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후. 번호판이 없는 도요타 한 대가 회관 입구에 멈춰 섰다. 변백범과 사람들은 진주희를 데리고 먼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죽은 개처럼 된 조남헌을 한 손으로 끌고 차 옆으로 갔다. 조남헌을 트렁크에 실은 후에야 하현은 고개를 돌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 도령은 우리를 배웅하러 갈 거야.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두 시간 더 기다려야 하고.”“두 시간 후면 너희 조 도령이 돌아 올 수 있을 거야.”“만약 누군가 일찍 떠났다가 들키면 처음엔 손 하나 절단되고 두 번째는 발이 절단되고 세 번째는 미안하지만 목을 절단할 수밖에 없어……”말을 마치고 하현은 조수석에 앉아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밤 바람에 황군과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눈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아무도 감히 따라가지 못했다. 그들은 그 외지인들이 분명 말 한대로 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두 시간 후 그들은 대구 해안선 근처 한 농가에 도착했고, 공해원은 발길로 대문을 걷어찼다. 이 곳은 그들이 전에 머물렀던 곳이고, 이미 소유권을 받아 놓은 곳이었다. 농가의 거실에 들어서자 대도 경수는 진주희를 소파에 던져 놓았고, 변백범은 조남헌을 구석에 두고 갔다. “형님들, 제가 이미 형님들이 무사히 나올 수 있도록 했으니 이제 가도 되겠죠?”조남헌은 이때 눈가에 경련이 심하게 일었다. “다들 나와서 지내시는데 오늘 여기까지 해야 나중에도 좋게 만나죠. 정말 사람을 죽였다간 아무도 좋지 않을 거예요.”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소리 했다간 너 부터 죽여 버릴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자 조남헌은 순간 숨을 쉬지 못했다. 하현은 소파로 가서 진주희의 맥을 짚은 다음 변백범에게 진주희의 목을 후비라고 손짓했다. 잠시 후 진주희는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난 후 오늘 밤에 먹었던 술과 약들을 모두 토해냈다. 잠시 후 진주희는 정신을 차렸지만 너무 힘이 빠져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변백범은
“뭐라고!?”진주희는 이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뛰어가 하현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하씨, 네가 나를 죽일 수는 있어도 나를 모욕할 수는 없어!”“너 너무 멍청한 거 아니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네 그 모자란 지능으로 한 번 생각해봐. 내가 조중천을 죽이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이면 됐어. 이렇게 힘을 들일 필요가 뭐가 있었겠어?”“가장 중요한 건 조중천의 그 힘과 지위로 나한테 죽임을 당할 자격이 있냐는 거야. 그가 그럴 자격이 있겠어?”“그는 그럴 자격이 없어!”하현은 확고한 얼굴이었다.그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조중천의 소위 용문 대구 지회장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기에는 높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듣고 진주희는 온몸을 살짝 떨었다. 잠시 후 몸에 힘이 풀리더니 소파에 무릎을 꿇었다. 사실 요 며칠 그녀는 하현이 만약 조중천을 죽이려고 했다면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장에서 죽이면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원수를 찾으러 갔을 때 용문 지회는 모두 흩어진 모래와 같았다. 거기다 전에 하현을 찾아가 문제를 일으켰던 위남풍도 듣기로 머리 하나 밖에 남지 않다고 들었다.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진주희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하현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과거는 지나갔으니 내버려 두고 오늘 일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내가 널 구해주지 않았으면 너는 지금 다른 사람 것이 됐을 거라는 건 분명 알 거야.” “한 세대의 에이스가 개 돼지 보다 못한 최후를 맞으려고? 그러길 원해?”말을 하면서 하현은 구석에 있는 조남헌을 가리켰다. 조남헌은 벌벌 떨며 재빨리 말했다. “사부님, 아니요. 저는 술을 조금 마셔서 머리가 맑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신을 존경해요!”이때 조남헌은 자신이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손에 닭 한 마리 쥘 힘이 없는 진
