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일찍 하현은 잠에서 깬 후 바로 옥상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바로크 팰리스 호텔은 바로 그가 투숙했던 곳이다. 솔직히 말해 소위 인터넷 유명 호텔은 그가 묵고 있는 로얄 스위트룸 보다는 전망이 좋지 않았다. 레스토랑에 들어 갔을 때 이미 거의 10시 30분이 다 되었다. 하현은 대충 한번 훑어보더니 심지은과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하현이 심지은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심지은과 사람들은 레스토랑에서 가장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아름다운 외모와 날씬한 몸매는 자연스럽게 레스토랑에서 주목을 받았다. 검은색 미니스커트에 하얀 허벅지를 드러내고 있었고, 뾰족한 턱은 더없이 매끄러웠고 작은 얼굴은 그림과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슬기와 50-60%정도 닮았다. 분명 심지은일 것이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짧은 치파오를 입고 고전적인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치파오를 입고 완벽한 각선미를 드러냈다. 이 사람은 심지은의 절친 장가영. 이 두 미인은 얼굴과 몸매, 거기에 카리스마까지 모두 최상급이었다. 소위 인플루언서 스타들은 그들과 비교해 볼 때 정말 비교가 안 되었다. 그 카리스마와 시크함에 군침을 흘리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었지만 말을 걸기는커녕 가까이 다가가 앉을 용기도 없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도 자리를 뜨지 않고 먼 곳에 앉아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은 할 수는 있지만 시도는 할 수 없다는 식의 속삭임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이 두 여인은 모든 사람들이 정복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만들었지만 아무도 감히 사냥을 시도하지는 못했다. 바로 이때 하현은 천천히 걸어갔고 모두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떨어졌다. 그는 두 여인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현의 소박한 옷차림과 손목의 낡은 시계를 보고 모두들 실망한 얼굴로 비아냥거렸다. 이것은 바로 꽃 한 송이가 소 똥에 꽂힌 것이다.심지은은 하현이 곧장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이 바로 하현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하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심지은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슬기 사촌 여동생이야?”“맞아, 내가 심지은이야.” 심지은은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네가 바로 하현이야?”그녀는 눈 앞에 있는 이 놈이 하현이 아니기를 바랬다. 어쨌든 이런 남자와 얘기를 나누는 것이 너무 창피했다. 사촌 언니도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다. 이런 남자의 비서가 되다니. 정말 심가의 체면을 구긴다!“맞아. 내가 하현이야.”하현은 이 두 여인의 시크한 분위기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고 자리에 앉았다. 마치 그들은 행인들과 같았다. “슬기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왜 슬기가 직접 나를 만날 수 없는 거야?”“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옆에 있던 장가영이 냉소했다. “슬기 언니는 우리 울타리 안에서는 공주야. 너 같은 촌뜨기가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우리가 네 얼굴을 보러 나왔으니 이미 너는 운이 좋은 셈이야!”“뻔뻔하게 굴지 좀 말아 줄래!?”“가장 중요한 건 아무도 너한테 오라고 한 적이 없어. 너 같은 촌놈이 대구에 와서 뭐 하게?”“여기는 도시야. 당신네 시골 지방과는 다르다고!”“나는 도대체 슬기 언니가 왜 네 비서가 됐는지 모르겠어.”“설마 전설의 체험 삶의 현장인 건가!?”이때 웨이터가 다가와 두 여인에게 모닝 티를 가져다 주었다. 무슨 랍스터, 캐비아, 프랑스 푸아그라 등 모두 정교하기 그지없는 음식들이었다. 이 세트 메뉴의 가격은 180만원이었다. 앉아 있는 하현을 보고 웨이터는 더없이 정중하게 한 세트를 더 갖다 줄지를 물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왜? 밥 한 끼도 못 먹겠어?”장가영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하현을 더욱 경멸했다. “당신이 이러고도 상장그룹의 회장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심지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가영아, 네가 모르는 게 있어. 이 놈은 데릴사위야. 그 상장그룹은 이 사람 아내 회사 일 거야. 자기
