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카드 안에 돈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전투를 수도 없이 경험하면서 기쁘던 슬프던 얼굴 밖으로 내보인 적이 없었던 강책 이였는데, 그도 이 순간만큼은 놀라서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원관리자님, 제것 맡아 주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솔직히 제가 돈 쪽에서는 아무것도 몰라서 관리자님 없으셨으면 그냥 ‘죽은 돈’이랑 다름 없었을 겁니다.” 원진은 그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랐다.“강선생님, 저를 너무 남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맡아 주시 다니요, 제 목숨도 드릴 수 있습니다.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강책은 기침을 했다.“큼큼, 너무 가셨어요.” 원진은 말을 이어갔다.“강선생님, 이 카드 가져가시죠. 쓰고 싶을 때 언제든 쓰셔도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재산 관리는 저한테 맡기시는 게 어떨 까요? 들어오는 돈 끊어지지 않게 제가 잘 관리해드리겠습니다. 이 ‘죽은 돈’ 제가 살려낼 수 있습니다.” 강책은 궁금해 하며 물었다.“하루에 얼마 정도가 들어오는 거에요?” 원진은 웃었다.“모든 투자,주식, 선생님 재산을 제외하고 선생님 은행카드에서 들어오는 이자만 해도 하루에 9억 6천 정도 들어옵니다.” 9억 6천? 은행에서 들어오는 이자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다른 쪽에서 들어오는 수입까지 더하면 얼마나 많을지 가늠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강책은 겸손하고, 돈도 잘 아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돈은 그가 한 평생 다 쓰지도 못하는 금액 이였다. 강책은 자기 손에 있는 봉황자금카드를 보고 풍자가득한 뜻을 담긴 말을 했다.“돈으로도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게 없더라고요. 저도 돈 앞에서는 허리를 굽힐 수 밖에 없었어요.” 그는 카드를 바지 주머니 안에 넣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전 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원진은 공수를 하며,
전화를 끊은 뒤, 정몽연은 대충 차려입고, 차를 운전해 청몽카페에 도착했다. 차를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 정계산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물었다.“아빠, 부른 이유가 뭐에요?” 정계산은 그녀를 위아래로 흝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이 정도면 꽤 단정 한거지. 따라와라.” 그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정몽연의 팔을 잡고 카페 안에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방에는 중단발을 하고 있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는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 처럼 보였고,나이는 30살이 조금 되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정계산은 그 둘을 소개시켰다.“몽연아, 이 분이 내가 저번에 너한테 얘기했던 분이야. 내 주임 아드님, 맹지정 군이다. 서로 천천히 얘기 나눠.” 정몽연은 멍하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표정이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와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랑 무슨 얘기를 하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맹지정은 그녀를 유심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럭저럭 봐주게 생겼고, 몸매도 괜찮고, 제가 원하는 스타일이네요. 결혼하면 내 그림 모델은 될 수 있겠어요.” 뭐가 돼? 그의 말을 들은 정몽연은 의심쩍은 얼굴로 물었다.“아빠!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정계산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뚱 한 척을 하며 그녀에게 답했다.“뭐하는 거라니? 내가 주선해주는 자리잖아. 맹 군은 외국에서 유학하다 왔어. 예술점수가 얼마나 높은데! 게다가 내 주임 외동 아들이라고. 얼굴이나 재능,몸매까지 어떤 쪽에서도 강책 그 무능한 놈보다는 백배는 나아! 몽연아, 맹 군한테 실망시키면 안된다.” 실망시키지 말라니?정몽연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정계산이 강책 때문에 미뤘던 주선자리를 강책의 빚 때문에 다시 생각을 바꿔 진행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아차렸다. 정계산은 강책도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신의 주임한테 해코지 당하는 게 두려워 정몽연을 데리고 이 자지를 마련했던 것이다. 정몽연은 그의 행동에 화가 나
