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재훈은 비록 세자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의 누나는 지기 싫어하는 기질이라 그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런 조건 없이 임복원의 이름을 내세워 밖에서 위세를 부릴 수 있었고 임정민의 의견에도 간섭할 수 있었다. 가끔 대구로 건너와 위세를 부리려는 용들이 있어도 그는 여지없이 발바닥으로 그대로 짓밟아 죽일 수 있었다. 얼마 전 연경에서 우르르 몰려온 명문가 도련님이 그의 여자를 빼앗아 갔을 때도 그가 짓밟지 않았는가? 그가 누군가?그가 누구를 두려워 한 적이 있었는가!?그런데 오늘 촌뜨기 녀석이 뜻밖에도 그를 짓밟다니?이것은 육재훈을 완전히 화나게 만들었다!이 촌놈이 자신을 때린 결과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뜻밖에도 사람을 부르라고 하다니? 화가 난 육재훈은 아픈 것도 잊었다. 곧 육재훈과 그의 동료들은 모두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면서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전혀 사람을 부를 마음이 없었다. 그저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이런 담담함이 육재훈의 눈가에 더욱 경련을 일게 만들었다. “부르릉______”10분도 채 되지 않아 다양한 모양의 오프로드 차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랭글러, 프라도, 랜드크루저, 벤츠 그랜드 G, 롤스로이스 컬리넌……럭셔리 오프로드 차는 모두 다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구 사람들은 모두 야성적인 오프로드 차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육재훈은 대구에서 교제의 폭이 넓었다. 오늘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유명인사들을 불러들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유명한 젊은이들은 모두 모였고, 이들은 대구 오프로드 자동차 동호회로 불렸다. 이 동호회는 사실 부잣집 자제들과 부잣집 규수들이 모이는 모임이었다. 전에 왕 도련님이 이 벤츠 그랜드 G를 샀던 건 이 모임에 들기 위해서였다. 곧 이 부잣집 자제들은 하나같이 차에서 내렸다. 어떤 사람은 골프
“결과!?”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결과는 발로 몇 대 걷어 차이고 뺨 몇 대 얻어 터지는거 아니야?”“개 자식, 이 지경이 되도 계속 날뛰는 거야?”“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용문의 조남헌 도련님까지 모셔왔어. 이따가 그를 만났을 때도 지금처럼 허풍을 떨어 봐!”육재훈은 정말 화가 났다. 이 촌놈이 감히 이렇게 그와 겨루려고 하다니. 하현은 웃었다. “그래?”“조남헌이 너를 실망시킬 텐데.”“쾅______”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도요타 랜드크루저 한 대가 왔다. 짙은 녹색으로 단정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카리스마가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이 랜드크루저는 도로 한가운데로 곧장 다가갔고 육재훈 앞에 멈춰 섰다.차문이 ‘쿵쿵쿵’하며 발길에 차여 열렸고, 18명의 사나이가 내렸다. 허리춤이 불룩했는데 분명 화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의 카리스마는 육재훈이 부른 그 여우 같은 친구들보다 몇 배는 강했다. 곧 양복 차림의 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조남헌이 깁스를 한 채 차에서 내렸다. 그는 왼손 왼발이 다 부러졌지만 여전히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지팡이를 집고 있었지만 여전히 안하무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원래 그의 길을 막아서고 있던 사람은 화살에 놀란 새처럼 길을 비킬 수밖에 없었다. “조 도련님, 오셨군요!”조남헌이 하현을 쳐다볼 새도 없이 육재훈은 이미 차에서 뛰어내려 성큼성큼 걸어가 조남헌의 시야를 가렸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별 볼일 없는 외지 놈이 감히 우리 오프로드 동호회 사람을 건드리고 저를 다치게 하려고 했습니다.”“기고만장해서는 저한테 전화로 사람을 부르라고 하지를 않나, 제 손발을 다 부러뜨리겠다고 소란을 피웠어요!”“제가 조남헌 도련님을 불렀다고 했더니 도련님은 그의 눈에 개 한 마리나 다름없다고 하더라고요!”“조 도련님, 참을 수가 없습니다!”이때 육재훈은 조남헌의 음흉하고 악랄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부추겼
