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방송?”하현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촌놈.”주시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하현의 핸드폰을 뺏더니 도음 소프트웨어 하나를 다운 받았다. 그런 뒤 라이브 방송실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봤지? 이게 라이브 방송이야. 이 플랫폼은 우리 대구 대성그룹이 운영하는 거야. 이름은 도음이라고 해. 이게 내 라이브 방송실이야. 한번 봐도 돼.”말을 마친 후 주시현은 방으로 들어가 라이브 방송을 했다. 하현은 대성그룹이라는 몇 글자를 듣고 반응을 보였다. 대성그룹은 이미 자기 명의로 된 그룹인 셈이었다. 자기가 50%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요 며칠 대성그룹의 운영 범위를 파악할 시간이 없었는데 라이브 방송까지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진주희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곧 상대방은 비밀 계정을 보내 주었다. 로그인을 한 후 하현은 이것이 공식 계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간단히 말해 주최측이 아나운서에게 보상을 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등록된 계정이었다. 진주희는 하현이 뭘 하려고 하는지는 몰랐지만 이 계정을 보내주었다. 이 계정은 다른 권한은 없었고 유일하게 무한으로 보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회사 돈으로 쓸 수 있었다. 물론 플랫폼과 메인 아나운서는 계약을 맺은 관계로 일반적으로 아나운서는 20-30%정도의 보상금만 받았다. 그래서 이 공식계정은 거물들을 속여 돈을 투자하도록 하는 데 자주 사용 되었다. 하현은 전에 유아가 대구에서 촬영을 한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유아가 이런 비슷한 플랫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될 때 유아를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생각으로 하현은 주시현의 라이브 방송을 클릭했다. 라이브 방송에서 주시현은 이미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예쁜 외모에다가 특별히 명품을 두르고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입이 바짝 마르게 했다. 주시현이 미인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성격
“맞아요. 저 놈 꺼지라고 하세요!”“가난한 촌뜨기도 사람 흉내를 내나?”“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화면에는 순간 욕설이 가득 찼다. 하현은 냉담한 안색으로 타이핑을 쳤다. “2백만 원도 긁을 수 있나?”“허, 2백만 원은 얼마 안 되지. 근데 네가 이렇게 큰 돈을 본 적이 있어?”대구 왕 도련님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능력이 있으면 나랑 겨뤄 보든가. 누가 선물을 더 많이 긁을 수 있는지. 누가 큰 도련님인지 보자고!”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너 손자가 되려는 거야?”대구 왕 도련님은 아주 능숙한 듯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나는 너희들 같은 키보드 워리어들이 제일 짜증나. 부울 돈은 얼마 없으면서 뻐기는 능력은 하늘을 찌르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너보다는 많아.”“그래. 돈이 많구나! 그럼 로켓 몇 개 쏴서 보여 줄래?”“감히 할 수 있겠어? 못할 거면 꺼져!”대구 왕 도련님은 도도한 어조로 말했다. 화면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왕동석이었다. 어쨌든 그는 대성그룹의 임원이었기 때문에 도음 플랫폼에 우대 충전 루트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충전하면 할인이 안되지만 그는 15%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노신이 있으니 그는 다른 사람과 돈으로 겨루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계속해서 주시현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호감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지금 누군가 도발을 하고 있으니 왕동석은 당연히 싸움에 응했고, 계속해서 주시현 앞에서 호감을 표시했다. 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대답했다. “비교해 보자. 누가 찌질 한 지, 누가 손자가 될 지!”하현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플랫폼은 자기 것이었고, 공식 계정에다가 주시현에게 인기를 더하고 선물을 주는 것은 주건국에 대한 보답인 셈이었다. 겸사겸사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자, 라이브 방송에 있는 형님들이 다 증인입니다. 이따가 누군가가 잡아 뗄까 무섭네요!”대구 왕 도련님은
