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건국이 사는 타운 하우스는 대구시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별장은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위치가 좋고 앞뒤로 정원이 있고 독립된 주차장이 있어 몇 십억의 가치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주건국은 잘 사는 편이었고 돈도 아낌없이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이 왔니?”초인종 소리에 주건국은 웃으며 하현을 응접실로 맞이했다. “어린 녀석이 아저씨한테 무슨 예의를 차린다고 선물을 들고 왔어?”말을 하면서 그는 보이차 선물 상자를 티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는 웃으며 말했다. “연아, 시현아, 하현이 왔어. 음식 좀 빨리 가지고 와!”분주한 이소연과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있던 주시현은 하현이 오는 것을 보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보이차 상자가 조금 망가진 것을 보고 두 사람은 속으로 더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촌놈은 역시 촌놈이네. 선물을 고를 때도 흠집 있는 걸 고르다니. 돈이 별로 없나 보네. 사실 하현도 어쩔 수가 없었다. 방금 육재훈이 길을 막아 섰을 때 이 물건이 눌려 망가졌다. 그도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이곳에 와서야 상자가 망가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소연과 주시현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한기가 가득 차 있었고 하현은 살짝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 아주머니, 시현아.”“응!”이소연은 왈가왈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도 웃지 않는 얼굴로 주건국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오늘 밤 부모님이 오시니 객실을 마련해 주세요.”“기억해요. 부모님은 조용한 걸 좋아하세요. 기왕 오셨으니 집에는 외부인을 두지 마세요.”“어르신이 오신다고?”주건국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장인 장모님은 모두 관청의 지도자로 은퇴 후 골동품 시장에서 골동품 놀이를 즐기셨고 여전히 과거 관청 사람들과도 인맥을 맺고 있었다. 그래서 정년퇴직 이후에도 그의 성깔은 그대로였고 허세도 계속 부렸다. 이소연도 허튼 말을 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조용한 걸 좋아했
“라이브 방송?”하현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촌놈.”주시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하현의 핸드폰을 뺏더니 도음 소프트웨어 하나를 다운 받았다. 그런 뒤 라이브 방송실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봤지? 이게 라이브 방송이야. 이 플랫폼은 우리 대구 대성그룹이 운영하는 거야. 이름은 도음이라고 해. 이게 내 라이브 방송실이야. 한번 봐도 돼.”말을 마친 후 주시현은 방으로 들어가 라이브 방송을 했다. 하현은 대성그룹이라는 몇 글자를 듣고 반응을 보였다. 대성그룹은 이미 자기 명의로 된 그룹인 셈이었다. 자기가 50%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요 며칠 대성그룹의 운영 범위를 파악할 시간이 없었는데 라이브 방송까지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진주희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곧 상대방은 비밀 계정을 보내 주었다. 로그인을 한 후 하현은 이것이 공식 계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간단히 말해 주최측이 아나운서에게 보상을 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등록된 계정이었다. 진주희는 하현이 뭘 하려고 하는지는 몰랐지만 이 계정을 보내주었다. 이 계정은 다른 권한은 없었고 유일하게 무한으로 보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회사 돈으로 쓸 수 있었다. 물론 플랫폼과 메인 아나운서는 계약을 맺은 관계로 일반적으로 아나운서는 20-30%정도의 보상금만 받았다. 그래서 이 공식계정은 거물들을 속여 돈을 투자하도록 하는 데 자주 사용 되었다. 하현은 전에 유아가 대구에서 촬영을 한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유아가 이런 비슷한 플랫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될 때 유아를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생각으로 하현은 주시현의 라이브 방송을 클릭했다. 라이브 방송에서 주시현은 이미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예쁜 외모에다가 특별히 명품을 두르고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입이 바짝 마르게 했다. 주시현이 미인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성격
