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한동안 대답할 말이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주건국도 아주 난처했다. 좋은 물건이든 아니든 이것들은 하현이 그에게 준 성의였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그는 조금 미안해하며 말했다. “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밥이나 먹자!”바로 이때 하현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전화를 받았고 맞은편에서는 임정민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 도련님, 일이 생겼어요. 빨리 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고 하현이 다시 전화를 했을 때는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임씨 집안에 일이 생겼다! 비록 하현은 임씨 집안의 일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는 임정민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잠시 머뭇거리다 재빨리 말했다. “아저씨, 제가 잠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천천히 드세요. 다음에는 제가 식사를 대접할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주건국이 만류하는 것을 뒤로하고 자리를 떠났다. “허, 그가 준 버섯이랑 보이차로 요리를 했는데 이게 무슨 태도야?”하현이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것을 보고 이소연은 화가 나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폐인 놈이 우리한테 기대길래 밥도 주고 일 거리도 줬는데 이게 뭐야? 몇 마디 했다고 우리한테 눈치 주는 거야?”“이게 바로 천성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특징이야. 기본이 안됐어!”주시현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를 쫓아 다니는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하현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저급한 사람이었다. 주건국도 아주 난처했지만 그는 여전히 해명을 했다. “하현이 잠시 일이 생겼다고 한 말 못 들었어? 방금 누가 전화했잖아?”“무슨 일? 그 촌뜨기가 방금 시골에서 왔는데 우리 대구에서 무슨 일이 있겠어?”“공짜 쌀이라도 뺏으러 간 건가?”“그랬겠지. 그가 이런 일 말고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이소연은 냉소를 연발했다. “주씨,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앞으로 다시는 시현이와 그를 엮지마. 그 사람이
주건국은 장인 어르신이 뭘 하려는지 모르고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조카가 선물해 줬어요……”“조카? 좋네. 좋아. 그 조카한테 잘해줘!”아버지는 찻잎 찌꺼기를 조금 집어 입에 물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건 운남의 얼음종 보이차야. 국경지대에 이 차 나무는 딱 3그루 밖에 안 남아있어. 1년 생산량이 백병이 안돼.” “내가 전에 경매에서 본적이 있어. 경매 가격이 한 병에 거의 1억이었어. 이런 보이차를 너한테 선물하다니 너한테 엄청 효도했네!”주건국 일가는 멍해졌다.“네? 얼음종 보이차요? 한 병에 1억?”아버지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설마 내가 잘못 봤겠어? 연아, 이 보이차 반만 줘봐. 찻잎은 어디에 있어? 한번 보자!”주건국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식탁 위의 냄비로 떨어졌다. 아버지는 이것을 본 순간 눈알이 튀어나왔다. “차 계란찜? 너희들 1억짜리 보이차로 차 계란찜을 한 거야!?”이소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버지, 그렇게 놀라게 하시지 좀 말아 주실래요? 이건 가난뱅이가 준 선물이에요. 어떻게 한 병에 1억짜리 보이차 일 수가 있겠어요?”아버지는 그녀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버려진 차 한 그릇을 따라 맛을 보더니 가슴을 부여 잡고 분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벌 받을 짓을 했네! 역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1억짜리 보이차야. 1억짜리 보이차로 계란찜을 만들다니……”“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그럴 리가요!?”이소연은 아버지의 광기 어린 모습을 보고 잠시 동안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수가 없었다. 1억짜리 찻잎이 자신에 의해 차 계란찜이 되었다. 관건은 자기는 먹어보지도 못했고 전부 주건국이 먹어버렸다는 것이다. 이소연은 피를 토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어? 이 냄새는 하수오 냄새인데?”원망이 극에 달해있던 아버지는 또 다른 냄새를 맡고는 식탁 위에 남아 있던 국물을 보더니 몇 번 살펴보고 난 후 화가 나서 펄쩍 뛰기
주시현은 쓰러진 엄마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잠시 후 정신을 차렸다. “하현 그 놈, 무슨 여 회장의 데릴사위라고 하지 않았어? 그는 분명 그 전처의 물건을 가져다가 우리에게 선물했을 거야!”“그러니 이 물건들이 다 진짜지!”이 생각에 주시현도 기절했다. 주씨 집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동시에 하현은 이미 택시를 타고 임씨 저택에 도착했다. 이때는 이미 해질녘이라 하늘 색은 아주 어두워졌고, 임씨 저택의 등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바닷바람이 부는 가운데 오래된 산장은 마치 전설의 귀신의 집처럼 보였다. “살기가……”하현은 임씨 저택에 들어가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 도련님, 오셨군요!”하현이 초인종을 누르자 곤경에 처해있던 임정민이 곧 맞으러 나왔다. 그리고 난 후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뒷마당을 향해 갔다. “방금 왜 갑자기 전화를 끊었어?”하현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엄마한테 맞았어요. 방금 상황이 아주 엉망이었어요……”임정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은 걸으면서 많은 경호원과 호위병들이 앞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게다가 하나같이 군용 보호 복을 입고 방패를 들고 있었다. 