맹지정은 상대방이 무조건 동의 할 거라고 생각했다. ‘재벌’에 시집도 오고 자신의 가족들은 그 빚더미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제안은 틀림없이 좋은 기회이기에 바보가 아닌 이상 거절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몽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수표를 다시 건네며 말했다.“죄송해요. 그쪽 같이 인성을 밥 말아먹은 사람과 평생 사느니 차라리 그 빚더미에 몰려서 자살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아요.” 말의 뜻은 ‘너와 평생 사느니 차라리 나가서 죽겠다.’ 였다. 맹지정은 화가 나 수표를 찢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 나 막말을 퍼부었다.“겉모습 때문에 기회 좀 줄려고 그랬는데, 봐주니까 아주 이겨 먹으려고 하네? 내가 네 까짓 걸 아껴서 그러는 거 같아? 그럼 그냥 그 무능력한 남편이랑 같이 죽어버려!” 정계산은 가서 말리려고 했지만 맹지정이 그를 미뤄내며 말했다.“이봐 노인네, 니 까짓 게 우리 아버지 대신해서 일을 처리해줘? 허허, 짤리는 날만 기대하고 있으라고!” 맹지정은 씩씩대며 문을 박차며 자리를 나갔다. 오로지 정계산과 정몽연 부녀만 남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계산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네가 한 짓을 봐, 나는 어렵게 맹군을 찾아서 이 자리도 주선해주고, 게다가 이 좋은 기회로 그 빚에서도 해방 하려고 아등바등 거리 는데, 너는 ? 내가 노력한 거 다 물거품 만들고, 상대방 기분까지도 상하게 만들었어. 몽연아, 이 아버지를 어디까지 내몰 생각 인 거냐?” 정몽연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방금 전 맹지정한테서 느낀 수치와 들은 모욕에 그녀는 화가 나고 억울 했는데 자신 주변에 있는 가족한테 마저도 욕을 들으니 마음이 약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다가 와-라는 소리와 함께 울기 시작했다. 탁자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정계산은 답했다.“울기만 할 줄 알지, 울면 뭐가 해결 돼?” 정계산은 화가 나서 탁자를 탁 쳤다. 아무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때
제대로 된 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준비는 할 수 없으니 평생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상대방에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평생 2천억 원을 갚을 수 있다는 보장도 희미했다. 우물쭈물하던 도중, 진명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연체인 강책은요?”강책을 언급하자, 정계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놈이 어디로 튀었는지 알 수가 없어.”“모른다고요?”진명이 차갑게 대답했다.“당신들이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만약 빚을 지고 도망간다면 가중처벌이 될 겁니다. 강책을 빨리 데리고 오지 않으면 오늘 경찰서로 같이 가는 걸로 알겠어요.”“너……”정계산은 이를 악물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책은 아침 일찍 떠나서 어디로 갔는지도 모를뿐더러, 휴대폰도 꺼져 있는데 어떻게 찾으란 말인지.정계산은 강책이 정말로 도망갔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강책이 도망갔다면, 그 많은 빚들은 모두 정계산이 갚아야 하는 것이었다. 이 생각을 하자, 정계산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강책아, 너 때문에 돌아버리겠다.”바로 그때……서문준의 휴대폰이 울렸고, 모르는 번호였다.그가 전화를 받으며 격식 어린 말투로 물었다.“네, 전화 받았습니다. 누구시죠?”“강책.”강책? 강책이었다!순간 모두의 시선이 서문준에게 쏠렸고,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생각했던 강책이 어떻게 갑자기 서문준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의문이 들었다.서문준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강책, 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를 건 거지?”“내가 돈을 갚기를 바라는 거 아니었나?”“어떻게, 갚을 돈이 생긴 건가? 난 네가 갚을 돈이 없어서 일부러 도망간 줄 알았잖아.”전화기 너머로 강책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지금 법원에 있으니 여기로 와. 빚을 청산해야지.”서문준은 순간 얼어붙었다. 청산이라니? 그렇다면 강책은 빚을 갚을 돈이 있다는 말인가? 그는 강책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어도 이틀 만에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정말로 빚을 갚는 것일
