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헌을 보고 하현도 이전에 위남풍이 왜 그와 동맹을 맺었는지 이해가 갔다. 조남헌은 아무리 봐도 부잣집 자제님 이었기에 이런 사람이 상석에 앉는 걸 지지해 주면 장악하기가 아주 쉬웠을 것이다. 심지어 나중에 위남풍은 조남헌을 통해 대성그룹은 물론 조씨 집안 전체를 장악하려고 했을 것이다. 위남풍의 계획은 좋았지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려 지금은 죽어서 저승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황아, 너 내가 폐인 잡아 오라고 했는데 이렇게 시간 낭비할 거야?”조남헌은 앞으로 나서더니 방금 그 날뛰던 양복 입은 사나이의 뺨을 때렸다. “너 우리 조씨 집안에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가법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 몰라?”“어르신 바지가 반쯤 벗겨졌는데, 너 그런데도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는 거야?”“너 놀고 있었어?”황군은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때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조 도련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도련님의 흥을 깨뜨렸습니다!”“하지만 이건 제 탓이 아니에요. 외지에서 온 몇 사람이 자신이 맹렬한 용인 줄 알고 이 여자를 구하려고 하잖아요. 우리 보고 진주희를 넘겨주고 20억을 배상하라고 했어요!”“어? 요즘에도 이렇게 허풍을 떠는 사람이 있어?”“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허풍쟁이들은 우리 용문에 밟혀 죽었을 텐데?”조남헌은 날뛰는 표정을 짓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며 냉소했다. “임마, 나를 막아? 내 돈을 달라고? 네가 뭔데?”“너희들 정말 외지에서 돈 좀 있다고 우리 대구에 와서 날뛰는 거야?”“영웅이라 미인을 구하고 싶은 거야?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너희 같은 폐물들은 어르신이 일년에 천명은 안돼도 8백 명은 밟아 죽일 수 있어!”“다시 말해서 대구는 내 구역이라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천왕노자가 와도 소용없어!”“네가 뭔데!?”이때 조남헌은 움켜쥔 시가로 하현의 얼굴을 찌르려
“쓱______”변백범은 군말 없이 앞으로 한 걸음 나오더니 양복 입은 사나이들을 들이받고는 진주희를 빼앗아 공해원에게 넘겼다. 대도 경수도 앞으로 나와 진주희를 뒤에다 두고 감싸주었다. “개 자식! 감히 우리 앞에서 손을 대다니!?”황군은 분노로 온몸을 떨며 이때 화기 한 자루를 뽑아 변백범에게 겨누었다. “어르신은 네 목숨을 원해!”황군이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변백범은 비웃으며 달려들었다. 모두가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는 벌써 빠르게 황군 앞에 다다랐고 직접 총을 낚아챘다. 이런 하찮은 인물이 어디 하현에게 손을 댈 수 있겠는가?그들은 변백범의 관문 조차도 통과하지 못했다. “내 목숨을 원한다고?”변백범은 여유롭고 가벼운 얼굴이었다. “어르신이 길바닥에서 놀고 있을 때 너는 아직도 길가에서 흙장난이나 하고 있었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양복을 입고 있던 사나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대리석으로 된 탁자에 머리를 내리쳤다. “펑!”커다란 소리와 함께 이 양복을 입은 사나이는 전투력을 잃고 녹초가 되어버렸다. 조남헌과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왔고, 그들은 하현의 경호원들이 이런 솜씨를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여기는 그들의 구역이었다!지금 그들의 구역에서 조남헌 휘하의 용맹한 장수가 뜻밖에도 한 방에 불구가 되다니!?어디서 나온 배짱이지?어디서 나온 패기야!?다음 순간 조남헌은 얼굴에 한기가 서리더니 손을 흔들었다. 순간 그의 곁에 있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은 하나같이 허리춤에서 화기를 꺼내 각각 하현과 변백범 등 사람들을 겨누었다!“전부 무릎 꿇어.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을 줄 알아!”조남헌의 말이 떨어지자 그 양복 입는 사나이들은 하나같이 화기의 안전장치를 열었다. 그곳은 일촉즉발의 매우 긴박한 분위기가 되었다!“범아, 손이 아직 서투네!”소파에 앉아 있던 하현은 마침내 천천히 일어섰다. 순간 십여 개의 화기가 동시의