“뭐? 이 부잣집 오빠는 어디서 온 거야?”“아버지가 이남 갑부 심가성인가?”“아무렇게나 2억을 긁었다고? 깜짝 놀라 죽겠네!”“미쳤구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아이고, 돈이 있으면 대단한 거지. 돈이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한 무리의 관중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고 부잣집 오빠 이 다섯 글자는 금색으로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결국 아직 결말이 나지 않자 하현은 대구 왕 도련님에게 말했다. “손자, 패배를 인정하는 거지?”대구 왕 도련님의 얼굴빛은 더없이 안 좋아지더니 이를 살짝 깨물었다. “삭삭삭______”20대의 람보르기니가 화면에 나타났다. 4억! 대구 왕 도련님은 자신의 연봉을 부쉈다. 그는 반드시 이 부잣집 오빠를 짓밟아야 한다. 그는 반드시 자신의 체면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계정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주시현도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 왕동석도 4억이면 주시현을 쉽게 움직일 수 있고 부순 후에는 그녀를 넘어오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4억!?”“4억이라니!?”장내는 온통 충격이었고 곧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주시현도 흥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며 오빠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대구 왕 도련님은 기세가 등등했다. “손자, 너 계속 놀 수 있겠어?”“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입 다물고 있어!”“어디 한 번 해보시지! 날 죽여봐!”이때 대구 왕 도련님은 거만한 말투로 미친 듯이 도발했다. 하현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구 왕 도련님은 사납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설마 돈이 없는 건 아니겠지?”“2억도 대출받은 건 아니겠지?”하현이 전투에 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라이브 방송실은 발칵 뒤집혔다. “아무 반응이 없네?”“그렇다면 그 부잣집 오빠는 가짜인 거지?”“역시 대구 왕 도련님, 대단하세요!”“물론 저는 대구 왕 도련님이 용문 대구 지회 부회장 조카라 돈이 많다고 들었어요!”“
이런 숨겨진 버전의 선물은 도음 플랫폼이 시작한 이후 전설에서만 등장한 적이 있었다. 적지 않은 아나운서들은 일찍이 누군가 그녀에게 천공전신을 선물하면 그 오빠와 결혼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여태껏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없던 부잣집 오빠가 전설의 천공전신을 불러 냈다고?이것은 순간 모든 사람을 놀라 아연실색하게 했다. 심지어 일부 연예 뉴스 앱에서도 이 사건을 도음 플랫폼의 기삿거리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하현은 목적을 달성했다. 자신의 플랫폼을 홍보하는 일은 아주 흥미로웠다. 반면 주시현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펄쩍펄쩍 뛰며 자신의 이미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천공전신?”“정말 전설의 천공전신이에요?”“20억 짜리!”“세상에! 완전 미쳤네! 엄청 부자네!”“보니까 부잣집 오빠가 방금 도망간 게 아니라 충전하러 갔던 거네요. 어쨌든 최소 10분은 걸리잖아요!”“부잣집 오빠, 사랑해요!”“부잣집 오빠, 오빠의 원숭이를 낳아 줄게요!”잠시 침묵이 흐른 후 도음 플랫폼은 완전히 폭발해버렸다. 산을 밀어 치우고 바다를 뒤집어 엎을 듯이 소리를 지르며 여기 저기서 말들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하현의 개인 메시지 함에는 메시지가 폭발적으로 쏟아졌고, 수많은 시청자와 아나운서가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부잣집 오빠는 도음 플랫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구 왕 도련님과 주시현도 능가해버렸다. “대구 왕 도련님, 당신 차례야.”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현은 굉장한 일을 마친 후 이 말을 내 뱉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다들 미친 듯이 대구 왕 도련님을 둘러 쌌다. 대구 왕 도련님은 지금 이 순간 침묵했다. 계속 하려면 20억 이상이 들었다. 대구에서 최고의 도련님을 제외하고 20억을 내는 것은 누구나주저할 것이다. 이것은 그의 몇 년간의 수입이었다! 하지만 부수지 않으면 오늘 난처해질 것이다! 이때 대구