“맞아요. 저 놈 꺼지라고 하세요!”“가난한 촌뜨기도 사람 흉내를 내나?”“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화면에는 순간 욕설이 가득 찼다. 하현은 냉담한 안색으로 타이핑을 쳤다. “2백만 원도 긁을 수 있나?”“허, 2백만 원은 얼마 안 되지. 근데 네가 이렇게 큰 돈을 본 적이 있어?”대구 왕 도련님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능력이 있으면 나랑 겨뤄 보든가. 누가 선물을 더 많이 긁을 수 있는지. 누가 큰 도련님인지 보자고!”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너 손자가 되려는 거야?”대구 왕 도련님은 아주 능숙한 듯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나는 너희들 같은 키보드 워리어들이 제일 짜증나. 부울 돈은 얼마 없으면서 뻐기는 능력은 하늘을 찌르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너보다는 많아.”“그래. 돈이 많구나! 그럼 로켓 몇 개 쏴서 보여 줄래?”“감히 할 수 있겠어? 못할 거면 꺼져!”대구 왕 도련님은 도도한 어조로 말했다. 화면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왕동석이었다. 어쨌든 그는 대성그룹의 임원이었기 때문에 도음 플랫폼에 우대 충전 루트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충전하면 할인이 안되지만 그는 15%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노신이 있으니 그는 다른 사람과 돈으로 겨루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계속해서 주시현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호감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지금 누군가 도발을 하고 있으니 왕동석은 당연히 싸움에 응했고, 계속해서 주시현 앞에서 호감을 표시했다. 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대답했다. “비교해 보자. 누가 찌질 한 지, 누가 손자가 될 지!”하현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플랫폼은 자기 것이었고, 공식 계정에다가 주시현에게 인기를 더하고 선물을 주는 것은 주건국에 대한 보답인 셈이었다. 겸사겸사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자, 라이브 방송에 있는 형님들이 다 증인입니다. 이따가 누군가가 잡아 뗄까 무섭네요!”대구 왕 도련님은
“뭐? 이 부잣집 오빠는 어디서 온 거야?”“아버지가 이남 갑부 심가성인가?”“아무렇게나 2억을 긁었다고? 깜짝 놀라 죽겠네!”“미쳤구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아이고, 돈이 있으면 대단한 거지. 돈이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한 무리의 관중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고 부잣집 오빠 이 다섯 글자는 금색으로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결국 아직 결말이 나지 않자 하현은 대구 왕 도련님에게 말했다. “손자, 패배를 인정하는 거지?”대구 왕 도련님의 얼굴빛은 더없이 안 좋아지더니 이를 살짝 깨물었다. “삭삭삭______”20대의 람보르기니가 화면에 나타났다. 4억! 대구 왕 도련님은 자신의 연봉을 부쉈다. 그는 반드시 이 부잣집 오빠를 짓밟아야 한다. 그는 반드시 자신의 체면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계정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주시현도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 왕동석도 4억이면 주시현을 쉽게 움직일 수 있고 부순 후에는 그녀를 넘어오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4억!?”“4억이라니!?”장내는 온통 충격이었고 곧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주시현도 흥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며 오빠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대구 왕 도련님은 기세가 등등했다. “손자, 너 계속 놀 수 있겠어?”“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입 다물고 있어!”“어디 한 번 해보시지! 날 죽여봐!”이때 대구 왕 도련님은 거만한 말투로 미친 듯이 도발했다. 하현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구 왕 도련님은 사납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설마 돈이 없는 건 아니겠지?”“2억도 대출받은 건 아니겠지?”하현이 전투에 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라이브 방송실은 발칵 뒤집혔다. “아무 반응이 없네?”“그렇다면 그 부잣집 오빠는 가짜인 거지?”“역시 대구 왕 도련님, 대단하세요!”“물론 저는 대구 왕 도련님이 용문 대구 지회 부회장 조카라 돈이 많다고 들었어요!”“