깊이를 모르는 사람은 하현을 볼 때 눈동자에 온통 비아냥거림뿐이었다. 그 예쁜 여자 친구들은 하나같이 뼛속까지 하현을 비웃고 하현 이 놈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개 자식, 이 조남헌한테 도발을 하다니, 너 내가 누군지 모르는 구나……”조남헌은 이때 노발대발하며 하현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두 눈이 마주쳤다. 안하무인이던 조남헌은 하현의 얼굴을 본 순간 놀라 혼비백산했다. 그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속이 전부 하얘졌다. “하……도련님……”조남헌은 몸에 힘이 풀리더니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하지만 왼발에 깁스를 한 탓에 무릎을 꿇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벌써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을 것이다. “조 도련님, 바로 이 사람이에요! 하현!”육재훈은 하현 쪽을 향해 목을 가로로 기울였다. “이 사람이 방금 저를 발로 걷어차고는 뺨도 몇 대 때리고 벽돌로 내려치기까지 했어요!”“관건은 그가 감히 도련님을 개라고 모욕했다는 거예요!”육재훈은 하현을 놀리는 얼굴로 노려보았다. 그래서 그는 조남헌의 안색이 얼마나 안 좋아졌는지 알 수 없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맞아, 조남헌은 개야. 내가 기르는 개.”“자, 몇 마디 짖어봐.”이 말을 듣고 그곳에 있던 사람은 온통 멍한 얼굴이었다. 육재훈은 더욱 냉소하며 말했다. 그는 남 몰래 하현을 바보라고 불렀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큰 소리를 치며 조남헌을 함부로 부르다니. 이것은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 지 모르는 것이다. “하현, 너나 무릎 꿇고 짖는 법이나 배워!”“이렇게 하면 살 길이 있을 지도 몰라!”“설마 조 도련님이 화내실 때까지 기다리려고?”육재훈은 하현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교계의 꽃들은 하현을 진작부터 못마땅하게 여겼고 하나같이 하현이 수습되기를 기다리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건방진 놈!”조남헌은 마침내 반응을 했고 그
“띵!”지금 이 순간, 육재훈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워졌다. 하현의 한 마디로 용문 부회장 후보이자 대성 그룹 회장인 조씨 집안 도련님이 바로 무릎을 꿇다니?무릎을 꿇었으면 그만이지!관건은 그가 직접 개처럼 짖어대다니!?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아무도 반응을 하지 못했다. “똑바로 무릎 꿇어.”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멍!”조남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굽실거리더니 몸을 곧게 펴고 얼굴을 들이댔다. “퍽!”하현은 따귀를 세게 한대 갈겼다. 조남헌을 때리자 머리가 멍해졌다. “일을 처리하라고 했더니 일은 안하고 육재훈의 자리를 찾아주러 왔어?”조남헌은 감히 변명할 수 없었다. “퍽!”하현은 손등으로 또 뺨을 한 대 때렸다. “내가 너보고 사람들이나 괴롭히라고 밟아 죽이지 않고 살려 둔 거 같아?”조남헌은 여전히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더더구나 꼼짝도 하지 못했다. “퍽!”하현은 또 뺨을 때렸다. “너같이 기회를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사람한테 기회를 줄 수 있겠어?”조남헌은 부들부들 떨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하현은 손을 뻗어 조남헌의 얼굴을 두드렸다. “내 개가 됐으니 내가 너한테 누구를 물라고 하든 너는 물어야 해.”“내가 물지 말라고 한 사람을 함부로 물면 내가 너를 죽여 버릴 거야. 알겠어?”“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조남헌은 공손한 손자처럼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는 다시 혀를 내밀고 비위를 맞추는 표정을 지었다. “멍멍멍!”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다들 몸이 굳어졌다. 눈앞의 이 장면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땅바닥에 누워 있던 육재훈은 자신의 뺨을 한대 때리고 싶었다. 자신의 정신이 혼미하다고 느껴졌다. 하현은 조남헌을 발로 걷어찼고 그 후에야 육재훈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퍽______”“누가 너한테 하 도련님을 괴롭힐 배짱을 준 거야?”“퍽______”“누가 하 도련님께 도발할 배짱을 준 거야?”“퍽______”“누가 사람들을 괴롭힐 배짱을 준 거냐고?”조남헌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뺨을 몇 대 날렸다. 그러자 육재훈의 입가에는 피가 흘렀고 코와 얼굴은 부어 올랐다. 