장가영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돈이 없으면 없다고 하다고 하지. 괜히 체면치레 한다고 생고생을 하고 있네!”“너 혹시 2천원짜리 배달시켜 놓고서 이따가 그거보고 청향 만두라고 할 건 아니지?”“그 만두는 우리가 모임 때 한 번 먹어 본 적이 있어. 모르는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우리 앞에서는 뻐겨봤자 안 될걸?”장가영은 빈정거리는 얼굴이었다. 이 녀석은 데릴사위일 뿐 아니라 시골 촌놈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분명 아무 능력도 없는데 어떻게 뻐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심지은도 냉담한 기색이었다. 그녀는 하현과 말하기도 귀찮아졌다. 지금 하현과 맞은편에 앉아 있으니 그들은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느껴졌다!상대방이 이름난 규수와 같은 태도로 도도하게 구는 것을 보고 하현은 그들의 뺨을 한 대씩 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슬기를 생각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슬기는 지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슬기는 잡혀있는 상태인 거야?”“나를 만나지는 못한다고 해도 직접 전화 통화도 할 수 없는 거야?”심지은은 소파에 기대어 담담하게 말했다. “사촌 언니는 잘 있어. 아주 잘 지내고 있어. 너 같은 사람은 언니와 연락할 자격이 없어.”“그리고 찾을 생각도 하지 마.”“너 같은 사람이 함부로 언니를 찾으려고 했다간 너한테도 언니한테도 다 안 좋아.”“언니 일이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너한테 자세히 설명해 줄게.”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말했다. “내가 묻는데, 슬기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아무 일도 없어. 잘 지낸다니까.”심지은은 소매를 걷어붙이며 말했다. “너 자꾸 이렇게 성가시게 굴 거야?”“내가 오늘 너를 만나러 온 건 언니를 대신해서 언니가 잘 있다고 말해주려고 온 거야. 그니까 걱정하지 마!”“너는 남원으로 지금 당장 돌아가는 게 가장 좋을 거야!”“만약 비용이 없으면 내가 내줄게!”말을
이 생각에 미치자 심지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사촌 언니는 무슨 어려운 문제를 만난 게 아니야!”“그냥 너를 만나고 싶지 않을 뿐이야. 한참을 듣고도 내 말뜻을 이해 못하겠어?”“꼭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을 해야 알아 듣겠어?”“어쨌든 언니는 아주 잘 있어. 너 같은 시골 촌뜨기는 올 필요가 없어. 그러면 모든 게 더 좋아질 거야!”“돈 챙겨서 가. 모자라면 더 얹어줄게!”심지은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지만 말속에는 빈정거리는 느낌이 여전했다. 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다시 말하게 하지 마. 슬기가 어떤 상황인지 어떤 어려움을 만났는지 말해.”“아니면 내가 직접 심가에 가서 알아 볼 거야.”“너……”자신이 한참 동안 말한 것을 보고도 하현이 여전히 이런 태도를 보이자 심기은은 화가 나서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장가영은 옆에서 냉소하며 말했다. “너 슬기의 상황을 알고 싶어? 심가에도 가고 싶고?”“네가 자격이 있어?”“그리고 네가 알면 또 뭐가 어떻게 되는데?”“너 같은 데릴사위가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어?”“네 문제나 먼저 해결해!”“돈 가지고 빨리 남원으로 돌아 가. 망신당하지 말고!”“너 돈이 적어서 그런 건 아니지? 빨리 가지고 꺼져!”말을 하면서 장가영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알록달록한 지폐 뭉치를 더 꺼내 탁자 위에 내리쳤다. 이 장면을 보고 주변의 남자들까지 야유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비록 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지는 확실히 듣지 못했지만 남자가 여자의 돈을 받으려고 하다니?너무 창피하다!남자의 체면을 다 구겼다!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슬기를 만나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심지은은 마침내 짜증이 나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됐어. 하씨. 너 허풍 좀 그만 떨어!”“너 내가 네 속 마음을 모를 거 같아?”“너 기둥서방이잖아. 근데 갑자기 슬기 언니 신분이 네 아내보다 높고 네 아내보다 돈도 많이 있