이런 숨겨진 버전의 선물은 도음 플랫폼이 시작한 이후 전설에서만 등장한 적이 있었다. 적지 않은 아나운서들은 일찍이 누군가 그녀에게 천공전신을 선물하면 그 오빠와 결혼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여태껏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없던 부잣집 오빠가 전설의 천공전신을 불러 냈다고?이것은 순간 모든 사람을 놀라 아연실색하게 했다. 심지어 일부 연예 뉴스 앱에서도 이 사건을 도음 플랫폼의 기삿거리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하현은 목적을 달성했다. 자신의 플랫폼을 홍보하는 일은 아주 흥미로웠다. 반면 주시현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펄쩍펄쩍 뛰며 자신의 이미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천공전신?”“정말 전설의 천공전신이에요?”“20억 짜리!”“세상에! 완전 미쳤네! 엄청 부자네!”“보니까 부잣집 오빠가 방금 도망간 게 아니라 충전하러 갔던 거네요. 어쨌든 최소 10분은 걸리잖아요!”“부잣집 오빠, 사랑해요!”“부잣집 오빠, 오빠의 원숭이를 낳아 줄게요!”잠시 침묵이 흐른 후 도음 플랫폼은 완전히 폭발해버렸다. 산을 밀어 치우고 바다를 뒤집어 엎을 듯이 소리를 지르며 여기 저기서 말들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하현의 개인 메시지 함에는 메시지가 폭발적으로 쏟아졌고, 수많은 시청자와 아나운서가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부잣집 오빠는 도음 플랫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구 왕 도련님과 주시현도 능가해버렸다. “대구 왕 도련님, 당신 차례야.”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현은 굉장한 일을 마친 후 이 말을 내 뱉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다들 미친 듯이 대구 왕 도련님을 둘러 쌌다. 대구 왕 도련님은 지금 이 순간 침묵했다. 계속 하려면 20억 이상이 들었다. 대구에서 최고의 도련님을 제외하고 20억을 내는 것은 누구나주저할 것이다. 이것은 그의 몇 년간의 수입이었다! 하지만 부수지 않으면 오늘 난처해질 것이다! 이때 대구
이에 반응하던 시청자들은 야유하기 시작했고 다들 바보인 척하는 대구 왕 도련님을 비꼬았다. 이 꼴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할아버지라고 불러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구 왕 도련님은 컴퓨터 앞에서 온몸을 떨었지만 지금은 감히 터트릴 수 없었다. 그의 고급차 두 대는 모두 대출로 산 것이다. 이럴 때 어디서 그렇게 많은 여윳돈이 나오겠는가?20억을 부순다면 그는 앞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을 것이다. 졌다!대구 왕 도련님는 비할 데 없이 울화가 치밀었지만 체면을 차리느라 냉소하며 말했다. “아나운서 한 사람 때문에 20억을 부수다니, 너 머리에 물 찼어?”이 말이 나오자 다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태 뻔뻔하다는 사람을 몇몇 본 적은 있지만 이정도로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그도 방금 4억 원을 부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사람 머리에 물이 찼다니?“20억은 나한테는 하루 이자의 10분의 1에 불과해. 그게 뭐라고?”하현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지금 그는 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돈을 써야 한다고 해도 그의 재산으로 따지면 20억은 정말 이자였다. “꺼져. 20억도 없는 사람은 내 손자가 될 자격도 없어!”“창피해!”하현은 대구 왕 도련님을 걷어 차고는 라이브 방송에서 나가버렸다. “부잣집 오빠, 세다!”“부잣집 오빠, 패기가 대단해!”“부잣집 오빠, 빨리 우리 라이브 방송실에도 놀러 와요!”방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고 부잣집 오빠 아이디가 온 플랫폼에 퍼졌다……일을 마치고 하현이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주시현은 흥분한 얼굴로 방에서 뛰쳐나왔다.“아빠, 엄마, 저 대박 났어요!”“방금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저한테 20억을 상으로 줬어요!”“30분이면 적어도 5억에서 8억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예요!”“돈보다도 저는 지금 거물한테 인기를 얻었어요. 저는 유명해 질 거예요! 유명해질 거라고요!”“저는 부잣집 오빠한테 시집 갈 거예요!”