이에 반응하던 시청자들은 야유하기 시작했고 다들 바보인 척하는 대구 왕 도련님을 비꼬았다. 이 꼴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할아버지라고 불러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구 왕 도련님은 컴퓨터 앞에서 온몸을 떨었지만 지금은 감히 터트릴 수 없었다. 그의 고급차 두 대는 모두 대출로 산 것이다. 이럴 때 어디서 그렇게 많은 여윳돈이 나오겠는가?20억을 부순다면 그는 앞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을 것이다. 졌다!대구 왕 도련님는 비할 데 없이 울화가 치밀었지만 체면을 차리느라 냉소하며 말했다. “아나운서 한 사람 때문에 20억을 부수다니, 너 머리에 물 찼어?”이 말이 나오자 다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태 뻔뻔하다는 사람을 몇몇 본 적은 있지만 이정도로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그도 방금 4억 원을 부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사람 머리에 물이 찼다니?“20억은 나한테는 하루 이자의 10분의 1에 불과해. 그게 뭐라고?”하현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지금 그는 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돈을 써야 한다고 해도 그의 재산으로 따지면 20억은 정말 이자였다. “꺼져. 20억도 없는 사람은 내 손자가 될 자격도 없어!”“창피해!”하현은 대구 왕 도련님을 걷어 차고는 라이브 방송에서 나가버렸다. “부잣집 오빠, 세다!”“부잣집 오빠, 패기가 대단해!”“부잣집 오빠, 빨리 우리 라이브 방송실에도 놀러 와요!”방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고 부잣집 오빠 아이디가 온 플랫폼에 퍼졌다……일을 마치고 하현이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주시현은 흥분한 얼굴로 방에서 뛰쳐나왔다.“아빠, 엄마, 저 대박 났어요!”“방금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저한테 20억을 상으로 줬어요!”“30분이면 적어도 5억에서 8억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예요!”“돈보다도 저는 지금 거물한테 인기를 얻었어요. 저는 유명해 질 거예요! 유명해질 거라고요!”“저는 부잣집 오빠한테 시집 갈 거예요!”
하현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주건국은 벌써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호통을 쳤다. “이소연, 너 그게 무슨 뜻이야?”“누가 두꺼비야? 누가 백조 고기야?”“하현과 시현은 진짜 죽마고우야!”“게다가 나는 어릴 때부터 그가 자라는 것을 지켜봤어. 그의 품행은 내가 가장 잘 알아!”“그가 우리 주씨 집안의 사위가 되기를 원한다면 나는 너무 기쁠 거야!”“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책임감이야!”“너희 모녀는 둘 다 똑같아.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보다니!”“내가 볼 때 하현은 단지 자기 플랫폼만 없을 뿐이야. 플랫폼을 하나 가지고 있으면 그는 1분마다 1억씩은 벌 수 있을 거야!”“내가 오늘 밤 하현을 부른 건 회사에 임원 자리를 하나 남겨 놨으니 네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우리 회사 고위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거야!”주건국은 하현에게 잘 대해줬다. 이때 당연하다는 얼굴로 하현을 멍하게 만들었다. “뭐요? 하현 이 폐물한테 그 임원자리를 주겠다고요!?”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소연은 뛰어 오르며 말했다. “그가 무슨 수준으로? 무슨 능력으로? 들어가자 마자 임원이 된다고? 연봉 20억을 벌어?”“당신, 정신 나갔어?”“거기다 친한 친구도 당신 회사에 들여보내지 않는 다고 하지 않았어?”“내 사촌 동생이 그렇게 오랫동안 들여보내 달라고 해도 들여보내 주지 않더니 지금 하현을 임원 자리에 앉히겠다고!?”“주씨, 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나는 이 일에 동의하지 않아!”하현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 연봉 20억을 번다고 생각하니 그러면 어쩌면 나중에는 떠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뻔뻔하게 우리 딸한테 들러 붙어서 자기 자산이라고 노릴 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큰 일이었다! 이때 하현을 쳐다보는 이소연의 눈빛에는 한기가 가득 차 있었다. 주건국은 안 좋은 기색으로 말했다. “내가 동의 하면 되는 거야. 너 내가 이 집에서 아