육재훈은 얼굴을 감싸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 도련님, 왜 저를 때리세요?”“하씨를 죽여 주셔야죠!”“그를 죽여야죠!”그는 달갑지 않았고 너무 화가 났다. 유명한 부잣집 도련님이 왜 하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개처럼 짖기까지 하다니. 하현이 능력이 있다고 해도 조남헌이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기를 때릴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스스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다니?조남헌이 두려워하는 사람을 자기가 꼭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쨌든 그는 임복원의 처남이고 배후에는 소남 임씨 가문 같은 큰 빽이 있다. “아직도 고집을 부려!?”“너 하 도련님이 내 주인인 거 모르겠어?”조남헌은 또 뺨을 몇 대 때렸다. “쓸데없는 소리가 왜 이렇게 많아. 무릎 꿇고 사과해!”육재훈은 얼굴을 감싸고는 비틀거리며 말했다. “어르신은 무릎 꿇지 않을 겁니다!”“퍽______”조남헌은 또 뺨을 크게 날렸다. “너 아직도 잘못을 모르겠어?”“조남헌!”육재훈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때 약간 수치스럽고 화가 나 참을 수 없어 한 걸음 물러나더니 고함을 질렀다. “그만해!”“이 촌놈이 도대체 무슨 재주가 있다는 거야? 너 그렇게 무서워?” “네가 그가 키우는 개라고?”“속이는 거나 잘하는 물건인데 뭐가 그렇게 무섭다는 거야?”“네가 그를 무서워한다고 해도 나 육재훈이 누구야? 내가 어떻게 그를 무서워할 수 있겠어?”“내 뒤에는 임복원이 있고 소남 임씨 집안이 있어. 나는 그를 가볍게 밟아 죽일 수 있어. 근데 내가 왜 무릎을 꿇
주건국이 사는 타운 하우스는 대구시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별장은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위치가 좋고 앞뒤로 정원이 있고 독립된 주차장이 있어 몇 십억의 가치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주건국은 잘 사는 편이었고 돈도 아낌없이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이 왔니?”초인종 소리에 주건국은 웃으며 하현을 응접실로 맞이했다. “어린 녀석이 아저씨한테 무슨 예의를 차린다고 선물을 들고 왔어?”말을 하면서 그는 보이차 선물 상자를 티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는 웃으며 말했다. “연아, 시현아, 하현이 왔어. 음식 좀 빨리 가지고 와!”분주한 이소연과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있던 주시현은 하현이 오는 것을 보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보이차 상자가 조금 망가진 것을 보고 두 사람은 속으로 더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촌놈은 역시 촌놈이네. 선물을 고를 때도 흠집 있는 걸 고르다니. 돈이 별로 없나 보네. 사실 하현도 어쩔 수가 없었다. 방금 육재훈이 길을 막아 섰을 때 이 물건이 눌려 망가졌다. 그도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이곳에 와서야 상자가 망가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소연과 주시현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한기가 가득 차 있었고 하현은 살짝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 아주머니, 시현아.”“응!”이소연은 왈가왈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도 웃지 않는 얼굴로 주건국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오늘 밤 부모님이 오시니 객실을 마련해 주세요.”“기억해요. 부모님은 조용한 걸 좋아하세요. 기왕 오셨으니 집에는 외부인을 두지 마세요.”“어르신이 오신다고?”주건국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장인 장모님은 모두 관청의 지도자로 은퇴 후 골동품 시장에서 골동품 놀이를 즐기셨고 여전히 과거 관청 사람들과도 인맥을 맺고 있었다. 그래서 정년퇴직 이후에도 그의 성깔은 그대로였고 허세도 계속 부렸다. 이소연도 허튼 말을 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조용한 걸 좋아했
