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난 후 하현의 손짓에 거들먹거리던 두 여자는 부리나케 자리를 떠났다. 하현이 그들에게 준 충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들은 이것을 잘 소화해야 했고 이 소식을 슬기에게도 전달해야 했다. 게다가 심지은은 오늘의 일을 절대 심가에 보고할 수 없었다. 하현을 위해 비밀을 지키고 그와 잘 지내기로 결정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하현에게 기대어 상석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한 순간이었지만 그녀는 벌써 하현과 슬기가 만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두 여인이 떠나고 나서야 임정민은 눈빛을 보냈다. 곧 경호원들이 나타나 레스토랑을 정리했다. 그리고 난 후 누군가가 나무 상자를 들고 올라왔고 그것을 열자 안에는 오래된 장검이 들어 있었다. 하현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고 임정민은 웃으며 말했다. “보검이 영웅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당도는 수백 년이나 된 오래된 물건입니다. 저희 의붓아버지가 흙을 깎는 듯 쇠를 깎아 오랫동안 간직해 온 보물입니다. 하 도련님께서 받아 주십시오. 이것은 저희의 작은 성의입니다.”“그래, 고마워.”하현도 사양하지 않았다. 이 당도는 자신이 당시 몸에 지니고 있던 것보다 더 정교해서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그는 당도를 받아 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청향 만두가 맛있네. 아가씨도 앉아서 같이 먹어.”“네, 감사합니다. 도련님!” 임정민도 사양하지 않고 방긋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방금 선물을 준 것은 선물일 뿐 아니라 하현을 시험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섬나라와 관계가 있다면 대하 문화를 대표하는 당도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받은 걸 보니 그는 분명 섬나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것은 이 사람이 깊이 사귈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이 순간, 임정민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는 기쁨이 가득했다. “맛이 괜찮네. 만약 다음에도 생각이 나면 아가씨에게 다시 전화 할게.”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임정민은 조심
임복원의 아내가 사고가 났다. 임정민은 별 다른 설명 없이 하현에게 양해를 구하고 떠나려고 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따라가 보기로 했다. 어쨌든 큰 선물을 두 개 받았고 게다가 임복원의 이전 상황은 섬나라 음양술과 관련이 있었다. 그는 이번에 임복원의 아내가 사고 당한 일이 이 일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현이 기꺼이 돕겠다고 한 것에 대해 임정민도 이의가 없었다. 그녀의 눈에 이미 하현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큰 인물로 여겨졌다. 한 시간 후 일행은 보타산 기슭의 한 장원에 도착했다. 이 장원은 산을 끼고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고 매우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 장원은 옛날 봉건시대의 별장으로 이미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의붓아버지와 의붓어머니는 대구에 와서 새해를 맞은 후 줄곧 이곳에서 사셨어요.”“역사적으로 이 곳은 일찍이 섬나라의 대사관이었어요. 과거에 이곳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하 도련님께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시간이 있을 때 제가 설명을 해드릴게요.”하현은 눈동자를 살짝 번뜩이며 말했다. “섬나라 대사관?”“전설에 여기가 무기를 연구했다던 그 곳이야?”임정민의 눈동자에는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하 도련님께서도 이 소문을 알고 계셨을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그건 외부인들이 소문으로 잘못 전달한 말일 뿐이에요.”“저희 아버지 어머니가 사시기 전에 전문 탐사회사 세 곳을 찾아서 이 곳을 탐사했고, 용호산의 풍수사도 불러서 이곳의 풍수를 본 적이 있어요.”“탐사 결과 과거 생화학적인 어떤 것도 전혀 연구되지 않았대요. 풍수도 아주 훌륭해 중대한 일을 하기에 좋은 장소였대요.”“그래서 부모님께서 마음 놓고 지내실 수 있었던 거예요.”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전에 임복원 선생이 여러 번 암살 당할 뻔 한 적이 있었잖아. 입주 전이야? 아니면 입주 후야?”임정민은 살짝 어리둥절
하현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장원을 매우 자세히 살펴보았다. 임정민의 인솔하에 하현과 일행은 곧 장원 앞마당에 도착했다. 앞마당에 대구 00001 번호판을 단 승용차 H9가 있었는데 이것은 벌써 임복원의 신분을 설명해주었다. 하현은 일찍이 추측을 했지만 이때 임복원의 신분을 확인하고 나서 세상이 정말 좁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 차를 보고 임정민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아버지도 돌아오셨어요.”“아버지는 이미 연경으로 차를 몰고 가셨었는데,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돌아오신 모양이에요.”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길에는 경비가 삼엄했다. 실탄을 장전한 경호원들이 적지 않았고, 병부에서 온 병왕들도 여럿 있었다. 대구는 대하의 특수 지역에 있고 더 나아가 임복원의 신분을 생각해 볼 때 병부 사람들이 그를 보호하는 것도 정상이었다. “배후에 용위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하현은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대하에는 용위, 용문, 용옥 3대 공식 암조직이 있다. 그 중 용위대의 임무는 대하의 모든 가치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고위급 관청 사람들 말고도 과학 연구원, 비즈니스 리더, 문화계 보스 등 모두 보호 대상이다. 임복원의 신분으로 말하자면 주변에 용위대 사람이 존재 해야 한다.어쨌든 임복원은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소남 임씨 집안 출신이다. 이런 대 가문 사람들은 때때로 관청에 자신의 많은 일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용위대 사람들을 완곡히 거절하기도 한다. 그래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하현도 임복원 곁에 용위대 사람이 있는지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임정민이 길을 안내하는 가운데 하현은 순조롭게 관문을 통과해 뒷마당의 작은 응접실로 갔다. 이 사합원 같은 곳에는 열 몇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거실 바닥엔 도처에 맞고 쓰러져 있는 집안 사람들이 있었고 바닥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벽에는 피