대성그룹이라는 네 글자를 듣고 주건국은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대성그룹은 대기업이었다. 거기서 일을 할 수만 있으면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 이런 작은 회사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이소연도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하면 주시현도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현 이 놈을 집에 있는 회사에서 고약이 되게 하는 것보다는 만 배는 나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시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현을 대성그룹에 가도록 소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관건은 하현은 촌놈이라 시간이 지나면 그녀의 체면이 구겨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부모님이 하현 이 외부인 때문에 계속 싸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다. “하지만 아버지,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대성그룹에서 연봉 2억을 받는 거만큼 좋은 일은 없어요. 그 곳은 진짜 실력을 보는 곳이라 노새나 말은 다 끌려 나가요!”“저는 그저 소개를 해 줄 뿐이고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그 사람 자신의 몫이에요!”“만약 그가 일을 잘 하면 연봉 2억은 말할 것도 없고 연봉 20억도 문제 없을 거예요!”주시현은 진지한 얼굴로 부모님을 쳐다본 뒤 몸을 돌려 멸시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틀 뒤에 나랑 같이 대성그룹에 가보자!”“만약 네가 1년 안에 연봉 20억 수준이 되면 그러면 네가 나를 쫓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말을 마치고 주시현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이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부모님이 다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하현이 주씨 집안의 고약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자신과 하현을 맺어주려고 하는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가 연봉 20억이 되면 자신을 쫓을 수 있다고 말했으니 이것은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그가 하지 못한다면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자기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소연도 그렇게 생각했다. 왕동석 같은 사람 정도가 되야 연봉 20억이 될 수 있을 뿐이다. 하현이 연봉 20억을 원한다고?꿈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런 있을 수 없는 일로 주건국과 계속 싸울 필요가 있겠는가?이 생각에 미치자 이소연은 하현을 바라보며 고상한 척 말했다. “하현!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렇게 하자!”“너 빨리 시현이한테 감사하지 않고 뭐해!”대성그룹은 대구에서 유명한 대기업이다. 주주는 용문 대구 지회의 고위층 것이다. “네가 거기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가문에 영광이고 족보에 적어서 자랑할 수 있는 일이야!”“근데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네가 대성그룹에 들어가면 자신의 본분을 명심해야 해. 시현이의 체면을 깎거나 소란을 피워서는 안돼!”“네가 연봉 20억을 받을 수 있다면 주씨 어르신이 너한테 방 하나 내주는 건 내가 막지 않을게!”“네가 연봉 20억을 받을 수 있다면 내 딸을 좇아 다닐 자격이 있지!”“이 조건이 충족되기 전까지는 이 두 가지 일은 꿈도 꾸지마. 알겠어!?”대성그룹을 빌어 이소연은 하현이 주씨 집안에 들어오는 모든 길을 막았다. 주건국은 비록 이소연의 의도를 알아채긴 했지만 지금 계속 다투는 것도 적절하지 않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현, 가봐. 이건 좋은 플랫폼이야!”“네가 일을 잘 마칠 때까지 아저씨는 다른 걸 준비해 놓을게!”하현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시현아 고마워. 그럼 제가 가서 한 번 해볼게요.”그는 원래 관심이 없었는데 주건국이 자신에게 이렇게 신경을 써주는 것을 보고 승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또 난리가 날 것이다. 게다가 대성 그룹은 자신의 것이고 대구에서 자신의 첫 번째 사업인 셈이라 들어가서 내부 상황과 문제를 파악하면 나중에 정리하기가 편할 것이다. 어쨌든 이제 슬기는 더 이상 곁에 없으니 모든 일은 자신이 처리해야 했다.
