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위를 강요했다!이 장천 사부는 분명 퇴위를 강요하고 있었다. 임복원은 하현을 중시하긴 했지만 자신의 아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지금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 도련님, 제 부인의 상황은 도련님께서도 보셨듯이 확실히 사악한 기운과 부딪혔습니다.”“이 일은 장천 사부님께 맡기고 제 체면을 봐서라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어떻겠어요?”“들었지!?”육재훈은 원래 하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기에 이때 일부러 더 타격을 가했다. “풍수 관상술 같은 건 전문성이 강한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화가 나서 장천 사부님이 가버리시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문제는 임 부인이 사악한 기운과 부딪힌 게 아니라 주술 때문에 몸이 제압당한 것뿐이야.”“임 부인이 지금 이렇게 조용하게 깊이 잠이 든 건 장천 사부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주술은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위력이 가장 커지기 때문이야. 상대방은 아마 힘을 축적해 해질 무렵에 임 부인을 이용해 임 선생님을 죽이려고 할 거야.”“그때가 되면 임 부인은 칼도 꽂히지 않을 정도로 힘이 세 질 거야……”“그래서 지금 주술을 풀지 않으면 밤에는 아주 골치 아파 질 거야.”하현은 더없이 분명하게 말했고 장천 사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임마, 너 이 지경이 돼서도 계속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주술이라니? 주술이 뭔지 알아?”“너 ‘주역’을 본 적 있어?”“도법조차 어떻게 입문하는지 모르면서 네가 고도의 주술을 논하는 거야?”“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확실히 도법은 몰라. 하지만 살인술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어. 주술이 아무리 강해도 살인술 중에 하나일 뿐이야.”“돼지가 나무에 오른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돼지 고기를 먹어 본적이 없겠어?”장천 사부는 손가락으로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임마, 잘 들어. 해가 질 때는 말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임정민은 하현이 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따라왔다. 뒷편에서 육재훈은 이 광경을 보고 순간 원망스러운 기색을 띠었다. 그는 임정민에게 이상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남자들이 임정민에게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현은…………임씨 저택 밖에서 하현이 택시를 타고 떠나려던 참이었다. 임정민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낮은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하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 아버지는 마음이 혼란스러우신 거 같아요. 그 장천 사부는 저도 믿을 수가 없어요……”“그리고……”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 장천 사부가 능력이 조금 있을 수는 있지만 주술은 인위적인 거야. 내가 비록 상대방의 계략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상대방은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 같아. 하지만 이건 단지 네 어머니만을 상대로 한 게 아니야……”“상대방은 네 어머니를 이용해서 네 아버지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그러니 미리 준비 해.”말을 하면서 하현을 돌아서서 임씨 저택을 떠났다. 임정민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하현이 임복원을 걱정하고 있는 것을 보고 더욱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그녀는 하현을 호텔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고 차에서 내릴 때는 하현에게 줄 선물을 하나 꺼냈다. 하현은 임정민이 임복원 대신 사과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거절하지 않았다. 한번 쳐다본 후 아무렇게나 물건을 받았다. 이 선물은 다른 게 아니라 보이차 한 병이었다. 색이 검고 보기에 무슨 특별한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임정민이 선물로 준 것이기에 이것은 분명 절대 단순한 건 아닐 것이다. 하현은 로얄 스위트 룸에 와서 잠시 휴식을 취했고 대략 한 시간쯤 후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임정민이라 생각했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주건국이었다. 주건국은 줄곧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전화를 걸었고 하현에게 집에 와서 같