“하씨, 이제 와서 왜 또 나를 이렇게 모욕하는 거야?”“나 같은 폐인을 모욕해봐야 뭐가 좋다고!?”“죽이든 찢든 네 마음대로 해!”“너도 내 몸을 원해? 그럼 네 마음대로 해!”“만약 이런 것들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나 좀 가게 내버려 둬!”“네가 나를 불구로 만들고, 또 나를 구해줬으니 앞으로 너와 나 둘 사이에는 은혜도 원한도 없어……”진주희는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말하고 있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미안해. 네가 비록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지만 나는 너한테 관심이 없어.”“오늘 밤 이런 일을 한 건 너를 모욕했다고 할 수 없어……”“내가 너를 구한 건 좋은 마음으로 한 게 아니야. 단지 네가 이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야.”“이렇게 하자. 너 오늘부터 내 하인이 되면 내가 네 내공을 회복시켜 줄게……”“하씨, 너 너무 사람 놀리지 마. 너……”진주희는 하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또 어리둥절해졌다. “너 뭐라고 했어? 내공을 회복시켜 주겠다고?”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그녀는 돌아온 후 많은 명의와 고수들을 찾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치료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노 스님은 전신의 고수가 있으면 그녀의 내공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하에는 전신이 거의 없고 군대에 있는 전신은 지위가 너무 높아 그녀가 요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너를 불구로 만들었으니 네 내공도 회복시킬 수 있지.”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야. 내가 네 내공을 회복시켜 줄 수는 있지만 너는 기꺼이 내 하인, 앞잡이가 되어야 해……”“내가 누구를 물라고 하든 너는 물어야 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해……”“물론 나는 함부로 너를 모욕할 마음은 없어. 난 단지 네가 나한테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할 뿐이야.”“잘 생각해봐. 이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거야!”“네가 내 내공을 회복시켜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하현이 어떻게 용문 대구 지회장 일 수가 있지?어쨌든 하현이 조중천을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그의 죽음은 하현과 관련이 있었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 하현은 용문 대구 지회의 적이다. 전에 하현을 죽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지회장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은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었다!하지만 문제는 용인서가 어떻게 하현을 용문 대구 지회장으로 삼았느냐는 것이다. 진주희는 영패를 손에 쥐고 떨면서 몇 번 살펴 본 후 영패가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정말 지회장 영패네요!”“용문 대구 지회는 반드시 명령대로 행하고 용서 없이 죽여야 하는데……”“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진주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고, 안색은 기괴해졌다. 조남헌은 원래 믿지 않았지만 진주희의 동작과 표정을 보고 알았다. 하현은 정말 용문 대구 지회장이었다. 이때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느낌이 그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용문 대구 지회 내부는 지회장의 자리를 두고 사생결단을 하며 사투를 벌였지만 뜻밖에도 자리는 이미 내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용문 대구 지회장에게 도발을 했다고?이 생각에 미치자 조남헌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한기를 느낄 뿐이었다. 구제불능이다!자신은 정말 구제불능이다. “나는 너희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하현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용인서가 특별히 나를 찾아 남원에 와서 지회장이 돼 달라고 부탁을 했어.”“나는 약속을 했고 그래서 대구에 온 거야.”“원래 나는 내가 위남풍 일가를 무너뜨린 것처럼 용문 대구 지회가 내 뜻을 따르면 잘 되게 해주고, 내 뜻을 거스르면 망하게 하려고 했어.”“근데 오늘 밤 기왕 너를 만났으니 내 생각엔 네가 나 대신 나서서 용문 대구 지회를 통합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 같아.”“어떻게? 동의해?”“너, 날 위해 목숨을 바치고 내 부하가 될래? 아니면 계속 고집 부릴래?