하 도련님!?청향 만두!?이 말을 듣고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살짝 어리둥절해졌고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고는 그 보온 차를 가져 온 단발 머리 미인은 조심스레 찜통을 꺼내 하현 앞에 내려 놓았다. 찜통 안에는 만두가 4개 밖에는 없었고 아주 평범해 보였지만 형언할 수 없는 향기는 바로 전설 그대로였다. 이 물건을 아는 사람은 이 향기만 맡아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전설의 청향 만두다. 보통 사람은 이것을 먹으려면 최소 3년에서 5년은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명문가라고 해도, 먹고 싶다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두의 찜통을 같이 가져왔다는 것은 가지 온 사람의 신분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하현은 덤덤하게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 바로 임정민이었다. 어젯밤 자신이 직접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여자가 정말 청향 만두를 가지고 올 줄은 몰랐다. “와! 하 도련님, 어디를 뛰어다니면서 찾으셨어요!”“그럴 싸 해 보이네!”“굉장한데!”장가영은 연신 냉소를 터뜨렸다. “뻐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미리 연기할 사람까지 구하다니!”“나는 너같이 뻐기기나 잘하는 거렁뱅이는 딱 질색이야!”심지은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현, 사람은 착실해야 해!”“어떻게 체면을 차리려고 이런 연극을 할 수 있어?”“그리고 너 만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뻐기는 거야? 누가 그 물건 사기 어려운 거 모를까 봐? 우리 신분으로도 1년 반 동안 줄을 서도 먹을 수가 없는데. 사람을 시켜 배달까지 시키다니? 하하……”“근데 너 이 여자 잘 찾았다. 얼굴도 예쁘네. 여기서 여대생을 찾은 거야?”심지은은 연신 냉소를 터뜨리며 자기도 모르게 이 여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심지은은 눈을 씰룩 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임……임임임임……임 아가씨……”심지은도 소가의 방계라 견식이 넓은 편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대구 1인자 임복원의 수양딸 임정민을 모
임정민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에게 인사를 한 셈이었다. 그리고 난 후 그녀의 시선은 담담하게 심지은과 장가영 두 사람에게로 떨어졌다. “왜? 내가 심부름 하는 것처럼 보여?”목소리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심지은과 장가영 두 사람은 온몸에 힘이 풀리더니 바닥에 쓰러질 것 같았다. “아니, 아니, 아니요……”“저희야말로 심부름꾼이죠! 저희야 말로요!”심지은은 안 좋은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장가영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임 아가씨, 저희 잘못입니다. 저희가 무례하게 굴었어요. 용서해 주세요.”임정민은 담담하게 그녀를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거들떠 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 하현 앞에 젓가락을 놓으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 도련님. 이건 성남 두유와 가장 잘 어울려요. 제가 하나 준비해 봤습니다.”“입맛에 맞으시는지 한 번 드셔 보세요. 안 맞으시면 다시 바꿔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임정민은 깍듯하게 하현에게 두유 한 잔을 따랐다. “이건……”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임정민이 예전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지금 이렇게 깍듯하게 이 촌놈을 섬기다니, 이이이……이 촌놈이 무슨 능력이 있길래 임정민 아가씨의 고개를 숙이게 하는 거야?“이건, 이건 불가능 해!”“우리 꿈을 꾸고 있는 거 아니야!?”“그건 청향 만두야. 그리고 이건 성남 두유!” “이건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야!”“임 아가씨가 정성껏 대접하는데다 하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그 사람은 데릴사위인데 어떻게 이런 자격이 있지!?”심지은과 장가영 두 사람은 둘 다 얼굴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현이 무슨 근거로? “하 도련님은 우리 소남 임씨 집안의 귀한 손님이야. 임정민의 반쪽 주인이기도 하고.”임정민은 이때 냉담한 얼굴로 심지은과 장가영을 쳐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하 도련님께 맞서는 건 나 임정민에게 맞서는 거야. 우리 소
