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카드 안에 돈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전투를 수도 없이 경험하면서 기쁘던 슬프던 얼굴 밖으로 내보인 적이 없었던 강책 이였는데, 그도 이 순간만큼은 놀라서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원관리자님, 제것 맡아 주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솔직히 제가 돈 쪽에서는 아무것도 몰라서 관리자님 없으셨으면 그냥 ‘죽은 돈’이랑 다름 없었을 겁니다.” 원진은 그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랐다.“강선생님, 저를 너무 남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맡아 주시 다니요, 제 목숨도 드릴 수 있습니다.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강책은 기침을 했다.“큼큼, 너무 가셨어요.” 원진은 말을 이어갔다.“강선생님, 이 카드 가져가시죠. 쓰고 싶을 때 언제든 쓰셔도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재산 관리는 저한테 맡기시는 게 어떨 까요? 들어오는 돈 끊어지지 않게 제가 잘 관리해드리겠습니다. 이 ‘죽은 돈’ 제가 살려낼 수 있습니다.” 강책은 궁금해 하며 물었다.“하루에 얼마 정도가 들어오는 거에요?” 원진은 웃었다.“모든 투자,주식, 선생님 재산을 제외하고 선생님 은행카드에서 들어오는 이자만 해도 하루에 9억 6천 정도 들어옵니다.” 9억 6천? 은행에서 들어오는 이자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다른 쪽에서 들어오는 수입까지 더하면 얼마나 많을지 가늠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강책은 겸손하고, 돈도 잘 아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돈은 그가 한 평생 다 쓰지도 못하는 금액 이였다. 강책은 자기 손에 있는 봉황자금카드를 보고 풍자가득한 뜻을 담긴 말을 했다.“돈으로도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게 없더라고요. 저도 돈 앞에서는 허리를 굽힐 수 밖에 없었어요.” 그는 카드를 바지 주머니 안에 넣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전 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원진은 공수를 하며,
전화를 끊은 뒤, 정몽연은 대충 차려입고, 차를 운전해 청몽카페에 도착했다. 차를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 정계산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물었다.“아빠, 부른 이유가 뭐에요?” 정계산은 그녀를 위아래로 흝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이 정도면 꽤 단정 한거지. 따라와라.” 그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정몽연의 팔을 잡고 카페 안에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방에는 중단발을 하고 있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는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 처럼 보였고,나이는 30살이 조금 되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정계산은 그 둘을 소개시켰다.“몽연아, 이 분이 내가 저번에 너한테 얘기했던 분이야. 내 주임 아드님, 맹지정 군이다. 서로 천천히 얘기 나눠.” 정몽연은 멍하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표정이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와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랑 무슨 얘기를 하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맹지정은 그녀를 유심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럭저럭 봐주게 생겼고, 몸매도 괜찮고, 제가 원하는 스타일이네요. 결혼하면 내 그림 모델은 될 수 있겠어요.” 뭐가 돼? 그의 말을 들은 정몽연은 의심쩍은 얼굴로 물었다.“아빠!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정계산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뚱 한 척을 하며 그녀에게 답했다.“뭐하는 거라니? 내가 주선해주는 자리잖아. 맹 군은 외국에서 유학하다 왔어. 예술점수가 얼마나 높은데! 게다가 내 주임 외동 아들이라고. 얼굴이나 재능,몸매까지 어떤 쪽에서도 강책 그 무능한 놈보다는 백배는 나아! 몽연아, 맹 군한테 실망시키면 안된다.” 실망시키지 말라니?정몽연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정계산이 강책 때문에 미뤘던 주선자리를 강책의 빚 때문에 다시 생각을 바꿔 진행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아차렸다. 정계산은 강책도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신의 주임한테 해코지 당하는 게 두려워 정몽연을 데리고 이 자지를 마련했던 것이다. 정몽연은 그의 행동에 화가 나