나박하는 고성양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깜짝 놀랐다.“진서기, 당신이 말한 그 사람... 중천 그룹만큼이나 유명한 장청 캐피털 로얄패밀리 고성양 말이야?”“오호! 뭘 좀 아는 모양이군!”진서기는 콧방귀를 뀌며 나박하를 쳐다보았다.“맞아. 바로 그 장청 캐피털이야.”“자산은 수조 원이 넘는 그룹이지. 그러니 현금 이천억 정도 조달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청 캐피탈이 중천 그룹과 마찬가지로 배후에 금정에서 가장 신비에 싸인 왕 씨 가문을 두고 있다는 거야!”“이제 내가 왜 이 거물을 소개하는지 알겠지?”나박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난 별로 아는 건 없지만 중천 그룹과 장청 캐피털의 배후에 금정의 유명한 가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뭔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가문이라고 들었어. 5대 문벌인 금정 간 씨 가문이나 10대 가문인 금정 김 씨 가문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더군.”“들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예전에는 왕 씨 가문도 5대 문벌 중 하나로 꼽혔다고 해.”“그런데 그 가문은 너무 조용하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집단이라 승부조작을 많이 일삼아서 지금은 5대 문벌에 들지 못한다고 해.”“그렇다고 해도 금정에 있는 왕 씨 가문의 역량은 어마어마해.”“어쭈! 촌뜨기인 줄 알았더니 꽤나 식견이 깊은데?”임만아는 비아냥거리며 코웃음을 쳤다.“이왕 이렇게 고성양의 출신 배경도 알게 되었으니 잠시 후에 그가 오면 다들 영리하게 잘 행동해야 해. 그게 설은아를 돕는 길이야.”임민아의 말에 현장에 있던 남녀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장청 캐피털은 원래도 유명한 데다가 배후에 힘이 막강한 왕 씨 가문까지 있다니!역사와 전통이 깊은 금정에서 이 왕 씨 가문에 대적할 수 있는 세력은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장청 캐피털과 고성양의 도움을 받는다는 건 왕 씨 가문을 배후에 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것이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였다.그래서 지금 많은 남자들
설은아의 말을 들은 진서기는 황급히 임민아에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임만아, 너도 너무해. 어떻게 그런 말을 자꾸 함부로 할 수 있어?!”“여기 왔으니 됐어! 우리 다 친구잖아!”“자,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해. 우리 고성양이 언제 오시려나?”“어차피 우리가 오늘 여기 온 목적은 설은아가 고성양한테서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거야.”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자신이 이미 설 씨 집안을 도와 오백억의 빚을 받아주었는데 설은아가 또 누군가에게서 투자를 받으려고 하다니?!나박하도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며 말했다.“설은아, 무슨 일이야?”“당신은 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잖아?! 이번에 금정에 온 것도 더욱 그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시장을 넓혀 보려고 온 거고!”“그런데 돈이 잘 안 도는 거야?”“음. 문제가 좀 생겼어.”설은아는 입꼬리를 살짝 가라앉히며 멋쩍은 듯 눈을 내리깔았다.그녀는 하현에게 이런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하현에게 알려지더라도 할 수 없었다.나박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설은아, 얼마나 부족한데 그래? 말해 봐!”“내 체면도 좀 세워 주면 안 되겠어?”임민아는 나박하를 보며 냉소를 흘렸다.“쓰레기 처리 회사가 이미 멈췄는데 어떻게 은아를 도와줄 수 있다는 거야?”나박하는 조금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 회사가 동결되긴 했지만 물려받은 것을 포함해서 아직 내 이름으로 된 집이 몇 채나 있어. 만약 필요하다면 그걸 팔면 돼!”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박하를 쳐다보았다.파산 직전에 자기 앞길도 막막할 텐데 이렇게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 의리는 꽤 있는 놈인가?조상의 집마저 팔려고 하다니?!설은아는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나박하, 그 집은 당신 어머니가 당신한테 넘겨준 마지막 자산이잖아!”“그걸 판다고 해도 난 절대 그 돈 못 받아!”“이
나박하의 말에 설은아는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나박하, 그런 농담 그만해. 누가 보면 오해하겠어!”“오해? 누가 오해할 수 있겠어?”나박하는 껄껄 웃었다.“금정에서 우리 설 사장의 미모와 인품이 빼어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내가 당신을 쫓아다니고 싶어 했던 일도 어제오늘 일이 아닌 걸 뭐!”“됐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옆에 있던 진서기가 자신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내뱉었다.“은아는 이미 임자가 있어!”“이분이시지. 바로 소문난 그 데릴사위 하현. 설은아의 남편이야!”“곧 혼인신고한다고 들었어!”“그러니 당신들한텐 기회가 없다니까!”생각지도 못했던 진서기의 발언에 현장에 있던 남자들은 갑자기 된서리를 당한 듯 어안이 벙벙해졌다.