한 무리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은 얼굴빛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이때 전진할 수도 후퇴할 수도 없었다. 조남헌의 뺨은 빨갛게 부어 올랐고 눈가에는 계속 경련이 일었다. 커다란 손바닥 자국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이놈아, 어르신이 말했지. 네가 어떤 사람이든 무슨 연고로 왔든, 무슨 빽이 있든!”“네가 오늘 날 죽이지 않으면!”“나는 내일 네 온 가족을 다 죽여 버릴 거야!”“나 조남헌은 한 입으로 두말 안 해!”하현은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화기로 조남헌의 턱에 갖다 대고 뺨을 한대 때렸다. “퍽!”“너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거 같아?”“퍽!”“그까짓 솜씨로 우리 온 가족을 죽이겠다고?”“퍽!”“내가 조남헌의 체면을 세워 줄 거 같아?”“퍽!”“누가 너한테 내 앞에서 뻐길 용기를 준 거야?”조남헌은 현기증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야!”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니까 내가 너한테 너무 잘해 준거 같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조남헌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대리석 탁자에 머리를 내리쳤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갈라지더니 조남헌은 코에 멍이 들었고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막 하현을 골통으로 취급했던 그 여자 동료들은 하나같이 놀라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당황한 얼굴로 뒤로 물러섰고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황군도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 변백범이 벌써 가로막고 서 있었다. 조남헌은 커서 이렇게 맞아 본 적은 처음이었다. 이때 그는 머리에 피를 흘렸고 머리가 어지러워 기절할 것 같았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 “망나니! 네가 감히 내 머리를 쳐 박다니!? 너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알아?”“퍽!”하현은 이번에 화기를 들고 조남헌의 뺨을 때렸다. 순간 그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황군과 사람들은 눈꺼풀이 뛰기
“나를 죽이려는 사람은 만 명은 안돼도 8천 명은 될 거야. 솔직히 말해 너 조남헌은 정말 순위에도 못 들어.”하현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너 오늘 어떻게 네 목숨을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말을 하면서 하현은 조남헌의 시가를 빼앗아 그의 입에 쑤셔 넣고는 닥치는 대로 그의 입을 틀어 막았다. “윽______”조남헌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고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하현이 너무 날뛰고 건방지다고 느꼈다.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외지에서 온 아무 것도 아닌 놈들이 감히 이렇게 조 도련님에게 도발을 하다니?장난 하는 건가! 외지에서 온 촌놈들이 무슨 자격으로 조 도련님을 건드리는 건가?“이 자식아, 너 이렇게 조 도련님에게 대하면 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너는 죽을 거야. 내가 직접 너를 산산조각 낼 거야!”조남헌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황군은 자신의 최후를 생각할 수 있었다. “이 등불에 대고 맹세하는 데 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곳에 있던 군중들은 감정이 격해졌다. “털컥______”하현은 조남헌의 왼손을 잡고 바로 비틀었다. 조남헌은 이번에 비명을 지를 수 있었지만 돼지 멱따는 소리와 같았다. 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황군을 쳐다보았다.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내가 잘 못 들었는데 다시 한 번 말해 볼래?”황군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놈아, 너 감히 조 도련님의 손을 부러뜨려? 너 내가 말하는데……”“털컥______”하현은 발로 걷어차 조남헌의 왼발을 부러뜨렸다. “너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좀 큰 소리로 말해. 좀 더 분명하게!”왼손과 왼발이 부러져 온몸에 경련이 일 정도로 아파하는 조남헌을 보고 있자니 황군과 사람들의 얼굴에는 분노가 공포로 변했다. 이 순간 그들은 이 촌놈이 악독한 캐릭터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거물이었다