맹지정은 상대방이 무조건 동의 할 거라고 생각했다. ‘재벌’에 시집도 오고 자신의 가족들은 그 빚더미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제안은 틀림없이 좋은 기회이기에 바보가 아닌 이상 거절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몽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수표를 다시 건네며 말했다.“죄송해요. 그쪽 같이 인성을 밥 말아먹은 사람과 평생 사느니 차라리 그 빚더미에 몰려서 자살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아요.” 말의 뜻은 ‘너와 평생 사느니 차라리 나가서 죽겠다.’ 였다. 맹지정은 화가 나 수표를 찢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 나 막말을 퍼부었다.“겉모습 때문에 기회 좀 줄려고 그랬는데, 봐주니까 아주 이겨 먹으려고 하네? 내가 네 까짓 걸 아껴서 그러는 거 같아? 그럼 그냥 그 무능력한 남편이랑 같이 죽어버려!” 정계산은 가서 말리려고 했지만 맹지정이 그를 미뤄내며 말했다.“이봐 노인네, 니 까짓 게 우리 아버지 대신해서 일을 처리해줘? 허허, 짤리는 날만 기대하고 있으라고!” 맹지정은 씩씩대며 문을 박차며 자리를 나갔다. 오로지 정계산과 정몽연 부녀만 남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계산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네가 한 짓을 봐, 나는 어렵게 맹군을 찾아서 이 자리도 주선해주고, 게다가 이 좋은 기회로 그 빚에서도 해방 하려고 아등바등 거리 는데, 너는 ? 내가 노력한 거 다 물거품 만들고, 상대방 기분까지도 상하게 만들었어. 몽연아, 이 아버지를 어디까지 내몰 생각 인 거냐?” 정몽연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방금 전 맹지정한테서 느낀 수치와 들은 모욕에 그녀는 화가 나고 억울 했는데 자신 주변에 있는 가족한테 마저도 욕을 들으니 마음이 약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다가 와-라는 소리와 함께 울기 시작했다. 탁자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정계산은 답했다.“울기만 할 줄 알지, 울면 뭐가 해결 돼?” 정계산은 화가 나서 탁자를 탁 쳤다. 아무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때
제대로 된 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준비는 할 수 없으니 평생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상대방에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평생 2천억 원을 갚을 수 있다는 보장도 희미했다. 우물쭈물하던 도중, 진명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연체인 강책은요?”강책을 언급하자, 정계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놈이 어디로 튀었는지 알 수가 없어.”“모른다고요?”진명이 차갑게 대답했다.“당신들이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만약 빚을 지고 도망간다면 가중처벌이 될 겁니다. 강책을 빨리 데리고 오지 않으면 오늘 경찰서로 같이 가는 걸로 알겠어요.”“너……”정계산은 이를 악물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책은 아침 일찍 떠나서 어디로 갔는지도 모를뿐더러, 휴대폰도 꺼져 있는데 어떻게 찾으란 말인지.정계산은 강책이 정말로 도망갔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강책이 도망갔다면, 그 많은 빚들은 모두 정계산이 갚아야 하는 것이었다. 이 생각을 하자, 정계산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강책아, 너 때문에 돌아버리겠다.”바로 그때……서문준의 휴대폰이 울렸고, 모르는 번호였다.그가 전화를 받으며 격식 어린 말투로 물었다.“네, 전화 받았습니다. 누구시죠?”“강책.”강책? 강책이었다!순간 모두의 시선이 서문준에게 쏠렸고,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생각했던 강책이 어떻게 갑자기 서문준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의문이 들었다.서문준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강책, 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를 건 거지?”“내가 돈을 갚기를 바라는 거 아니었나?”“어떻게, 갚을 돈이 생긴 건가? 난 네가 갚을 돈이 없어서 일부러 도망간 줄 알았잖아.”전화기 너머로 강책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지금 법원에 있으니 여기로 와. 빚을 청산해야지.”서문준은 순간 얼어붙었다. 청산이라니? 그렇다면 강책은 빚을 갚을 돈이 있다는 말인가? 그는 강책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어도 이틀 만에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정말로 빚을 갚는 것일