하현과 진주희가 옆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조남헌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불구가 된 사람이 내공을 쉽게 회복하리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무슨 웃기는 소리야!하지만 불과 30분 만에 조남헌은 놀라 멍해졌다. 방에서 나온 하현의 안색은 평온했다. 하지만 진주희의 얼굴엔 오히려 과거의 자신감이 떠올랐다. 그런 기백은 그녀가 용문 대구 지회 첫날 뽐내며 드러났을 때뿐이었다. 이때 진주희는 거실 한 가운데로 걸어가 마호가니 탁자를 주먹으로 쳤고 ‘털컥’소리가 나더니 산산조각이 났다. “회복됐어요!”“정말 회복 됐어요!”“저 진주희가 다시 돌아왔어요!”진주희는 이 장면을 보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불구자에서 다시 능력자가 된 셈이었다!이것이 바로 이른 바 왕의 귀환이라는 것이다! 조남헌도 완전히 멍해졌다. 진주희가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그는 사실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명의들은 진주희를 치료하려면 적어도 전신급 고수가 직접 손을 대야 한다고 말했었다.하현이 진주희를 쉽게 치료했다는 것은 그가 전신급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 이 순간, 조남헌은 하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집혔다. “진주희, 지금부터 변백범이 너한테 협조 할 거야.”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네가 어떤 방법을 쓰든 너한테 일주일의 시간을 줄게. 용문대구 지회를 완전히 네 밑으로 돌려놔.”“왕화천, 우성빈한테 전해. 굴복을 하든지 아니면 위남풍의 편에 서든지 하라고. 나는 이 일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일주일 후 나는 용문 대구 지회 전체에서 나 한 사람의 목소리만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진주희는 즉각 대답했다. “지회장님, 걱정 마세요. 군령장을 요청합니다!”“일주일도 필요 없고, 3일 안에 모든 일을 다 해결하겠습니다!”진주희의 자신감을 보며 하현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우리 조 도련님부터 시작하겠습니다.”하현
끊임없이 절을 하는 조남헌을 보고 하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부잣집 도련님이 이런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할 줄은 몰랐다. 이 방법도 나쁘지 않았다. 한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도둑을 잡으려면 먼저 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거물들을 해결하면 그 휘하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히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 도령, 좋은 생각이야.”하현은 천천히 앞으로 가더니 조남헌을 주시했다. “하지만 너는 우리 온 집안 식구들을 무너뜨리려고 도발한 사람이야. 내가 너를 믿을 수 있을 거 같아?”조남헌은 하현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흐느끼며 말했다. “하 회장님, 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어르신을 건드리겠습니까? 어찌 감히 복수할 수 있겠어요!”“저에게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저는 회장님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니, 아니, 회장님의 개가 되고 싶습니다!”“누구를 물라고 하시면 바로 물겠습니다. 진주희보다 백 배, 아니 천 배는 더 말씀을 잘 들을 것을 맹세합니다!”지금의 조남헌은 부잣집 도련님이나 포악하고 거칠었던 모습이 완전히 없어졌다. 지금의 그에게는 오직 두려움만 남아 있었다. 진주희는 안색이 안 좋아졌다. 조남헌이 이렇게 뻔뻔하게 굴 줄은 몰랐다. 정말 조중천의 체면을 구긴 것이다. 하현이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내가 네 아버지를 죽였다고 하는데 너는 내가 안 미워?”“쳇! 늙은 물건이 어디 회장님의 손을 더럽힐 자격이 있습니까? 회장님이 만약 그를 죽이려고 했다면 그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저는 그런 헛소문은 믿지 않습니다!”조남헌은 웃는 낯이었다. 하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럼 너 내 개가 될 거야?”“네! 개가 되는데는 제가 전문입니다……”말을 마친 조남헌은 손과 발이 부러진 아픔을 참으며 반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뻗고는 마치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 같은 흉내를 냈다. “멍멍멍
