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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화

제대로 된 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준비는 할 수 없으니 평생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상대방에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평생 2천억 원을 갚을 수 있다는 보장도 희미했다.

우물쭈물하던 도중, 진명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연체인 강책은요?”

강책을 언급하자, 정계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놈이 어디로 튀었는지 알 수가 없어.”

“모른다고요?”

진명이 차갑게 대답했다.

“당신들이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만약 빚을 지고 도망간다면 가중처벌이 될 겁니다. 강책을 빨리 데리고 오지 않으면 오늘 경찰서로 같이 가는 걸로 알겠어요.”

“너……”

정계산은 이를 악물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강책은 아침 일찍 떠나서 어디로 갔는지도 모를뿐더러, 휴대폰도 꺼져 있는데 어떻게 찾으란 말인지.

정계산은 강책이 정말로 도망갔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

강책이 도망갔다면, 그 많은 빚들은 모두 정계산이 갚아야 하는 것이었다. 이 생각을 하자, 정계산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강책아, 너 때문에 돌아버리겠다.”

바로 그때……

서문준의 휴대폰이 울렸고, 모르는 번호였다.

그가 전화를 받으며 격식 어린 말투로 물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누구시죠?”

“강책.”

강책? 강책이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서문준에게 쏠렸고,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생각했던 강책이 어떻게 갑자기 서문준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서문준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강책, 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를 건 거지?”

“내가 돈을 갚기를 바라는 거 아니었나?”

“어떻게, 갚을 돈이 생긴 건가? 난 네가 갚을 돈이 없어서 일부러 도망간 줄 알았잖아.”

전화기 너머로 강책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지금 법원에 있으니 여기로 와. 빚을 청산해야지.”

서문준은 순간 얼어붙었다. 청산이라니? 그렇다면 강책은 빚을 갚을 돈이 있다는 말인가?

그는 강책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어도 이틀 만에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로 빚을 갚는 것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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