사람들이 법원에 도착했고, 한눈에 강책이 라운지의 의자에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사람들이 도착한 걸 본 강책은 몸을 일으켜 옷을 정돈한 뒤 그들에게 다가갔다.“다들 오셨네요.”서문준은 정말로 강책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는 듯 놀란 기색이었다. 이치대로라면 강책은 2천억 원이라는 돈을 낼 수 없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시 전체에서 그 돈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손영정에게 매수 당했기에 누구도 강책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민는 사람이 없을 것이었다. 서문준은 아무리 생각해도 강책이 그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그가 물었다.“어떻게 빚을 갚을 건데?”강책이 손목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사람이 한 명 10분 뒤에 오기로 약속을 해놨어. 그 사람이 나 대신 빚을 갚을 거야. 아 맞다, 2천억이 아니라 2조야. 빚을 다 갚은 뒤에 난 침몽 하이테크를 되찾을 거야.”서문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강책이 취한 방법이 그가 생각한 것과 똑같이 맞아떨어졌다.침몽 하이테크의 가치는 5조 원에 달했다.강책이 충분이 머리를 굴릴 줄 알면 반드시 그를 도와줄 부자를 찾을 수 있을 텐데. 또한 침몽 하이테크를 그 사람에게 넘겨서 관리하게끔 하면 되는 것이었다.비록 강남시의 회사는 손영정에 의해 관리되었지만, 다른 시의 회사는 장담할 수 없었다.2조 원으로 5조에 달하는 침몽 하이테크를 얻을 수 있으니, 매우 가치 있는 투자였다.이 점은 일찍이 서문준의 계산속에 있었다.그가 냉소하며 말했다.“강책, 네가 무슨 꿍꿍이인지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게다가 넌 너무 잘난척이 심해, 정말로 모든 게 다 네 계획대로 될 거 같아?”“내가 알려주는데, 어떤 일은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두 사람이 말하던 도중 정문이 열렸고, 금테 안경을 쓴 한 남자가 무리를 지어 들어왔다.그 남자는 바로 물병이었다.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가 말했
”아니면?”서문준이 말했다.“잊지 마, 여긴 법원이야. 모든 절차는 다 법률로 가야 돼, 네가 돈이 있다고 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만약 심사가 통과하지 않는다면 네 돈은 문제가 있는 거고, 그렇게 되면 돈이 있더라고 빚은 갚지 못하는 거야.”그의 말은 이미 족히 구체적이었다.강책의 방법을 서문준은 이미 짐작했기에 미리 준비해놓은 말이었다.심사를 진행하는 진명은 이미 서문준에게 매수 당했고,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운명이었다. 카뮈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강책을 도와 빚을 갚지 못할 것이었다. 강책의 방법은 이대로 실패로 끝날 운명인 것이다.정몽연은 그의 위협적인 말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서문준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봐야지, 난 단지 적절한 방법을 썼을 뿐이야, 너희는 평생 빚 갚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는 일부러 강책의 귀에다 대고 말을 이어갔다.“다른 비밀 하나 더 말해 줄게. 네 친동생 강모도 똑같은 방법으로 죽인 거야.”순간, 강책의 가슴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빚으로 궁지에 몰아넣고, 동시에 빚을 갚는 길도 막아버려서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 그 최후의 결말에는 오직 죽음밖에 없었다.강모는 그렇게 서문준에게 죽임을 당했고, 이제는 강책 차례였다.강책은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담담하게 말했다.“서문준, 이 빚은 내가 똑똑히 기록해놔어, 이제 네게 무엇이 ‘후회’인지 알려줄게.”“후회? 하하하하, 너나 잘해, 오늘 빚도 못 갚으면 너만 망하는 게 아니라 너희 가족 모두가 망하는 건데 아직도 나한테 덤벼?”……법원, 작은 단독 사무실 안.진명 집행관은 카뮈를 데리고 들어갔고, 같이 온 사람들에게 밖에서 지키고 있으라고 한 뒤 문을 닫았다.두 사람은 마주 앉았고, 카뮈가 상자 하나를 열더니 안에서 관련 증명서를 꺼냈다.“진 선생님, 여기 제 자산 증명서가 있으니 한번 보세요.”진명은 미소를 지으며 증명서들을 건