하현은 원래 진주희에게 조남헌을 죽여 충성 선언장을 쓰도록 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남헌이 이런 식견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적어도 그는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진주희가 아무리 복종을 한다고 해도 조중천의 죽음은 어쨌든 그녀와 하현 사이에 가시를 박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평소에는 그녀가 감히 아무 것도 하지 못할 수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이 가시가 그녀를 통제불능 상태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 곁에 한 사람을 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조남헌을 곁에 두면 그들 두 사람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진주희는 조남헌에게 짓밟힐 뻔했기에 하현은 이 두 사람이 협력하고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재미있네.”이런 생각을 하자 하현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몸에서 마음대로 알약 하나를 꺼내 바닥에 던지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 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게.”“나는 너를 조씨 집안의 주인이 되도록 지지해 줄 수 있어. 네가 나 대신 대성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할 수도 있고, 대구의 모든 힘을 책임지게 할 수도 있어.” “다만 나는 절대적인 충성심을 원해.”“이 약은 내가 일찍이 남부지방에서 가끔씩 얻었던 거야. 먹고 나서 1년동안 해독제를 받지 못하면 백충으로 더없이 비참하게 죽게 될 거야.”“하지만 매년 한 번씩 해독제를 먹으면 아무런 해도 없고 오히려 몸을 튼튼하게 할 수 있어. 이 좋은 물건을 원해?”조남헌은 바닥에 엎드려 개가 똥을 먹는 듯 약을 집어 삼킨 후 웃으며 말했다. “주인님, 약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약을 먹으니 제 팔 다리가 다 나은 것 같아요!”“당장 일을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회장님을 대신해 조씨 집안을 통합하도록 하겠습니다!”조남헌이 이렇게 길을 떠나려는 것을 보고 하현은 그가 부러뜨린 팔 다리를 연결해 주었다. 그 다음 직접 가서 석고를 발라 주었다. 아마 며칠이면 다 나을 것이다. 곧
이것은 대구 지역에 할당 된 좋은 번호였다. 일반인들은 얻을 수 없는 번호였다. 하현은 임정민인 줄 알았다. 그래서 상대방이 두세 번 전화를 한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곧 맞은편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하현이야!?”상대방은 임정민이 아니었다. 목소리를 들으니 분명 20대 초반 소녀였다. “나야.”하현은 흥이 넘쳤다. “누구야?”상대방은 외치며 말했다. “하현 하 세자, 정말 거드름을 피우네!”“하지만 대구는 남원 같은 시골이 아니니 우리 대구에 와서 허세를 부렸다간 뒤집힐지도 모르니 조심해!”상대방은 차갑게 몇 마디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심지은이라고 해. 슬기 언니의 사촌 동생이야.”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슬기는 어떻게 됐어? 괜찮아? 슬기를 만나고 싶어!”심지은은 비웃는 듯 빈정거리며 말했다. “사촌 언니는 잘 지내고 있지만 지금 큰 일을 처리하고 있어서 외부와 연락을 하기가 어려워.”“오늘 네 문자를 받자 마자 나보고 너한테 전화하라고 했어.”“너 정말 대구에 온 거야?”하현이 말했다. “응. 나는 정오에 대구에 도착했어. 만약 오늘 밤까지 슬기의 연락이 없으면 내일 내가 심가로 찾아 갈 거야.”그는 심가를 조사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가 결국 스파이가 실종된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고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 슬기를 찾는 것이 이번 대구에 온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그래서 하현은 진주희와 조남헌 두 사람을 굴복시켜 용문 대구 지회 일을 빨리 해결하고 용문 대구 지회의 세력을 가지고 심가의 문턱을 밟으려 했다. 대장의 신분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마음이 없었다. 어쨌든 벌써 용인서와 약속을 했다. “너 정말 간이 부었구나!”“너 어떻게 함부로 대구에 온 거야!?”전화 맞은편에서 심지은은 약간 분노하는 듯했다. “네가 네 맘대로 행동하는 것 때문에 우리 사촌 언니가 얼마나 스트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