하현은 담담하게 육재훈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네 여자를 뺏은 적 없어.”하현의 말을 듣고 육재훈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하현을 진정시켰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았고 하현이 이어서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나한테 빼앗길 자격이 없어. 왜냐하면 넌 그럴 자격이 없기 때문이야.”“내가 자격이 없다고!?”육재훈은 잠시 멍해졌지만 잠시 후 하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경멸하는 눈빛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하씨, 너 정말 네가 인물이라고 생각해?”“네가 속임수를 써서 우리 매형의 눈에 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여기서 중요한 사람이 됐다고 생각해? 네가 나를 얕잡아 볼 자격이 있어?”“그래. 내 매형이 전에는 너를 중요시하고 심지어 임정민에게 너를 잘 서포터 하라고 했지만 잘 생각해 봐. 오늘 일 이후에 네가 우리 매형한테 얼마나 무게가 있을 거 같아?”“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내가 지금 네 사지를 부러뜨려도 우리 매형은 아무렇지도 않을 거야!”“내 눈에 너는 임씨 집안에 빌붙어 밥이나 얻어먹으려고 하는 폐물이야!”말을 하면서 육재훈은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제멋대로 굴었다. 그는 몇 걸음 앞으로 나가며 하현의 얼굴에 담뱃재를 튕기며 차갑게 말했다. “임정민의 체면을 봐서 내가 오늘은 널 죽이지 않을 게!”“하지만 사형은 면할 수 있지만 죄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지금 무릎 꿇고 스스로 손 한쪽을 잘라 버려. 그리고 평생 절대 임정민에게 접근하지 않겠다고 맹세해. 그러면 보내 줄게!”“그렇지 않고 내가 나설 때까지 기다리면 그 결과는 네가 상상할 수 없을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육재훈 도련님 맞지? 손을 대기 전에 내가 한 마디만 더 묻자. 오늘 이전에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육재훈은 차갑게 말했다. “없어.”“그럼 내가 너한테 미움을 산 적이 있었어?”“없었지.”“그럼 이유도 없이 나를 무릎 꿇으라고 하고 내 손을 자르려고
‘쾅’하는 소리가 울렸다. 육재훈은 차 앞부분에 치였고 헤드라이트가 박살 났다. 순간이었을 뿐이었지만 육재훈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입에 물고 있던 시가는 땅에 떨어졌다. “찍______”하현은 멈추지 않고 땅에 떨어진 시가를 주워 들고는 육재민의 이마를 눌렀다. “아______”육재훈은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시가의 온도는 9백도 정도로 너무 높았다. 비명을 지르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었다. 육재훈은 아파서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는 붉게 타오르는 시가를 멀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하현은 그의 입에 시가를 쑤셔 넣었다. 순간 더욱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경악 했다! 모두가 놀랐다. 이런 상황에서 하현이 육재훈을 이렇게 위협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그 동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들은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육재훈을 건드리는 사람을 처음 봤다. 아무리 오만불손한 미치광이라도 육재훈의 신분을 알고 나면 공손히 자리를 떠났다. 그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 아니겠는가?그 사교계의 꽃들은 하나같이 입을 막고는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무서워서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일이 이렇게 끝나지 않자 하현은 바닥에 있던 벽돌을 주워 들고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내리쳤다. “퍽!”“사람을 시켜 나를 미행해!?”“퍽!”“사람을 데리고 와서 나를 귀찮게 해?”“퍽!”“내가 임복원하고 임정민을 알게 돼서 너를 방해한다고?”“퍽!”“네가 무슨 토호인줄 알아? 입을 열면 나보고 무릎 꿇으라고 하고, 입을 닫으면 내 손을 자르라고 하게!”“네가 자격이 있어!?”벽돌이 깨지면서 육재훈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고 안색은 극도로 흉악해졌다. 그는 자신이 정말 이렇게 악독한 사람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에게 손을 댈 뿐 아니라 이렇게 악랄하게 굴 줄은 몰랐다.