5분 후. 번호판이 없는 도요타 한 대가 회관 입구에 멈춰 섰다. 변백범과 사람들은 진주희를 데리고 먼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죽은 개처럼 된 조남헌을 한 손으로 끌고 차 옆으로 갔다. 조남헌을 트렁크에 실은 후에야 하현은 고개를 돌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 도령은 우리를 배웅하러 갈 거야.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두 시간 더 기다려야 하고.”“두 시간 후면 너희 조 도령이 돌아 올 수 있을 거야.”“만약 누군가 일찍 떠났다가 들키면 처음엔 손 하나 절단되고 두 번째는 발이 절단되고 세 번째는 미안하지만 목을 절단할 수밖에 없어……”말을 마치고 하현은 조수석에 앉아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밤 바람에 황군과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눈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아무도 감히 따라가지 못했다. 그들은 그 외지인들이 분명 말 한대로 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두 시간 후 그들은 대구 해안선 근처 한 농가에 도착했고, 공해원은 발길로 대문을 걷어찼다. 이 곳은 그들이 전에 머물렀던 곳이고, 이미 소유권을 받아 놓은 곳이었다. 농가의 거실에 들어서자 대도 경수는 진주희를 소파에 던져 놓았고, 변백범은 조남헌을 구석에 두고 갔다. “형님들, 제가 이미 형님들이 무사히 나올 수 있도록 했으니 이제 가도 되겠죠?”조남헌은 이때 눈가에 경련이 심하게 일었다. “다들 나와서 지내시는데 오늘 여기까지 해야 나중에도 좋게 만나죠. 정말 사람을 죽였다간 아무도 좋지 않을 거예요.”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소리 했다간 너 부터 죽여 버릴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자 조남헌은 순간 숨을 쉬지 못했다. 하현은 소파로 가서 진주희의 맥을 짚은 다음 변백범에게 진주희의 목을 후비라고 손짓했다. 잠시 후 진주희는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난 후 오늘 밤에 먹었던 술과 약들을 모두 토해냈다. 잠시 후 진주희는 정신을 차렸지만 너무 힘이 빠져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변백범은
“뭐라고!?”진주희는 이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뛰어가 하현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하씨, 네가 나를 죽일 수는 있어도 나를 모욕할 수는 없어!”“너 너무 멍청한 거 아니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네 그 모자란 지능으로 한 번 생각해봐. 내가 조중천을 죽이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이면 됐어. 이렇게 힘을 들일 필요가 뭐가 있었겠어?”“가장 중요한 건 조중천의 그 힘과 지위로 나한테 죽임을 당할 자격이 있냐는 거야. 그가 그럴 자격이 있겠어?”“그는 그럴 자격이 없어!”하현은 확고한 얼굴이었다.그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조중천의 소위 용문 대구 지회장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기에는 높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듣고 진주희는 온몸을 살짝 떨었다. 잠시 후 몸에 힘이 풀리더니 소파에 무릎을 꿇었다. 사실 요 며칠 그녀는 하현이 만약 조중천을 죽이려고 했다면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장에서 죽이면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원수를 찾으러 갔을 때 용문 지회는 모두 흩어진 모래와 같았다. 거기다 전에 하현을 찾아가 문제를 일으켰던 위남풍도 듣기로 머리 하나 밖에 남지 않다고 들었다.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진주희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하현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과거는 지나갔으니 내버려 두고 오늘 일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내가 널 구해주지 않았으면 너는 지금 다른 사람 것이 됐을 거라는 건 분명 알 거야.” “한 세대의 에이스가 개 돼지 보다 못한 최후를 맞으려고? 그러길 원해?”말을 하면서 하현은 구석에 있는 조남헌을 가리켰다. 조남헌은 벌벌 떨며 재빨리 말했다. “사부님, 아니요. 저는 술을 조금 마셔서 머리가 맑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신을 존경해요!”이때 조남헌은 자신이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손에 닭 한 마리 쥘 힘이 없는 진