사람들이 법원에 도착했고, 한눈에 강책이 라운지의 의자에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사람들이 도착한 걸 본 강책은 몸을 일으켜 옷을 정돈한 뒤 그들에게 다가갔다.“다들 오셨네요.”서문준은 정말로 강책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는 듯 놀란 기색이었다. 이치대로라면 강책은 2천억 원이라는 돈을 낼 수 없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시 전체에서 그 돈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손영정에게 매수 당했기에 누구도 강책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민는 사람이 없을 것이었다. 서문준은 아무리 생각해도 강책이 그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그가 물었다.“어떻게 빚을 갚을 건데?”강책이 손목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사람이 한 명 10분 뒤에 오기로 약속을 해놨어. 그 사람이 나 대신 빚을 갚을 거야. 아 맞다, 2천억이 아니라 2조야. 빚을 다 갚은 뒤에 난 침몽 하이테크를 되찾을 거야.”서문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강책이 취한 방법이 그가 생각한 것과 똑같이 맞아떨어졌다.침몽 하이테크의 가치는 5조 원에 달했다.강책이 충분이 머리를 굴릴 줄 알면 반드시 그를 도와줄 부자를 찾을 수 있을 텐데. 또한 침몽 하이테크를 그 사람에게 넘겨서 관리하게끔 하면 되는 것이었다.비록 강남시의 회사는 손영정에 의해 관리되었지만, 다른 시의 회사는 장담할 수 없었다.2조 원으로 5조에 달하는 침몽 하이테크를 얻을 수 있으니, 매우 가치 있는 투자였다.이 점은 일찍이 서문준의 계산속에 있었다.그가 냉소하며 말했다.“강책, 네가 무슨 꿍꿍이인지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게다가 넌 너무 잘난척이 심해, 정말로 모든 게 다 네 계획대로 될 거 같아?”“내가 알려주는데, 어떤 일은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두 사람이 말하던 도중 정문이 열렸고, 금테 안경을 쓴 한 남자가 무리를 지어 들어왔다.그 남자는 바로 물병이었다.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가 말했
”아니면?”서문준이 말했다.“잊지 마, 여긴 법원이야. 모든 절차는 다 법률로 가야 돼, 네가 돈이 있다고 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만약 심사가 통과하지 않는다면 네 돈은 문제가 있는 거고, 그렇게 되면 돈이 있더라고 빚은 갚지 못하는 거야.”그의 말은 이미 족히 구체적이었다.강책의 방법을 서문준은 이미 짐작했기에 미리 준비해놓은 말이었다.심사를 진행하는 진명은 이미 서문준에게 매수 당했고,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운명이었다. 카뮈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강책을 도와 빚을 갚지 못할 것이었다. 강책의 방법은 이대로 실패로 끝날 운명인 것이다.정몽연은 그의 위협적인 말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서문준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봐야지, 난 단지 적절한 방법을 썼을 뿐이야, 너희는 평생 빚 갚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는 일부러 강책의 귀에다 대고 말을 이어갔다.“다른 비밀 하나 더 말해 줄게. 네 친동생 강모도 똑같은 방법으로 죽인 거야.”순간, 강책의 가슴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빚으로 궁지에 몰아넣고, 동시에 빚을 갚는 길도 막아버려서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 그 최후의 결말에는 오직 죽음밖에 없었다.강모는 그렇게 서문준에게 죽임을 당했고, 이제는 강책 차례였다.강책은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담담하게 말했다.“서문준, 이 빚은 내가 똑똑히 기록해놔어, 이제 네게 무엇이 ‘후회’인지 알려줄게.”“후회? 하하하하, 너나 잘해, 오늘 빚도 못 갚으면 너만 망하는 게 아니라 너희 가족 모두가 망하는 건데 아직도 나한테 덤벼?”……법원, 작은 단독 사무실 안.진명 집행관은 카뮈를 데리고 들어갔고, 같이 온 사람들에게 밖에서 지키고 있으라고 한 뒤 문을 닫았다.두 사람은 마주 앉았고, 카뮈가 상자 하나를 열더니 안에서 관련 증명서를 꺼냈다.“진 선생님, 여기 제 자산 증명서가 있으니 한번 보세요.”진명은 미소를 지으며 증명서들을 건