임정민의 태도를 보고 임복원은 허탈하게 웃더니 육재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도 그래. 정민이도 어머니가 걱정 돼서 그런 건데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육해민은 눈꺼풀에 경련이 일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부, 알겠습니다.”“아니면 제가 오늘 밤 민이한테 식사를 대접할게요. 사죄하는 셈으로요!”임정민은 차갑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저는 오늘 저녁에 하 도련님을 모시고 식사 할 거예요.”“하 도련님?”이 네 글자를 듣고 육재훈의 시선은 마침내 하현에게로 떨어졌고 눈동자에는 이상한 빛이 스쳤다. 하지만 그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임정민은 벌써 임복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버지, 저 오늘 마침 가는 길에 하 도련님을 만나서 모시고 같이 왔어요.”“하 도련님이 전에도 아버지 일을 해결해주셨으니 제 생각에는 도련님에게는 방법이 있을 거 같아요.”하현을 보고 임복원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가서 웃으며 말했다. “하 도련님, 생각이 있으시군요.”그는 하현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 일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임 선생님, 과분한 말씀이세요. 마침 만나서 보러 온 거예요. 별다른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어요.”“도와준다고!?”임정민이 하현을 데리고 온 것이 약간 못마땅했던 육재훈은 이 순간 냉소를 터뜨렸다. “매형, 저는 이 사람이 사기꾼 같아요!”“간도 크지! 감히 우리 임씨 집안을 속이려 오다니!”“얘들아, 그의 개 다리를 부러뜨려버려!”“입 다물어!”임복원은 얼굴이 시큰시큰해졌다. “전에 하 도련님이 내 일을 해결해 줬는데 그를 보고 사기꾼이라니? 너 내 아이큐를 무시 하는 거야?”육재훈은 속으로 ‘철렁’했다. 하현이 임복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매형, 오해예요. 오해. 걱정이 돼서 그랬던 것뿐이에요……”
“건방지게! 네가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우리 누나 손은 너 같은 촌놈이 함부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야!”하현이 계속 자세히 들여다 보기도 전에 육재훈은 벌컥 화를 내며 하현의 손을 탁 쳤다. 임복원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고 무슨 말을 하려는 듯 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도사는 가볍게 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린 친구, 임 부인은 사악한 기운과 부딪혔어. 내가 방금 몸 안에 있던 그 사악한 기운을 뽑아 냈어. 네가 좋은 마음으로 상처를 살펴보려고 임 부인을 건드린 건 알겠는데 그러다 만에 하나라도 다시 그 기운이 몸에 들어가면 이제는 더 이상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이 말을 듣고 다들 살짝 멍해졌다. 하현은 몸을 돌려 눈을 가늘게 뜨고 용호산에서 온 도사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용호산 장천 사부 맞죠?”“당신은 임 부인이 다른 이유나 중독이 아니라 사악한 기운과 부딪혔다고 확신하는 겁니까?”장천 사부는 뒷짐을 지고 세상 물정에 밝은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도사가 하는 일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일인데 어찌 잘못 볼 수 있겠어?”하현은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현이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 육재훈은 웃으며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장천 사부님, 감사 드립니다!”그리고 나서 그는 임복원을 향해 말했다. “매형, 이번에 제가 특별히 용호산에서 장천 사부님을 모셔온 것은 우리 누나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예요.”“그리고 저는 장천 사부님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요!”그의 말을 들고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던 몇몇 여인들은 장천 사부님을 쳐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이 대사가 이렇게 대단한 걸 보니 그들을 모두 명문가 집안에 시집을 보내 줄지도 모르겠다. “장천 사부님, 감사 드립니다.”임복원도 웃으며 장천 사부님께 인사를 했다. 자신의 아내가 사악한 기운에 부딪히고 난 후부터 완전히 신들린 것처럼 변해서 한의사와 양의사는
장천 사부는 손가락으로 세어 보더니 잠시 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임 선생님, 저는 이 장원이 원래 무슨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도대체 무슨 내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저는 이 장원에서 희미하게 원한을 느꼈습니다. 분명 누군가 이 곳에서 억울하게 죽었을 겁니다.”“부인은 여자라 몸이 약한데다가 체내 음기가 강해서 무심코 음기의 본체를 건드렸거나 아니면 너무 가까이 다가가 사악한 기운이 들렸을 겁니다!”장천 사부는 논리 정연하게 분명한 태도로 말했다. “그렇군요!?”임복원은 문득 깨달았다. “그럼 장천 사부님, 그 원인이 해결 됐을 수도 있겠네요?”“물론이죠! 임 선생님, 잠시만요!”장천 사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마호가니 검을 돌리더니 뒷마당의 한적한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임 선생님, 바로 여기입니다. 제가 잘못 짚은 게 아니라면 이곳에 분명 먼지로 뒤덮인 메마른 우물이 있었을 겁니다.”