“하씨, 이제 와서 왜 또 나를 이렇게 모욕하는 거야?”“나 같은 폐인을 모욕해봐야 뭐가 좋다고!?”“죽이든 찢든 네 마음대로 해!”“너도 내 몸을 원해? 그럼 네 마음대로 해!”“만약 이런 것들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나 좀 가게 내버려 둬!”“네가 나를 불구로 만들고, 또 나를 구해줬으니 앞으로 너와 나 둘 사이에는 은혜도 원한도 없어……”진주희는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말하고 있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미안해. 네가 비록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지만 나는 너한테 관심이 없어.”“오늘 밤 이런 일을 한 건 너를 모욕했다고 할 수 없어……”“내가 너를 구한 건 좋은 마음으로 한 게 아니야. 단지 네가 이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야.”“이렇게 하자. 너 오늘부터 내 하인이 되면 내가 네 내공을 회복시켜 줄게……”“하씨, 너 너무 사람 놀리지 마. 너……”진주희는 하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또 어리둥절해졌다. “너 뭐라고 했어? 내공을 회복시켜 주겠다고?”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그녀는 돌아온 후 많은 명의와 고수들을 찾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치료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노 스님은 전신의 고수가 있으면 그녀의 내공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하에는 전신이 거의 없고 군대에 있는 전신은 지위가 너무 높아 그녀가 요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너를 불구로 만들었으니 네 내공도 회복시킬 수 있지.”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야. 내가 네 내공을 회복시켜 줄 수는 있지만 너는 기꺼이 내 하인, 앞잡이가 되어야 해……”“내가 누구를 물라고 하든 너는 물어야 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해……”“물론 나는 함부로 너를 모욕할 마음은 없어. 난 단지 네가 나한테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할 뿐이야.”“잘 생각해봐. 이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거야!”“네가 내 내공을 회복시켜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하현이 어떻게 용문 대구 지회장 일 수가 있지?어쨌든 하현이 조중천을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그의 죽음은 하현과 관련이 있었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 하현은 용문 대구 지회의 적이다. 전에 하현을 죽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지회장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은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었다!하지만 문제는 용인서가 어떻게 하현을 용문 대구 지회장으로 삼았느냐는 것이다. 진주희는 영패를 손에 쥐고 떨면서 몇 번 살펴 본 후 영패가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정말 지회장 영패네요!”“용문 대구 지회는 반드시 명령대로 행하고 용서 없이 죽여야 하는데……”“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진주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고, 안색은 기괴해졌다. 조남헌은 원래 믿지 않았지만 진주희의 동작과 표정을 보고 알았다. 하현은 정말 용문 대구 지회장이었다. 이때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느낌이 그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용문 대구 지회 내부는 지회장의 자리를 두고 사생결단을 하며 사투를 벌였지만 뜻밖에도 자리는 이미 내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용문 대구 지회장에게 도발을 했다고?이 생각에 미치자 조남헌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한기를 느낄 뿐이었다. 구제불능이다!자신은 정말 구제불능이다. “나는 너희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하현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용인서가 특별히 나를 찾아 남원에 와서 지회장이 돼 달라고 부탁을 했어.”“나는 약속을 했고 그래서 대구에 온 거야.”“원래 나는 내가 위남풍 일가를 무너뜨린 것처럼 용문 대구 지회가 내 뜻을 따르면 잘 되게 해주고, 내 뜻을 거스르면 망하게 하려고 했어.”“근데 오늘 밤 기왕 너를 만났으니 내 생각엔 네가 나 대신 나서서 용문 대구 지회를 통합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 같아.”“어떻게? 동의해?”“너, 날 위해 목숨을 바치고 내 부하가 될래? 아니면 계속 고집 부릴래?