”이제 알았으면 늦은 건 아니니 이제 강책 같은 궁상맞은 놈들과 가까이하지 마세요.”진명이 말했다.카뮈는 모든 증명 자료들을 정리한 뒤 물었다.“그런데 이렇게 하는 건 불법인데 윗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두렵지 않은가요?”“당신이 말을 하지 않고, 나도 말을 안 하면 윗사람이 어떻게 알겠어요? 더군다나 누가 천정 그룹을 건드리겠습니까?”카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묵묵히 품에서 토큰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진명 씨, 이게 뭔지 아시나요?”“네? 이건……”진명은 꼰 다리를 제자리에 놓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자 순식간에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렸다.이 토큰은 그가 모를 리가 없다, 그건 강남구 총책임자의 토큰이었다!진명은 그저 법원의 집행관일 뿐이었고, 상대방은 총책임자의 토큰을 들고 있어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다……당신은?”“강책의 프로젝트는 총책임자분께서 좋게 보시고 계셔서 특별히 저를 보내 이 일을 처리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총책임자님의 말씀은 소용이 없는 것 같고 당신의 말만 통하는 것 같군요.”카뮈가 말했다.그러자 진명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무릎을 꿇었다. “형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그렇게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총책임자님 앞에서 저 같은 나부랭이가 하는 말이 어떻게 소용이 있겠습니까?”“이 프로젝트가 총 책임자님께서 좋게 보시는 거였다니, 좀 더 일찍 말해주셨으면……제가 어떻게 감히 총책임자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을 하겠습니까.”그러자 카뮈는 일부러 그를 놀리듯이 말했다.“하지만 이건 천정 그룹의 프로젝트인데, 당신이 천정 그룹은 강남구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총 책임자님께서 천정 그룹을 건드렸다가 화를 입으시는 건 아니겠죠?”진명은 속으로 욕을 하며 생각했다.‘천정 그룹이 어떻게 총책임자님과 비빌 수 있겠어? 총책임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다 될 텐데!’그는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형님, 그러지 마시고요. 천정 그룹이 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 해도 총책임자님과는 비교가
강책은 이 모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그의 얼굴색은 변함이 없었다.하지만 서문준……그는 세상의 종말이라도 본 듯 멍하니 진명을 바라보았고, 방금 전의 웃는 얼굴은 굳어 있었으며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진 듯했다.분명 짜인 판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이럴 수 없어, 분명 뭐가 잘못된 거야.”서문준이 물었다.“진명, 정확하게 심사한 거 맞아?”진명은 고개를 들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이 일을 십몇 년이나 해왔는데, 당연히 정확하죠. 만약 저에게 불만이 있다면 다른 집행관을 찾아서 재심사를 해보시죠.”“너!”서문준은 평소에 겁이 많던 진명이 왜 갑자기 이렇게 그를 뻔뻔하게 대하는지 의아해했다.“진명, 너 제정신이야?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지금 천정 그룹과 적대하고 싶다는 거야?”“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공명정대한 태도로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만약 이 일이 천정 그룹을 적대시하는 거라면, 전 대의를 위해서 저를 희생할 수밖에요!”“너 미쳤어?!”엄중한 태도를 보였던 서문준이 막말을 내뱉었고, 그는 정말 일이 왜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심사가 통과를 했으니, 저는 그럼 바로 채무를 상환하도록 하죠, 2조 원을 다 갚으면, 강책 쪽은 침몽 하이테크를 회수할 수 있는 겁니다.”카뮈가 틈을 타서 말을 꺼냈다.“아뇨,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서문준은 2조 원을 가지고 강책을 짓밟을 생각이었지, 어떻게 2조 원을 가지고 5조의 가치를 하는 침몽 하이테크를 팔아넘길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제 발등을 제가 찍는 격이 이런 게 아닐까?그러자 진명이 차갑게 말했다.“절차상 서문준 씨는 반대할 권리가 없습니다. 만약 계속해서 반대하신다면, 강책 씨는 채무를 상환하지 않을 권리를 얻을뿐더러, 침몽 하이테크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실 건가요?”“이게 무슨……서문준은 온몸이 떨려왔고, 그의 꾀에 그가 걸려들었다는 느낌에 매우 불쾌해져왔다. 하지만 그는 현재 반격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