육재훈은 비록 세자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의 누나는 지기 싫어하는 기질이라 그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런 조건 없이 임복원의 이름을 내세워 밖에서 위세를 부릴 수 있었고 임정민의 의견에도 간섭할 수 있었다. 가끔 대구로 건너와 위세를 부리려는 용들이 있어도 그는 여지없이 발바닥으로 그대로 짓밟아 죽일 수 있었다. 얼마 전 연경에서 우르르 몰려온 명문가 도련님이 그의 여자를 빼앗아 갔을 때도 그가 짓밟지 않았는가? 그가 누군가?그가 누구를 두려워 한 적이 있었는가!?그런데 오늘 촌뜨기 녀석이 뜻밖에도 그를 짓밟다니?이것은 육재훈을 완전히 화나게 만들었다!이 촌놈이 자신을 때린 결과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뜻밖에도 사람을 부르라고 하다니? 화가 난 육재훈은 아픈 것도 잊었다. 곧 육재훈과 그의 동료들은 모두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면서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전혀 사람을 부를 마음이 없었다. 그저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이런 담담함이 육재훈의 눈가에 더욱 경련을 일게 만들었다. “부르릉______”10분도 채 되지 않아 다양한 모양의 오프로드 차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랭글러, 프라도, 랜드크루저, 벤츠 그랜드 G, 롤스로이스 컬리넌……럭셔리 오프로드 차는 모두 다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구 사람들은 모두 야성적인 오프로드 차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육재훈은 대구에서 교제의 폭이 넓었다. 오늘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유명인사들을 불러들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유명한 젊은이들은 모두 모였고, 이들은 대구 오프로드 자동차 동호회로 불렸다. 이 동호회는 사실 부잣집 자제들과 부잣집 규수들이 모이는 모임이었다. 전에 왕 도련님이 이 벤츠 그랜드 G를 샀던 건 이 모임에 들기 위해서였다. 곧 이 부잣집 자제들은 하나같이 차에서 내렸다. 어떤 사람은 골프
“결과!?”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결과는 발로 몇 대 걷어 차이고 뺨 몇 대 얻어 터지는거 아니야?”“개 자식, 이 지경이 되도 계속 날뛰는 거야?”“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용문의 조남헌 도련님까지 모셔왔어. 이따가 그를 만났을 때도 지금처럼 허풍을 떨어 봐!”육재훈은 정말 화가 났다. 이 촌놈이 감히 이렇게 그와 겨루려고 하다니. 하현은 웃었다. “그래?”“조남헌이 너를 실망시킬 텐데.”“쾅______”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도요타 랜드크루저 한 대가 왔다. 짙은 녹색으로 단정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카리스마가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이 랜드크루저는 도로 한가운데로 곧장 다가갔고 육재훈 앞에 멈춰 섰다.차문이 ‘쿵쿵쿵’하며 발길에 차여 열렸고, 18명의 사나이가 내렸다. 허리춤이 불룩했는데 분명 화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의 카리스마는 육재훈이 부른 그 여우 같은 친구들보다 몇 배는 강했다. 곧 양복 차림의 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조남헌이 깁스를 한 채 차에서 내렸다. 그는 왼손 왼발이 다 부러졌지만 여전히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지팡이를 집고 있었지만 여전히 안하무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원래 그의 길을 막아서고 있던 사람은 화살에 놀란 새처럼 길을 비킬 수밖에 없었다. “조 도련님, 오셨군요!”조남헌이 하현을 쳐다볼 새도 없이 육재훈은 이미 차에서 뛰어내려 성큼성큼 걸어가 조남헌의 시야를 가렸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별 볼일 없는 외지 놈이 감히 우리 오프로드 동호회 사람을 건드리고 저를 다치게 하려고 했습니다.”“기고만장해서는 저한테 전화로 사람을 부르라고 하지를 않나, 제 손발을 다 부러뜨리겠다고 소란을 피웠어요!”“제가 조남헌 도련님을 불렀다고 했더니 도련님은 그의 눈에 개 한 마리나 다름없다고 하더라고요!”“조 도련님, 참을 수가 없습니다!”이때 육재훈은 조남헌의 음흉하고 악랄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부추겼