하현은 두 여자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그녀들에게 힐끔 시선을 떨어뜨린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은아, 우린 들어가자. 사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진서기는 소항 회관으로 들어가려는 하현의 앞을 가로막으라는 듯 임민아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하현은 무심코 발을 떼려다가 줄곧 자신을 무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임민아가 갑자기 앞을 막자 흠칫 놀랐다.“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현, 더 이상 설은아한테 찝쩍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이미 설은아와 헤어졌어요. 그럼 깔끔하게 물러서요.”임민아는 차가운 말투로 내뱉었다.“사람은 눈치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설 씨 집안사람들은 당신을 전혀 반기지 않아요. 모르겠어요?”“이제 알았으면 썩 꺼져요! 어서!”“이곳은 우리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오는 곳이지 당신 같은 얼뜨기가 오는 곳이 아니에요!”하현은 냉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와 설은아 사이의 일은 당신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 않나요?”“설은아는 내 친구예요. 그러니 친구로서 당연히 이 정도는 할 수 있죠!”임민아는 턱을 치켜들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은아가 마음씨가 고와서 당신이 이러는 것도 가만히 놔두는 거예요!”“그렇지 않고서 당신같이 능력도 없고 돈도 없고 역량도 부족한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은아와 함께 있을 수 있겠어요?”“은아는 타고난 미모에 붙임성까지 있는 사람이에요. 봉황이 노는 곳에 어찌 꿩이 알짱거릴 수 있겠냐구요?”“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여기까지 말한 임민아는 콧대를 잔뜩 치켜세우며 위엄을 과시하려 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하현은 한쪽 입가를 살짝 말아올리며 냉소를 흘렸다.이윽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임민아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임민아 씨, 맞죠?”“당신은 스스로가 너무 잘난 줄 아는 사람이군요.”“내가 어떤 사람이든, 자격이 있든 없든 그건 당
”아니야.”하현은 설은아가 갑자기 간민효를 언급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얼른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엄도훈이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어.”“우리 쪽이 계약할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본 거야.”“그래서 회사 법무팀에 직접 물어보라고 연락한 거야.”하현의 설명을 들은 설은아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아, 갑자기 생각났어. 엄도훈이 당신한테 이러는 걸 보니 간민효가 당신한테 엄청 많은 도움을 줬었나 봐, 그렇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조그만 일에 간민효를 들먹일 필요는 없어.”설은아는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만약 무성이나, 혹은 남원이나, 대구였다면 그녀도 그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그러나 금정은 역사와 유서가 깊은 곳이었다.다른 곳과 비교할 곳이 아니었다.금정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하현이 이런 말을 하니 설은아는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억지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왜냐하면 하현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분명 금정에도 그의 포석을 두었음이 틀림없다.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이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인정하기 싫은 질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이런 생각에 사로잡히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슬기를 떠올렸고 왕주아를 떠올렸고, 동리아를 떠올렸다.그녀의 마음은 더욱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청거렸다.질투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그들의 차는 그렇게 달리고 달려 으리으리한 소항 회관에 다다랐다.화려한 불빛이 눈앞에 일렁거렸고 많은 차들이 오갔다.곳곳에서 향기로운 바람이 퍼졌고 많은 미남미녀들이 드나들었다.차가 멈춘 후 하현은 설은아를 따라 걸어 나왔고 곧이어 마세라티가 멈추어 서는 것이 보였다.빼어난 몸매에 세련된 메이크업을 한 두 여자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두 여자는 설은아가 금정에서 안 지 얼마 안 된 비즈니스 파트너였다.한 사람은 진서기이고 다른 한