하현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주건국은 벌써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호통을 쳤다. “이소연, 너 그게 무슨 뜻이야?”“누가 두꺼비야? 누가 백조 고기야?”“하현과 시현은 진짜 죽마고우야!”“게다가 나는 어릴 때부터 그가 자라는 것을 지켜봤어. 그의 품행은 내가 가장 잘 알아!”“그가 우리 주씨 집안의 사위가 되기를 원한다면 나는 너무 기쁠 거야!”“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책임감이야!”“너희 모녀는 둘 다 똑같아.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보다니!”“내가 볼 때 하현은 단지 자기 플랫폼만 없을 뿐이야. 플랫폼을 하나 가지고 있으면 그는 1분마다 1억씩은 벌 수 있을 거야!”“내가 오늘 밤 하현을 부른 건 회사에 임원 자리를 하나 남겨 놨으니 네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우리 회사 고위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거야!”주건국은 하현에게 잘 대해줬다. 이때 당연하다는 얼굴로 하현을 멍하게 만들었다. “뭐요? 하현 이 폐물한테 그 임원자리를 주겠다고요!?”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소연은 뛰어 오르며 말했다. “그가 무슨 수준으로? 무슨 능력으로? 들어가자 마자 임원이 된다고? 연봉 20억을 벌어?”“당신, 정신 나갔어?”“거기다 친한 친구도 당신 회사에 들여보내지 않는 다고 하지 않았어?”“내 사촌 동생이 그렇게 오랫동안 들여보내 달라고 해도 들여보내 주지 않더니 지금 하현을 임원 자리에 앉히겠다고!?”“주씨, 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나는 이 일에 동의하지 않아!”하현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 연봉 20억을 번다고 생각하니 그러면 어쩌면 나중에는 떠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뻔뻔하게 우리 딸한테 들러 붙어서 자기 자산이라고 노릴 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큰 일이었다! 이때 하현을 쳐다보는 이소연의 눈빛에는 한기가 가득 차 있었다. 주건국은 안 좋은 기색으로 말했다. “내가 동의 하면 되는 거야. 너 내가 이 집에서 아
대성그룹이라는 네 글자를 듣고 주건국은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대성그룹은 대기업이었다. 거기서 일을 할 수만 있으면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 이런 작은 회사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이소연도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하면 주시현도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현 이 놈을 집에 있는 회사에서 고약이 되게 하는 것보다는 만 배는 나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시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현을 대성그룹에 가도록 소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관건은 하현은 촌놈이라 시간이 지나면 그녀의 체면이 구겨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부모님이 하현 이 외부인 때문에 계속 싸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다. “하지만 아버지,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대성그룹에서 연봉 2억을 받는 거만큼 좋은 일은 없어요. 그 곳은 진짜 실력을 보는 곳이라 노새나 말은 다 끌려 나가요!”“저는 그저 소개를 해 줄 뿐이고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그 사람 자신의 몫이에요!”“만약 그가 일을 잘 하면 연봉 2억은 말할 것도 없고 연봉 20억도 문제 없을 거예요!”주시현은 진지한 얼굴로 부모님을 쳐다본 뒤 몸을 돌려 멸시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틀 뒤에 나랑 같이 대성그룹에 가보자!”“만약 네가 1년 안에 연봉 20억 수준이 되면 그러면 네가 나를 쫓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말을 마치고 주시현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이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부모님이 다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하현이 주씨 집안의 고약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자신과 하현을 맺어주려고 하는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가 연봉 20억이 되면 자신을 쫓을 수 있다고 말했으니 이것은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그가 하지 못한다면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자기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