“라이브 방송?”하현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촌놈.”주시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하현의 핸드폰을 뺏더니 도음 소프트웨어 하나를 다운 받았다. 그런 뒤 라이브 방송실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봤지? 이게 라이브 방송이야. 이 플랫폼은 우리 대구 대성그룹이 운영하는 거야. 이름은 도음이라고 해. 이게 내 라이브 방송실이야. 한번 봐도 돼.”말을 마친 후 주시현은 방으로 들어가 라이브 방송을 했다. 하현은 대성그룹이라는 몇 글자를 듣고 반응을 보였다. 대성그룹은 이미 자기 명의로 된 그룹인 셈이었다. 자기가 50%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요 며칠 대성그룹의 운영 범위를 파악할 시간이 없었는데 라이브 방송까지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진주희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곧 상대방은 비밀 계정을 보내 주었다. 로그인을 한 후 하현은 이것이 공식 계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간단히 말해 주최측이 아나운서에게 보상을 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등록된 계정이었다. 진주희는 하현이 뭘 하려고 하는지는 몰랐지만 이 계정을 보내주었다. 이 계정은 다른 권한은 없었고 유일하게 무한으로 보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회사 돈으로 쓸 수 있었다. 물론 플랫폼과 메인 아나운서는 계약을 맺은 관계로 일반적으로 아나운서는 20-30%정도의 보상금만 받았다. 그래서 이 공식계정은 거물들을 속여 돈을 투자하도록 하는 데 자주 사용 되었다. 하현은 전에 유아가 대구에서 촬영을 한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유아가 이런 비슷한 플랫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될 때 유아를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생각으로 하현은 주시현의 라이브 방송을 클릭했다. 라이브 방송에서 주시현은 이미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예쁜 외모에다가 특별히 명품을 두르고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입이 바짝 마르게 했다. 주시현이 미인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성격
“맞아요. 저 놈 꺼지라고 하세요!”“가난한 촌뜨기도 사람 흉내를 내나?”“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화면에는 순간 욕설이 가득 찼다. 하현은 냉담한 안색으로 타이핑을 쳤다. “2백만 원도 긁을 수 있나?”“허, 2백만 원은 얼마 안 되지. 근데 네가 이렇게 큰 돈을 본 적이 있어?”대구 왕 도련님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능력이 있으면 나랑 겨뤄 보든가. 누가 선물을 더 많이 긁을 수 있는지. 누가 큰 도련님인지 보자고!”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너 손자가 되려는 거야?”대구 왕 도련님은 아주 능숙한 듯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나는 너희들 같은 키보드 워리어들이 제일 짜증나. 부울 돈은 얼마 없으면서 뻐기는 능력은 하늘을 찌르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너보다는 많아.”“그래. 돈이 많구나! 그럼 로켓 몇 개 쏴서 보여 줄래?”“감히 할 수 있겠어? 못할 거면 꺼져!”대구 왕 도련님은 도도한 어조로 말했다. 화면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왕동석이었다. 어쨌든 그는 대성그룹의 임원이었기 때문에 도음 플랫폼에 우대 충전 루트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충전하면 할인이 안되지만 그는 15%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노신이 있으니 그는 다른 사람과 돈으로 겨루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계속해서 주시현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호감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지금 누군가 도발을 하고 있으니 왕동석은 당연히 싸움에 응했고, 계속해서 주시현 앞에서 호감을 표시했다. 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대답했다. “비교해 보자. 누가 찌질 한 지, 누가 손자가 될 지!”하현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플랫폼은 자기 것이었고, 공식 계정에다가 주시현에게 인기를 더하고 선물을 주는 것은 주건국에 대한 보답인 셈이었다. 겸사겸사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자, 라이브 방송에 있는 형님들이 다 증인입니다. 이따가 누군가가 잡아 뗄까 무섭네요!”대구 왕 도련님은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