”그래, 맞아! 아들이 하는 말에 무슨 토를 달아?”최희정은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이 한 말을 완전히 뒤집을 모양이었는지 싸늘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네, 그렇게 능력이 많아?”“그렇게 은아랑 재결합하고 싶어?”“그럼, 좋아!”“자네가 우리 은아를 대구 정 씨 가문 수장으로 만들면!”“나도 두 사람의 재결합을 승낙할게!”“둘이 같이 살고 싶으면 살아도 돼. 그건 내가 허락해 줄 수 있어.”하현은 최희정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나이에 비해 여전히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최희정이 표독한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는 이렇게 계속하다간 양측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질 거란 걸 잘 알았다.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설은아의 모습을 보던 하현이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대구 정 씨 가문 수장이요? 문제없죠!”“설은아를 그 자리에 올려놓겠습니다!”“그래! 알았네! 자네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두고 보겠어!”최희정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하현이 식탁에 않는 걸 더는 막지 않았다.식사 자리는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어색하고 불편한 식사를 마친 뒤 이영산 부부가 떠나자 하현은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그때 발코니에 있는 설은아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설은아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오늘 저녁 소항 회관에서 모임이라고?”“그래, 꼭 시간 내서 갈게.”“그런데 내가 말씀드린 그 일은 가닥이 좀 잡혔어?”하현은 이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후 내내 휴식을 취한 설은아는 저녁 6시가 되자 단장을 하고 차를 몰고 어딘가로 떠나려고 했다.차에 시동이 걸리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현이 불쑥 조수석 문을 열고 히죽히죽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여보, 어디 가게?”설은아는 원래 하현을 소항 회관에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지만 하현이 조수석에 올라타는 걸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저녁 중요한 비즈니스 모임이 있어. 친구가
”그래요?”하현은 최희정에게는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며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우리 처남, 어서 밥이나 먹어!”이영산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아예 하현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겠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최희정은 하현이 자신의 양아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음 같아서는 하현을 향해 뺨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었다.그러나 문제는 하현이 내놓은 수표와 계약서가 모두 사실이어서 그녀로서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가짜 처남! 당신은 신분도 가짜라서 한 마디 못하고 있는 거지?”“남자가 되어서 남아일언중천금이란 말도 몰라? 본인이 한 말도 수습하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나 같은 사람보다 훨씬 못한 거 아냐?”하현이 이영산의 체면을 사정없이 깎아내렸다.그는 자신의 아내를 무시했던 이영산을 조금도 봐줄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지금 간이 너무 싱거워?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끓어줄까? 그러면 당신의 입맛에 맞게 될 텐데. 어때?”“자네, 그만해!”이때 최희정이 테이블을 세차게 내리치며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아주 기고만장하군!”“오백억 돌려받고 계약 한 건 따낸 것뿐이잖아?”“뭐가 그렇게 기고만장할 게 있어?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고?”“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자네더러 능력 있다고 추켜세울 줄 알았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쨌든 장모님이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래서 난 돈을 받아왔구요.”“그러면 이제 저는 설은아와 재혼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호적등본은 어딨죠?”“제가 가져가도 되는 거죠?”하현의 말을 들은 최희정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눈앞의 하현이 못마땅해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절대로 두 사람의 재결합을 승낙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허락하지 않으면 하현의 비아냥에 더욱 설 곳이 없어져 도저히 끝까지 버틸 수가 없었다.“설은아, 장모님이 별로 이의가 없으신 것 같으니