”이제 알았으면 늦은 건 아니니 이제 강책 같은 궁상맞은 놈들과 가까이하지 마세요.”진명이 말했다.카뮈는 모든 증명 자료들을 정리한 뒤 물었다.“그런데 이렇게 하는 건 불법인데 윗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두렵지 않은가요?”“당신이 말을 하지 않고, 나도 말을 안 하면 윗사람이 어떻게 알겠어요? 더군다나 누가 천정 그룹을 건드리겠습니까?”카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묵묵히 품에서 토큰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진명 씨, 이게 뭔지 아시나요?”“네? 이건……”진명은 꼰 다리를 제자리에 놓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자 순식간에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렸다.이 토큰은 그가 모를 리가 없다, 그건 강남구 총책임자의 토큰이었다!진명은 그저 법원의 집행관일 뿐이었고, 상대방은 총책임자의 토큰을 들고 있어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다……당신은?”“강책의 프로젝트는 총책임자분께서 좋게 보시고 계셔서 특별히 저를 보내 이 일을 처리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총책임자님의 말씀은 소용이 없는 것 같고 당신의 말만 통하는 것 같군요.”카뮈가 말했다.그러자 진명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무릎을 꿇었다. “형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그렇게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총책임자님 앞에서 저 같은 나부랭이가 하는 말이 어떻게 소용이 있겠습니까?”“이 프로젝트가 총 책임자님께서 좋게 보시는 거였다니, 좀 더 일찍 말해주셨으면……제가 어떻게 감히 총책임자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을 하겠습니까.”그러자 카뮈는 일부러 그를 놀리듯이 말했다.“하지만 이건 천정 그룹의 프로젝트인데, 당신이 천정 그룹은 강남구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총 책임자님께서 천정 그룹을 건드렸다가 화를 입으시는 건 아니겠죠?”진명은 속으로 욕을 하며 생각했다.‘천정 그룹이 어떻게 총책임자님과 비빌 수 있겠어? 총책임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다 될 텐데!’그는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형님, 그러지 마시고요. 천정 그룹이 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 해도 총책임자님과는 비교가
강책은 이 모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그의 얼굴색은 변함이 없었다.하지만 서문준……그는 세상의 종말이라도 본 듯 멍하니 진명을 바라보았고, 방금 전의 웃는 얼굴은 굳어 있었으며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진 듯했다.분명 짜인 판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이럴 수 없어, 분명 뭐가 잘못된 거야.”서문준이 물었다.“진명, 정확하게 심사한 거 맞아?”진명은 고개를 들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이 일을 십몇 년이나 해왔는데, 당연히 정확하죠. 만약 저에게 불만이 있다면 다른 집행관을 찾아서 재심사를 해보시죠.”“너!”서문준은 평소에 겁이 많던 진명이 왜 갑자기 이렇게 그를 뻔뻔하게 대하는지 의아해했다.“진명, 너 제정신이야?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지금 천정 그룹과 적대하고 싶다는 거야?”“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공명정대한 태도로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만약 이 일이 천정 그룹을 적대시하는 거라면, 전 대의를 위해서 저를 희생할 수밖에요!”“너 미쳤어?!”엄중한 태도를 보였던 서문준이 막말을 내뱉었고, 그는 정말 일이 왜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심사가 통과를 했으니, 저는 그럼 바로 채무를 상환하도록 하죠, 2조 원을 다 갚으면, 강책 쪽은 침몽 하이테크를 회수할 수 있는 겁니다.”카뮈가 틈을 타서 말을 꺼냈다.“아뇨,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서문준은 2조 원을 가지고 강책을 짓밟을 생각이었지, 어떻게 2조 원을 가지고 5조의 가치를 하는 침몽 하이테크를 팔아넘길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제 발등을 제가 찍는 격이 이런 게 아닐까?그러자 진명이 차갑게 말했다.“절차상 서문준 씨는 반대할 권리가 없습니다. 만약 계속해서 반대하신다면, 강책 씨는 채무를 상환하지 않을 권리를 얻을뿐더러, 침몽 하이테크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실 건가요?”“이게 무슨……서문준은 온몸이 떨려왔고, 그의 꾀에 그가 걸려들었다는 느낌에 매우 불쾌해져왔다. 하지만 그는 현재 반격할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