된다고 다른 사람한테 빌려준다는 거야?”“은아가 관장하는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 자리가 얼마나 씀씀이가 큰 줄 알아? 그 돈 이백억, 금방 없어질 거야!”“잘 들어! 은아를 위해 마련한 이 좋은 자리를 당신이 망친다면 난 다시는 당신 얼굴 안 볼 거야!”나박하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뭐가 좋은 자리라는 거야? 뭐가 좋은 일인데? 내가 보기엔 당신은 좋은 먹잇감을 준비해 놓고 옆에서 이익이나 보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에 불과해!”“퍽!”나박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굳게 닫혀 있던 룸의 문이 누군가의 발길질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이 걸어 들어왔다.그들 뒤에는 양복 차림에 사나운 표정을 한 남자들이 뒤따라왔다.보아하니 위풍당당한 경호원 같았다.맨 앞에 선 사람은 입생로랑 셔츠를 입고 있었다.금테 안경을 쓰고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넘긴 그의 모습은 겉보기로는 상당
나박하는 고성양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깜짝 놀랐다.“진서기, 당신이 말한 그 사람... 중천 그룹만큼이나 유명한 장청 캐피털 로얄패밀리 고성양 말이야?”“오호! 뭘 좀 아는 모양이군!”진서기는 콧방귀를 뀌며 나박하를 쳐다보았다.“맞아. 바로 그 장청 캐피털이야.”“자산은 수조 원이 넘는 그룹이지. 그러니 현금 이천억 정도 조달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청 캐피탈이 중천 그룹과 마찬가지로 배후에 금정에서 가장 신비에 싸인 왕 씨 가문을 두고 있다는 거야!”“이제 내가 왜 이 거물을 소개하는지 알겠지?”나박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난 별로 아는 건 없지만 중천 그룹과 장청 캐피털의 배후에 금정의 유명한 가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뭔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가문이라고 들었어. 5대 문벌인 금정 간 씨 가문이나 10대 가문인 금정 김 씨 가문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더군.”“들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예전에는 왕 씨 가문도 5대 문벌 중 하나로 꼽혔다고 해.”“그런데 그 가문은 너무 조용하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집단이라 승부조작을 많이 일삼아서 지금은 5대 문벌에 들지 못한다고 해.”“그렇다고 해도 금정에 있는 왕 씨 가문의 역량은 어마어마해.”“어쭈! 촌뜨기인 줄 알았더니 꽤나 식견이 깊은데?”임만아는 비아냥거리며 코웃음을 쳤다.“이왕 이렇게 고성양의 출신 배경도 알게 되었으니 잠시 후에 그가 오면 다들 영리하게 잘 행동해야 해. 그게 설은아를 돕는 길이야.”임민아의 말에 현장에 있던 남녀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장청 캐피털은 원래도 유명한 데다가 배후에 힘이 막강한 왕 씨 가문까지 있다니!역사와 전통이 깊은 금정에서 이 왕 씨 가문에 대적할 수 있는 세력은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장청 캐피털과 고성양의 도움을 받는다는 건 왕 씨 가문을 배후에 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것이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였다.그래서 지금 많은 남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