말을 마치며 최희정은 그릇을 꺼내 대문 앞에 세차게 던졌다.이어 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서 사죄해!”“저기 가서 무릎을 꿇으란 말이야!”딸과의 재결합을 허락받기 위해 온 남자라면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왔을 것이다.그런데 엄도훈한테서 오백억을 받아왔다고?허튼소리도 정도껏이지!이를 본 설유아는 급기야 울상이 되어 말했다.“형부, 그냥 지금 엄마한테 사과하세요.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요...”“수표도 계약서도 진짜입니다. 거짓 하나 없는 사실이라구요!”하현은 설은아가 건네주는 물컵을 집어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그런데 제가 무슨 죄를 인정해야 합니까?”“허허! 하현! 쓴맛을 봐야 피눈물을 흘리며 단념할 모양이군!”하현이 완강한 자세를 보이자 이영산은 한껏 비웃으며 말했다.“저따위 가짜 계약서와 수표는 인터넷에 뒤져보면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어! 당신 같은 사람이 이걸 모른다고?”“만약에 저것이 가짜로 판명된다면!”“당장 이 집에서 나가! 절대 돌아올 생각하지 마!”설은아를 포함해 설 씨 집안의 모든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이영산은 하현이 철저히 없어져 주길 간절히 바랐다.하현이 끼어들어서 그의 수많은 계획들이 틀어졌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으로 관련 사이트를 열어 계약서 번호를 입력해 조회하기 시작했다.최희정은 하현이 하루아침에 오백억이라는 거금을 받아왔다는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고 계속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조회는 왜 해 보는 거야?”“거두절미하고 당장 무릎 꿇어! 무릎 꿇기 싫으면 당장 꺼지라고!”말을 마치며 최희정은 경호원 몇 명을 부르려고 핸드폰을 들었다.“어?!”순간 이영산은 온몸에 전율이 올랐다.“이럴 리가 없는데? 이, 이게 어떻게 진짜일 수가 있어?”“믿을 수 없어!”당황한 이영산의 목소리에 최희정은 어리둥절해하며 이영산을 쳐다보았다.그러고 나서 이영산의 핸드폰을 잡아채듯 가져와 계약서와 대조해
”탁!”“신사 상인 연합회가 SL그룹에서 빌려 간 돈 오백억이에요!”“탁!”“신사 상인 연합회와의 향후 5년 치 계약서입니다!”“탁!”“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 선불한 첫해 선입금입니다!”“선입금은 되돌려 줄 필요없이 계약은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습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최희정을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 오묘한 미소를 떠올렸다.“설 씨 집안을 대신해 오백억을 돌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5년 치 계약도 성사시켰고 선입금까지 받았어요.”“선입금까지 호주머니에 찔러줬으니 이젠 두 사람, 그 입 다물 수 있겠죠?”하현은 그릇을 집어 들고 이영산의 면전에서 ‘퍽’하고 깨뜨렸다.“가짜 처남! 이제 먹어도 돼. 국물도 먹어가면서 먹어. 체하지 않게.”“뭐?”하현의 말을 듣고 모두들 그가 방금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물건들을 보았다.설 씨 가족은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러고는 하현에게 시선을 돌려 더욱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하현은 빚을 돌려받아 왔을 뿐만 아니라 계약서에 선입금까지 받아왔기 때문이다.이것은 결코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말도 안 돼! 이건 절대 불가능해!”이영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장 먼저 벌떡 일어섰다.“신사 상인 연합회가 어떤 곳이야? 그곳은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가 뒤를 받쳐주는 곳이야!”“호랑이 같은 그들 입에서 먹이를 빼앗아 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당신 같은 얼뜨기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지?”“가짜야! 계약서도 수표도 모두 가짜일 거야! 틀림없어!”“당신은 설은아를 얻기 위해 이런 뻔뻔한 짓을 벌인 게 분명해!”“잘 들어! 난 설은아의 의붓 오빠야! 어머니 아버지의 장자로서 절대 당신의 그런 더러운 음모가 실현되는 걸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계약서와 수표를 위조하는 것은 중죄야!”“법대로라면 당신은 적어도 십몇 년은 감옥에서 썩어야 해!”말을 하면서 이영산은 이를 갈며 수표
”드셔보세요?”“드셔보면 알 거예요!”“여기 자리 없는 거 안 보여? 여기 이 음식들, 우리가 다 먹기에도 모자라!”“먹고 싶으면 조용히 구석에서 먹고 가. 안 그러면 그냥 가든지!”최희정은 손에 젓가락을 쥐고 설유아를 툭툭 치면서 못마땅한 듯 싸늘하게 내뱉었다.설유아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엄마. 다 차려진 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일이야. 그리고 우린 한 가족이잖아!”“가족? 저놈은 우리와 한 가족이 아니야!”“이 대문을 들어서게 한 것은 그나마 알던 사이라서 체면을 봐준 거야!”“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요리들은 먹성 좋은 우리 아들이 먹기에도 모자라다는 거야!”“남는 게 어디 있어?”최희정은 하현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한 듯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이영산은 최희정의 말을 듣고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어머니, 어머니는 정말 제 친어머니나 다름없어요. 아니 제 친어머니보다 더 저한테 잘해 주세요!”“제가 대식가라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맞아요. 여기 있는 음식들, 제가 먹기에도 모자랄지 몰라요.”설유아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 닭찜은 형부 먹인다고 해놓고선...”“닥쳐!”설유아의 말대꾸에 최희정은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닥치지 않을 거면 너도 저 몹쓸 놈이랑 함께 꺼져!”“예전에는 상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저 얼뜨기랑 우리 집안은 아무 상관도 없는데 왜 내가 잘해 줘야 해?”최희정은 하현의 향해 눈을 부라리며 콧방귀를 뀌었다.“우리 집에 와서 뻔뻔하게 재혼을 한다고 큰소리치는 걸 보니 3년 동안 밥 안 먹어도 굶어 죽지는 않겠어!”장리나가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저 사람은 백두산 산삼까지 먹었는걸요. 평생 밥 안 먹어도 괜찮을 거예요.”설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엄마, 그리고 당신들 그만해요!”“하현은 내가 부른 거예요.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말하세요!”“네가 오라고 했다고?”설은아의 말을 듣고 최희정이 불쑥