나박하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고 눈동자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가득했다.이 볼품없는 남자가 설은아가 결혼했던 전설의 그 데릴사위라니!다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그런데 최 여사님이 아주 싫어한다던데 재결합이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진서기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오묘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말인즉슨 설은아 정도의 조건이라면 이 데릴사위를 당장 발로 걷어차야 한다는 거야.”“지나가는 아무 남자나 잡아도 이 데릴사위보다는 낫지 않겠어?”“진서기!”설은아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나무라듯 진서기를 노려보았다.모두가 좋은 친구 사이이고 진서기가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한 말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너무 무례했다.그러나 하현은 진서기의 말에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 하현입니다.”화려한 옷차림을 한 십여 명의 사람들은 저마다 입을 삐죽거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심지어 몇 명의 여자들은 하현의 더러운 시선에 자신의 긴 다리가 눈에 들까 얼른 다리를 모았다.그러나 나박하는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오히려 자신의 명함을 꺼내 하현에게 공손히 건네
소항 회관 2층 888호 룸.하현 일행이 럭셔리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십여 명이 쳐다보았다.그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여자들의 목에는 커다란 보석이 달려 있었고 남자들의 손목에는 금빛이 도는 커다란 시계가 걸쳐 있었다.한 마디로 이 사람들한테서는 부귀하고 사치스러운 분위기가 풍겼고 낯선 사람에 대한 경시가 몸에 짙게 베어 있는 것 같았다.설은아 일행이 들어서자 그들은 모두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사람들은 설은아를 보자마자 눈동자에 희미한 빛을 반짝였다.머리를 매끈하게 뒤로 빗어 넘긴 젊고 유능한 남자들의 눈동자엔 설은아를 향한 음흉한 기운이 가득했다.설은아 같은 미녀는 이곳 금정에서도 매우 드문 게 분명했다.“설은아, 서기, 민아! 당신들 다 같이 왔네?”그때 머리가 약간 벗겨진 남자가 싱긋 웃으며 성큼성큼 다가왔다.그의 용모는 잘생기지도 훤칠하지도 않았지만 온몸은 명품으로 뒤덮여 있었다.얼굴에 기름기가 줄줄 흐르고 손가락에 커다란 금반지도 여러 개 끼어 있는 것으로 보아 졸부임이 분명했다.“나박하, 옷차림이 어떻게 아직도 이래?! 이제 육지로 올라왔으면 물속에서 놀던 티는 벗어나야지!”“좀 신경 써주면 안 돼?”“우리 모임에 자꾸 이런 식으로 오면 우린 당신이 우리의 품위까지 떨어뜨린다고 생각할 거야!”임민아는 차가운 눈길로 비아냥거리며 얼굴 가득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이 틈을 타 설은아는 하현을 향해 말했다.“이 사람은 나박하야. 금정 토박이지. 원래는 그렇게 거물급은 아니었는데 쓰레기 분류 사업에 뛰어든 뒤로 수조원의 자산가가 되었어.”“모두들 그를 두고 쓰레기 왕이라고 칭하지.”“그런데 듣기로는 최근 금정 관청에서 자체적으로 이 사업을 처리하려고 해서 나박하의 사업이 자칫 도산할 수도 있다고 했어.”하현이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임민아가 왜 그렇게 무시하는 투로 그를 대했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만약
하현은 두 여자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그녀들에게 힐끔 시선을 떨어뜨린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은아, 우린 들어가자. 사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진서기는 소항 회관으로 들어가려는 하현의 앞을 가로막으라는 듯 임민아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하현은 무심코 발을 떼려다가 줄곧 자신을 무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임민아가 갑자기 앞을 막자 흠칫 놀랐다.“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현, 더 이상 설은아한테 찝쩍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이미 설은아와 헤어졌어요. 그럼 깔끔하게 물러서요.”임민아는 차가운 말투로 내뱉었다.“사람은 눈치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설 씨 집안사람들은 당신을 전혀 반기지 않아요. 모르겠어요?”“이제 알았으면 썩 꺼져요! 어서!”“이곳은 우리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오는 곳이지 당신 같은 얼뜨기가 오는 곳이 아니에요!”하현은 냉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와 설은아 사이의 일은 당신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 않나요?”“설은아는 내 친구예요. 그러니 친구로서 당연히 이 정도는 할 수 있죠!”임민아는 턱을 치켜들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은아가 마음씨가 고와서 당신이 이러는 것도 가만히 놔두는 거예요!”“그렇지 않고서 당신같이 능력도 없고 돈도 없고 역량도 부족한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은아와 함께 있을 수 있겠어요?”“은아는 타고난 미모에 붙임성까지 있는 사람이에요. 봉황이 노는 곳에 어찌 꿩이 알짱거릴 수 있겠냐구요?”“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여기까지 말한 임민아는 콧대를 잔뜩 치켜세우며 위엄을 과시하려 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하현은 한쪽 입가를 살짝 말아올리며 냉소를 흘렸다.이윽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임민아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임민아 씨, 맞죠?”“당신은 스스로가 너무 잘난 줄 아는 사람이군요.”“내가 어떤 사람이든, 자격이 있든 없든 그건 당