깊이를 모르는 사람은 하현을 볼 때 눈동자에 온통 비아냥거림뿐이었다. 그 예쁜 여자 친구들은 하나같이 뼛속까지 하현을 비웃고 하현 이 놈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개 자식, 이 조남헌한테 도발을 하다니, 너 내가 누군지 모르는 구나……”조남헌은 이때 노발대발하며 하현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두 눈이 마주쳤다. 안하무인이던 조남헌은 하현의 얼굴을 본 순간 놀라 혼비백산했다. 그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속이 전부 하얘졌다. “하……도련님……”조남헌은 몸에 힘이 풀리더니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하지만 왼발에 깁스를 한 탓에 무릎을 꿇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벌써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을 것이다. “조 도련님, 바로 이 사람이에요! 하현!”육재훈은 하현 쪽을 향해 목을 가로로 기울였다. “이 사람이 방금 저를 발로 걷어차고는 뺨도 몇 대 때리고 벽돌로 내려치기까지 했어요!”“관건은 그가 감히 도련님을 개라고 모욕했다는 거예요!”육재훈은 하현을 놀리는 얼굴로 노려보았다. 그래서 그는 조남헌의 안색이 얼마나 안 좋아졌는지 알 수 없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맞아, 조남헌은 개야. 내가 기르는 개.”“자, 몇 마디 짖어봐.”이 말을 듣고 그곳에 있던 사람은 온통 멍한 얼굴이었다. 육재훈은 더욱 냉소하며 말했다. 그는 남 몰래 하현을 바보라고 불렀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큰 소리를 치며 조남헌을 함부로 부르다니. 이것은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 지 모르는 것이다. “하현, 너나 무릎 꿇고 짖는 법이나 배워!”“이렇게 하면 살 길이 있을 지도 몰라!”“설마 조 도련님이 화내실 때까지 기다리려고?”육재훈은 하현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교계의 꽃들은 하현을 진작부터 못마땅하게 여겼고 하나같이 하현이 수습되기를 기다리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건방진 놈!”조남헌은 마침내 반응을 했고 그
“띵!”지금 이 순간, 육재훈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워졌다. 하현의 한 마디로 용문 부회장 후보이자 대성 그룹 회장인 조씨 집안 도련님이 바로 무릎을 꿇다니?무릎을 꿇었으면 그만이지!관건은 그가 직접 개처럼 짖어대다니!?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아무도 반응을 하지 못했다. “똑바로 무릎 꿇어.”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멍!”조남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굽실거리더니 몸을 곧게 펴고 얼굴을 들이댔다. “퍽!”하현은 따귀를 세게 한대 갈겼다. 조남헌을 때리자 머리가 멍해졌다. “일을 처리하라고 했더니 일은 안하고 육재훈의 자리를 찾아주러 왔어?”조남헌은 감히 변명할 수 없었다. “퍽!”하현은 손등으로 또 뺨을 한 대 때렸다. “내가 너보고 사람들이나 괴롭히라고 밟아 죽이지 않고 살려 둔 거 같아?”조남헌은 여전히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더더구나 꼼짝도 하지 못했다. “퍽!”하현은 또 뺨을 때렸다. “너같이 기회를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사람한테 기회를 줄 수 있겠어?”조남헌은 부들부들 떨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하현은 손을 뻗어 조남헌의 얼굴을 두드렸다. “내 개가 됐으니 내가 너한테 누구를 물라고 하든 너는 물어야 해.”“내가 물지 말라고 한 사람을 함부로 물면 내가 너를 죽여 버릴 거야. 알겠어?”“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조남헌은 공손한 손자처럼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는 다시 혀를 내밀고 비위를 맞추는 표정을 지었다. “멍멍멍!”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다들 몸이 굳어졌다. 눈앞의 이 장면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땅바닥에 누워 있던 육재훈은 자신의 뺨을 한대 때리고 싶었다. 자신의 정신이 혼미하다고 느껴졌다. 하현은 조남헌을 발로 걷어찼고 그 후에야 육재훈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