그리고 난 후 하현의 손짓에 거들먹거리던 두 여자는 부리나케 자리를 떠났다. 하현이 그들에게 준 충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들은 이것을 잘 소화해야 했고 이 소식을 슬기에게도 전달해야 했다. 게다가 심지은은 오늘의 일을 절대 심가에 보고할 수 없었다. 하현을 위해 비밀을 지키고 그와 잘 지내기로 결정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하현에게 기대어 상석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한 순간이었지만 그녀는 벌써 하현과 슬기가 만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두 여인이 떠나고 나서야 임정민은 눈빛을 보냈다. 곧 경호원들이 나타나 레스토랑을 정리했다. 그리고 난 후 누군가가 나무 상자를 들고 올라왔고 그것을 열자 안에는 오래된 장검이 들어 있었다. 하현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고 임정민은 웃으며 말했다. “보검이 영웅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당도는 수백 년이나 된 오래된 물건입니다. 저희 의붓아버지가 흙을 깎는 듯 쇠를 깎아 오랫동안 간직해 온 보물입니다. 하 도련님께서 받아 주십시오. 이것은 저희의 작은 성의입니다.”“그래, 고마워.”하현도 사양하지 않았다. 이 당도는 자신이 당시 몸에 지니고 있던 것보다 더 정교해서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그는 당도를 받아 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청향 만두가 맛있네. 아가씨도 앉아서 같이 먹어.”“네, 감사합니다. 도련님!” 임정민도 사양하지 않고 방긋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방금 선물을 준 것은 선물일 뿐 아니라 하현을 시험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섬나라와 관계가 있다면 대하 문화를 대표하는 당도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받은 걸 보니 그는 분명 섬나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것은 이 사람이 깊이 사귈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이 순간, 임정민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는 기쁨이 가득했다. “맛이 괜찮네. 만약 다음에도 생각이 나면 아가씨에게 다시 전화 할게.”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임정민은 조심
임복원의 아내가 사고가 났다. 임정민은 별 다른 설명 없이 하현에게 양해를 구하고 떠나려고 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따라가 보기로 했다. 어쨌든 큰 선물을 두 개 받았고 게다가 임복원의 이전 상황은 섬나라 음양술과 관련이 있었다. 그는 이번에 임복원의 아내가 사고 당한 일이 이 일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현이 기꺼이 돕겠다고 한 것에 대해 임정민도 이의가 없었다. 그녀의 눈에 이미 하현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큰 인물로 여겨졌다. 한 시간 후 일행은 보타산 기슭의 한 장원에 도착했다. 이 장원은 산을 끼고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고 매우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 장원은 옛날 봉건시대의 별장으로 이미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의붓아버지와 의붓어머니는 대구에 와서 새해를 맞은 후 줄곧 이곳에서 사셨어요.”“역사적으로 이 곳은 일찍이 섬나라의 대사관이었어요. 과거에 이곳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하 도련님께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시간이 있을 때 제가 설명을 해드릴게요.”하현은 눈동자를 살짝 번뜩이며 말했다. “섬나라 대사관?”“전설에 여기가 무기를 연구했다던 그 곳이야?”임정민의 눈동자에는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하 도련님께서도 이 소문을 알고 계셨을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그건 외부인들이 소문으로 잘못 전달한 말일 뿐이에요.”“저희 아버지 어머니가 사시기 전에 전문 탐사회사 세 곳을 찾아서 이 곳을 탐사했고, 용호산의 풍수사도 불러서 이곳의 풍수를 본 적이 있어요.”“탐사 결과 과거 생화학적인 어떤 것도 전혀 연구되지 않았대요. 풍수도 아주 훌륭해 중대한 일을 하기에 좋은 장소였대요.”“그래서 부모님께서 마음 놓고 지내실 수 있었던 거예요.”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전에 임복원 선생이 여러 번 암살 당할 뻔 한 적이 있었잖아. 입주 전이야? 아니면 입주 후야?”임정민은 살짝 어리둥절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