엄도훈이 지금까지 무사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건달이었기 때문이다.매일 싸우고 죽이는 일이 다반사인 그의 몸에 혈기가 항상 돌고 있었던 것이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이미 수천 번은 죽어도 더 죽었을 것이다.“곧 죽는다구요?!”엄도훈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팔괘경에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형님, 이 물건은 제가 골동품 시장에서 사 온 거예요.”“몇만 원짜리 물건인데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겁니까?”엄도훈 같은 건달들은 주먹이 곧 도리라고 믿었다.그런 그가 어떻게 풍수나 관상술 같은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는 하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던 것이다.정말로 풍수라는 것이 있다면 아무리 해도 풍수를 이길 수 없는데 사람들이 뭐 하러 고군분투하겠는가?사실 엄도훈은 하현이 오늘 자신과 싸우고 난 뒤 살짝 겁주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하현에게 밟혀 제대로 호된 맛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가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까지 할 뻔했다.하현은 담담하게 툭 내뱉었다.“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 마음이지.”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문제가 생기면 방금 사람을 찌르려던 그 비수를 가슴에 달고 있어. 그 물건에 혈기가 있으니 당신의 목숨을 구해 줄 거야.”“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하현은 말을 마치며 돌아섰다.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자마자 가타부타 말이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하현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사람을 속이는 방법도 어지간해야지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현이 떠난 뒤에 엄도훈은 정형외과에 가서 뼈를 맞추려고 손을 늘어뜨린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가 건물을 나와 막 대문 쪽으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지붕 기와가 미끄러져 내려와서 ‘퍽’소리를 내며 그의 이마에 떨어졌다.엄도훈은 머리를 감싸고 욕을 했지
하현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엄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빚진 것은 저희 잘못입니다. 형님이 직접 가져가 주십시오.”“그리고 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앞으로 보상 차원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이번에는 절대 걱정하는 일 없을 겁니다!”“절대로 더 이상 빚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백억을 선불로 내겠습니다!”“첫해 합작하는 것에 대한 선입금입니다!”“부디 형님께서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SL그룹의 약품과 기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금정에서도 우리는 SL그룹만 계약할 겁니다.”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내놓았는데 그것이 오백억이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엄도훈을 바라보았다.비록 그가 수려한 언변을 늘어놓은 건 아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이었다.어차피 엄도훈이 또 이상한 짓을 하려 한다면 하현이 한 발로 밟아 죽이면 되는 일이다.“알았어. 그래 그럼 수표와 계약서는 내가 가져가지.”하현은 찻잔을 내려놓았다.“하지만 당신들과 합작을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내 아내의 뜻에 달렸어.”“알겠습니다!”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고 더욱 환하게 웃었다.“형수님 뜻에 따르겠습니다!”“형수님이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잠시 말을 멈춘 엄도훈은 뒤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형님, 이것은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이번에 어떻게 하다 보니 서로 싸우면서 안면을 트게 되었지만 성의는 해야죠. 서로 알게 된 인사치레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선물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각양각색의 보석이 가득 박혀 있는 여성용 시계가 있었다.프랑스산 고급 명품 브랜드 시계로 그 가치는 억 단위가 넘었다.“여자시계?”하현이 무심코 입을 열었다.“이거 줘 봐야 소용없어.”“형님, 꼭 받아주십시오.”“사양하지 마시고요. 형님의 정체에 대해 알고 싶어서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