이것 외에 다들 놀라고 두려워하며 안색이 안 좋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하현은 걸으면서 물었다. “하 도련님, 도련님이 떠나시고 나서 장천 사부는 두 시간 동안 뒷마당에서 술법을 썼고, 그리고 나서 그는 이미 망혼을 제도했다고 하면서 엄마의 악령을 쫓기 시작했어요.”“하지만 악령을 잘 쫓아내고 30분 정도 지나자 엄마가 깨어나더니 장천 사부를 때려 날려 버렸어요!”“열 몇 명의 경호원들이 엄마를 진압하려고 하다가 전부 중상을 입었어요!”“다행히 도련님이 마침 육재훈의 사지를 다 부러뜨려 그가 아버지께 도련님의 죄를 일러 바치러 갔어요. 아버지도 그 자리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번엔……”임정민은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이때 땅에는 이미 20명 이상이 누워 있었는데 하나같이 모두 뼈가 부러져 있었고 심지어 일부는 숨을 많이 내쉬고 적게 들이 마시고 있었다. 도처에 사람들이 널려 있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임복원은 십여 명의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창백한 얼굴이었다. “살상무기를 사용하지 마. 아내를 다치게 해서는 안돼!”그는 자신의 아내가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임정민은 이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하 도련님이 오셨어요!”“하 형제!”이 말을 듣고 임복원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눈이 멀어서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역시 당신 말대로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하 형제님, 넒은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 한 번만 제 아내를 도와주세요!”“일이 잘 되고 나면 무엇을 요구하셔도 들어드리겠습니다. 제 목숨이 걸려도 문제 없습니다!”임복원은 지금 후회가 되었다. 하현은 점심때 부인의 상황을 말해주었다. 사실 이미 문제를 설명했던 것이다.말을 하면서 그는 무릎을 ‘탁’ 꿇었다. “하 형제님, 도와주세요!”한 세대 동안 집안을 다스려오면서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기력이 없어졌다. 그는 일이 계속 진행이 되면서 두 가지 선택밖에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내를 총으로 쏴 죽이거나 아니면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일시적으로 평화로운 순간을 맞바꾸는 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지금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장천 사부는 또 분명히 사기꾼이었기 때문에 그는 하현에게 밖에 희망을 걸 수 없었다. “임 선생님, 과분한 말씀이십니다!”하현은 임복원을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 “제가 선생님께 불만이 있었다면 이번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게다가 배후에 있는 사람은 어쩌면 제가 이번에 대구에서 찾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러니 도리에 맞게 제
하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보고 있을 때 하현을 본 임 부인은 마치 놀란 짐승처럼 격렬하게 휘두르더니 그녀의 앞을 둘러싸고 있던 경호원 몇 명을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경호원 앞으로 가더니 주먹을 날려 쓰러뜨렸다. “아______”이 경호원은 몸이 날아갔고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갈비뼈가 몇 개가 부러졌는지 모른다. “퍽퍽퍽______”곧이어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날아갔고 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분풀이할 힘만 남아 있었다. “이 마귀야, 천 사부가 이미 너를 빼냈는데도 너는 부인의 몸에서 떠나려 하지를 않는 구나!”“병사들이여, 앞으로 전진해!”“수비해!”다음 순간 장천 사부는 마호가니 검을 쥐고 돌진했다. 마호가니 검에는 노란색 종이 몇 장이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마호가니 검이 떨어지면서 임 부인은 살짝 떫은 표정을 지었다. 몇몇 임씨 저택의 여인들은 옆에서 이 연극을 지켜보며 장천 사부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람인 듯 갑자기 모두들 환호하기 시작했다. “천 사부님은 무적이시다!”“천 사부님은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분이야!”“이런 술법은 드라마보다 더 멋져!”“장천 사부님, 빨리 그 마귀를 거둬가세요!”아첨하는 소리에 임복원도 이 장천 사부에게 약간의 기대를 가졌다. 아쉽게도 방금까지 조금 진정되었던 임 부인은 이때 앞쪽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고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몹쓸 놈, 감히 나를 속이다니, 저주를 풀어!”장천 사부는 화를 내며 소리쳤고 손에 들고 있던 마호가니 검은 날아갔다. “털컥______”임 부인은 두 손을 벌렸고 마호가니 검을 들고 비틀더니 검을 부러뜨렸다. 임 부인은 물러서지 않았고 한방에 장천 사부의 가슴과 배를 내리쳤다. “풉______”피가 한 모금 뿜어져 나왔고 장천 사부는 몸이 날아갔다. 그의 몸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의 왼손은 또 임 부인에게 붙잡혔다. 그리고는 뒤쪽으로 맹렬하게 내리쳐졌다. “퍽__