”아니야.”하현은 설은아가 갑자기 간민효를 언급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얼른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엄도훈이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어.”“우리 쪽이 계약할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본 거야.”“그래서 회사 법무팀에 직접 물어보라고 연락한 거야.”하현의 설명을 들은 설은아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아, 갑자기 생각났어. 엄도훈이 당신한테 이러는 걸 보니 간민효가 당신한테 엄청 많은 도움을 줬었나 봐, 그렇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조그만 일에 간민효를 들먹일 필요는 없어.”설은아는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만약 무성이나, 혹은 남원이나, 대구였다면 그녀도 그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그러나 금정은 역사와 유서가 깊은 곳이었다.다른 곳과 비교할 곳이 아니었다.금정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하현이 이런 말을 하니 설은아는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억지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왜냐하면 하현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분명 금정에도 그의 포석을 두었음이 틀림없다.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이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인정하기 싫은 질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이런 생각에 사로잡히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슬기를 떠올렸고 왕주아를 떠올렸고, 동리아를 떠올렸다.그녀의 마음은 더욱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청거렸다.질투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그들의 차는 그렇게 달리고 달려 으리으리한 소항 회관에 다다랐다.화려한 불빛이 눈앞에 일렁거렸고 많은 차들이 오갔다.곳곳에서 향기로운 바람이 퍼졌고 많은 미남미녀들이 드나들었다.차가 멈춘 후 하현은 설은아를 따라 걸어 나왔고 곧이어 마세라티가 멈추어 서는 것이 보였다.빼어난 몸매에 세련된 메이크업을 한 두 여자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두 여자는 설은아가 금정에서 안 지 얼마 안 된 비즈니스 파트너였다.한 사람은 진서기이고 다른 한
”그래, 맞아! 아들이 하는 말에 무슨 토를 달아?”최희정은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이 한 말을 완전히 뒤집을 모양이었는지 싸늘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네, 그렇게 능력이 많아?”“그렇게 은아랑 재결합하고 싶어?”“그럼, 좋아!”“자네가 우리 은아를 대구 정 씨 가문 수장으로 만들면!”“나도 두 사람의 재결합을 승낙할게!”“둘이 같이 살고 싶으면 살아도 돼. 그건 내가 허락해 줄 수 있어.”하현은 최희정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나이에 비해 여전히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최희정이 표독한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는 이렇게 계속하다간 양측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질 거란 걸 잘 알았다.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설은아의 모습을 보던 하현이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대구 정 씨 가문 수장이요? 문제없죠!”“설은아를 그 자리에 올려놓겠습니다!”“그래! 알았네! 자네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두고 보겠어!”최희정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하현이 식탁에 않는 걸 더는 막지 않았다.식사 자리는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어색하고 불편한 식사를 마친 뒤 이영산 부부가 떠나자 하현은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그때 발코니에 있는 설은아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설은아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오늘 저녁 소항 회관에서 모임이라고?”“그래, 꼭 시간 내서 갈게.”“그런데 내가 말씀드린 그 일은 가닥이 좀 잡혔어?”하현은 이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후 내내 휴식을 취한 설은아는 저녁 6시가 되자 단장을 하고 차를 몰고 어딘가로 떠나려고 했다.차에 시동이 걸리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현이 불쑥 조수석 문을 열고 히죽히죽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여보, 어디 가게?”설은아는 원래 하현을 소항 회관에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지만 하현이 조수석에 올라타는 걸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저녁 중요한 비즈니스 모임이 있어. 친구가