“우물 안에는 백골이 있을 겁니다. 사람을 시켜서 백골을 꺼내도록 하고 돈을 준비하세요. 제가 제도하고 나면 부인의 문제가 전부 해결될 겁니다!”“이런 신이 있어요?”임정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장천 사부가 신령한 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임복원도 별로 믿기지는 않았지만 육재훈에게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살펴보라고 손짓을 했다. 30분 후 육재훈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달려 오며 말했다. “매형, 정말 그 마당의 마른 우물에서 백골 하나를 파냈어요.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백 년이 넘은 거 같아요!”임복원과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마당으로 나와 바닥에 놓인 백골을 보았고 다들 너무 놀란 표정이었다. 임복원은 한숨을 내쉬며 장천 사부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천 사부님, 이 임씨가 이번에는 정말 진심으로 승복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분부를 내려 주세요.”정천 사부는 뒷짐을 지며 말했다. “내가 지금 이
퇴위를 강요했다!이 장천 사부는 분명 퇴위를 강요하고 있었다. 임복원은 하현을 중시하긴 했지만 자신의 아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지금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 도련님, 제 부인의 상황은 도련님께서도 보셨듯이 확실히 사악한 기운과 부딪혔습니다.”“이 일은 장천 사부님께 맡기고 제 체면을 봐서라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어떻겠어요?”“들었지!?”육재훈은 원래 하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기에 이때 일부러 더 타격을 가했다. “풍수 관상술 같은 건 전문성이 강한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화가 나서 장천 사부님이 가버리시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문제는 임 부인이 사악한 기운과 부딪힌 게 아니라 주술 때문에 몸이 제압당한 것뿐이야.”“임 부인이 지금 이렇게 조용하게 깊이 잠이 든 건 장천 사부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주술은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위력이 가장 커지기 때문이야. 상대방은 아마 힘을 축적해 해질 무렵에 임 부인을 이용해 임 선생님을 죽이려고 할 거야.”“그때가 되면 임 부인은 칼도 꽂히지 않을 정도로 힘이 세 질 거야……”“그래서 지금 주술을 풀지 않으면 밤에는 아주 골치 아파 질 거야.”하현은 더없이 분명하게 말했고 장천 사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임마, 너 이 지경이 돼서도 계속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주술이라니? 주술이 뭔지 알아?”“너 ‘주역’을 본 적 있어?”“도법조차 어떻게 입문하는지 모르면서 네가 고도의 주술을 논하는 거야?”“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확실히 도법은 몰라. 하지만 살인술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어. 주술이 아무리 강해도 살인술 중에 하나일 뿐이야.”“돼지가 나무에 오른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돼지 고기를 먹어 본적이 없겠어?”장천 사부는 손가락으로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임마, 잘 들어. 해가 질 때는 말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임정민은 하현이 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따라왔다. 뒷편에서 육재훈은 이 광경을 보고 순간 원망스러운 기색을 띠었다. 그는 임정민에게 이상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남자들이 임정민에게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현은…………임씨 저택 밖에서 하현이 택시를 타고 떠나려던 참이었다. 임정민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낮은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하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 아버지는 마음이 혼란스러우신 거 같아요. 그 장천 사부는 저도 믿을 수가 없어요……”“그리고……”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 장천 사부가 능력이 조금 있을 수는 있지만 주술은 인위적인 거야. 내가 비록 상대방의 계략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상대방은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 같아. 하지만 이건 단지 네 어머니만을 상대로 한 게 아니야……”“상대방은 네 어머니를 이용해서 네 아버지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그러니 미리 준비 해.”말을 하면서 하현을 돌아서서 임씨 저택을 떠났다. 임정민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하현이 임복원을 걱정하고 있는 것을 보고 더욱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그녀는 하현을 호텔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고 차에서 내릴 때는 하현에게 줄 선물을 하나 꺼냈다. 하현은 임정민이 임복원 대신 사과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거절하지 않았다. 한번 쳐다본 후 아무렇게나 물건을 받았다. 이 선물은 다른 게 아니라 보이차 한 병이었다. 색이 검고 보기에 무슨 특별한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임정민이 선물로 준 것이기에 이것은 분명 절대 단순한 건 아닐 것이다. 하현은 로얄 스위트 룸에 와서 잠시 휴식을 취했고 대략 한 시간쯤 후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임정민이라 생각했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주건국이었다. 주건국은 줄곧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전화를 걸었고 하현에게 집에 와서 같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