그리고 육재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곧이어 그의 얼굴은 멍해졌고 입은 딱 벌어졌다. 임복원도 무의식적으로 쳐다보았다. 원래 기세가 등등했던 임 부인은 걸어 나오는 하현을 보자 뜻밖에도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발길을 돌리고는 도망을 갔다……육재훈은 멍해졌다!임정민은 멍해졌다!임복원은 멍해졌다!모두가 멍해졌다!비록 임복원과 임정민은 지금 하현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들은 이렇게 신통한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 단순히 걸어 나왔을 뿐인데 방금까지 놀라운 기세를 가지고 있던 임 부인을 놀라게 했다고?“지금 가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분명 빠르지는 않았지만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거리가 멀어졌다. 임 부인은 놀란 듯 속도가 더 빨라졌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뒷 화원에 도착했다. “하현이 그렇게 무서워?”“대구 귀신까지도 그를 무서워하는 거야?”“말도 안돼. 그럴 리가 없어. 그는 촌뜨기일 뿐인데 어떻게 이런 재주가 있을 수 있겠어!”육재훈은 지금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방금 그 하늘의 신과 같던 누나가 어떻게 지금 초상집 개처럼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임복원과 임정민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눈동자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문점이 가득했다. 그리고 방금까지 더없이 훌륭했던 장천 사부는 이때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오후에 하현이 자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보고 지금 하현의 상태를 다시 보니 그는 쥐 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졌다. 임 부인은 끊임없이 뒤로 물러서더니 마치 무슨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현은 또 몇 미터를 더 쫓아간 후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 눈동자를 살짝 번뜩이더니 몸을 돌려 뒤쪽 방향으로 손에 들고 있던 과도를 던졌다.“띵______”
이 광경을 보고 하현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전에 전쟁터에 있었을 때 그는 섬나라 사람들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섬나라의 무사들은 일단 지면 항복하기 싫어서 배를 가르고 자결을 했다. 그리고 주술을 부리던 츠치미카도 가문의 음양사는 패배하자 바로 자결해 버렸다. 이것은 하현의 예상을 뒤엎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시체를 쳐다본 후에야 하현은 임 부인을 안고 나와 임복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임 부인은 전에 그 사람이 주술을 부려 조종을 당했는데 지금 제가 주술의 도입부를 뽑아 냈습니다. 한의사를 찾아가 약 몇 첩만 먹고 몸조리를 하면 괜찮아 질 겁니다.”“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임 부인께 말하지 마시고 이 사실을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세요.”“네. 네. 네!”임복원은 미친 듯이 기뻤다. 아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간 후 사람을 시켜 한의사를 불러 오도록 시켰다.하현이 이미 큰 문제를 해결했으니 나머지 작은 문제들은 자기가 해결할 수 있었다. 이때 이미 하현의 수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모두가 방금 그 검은 옷 입은 사람을 보았는데 시체는 아직 그곳에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임 부인은 사악한 기운에 들린 것이 아니라 주술로 조종 당한 것이다. 주술을 건 사람의 목적이 무엇 인지만 생각해 볼 일이었다. 임복원이 부른 한의사에게 임 부인은 진료를 받았고 약을 처방해 마신 뒤 잠을 잤다. 그리고 나서야 임복원은 하현을 맞이할 여유가 생겼다. “하 형제님, 한의사의 말로는 제 아내가 이미 신체 기능은 회복이 됐고 정신 상태도 안정이 되었다고 해요.”“이제 그냥 쉬기만 하면 돼요.”“감사해요. 오늘 밤 저에게 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제 아내도 살렸어요!”“우리 가족에게 또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네요!”말을 마치고 임복원은 바로 땅에 엎드렸고 그 자리에 측근들이 있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임 선생님. 별말씀을요. 별것 아니에요.”하현은 임복원을
장천 사부는 곧 끌려 나갔다. 하현이 갑자기 담담하게 말했다. “임 선생님, 이 장천 사부는 확실히 기술이 부족하긴 하지만 본심이 나쁘진 않아요.”“제 체면 살려 주는 셈 치고 그에게 살길을 내주세요. 어쨌든 부인도 잘 회복되었으니 덕을 쌓으셔야죠.”“자, 이 모든 건 하 형제님이 결정하신 거야!”임복원은 하현이 왜 부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인물이니 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를 병원에 보내서 치료해줘. 하지만 앞으로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않도록 해!”“임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 도련님, 감사합니다!”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되찾게 되자 장천 사부는 감격해 온몸을 부르르 떨며 하현을 향해 연신 절을 했다. 하현에게는 가벼운 몇 마디 말이 그에게는 자신의 목숨이었다. “하 도련님, 큰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을 기억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경호원에게 끌려 나갔다. 그가 계속 여기서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장천 사부가 사라지자 임복원은 육재훈을 힐끗 쳐다보았다. 육재훈의 눈가에는 계속 경련이 일고 있었다. 이때 사람들에게 밀려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하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용서해주세요!”“그리고 오후의 일도 제 잘못입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포위 공격을 하라고 시켰습니다. 결국 이렇게 된 것은 제 자업자득입니다!”임복원은 담담하게 말했다.“너 내 규정 알지?”육재훈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리고는 뒤에 있는 측근들을 한번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일루 와.”그 측근은 비록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건너왔고 힘껏 육재훈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퍽퍽퍽______”열 몇 대의 뺨을 맞은 후 육재훈은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지금 이를 갈며 말했다. “하 도련님, 용서해 주세요.”하현은 손을 뻗어 육재훈의 얼굴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한테 밟혀서 다행이야.”“임 선생님의 체면을 봐서 살 길을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