”그래요?”하현은 최희정에게는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며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우리 처남, 어서 밥이나 먹어!”이영산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아예 하현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겠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최희정은 하현이 자신의 양아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음 같아서는 하현을 향해 뺨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었다.그러나 문제는 하현이 내놓은 수표와 계약서가 모두 사실이어서 그녀로서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가짜 처남! 당신은 신분도 가짜라서 한 마디 못하고 있는 거지?”“남자가 되어서 남아일언중천금이란 말도 몰라? 본인이 한 말도 수습하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나 같은 사람보다 훨씬 못한 거 아냐?”하현이 이영산의 체면을 사정없이 깎아내렸다.그는 자신의 아내를 무시했던 이영산을 조금도 봐줄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지금 간이 너무 싱거워?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끓어줄까? 그러면 당신의 입맛에 맞게 될 텐데. 어때?”“자네, 그만해!”이때 최희정이 테이블을 세차게 내리치며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아주 기고만장하군!”“오백억 돌려받고 계약 한 건 따낸 것뿐이잖아?”“뭐가 그렇게 기고만장할 게 있어?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고?”“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자네더러 능력 있다고 추켜세울 줄 알았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쨌든 장모님이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래서 난 돈을 받아왔구요.”“그러면 이제 저는 설은아와 재혼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호적등본은 어딨죠?”“제가 가져가도 되는 거죠?”하현의 말을 들은 최희정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눈앞의 하현이 못마땅해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절대로 두 사람의 재결합을 승낙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허락하지 않으면 하현의 비아냥에 더욱 설 곳이 없어져 도저히 끝까지 버틸 수가 없었다.“설은아, 장모님이 별로 이의가 없으신 것 같으니
말을 마치며 최희정은 그릇을 꺼내 대문 앞에 세차게 던졌다.이어 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서 사죄해!”“저기 가서 무릎을 꿇으란 말이야!”딸과의 재결합을 허락받기 위해 온 남자라면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왔을 것이다.그런데 엄도훈한테서 오백억을 받아왔다고?허튼소리도 정도껏이지!이를 본 설유아는 급기야 울상이 되어 말했다.“형부, 그냥 지금 엄마한테 사과하세요.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요...”“수표도 계약서도 진짜입니다. 거짓 하나 없는 사실이라구요!”하현은 설은아가 건네주는 물컵을 집어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그런데 제가 무슨 죄를 인정해야 합니까?”“허허! 하현! 쓴맛을 봐야 피눈물을 흘리며 단념할 모양이군!”하현이 완강한 자세를 보이자 이영산은 한껏 비웃으며 말했다.“저따위 가짜 계약서와 수표는 인터넷에 뒤져보면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어! 당신 같은 사람이 이걸 모른다고?”“만약에 저것이 가짜로 판명된다면!”“당장 이 집에서 나가! 절대 돌아올 생각하지 마!”설은아를 포함해 설 씨 집안의 모든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이영산은 하현이 철저히 없어져 주길 간절히 바랐다.하현이 끼어들어서 그의 수많은 계획들이 틀어졌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으로 관련 사이트를 열어 계약서 번호를 입력해 조회하기 시작했다.최희정은 하현이 하루아침에 오백억이라는 거금을 받아왔다는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고 계속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조회는 왜 해 보는 거야?”“거두절미하고 당장 무릎 꿇어! 무릎 꿇기 싫으면 당장 꺼지라고!”말을 마치며 최희정은 경호원 몇 명을 부르려고 핸드폰을 들었다.“어?!”순간 이영산은 온몸에 전율이 올랐다.“이럴 리가 없는데? 이, 이게 어떻게 진짜일 수가 있어?”“믿을 수 없어!”당황한 이영산의 목소리에 최희정은 어리둥절해하며 이영산을 쳐다보았다.그러고 나서 이영산의 핸드폰을 잡아채듯 가져와 계약서와 대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